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5 [아카엠마] 여름을 말려 심장에 꽃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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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un0 (GM):OK. 천천히 오고 준비 다됐음 아카시 저널로 야옹해주기
아카시 륜:야옹은 너무 힘든거 아니냐.
이모왔다 그래도 해줄거면서 튕기긴...
귀엽다 가자 내 불량고영 남친아!
아카시 륜:이모 야옹은 힘든것같아..
앞으로도 시킬거니까 적응부탁.
△▲△▲△▲△▲△▲
2021.07.15 PM 9:40~아카엠마 - 여름을 말려 심장에 꽃는 법
새벽을 적시던 비는 어느새 폭우가 되어 내리는 중입니다.
개학을 하루 앞둔 지금,
당신은 집에 홀로 남아있습니다.
말발굽 소리처럼 휘몰아치는 비,
색을 잃은 잿빛 하늘,
습한 여름.
기승을 부리는 여름은 꺾일 기미 하나 보이지 않으매
비는 더위를 감추지 못합니다.
특별한 것 없는 일상입니다.
당신이 괜히 강수량에 대해 떠드는 뉴스에 집중하다 보면,
<듣기> 판정합니다.
아카시 륜:
heart rain:쏴아아- 끊이지 않는 빗소리, 그 사이 이질적인 소리도 함께 들립니다.
앵커:8월 하순을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의 강수량이…
빗소리보다 조금 더 거칠고, 무게 있는 소리가 들립니다.
귀를 기울일 필요는 없습니다.
앵커가 무어라 하든,
그 소리는 점점 더 선명해지니까요.
앵커:새벽부터 시작된 비는 전국을 강타했습니다.
--
앵커:시간당 100mm로 인천 전역을 시작해 전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으며,
-똑
앵커:기습폭우로 인한 피해 역시 속출하는 중입니다.
똑똑.
확실하게,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택배를 시켰던가요?
누가 집에 방문하기로 했던가요?
기억을 더듬어도 방문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어떤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팟-
몇 가지 소리와 함께 가전제품들의 불이 꺼집니다.
정전입니다.
우중충한 하늘 덕에,
잿빛이 슬금 들어온 집안은 낮임에도 어둑하네요.
인터폰마저 지직, 뚝.
아랑곳하지 않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끊이지 않습니다.
어째 예감이 좋지 않네요.
문을 열어줄 건가요?
아님, 조용히 그 누군가를 무시할 건가요?
아카시 륜:(머리를 긁적였다. 확실히 내가 뭔가를 시키진 않았는데..아닌가. 뭐 온다고 ...한 것도 없는데. 끙. 소리를 내곤 인터폰을 슬쩍 보다가, 다시 현관문을 바라본다.)
여전히 불 하나 켜지지 않은 실내는 어둑하기만 합니다.
문이 열리고,
앞에 선 상대를 확인하면…
뚝, 뚝.
흥건히 젖은 바닥이 보입니다.
그리고, 물벼락을 맞은 듯 푹 젖은 옷을 입은 그도 함께.
빗물이 방울방울 매달린 머리카락,
하염없이 물이 떨어지는 옷,
또….
체리 엠마:…아카시.
당신을 부르는,
파리한 인상의 그.
<심리학> 판정합니다.
아카시 륜:
heart rain:당신의 착각일까요?
체리 엠마:괜찮은 거냐?
…무엇이?
그리 묻는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고칩니다.
아까처럼 목소리를 떨지 않고,
그저 태연한 낯으로.
우산이 없어 당신의 집을 방문했다는 이유도 함께 덧붙입니다.
우선은 젖은 그를 집안으로 들이는 게 좋겠죠.
네모난 상자 속 <뉴스>는 여전히 이번 기습폭우를 다루고 있으며,
[<화장실>]에서는 뽀송한 수건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아, <부엌> 찬장에 고이 모셔둔 티백으로 차가운 그의 몸을 녹일 수 있겠네요.
<엠마>는 젖은 탓에 그저 우뚝 서 있습니다.
아카시 륜:...
heart rain:세찬 비를 맞은 탓인지 그의 낯은 평소보다 더 창백합니다.
<관찰> 판정합니다.
아카시 륜:
heart rain:찰나, 그의 손등 위로 여린 푸른빛이 반짝거립니다.
체리 엠마:음... (눅눅한 머리카락 쭉쭉 잡아당기다가) ...그냥, 그렇게 좀 됐어. 나 추워. (도움받아야하는 입장이지만 뻔뻔하게 굴어봤다. 그것도 그렇지만 파리한 인색은 사실이었고.)
아카시 륜:...넌 무슨 제대로 말도 안해주고..(너 답다.라고 느즈막히 대답하고 욕실로 향했다. 그리고 큰 수건을 가지오더니 네 어깨에 수건을 올려두고 돌돌 말았지.) 추울만도 해. 밖에 그렇게 비가 오는데 넌 무대포로 오면 어떡하냐? ..감기라도 걸리면 어쩔려고 그래.
체리 엠마:아붑... (이럴 필요까지 있나? 뭐, 크고 두툽한 수건일수록 본인이야 좋지. 돌돌 말린 수건으로 이리저리 꾹꾹 눌러 닦았다가) 일단... 감기엔 안걸린거 같은데? 오는 동안 기침도 한 번 안했어. 아마... 음... 몸이 튼튼해서? 일지도?
heart rain:화장실의 습기 가득한 눅눅한 하루라 해도 수건은 뽀송한 게 제구실을 하고 있군요.
<지능> 판정합니다.
아카시 륜:
heart rain:그 때, 가지런히 놓인 칫솔이 생각납니다.
아카시 륜:(곰곰.. 내가 칫솔 저런 색을 썼던가. 제대로 보고 나올걸 그랬나. 잠시 딴생각을 하면서 쪼그려 앉아선 꾹꾹 체리를 닦아내리 시작했다.) 너는 뭐하냐. 진짜.. 바보야? 비 맞고 아는 거지. 비 맞으면서 바로 기침이 나오겠냐고 .. ..(결국은 그대로 들어선.... 소파에 앉힌다. 소파가 있을려나?여튼 안으로 들어오게하자.)
체리 엠마:??? (들었어? 나를? 들었다고? 뭐임? 뭔거임?? 뭐... 뭔거임?? 황당해서 아무 말도 못했다가 쇼파에 앉혀지고 이도저도 아닌 얼굴로 봤다가) ...뭐, 뭐냐? 너... 알고 있었지만 힘... 힘이 쎄네?... (아 좀? 부끄러운데? 괜히 툭... 던져)
아카시 륜:..내 여자친구가 힘 좋다는건 알고 있었긴했는데... 일단 내 여자친구들 힘 정돈 있다고.(뭔가 존심 상한다. 눈썹이 삐딱...해진다.)
체리 엠마:그, 그런거 입 밖으로 말, 말하면 안, 안창피하냐? (게다가 두 번이나 말했어. 두 번이나 말했어! 그렇지 않아도 차갑게 식은 몸인데 갑자기 열이 올라 피부가 간질간질거렸다.) 나, 나 아무거나 괜, 괜찮아... 물도 좋아...
heart rain:찬장에는 티백이 여러 개 놓여 있었습니다.
만! 갑자기 <행운> 판정!
아카시 륜:.. 나보단, 니가 부끄러워하는것 같은데. 왜 이렇게 말하는거 부끄럽냐? 한번 더 이야기 해줄까? (쪼르르 부엌으로 가선 뒤적거려본다. 뭔데 내가 다 먹었다고?뭐야 뭔데 진짜 없는거냐?어어? )
아.
아.
아카시 륜:(못 본척해줘. 지금 찬장만 보고있어.)
아. 미치겠네. 아.
열... 열다가!
티백은 커녕 찬장 모서리에 꿍!! 하고 박았습니다...
아프겠네...
아카시 륜:악!악!(펄쩍)
heart rain:아 ㅠㅠㅠ 1 구멍났다 2 구멍안났다 1
구... 구멍이 난... 듯?
아카시 륜:(뭔데
피가... 납니다... 아카시 체력 -1...
아카시 륜:(진짜 웃기다......허탈하게 웃어버림..)
체리 엠마:(너무 웃겨서 옴) 야 뭐하냐 ㅋㅋ (ㅋㅋ)
아카시 륜:아..(ㅋㅋ) 너 우울해보이는것같아서 생쇼 해봤다.(ㅠ) 아 ..근데 진짜 아파.
체리 엠마:고맙다... 그래보이네. 너 피난다. (감기 어쩌고 할 처지가 아닌듯?...)
아카시 륜:..뭐.... .. ..피나던가...... (죽은 눈으로, 티백 뒤적거림..)
하아... 웃긴다.
꽁! 하고 박을 때 같이 떨어졌는지 하나 남은 코코아 스틱이 떨어져 있습니다.
아카시 륜:(아ㅠ)
머리를 내어주고... 코코아를 얻었습니다.
아카시 륜:(눈앞이 아찔해지는 기분이다 진짜..)
체리 엠마:아 ㅋㅋㅋㅋㅋㅋㅋㅋ (괜찮냐 한마디 안해주고 마냥 웃는 중) 개그 고맙다? 근데 너 왜 집이 텅텅 비어있어. 자취 마스터 아니었음?
아카시 륜:..아 개 아찔해지는 눈앞. 체리어디갔냐 집갔냐 아 안보여.(ㅋㅋ)
그래도 그게 괜찮아진 낯으로 돌아가지 않고 기웃거립니다.
포트에 물을 끓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연기를 내며 삑, 하고 꺼집니다.
그에게... 코코아를 줄건가요?
아카시 륜:뭐야 앉아있으라니까. 기웃거려봤자 뭐할려고..(괜히 성질한번 내보고......)
체리 엠마:그냥... 재미있을까봐...? (큰 의미는 없는지 얌전히 받아들고 또 한소리 들을까봐 알아서 쪼르르 쇼파로 다이빙...)
아카시 륜:...넌 그냥 내가 머리박고 기절하길 원했던거지?(빛잃어버린 눈동자..)
heart rain:눅눅한 것만 제외하면 수건을 가지러 갔을 때와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잠깐! 그래도 찾는다면 <관찰> 판정 해볼까요.
아카시 륜:그래..정신이 아찔해지는순간에 한번 눈 뜨자고
정신을 잃었다.
heart rain:드라이기를 화장실이 아니라 다른 곳에 두었던가요?
아카시 륜:...하아아..어디에있니...
heart rain:아.
