COC
작성일
2021. 5. 15. 23:08
작성자
굔정뱅이

2021.5.9 [트루가람] 여름, 꽃,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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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되셨나요!? 정말로 준비가 되었다면 저널 바꾸고 캐입으로 이모 힘내세요 화이팅 한 번!
 
은빛가람:이모 힘내세요! 파이팅!
 
에구 귀여워... 에구 귀여워... 고대로 말해주는게 귀여워...
 
가자! 여친아!
 
은빛가람:네!
 
△▲△▲△▲△▲△▲
 
2021.05.09 PM 4:15트루가람 - 여름, 꽃, 우울
 
·· MUSIC ··맴맴▶ ❚❚ ━━━━⊙━━━━━━━─ 0:00
 
 
당신은 눈을 뜹니다.
 
방과 후,
 
아무도 없는 교실입니다.
 
지금 시간은 7시 23분.
 
창에 쳐진 커튼에 노을의 붉음이 베여 있습니다.
 
바람에 흔들린 커튼이 스치는 소리만이 들려옵니다.
 
그에 따라 붉은빛이 일렁이며
 
어두침침한 교실 안으로 흘러듭니다.
 
깜빡 잠이 들었나 봐요.
 
슬슬 집에 돌아갈 시간인데,
 
그는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요.
 
그때,
 
당신의 전화기가 요란하게 울립니다.
 
그의 문자 메신저입니다.
 
확인해 볼까요?
 
은빛가람:(요란하게 울린 핸드폰을 들어 문자 메세지를 확인해본다.)
 
미리보기는 일찌감치 지나가 사라져
 
내용이 왔다는 아이콘만 상단에 표시됩니다.
 
그것을 확인하면
 
그의 이름으로 된 대화방에 남아있는 단 몇개의 문장.
 
flower:띵동!
PM7:23 그거 알아요?
PM7:23 사실은 정말 좋아해요.
PM7:23 그러니까 우리, 만나지 않는걸로 해요.
 
내용은 그걸로 끝입니다.
 
커튼 너머로 사람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갑니다.
 
방향은 아래쪽.
 
누군가 추락합니다.
 
눈 깜짝할 사이였습니다.
 
그리고 들려오는 둔탁한 충격음.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만큼 아무렇지 않게,
 
무심하게 들려오는 소리였습니다.
 
평화롭게 흔들리는 커튼,
 
이마를 간지럽히는 산들바람,
 
아찔할 만큼 붉은 노을의 색채…
 
그가 사라진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흘러갑니다.
 
2020년 8월 9일,
 
그 달의 끝자락.
 
그렇게 너는 순식간에 나의 인생에서 사라졌습니다.
 
장면전환
 
 
당신은 눈을 뜹니다.
 
공기가 불쾌하게 호흡을 방해하는 것만 같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에 눈이 따갑습니다.
 
오늘은 그의 기일,
 
그 아이가 사라진 지 딱 1년이 되는 날입니다.
 
·· MUSIC ··kaleido▶ ❚❚ ━━━━⊙━━━━━━━─ 0:00
 
잠에서 깨어난 당신은 집 안을 살필 수 있습니다.
 
당신의 방에는 침대, 책장, 책상이 있습니다.
 
은빛가람:(숨을 가다듬고 상체를 일으킨다. 오늘의 날짜를 생각하고는 약간은 아찔한 기분이 들어 이마를 꾹 누르다가 몸을 완전히 일으켜침대를 정리하며 살핀다.)
 
flower:당신이 깨어난 침대입니다.
이불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습니다.
침대 위에는 당신의 '휴대전화'가 충전되어 있습니다.
 
은빛가람:(시선이 잠시 먼 곳을 향하다가 충전되던 휴대전화를 들어 화면을 켜본다.)
 
flower:휴대전화의 오늘 일정에 '납골당 방문' 알림이 떠 있습니다.
깜박한건지 뭔지, 그의 연락처는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은빛가람:아...(알람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두 번을 봐도 그 글자는 바뀔 일이 없어서 입을 뻐끔 열었다가 다시 꾹 다문다. 연락처는 건드리지 않고 책장으로 몸을 옮겨 책장을 살핀다.)
 
flower:당신의 책들이 가득 꽂혀 있습니다.
 
살피는 당신, <자료조사> 판정합니다.
 
<관찰> 판정도 가능합니다!
 
은빛가람: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flower:당신은 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제목은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입니다.
주인공이 자신의 연인을 구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간다는 내용의 소설입니다.
 
은빛가람:참... (소설의 내용이 생각나 겉표지를 바라본다. 응. 작은 침음을 내뱉다가 이어지는건 깊은 한숨. 몸을 움직여 의자에 앉아 책상 앞으로 바퀴를 끈다.)
 
flower:책상 위에는 달력과 메모지 한 장빈 편지지가 놓여 있습니다.
 
은빛가람:(빈 편지지? 이게책상 위에 있던가? 가만 손을 뻗어 들어본다.)
 
flower:제일 위에 트루디에게. 라고 글씨가 적혀 있습니다.
그에게 전할 편지일까요.
내버려 두고 갈 수도 있고, 마저 편지를 완성할 수 있겠네요.
어차피 완성된 편지는 납골당에 도착하겠지만요.
 
은빛가람:(트루디에게. 그 이름을 보자마자 괜히 눈물이핑도는 것 같았다. 손에 힘이 들어갔다가 괜히 구겨지면 안된다는 생각에 조심스레 편지지를 제 앞에 내려놓는다. 손을 뻗어 적당한 펜을 찾기 위해 손을 휘적거리면서 달력에 눈길을 준다.)
 
flower:당신이 주로 쓰는, 혹은 사다놓은 펜과 지우개, 볼펜 따위가 그대로 있습니다.
그리고 달력에는 오늘 날짜에 '그 애의 기일'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은빛가람:(기일, 입술을 꾹 한 번 물었다가. 시선을 돌린다. 펜. 그 애를 닮은 민트색의 펜을 찾아낸다. 쓴지 꽤 오래 된 것 같은데. 눈 앞에 있는 메모지를 보고는 가져온다. 내용이 적혀있어도 그 옆에 테스트로 그어볼 순 있겠지.)
 
flower:색만 확인하려고 가져온 메모지에는 이미 무언가 적혀 있습니다.
납골당의 주소와 가는 방법이 적혀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한 번 환승해야 합니다.
 
장면전환
 
편지를 작성하는 당신, <지능> 판정 합니다.
 
은빛가람: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flower:맞아, 당신은 그의 납골당을 방문할 계획을 세웠었죠.
분명 어젯밤에 가는 길을 알아보다 잠들었습니다.
왜일까요, 불과 하루 전의 일일 텐데.
아주 오래된 기억처럼 느껴집니다.
 
은빛가람:생각이 많았나... (작게 중얼거리다가 펜을 굴린다. 빨리 적어야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달력과, 메모지를 다시 한 번 번갈아 보다가 편지에 인삿말들을 적기 시작한다. 중간에는 너를 만나서 좋았던 일들을 나열하다가도 그 끝은. 작은 원망섞인 인사로 끝나버렸지만. 오늘의 날짜와 빛가람이. 이 글자를 적었다가 제일 아래켠에 그럼에도 보고싶다는 말을 남긴다.)
 
여러 감상이 담긴 편지를 쓰고,
 
준비까지 마쳐 집 밖으로 나오면,
 
푸른 하늘이 펼쳐집니다.
 
한없이 맑은 깨끗한 여름날의 아침 하늘입니다.
 
그래, 분명 이런 풍경을 봤었죠.
 
그때는 그 아이도 함께 있었는데.
 
어떤 표정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던가요.
 
분명 그때…
 
장면전환
 
·· MUSIC ··Almost New▶ ❚❚ ━━━━⊙━━━━━━━─ 0:00
 
당신은 등교 중이었습니다.
 
푸른 하늘과 아무렇지 않게 흐르는 구름.
 
눈이 따가울 정도로 내리쬐는 햇빛과
 
지면에서 올라오는 후끈한 열기.
 
어디선가 들리는 매미소리.
 
그 아찔한 푸름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봤던 것도 같습니다.
 
그런 당신, <듣기> 판정 합니다.
 
은빛가람: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flower:요란한 매미 소리 사이로 들려오는 누군가의 다급한 발소리를 듣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가 허겁지겁 뛰어옵니다.
당신의 옆에 선 는 숨을 몰아 쉽니다.
땀방울이 의 턱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트루디 아도라:선배! 저 꽤 많이 불렀는데~ 못들으셨어요? (사람 가는 길 떡하니 막고 싱글벙글)
 
은빛가람:어? (제 앞을 막아선 너를 멀거니 바라보다가 방긋 웃는다.) 미안해, 못들었나봐. 어디부터 뛰어온거야? 응? (가방을 앞으로 매고는 보조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준다.) 땀 난것 봐-.
 
트루디 아도라:좀 많이 불렀으니까 저기서부터죠! (조금 멀뚱멀뚱 내려다보다가 히죽.. 웃으면서 허리만 냉큼 내린다.) 닦아주려구요? 오늘도 선배는 친절 하셔라~
 
은빛가람:많이 불렀어? 미안해서 어... (허리를 내려서 얼굴이 조금 가까워지면 어?하는 소리가 흐르다가 괜히 반걸음정도 물러난다. 손수건을 쥔 손이 바들바들 떨리다가 땀방울을 톡톡 닦아내어준다.) 이번만 해주는거야. 다음에는 꼬마여도 이런거 안해줘.
 
트루디 아도라:(오.. 제법 상처? 그래도 사람이 착해서 그런지 해주긴 해주는구나. 하지만 익숙해질 때도 된거 아닌가, 내가 한 두번 그런 것도 아닌데 말이야. 그러거나 말거나 싱글벙글 웃으면서 다시 허리 쭈욱 핀다.) 알겠어요, 알겠어요! 이 정도는 선후배 사이에도 해줄 수 있는거라고 생각했지만 뭐, 선배야 워낙 수줍음이 많고 그러니까 이해하겠습니다? (반성이라곤 눈꼽만큼도 안한 얼굴이지만 대답만 네네, 하고 네 볼을 콕 찌른다.)
땡볕에 서 있는건 여기까지 하고 마저 가자구요? 오늘도 진짜 덥죠!
 
은빛가람:(네가 싱글거리며 웃는 것을 괜히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다가 네가 허리를 피자 네 옆으로 다가간다.) 그런거... 하-나도 아니거든. (괜히 볼을 부풀리려다가 네가 볼을 콕 찌르면 그대로 차려던 바람이 입 밖으로 빠진다.)
으응. 그래. 늦겠다. 많이 덥네. 이런 날 뛰어오게 해서 미안해. 트루디.
 
트루디 아도라:삐지셨나요? 그런 것도 귀여우시긴~ (숨쉬 듯이 긴 혀로 조잘거렸다가 그래도 실없이 웃었다. 보통 진짜 싫으면 하지말라고 할 법한데 그런 것도 없이 그대로 바람빠지는 소리가 들리는데 웃기지 않을리가 없잖아. 가볍게 어깨만 으쓱거리고 햇빛이 강한 쪽으로 슬 자리옮겨서 느슨하게 걷고) 별로요~ 그래도 지각은 아닐걸요? 사람이 이런 날씨를 아침부터 겪는데 멍해도 이상할 일은 아니죠! 뭐, 덕분에 저도 요즘엔 지각하는 날도 없어졌고.
 
은빛가람:(그런말이나 하고. 그 말이 입 밖까지 나올 것 같았지만 그냥 꾹 참아낸다. 네가 햇빛이 강한 쪽으로 오면 작게 그림자가 생겨서. 물끄럼 너를 올려다보다가 네 보폭에 맞춰 저도 종종 걷기 시작한다.) 그건... 그렇긴 해. 너무 더우니까... (으응. 가만 제 뺨을 매만지다가 이어지는 말에 픽 웃어보인다.) 앞으로도 지각하면 안돼, 응? 약속-.
 
트루디 아도라:앞으로도 선배가 나랑 같이 등교해 준다면 그렇게 해보도록... 어떻게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너무 버릇에 든 행동이라 네, 하는 대답이 금방 나오지 않고 꼭 한두마디가 튀어나왔지만 괜한 자존심은 또 없었기 떼문에 먼저 새끼손가락이나 슥 내밀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학교는 가고 싶을 때 가고, 아닐 땐 땡땡이를 치는게 대부분이었던 것도 사실이니 담임은 그 선배 덕이라며 아주 그냥 울더라?) 자요, 약속!
 
은빛가람:노력만 해주는 것도 좋아요. (응응, 가만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네가 정말로 새끼손가락을 내밀면 잠시 멈칫거린다. 어, 으응. 손가락 끝이 꼼질거리다가 약간 뺨이 붉어져서는 똑같이 새끼손가락을 내밀어 걸고는 서로의 엄지손가락을 꾹 맞댄다.) 응, 약속.. (괜히 입술이 바싹 마르는 느낌이 들어 마른 침을 삼키고는 후다닥 손을 떼어낸다. 아직까지 열이 오른 뺨을 손등으로 꾹 꾹 눌러냈다.)
 