아카시 륜:아..(눈질끈!)
heart rain:TV가 있는 거실로 가보면 탁자, 그러니까 탁자와 함께 있는 의자 위에 드라이기가 있습니다.
아카시 륜:(눈 비빔.)
heart rain:그는... 그냥 수건으로 제 몸을 닦고 있습니다.
아카시 륜:..(잠시..생각하는 얼굴이 되었다가 쪼르르 옷장이 있는곳으로 향해본다.방에 있을려나? 옷을 갈아입혀야할것같은데.)
체리 엠마:아카시.
당신의 이름이 허공을 둥둥 부유합니다.
나지막한 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면,
사뭇 진지한 표정의 그가 보입니다.
그의 손등에 새겨졌던 빛이,
헛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이.
당신만을 오롯이 담은 그 눈에 푸른 빛이 스칩니다.
동시에, 그의 피부 위로 기하학적인 형태의 무늬가 그려집니다.
마치 별자리처럼……
지금 당신은 무얼 보고 있는 거죠?
체리 엠마:이번에는 잘 될 거야. 기억할 수 있지?
<듣기> 판정합니다.
아카시 륜:
heart rain:당신은 지금 이 상황, 이 공간이 너무나도 고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해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상황에 <이성> 판정합니다.
아카시 륜:
이성 1 감소합니다.
체리 엠마:이번에는 학교에서 만나자. 기다리고 있을게.
무어라 말하든,
그는 당신의 손을 강하게 마주 잡고 눈을 감습니다.
피부 위로 새겨진 무늬는 그를 집어삼킬 듯 반짝이고,
어디선가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에 숨을 쉬기도 어렵습니다.
별자리가 촘촘히 수 놓인 그에게서,
우리에게서 빛이 쏟아집니다.
중력이 배로 느껴지는 기분에 속이 울렁거려요.
허공에 방울방울 매달린 비는 여전히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가 입 모양으로 어떤 말을 전합니다.
하나,
둘,
셋.
…
깜빡.
…
…
…
앵커:이번 주 내내 맑은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열대야 역시 지속적으로…
창밖은 맑으매 푸른 하늘은 눈이 부십니다.
무더운 여름은 건조한 탓에 비는 내리지 않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정적을 깨뜨립니다.
아카시, 당신의 손을 잡고 있던 상대는 어디로 갔나요?
집 안에 남은 건 맑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햇살,
그리고 당신뿐입니다.
<이성> 판정합니다.
아카시 륜:
이성 1 감소합니다.
마치 영화 속 장면이 빠르게 전환되듯,
페이드아웃 없이 한순간에 뒤바뀐 세상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잠시 주변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아카시 륜:... ...?(주위를 두리번거린다.)엠마?
heart rain:▶그가 있던 자리 : 그에게서 뚝뚝 떨어지던 물마저 사라졌습니다.
아카시 륜:... ....(뭐지 아까전만 해도 여기 있었는데. 도대체 어디로 간건데. 당황한 눈동자는 떨림과 동시에 밖으로 나섰다.)
heart rain:▶창밖 : 밖으로 눈을 돌리면 푸른 하늘입니다.
아카시 륜:...(TV를 보자. 비가 온다고 하지 않았어?)
heart rain:기상캐스터가 주간 날씨를 알려주는 중입니다.
아카시 륜:(뭐야 이거. 당황한 얼굴로 TV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 이게 아니라. 일단 날씨가 이상해졌는데 이게..이게? )..뭐,뭔데.
heart rain:학교로 갈까요? 개학은 내일이기 때문에, 찾아가도 교문은 잠겨 있겠지만요.
아카시 륜:학교 가보자. 엠마가 있는데 가야지. 교문 일단..가보고 생각해보자.
그 외의 다른 것을 살펴보아도 평범하고
익숙한 당신의 집일 뿐입니다.
학교로 가기 위해 나선 집 밖의 그늘마저
푸르러 바다를 베어 옮겨둔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매미 소리,
물감을 풀어둔 푸른 하늘,
건조한 여름.
당신은 꿈이라도 꾼 걸까요?
쏟아지는 햇살에 이처럼 눈이 따가운데도?
폭우도 그도,
그리고 반짝이던 무늬마저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인 게 틀림없잖아요?
분명 학교에서 만나자고 말했었죠.
대체 오늘 겪은 일이 무엇인지….
…멍한 정신에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한 학교는 입구에서부터 휑합니다.
교문도 잠겨져 있고, 수위 선생님도 제 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카시 륜:...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생생하니까.(끙 소리를 내곤, 두리번거린다. 엠마는 없을려나.)
그는 물론이고 선생님의 차들도 보이지 않습니다.
개학 하루 전이니 다들 각자 일로 바쁘겠지요.
방학동안 하는 보충수업이나,
동아리 활동도 없는 듯 합니다.
아무래도 헛걸음 같기는한데...
확인을 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요.
아카시 륜:...뭐야..
그는 내일 만나자고 했었죠.
내일 학교에서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만...
원한다면...? 넘어갈 순... 있습니다.
대신 수위 아저씨와 더불어 잠긴 교문에 대한... 판정이 있겠습니다...
아카시 륜:(뭐가있는지..궁금하긴한데...일단 함해볼까..인생은..도전아니겠니..)
heart rain:OK. 그럼 어디에 무슨 판정을 할까요?
아카시 륜:(일단 잠긴 교문을 넘어가야하니까 이게 뭘로 해야하나 은밀하게 갈까.)
은밀하게 간다면 은밀행동과 민첩 동시 판정을, 또는 오르기 판정 하겠습니다.
아카시 륜:(일단 해보자.뭐든.)
민첩도 판정합니다!
아카시 륜:(아!)
heart rain:아. 이게... 이게 되네?
아카시 륜:(뭔데 진짜로)
쇠사슬을 건들이지 않고 조심스럽고 빠르게 넘어가면,
다행히 수위 선생님께도 걸리지 않은 모양입니다.
교문을 넘어 빠르게 건물 안으로 들어가보면
정말 쥐죽은 듯이 조용한 내부입니다.
아카시 륜:(진짜 이게 되네..)
조금 둘러보자니, 그나마 1층 교무실에 선생님이 몇 명이 개학으로 할 일을 하시고
온갖 층은 조용하고 문이 닫혀 있습니다.
아카시 륜:(뭔데 선생님들 계시냐고 떨리는 눈동자.)
heart rain:아무래도... 그런 편이죠.
아카시 륜:...(열심히도 하시는구나.)
heart rain:서성거려보면 별 다른건 없지만 평소 같이 시끄러운 교내가 아니라는 점이 새삼스레 어색하기는 합니다.
아카시 륜:(그렇겠지.. 그러면 돌아가자. 여기서 내가 할건 없을것 같으니까.)
그래도 확인차 왔으니, 없으면 없는대로 확신은 된거겠죠.
나갈 때도 들어왔던 것처럼 조용히 나가 넘어오면,
수위 선생님께 걸리지 않고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는 못 찾았지만... 내일 보자고 있으니까.
돌아가는 길은 여전히 덥고 건조하기만 합니다.
…
…
…
개학,
멀게만 느껴지던 단어가 오늘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펄럭이는 교복들이 흰나비처럼 이곳저곳 쏘아 다니네요.
어제 일어났던 일들이 생생한 꿈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 일을 빼면 이 여름은 평범한 하루와 다를 것 하나 없어,
당신은 배로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정말 꿈이었을까요?
걸음은 느릿해집니다.
보통은 횡단보도를 건너,
가로등 두어 개를 지나면 그가 보이곤 했습니다.
하지만….
반장:안녕, 아카시. 오늘 정상수업이래. 그래도 다행이다. 오늘도 학교는 와서.
당신의 어깨를 조심스레 콕 찌르는건,
다름 아닌 같은 반 반장입니다.
반장이라는 호칭 아래 그가 아니라면
유일하다시피 말을 걸어주는 아이입니다.
그는 보이지 않습니다.
반장:그보다 오늘 날씨 진짜 좋네. 보통 이맘때 즈음이면 비도 오고 그랬던 것 같은데.
아카시 륜:엠.(마.라고 하기도 전에 제 어깨를 콕 찌르는건. 반장이였다.) ... 아..
반장:응? (잠깐 웃었다가) 오늘은? 하지만 요즘 계속 맑은 날씨만 이어지고 있잖아.
아카시 륜:... ..그런가? 원래 여름은..그렇지 않아? 비.. ..어제 비가왔던가?
반장:무슨 소리야? 어제도 그렇고 최근엔 다 맑았잖아? 오히려 장마철은 아직 멀었는지 생각할 정도니까.
아카시 륜:.. ..뭐? 어제 비왔지 않았어? 꽤 많이왔는데. 그래서 엠마가.. 비맞아서 집에 왔었어. ...뭐야.
반장:…엠마? 걔가 누구야? 일단 그렇게 말해도 모르겠는데. 나는 처음 듣는 이름인걸. 혹시 다른 학년이나 다른 반이야?
아카시 륜:..아..그. 그러니까.. 걔 선도부잖아.키 완저 조그만하고 흑발에 안대하고 다니고 늘 붕대하고 다니는 칠칠이 있잖아! (당황해선 말이 빠르게 나왔다.)
반장:...아~ 미안. 그치만 나도 반장이니까 우리 반이라면 일단 다 기억하고 있는데, 그렇게 생긴 사람은 모를리 없잖아? 그렇게 특징이 뚜렷하다면 더 그렇고... 정말 우리 반 맞아? 아카시는 그 전만 해도 학교를 잘 안나왔다며? 그래서 착각한걸수도. (아무리 해봐도 모르겠다는 얼굴로)
아카시 륜:..(뭐지... 당황한 눈동자는 연신 떨려서 말까지 나오기 힘들었다. 이게 무슨 일인건데. ..이게..뭐야. 아.) ..자. 잠깐만 나 먼저 가볼게. 반장 나중에 보자.
학교로 향하는 당신의 뺨 위로
푸른 나뭇잎 하나가 떨어집니다.
중력을 따라 떨어진 잎은 한가득 여름을 담아
푸르기만 합니다.
그리고….
<지능> 판정합니다.
아카시 륜:
heart rain:아까 그 친구는 그와 친분이 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의문도 잠시,
어느 새 교문 앞 횡단보도입니다.
신호를 기다리며 건너기 전,
당신에게 전화 한 통이 도착하네요.
휴대폰이 가볍게 진동합니다.
화면을 보면 저장되지 않은,
처음 보는 번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카시 륜:......
휴대폰 너머로 옅은 숨소리가 들립니다.
한참을 얘기하지 않은 채,
그저 숨소리만이.
잘못 건 전화일까요?
체리 엠마:...아카시?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도 전화를 건 이는 그입니다.
불안하고, 여유가 사라진 그 목소리는 볼품없게 느껴져요.
동시에 그가 낯설기도 합니다.
아카시 륜:...
체리 엠마:먼저 학교에 도착했어. 알아볼 게 있어서 도서실에 들리려고.
아카시 륜:...
체리 엠마:들려. 말해.
아카시 륜:나 뭐 하나 물어봐도 돼?
체리 엠마:어, 물어봐.
아카시 륜:어디 생각은 아니지?
체리 엠마:미안하지만 거기 아냐. 내가 지금 가진게 전혀 없어서 전화 하려고 다른 곳에 와있어. 중요한건 그게 아니고, 나도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는데 나도 하나만 묻는다. 너 혹시 내 이름 기억나냐?
<정신력> 판정합니다.
아카시 륜:
3초 정도의 틈을 두고,
그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분명 자주 부르던 이름인데도….
문득, 아까 그를 모른 체하던 친구가 생각납니다.
아카시 륜:...
체리 엠마:...야. 혹시나해서 하는 말인데 너 설마 아직도 기억이 안돌아온거야? 실화냐.
아카시 륜:...머리를 크게 쥐어박히고 나서 머리가 좀 아픈가봐. 그런것같아. ..
보행자용 신호등 불이 초록색으로 바뀝니다.
횡단보도,
그 하얀 선을 따라 걸을 때 즈음 그가 중얼거립니다.
매미가 우는 소리에 묻혀버릴 정도로,
아주 작은 목소리로.
체리 엠마:…나, 얼굴이 사라지는 중이야.
…이게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인가요?
그러나 그은 장난을 치는 기색이 아닙니다.
휴대폰 너머의 표정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있습니다.
그리곤 전화를 뚝,
바로 끊어버리네요.
분명 말도 안 되는 소리일 텐데.
일상과 비일상 사이에 정신이 멍해집니다.
그러나 의문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끼익-!
큰 소리에 심장이 덜컹,
내려앉습니다.
당신의 눈앞,
가까운 거리를 두고 아슬하게 멈춘 차 옆으로
한 학생이 넘어져 있습니다.
부딪히진 않았지만,
모두가 웅성거리며 횡단보도 쪽을 쳐다보네요.
<관찰력> 판정합니다.
아카시 륜:
heart rain:운전자와 학생은 무어라 얘기하는 중입니다.
아카시 륜:...
소란도 잠시, 지각을 피하고자 모두 다시 학교로 걸음을 옮깁니다.
물론 당신도 그래야겠죠.
오늘 하루의 시작이 묘하고,
또 불안 불안하게만 느껴지네요.
한층 한층 계단을 오르다 보면 당신의 반이 보입니다.
오늘따라 파아란 창밖이 무섭게도 아름답습니다.
정신을 고쳐잡고 그를 찾으면,
당신의 교실 속 익숙한 얼굴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그만이 없는 게 아닙니다.
그의 책상과 의자까지도 그림을 잘라 떼어놓은 듯 보이지 않습니다.
…어째서일까요?
아카시 륜:...
지나가는 <친구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눈치이며,
교탁에 붙은 <자리표>에는 학생들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아카시 륜:아..야.야 잠깐만.(지나가는 친구들을 붙잡았다.)여기에 한명 더 있지 않았어?여자애. 선도부.
heart rain:방학 때 있던 일이나, 다른 학교보다 이른 개학에 대한 불만을 토하고 있습니다.
아카시 륜:...
반 아이A:어... 글쎄? 걔가 누군데 그래?
반 아이B:처음 듣는 이름인데, 우리 반이야? 그런 애가 우리 학교에 있는 줄도 몰랐어.
반 아이A:나도... 게다가 우리 반엔 선도부에 들어간 애 없어.
heart rain:당신을 놀리는 기색이 아닙니다.
아카시 륜:....
heart rain:교탁 위에 올려진 출석부타 붙여진 자리표에는 학생들의 자리 위로 이름과 학번이 적혀있습니다.
자리표와 친구들의 얘기를 확인한 당신, <이성> 판정합니다.
아카시 륜:...어.
이성 1 감소합니다.
아카시 륜:...엠마..체리라고. 있어야하는데.... .... (가만히..출석부를 뚫어져라 쳐다보곤 손톱으로 그의자리를 누르다못해. 살갗으로, 손톱으로 눌렀다.)
매미는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울어댑니다.
하나, 둘, 셋.
당신에게 그리 속삭이던 그는 어디로 간 건가요?
모두가 한 사람을 잊고 여름을 보내는 중입니다.
창밖의 <푸른 하늘>은 작위적으로 맑고,
나무 아래 그림자는 잠시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매미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면,
당신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아카시 륜:....(멍하니 출석부만 보고 있다가 고개를 들어, 교실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한사람 뺴고.. 흘러가는 여름 인거야.
heart rain:위에는 없지만 교탁 아래의 서랍칸 부분에 네임펜 하나가 덩그러니 있습니다.
아카시 륜:(네임펜을 하나, 들었다. 그리곤 손바닥에 '엠마 체리' 라고 써놓곤 교실밖으로 향했다. 일단 도서관을 가보자. ..거기라면 ..뭐라도 나오겠지. 그가 있었던 곳이니까.)
띠리링-
힘차게 울리는 수업 종.
재잘거리던 아이들도 자리를 찾아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아카시, 당신은 당신의 기억을 믿을 수 있나요?
모두가 그것이 거짓이라고 속삭여도?
마침 나가려던 차에 선생님과 마주쳤는데,
그래도 마저 나갈건가요?
아카시 륜:...(나가자. 내가 이렇게 시간허비하면 걔 뭐하고있을거냐고.)
그대로 지나쳐버린 등 뒤로 선생님이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몇 번 더 소리치는 소리가 들리다가, 이내 없어집니다.
그가 없었다면 이런게 일상이기도 했으니...
그래서 포기한 듯 합니다.
아카시 륜:(전화 통화했을때, 도서관에 있었다고했지. 학교 도서관인가?. ..일단 도서관 가보자.)
그리고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
매미소리도 그렇고 복도도 그렇고 어쩐지...
절로 속이 메스꺼워집니다.
<관찰> 판정합니다.
아카시 륜:
heart rain:그때, 복도 쪽 창가를 익숙한 인영이 스쳐 지나갑니다.
갑자기, 갑자기.
그를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또 가득 채웁니다.
흔들리는 머리칼은 이미 계단을 오르고 있습니다.
위로, 그리고 다시 위로.
어느 교실에선 시를 읊는 소리가,
어느 교실에선 공식을 정의하는 소리가.
계단을 오르는 이는 당신과 그뿐입니다.
그는 뒤 한 번 돌지 않고 계속해서 계단을 오르네요.
숨이 부족해집니다.
한참을 걷던 다리가 저릿해질 때 즈음,
당신은 활짝 열린 옥상 문을 보게 됩니다.
…그가 이곳에 있을까요?
끼익-
문을 열고 옥상에 발을 딛자,
철조망 밖 너른 하늘을 보는 이가 그곳에 서 있습니다.
흩날리는 머리칼은 왼쪽에서,
다시 오른쪽에서. 바람의 방향은 초 단위로 달라지고,
하늘 위 구름은 못이 박힌 듯 움직이지 않습니다.
펄럭이는 교복,
흔들리는 새까만머리카락.
당신이 가까이 다가가면, 그는 천천히 뒤를 돕니다.
체리 엠마:…아카시?
한 곳으로 묶여진 까만 머리카락,
삐뚤하게 잘려진 앞머리,
여기저기 붙여진 반창고,
그리고 작은 키까지.
하지만, 얼굴은 지우개로 문댄 듯 보이지 않습니다.
흐릿하고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그 얼굴만은 알아볼 수 없습니다.
<이성> 판정합니다.
아카시 륜:
이성 감소 없습니다.
당신에게,
그리고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블러 처리가 된 듯한 그 얼굴에
몸이 반사적으로 얼어붙습니다.
아카시 륜:.. ....아.. ..어흐..(순식간에 보이지 않는 얼굴에 멈칫했지만서도.) ....너 따라간다고 얼마나 힘들줄아냐.. 아..힘들어..진짜...
체리 엠마:지금 그게 문제가 아닌거 같다. 아카시, 이상해. 아무도 날 기억하지 못해. 넌 나 알지? 지금 내 얼굴, 보여?
찡그리는 표정.
아니, 저걸 표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흐릿한 얼굴은 여전히 뿌옇기만 합니다.
아카시 륜:.. ..
…눈은 어떤 색이었고,
어떤 모양이었고,
또 어디에 자리 잡고 있던지.
당신 마저 그 얼굴을 떠올리기 힘들어집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당신이 가진,
그에 관한 기억들 역시 하나둘씩 ...
지워지는 중이란 것을요.
체리 엠마:…안보이는구만.
손을 뻗으려던 그는 그대로 굳어 당신을 마주 봅니다.
그 무엇도 보이지 않지만,
당신은 분명 그리 느꼈습니다.
혼란스러운 마음에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요동칩니다.
가는 침묵이 흐른 후 그는 당신을 와락 끌어안습니다.
쿵, 쿵.
엇박자로 뛰는 심장 박동 소리.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는 진정한 듯
천천히 당신에게서 떨어집니다.
체리 엠마:차원의 관문도 사용할 수 없어. 마치 이 세계에 갇힌 것만 같아.
차원의 관문?
그리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습니다.
체리 엠마:…아직도 기억이 돌아오지 않은건가? 씨발... 더 미치겠네.
아카시 륜:..
체리 엠마:사과한다고 될 일은 아니지. 애초에... 네 잘못도 아니고. 일단, 좋아. 천천히 이야기 해줄게.
…우리가?
그의 말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영화도 아니고,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제물과 차원의 관문,
우주 미아와 다른 세계.
동시에, 기이하게도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우주를 건너,
먼 은하를 건너,
다른 세계로 함께. 마치 당신이 겪은 일처럼.
핸드아웃, [기억의 파편]을 공개합니다.
모든 것을 떠올린 당신, <이성> 판정합니다.
아카시 륜:
이성 감소 없습니다.
아카시 륜:...
비가 멈추는 것은 주문진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비가 쏟아지던 그 여름도,
맑고 화창한 이 여름도.
모두 우리의 진짜 여름이 아닙니다.
우린 원래 세계를 찾아 한없이 우주를 넘나들었죠.