트루디 아도라:어, 음, ...그래요! (저런걸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걸 보면 정말 성격 때문인건가, 싶었다. 좋긴한데 제 기준에서는 가끔, 어쩌면 자주 이해할 수 없거나 바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때가 종종 있어서 그냥 히죽 웃으며 살살 한들었다가 먼저 놓았다.) 자! 진짜 지각하기 전에 가볼까요~ 학교는 에어컨이라도 틀어줄테니까요!
 
햇빛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그 아래를 뛰어가고 있는 두 사람의 얼굴에 땀이 맺힙니다.
 
달콤한 향이 나는 것 같아요.
 
그래,
 
분명 너는 이렇게 나와 길을 걷고 있어야 하는데.
 
올해의 여름에도 내 곁에 있었어야 했는데.
 
너는 어째서,
 
… …
 
장면전환
 
눈을 깜빡이는 순간,
 
풍경이 뒤바뀝니다.
 
당신이 있는 곳은 집 앞.
 
여전히 푸른 하늘에 아무렇지 않게
 
구름이 흐르고 있습니다.
 
여전히 요란한 매미소리와
 
간간히 지나가는 자동차의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줄지어 선 가로수의 잎들.
 
평화롭게 흘러가는 여름의 풍경입니다.
 
환각이라도 본 것일까요?
 
버스정류장은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주위를 살피면 벤치와 버스노선표가 보입니다.
 
은빛가람:(손으로 작게 부채질하며 버스정류장으로 다가가 일단 버스노선표를 살핀다. 어제 찾았던 내용이 맞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flower:이곳에 오는 버스들이 적혀 있는 노선표입니다.
당신이 타야 하는 버스도 있네요.
그걸 타면 그의 납골당으로 갈 수 있습니다.
아래 기둥 쪽에 주인 없는 자전거가 묶여 있습니다.
꽤 긴 시간 동안 묶여 있었는지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습니다.
군데군데 녹이 슨 부분도 보이네요.
 
은빛가람:자전거가 왜 이런데에.... (어차피 묶여있어서 타지는 못하겠지만. 괜히 주변을 휘휘 살피다가 자전거의 벨을 한 번 울리고는 아주 흐리게 웃으며 자전거를 이리저리 살핀다.)
 
flower:그러고 보니, 그 아이도 자전거를 가지고 있었죠.
따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은 본 적이 없는데.
주인이 사라진 너의 자전거도 저렇게 아무렇게나 묶여 있을까,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와 같이 그 자전거를 탄 적도 있었습니다.
 
작년 여름이었죠.
 
그때, 그는…
 
장면전환
 
·· MUSIC ··Cherry Blossom▶ ❚❚ ━━━━⊙━━━━━━━─ 0:00
 
그는 갑자기 자전거를 끌고 나타났습니다.
 
능글능글 웃는 낯이 오늘도 뭔가 할 말이 많은가 봅니다.
 
트루디 아도라:어때요! 저번에 시내에서 좀 놀다가 꽤 괜찮은 자전거 하나 장만했는데! 요즘 날씨 덥잖아요? 자전거 등교는 또 어떨까 싶어서~
 
은빛가람:시내에서 놀다가? (그렇게 갑자기 자전거를 장만하기도 하는거야? 괜히 눈이 동그래졌다가 미소짓는다.) 나는 자전거 없는데... 그러면 꼬마가 태워줄거야? 응?
 
트루디 아도라:그런 법도 있는거죠? (정확히는 좀 안좋은 의미로 방탕하게 놀다가 내 돈이 아닌 어떤 연상의 누나가 사준... 어쩌고. 아닌 척 히죽히죽 웃고서) 네! 저 그래도 자전거 쯤은 탈 줄 아니까 태워줄게요! 선배도 요즘 더우신거 같은데 정수리가 익어가는 것 보다야 바람이라도 맞으면서 누가 태워주는 자전거가 좋지 않겠어요~?
 
은빛가람:그렇긴 하지만... (네가 태워준다고 하자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요즘 덥지. 그것도 괘나 많이. 누가 태워주는 자전거가 좋긴 하지만 그것보다 더 좋은건 그 누가 다른 누구가 아닌 바로 너여서지만. 그건 꼭꼭 숨기고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응. 좋아. 신경써줘서 고마워.
 
트루디 아도라:천만에요! 그럼 잠깐만... (원래부터 타고다녔던 자전거처럼 익숙하게 안장에 앉고는 손잡이를 몇 번 흔들었다가 벨을 울려보고, 브레이크도 잡아봤다. 다시 휙 돌아서 씩 웃더니 고개부터 까닥거린다.) 뒤에 타요! 안전운전 한 번 보여드릴게용~
 
은빛가람:(익숙하게 타고 조작하는 모양새가 귀엽다는 듯 바라보다가 네가 고개를 돌려 씩 웃으면 흠칫, 손을 모은다. 괜히 고개가 약간 돌아가다가네가 뒤에 앉으라며 하는 말에 뒤에 앉아서 네 옷자락을 꾹 쥔다.) 믿을게. 부탁해요, 트루디 기사님.
 
트루디 아도라:그럼요~ 근데 그렇게 잡는건 좀 위험하지 않나요? 보통 영화나 만화나 드라마나 뭐, 하여튼. 그런 곳에서는 허리를 잡지 않나요? 그렇지 않나요? (분명 아는데도 놀리는 투로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으면서 제 허리를 콕콕 찔렀다. 정말 잡아주면 좋은거고, 아니면 아닌데로 그냥 가는거라 손해볼 일이 없으니까.)
 
은빛가람:위험한가...? (영화나 드라마에선 허리를 잡지만, 그건 맞지만... 정말로 그렇게 하면 터져버리지 않을까. 지금 이것만으로도 부끄럽고 좋은데. 머리 끝까지 열이 오르는 느낌이 나서 시선이 이리저리 오가다가 괜히 오기가 들어 네 허리를 끌어안는다. 그리고 얼굴은 네 등에 묻는다.) 됐어? 갠찮... 아?
 
트루디 아도라:어, 네. 아, 괜찮죠! 걱정마세요! 이거가지고 넘어지면 제가 그렇게 말하지도 않았죠~ 솔직히 다치는건 저도 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새삼 이렇게 붙잡히니 웃음이 나오는게 아니라 뭔가 뻘쭘하고 창피해져서 앞으로 휙 시선을 휙 돌려 보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순간적으로 너무 바보같이 느껴져서. 제 기분을 모른 척 하듯이 페달에 발을 올리며 굴렸다.)
 
그는 당신을 뒤에 태우고 페달을 밟습니다.
 
갑자기 출발한 반동 때문일까요,
 
혹은 앞으로 닿은 누군가의 탓일까요.
 
괜히 허리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마에 맺힌 땀을 식혀주는 기분 좋은 바람.
 
턱을 따라 흘러내리는 땀방울.
 
페달이 돌아가고,
 
작은 자갈들이 바퀴에 짓눌리는 소리.
 
그 사이로 그의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분명 너는 환하게 웃고 있었겠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래.
 
그랬을 겁니다.
 
꽃향기와 같은 달콤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히는 것만 같습니다.
 
옆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이 아득하게만 느껴지고,
 
당신은..
 
장면전환
 
·· MUSIC ··Inner silence - 악토버(OCTOBER)▶ ❚❚ ━━━━⊙━━━━━━━─ 0:00
 
덜컹거리는 충격에 당신은 퍼뜩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당신은 어느새 버스를 타고 있습니다.
 
시야에 가득하던,
 
빠르게 스쳐 지나가던 풍경들이 창밖으로 비칩니다.
 
당신에게 버스를 탄 기억은 없습니다.
 
기이한 현상… 에 <이성> 판정 합니다.
 
은빛가람: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엄마야... 이성 감소 없습니다...
 
버스 안을 살펴도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잠시 덜컹거리는 버스에 몸을 맡기고 있으니,
 
당신이 내려야 할 정거장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옵니다.
 
버스에서 내리면 벤치와
 
노선표가 있는 작은 정거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당신이 탈 버스가 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남은 것 같아요.
 
슬슬 정오가 다 되어가는 시간입니다.
 
태양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도로는 달아올라 아지랑이가 피어납니다.
 
제멋대로 일렁거리는 공기의 흐름.
 
온 세상이 녹아내리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그런 왜곡된 풍경을 멍하니 바라봅니다.
 
그때도 그와 이런 풍경을 보았죠.
 
수업이 일찍 끝나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습니다.
 
해가 한창 열기를 과시하고 있을 때 즈음.
 
일렁이는 아지랑이에 눈앞이 온통 하얘질 만큼 아찔했습니다.
 
현기증에 세상이 핑 도는 것만 같았어요.
 
그리고,
 
장면전환
 
·· MUSIC ··Omokage▶ ❚❚ ━━━━⊙━━━━━━━─ 0:00
 
누군가 당신의 눈앞에서 손을 흔듭니다.
 
하얗게 변해가던 시야 한가득 그 손짓이 담깁니다.
 
그의 손입니다.
 
트루디 아도라:요즘 자주 멍하니 있으시네요? 더위 먹은건가? 하기사, 요즘 날씨가 많이 덥긴 해요~ 안그래도 작은데 픽픽 쓰러지면 제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어요~ (아직 잘 살아있는 조동아리)
 
여전히 가볍게, 그 아이는 말했습니다.
 
트루디 아도라:아, 선배. 아이스크림 녹아요. 나 닦을거 없는데? 빨리 드시는게 좋겠다~
 
그 말에 손을 바라보니,
 
당신이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이 녹아 흐르고 있습니다.
 
은빛가람:(네 말에 괜히 너를 빤히 바라보다가 이어지는 말에 시선을 내린다. 내 손에 아이스크림이 있었나? 어? 눈을 가만 깜빡, 또 깜빡이다가 급하게 흐르는 것을 핥아내며 머쓱하게 웃는다.) 알려줘서 고마워... 그러게. 더운가봐. (이상한 일이네. 괜히 네 얼굴을 바라보다가 하늘을 바라본다.) 여름이라.. 그런가보네...
 
트루디 아도라:진짜 별 일이긴 하네요. 선배가 갑자기 가던 길에 멍하다니까. (사실 아이스크림을 가지고 대실 핥아줄까, 하는 장난을 생각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그러면 좀 그럴까봐. 아닌가, 싫어할까봐? 여전히 묘해진 채로 히죽 웃었다가 네 얼굴 위로 손바닥 하나로 햇빛을 조금 막아주다가) 열사병 걸리면 고생이라면서요? 조심해요~ 날씨 때문에 훅 가는 사람들도 많다더라?
 
은빛가람:걱정했어..? (괜히 미안해져서 머쓱하게 웃다가 네가 히죽 웃으면 조금 입꼬리를 편하게 옮긴다. 손바닥으로 그늘을 만들어주면 너를 바라보다가 으응, 하는 소리를 낸다. 고마워. 작게 말하다가 꼬물 손을 움직이더니 네 손을 조심스레 잡는다.) 훅 가면 트루디가 걱정할까봐 안할거야. (응.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아이스크림을 베어문다.) 아프지 않게 노력할게. 약속.
 
트루디 아도라:음? (이번에도 정말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제법 묘한 얼굴을 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마냥 잘 웃어 넘겼다. 짖궃게 웃었다가 잡힌 손을 그래로 둬야하나, 고민도 했지만 그대로 두었다. 거두는건 그거대로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제 아이스크림이나 입에 넣었다.) 일단은 그렇다고 해둘까요~ 나야 예쁜 선배가 아프다고 하면 걱정하는 젠틀남이랍니다! 선배는 이것도 저것도 약속이라더라.
 
은빛가람:그렇지만-, 약속하면 덜 걱정하고, 조금 덜 신경쓰게 되잖아요. 우리끼리 한 약속이 많아지는건 그만큼 우리가 지키고 또 함께한 시간이 많아졌다는 뜻이니까-. (종알종알 이야기하다가 괜히 제 말이 길어졌다는 것을깨닫고는 머쓱한 표정을 짓는다. 잡았던 손도 조심스레 놓고는 시선을 너에게 한 번 두었다가 슬그머니 돌려낸다.) 꼬마가 젠틀한건 맞는 것 같지만. 내가 예쁜건... (아닌 것 같은데. 괜히 그런 말을 들으면 귀가 붉어지는 느낌이 들어 머리카락을 쓸어 제 귀를 덮어낸다.) 아무튼, 낮에 나오니까 정말 더 더운 것 같아-...
 
트루디 아도라:? 선배는 예쁘죠. (어, 이건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거의 숨도 안쉬고 아무렇게나 뱉었다. 어쩌면 평소 입에 달고 사는 말이라서 그런걸수도 있겠고. 일부러 말을 돌리는 것 같기에 뭔가를 더 꼬치꼬치 붙이진 않았지만 네가 그러니 자신도 받아주겠다는 것처럼 괜히 네가 든 아이스크림을 멋대로 한 입 베어 물었다. 뭐냐고 할까봐 제 것도 불쑥 한 입 먹여주고 시원하게 웃었지.) 푸흐흐... 그러네요! 원래 낮이 한창 더 더울 때잖아요? 땅이 익은 만큼 열기때문에 더운거니까. 그치만 수업이 일찍 끝나는거라면 나야 좋죠~ 따지자면 난 수업하는 동안 선배를 못보니까요. 아쉬운데, 밖에서 더 놀다간 오징어처럼 익을걸요?
 