그 과정 중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여름인데도 선선했던 어느 세계,
잘못된 위치에 떨어져 바다에 빠졌던 우리,
겨울 별자리가 보이던 또 다른 세계.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집을 찾아서,
다음 세계로.
그렇다면 왜, 이번 평행세계에서 그는…
사라지는 중인 걸까요?
의 존재 자체가 없었던 세계 또한 이번이 처음입니다.
무언가 잘못된 것처럼.
heart rain:아무래도 무리겠지. 너도 이제 대충 다 아는거 같은 눈치고... 이 세계는 확실하게 다른 곳들과 달라. 다들 날 기억하지 못하고 있더라. 이유는 모르지만, 난 사라지는 중이고. 잘 들어, 아카시. 너도 날 잊을지도 몰라.
체리 엠마:아무래도 무리겠지. 너도 이제 대충 다 아는거 같은 눈치고... 이 세계는 확실하게 다른 곳들과 달라. 다들 날 기억하지 못하고 있더라. 이유는 모르지만, 난 사라지는 중이고. 잘 들어, 아카시. 너도 날 잊을지도 몰라.
흐르지 않는 몽글한 구름이 그림자를 만들어내면,
우리가 선 곳의 짙은 파랑이 가려집니다.
그는 천천히 철조망에 기대앉아
당신에게 작은 수첩과 연필을 건넵니다.
당신을 위해 옆자리를 가볍게 쓸어내리는 그 손은,
미약하게 떨지만 단단한 그 손은,
그의 얼굴처럼 흐려지고 형태를 잃고 있습니다.
이건 잊지 않기 위한 기록입니다.
체리 엠마:... 그래서 적어두면 더 기억하기 쉬울 거야. 잊지도 않을 거고.
그저 희망 사항일지라도.
아카시 륜:.... 그렇구나.(눈을 느릿하게 깜빡거리곤, 내민 수첩과 연필을 받곤 당신의 옆에 앉았다.)
체리 엠마:...그래. 그러니까 적어놓자는거야. 잊지 않기를 빌면서. (생각해보면 이건 너무... 이기적인거 아닌가, 싶더라. 반대로 네 입장이 되어 봤을 때 다짜고짜 많은 일들이 휘몰아친 셈인데도 적어달라고 하면 나는... 어떻게 대답했을까. 아무렴, 결국 알지도 못할거. 다만 네게는 감사해. 네가 더 덧붙이지 않고 수첩과 연필을 받아줬으니.) ...그럼, 뭐부터 써볼까. 이름부터 써줘. 그리고 나이랑, 인적사항 같은거.
아카시 륜:...그게 좋을것같다.(아까전에, 교실에 있었을때 반애들이 널 기억하지못한다고 했을때 현실을 부정했다. 도피일려나?그럴지도 모르겠지. 하지만 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고 돌이킬 수 없다고 했을 때, 모든것들이. 가라앉았다. 현실을 직시하고 있었던것이다.이상하게도. 이상하게도 네 말 한 마디면 모든것들이... 인정이 되어버리고 부정 할 수 없더라.)
체리 엠마:(나는 널 좋아하고 너도 날 좋아하지만 가끔, 어쩌면 종종 놀랄 때가 많았다.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을 마음이었던 네가 내 고집으로 꾸역꾸역 앉혀두었고 너는 그걸 아닌 척 하면서 따랐다. 지금와서 천천히 뜯어가듯 돌이켜 보면 겨우 내가 한두마디 했다고 자퇴를 미룬 꼴이 아니던가. 그리고 지금만 해도 그래. 역정이라도 더 낼 줄 알았던 너는 담담하게 받아들여, 얼토당토없는 자신의 제안도 받아들였다. 그렇기에 생각했다. 너도 나랑 대충 생각이 비슷하노라고. 네게 다 넘겨주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손이 텅 비어 할 것이 없었다.)
아카시 륜:(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거라곤 이런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거라곤 이 수첩에 너와 나 있었던 일을 써내려 가는것이고. 그걸 기억하기 위해서 내가 아등바등 살아가는것이다. 결국 이 세상에는 너가 없는것이다. 이제..서서히 내 기억속에서도 없어져 가는거겠지. 그걸 생각하니 덜컥, 무서웠기보다는 사람을 잊는것이 이렇게 서서히 간다는것이 잔인할 뿐이였다. 아무리 내가 발버둥을 쳐보아도.달라지는건 없다. 화를 내어도 이게 네 탓은 아니니까. ..잘못된건 어디서 부터 잘못되었다고 단호하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체리 엠마:(이건 누구의 잘못이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지. 그런 것 따위를 생각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적어도, 너와 나의 잘못은 아니라는 결론 뿐이었다. 그저 어쩌다가 휩쓸려서, 그저 어쩌다가. 무책임한 말인 동시에 현재 처한 상황 또한 파도와 같다. 어쩌다보니 휩쓸려 모래사장에 내팽겨진 사고처럼. 문득 입만 삐죽 내밀고 위협하듯 으르렁거렸다.)
아카시 륜:(그래. 이건 어쩌다가 휩쓸린것이고 어쩌다가 벌어진일이다. 하지만, 왜 이런일이 우리에게 벌어진거지? 아, 이거 ..운 없는 내탓인가? 어떻게 여기까지 생각 할 수 있을까. 그 만큼 원망할 곳이 필요했다. 왜, 우리이지? 왜 많은 인간들중에서 왜 우리이지? 우리가뭘 그리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할 수록 후회감과 억울함이 올라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숨을 토해냈다.) ...하아.
체리 엠마:... (그래, 대충 봐도 네가 무슨 기분일지 감히 짐작이 가능했다. 왜 우리겠냐 싶겠지. 왜 하필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우리겠냐, 싶었겠지. 물론 자신도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 성격이 문제인건지 뭔지 한 켠으로는 다행이란 생각도 했다. 우리가 이런 일을 겪는다는건 다른 누군가는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으니까. 네게는 미안했지만 자신은 그랬다. 빌어먹게도, 성격이 그랬다. 이 오지랖 때문에 한 쪽 눈도 잃었으면서. 그래서 차마 네 등에 손을 올리고 쓰다듬어 주지 못했다. 그저 제 손끼리 엮어가며 꾸물거릴 뿐이지.)
아카시 륜:(너와 나 차이점이 많았다. 여기서도 달라지겠지. 넌. 차라리 우리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을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나는 섭섭 할 수 밖에 없으니까. 만약 만약에 이 상황이 반대였다면 넌 받아드렸을까. 그런 생각도 스쳤다. ..늘 생각한거지만 네 그 오지랖을 고쳐야만해. 그러니까. 너는 그냥 자신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은근 나의 대한 배려는 없어. 이 부분에서는 조금은 시무룩해질 수밖에 없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널 좋아하고 있으니까.) ...괴팍한건 잘 모르겠고, 그냥 좋은 사람이라는것 알아. 어머니가 엄청 챙겨주셨어.(그건 알고있었냐? 라고 덧붙였다. 그래, 엠마를 잘 부탁한다고 근데 이 약속도 못하셨으니. 아.. 어머니도 엠마를 기억못할려나 그렇겠지. ..딸 없는 중년 부부로 살아가시겠지 어색하시겠지. 엠마 방은. 엠마는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잊혀져 가고있던것이다.)
체리 엠마:...뭐지? 왜 우리 여사 칭찬을 여친보다 많이 하지? (반사적으로 나온 태클이었지만 딱히 대답을 요구한건 아니었기에 그 즈음에서 마무리 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누군가 있었다는 기이감 조차 느끼지 못한 채로 나는 사라지고 말테니까. 그게 무섭지 않냐고 누군가가 계속 묻는다면 무섭지 않은건 아니라고, 무섭지만 할 수 있는 걸 할 것이라고, 또 가능성을 믿어보겠노라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세상은 부조리 하기에 나쁘게 살아가는건 너무나 쉽지만 정의가 있고 이런 마음 가짐이 있기에 지구와 세상은 아직도 멸망하지 않는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비록 어떤 사람에게는 잔인할지라도. 네게 보여달라며 아우성쳤지만 억지로 뺐어가며 보고 싶은건 또 아니었다. 그럴수도 있겠거니, 하는 마음이었으니까. 결국 네 핀잔에 쉽게 포기하고 철창 위로 등과 머리를 툭 기댔다. 옆에서 네가 뭐라 하든 잘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하늘을 보면 여전히... 건조했다. 이게 가짜 여름이라니.)
취미,
좋아하는 것,
당신과의 관계나 일화,
우리가 함께했던 추억들.
기억해달라는 말과 함께 어느 정도 정보를 적었을 때 즈음,
그의 목소리마저 뭉툭해져 알아들을 수 없게 됩니다.
그는 당신의 어깨 위로 툭,
힘없이 머리를 기대네요.
그 무게마저 낯섭니다.
흐릿해지는 기억을 애써 붙잡아도,
모든 게 낯설고 어색하기만 합니다.
체리 엠마:...다시 만날 방법이 있을 거야. 그러니까, 나 잊지 마. 너는 포기하면 안되는거야. 할 수 있는 일을 해. 도망가는 건 부끄럽고 도움이 될테지만 해결법은 아닐거야. 계속 생각해. 계속. 그렇게 다 필요없다는 말 하지 말고. 던지지말고. 이건 중요한거야. 네가 뭐하든 필요한거고.
계속, 다시.
침착해져가는 그 목소리.
그는 자신의 이름을 한참 동안 불러달라고 속삭입니다.
아카시 륜:...이게 뭐라고..(너는 없고, 이 세상에서 너는 없는데. ..나 혼자 기억해서 뭐해, 사라져가는 사람 기억을 해서 뭐하라고. 진짜 잔인해 .. 늘 생각했지만 난 네가 제일 잔인해. 체리 엠마. 그렇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내뱉을 깡도 없었다. ) ...웃기네. ..어찌 사라진 사람을 다시 되돌려. 무슨 ..뭔 마법이라도 부릴거냐고.(나는 끝까지 툴툴거렸다. ..늘 .일상처럼.)
체리 엠마:…기억해 줘.
그 이름 역시 떠올리기 힘들어질 때면,
□□□는 천천히 눈을 감습니다.
흰 물감을 군데군데 풀어둔 하늘 아래,
한 사람의 그림자가 서서히 지워집니다.
기대어 느껴지던 무게가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
□□□,
□□□….
우린 차원을 넘기 전,
집으로 돌아가길 빌며 속삭이곤 했죠.
이렇게,
지금처럼.
하나,
둘,
셋.
…
깜빡.