은빛가람:정말... (정말 귀에서 홧홧거리며 열이 나는 것 같았다. 즉시 나온 답이 그가 한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아서 더욱 열이 올랐다. 그러다 제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에 에, 하는 소리가 뱉어지다가도 네가 네 몫의 아이스크림을 먹여주면 그대로 입을 다물고 오물오물거리다 삼키는 수 밖에 없었고. 네가 설명하면서 하는 말에 네 말이 맞다며 고개를 끄덕끄덕 끄덕이다가 이어지는 말엔 결국 제 얼굴을 손으로 가릴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지. 제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뭐라고 덧붙일 말은 빙빙 돌아가는 머리에서 나오질 못했다.) ... 나도 좀 더 자주 보면 좋겠어. (아주 작게. 기어가는 듯 말하다가 오징어 처럼, 이라는 말이 귀여워 꺄르륵 웃는다.) 익는것도 익는건데 따갑기도 할거고. 그러면 엄청 고생일테니까... 일찍 들어가야겠네. 그렇지?
 
트루디 아도라:뭐어...~ 그래야겠네요! (결국 어디 들렀다가자거나, 잠깐 다른 곳에 가자거나, 그런 말 따위를 하지 못해서 어정쩡하게 대화를 끊었다. 끊었다고 해야할까, 평소처럼 대수롭지 않게 흘리면 될 이야기를 갑자기 뭐라도 턱 막힌 것처럼 말도 나오지 않으니 조금 불만스럽게 얼굴을 구겼다. 받아주는건 좋지만 가끔 너무 받아주거나 그걸 알고 다 부탁해버리는 자신이 조금 초라하고 부정하고 싶어서 아닌 척이란 척은 다 해놓으니 결국 이렇게 되어버린 것이지. 그래도 역시 금방 돌아와선 네 앞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휘휘 갈라냈다가 이마를 콩콩 눌렀다. 얼굴을 가릴 정도로 내가 싫은건가? 적어도 아직까지는 남들이 그만해! 라고 소리치는걸 들을 정도의 장난도 안치치 않았나? 모르겠다. 그걸 신경쓰지 않고 어쨌거나 좋을 사람처럼 미련없이 손도 탈탈 털고 아이스크림이나 입에 물었다.) 어차피 곧 갈림길이라 헤어져야겠지만요? 나는 따로 갈 곳이 있어서 같은 방향으로 안갈거에요~ (못가는 것도 아니라 안가는거리니. 속이 꼬여도 어쩜 이리 베베 꼬였을까.)
 
은빛가람:(앞머리카락을 갈라내면 손틈으로 너를 올려다본다. 이마를 누르는 것에 작은 우, 하는 소리를 내다가 네가 손을 털어내면 손을 거둔다. 너를 따라 아이스크림을 물다가 갈림길, 이라는 말에 가만저 앞을 바라본다.)어디 가는데? (조금만 더 같이 가면 좋을텐데. 그러나 그 말을 내뱉을 수 있을정도로제 마음에 솔직하지는 못했다. 우물쭈물거리다가 괜히 네 옷자락을, 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허공에서 멈추곤 입을 오물거린다.) 늦지 않게 집에 들어가구. 꼬마야. (네게 향하던 손은 방향을 틀어 가방을 다시 고쳐매고 앞머리를 정리하는 것으로 다시 제 자리로 되돌아온다.) 그래도... 내일도 볼거지? 응?
 
트루디 아도라:...푸핫... 아, 죄송. (기분이 나쁘라고 일부러 웃은건 아니지만 머뭇거리는 저 손을 보지 못할 만큼 눈치가 없는 사람은 또 아니었기에 저도 모르게 터진 웃움을 손등으로 살짝 가렸다. 뭔가, 뭔가 기분이 좋아서. 고작해야 저 행동을 가지고 큰 의미라도 부여한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니 여유도 생겨 우뚝 서선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다. 새삼 정말 작고 하얗고 여린 사람이었다. 모두에게 인기가 많을 만한.) ...내일도 볼거긴한데... 예쁘고 미인인 선배를 두고가는 것도 제 남자로서의 자존심이 좀...~ 오늘은 집에 가기 전에 잠깐 시원한 곳에 들렀다 가지 않을래요? 요 앞 카페 메뉴가 그렇게 맛있다던데?
 
은빛가람:(웃음을 터트리면 다 들켜버렸다는 생각에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다. 그래도 네가 웃으니까 다행인가? 아닌가? 눈이 핑글핑글거리는 것이 느껴지다가 네가 하는 말에 빤히 시선이 위로 올라간다.) 정말? 좋아.꼬... 아니, 트루디랑 같이면 좋으니까. (다행이다. 조금 더 볼 수 있어서. 내일도 보겠지만 일찍 끝났는데 오래 못봤다면 아쉬웠을텐데. 방긋 웃다가 음, 하는 소리와 함께 손을 뻗어서 네 손을 잡는다.) 가자. 내가 사줄게.
 
트루디 아도라:(아, 진짜 다 보이잖아. 사람이 저럴 수 있나? 거짓말 하나도 못하게 생겨선... 거짓말을 잘한다고 좋은건 아니지만 적어도 나쁘진 않잖아. 다시 네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넘겨주다가 허락도 없이 손부터 잡아서 제 옆으로 잡아 끌었다.) 얻어먹을 작정으로 그런건 아니지만... 괜히 또 누가 사냐는 말을 하다간 시간이 더 지날 거 같으니 이번엔 얻어 먹을게요! 대신 다음에 값으면 될 일이고. 네, 가요.
 
손을 잡고 가는 당신, <지능> 판정 합니다.
 
은빛가람: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flower:...어라. 그가 저런 말을 한 적이 있던가요?
이건 그의 기억이 만들어낸 환상일 텐데, 당신의 기억 속 그는 저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길이 갈리는 갈림길.
 
그래도 그와는 헤어지지 않아도 되는 길.
 
당신은 또다시 현기증을 느낍니다.
 
그 해의 여름에는 빈혈이 유독 자주 왔었죠.
 
타는 것 같은 목과 머리로 피가 쏠리는 느낌.
 
어지럽게 일그러지는 시야.
 
눈앞이 하얗게 물드는 것 같았습니다.
 
트루디 아도라:선배?
 
당신의 손을 잡고 아이스크림을 입에 문 채
 
당신을 보며 걸음이 멈춥니다.
 
눈을 동그랗게 뜬 그의 모습과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당신은…
 
·· MUSIC ··Suki Na Hito Dake Ni▶ ❚❚ ━━━━⊙━━━━━━━─ 0:00
 
장면전환
 
"... 생"
 
"학생!"
 
퍼뜩,
 
정신을 차려보니 눈앞에 버스가 멈춰서 있습니다.
 
납골당으로 향하는 버스입니다.
 
버스기사가 혀를 차며 말을 이어갑니다.
 
"안 탈 거야? 날도 더운데 왜 거기서 자고 있어? 더위 먹으려고 그러지."
 
그래, 더위라도 먹은 게 틀림없습니다.
 
이미 죽은 너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는 것도,
 
그 기억이 그렇게나 생생한 것도.
 
더워서 헛것을 보는 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잖아요.
 
전부 다 여름이 너무 더운 탓입니다.
 
버스는 지금 타지 않으면 출발할 것처럼 부르릉,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은빛가람:탈게요. 죄송해요. (멋쩍게 웃다가 가방을 꾹 쥐고는 버스에 올라탄다. 버스카드를 찍고는 적당한 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본다.)
 
당신이 버스에 올라타면 버스는 출발합니다.
 
덜컹거리는 차체와 그에 맞추어 흔들리는 손잡이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
 
반짝이는 먼지 입자.
 
그 모든 것이 마치 꿈속처럼,
 
몽롱하기만 합니다.
 
종점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오고,
 
버스가 천천히 정차합니다.
 
버스에서 내리면 납골당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정오에 가까운 시간.
 
여전히 날씨는 찜통 같습니다.
 
당신의 눈에 납골당 앞에 위치한 꽃집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깥에 놓인 꽃들도 뜨거운 열기에 축 처져있는 것만 같습니다.
 
은빛가람:(꽃집 앞에 있는 기운 없는 꽃들을 바라보다가 꽃집 안으로 걸어간다. 그래. 꽃같은건 있는게 좋으니까. 숨을 가다듬고는 입을 연다.) 저어, 계신가요?
 
그러고 보니, 그에게 전할 꽃을 사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꽃집 안으로 들어서면 주인이 반갑게 맞아 줍니다.
 
여러 종류의 꽃들이 놓여 있습니다.
 
그 아이는 무슨 꽃을 좋아했더라,
 
고민하던 찰나에 한쪽에 놓인 꽃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어떤 꽃이 눈에 띄였나요?
 
은빛가람:(무슨 꽃이 좋을까. 눈으로 꽃을 훑어내다가 파란색의 수국을 보고 시선이 멈춘다.)...
 
그래요,
 
분명 이 꽃을 좋아했을 텐데.
 
언젠가 그가 했던 말은…
 
 
장면전환
 
·· MUSIC ··Daybreak▶ ❚❚ ━━━━⊙━━━━━━━─ 0:00
 
트루디 아도라:수국은 좀 싫어요. 특히 파란건 더 싫고요.
 
툭 던지듯이 그 아이가 말했습니다.
 
이상하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이야기는 없었는데.
 
애초에 그런게까지 꽃에 관심을 두는 타입도 아니었고.
 
점심시간의 옥상이었습니다.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는 평화로운 풍경.
 
아래에서는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정리 안된 머리카락이 흔들리고...
 
꽃향기가 나는 것만 같습니다.
 
트루디 아도라:(흠. 조금 짜증이 나서 삐죽거렸다가 매점에서 사온 빵이나 와앙... 먹어요...)
 
은빛가람:왜그래? 응? (빵을 먹는것을 바라보다가 비죽이는 입을 바라본다. 그것마저도 귀여워서 웃음이 흐를 것 같았지만 꾹꾹 삼켜낸다.)
 
트루디 아도라:아, 뭐... 별거 아니에요. 그냥 좀 싫어서요. (뭐라도 생각난 얼굴로 사라질 기미가 안보여서 계속 삐뚤삐뚤한 표정 지었다가) 아, 신경쓰지 마세요. 대화 주제가 될 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점심 마저 드세요.
 
은빛가람:(싫다는 말이 신경쓰이는지 빤히 너를 바라본다. 분명 무언가가 신경쓰이는 눈치지만 더 캐물을 자신은 없어서 손이 꼼질거린다. 싸온 샌드위치를 입에 넣으려다가 가만 네 쪽으로 내민다.) 한 입 먹을래? 응?
 
트루디 아도라:엥... 갑자기? (원래 먹는 음식에 연연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먹을래? 하면서 내미는 모습이 귀여워서 되려 복잡미묘했다. 평소 같았으면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먹었을텐데. 그래도 못이기겠는지 말없이 모퉁이만 한 입 베어 물었다.) ...음... 맛있다. 그런데 항상 그런거 싸오거나 하는 일 귀찮지 않나요? 전부터 생각했던거라서요. 그냥... 새삼.
 
은빛가람:(복잡한 표정을 하면서 모퉁이만 베어 무는 것에 아무래도 정말 상태가좋지 못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갑작스럽긴 하지. 움, 그래도 맛있다는 말을 들으니 기분 좋아 방긋 웃어보이고 샌드위치를 오물오물 먹다가 이어지는 말에 꿀꺽 삼키고는 고개를 기울인다.)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으면 보람있잖아? 물론 트루디가 그렇게 먹는건 맛없다는게 아닌데... 나눠 먹을 수 있고그렇잖아? 안그래요? 응?
 
트루디 아도라:그건 그런데 난... 그런 건 이해를 못하겠다고 해야하나, 잘 모르겠어서요. (큰 반박은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가 남은 빵 조각만 입에 털어 놓고 주스팩에 빨대를 뽁! 쑤셔넣는다.) 선배야 왠지 모르게 그런 일이 잘 어울려서 그냥 그런 사람도 있겠구나~ 하는 정도에요. 원래 먹을 거에 욕심은 없어서? 아. 그래도 역시 먹여주는 행위는 좋을까나!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돌아와선 키득거렸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음식보단 그 행위 자체가 즐거운거 같았지만.)
 
은빛가람:그럴 수 있지. 모든 사람이 같은건 아니니까. (응응, 고개를 끄덕이다가 곰곰 생각한다. 잘어울리나?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걸. 제 뺨을 가만 쿡쿡 찌르다가 먹여주는 행위가 좋다는 말에 방긋 웃는다. 도시락 한켠에 담긴 방울토마토를 들어 네게 내밀어준다.) 먹을래? 응?
 