…
…
…
여름은 맑으매 푸른 하늘은 눈이 부십니다.
무더운 여름은 습하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정적을 깨뜨립니다.
데자뷔처럼 옥상에는 당신만이
홀로 남아있습니다.
<이성> 판정합니다.
아카시 륜:
이성 1 감소합니다.
손에는 힘껏 구겨진 수첩,
급하게 휘갈겨 쓴 티가 역력한 글이 남아있네요.
가장 크게
□□□에 대한 정보라고 적혀있으며,
그 아래로는 누군가의 사소한 정보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
□□□,
□□□….
절대 잊어선 안 될 이름인데도
왜 이렇게 기억이 흐릿한지.
이젠 여름이 원망스럽게 느껴집니다.
□□□를 되찾고,
이 세계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합니다.
오로지 당신의 힘으로만,
홀로.
한참을 되뇐다고 하여 방법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철조망에 오래 기댄 탓에 몸이 찌뿌둥하기도 하네요.
툭,
당신이 움직이자 가벼운 종이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작은 쪽지를 열면 다음과 같은 글이 보입니다.
840.01이12꽃 / 도서실
혹시 몰라 남겨두었어.
<지능> 판정입니다.
아카시 륜:
heart rain:아. 휘갈겨 쓴 탓에 더 알아보기 힘듭니다.
띠리링-
…그사이에 수업 하나를 완전히 빠진 것 같습니다.
잠시 등골이 오싹해지네요.
아카시 륜:(X.X됐다.... . ..일단 반으로 가봅니다..)
아니, 돌아가는 내내 생각해보면
이곳은 진짜 세계가 아니므로 상관없는 일이죠.
어쨌든 쉬는 시간입니다.
이름도,
성격도,
함께한 추억도,
그 모든 게 조각난 사람이
마지막으로 한 부탁만이 남은.
<정신력> 판정입니다.
아카시 륜:
heart rain:마가 끼였어 청년...
아카시 륜:(뭐지 뭐였지 )
heart rain:□□□,
아카시 륜:...(머리를 긁적인다. 뭔가 있었나.뭘 해야했나봐.)
heart rain:오... 쉬는 시간을 옥상에서 보내나요?
아카시 륜:(갈곳을 잃은 너구리마냥 서있으며..)
heart rain:웃기군요... OK. 이모 찬스.
아카시 륜:...(좋다. 다 잘 보자. 안보면 눈을 닦는다.)
OK. 그렇다면 <관찰> 판정.
아카시 륜:
heart rain:아.
아카시 륜:(자 보자 보자고)
heart rain:흠... 잘보면 암호 같기도 하지만, 바로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아카시 륜:도서실... 도서실이랑 그렇게 친하진 않은데..(일단 도서실로 가봅니다.)
그 아이는 어떤 표정을 지으며 웃었던가요?
이 평화로운 세계를 떠날 정도로,
그 아이는 당신에게 의미가 있는 사람인가요?
구겨진 수첩에는 옅은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도서실에 도착하면 [종교], [예술], [언어]가 적힌 책장들이 빼곡합니다.
사서 선생님께선 보이지 않네요.
아카시 륜:사서 쌤한테 물어봐야 빠른데..(예술로 가봅니다.)
heart rain:600번대 책들로, 다양한 예술에 관한 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살펴본다면 <자료조사> 판정입니다.
아카시 륜:
heart rain:주르륵 살펴보다가 눈에 띄는 책이 한 권 걸립니다.
아카시 륜:..음?(꺼내보자.)
아카시 륜:...별자리?(뭔가 생각할려고해도 살짝 시야가 흐릿해진다.)
heart rain:음~ 뭔지 모르겠어요.
아카시 륜:..... ....역시 도서실이랑 나랑 잘 맞지않다고....
heart rain:200번대 책들로, 다양한 종교에 관한 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역시 살핀다면 <자료조사> 판정입니다.
아카시 륜:
아카시 륜:....(학교에 이런 책도 있었어? ...슥슥 손가락으로 실패작을 문질러보고.)
heart rain:있지만 그닥 소득은 없어보입니다.
아카시 륜:(그렇다면 언어로 가보자.)
heart rain:700번대 책들로, 다양한 언어에 관한 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본다면 <자료조사> 판정입니다.
아카시 륜:
heart rain:깍지말고 일단 강행해봐라
아카시 륜:
heart rain:이게되네
아카시 륜:(어어?어 안보이다가 보이네)
아카시 륜:...사람의 이름. ..
heart rain:잠깐! 도서관을 보고 있도록.
아카시 륜:(예? 도서관 보고있으라고요?)
heart rain:이모왔다.
아카시 륜:(아 어서오세요 기다리고있었어요.)
종이에 써져 있는 번호로 가면
800번대 [문학] 책장을 발견하게 됩니다.
쪽지에 적힌 창구 번호, 840.01이12꽃.
그것은 <꽃갈피>란 제목의 얇은 영문 시집이었습니다.
꽃으로 책갈피를 만드는 방법과 짧은 시들이 실려있습니다.
수분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는 꽃을 여러 번 말려야 한다고 하네요.
우리의 여름을 닮았습니다.
수없이 반복한 탓에,
심장에 꽂을 수 있을 정도로 얇게 마른 우리의 NN번째 여름.
책에는 쪽지 한 장이 끼워져 있습니다.
아카시 륜:..여기 구나.(쪽지를 확인해보자.)
그 아래에는 누군가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
□□□,
□□□…
그래요,
엠마.
외부세계와 가장 강하게 연결되어 있고,
이 거짓된 세계를 부술 수 있는 한 단어.
그러나 쉬이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거짓된 세계라고 하여도,
한 사람만이 사라진 이곳은 평화롭고 고요합니다.
굳이 원래 세계로 돌아가야 하나요?
우린 다시 우주 미아가 되고 말 텐데,
기약 없이 차원의 관문을 다시 넘나들어야 할까요?
아카시,
당신에게 그는 그럴 가치가,
의미가 있는 사람인가요?
아카시 륜:..(가만히 쪽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괜히 그 이름을 손가락으로 문질러보았다. 없어지는게 아닐까.라는..그런생각.)
아카시 륜:..난 단게 좋아. 아이스크림.(혼자 중얼거리고는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떴다.) 빙수도 좋아.
그렇다면 그 이름을 다시 불러요.
거짓된 여름을 부숴요.
남을 기억하고,
형상화할 수 있는 최고의 단어를.
그를 오롯이 기억하는 당신의 입으로.
아카시 륜:...그래, 엠마 찾으러갈게.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
깜빡.
당신이 그의 이름을 부르자,
모든 기억이 선명해지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세계의 소리가 멈춥니다.
맴맴 울던 매미의 소리,
복도에서 재잘재잘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바람에 커튼이 흔들리는 소리까지.
시간이 멈춘 듯 이곳은 고요해집니다.
기이한 침묵.
충분히 겁먹을 만한 상황인데도,
되레 익숙하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관찰력> 판정입니다.
아카시 륜:
heart rain:깜빡이던 형광등이 꺼지고 맙니다.
아카시 륜:..자.잠깐만..이렇게 갑자기 정전내면 어쩌라고..
그럼요.
창밖을 봐요, 아카시.
창밖으론 하늘,
땅이랄 것도 없이 검은 우주가 펼쳐져 있습니다.
어지러울 정도로 새까만 밤과 반짝이는 은하수,
촘촘히 박힌 별들.
건물도 도로도 그 무엇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짙고,
또 짙은 밤하늘이 전부입니다.
<이성> 판정입니다.
아카시 륜:
이성... 2 감소합니다.
이성... 2 감소합니다.
당신은 깨닫게 됩니다.
이 거짓된 세계가 부서지고 있다는 것을요.
모두가 사라지고,
오로지 당신만이 이곳에 남아있습니다.
아니, 혼자가 아니라…
체리 엠마:아카시!!!!!!!
운동장이었던 그 너른 공간 한가운데,
우주 위로 그가 동동 떠 있습니다.
반짝이는 별들 사이의,
중력을 무시한 채 흩날리는 그의 머리카락.
마치 그림의 한 폭 같습니다.
물론 감상이 이어지기도 전,
그는 당신을 향해 무어라 소리치네요.
<듣기> 판정입니다.
아카시 륜:
웅웅거리는 그의 말이 정확히 들리지 않습니다.
쿠궁,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별가루들이 흩날립니다.
어라?
그러나 당황하던 것도 찰나.
정신을 차리면 100번,
600번,
800번.
책장들이 모두 별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있어요.
심지어…
도서실 전체가,
학교 전체가.
당연하죠,
이 세계를 부수는 단어는 당신이 읊었잖아요?
주변을 둘러보면 마땅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대로 잔해 속에 깔리는 건 아닌지….
다행히도 창문이 보이네요.
아니, 이게 다행인가요?
지금이 당신이 있는 층은 1, 2, 3…
떠올리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없어요.
아카시 륜:(이 이게 다행이냐고?)
체리 엠마:개미친!!!!! 야!!!!!!! 내가 받아줄게, 뛰어내려!!! (다행 아닌듯?)
아카시 륜:..어?어? 아니근데 이.이게 이게 어?아니..아악!!(모르겠어요 일단 여친믿고 뛰어내려보기..)
부서지는 학교,
창문 아래의 그가 소리칩니다.
말이 쉽지….
창턱을 밟고 아래로, 다시 아래로.
별가루가 흩어지매 까만 우주는 눈이 부시게 아름답습니다.
이어질 추락에 눈을 질끈 감아도,
당신은 아주 천천히.
중력을 무시하고 아주 천천히.
바람 따라 나는 민들레 씨처럼 느릿하게 떨어집니다.
와락,
그런 당신을 그는 쉽게 그러안아 잡습니다.
여전히 흐릿하지만,
그 얼굴의 이목구비는 점점 선명해지고 있어요.
나풀거리는 머리카락 탓에 꼭 물에 빠진 것만 같습니다.
이윽고 외부 세계로 나가기 위해,
외부 세계와 가장 강하게 연결된 그가 묻습니다.
체리 엠마:내 이름, 이젠 기억나냐?
아카시 륜:(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아, 학교는 바스락 거리며 힘없이 사라져갔고, 방금 전, 내가 있었던 공간은 언제 있었냐는듯이 사라졌지. 눈앞에서 사라진 도서실. 그리고 네 쪽지가 있었던 공간도 사라지고 새카만 하늘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카시 륜:...왜 여기있어, 바보야.
당신이 답을 하자,
그의 얼굴이 되돌아옵니다.
체리 엠마:... 큭... ...으하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을지라도 네가 하늘하늘 떨어지는 순간부터 제 품에 안착할 때까지 가만히 들여다 보기만 했다. 제 이름이 불릴 때, 그 때까지도 입을 다물고 있었다. 뒤늦게 튀어나온건 웃음 소리였고 아하하도 아니었고 우후훗도 아니었고 경박스러운 웃음소리였다. 그냥 그런 웃음이 튀어나왔다. 어쩔 수 없었어. 순간 안심하고 말았으니까. 네 얼굴을 너도 볼 수 없어서, 참 아쉬워. 끌어안은 너를 가만히 토닥거려 주었다가도 품에서 떼어놓고 속 시원하게 씨익 웃었다. 멋들어지게도 웃었다.)
아카시 륜:(들려오는 네 익숙한 웃음소리. 아, 이 웃음소리 언제 또 들어봤더라. 내가 장난쳤을때? 아니면 내가 호구짓했을때? 많은 기억들이 머리속을 맴돈다. 천천히 품에서 떨어져서 멋지게 웃는 네가 너무 이뻤다. 이건 나만 알고 있을려고. 내가 부끄러우니까. )...하하.. ..하..(긴장이 풀려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더라. 그리곤 투두둑. 떨어지는 눈물에 고개를 숙여 한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진짜 꼴불견이야.)
당신이 답을 하자,
반짝.
둘의 팔에 새겨진 주문진에 빛이 들어옵니다.
체리 엠마:우냐? (놀리기 위해서 하는 말이냐고 묻는다면 아주 아니라곤 못하겠다. 일부러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했던게 컸지만 답지않게 우는 얼굴을 보니 한마디쯤 내뱉고 싶기도 했다. 왜 울어? 도 아니고 어딜봐도 장난끼가 다분한 우냐? 한마디만 툭 뱉었다. 그냥 위로하자니 제 나름대로 부끄러웠으니. 이렇게보니 네 머리카락이 예뻤다. 긴 머리카락을 높에 묶어 내린 것이, 그대로 쨍한 보랏빛 머리카락이, 은하수와 같았다. 그래서 별 말없이 더 당당하게 웃어보였다. 당연하지, 라고 말하는 것처럼.)
아카시 륜:('우냐' 딱 이 말 한마디, 너랑 어울렸다. 울어?도 아닌. 울고있어?도 아닌 우냐? 그저 이상황이 좋아서 바보 같이 웃어버렸다. 그리곤 천천히 손으로 제 눈가를 닦아내렸지.당당하게 웃는 얼굴이 너무좋아서. 덩달아 나도 웃게되더라.)
물음은 웃음기가 가득합니다.
당신이 답을 하자,
모든 별가루가 허공에 둥둥 뜬 채로 멈춥니다.
체리 엠마:울다 웃으면 엉덩이 털나, 마~ (아. 이건 너무 저질스러운 말이었나? 아무렴. 그래도 나름 자존심을 챙겨주자고 손대지 않았는데, 뒤늦게 네 얼굴을 이리저리 닦아주고나면 역시나 시원스레 웃었다. 좋은 의미로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이었다. 솔직히 이 때 아니면 자신도 좋아한다거나 남자친구라는 단어를 쉽게 내뱉지 못할게 뻔했다. 원래 이런건 분위기를 타서 하고는 하잖아? 역시나 구구절절한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카시 륜:안그래 임마..(하아, 숨을 내뱉었다. 이제는 괜찮을거라고 그래. 내 앞에 네가 있으니까. 나는 이제 괜찮을거라고. 조금씩 돌아오는 기억들. 그리고 보이는 네 얼굴 서서히 안도감이 돌기 시작했지. 떨림도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얼굴을 이리저리 닦아주는 네모습이 웃기기도하고 좋기도하고 복잡적으로 그냥 기분이좋았다. 그리고 자연스레 제허리를 숙여주었지. 다 닦고나서야 허리를 폈을지도몰라. 뭐 분위기에 맞춰서하는것도 나쁘진 않지.)
체리 엠마:그래, 나때문에. (그러니까 그걸 고쳐줬으면 좋겠어. 앞의 말들은 다 잘라버리고 문득 그런 말만 가볍게 뱉었다. 나 때문에 학교를 나오는거라면 그 반대로 나 때문에 열심히 한다는 말도 되니까. 그래... 지금은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다. 우리에겐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지금은 그걸 풀어가려 하는 참이었다. 분명 너는 학교를 다니면 다닐수록 친구도 생길거고 할 수 있는 일도 늘거고 하고 싶은 미래 또한 나뭇가지처럼 늘거야. 너를 따라 이 하늘, 그래. 하늘이라고 하자. 까맣고 반짝반짝거리고 은하수나 오로라 따위를 담고 있는 하늘을 한참동안 감상했다. 볼에 잠깐 뭔가 닿고 지나갔지만 자신은 그걸 되돌려주지 못했다. 이유야 뭐, 부끄러우니까. 듣고싶었을 한마디만 들려줬을 뿐. 잘 돌아왔어.)
답을 들은 그가 당신의 두 손을 잡습니다.
피부 위로 새겨진 별자리와 같은 무늬가,
애초에 하나였던 것처럼.
둘의 팔을 타고 이어져 반짝입니다.
우리의 눈에는 푸른 빛이 스칩니다.
어디선가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고,
중력이 배로 느껴지는 기분에 속이 울렁거립니다.
하지만, 이건 모두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일이었잖아요?
아카시 륜:(천천히 숨을 내뱉었다가 가만히 당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지. 이제 어찌될지 몰라 무슨일이 벌어질지 조금은, 조금은 무서워. 나도 사람이니까 좀 무섭거든. 잘 돌아 갈 수있겠지. 그런생각도 조금은 스치기도해.)
체리 엠마:난 그냥 아무거나 좋아. 딱히 가리는게 없으니까. 잘 도착하게 된다면... 그래. 막말로 뭐라도 못사주겠어. (그래, 이건 전부 분위기 탓이다. 분위기 때문에, 아니, 그냥 그런 기분이 들어서 따라서 사이사이 깍지를 끼고 잡았다. 다시 잘 생각해보면 그간 고생한 것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않을까. 분명 그랬을 것이다. 네가 한 말은 충분이 진심으로 와닿아 기뻤으나 반대로... 안타까웠다. 단순한 동정이었다. 잘못하면 기분나빠질 그런 동정말이야. 사람을 세상에 비교하다니, 어떻게 된거 아냐? 어느 로맨틱 드라마에서 나올 정도로 머리카락이며 옷이며 붕 뜬 상태로 사뿐사뿐 다리를 뻗었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착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게 마냥 나쁘지 않았다. 어색해도 나쁘다고 할 만한 것들은 아니었거든. 결론을 말하자면 너는 나를 너무 크게 보고 있다는거다. 나는 그냥 어쩌다가 이런 일에 휘말린 고교생일 뿐이야. 범죄자들을 잡아다 심판하고 싶은 그런 고교생. 차근차근 알아가줬으면 좋겠다. 이것도 우리 길처럼 아주 멀고 먼 선택이겠지만.)
부서져 가는 세계,
거짓된 세계,
꾸며진 여름.
우린 그것들을 두고 차원의 관문을 넘을 거예요.
어쩌면 다시 우주 미아가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눈앞의 상대가 환히 웃습니다.
마주 잡은 손이 웅웅,
진동하며 가볍게 떨립니다.
이번에는 어쩐지 감이 좋아요.
여름을 말려 심장에 꽂는 법.
수없이 반복한,
수없이 넘은 이 여름을.
체리 엠마:다음 세계에서도, 서로를 기억하자.
이젠 모두 훌훌 털어버릴 차례입니다.
마지막으로 답하자,
한 빛이 주문진에서 쏟아집니다.
우린 차원을 넘기 전,
집으로 돌아가길 빌며 속삭이곤 했죠.
이렇게,
우주 한가운데에서,
서로를 보며,
지금처럼.
하나,
둘,
셋.
…
깜빡.
ENDING1: 집으로, 함께.
KPC 생환 PC 생환
보상: 진행 중 감소한 이성 전체 회복, 우리가 살던 세계.
△▲△▲△▲△▲△▲
수고하셨습니다!!!!!!!!!!!!!!!!!!!!!!
잠깐 나도 화장실
..야옹.
가자. 여친 보러.
기준치: | 60/30/12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흐음... (결국은, 문을 열어본다.)
기준치: | 10/5/2 |
굴림: | 68 |
판정결과: | 실패 |
여유를 잃은 그 표정은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더니, 네 상황이 이제 눈에 들어왔다. 난감한 얼굴로 널 빤히 쳐다보다가 괜히 제 이마를 쓸어보고. 들어오라는듯 손짓을 했다.) 너 왜 우산은 어디 다가 두고. ..비도 많이 오던데.
그 외 평소와 다른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평소와 다른 점이….
기준치: | 60/30/12 |
굴림: | 2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분명 어떤 형태를 이루면서요.
다시보면 그의 손등은 멀쩡하기만 합니다.
그러고보니 수건을 꺼낼 때...
기준치: | 55/27/11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원래 저런 색이었던가요?
그는 소동물 마냥... 이리저리 수건을 제 몸에 둘둘 감아 물기를 닦아내고 있습니다.
그냥 앉아있어. 따뜻한거라도 먹자.(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 으로 향했다.)
어디서 받았던 건지, 직접 산 건지 기억은 흐릿하지만요.
창창 문을 열어보면...
덜컹, 내부는 텅 비어있습니다.
분명 많이 남아있었는데, 자신이 벌써 모두 먹었을까요?
지금 그에게 줄 수 있는 건 따듯한 물이 전부입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미친거아냐?)
아... ... 아..(피난거아냐? 모서리라며.)
(더듬..더듬.... 박은곳 문질..만져보자 구멍났나?)
아.
(없니..물밖에..?)
(느릿느릿 허리숙여서 코코아 스틱 들기..)
아..진짜 아픈데 이거 기절가능할것같다 야.
글쎄다. 뭐지? 내가 돼지가 됐나 다 먹었나.. 잘 모르겠다. 왜이리 비었지. 도둑이라도 들었나보다.
(따뜻한 물 끓이자.)
(..일단 슥슥, 코코아를 내밀어본다.)
(다시 화장실로 향해보자. 드라이기라던가 그런거 있을려나..)
기준치: | 60/30/12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정신을 잃었다.
하긴, 물기가 있는 곳에 두면 정전이 일어날테니까요.
애초에 우리집맞을까..(의문드네)
어디있지 (생각해본다.)