트루디 아도라:엥? (뭐지? 물론 자기 입으로 말하긴 했지만 이게 이런 식으로 연결되는건가 싶어서 곧바로 받아먹지 않은 채 멀뚱거렸다. 그래봤자 잠깐이라서 얌전히 방울토마토를 받아먹었다가 그 사이에 또 장난끼가 돌아서 네 손가락까지 와앙 물었다. 놔주지도 않고 히죽... 히죽 웃고)
 
은빛가람:(엥, 이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 조금 웃긴지 키득이며 웃는다. 멀뚱거리다가도 금방 방울토마토를 받아먹는 것이 귀여워 작게 미소짓다가 제 손을 물어내면 놀라서 눈이 커진다. 히죽거리고 웃으면 차마 무어라고 하지도 못하고 시선이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당황스런 듯 입을 오물거린다.) 놔... 놔주면 안될까..? 응? 착하지..?
 
트루디 아도라:(저 얼굴만 보면 장난을 치고 싶다가도 조금 심해지면 물러나게 된단 말이야. 참 신기하게도. 이번에는 어떻게 할까, 따위를 생각했다가 두어번 정도 더 우물거렸다가 나름? 착하게 놔주고) ...나는 착하니까요? 안하고 놔줬어요. 칭찬해주지 않으실래요? (본인이 해놓고서 뻔뻔하게 머리.. 들이민다.)
 
은빛가람:(네가 우물거리면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다가 입을 떼어내면 휴, 하는 소리를 내며 너를 바라본다. 물끄럼 네 눈을 바라보다가 칭찬해달라며 머리를 들이미는 것에 미소를 그리며 네 머리를 쓸어내려준다.) 귀여워라... 잘했어요. 착해요. 역시 우리 꼬마가 최고예요. (가만 네게 물렸던 손가락을 바라보다가 네 손을 끌어와 네 손등에 입을 맞추고는 약간 떨어져 앉는다.)
충분하지? 칭찬으로 말야.
 
트루디 아도라:...뭐지? (이 진 기분은. 굳이 따지자면 지고 이기고의 문제는 아니고 단순히 즐거운 장난이 치고 싶어서 그랬던건데. 당했다는 기분으로 제 손등만 노려봤다가 결국 힘없이 다리를 쭉 뻗고 빨대를 입에 문 채 잘근거리며 씹었다. 왠지 모르게 좋은데 그만큼 거부감도 들었으니까.) ...점심 마저 드세요~ 그나저나 그 꼬마는 애칭인거에요? 이제와서 물어보는 나도 좀 그렇긴한데 애칭으로 부르기엔 아무래도 특이하잖아요. 선배라곤 해도 그렇게 차이는 안나니까 늙은이 같고~
 
은빛가람:(뭐지, 라는 말에 순간 몸이 굳는 것이 느껴져서. 빨대를 잘근거리고 씹는 것에 손을 가만 꼼질거리다가 네 말에 손을 제 무릎 위에 내려놓는다. ) 꼬마.. 라고 불리는거 싫어? 으응, 그건 맞지만... 그렇게 늙은이 같나..? (곰곰 생각하는 듯 시선이 아래로, 그리고 너를 향해 오락가락 하다가 고개가 기울어진다.) 트루디.. 라고 그냥 부를까? 트루디가 싫으면 그렇게 할게. 응?
 
트루디 아도라:아. 싫다는건 아니고 그냥 순수한 궁금증일 뿐이에요. 사실 처음 만났을 때 부터 궁금하긴 했는데 그 당시엔 신기하단 생각은 들어도 신경쓰이는건 아니었으니까요? (아무래도 그런 편이죠. 그렇게 덧붙이려다가 주스만 쪼로록 마셨다. 작고 아담한데 어르신들이랑 있으면 잘 맞을거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 잘 마시다가 이름에 읍, 컥, 뱉을 뻔해서 꼴까닥 삼킨다.) 아, 아니. 그건 편한 쪽으로 하세요! 나 그래도 애칭은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근데, 아니, 뭔... 나한테 굳이 안... 물어봐도 괜찮고요. 무슨... 내 대답이 중요한거처럼 말하시긴...
 
은빛가람:지금은 신경쓰여..? (순수한 궁금증이라고 해도 말야. 결국 네가 느끼는 감상은 맨 뒤에 붙어있었다. 이해할 수 있었다. 꼬마라고 계속해서 부르는건 결국 너에 대한 마음을 조금 줄이려고 하는 것에 가까우니까. 눈을 깜빡이다가 네가 뱉으려고 하는 듯 보이는 것에 고개가 기울어진다. 괜찮은거 맞나? 네게 가까이 가서 네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준다.) 으응, 그렇지만 트루디에게 불러주는건데... 그걸 듣는 본인이 싫어하면 안되잖아? 당연히 트루디의 대답이 제일 중요한걸. 당연한거야.
 
트루디 아도라:이게 신경쓰이는건가? 그냥 가끔가다가 너 그거 왜했냐, 같은 궁금증이 생갈 때 있잖아요. 그냥... 그거 같은데. (왜 저렇게 하나하나 물어보는건가. 그냥 성격이라서 그런가? 아, 그런거면 제법 납득이 간다. 그래도 왠지 뻘쭘해져서 입가를 손으로 대충 슥슥 닦았다가 시선을 옆으로 휙 돌린다.) 콜록... 아, 나 괜찮아요. 그리고 이름이야 상관... 없고요. 상관없다고 해야하나... 원래 이름 부르는게 보통이잖아요. 음,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그래도 좋, 다고요.
 
은빛가람:으음... 궁금증, ,도 신경쓰이는거라면 신경쓰이는거라구 생각하는데... (입가를 닦아내는 것을 빤히 바라보다가 시선을 옆으로 돌리면 그제야 마저 샌드위치를 오물오물 먹는다. 콜록, 하는 소리가 신경쓰여 시선이 네게 향하다가 상관 없다는 말이 들리면 미소가 그려지다가 좋다, 라는 말 까지 들려오면 고개를 기울이며 다행이라는 듯 웃는다.) 다행이다... 괜히 그거때문에 트루디가 나 싫어할 줄 알고 걱정했어. 그러니까 언제든지 좀 그러면 말해줘. 나는 트루디가 나 싫어하면-... 많이 슬플 것 같으니까?
 
트루디 아도라:어, 그래요? 그럼 그냥 그런걸로...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게 이런 식으로 몇 번이나 주고 받을 정도의 주제던가? 그래도 대충 수긍하는 걸로 마무리 할 수 있다면 그게 좋을거 같아 한 번 끄덕거리고 끝냈다. 뭐야, 귀엽게 먹네. 햄스턴가.) 뭘... 그런걸로 쉽게 싫어하진 않아요. 애초에 나 싫다는 사람도 잡지 않는 편이라서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에 가깝지만. 그래도 걱정마세요! 제가 설마 사랑하는 선배를 싫어하겠어요? 괜한 걱정도. 해도 쨍쨍한데 얼른 먹고 들어갑시다~ 급하게 먹진 말고.
 
은빛가람:(네 말에 미소를 지으며 먹는 것을 마저 먹는다. 그렇지만 사람 마음같은건 혹시 모르는 것이라서 어느순간 휙, 싫어할지도 모르는걸. 그런 점은 약간 걱정이 되어서. 그래도 네가 걱정하지 말라고 하였으니 마음은 좀 놓기로 하였다. 그리고 네가 직접 ... 어? 네가 한 말을 뒤늦게 곱씹고는 시선을 푹 떨어진다. 방금 사랑하는 이라고 했나. 물론 제가 생각하는 것이랑 다르겠지만. 시선이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네 말에 겨우 고개를 끄덕이며 오물오물 꼭꼭 씹어먹는다.) 으응, 알겠어. 그렇게 할게.
 
트루디 아도라:? 아니, 뭐야. 왜그래요? 진짜 더위 먹었어? (순식간에 당황해서 반쯤 벌떡 일어났다가도 별거 아닌 반응 때문인지 헛바람만 픽 빠졌다. 뭐였던거람? 이해할 수 없네... 저 동그란 이마나 볼을 어떡하면 좋냐. 괜히 먹는 사람 볼 정중앙을 꾸욱 눌렀다가 주물거린다.) ... 편히 드세요. (편히? 안아프게 꼬집...)
 
은빛가람:아니, 더위 먹은건 아니고... 좋아서. 괜찮아. 정말이야. (네가 반쯤 일어난 것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가 네가 볼을 누르자 눈이 네게 향해져서 깜빡깜빡거린다. 주물거리기도 하는 것에 어... 하는 소리가 길게 나다가 꼬집으면 작게 웃는다.) 우리 트루디가 놔줘야 편이 먹을 것 같은데... 응?
 
트루디 아도라:.(우리? 우리이? 우리이이? 이익. 혼자 꽁해졌다가 나는 쿨하다, 쿨하다, 같은 말만 중얼거렸다가 슬쩍 놨다. 유치하게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알겠어요. 먹는 사람은 개도 안건들인다는 말도 있는데... 재촉하는거 아니니까 정말 편히 들어요.
 
은빛가람:(네가 무슨 말을 중얼거리고 있으면 고개를 기울이다가 손을 놔주면 오물오물 다시 먹기 시작한다. 결국 끝까지 다 먹고는 방긋 웃으며 몸을 일으키고 네게 손을 내민다.) 자, 이제 갈까?
 
트루디 아도라:(시작은 좋았는데 가끔씩 느끼는 이걸 인정하고 싶지는 않아서 괜히 꾸물거리며 천천히 일어섰다. 그래도 어차피 변하는건 없을테니까.) 네네, 선배. 갑니다~
 
순간 타이밍 좋게 점심시간을 끝내는 종소리가 들려옵니다.
 
교실로 내려가야 할 시간이에요.
 
그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당신을 바라본 순간.
 
툭, 툭.
 
붉은 액체가 방울져 떨어지고,
 
바닥에 부딪혀 흩어집니다.
 
그가 당황한 듯 제 코를 붙잡고 있습니다.
 
트루디 아도라:아, 코피… 요즘 자주 이러네요. 여름이 너무 더워서 그런건가보죠, 하하~
 
그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며
 
능글맞게 웃은 채 말합니다.
 
꽃을 닮은 웃음이었습니다.
 
비록 채 고개를 들지 못한 봉우리 같은 꽃이었지만.
 
온 세상을 가득 메우는,
 
향기로운 웃음.
 
금방이라도 물거품이 될 것 같은 웃음.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아 눈을 깜빡이지도 못한 채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눈을 깜빡이는 그 순간,
 
장면전환
 
 
당신은 퍼뜩 정신을 차립니다.
 
서 있는 곳은 꽃집 앞.
 
꽃을 골랐던 기억은 있지만 그걸 산 기억은 없습니다.
 
또다시 일어난 기이한 현상… 에 <이성> 판정 합니다.
 
은빛가람: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감소 없습니다.
 
당신의 손에는 어느새 꽃다발이 들려 있습니다.
 
너를 닮은 꽃. 네가 좋아하던 꽃.
 
너의 환한 웃음이 그립습니다.
 
납골당의 안치실에 들어서면,
 
줄줄이 늘어선 유골함이 보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이 좁은 공간에 꽉꽉 들어차 있습니다.
 
그중에,
 
그의 함이 눈에 들어옵니다.
 
너의 인생이 이렇게나 작은 곳에 담겨 있다고 생각하니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누가 다녀가지도 않았는지,
 
유리 너머는 깨끗합니다.
 
그래도 그의 어릴 적 사진도 놓여 있네요.
 
사진 속의 그는 우산을 들고 있습니다.
 
그는 비를 좋아했던가요?
 
아니면 싫어했던가.
 
사진에서 빗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습니다.
 
지면을 두드리는 소리가…
 
장면전환
 
·· MUSIC ··Parting of the Ways▶ ❚❚ ━━━━⊙━━━━━━━─ 0:00
 
그날도 빗소리가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눅눅한 공기와 발치에서 튀어 오르는 물방울들.
 
갑작스러운 소나기였습니다.
 
구름이 가득 낀 하늘에서 끊임없이 비가 쏟아져 내렸죠.
 
당신이 있던 곳은 학교 현관.
 
이제 우산을 펴서 가야지,
 
하는 순간 누군가 뒤에서부터 어깨를 감싸고
 
우산 안으로 쏘옥 들어옵니다.
 
트루디 아도라:아이고! 이런 우연이! 제가 마침 우산을 안가져 왔는데 조금만 신세질 수 있을까용~ (어깨 꼬옥..)
 
은빛가람:어? (갑자기 들어온 너에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뜬다. 잡힌 어깨에 괜히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 열심히 평정심을 유지하다가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얼마든지. 대신 네가 들어야할텐데... 괜찮아?
 
트루디 아도라:아, 그럼요! 얻어쓰는 주제에 그 정도는 해야하지 않을까요? 저도 염치라는건 있답니다~ (자기 입으로 할 말은 아닌거 같지만. 네 우산만 쏘옥 빼간 채 펄럭 펼쳐들고 여전히 어깨는 잘 감싸쥐어 당겼다.) 젖으면 싫잖아요? 좀 붙으면서 갑시다? 나중에 보답할게요!
 
은빛가람:(보답? 네가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것 만으로도 보답인데. 네가 당기면 네 옆에 꼭 붙어서 제 어깨 위에 올라온 네 손을 괜히 조물, 조물거린다.) 보답은 괜찮은걸. 같이 가자. 트루디도 조심해야해. 젖지 않게 말이야. 가자.
 