기준치: | 55/27/11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참! 그러고보니 화장실에서 가져와 쓴 뒤에 거실 탁자에 두었습니다! TV 옆에요!
(쪼르르, 거실탁자를 보자. 있나?)
이러니 못찾을만 했네요.
묘하지만 그래도 찾긴 찾았으니 된 것 같습니다.
...영 정신을 어디다가 뒀는지 모르겠네.
(슬쩍 엠마 봄 뭐하나)
제 옷이 젖은 것도 모르고 쇼파에 앉았다가 젖어들어가는 걸 보고 뒤늦게 일어났는지 어정쩡한 자세로 있네요.
기준치: | 60/30/12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비가 그쳤던가요?
창밖을 바라보면 비는 그치지 않았습니다.
아니, 비는 허공에 방울방울 ‘멈추어’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둥근 물방울의 형태를 가지고서.
기준치: | 50/25/10 |
굴림: | 71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49/24/9 |
굴림: | 1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손으로 만져본 가구들은 모두 마른 상태입니다.
작은 구름 몇 점이 동동 떠 있고, 햇살은 눈이 부시게 쏟아져 내립니다. 먹
먹구름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리고 뉴스가 나오는 네모난 TV가 있습니다.
맑음, 맑음, 그리고… 맑음.
장마철인데도 이렇게 맑은 날이 지속되는 건 드문 일이라고 합니다.
분명 전부 비였는데….
날짜나 시간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기억하던 그때 그대로입니다.
..아. 이게 아니고.(어디서 보자고했지 어디더라. 그니까.)
...학교
(학교로 가자.)
(없잖아.당황한 얼굴로 멍청하게 눈만 끔뻑거렸다.)
(교문 넘어가야하나? 교문 만질.문질..)
기준치: | 55/27/11 |
굴림: | 3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70/35/14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다른 특별한건 없을려나. 두리번거리기.)
(일단 구경이라도 해볼까. 서성거려보자.)
많이 계시지는 않지만 문 너머로 작은 유리창을 통해 보면 소수의 분께서 학교 일을 하고 계십니다.
많아봤자 세네명 정도 계십니다.
(하긴..공무원이니 그러겠지...어..)
(특별한건 없어보이니..선생님들 일하는걸 제외한다면..문도 잠겨져있고..엠마는 내일온다고했고..)
(학교 다른건 없나..서성거려보기 없으면 돌아가고.)
따지고보면 오늘은 방학이 하루 남은 것이니 다들 마지막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그러네. 오늘은 비가 안올 것같아.
혹시 자다 깼어? 정신 차려, 개학식부터 이럼 안 되지~
(황급히 학교로 향했다. 선도부 라면 알겠지. 알고있겠지. 모를리가. 일단 학교로 가보자.)
기준치: | 55/27/11 |
굴림: | 85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을 놀리는 걸까요?
..?(모르는 번호인데. 일단 받아보자.)
..여보세요.
...
...너 어디야.
야.
그냥, 오늘 네 목소리를 듣는데 낯설어서.
.. ..그것 뿐인지라.
..... 아니다. 내가 도서관으로 가면 되는거냐?
기준치: | 50/25/10 |
굴림: | 54 |
판정결과: | 실패 |
..엠마...아냐?(근데, ... 왜 얼굴은 다른 사람 얼굴인것같지. 아닌가?엠마인가.)
...
...하하. 좀..이상하네 어.
...조금, 좀..많이 무섭네.
기준치: | 60/30/12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니 다행인 걸까요?
.....
...안다쳤음다행이지..학교로 가자..
..?
...여기 자리 있지 않았냐.
언제 도착했는지 등교 시간 때 만났던 친구도 보이네요.
괜히 붙잡고 말을 걸어보면 다들 모르는 눈치입니다.
정말, 진지하게 그의 반 친구들은 당황한 표정을 짓네요.
마치 벽을 두고 얘기하는 기분이라 당신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다들 그를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요?
...아니 같은반인데 왜 기억을못해 너희들 단체로 미쳤어?미쳤냐고!! 아 ..!! (이게 무슨일이야. 뭐야. )
..아...
...아........
(출석부.출석부를 찾아보자. 단밑에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을까.)
(장난도 정도가있지.. ..미친거아냐 다들.)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활자를 짚어 살피면….
없습니다.
애초에 없던 학생처럼 그의 자리도, 이름도, 학번도.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기준치: | 49/24/9 |
굴림: | 75 |
판정결과: | 실패 |
...엠마.
.. ... ...아.. 음.
...잘못된거라고...
....이 자식, 어디서 장난치는건데. 잡히면 가만안둔다..
(교탁위에 네임펜이라던가 여튼 그런게 있을려나. 뒤적거려보자.)
종종 선생님들이 필요할 때 쓰기 위해 하나 두개씩 넣어둔 용도 같습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0/30/12 |
굴림: | 4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까만 머리, 그와 비슷한 작은 키, 그와 비슷한 분위기까지.

기준치: | 48/24/9 |
굴림: | 3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뭐야 너 왜 여기있어. 수업시작했다고.
....미안하다.
..아무것도 못해줘서.
우린 원래 세계에서 신도들에게 쫓기는 중이었어. 도망치던 중에 차원의 관문을 사용했지만, 그대로 우주 미아가 되었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계속 차원을 넘었어.
다른 세계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가끔 기억을 잃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그거같고.
기준치: | 48/24/9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아...(이게 무슨 ..아 잠시 얼굴을 쓸어내리고.)
...하아... ...
가면서 기억 일부를 잃었다는건데. ...이거 되찾을 수 있는건 없을려나. ... ..
... ...잊지 않기를 빌어야겠네.
..반 애들은 널 기억하지못하더라고.
...체리 엠마... (사각사각, 써내려갔다. 얼굴은 기억나지 않더라도. 옷차림새. 외관들. 그리고 간단한 인적사항들. 천천히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손끝이 떨리더라도 힘을 주면서 써내려갔다.)
(난 생각한것 그 무엇보다 너에게 많은것들을 의지하고 있었다.라는걸 깨달았으니까. ...)
..또 뭐쓰지. 뭐가 좋겠냐.
그거 아냐? 우리 엄마가 나 임신했을 때 체리가 그렇게 먹고 싶었대. 이름은... 그거랑 상관없지만, 체리꽃을 좋아하셨어. 아빠가 프로포즈할 때 줬다나. 우리 엄마가 워낙 투박하셔서 그냥 그대로 지은거 같더라. 예쁜 이름 아니냐고. (괜히 제 이름 하나에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술술 튀어 나왔다. 평소엔 하지도 않을 말을 지금에서야 하는 것처럼. 얼굴만 적혀있지 않은 글이 제법... 그래. 제법 섭섭했다. 그게 네 탓은 아니지만서도.) 또... 내가 좋아하는거 써줘. 난 몸을 움직이는게 좋아. 경찰이나 법정 드라마 보는걸 좋아하고, 범인을 잡는 것도 좋아해. 단 것도 좋아하고, 부모님도 좋아. 친구들도 좋고, 학교도 좋고. 공부는 싫지만 필요하니까 필요한 만큼은 할거야. 그리고... 너도 좋아해. 아카시. 내가 가장 좋아하는거야.
...그래? 그래서 앞의 이름이 체리인거냐? 체리는 좀 이쁜데, 색깔도 이쁘고, 그런데 넌 아니잖아. (이 잔혹한 상황에서 애써, 진정시키고 아니라는것처럼 장난이라고 치고싶었다. 숨소리마저 떨려와서 숨도 크게 내쉴 수도 없었다. 사람이란 감정은 옆에 있는 사람의 감정이 어떠냐에 따라 동요될 수도 있을거라고 나는 그리 생각해서 적어도 네가 불안해 하지 않았음해서.)
...보자. 좋아하는거랑, ..(그리고 몰래, 네 이름의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체리 엠마. 괜히 네 이름을 두번 정도 써내려가보고. 천천히 다른것들도 써내려가고있었다.) 좋아하는것.... (사각사각 써내려가고있었다. 좋아하는건. 아카시. 라는 그 단어가 쓸 수 없었다. 왜지? .. 가장 좋아하는거라고 하는데. 머뭇거리는 손이였다. ..그리고 천천히 써내려갔지. 아카시 륜. 이라고.)
..됐다. 이거면 되는거냐? 다른건 없어?(툭.툭 펜으로 종이를 괜히 두드려보기도 했다. 이렇게 허무하게 헤어지는것도 어이없었고. ..그냥 모든것들이 어이없었지만서도. 그걸 받아들이는것밖에.)
..너 뭐, 내가 화낼줄알았어?(그리곤 괜히 툭 말을 꺼냈다.)
뒤질래? 우리 여사가 낳아준 최고의 걸작이거든? 너 우리 여사님 무시해? 말 예쁘게 안하면 헤어질거다? (그래, 이건 이중적인 말이다. 뭐가 됐든 우리는 헤어질 것이라고. 네가 일부러 가벼운 말을 뱉는 듯 했기에 자신도 그를 따랐다. 너도 내 잔인한 제안을 받아주었으니 저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으니까. 우습게도 자신은 생각보다, 그 이상으로 침착했다. 이제 제 부모님에게서도 딸의 얼굴이 사라지겠지. 존재 조차 하지 않고 늙은 나이에도 자식 하나 없는 중년 부부가 되시겠지. 억울한 상황이지만 이리저리 흔들릴 만큼 가려리지 않았기 때문에 담담할 수 있었다. 나는 네가 무엇을 쓰는지 하나하나 지켜보았고 놓치지 않았다. 바로 옆에서 써내려가는 것들을. 이렇게 현실같은데 모든게 가까 여름이라는게 그저 안타까웠다. 그거 그것만.)
...내가 아는 성질머리라면 그럴 줄 알았지. 내가 기억 안나도 학교는 꼭 다녀. 자퇴하지 말고. 네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살던 그건 네 인생이니까 내가 뭐라고 할 순 없겠지. 아니... 사실은 그것도 참견할 생각이었는데, 상황이 이렇잖아. 그렇게 되면 고졸 학력은 따야하지 않겠냐. ... ...그리고 네가 쓰고 싶은 나에 대해 써. 네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슨 마음으로 고백했고 또 사귀고 있는건지. 그건 평소에 들을 수 없는 이야기잖아. 마지막이라면 좀 오글거려도 볼만할거 같아서. 추억이야기도 좋고.