트루디 아도라:(음? 여전한 낯으로 방긋거리며 웃다가 천천히 앞으로 걷는다. 느껴지는 걸로도 손이 작군, 싶기도 하고.) 좋아요~ 보답이야 다음에 만날 때 어떻게 할지 정하면 되는거고... 이렇게 쏟아질 줄 누가 알았겠어요? 일기예보에선 그런 말 없었는데 하필 수업 다 끝나고 쏟아지는거에요~ 그래도 이렇게 오는거 보면 잠깐 오고 말 소나기인거 같긴한데, 그래도 모르죠! 집까지 데려다 줄게요! 그리고 우산은 제가 쓰고 가도 괜찮을까요? 내일 돌려 드릴테니까, 네? 네? (뭔가 혼자서 구구절절 말해더니 네 정수리 위네 제 머리를 올리고 부비적거린다. 이 자식 비오는 바닥 위라는걸 모르고 있는건가 싶을 정도로.)
 
은빛가람:알겠어. 그렇게 할게. (고개를 끄덕이며 네가 종알종알 이야기하는 것을 듣는다. 하긴 이렇게 갑자기 비가 쏟아질 줄은 몰랐으니까. 사물함에 넣어두었던 우산이 아니었으면 정말 저도 쫄딱 젖었거나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야하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응? 그래주면 나야 고맙지..? (말을 미처 끝마치기 전에 제 머리 위에 네 머리가 닿자 눈이 깜빡여진다. 네 손을 꽉 붙잡다가 빨리 가자며 괜히 네 허리에 손을 살짝 감고 걸음을 옮긴다.)
 
트루디 아도라:(음? 자신이야 원래 이런 스킨십 따위는 누구든... 정확히는 여자들이랑. 어쨌든 자주 하다보니 별 신경은 안썼지만 네가 이렇게 대놓고 잡으니 정말 묘해져서 이상한 표정이 얼굴에 걸렸다. 다행이다, 네가 작고 내가 커서. 얼굴이 안보여서. 어쩐지 속에서 뭔가 올라오는게 안그래도 더운 날 쏟아지는 비의 습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이런 식으로 깨닫는 순간, 뭔가 어색해져서 쉽게 말은 또 떨어지지 않아 여러 번 혀를 씹었다. 이 미치도록 어색한 공기 어쩔거냐고.)
...아. 요즘은 멍한거 어때요?
 
은빛가람:(한참 조용했나. 빗소리 때문인가. 네가 말을 잇지 않아선가. 그래도 이 분위기가 싫은 것은 아니어서 저 또한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네가 말을 걸면...) 응? 멍한거? (그러고보니 그랬지. 계속해서 어지럽고, 멍해지고. 눈을 깜빡이다가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저어보인다.) 일단 지금은 괜찮은 것 같아. -, 신경써준거야? 응? 고마워. (후후 웃으며 네 허리를 감았던 손을 떼어내고는 너를 올려다본다.) 그래도 비오니까 조금, 더운건 덜한 것 같아. 그렇지?
 
sio l.:앗 저 왔어요 균님 @"@!!!
 
왔어요♥ (GM):잠깐 화장실이 길어졌어요 후훗... 오시면 준비하고 다시 가볼게요><
 
sio l.:네네 :3! 두근두근하게 기다리구 있습니다
 
왔어요♥ (GM):조아요... 20분 딱되면 갈길게요 후훗...
 
20분이다! 2021.05.15 PM 2:20 ~
 
트루디 아도라:네, 멍한거요. 안그래도 뭐랄까... 조금? 약해보이시잖아요~ 머리도 피부도 다 하얗다거나... (아마 큰 이유없이 가볍게 장난이랍시고 버릇처럼 약간의 저질스러운 농담을 툭 뱉으면서 네 쪽을 내려다 봤다가 어쩐지 미묘하게 시선을 돌렸다. 신경쓴건 맞는데, 비오는 날 하얀 살결을 보자니 이상한 사람이라도 된거 같아서. 큼, 목이나 가다듬고) 그건 그런데... 그래봤자 여름 소나기라서 시원한 느낌보단 그래도 살거 같단 기분에 가깝긴해요. 또 습기는 엄청 올라서 찝찝하고요.
 
은빛가람:그런가? 그래도 꽤 튼튼한 편이긴 한데. (요즘들어 자주 멍해지는거 빼면. 제 팔을 들어올려서 아주 약간이지만 보이기는 하는 근육을 내보이다가 금방 팔을 내려놓는다. 하긴. 발 끝이 젖어가고 공기가 무거워지는 감각은 부정할 수 없으니까.) 조금 시원해져야 이렇게 고생은 안할텐데-... 그래도. (이렇게 붙어갈 수 있는건 좋은데. 그 말을 삼키고는 생글거리고 웃으며 너를 올려다본다.) 그래도 나름대론 운치 있잖아? 집이라면 조금 보기 좋았을지도 몰라.
 
트루디 아도라:(근육이... 있네? 무례하고 예의없는 생각을 했다가 원래 근육이 있으면 좋은거니 깊게 파고들지 않기로 했다. 솔직히 무작정 우산 안으로 파고든 일이나 자신이 우산을 든 것 까지는 좋았지만 아무래도 차이나는 신장때문인지 점점 네 옆으로 우산이 기운 일도 모른 채 주변이나 둘러보았다. 죄다 우산을 쓰고 가는 사람들, 그게 아니라면 물을 튀기며 쌩쌩 달리는 차 정도. 그런 도중에 시선이 느껴져서 버릇대로 내려다보곤 방긋 웃어주었다.) 뭐~ 눈이든 비든 사실 실내에서 뽀송뽀송한 채 보는게 가장 최고죠! 하필! 우산을 잊고 와서 얼마나 곤란했는지 몰라요~ 하마터면 쫄딱 젖어서 갔을지도요? 여름 감기가 그렇게 무섭다던데... 아, 나 감기걸리면 병문안 와줘요?
 
은빛가람:(네가 방금 웃어주면 순간적으로 멍하니 너를 바라볼 수 밖에 없어서. 걸음이 잠깐 느려지다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다시 종종 네 옆에 달라붙어 가기 시작했다.) 그렇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데에서 보는게 제일 좋으니까... (고개를 끄덕이다 네 말에 어, 어? 하는 소리를 흘린다. 그런건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그렇지만 네가 아프다면 걱정할 것이라는 것과, 그가 아니더라도 네가 보이지 않으면 굉장히 염려가 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서.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당연하지. 그게 아니더라도 학교에 안오면 찾아갈거야. 하루라도 안보이면 섭섭한걸. 그것도 무지, 말이야.
 
트루디 아도라:어린 꼬맹이들은 우산이나 우비를 입고 밖에 뛰쳐나와서 좋아할지도 모르지만요? (자신은 그런 때가 있었나? 어린이라서 용서되고 허용되는 그런 짓들. 제 입으로 말해놓고 괜히 불쾌해진 탓에 찡그렸지만 티 한 번 내지 않은 채 여전히 웃는 낯이었다. 사람이 착하면 저렇게까지 크게 대답해주는건가, 싶은 놀라움도 있었다. 당연한건가?) 근데 생각해보면 우린 학년부터 달라서 제가 안오거나 선배가 안오면 빨리 알 순 없겠네요? 아, 상관없나? 보통 자주 보는 편이니까 금방 알지도요? 에휴... 저도 좋아하는 선배를 못보면 진짜 아쉬워서 가슴이 뻥 뚫린다구용... (우산을 들고 있는 주제에 네 머리 위로 제 얼굴을 올리곤 곧 떠날 사람처럼 칭얼거렸다. 왜인지 모르게 무지, 라는 말에 괜히 심술이 나서.)
 
은빛가람:(네 말에 괜히 네가 그랬을 어린시절을 떠올린다. 네가 그랬다면, 귀엽겠지. 약간 흐뭇한 표정을 지어보이다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표정을 정리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네가 좋아하는 선배, 라고 말하면 금방 얼굴이 빨갛게 되는 것 같아서. 손등으로 제 입을 가리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의미로 말하지 않은 것도 분명히 알면서도 네 말 하나하나에 반응하는건, 생리적인 반응에 가까웠다.) 그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등교하면서 보고 하다보면, 네가 왔는지 안왔는지는 알 수 있으니까. (왜인지 칭얼거리는 것 처럼 말하는 네 등을 천천히 쓸어내려주다가 옅게 웃어보인다. 그리고 네 손을 가볍게 감싸쥐고는 기울어진 우산을 고쳐준다.) 우리 예쁜 트루디의 가슴이 뻥하고 뚫리지 않게 자주 찾아가줄게. 약속이야.
 
트루디 아도라:그런가요? (사실 제 여흥이나 시야 안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바빴으니 네 일이 아니었다면 남보듯 하며 모르지 않았을까. 본인이 즐겁게 살기도 바쁜데 그럴 여유가 어딨단 말인가. 어차피 사람은 개개인마다 다르다지만 이게 너와 나의 큰 차이 중 하나인가 싶었다. 바꿀 수 없는 근본적인 인간성. 그러니까 기울어진 우산 따위도 보지 못하고 네가 일러주고 난 다음에야 알 수 있었지. 근데 보통 이렇게 해주면 좋아하지 않나? 아 뭐, 그건가. 편하긴 해도 딱히 그런 쪽으로는 여기지 않는 후배니까 달갑지 않은거? 네네, 이해했어요. 평소처럼 약속이라는 말에 그냥저냥 대꾸하고 더 덧붙이지 않았다.) 네에, 약속이요~ 그나저나 곧 도착하니까 조금만 더 가면 되겠어요. 그냥 해본 말이지만 감기 조심하고 들어가면 씻어요.
 
은빛가람:응, 그러게. 아쉽다.. (괜히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금방 너를 보지 못하게 된다는걸 아니까. 그럼에도 너에게 티는 내기 싫어서. 괜히 네 팔을 꾹 잡았다가 숨을 고쳐쉰다. 그러면 네가 불편해지기만 할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손을 머뭇거리다가 결국 팔을 뻗어 네 머리를 천천히 쓸어주면서 옅은 미소를 짓는다.) 그러게. 그러면... 트루디는 내가 아파도 병문안 와줄거야? (장난스럽게 웃는다. 제가 갓태어난 망아지처럼 건강하다는 것은 저도 알고 있어서, 명백한 농담이었다. 손을 거두기 전에 네 머리를 도닥도닥 두드려주곤 착한 트루디. 그 말을 아주 작게 속삭인다.) 걱정해줘서 고마워. 트루디도 조심히 들어가고, 꼭 잘 씻고. 도착하면 말해줘야해.
 
가까운 거리와 걸을 때 마다 들리는 찰박이는 소리.
 
집에 도착하기 직전, 순간 꽃향기가 코 끝을 스칩니다.
 
차가운 빗 속에서도 느껴지는 어지러울 정도로 달콤한 향입니다.
 
그 향기가 주변 공기를 꽉 채우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그 향기는 곧 비와 함께 녹아듭니다.
 
그런 당신, 갑작스럽게 <건강> 판정 합니다.
 
은빛가람:
건강
기준치: 60/30/12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어라? 갑자기 현기증이 나고....
 
이어 코피가 흐릅니다.
 
그는 놀란 듯 동그란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괜찮냐 급히 묻는 목소리가,
 
빗소리가 점점 멀어집니다.
 
...
 
장면전환
 
당신은 퍼뜩, 눈을 뜹니다.
 
당신은 버스에 앉아 있습니다.
 
덜컹거리는 진동이 느껴집니다.
 
비도, 그의 모습도,
 
익숙한 하굣길도 보이지 않습니다.
 
창 밖의 하늘은 한쪽 끝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언제 이렇게나 시간이 지난 걸까요.
 
마침 당신의 집이 있는 정류장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옵니다.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더위가 한 꺼풀 식어 있습니다.
 
느긋하게 흐르는 뭉게구름과 간간히 불어오는 산들바람.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
 
익숙한 풍경입니다.
 
꼭 오늘처럼 깨끗한 하늘이 인상적이었죠.
 
그 풍경 속에는 그 또한 있었습니다.
 
그리운 향이 나는 그 풍경 속에…
 
·· MUSIC ··空気力学少女と少年の詩▶ ❚❚ ━━━━⊙━━━━━━━─ 0:00
 
방과 후, 교실.
 
활짝 열린 창으로 간간히 불어오는 산들바람.
 
서서히 물들어가고 있는 붉은 하늘.
 
흔들리는 커튼과 함께 일렁이는 햇빛.
 
뒷문으로 막 교실에 들어선 당신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었습니다.
 
그가 죽기 일주일 전이었나요.
 
무슨 일인지 먼저 찾아오는 그가 오지 않아 와봤더니,
 
그는 그의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습니다.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옵니다.
 
엎드려 자고 있는 팔 아래로, 책상 위에 노트 한 권이 펼쳐져 있습니다.
 
은빛가람:트루디-... (너를 작게 부르다가 책상 위에 펼쳐진, 네 팔에 가려진 노트를 바라보다가 살짝 잡아당겨본다. 뭘 쓰려고 하던거람?)
 
슬쩍... 보는 당신, <관찰> 판정 합니다.
 
은빛가람: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flower:난잡한 글씨가 이리저리 적혀 있습니다.
'꽃', '병?', '병원에 가보기' 같은 단어들을 간간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스크랩해둔 신문기사의 일부를 발견합니다.
 
은빛가람:(병? 감정? 원인불명? 왜 굳이 이런걸 스크랩해놓은거지. 병원에 가야한다고? 약간은 혼란스런 표정으로 너를 바라보다가 네가 정말 어디가 아픈가 걱정되어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래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 작게 미소지으며 네 팔을 톡 건드린다.) 트루디?
 
톡톡, 치며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깼는지
 
그가 얼굴을 험악하게 찌푸리고 일어납니다.
 
눈을 비비는 그를 봅니다.
 
<지능> 판정 합니다.
 
은빛가람: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flower:그러고 보니, 그가 최근에 자주 졸거나 잠드는 모습을 보입니다.
원래 학교 시간 대부분을 그렇게 보내도 이상한 후배는 아니긴 하지만...
 
트루디 아도라:아..? 뭐야... ...아니, 진짜 뭐야... (한참동안 찌푸리고 있다가 뒤늦게 시야가 보여서 껌벅거렸다가 평소처럼 활짝 웃는다.) 우와, 선배잖아~ 어라? 설마 수업 끝나고 나혼자에요?
 
은빛가람:(네 그런 목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멍하니 너를 바라보다가 네가 웃어보이면 따라 웃으면서 너를 바라본다. 네 물음에는 고개를 끄덕인다.) 응, 안와서 내가 먼저 올라왔는데... 많이 졸려? 더워서 그런가... (괜히 네 이마에 손을 올리다가 작게 웃는다.) 같이 갈거지?
 
트루디 아도라:아, 뭐... 괜찮아요! 원래 학교에 수업 착실히 듣는 편도 아었고... (흠. 손바닥에 제 이마를 꾹 누르고 한 껏 가까워져서 다시 씩 웃어) 네, 그럼요.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실래요? 사물함에서 뭐 하나만 꺼내올게요. 적당히 앉아 계세요. 곧 다시 일어나겠지만~
 
은빛가람:(가까워진 너를 바라본다. 이렇게 보면 언제나의 트루딘데. 알겠어, 라는 말을 하고는 네 건너편 자리에 앉는다. 아무도 너를 깨우지 않았던건 너를 깨웠을 때 보이는 반응 때문일까. 제 손을 쥐암거리다가 너와 닿았던 손이라는 것을 생각하고는 가만 그 끝을 내려다보다 네게 시선을 둔다.)
 
그는 사물함에서 지갑 하나를 들고
 
거의 텅텅 빈 가방에 넣습니다.
 
돌아갈 채비를 하는 중,
 
그는 갑자기 멈칫합니다.
 
트루디 아도라:저.. 잠깐 화장실 좀! 먼저 가세요!
 
입을 가리고 힘겹게 말하고는,
 
급하게 문을 열고 뛰쳐나갑니다.
 
연신 들려오는 기침소리와 다급한 발소리.
 
그가 떠난 자리에는 달콤한 향이 남아 있습니다.
 
그의 말대로 먼저 집에 가거나, 쫒아갈 수 있습니다.
 
은빛가람:(잠시 멈춰서있다가 너를 쫓아간다. 아무리 그래도 아파보이는데. 정말 화장실이 목적인 것 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랬다면 기다리라고 했거나.... 만약 집 가는데도 그렇게 보이면 어떡해. 너를 따라 문 밖으로 뛰쳐나가 너를 따라잡으려 걸음의 속도를 빨리한다.)
 
교실 밖 복도에는
 
붉은 햇빛이 창틀 사이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당신이 화장실 쪽으로 가까이 갈수록 짙은 꽃향기가 납니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진한 향기에 눈앞이 아찔해집니다.
 
화장실에서는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듣기> 판정 합니다.
 
은빛가람: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flower:화장실 안에서 흘러나오는 기침소리와, 작은 신음소리.
그리고 무언가를 토해내는 소리. 이건.. 그의 소리인가요?
 
그 장면을 마지막으로,
 
당신의 눈앞은 하얗게 물들어갑니다.
 
균형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게 당신은…
 
·· MUSIC ··Clean Soul▶ ❚❚ ━━━━⊙━━━━━━━─ 0:00
 
… 깜빡, 깜빡.
 
익숙한 천장이 보입니다.
 
그래요, 당신의 방이에요.
 
언제 돌아온 것일까요?
 
당신은 침대에 쓰러져 자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방금 본 것은 꿈?
 
당신의 망상에 불과한 건가요?
 
1년 전,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끝없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당신의 방은 아침에 나올 때와 같습니다.
 
침대와 책장, 책상이 있습니다.
 
은빛가람:(무슨 일이지. 멍하니 정신을 차린다. 잠들어있었나? 꿈이었나? 온갖 생각을 하다 고개를 젓고 몸을 일으키며 침대를 살펴본다.)
 
flower:침대는 일어난 그대로, 알고 있는 당신의 침대입니다.
방금 일어났던 자리가 조금 흐트러져 있습니다.
 
은빛가람:(휴, 숨을 가만 가다듬는다. 기억을 명확하게 나누기가 어려웠다. 천천히 방을 돌아보다가 책장 앞에 멈춘다.)
 
책상 앞에서 멈춘 당신, <자료조사> 판정 합니다.
 
은빛가람:
자료조사
기준치: 30/15/6
굴림: 41
판정결과: 실패
 
flower:당신은 책 한 권을 봅니다.
 
「거대한 X의 구체가 XX를 향해 모여들었다. … X공X의 가장 먼 곳보다 X 멀리 있는 XX의 핵 속에서 영원히 부글거리는 X초적 점X…」
 
flower:하지만 몇 곳은 떵떵 비어져 있습니다.
그게 아니면 읽혀지지 않는건지...
 
은빛가람:거대한... 구체? 핵.? (소리내어 읽어보아도 도저히 읽히지 않았다. 눈을 깜빡. 또 깜빡이다가 책을 내려놓고 책상 앞에 앉아 책상을 본다.)
 
flower:책상 또한 마찬가지, 당신이 아는 그대로 입니다.
오히려 그 점이 어지럽게 하지만요.
거실에는 Tv가 켜져 있고,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 병이 발견된 지 대략 1년째,
 
인체에 큰 해악을 끼치지는 않지만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꽃을 토하는 증상을 보입니다.
 
꽃의 종류는 천차만별입니다.
 
이런 독특한 증상에서 이름을 따와 해당 병을
 
'하나하키 병'이라고 명명했습니다.
 
병의 원인은 짝사랑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짝사랑의 감정이 해소되자 병이 나았다는 사례에 대한 보고가 여러 차례 있었으며…
 
기자의 목소리와 함께 Tv 화면에 병원의 모습이 비칩니다.
 
그러고 보니, 방금 꿈에서 본 그 날 이후로
 
그는 일주일간 학교를 오지 않았습니다.
 
연락 하나 없이,
 
선생님의 입으로 근처 대형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만을 전해 들었죠.
 
별 일 아닐 거라고,
 
다음에 만난다면 괜찮냐고 물어봐야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만난 너는,
 
하얀 국화 사이에 있었습니다.
 
그때,
 
그를 찾아가 봤더라면 무언가 달라졌을까요?
 
그 병원에 가봤더라면…
 
...
 
다음 순간,
 
당신이 눈을 깜빡인 그 순간.
 
주변 풍경이 뒤바뀝니다.
 
Matryoshka
 
·· MUSIC ··Matryoshka - Noctambulist▶ ❚❚ ━━━━⊙━━━━━━━─ 0:00
 
장면전환
 
당신이 서 있는 곳은 병원 앞.
 
이것도 단순한 환상인 걸까요?
 
생생하게 느껴지는 오감이 당신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그가 입원했던 그 병원입니다. <이성> 판정 합니다.
 
은빛가람: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감소 없습니다.
 
하늘은 붉습니다.
 
지독하게 외로운 노을의 색.
 
몇 번이고 너를 떠올리게 만드는 색.
 
휴대전화 날짜를 확인해 보면 그가 죽기 하루 전날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은빛가람:(기억이 계속 휘몰아쳤던 탓에 오늘 아침에 있던 일도 며칠이나 지난 것 같았다. 그렇지만 지금 그런 걸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정말로 내가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어떻게든 너를 다시 볼 수 있다면, 일년하고 하루가 지난 오늘, 아니 미래. 아니 어떻게 되었든 너를 다시 볼 수 있다면. 숨을 크게 쉬다가 병원 안으로 걸음을 옮긴다.)
 
병원으로 들어서면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환자,
 
안내데스크와 양쪽으로 이어진 복도가 보입니다.
 
왼쪽 복도에는 양쪽으로 병실이 늘어서 있고,
 
오른쪽 복도로는 진료실 문 여러 개가 보입니다.
 
은빛가람:(사람들이 많네. 눈을 깜빡이다가 안내데스크로 간다. 물어보면 트루디가 어딨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flower:안내데스크에는 담당 간호사가 앉아 있습니다.
데스크로 오는 당신을 보며 무엇을 위해 왔는지 묻습니다.
 
은빛가람:어... 트루디 아도라 라는 환자... 어디 있나요? (있겠지. 있겠지만. 환자, 라는 말을 붙이기 싫었다. 빤히 담당 간호사를 바라보며 배시시 웃는다.)
 
안내데스크의 간호사:아,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탁탁 검색하고는) 네. 해당 환자의 이름이 있으시네요. 무슨 용건이시죠?
 
은빛가람:어... 병문안, 왔는데요. (보통 이런 것도 물어보는구나. 신기하다. 눈을 깜빡거리며 바라본다. 면회시간 이런 것도 제한이 있나. 병원에 와봤어야 알지 싶었지만 티내지 않으려 옅게 웃는 채로.)
 
안내데스크의 간호사:아, 그런거라면 이쪽에서 명단을 작성한 다음에 병문안용으로 명찰 목걸이를 받아가셔야 해요. 요즘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거든요. 그런데... 이 환자분의 경우, 1인실을 쓰시는데다가 보호자분께서 함부로 면회를 하지 않도록 당부를 하셨어요. 혹시... 가족분은 아니신가요?
 
은빛가람:(복잡한 절차네. 싶다가 뒤이어 이어지는 말에 잠시 말이 없다. 뭐라고 해야하지. 가족은 아닌데. 그렇다고 거짓말은 할 수 없어서. 혼란스럽다는 듯 제 손을 내려보다가 입술을 꼭 물었다가 숨을 크게 들이쉰다.) 그, 여자친군... 데요... (여자사람친구지만. 아직은. 그래도 잘하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안될까요. 괜히 애처로운 눈빛으로 간호사를 바라본다.)
 
아... 아~ 대인기능 판정이 가능합니다...
 
은빛가람:
말재주
기준치: 45/22/9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안내데스크의 간호사:(아아앗... 좀 미심쩍긴 하지만 여자친구란 말은 제법 들어줄만 했습니다... 교제하는 사람이라면 보호자도 알거라 생각해서... 방문자 명단 종이 내밀고) 그럼 일단 갈 때 한 번, 나갈 때 한 번, 총 두 번 이름을 기입하고 가셔야 해요. 칸에 적힌대로 인적사항, 그리고 환자분과의 관계, 출입 시간, 싸인도요.
 
은빛가람:감사합니다! (밝게 웃어보인다. 명단 종이에 제 이름을 빠르게 적는다. 관계, 관계. 빤히 바라보다가 결국 그 칸에도 여자친구, 라고 글자를 적는다. 출입시간은 핸드폰을 한 번 보고 적어낸 후에 싸인을 하여 내밀어보인다.)
 
안내데스크의 간호사:네. 확인 되셨구요. 여기 방문증은 목에 꼭 걸고 다니세요. 왼쪽 복도로 들어가셔서 104호실입니다.
 
은빛가람:네, 감사합니다! (방문증을 목에 꼭 걸고 감사인사를 한 후에 104호로 걸어간다. 방문 앞에 서서 문을 똑똑 두드린다.)
 
왼쪽 복도를 따라 들어가면 그의 이름표가 붙여져 있고 확실히 공간부터 다른 병실이 보입니다.
 
병실엔 아무도 없는지 노크를 해도 조용합니다.
 
은빛가람:(잠시 기다려도 반응이 없자 주변을 살피다가 문을 연다. 그렇지만 방문증도 받았고... 괜찮지 않을까. 하는 약간은 성급한 생각이 우선이었다. 그리고, 너를 보고싶다는 생각이 앞섰다. 너를 그렇게 많이 봤음에도. 오늘도.)
 
flower:그의 병실은 1인실로, 지금은 비어 있습니다.
침대 위에 그의 것으로 보이는 물건들과 구겨진 종이뭉치가 늘어져 있습니다.
침대 옆 선반 위에는 진료차트가 놓여 있습니다.
 
은빛가람:(아무도 없네. 꼭 이러고 있으니까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아서. 최대한 얌전히 있으려고 했지만...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종이뭉치를 하나 펴본다)
 
flower:펼쳐보면 구겨진 편지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위쪽에 적힌 선배에게. 한 마디를 제외하고는 백지입니다.
 
은빛가람:(편지였어? 눈을 깜빡, 깜빡이다가 선배에게, 라는 것에 누군가를 쉽게 특정할 순 없어서 다시 가만 내려놓는다. 괜히 나쁜 생각이 나서 고개를 휘휘 저어보이다가 선반에 보이는 진료차트를 내려다본다.
 
flower:그의 진료 내용이 작성되어 있습니다.
 
 
그의 병에 대해 알게 된 당신. <이성> 판정 합니다.
 
은빛가람: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이성 2 감소합니다.
 
주변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는 것만 같습니다.
 
이 사실을 그도 알고 있다면,
 
그렇다면…
 
그 아이가 죽은 이유는…
 
눈앞이 캄캄해지며 세상이 어둡게 물들어갑니다.
 
·· MUSIC ··Avec Soin▶ ❚❚ ━━━━⊙━━━━━━━─ 0:00
 
장면전환
 
병실의 풍경을 어둠이 집어삼킵니다.
 
당신은 어둠밖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 서 있습니다.
 
바로 눈앞에 있을 당신의 손도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것도 꿈인가요? (SNAC 1/1d3)
 
은빛가람:
SAN Roll
기준치: 53/26/10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감소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저 멀리에 작은 불빛이 보입니다.
 
빛을 향해 걸어가도 발을 딛는 느낌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 당신은 빛에 가까워져 갑니다.
 
느낄 수 있습니다.
 
어두운 공간 속을 헤치고 나아가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나?"
 
공간 전체를 울리는 것 같은
 
위압적인 소리가 들려옵니다.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의 목소리입니다.
 
하지만, 어딘가 낯익은…
 
그때, 당신의 머리에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꿈이 아니에요, 당신.
 
이제야 기억이 나나요?
 
당신은 누군가에게 빌었습니다.
 
그가 죽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 달라고.
 
식으로 허무하게 너를 빼앗아 가지 말라고.
 
그리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와 당신에게 물었죠.
 
당신의 답은 물론…
 
당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입니다.
 
그를 다시 만날 기회.
 
너와 여름을 함께할 기회.
 
그리고, 너를 살릴 기회.
 
어째서 잊고 있었던 걸까요?
 
잊을 수 있는 일이 아닌데도.
 
뒤죽박죽이었던 기억들이 맞물려갑니다.
 
어느새 당신은 빛에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네모난 문이라도 되는 듯,
 
어둠 속에 하얀빛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눈을 뜨세요, 당신.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에요.
 
장면전환
 
...
 
당신은 눈을 뜹니다.
 
방과 후, 아무도 없는 교실입니다.
 
지금 시간은 6시 53분.
 
창에 쳐진 커튼에 노을의 붉음이 베여 있습니다.
 
바람에 흔들린 커튼이 스치는 소리만이 들려옵니다.
 
그에 따라 붉은빛이 일렁이며...
 
어두침침한 교실 안으로 흘러듭니다.
 
그 날.
 
바로 그 날입니다.
 
늦여름의 노을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던 날.
 
네가 사라져 버린 날.
 
너와 함께했던 마지막 여름날.
 
교실 안에는 당신만이 있습니다.
 
그런 당신, <관찰> 판정 합니다.
 
은빛가람: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flower:미쳐 보지 못하고 무심결에 내딛은 발 아래로 무언가 밟힙니다.
실내화의 검은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봉투입니다.
발자국이 남지 않은 곳은 백색의 깨끗한 편지봉투입니다.
 
핸드아웃, 전달하지 못한 편지를 펼쳐주세요.
 
은빛가람:(편지를 보고는 숨을 가다듬는다. 그래, 다 봤던 내용이지만. 네가 그렇게 적은 편지를 보니까 괜히 눈물이 쏟아져서. 그렇지만 그렇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지금이라도 옥상으로 뛰쳐올라가야 하나. 혼란스러운 표정이 되다가 숨을 크게 들이쉰다. 다시 한 번 그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만나고싶단말야.... (손에서 편지가 구겨지다가 숨을 크게 들이쉰다. 고칠 수 있는 방법 있다고 했잖아., 숨을 가다듬다가 창문을 바라본다.)
 
그 때 그가 남긴 메신저를 받은 시간은...
 
아마 7시 20분 경이었을 겁니다.
 
그러니까 그는 지금 옥상 위에 있는거겠죠.
 
은빛가람:(옥상. 그래. 숨을 크게 들이쉬곤 몸을 일으킨다. 가야지. 몸을 일으키며 편지를 주머니에 넣는다. 빠른 걸음으로 교실을 지나다가 문을 열고, 복도를 지나면서 부터는 뛰기 시작한다. 계단을 뛰어올라가고, 옥상까지, 그렇게 다 와서야 숨을 헐떡이다가 옥상 문을 연다. 네 모습을, 바라면서.)
 
장면전환
 
·· MUSIC ··Your word▶ ❚❚ ━━━━⊙━━━━━━━─ 0:00
 
당신은 옥상을 향해 달립니다.
 
복도를 지나치고,
 
계단을 올라갑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폐가 터질 것만 같습니다.
 
조금은 녹슨 철문 틈으로
 
붉은빛이 길게 뻗어 나와 있습니다.
 
문을 열자,
 
눈부신 햇빛이 쏟아집니다.
 
눈을 뜰 수가 없습니다.
 
기분 좋은 바람이 이마를 간지럽힙니다.
 
반사적으로 감았던 눈을 다시 뜨면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아찔할 만큼 붉은 노을,
 
느긋하게 흘러가는 구름.
 
그 아래 서있는 너.
 
그의 옆에는 실내화가 아무렇게나 놓인 것이 보입니다.
 
메신저 창이 띄워져 있는 휴대폰을 든 채
 
눈물 고인 눈을 크게 뜨며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 모습이 한없이 작고, 초라합니다.
 
아, 그래요.
 
왜 굳이 문자였나요?
 
마지막으로 당신의 목소리라도 듣는 것이 무서웠던거겠죠.
 
트루디 아도라:(뭐야, 선배가 왜 지금 여기있지. 혹시 마지막 직전에 보는 환상인가 뭔가 하는 그런건가? 만약 그렇다면 너무한거 아닐까. 겨우겨우 참고 어떻게 메신저를 남긴지 생각하고 있는 참에 하필이면. 차라리 우와, 죽기 전에 이런 것도 보네, 같은 말 따위로 우습게 넘기면 좋을텐데. 사실 자신은 죽을 때도 별 의미없이, 혹은 대수롭지 않게 살다가 갈 줄 알았다. 어느 정도 맞긴하지만 적어도 구차하게 가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초라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놀란 얼굴 위로 눈만 껌벅이면 미지근한 눈물이 흘러서,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고작 한마디 뿐이었지만.) 선배...?
 
은빛가람:(선배, 라고 네가 나를 부르는게 좋았다. 그리고 계속 보았던 과거가 아니라 지금 보는 네가, 내 기억에 없는 너인게 좋았다. 그렇지만 그건 그런 감상을 말할 때가 아니었다. 울고있는 너도 귀엽긴 하지만, 지금 그런 말을 할 때는 더더욱 아니었고. 네게 달려가 일단 너를 끌어안았다.) 트루디... (가지 마. 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저도 울어버릴 것만 같아서 숨을 크게 들이쉰다. 입술을 꾹 깨물고 네 등을 몇번이고 토닥이면서 되려 진정하는 것은 저였다.) 울지 마... 나 여기 잇어. 응? 제발. 그, 있지 가지 말아줘. 응? 나랑 있어. 나는 네가 없는게 너무 싫어, 괴로워. 나는 꼬마랑 여름을 봤으니까 가을도 보고싶고, 내가 좋아하는 겨울도 보고 싶고, 또 봄도 보고 싶어. 내일 날씨는 또 어떨지 얘기하고 싶고, 너랑 또 아이스크림도 먹고 싶고, 같이 서점도 가고 싶고, 나중에는 붕어빵도 먹고싶고. 그러니까... (횡설수설. 제가 스스로 말함에도 무엇인지 모를 말을 했다. 말하는 나도 모르는데 듣는 너라곤 알아들을 수 있나. 그렇지만. 지금 말하지 않으면 또 다시 후회할 것 같아서.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곤 떨리는 눈동자로 너를 바라본다.) 가지 마. 응? 나랑 있어줘..
 
트루디 아도라:(솔직히 조금, 어쩌면 아주 많이 충동적인 선택을 하는 중인지도 모르겠어. 그도 그럴게 보통 이런 일이 너도 나도 생기는 것도 아니고 사람 한 명이 좋다며 투신을 준비할거라 생각하는 사람 또한 없을테니까. 무엇보다 더 참을 수 없는건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채 덜렁 핸드폰만 든 채로 너를 보는 자신의 비참함이다. 딱히 눈 앞에 네가 아니더라도 상대가 누구든 자신의 없어보임을 숨기고 다니지도 않았다. 태어난 집만 컸지 순수하게 쥐어진 것들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저 이런 순간이, 엉망이 된 자신이 누군가에게 보인다는 사실이 너무 비참해서, 차마 제 이름이 불려도, 심지어 작은 몸이 제게 달려와 끌어안을 때 조차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채 고개만 떨궜다. 비참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누군가를 진짜로 좋아해본 적 없었고, 그럴 예정도 없었다. 정말 나 하나만을 봐주며 욕심을 내는, 그런 무거운 감정을 느끼기 싫었으니까. 그 뒤의 후환이 두렵다. 그래서 이런 충동적인 선택을 저질렀나? 나 때문에 선배가 천천히 죽어가는 꼴을 보지 못할테니까? 기가 막히네. 뒤에서 불어오는 여름 바람이 미적지근 했다.) 근데 잘 생각해보면 이게... 다 내 탓이더라고요? 감당도 못할거면서 멋대로 좋아한 탓에 이런 일이 벌어진거야. 이 정도면 망할, 믿지않는 신도 그걸 아는거라고요.
 
은빛가람:아니. 아니야. 트루디. 괜찮아. 좋아하면 어때. 나는 트루디가 좋아. 트루디가 나를 좋아해준거라서 정말 좋아. (네게 말하는 모든 것들이 순수하게 진심이었다. 그런게 탓이 어딨어. 그게 뭐 어떤데. 네가 고개를 들지 않으면, 약간은 서글퍼졌지만 그럼에도 괜찮았다. 그래도 네가 제게 좋아한다고 말해준 탓이다. 너를 끌어안은 손에 조금 더 힘이 실린다.) 이제 감당할 수 있으면 되잖아. 나랑 같이 있고 싶다고 말해줘. 응? 트루디. 솔직하게 딱 한 번만 말해줘. 편지에 쓰인 글보다 네 목소리로 듣고 싶어. 솔직하게 말하는게 듣고싶어. 그러면 나도 솔직하게 말할게. 트루디가 좋아, 라고 말할래.
(웃는 얼굴로 바라보다가 네 어깨에 제 얼굴을 묻고 네 등을 쓸어내린다. 아니, 아니지. 그 말을 하고 싶은게 아니었다. 고개를 들고 발꿈치를 들고 네 귓가에 속삭인다. 네 주황색 눈동자가 보고싶었지만, 괜찮았다. 지금 내가 너에게 이렇게 말을 전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행복이었으니.) 아니, 나는 트루디를 사랑해. 진심으로 말이야. 그러니까 나랑 있어줘. 나는 트루디가 아픈것도 싫어, 이 세상에서 영영 트루디가 사라지는게 싫어. 응? 나랑 같이 있자. 함께 말이야. 나는 트루디가 성인이 되는 것도 보고싶고. 그리고.. 그리고… (입을 오물거리다가 꾹 깨물어낸다. 그러니까-…)
나는 트루디랑 같이 오래 행복하고 싶어. 나 아팠던건 괜찮아. 이제부터, 앞으로 트루디가 나를 이제 상처입히지만 않으면 되는거 아니야? 그러니까… 나에게 말해줘. 우리 꼬마가, 트루디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말이야.
 
트루디 아도라:알아요. 그렇게 말해줄거 같았어요. (애초에 네 입에서 싫다는 말이 나온 때가 더 드물지 않나? 아마 좋아해줘서 기쁘다, 그 쯤으로 생각하는 듯 갑자기 날뛴다거나 바뀌지 않았다. 만약 정말이라고 해도 그걸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믿을 수 없던건 이미 몰릴만큼 몰려 원래부터 낮았던 자존감 따위의 탓이겠지. 자신보다 작고 하얗고 약하고 힘도 없는 사람이 힘겹게 안아주는데 그것마저 못하는 사람이 이 앞으로 뭘 더 하겠어. 서로 좋아하는데 고백도 못하면서 쩔쩔매는 인간들을 볼 때 마다 도대체 왜 저러는지 이해를 못했는데 그저 업신여겼던거였구나. 이렇게 대놓고 말해주는데도 불과하고 자신은 그걸 믿지 못했으며 어디까지 확신을 해야할지 몰라 도망치고 싶었다. 이런게 싫었다, 이런게 싫었어. 조금이라도 진심이 섞이면 이런 꼴이 될 뿐이니 그게 무서워 지금처럼 살았다. 그게 편하지 않는가.)
나는, 선배의 말을 어디까지,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상하잖아요. 날 좋아한다는게 좀... 이상하지 않아요? 난 종종 선배의 그런 애정이 무거워요. 무섭고, 그런데도 그걸 나만 받고 싶다는 생각도 싫어요. (사랑이 뭐였지? 사랑이 뭐였나요? 이 떨리는 손으로 당신을 안아주지 못하겠어요. 당신은 쉽게 미래를 보면서 마주 보며 풀어가길 원하는데 나는, 그걸 못하겠다는 말이에요. 구질구질하고 하찮고 구차해서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게 마음대로 안되는거잖아요. 그게 이런 식으로 잘 풀렸다면... 적어도 나는 이렇게까지 안했을거라고 생각해요. 확신은 아니지만... 이제와서 그건 그렇게 중요한건 아니라고요. 아시겠어요? 내가 말 몇 마디 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좀! 좋은 소리만 하지말고!
 
은빛가람:(말해줄 것 같았다고? 네 말에 고개를 기울이다가 눈을 깜빡인다. 너는 내 말을 잘 믿지 않는구나. 그렇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저는 매사에 긍정적인 말을 했고 싫다는 말을 하는 것은 드물었으니까. 그렇지만 있잖아 꼬마야. 내가 너에게 하는 모든 말들은 다 진심이었어. 너랑 함께라면 뭐든 좋으니까. 그냥 함께다, 라면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니까. 너는 그 말을 믿는 것 같지 않아서. 빤히 바라보다가 너를 끌어당기며 미소를 지었다. 제게 닿지 않는 손도 괜찮았다. 그러니까. 지금은 그걸로도 좋았다. 너를 이렇게 끌어안는 것을 할 수 있다는게.)
트루디. 세상엔 그냥 몇 마디로 달라지기도 하는 일들이 많아.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하기도 하잖아. 또, 무언가 털어놓으면 마음이 가벼워지기도 하고… 만약에, 만약에 그게 힘들면…
(내 이기였다. 지금 하는 행동은. 그러니까 네가 만일 이것을 싫어한다고 해도, 나를 밀어낸다고 해도. 그렇기에-… 그렇기에 더 이상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을 것이었다. 짝사랑이 원인이라고 했잖아. 결국 어떻게든 끝이 나버리고 나면 너는 괜찮아지지 않을까. 만약 이런 정도로 네가 정말로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면 조금 슬프긴 하겠지만. 네 목을 감싸고 네 입술에 제 입술을 맞대었다. 사고도 아니고, 온전히 내 판단에 의한. 그런. 곧바로 목을 감았던 손을 떼어내고 옅게 웃었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대신 네 손을 잡았다. 한 순간이라도 제가 손을 놓으면 네가 또 그 때와 같은 일을 반복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트루디, 그러니까 말해줘. 네 말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가 있어. 지금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괜찮지 않다면 내가 괜찮아지게 할게. 그러니까… 내 마지막 부탁인걸로 해줘.
 
트루디 아도라:(사람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한다고 생각해 봤던 적이 한 번이라도 있다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 한 번 시작된 의심은 필요없는 부분까지 덮쳐 불신으로 만들기 충분한 감정이니까. 대부분의 일에 좋게 말하는 사람의 좋아, 는 참 알기 힘들어. 구별할 수 없는 그 점을 이용해 이제껏 살아온 제 행동을 돌이켜 보면 그것이 그대로 보였다. 마치 자신이 해온 가벼운 언행이 결국 돌아온 것처럼. 저렇게 배풀어 주는 진심이 무겁다, 저렇게 웃어주는 얼굴이 너무 눈부셔서 보지 못하겠어. 여전히 제 손은 네게 닿지 않았다.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겨우 대답 한마디를 못해 어물쩡거리고 있는 자신을 대신해서 감히 입을 포개어 준 것이 놀랍고, 있을 수 없는 사람의 얼굴처럼 변해 결국엔 일그러졌다. 먼저 온 게 당신이면서 가는 것도 당신이구나. 결국 눈가를 손등으로 훔치다 그대로 가리며 꼴사납게 훌쩍거렸다.)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 안, 안해줬는데... 내가, 내 말이 가치있다고, 해주지 않, 않았는데. 나... 사실은 죽고 싶지 않은데... 근데, 선배, 선배가 나때문에 안, 안좋게 되는 것도 못보겠어서... 나 그냥... 나 선배를 좋아하는데 이제 어떡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가 이게 뭐냐고 묻듯 마음의 끝이 질문으로 끝났지만 그 안에 순수함은 없었다. 어찌 해야할지 몰라 갈치를 잡지 못하는 미아처럼 덩그러니 남아 울음을 훔치며 그대로 서있는 꼴이 아슬아슬 했다. 그러면서도 네가 어디에 홀로 가버릴까봐 잡혀진 손을 자신이 꾹 잡았고 벌게진 눈으로 흘겨보듯 훔쳐보았다. 분명 저 붉은 빛을 등지며 받고 있는건 저일텐데 그 빛이 너무 강해 네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여름의 아지랑이처럼 곧 사라질 것 같기도 했고, 그래서 불안했다. 진심이 아니었던 삶은 편했으나 그만큼 헛된 것들 뿐이었음을 느꼈다. 그렇기에 온전히 서로가 마주보는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억지를 부렸던걸테지. 여름의 땀인지, 그게 아니면 눈물인지 모를 것들이 섞여 내렸다. 소나기처럼 차갑지 않은 것들이.) 가지마... 나, 나 진짜 좋, 좋아해요...?
 
은빛가람:트루디. (네 이름을 불렀다. 네가 우는 얼굴이 귀엽다고 생각하면 이상한 일인가. 한 손은 여전히 꼭 쥔 채로, 오른손을 들어 네 눈가를 쓸어주었다. 이렇게 작고 여린 아이가 어떻게 그런 무서운 일은 쉽게 결심했을까. 그렇지만 이번에는 절대, 그런 일을 반복하게 두진 않을 것이었다. 아, 맞아. 주머니에 들어있는 손수건을 꺼내 네 얼굴을 천천히 닦아주었다.)
있지, 내가 비밀 하나 알려줄까. (네게 조곤조곤 말한다. 비밀, 이라고 할 것 처럼 거창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너를 붙잡으려면 아주 작은 것도 크게 부풀려야만 할 것 같았다. 그것에 거짓은 없으니까. 너를 속이는게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작게 웃음을 지으며 네게 속삭인다.) 나는 트루디가 관련된 일에만 좋다고 말하는거 알아?
(눈을 가만 내리감다가 네 손을 붕붕 흔들었다. 조금이라도 네가 진정하기를 바랐다. 내가 웃어주면 네가 웃길 바랐다. 네가 우는 것은 사랑스러웠지만 그것이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심장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다. 울더라도 나 때문이 아니길 바라고, 내 품에서 울어주길 바랐다. 이건 욕심인가? 아닌가? 조금 욕심을 부리면 어때. 네가 용기를 내줬으니 나는 내 욕심으로 답할 생각이었다.)
트루디가 걱정하는 일은 없을거야. 나랑 같이 집에 가자. 오늘은 내가 데려다줄게. 만약에… 트루디, 네가 집이 싫으면 우리 집에 올래? 나랑 같이, 저녁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같이 TV도 보자. 오늘만이라도 좋아, 사실 매일 그러고 싶긴 한데… … 매일 같이 장난쳐도 좋아. 같이 자전거 타는 것도, 뭐든지. 사랑스러운 말을 해주는 네가 좋아. 그러니까 나랑 같이 있어줘. 내가 너를 좋아해, 트루디 아도라.
그게 내가 나의 작은 꼬마에게 전하는, 작은 진심이야.
 
트루디 아도라:(누군가 제게 이런 식으로 해줬던 적이 있던가. 가지말라는 한 마디에 대답 대신 손을 잡아주며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줬던 적이 있던가. 이런 관계를 쌓을 수 있었음에도 그것을 거절한 사람은 자신이며 그만큼 뒤따라온 결과라는 것도 알았다.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 사람에게 똑같이 진심을 곧게 쏟아주는 사람 또한 몇 없겠지. 이것은 인과응보였을 뿐. 만약 무엇이든간에 거절한다면 지금을 포함해 앞으로도 이런 인연과 관계는 가질 수 없겠지. 이렇게까지 안을 내어주는 사람 또한 없겠지. 자기네 집에 오라며 선뜻 권한 사람이 아주 없진 않았으나 그게 제 집 마냥 오래 지속될만한 거처는 되지 못했다. 즐겁긴 했겠으나 마음이 편한건 또 다른 일이었기에. 달래주는 듯한 말에 천천히 숨을 골랐으나 차갑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뜨겁지도 못한 눈물 방울은 점점 굵어져 조용히, 소리없이 뭉쳐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져 내기만을 반복했다. 계속해서 묻는 자신에게 맞춰주듯 그만큼 대답해주고 심지어 갈 수 있는 길까지 제시해주는 상냥함이 자신한테는 버거웠다. 그 무게를 한꺼풀 식은 여름의 빨간 노을빛과 함께 등으로 맞으며 천천히 손을 돌려 잡았다. 바르게 잡은 손을 손가락 사이사이를 엮었고 너를 끄는 대신 자신이 한발자국 걸어 코앞까지 닿았다. 빨갛고 노란 빛이 흰 머리카락에 닿으니 마치 반딧불처럼 흩어져 가는구나. 아직도 덜덜 떨리는 팔을 들어 감히 너를 안아 제 품에 넣어보았다. 이렇게 작구나, 이렇게나. 이 작은 몸에 진심이 가득 들어 있었구나. 한 번 안은 온기를 놓치 못하는 아이가 결국 얼굴을 구길대로 구겨 서럽게 펑펑 울었다. 겨우 길을 찾아 부모의 손을 잡는 아이처럼 형편없이.)
응... 같, 같이 돌, 돌아가요. 갈게요. 같이... 저녁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또... 같이 내일, 자전거 타고, 아... 또 뭐라고 했었지... 그러니까, 그게, 미, 미안해요. 내가 머리가 나빠서... 어.
나도 선배를 진짜, 진짜로 좋아, 좋아해요. 좋아해... 나 계속 잡고 있어요. 나 놓으면 안돼요...
 
은빛가람:(네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 내가 할 대답 알지? 약속도 해줄 수 있어. (머리가 나쁘면 어때. 다 이해해놓고는, 옅게 웃으면서, 여느 때처럼 가볍게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짙은 진심이 담겨 있었다. 너도 잘 알고 있겠지. 계속해서 펑펑 우는 네가 가엽게도 느껴졌다. 그래도 이제는 다행이었다. 네가 내게 안긴다는게, 네가 나를 잡아준다는게. 이제는 멋대로 떠나지 않을것이라는게. 정말이지. 이렇게 작고 여리고 겁도 많으면서 어떻게 그런 결정을 쉽게도 했는지. 길게 숨이 내뱉어졌다.) 울고 싶은 만큼 울고, 내려가자. 먹고 싶은거 있어? 내가 다 해줄게. 꼬마가 원하는거면 뭐든지 해줄 수 있어. (에헴, 하는 소리를 내며 가볍게 웃는다. 괜히 강한 척 이야기하고 싶지만 저도 금방이라도 다리가 풀릴 것 처럼 후들거리고 있었다. 그러니 너를 안고 있는 것으로 위장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도 너와 함께 내일을 계획할 수 있음이 기뻤다. 너와 한 번 더 저녁을 먹자, 자전거도 타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무수히 많이 등교를 하고 또 하교를 하고, 같이 우산을 쓰고, 꽃을 보고, 카페도 가고. 그러니까… 더 많은 날들을 함께하자. 네 걱정이 아무것도 아닐 수 있게.)
사랑해 트루디, 정말, 몇 번이고 이 말을 하고 싶었어.
 
·· MUSIC ··푸르게 군청론▶ ❚❚ ━━━━⊙━━━━━━━─ 0:00
 
장면전환
 
당신은 당신의 진심을 전합니다.
 
한 글자 한 글자,
 
그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
 
또박또박 전달합니다.
 
몇 번이고 아이처럼
 
당신의 진심을 되묻는 그의 목소리.
 
외로웠던 사랑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
 
그가 웃습니다.
 
꽃처럼 환하게,
 
눈앞이 아찔할 만큼 환하게.
 
바람을 타고 흘러오던 꽃향기가
 
물거품처럼 흩어집니다.
 
손끝에 닿는 생생한 감각,
 
꿈이 아닙니다.
 
늦여름,
 
노을이 지는 풍경.
 
그 풍경을 보아도
 
더 이상 외롭지 않습니다.
 
끝나가는 여름이 우울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여름이니까요.
 
두 사람은 몇 번이고 함께 여름을 맞을 겁니다.
 
더 많은 추억들을 쌓아가겠죠.
 
End 1. 여름, 우울의 끝.
 
두 사람 모두 생존!
 
생환 보상 이성 회복 1d10!!!
 
수고하셨습니다!!!!!!!!!!!!!!!!!!!!!!!!!!!!!!
 
은빛가람:고생했어, 이모,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