..아. 맞아. 너네 어머니 친절하시도 좋은 분인것같던데.(간간히 봤으니까. 그런 생각이 스쳤다. 딸 잘부탁한다고 이야기한것같았는데. 그 기억마저도 흐릿하게 지워져가는것같았다. 우리의 이별은 어이없게도 여기서 초라하기 그지없게 이별을 고했다. ..그 누구도 원하지 않던 이별이다. 와닿지 않는다. 나와 나 여기서 이렇게 서서히 이별을 준비를 해야한다는것에 아무것도 하지못한체. 너 또한 포기했으니까. 호구같은 내가 뭘 하겠어.)
...글쎄. 그건 생각해볼게. 너 떄문에 어찌저찌 다니는건데 니가 없는데 왜 다녀? 어이없네. 진짜. 몰라 앞날은 그때가서 생각할거고 지금은 여기 이 상황에 집중할거야. 혹시 모르잖아. 재수없게 다음 날 교통사고로 죽을지도 모르고 그게 인간의 앞날인데.(작은 투덜이였다. 그래. ..어이없게도 네가 없어진다는것에 작은 투정.)
...너의 대해서?(조금씩 흐릿해져가는 네 기억을 차근차근 되짚어보면서 조용해져갔다. 조금씩너의 대해서 써내려가는거일지도 모르겠지.)
...글쎄 뭐쓰지.(쓸려고하면 뭔가 많긴한데. 그래도. ... 펜으로 머리를 두어벌 긁곤 슥슥 써내려갔다. 너에겐 안보여주지 미쳤니 부끄러워서 벌써 옥상에 뛰어내렸을껄.)
괴팍하긴 해도 좋은 사람인건 맞아. (게다가 우리 엄마는 널 좋아하더라. 애써 입 밖으로 내지 못한건 조금 부끄러워서. 나한테 그 애 좀 잘 챙겨주라거나 어디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잡아주라는 소리를 들었던 날을 떠올렸다. 말이 끊기면 오히려 더 이상해질 분위기를 예상하고 뭐라도 좋으니 네 말에 하나하나 대꾸했다. 나는, 포기한건가. 포기했다기보단 정말 다른 사람이 겪을 바에 자신이 겪는게 낫다고 생각하는 쪽이었다.)
고졸도 안되면 받아주는 곳도 없어. 네가 만약까지 포기한게 아니라면, 그런거라면 다녀. 알겠지. (그럼에도 꿋꿋하게 미래를 기약하듯 그러라고 부추겼다. 자퇴하지 말라고, 포기하지 말라고. 네 말대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앞날이니 이런 상황에 처한거지만 그럴지언정 자신은 올바르게 살고 싶었다. 하루동안 모든 불법이 통과된다 할지라도 범죄를 일으키고 싶지 않다, 이 말이다. 이 가짜 여름 하늘 아래에 빛을 받으며 두 발만 딱딱 부딪혔다.) 야, 나도 보여줘. 내 이야기 쓰는건데 안보여주면 완전 치사한거 아니야? 보여달라고! 보여줘! 나쁜놈아! 니가 그러고도 남자친구야? 애인끼리 벌써부터 감추고... 앞날이 훤하다!
시끄러, 내 앞날은 이제 내가 알아서 할거야 신경 써. 고졸이든 뭐든 간에 (한숨을 쉬었다.)
....(내가 그렇게 이야기했지만서도 나는 아무것도 쓰지못했다. 난 널 잊고 나서 이 수첩을 펼칠 용기가 나지않는다. 분명 어디가에 쑤셔쳐박아놓을테지 내가 다시 못찾게 난 이걸 펼치는 순간 모든것들을 후회할것이라고 왜 널 구하지못했으며 왜 나는 살아가있으며 난 왜 널 잊었으며. ... 아무리 진정할려고 해도 모든것들이 무의미해지는 그런 기분이다. ) ...내 맘이야. 싫어 안보여줘. 안보여줄거다. 내가 볼건데 뭐. 앞날은 무슨! 웃기고있네! ( ..아무리 네 말에도 불구하고 스물스물 올라오는 감정들은 컨트롤 할 수가 없어서 .. 쓰다 못해 결국은 펜과 수첩을 내려놓았다.)
...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건 존나...의미없어. 알아?(결국은 참다못해 툭 내뱉었다. 억울하다고 이건.)
..좇같아..
아카시.
아카시, 마지막으로 내 이름 불러주라.
... ..(내 기억과 너는 이 수첩에 담겨졌다. 두번 다시 얻을 수 없는 이 수첩,) ...늘 생각한거지만.(넌 이기적이야. 난 알아. 끝까지 넌 이기적이라고 이 말은 목구멍 안까지 밀어넣고. 천천히 상체를 이르켰다. 그리곤 몸을 돌려 널 바라보고 있었지. 안개처럼 끼여져있는 네 얼굴. 어디가 눈이고 어디가 입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안개가 끼였어. 한참 동안 그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잘 가.(손을 올려 제 입술을 느릿하게 문질러보다가, 네 얼굴에 가져다 댔다. 내 기억상으로 없어진 기억을 꾸역꾸역 끄집어내러 네 입술이 어디있는지 사람이라면 이쯤에 있지 않을까라는 추측으로 툭, 내 얼굴에 제 입술을 문질렀던 손가락을 올렸다.) 체리 엠마.

기준치: | 48/24/9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55/27/11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아)
숫자는 뭐고, 또 그사이의 글은 뭔지…
기준치: | 50/25/10 |
굴림: | 80 |
판정결과: | 실패 |
(진짜 오늘 뭐있다니까.)
이젠 그 사람과 당신은 어떤 관계였는지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굳이 어딘가로 향해야 할까요?
(어디가야하냐. 일단 그 자리에서 멈춤.)
..그래야할것같..은데?
손에 들린 쪽지를 잘 봅시다. 어딘가 생각나지 않나요?
(슥슥 쪽지를 보자.)
기준치: | 60/30/12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아무래도 도서실 창구번호를 표기한 것 같네요.
기준치: | 60/30/12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슥..종교로 가보자.)
기준치: | 60/30/12 |
굴림: | 3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다른건없나?)
여긴 도서관이니까요.
책이라면 넘쳐납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67 |
판정결과: | 실패 |
(행운 깎아도 돼?)
기준치: | 60/30/12 |
굴림: | 3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 일단 종이에 써져있던 번호로 가보자.. 도서실을 구경하고있었네..)
(한켠데, 비어버린 이 감각이 너였구나. 그렇겠지. 엠마. 누군가를 찾아야한다는 무조건적인 반응이였다. 하지만 누군인지도 모르는 이 답답함은 이름으로 인해 해소가 되었다.)
엠마.
...(창밖에서 울리는 매미소리. 그리고 고요함. 소중하게 그 종이를 쓸어보았다.) ..왜 너일까. ..너라는 존재일까. 왜. ..(이렇게 후회해봤자 달라지는건 없다. 그러니까.)
...가자 집에.(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순간적으로 널 잊을 뻔했다. 순간적으로 너를 기억하지못할뻔했다. 얼마나 위험했을까. 그걸 네가 알았더라면 분명...화냈겠지? 서운해했을거야. 나도 그래.)
..그리고 집에가면서 아이스크림이나 먹자고.(손을 뻗어 종이를 접어서 고이 제 주머니 안에 넣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막연하다. 혼자서 하나씩 퍼즐을 맞춰야하니까.)
(가자. 의미를 넘어서 내가 무조건적으로 찾아야할 아이였다. 사람을 구원으로 하면안되는데. 그게 아니라 내 세상은 너로 만들어진 세상이였기에.)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하지.
기준치: | 60/30/12 |
굴림: | 5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정전일까요?
..으악.
(겁먹은건 절대아님.)
기준치: | 47/23/9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이.이게 뭔.)
기준치: | 60/30/12 |
굴림: | 98 |
판정결과: | 실패 |
(이이게..괜.괜찮은거냐고?)
...아.(그리고 들려왔던 네 목소리가 귀에 닿아서 나도 모르게 시선이 바닥으로갔을테지. 그리고 뛰어내리는 말. 그리고 받아준다는 말은 네 성격인걸 보여주는듯 싶었다. 그래서 너였기에 나는 편하게 뛰어내릴 수 있었을것이다.
사뿐사뿐 민들레 홀씨마냥 내려왔을때 보였던 네 모습은 내 입으로 말하기 부끄러웠다. 정말 아름다웠으니까.)
(서서히 확실하게 보이는 네 이목구비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네가 보였다. 와락 하고 안아봤을때 니가 이제 내 앞에 있구나. 라는 안도감에 다리에 힘이풀려서 그 순간 주저 앉을뻔 했지만. 다리에힘을 넣고 널 안았다.)
...엠마. (그 세상에 그 누구도 너를 기억하지못하는 곳에 널 기억했다. 나는 울먹거리는 목소리. 목매여 네 이름을 불렀다.)
..엠마 체리.(정말 여름과 어울리는 이름이였지. 과일이잖아. 그치? 이제 나한테 여름이 왔으니까.)
그걸 묻냐? 진짜 분위기 열라 깨. 아직 내가 물어볼게 더 있어. (그래, 아직 그걸로는 부족했다. 내 이름은 체리 엠마였으나 그걸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한 곳으로 질끈 묶은 까만 머리카락이 나풀나풀 춤추면서 우주같은 주변과 경계선없이 흩어졌다. 아주 조금은 개구진 질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질문을 한다는건 곧 대답을 원한다는 뜻도 됐을테니까. 네 입으로 말해주길 바랬다. 확실히 하는게 더 좋잖아? 선명한 얼굴의 눈은 또렷하게 빛나고 입은 크게 호선을 그렸다. 강렬한 인상이 남아.)
우리가 어떤 관계였는지도 기억나고?
...당연한거 아냐? 짜증나게 하지마.(안도감. 너를 되찾았다는 안도감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더라. 엠마 체리. 그 검은 머릿결이 나풀거리며 우주와 경계선 없이 움직이는 머릿결은 마치 오로라같았다지. 이런 모습은 넌 알까? 나만 알고있었도 괜찮을것같기도해.)
..(이목구비가 확실하게 선명하게 보이니 정말 내가 알던 엠마 체리가 맞구나.싶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질문에 천천히 시선을 마주하더니 당신을 쳐다보고 있었지.) 아, 너무 간지럽다. 이런걸 진짜 이야기해야해?
....
(머뭇거리는 입술을 뻐끔뻐끔거리다가 제 뒷목을 쓸었다. 오늘 많은걸 보여주네 진짜. 우는것부터 시작해서 ) ...
(귀까지 빨개져서는 시선을 마주하지못한체 중얼거렸다.) 서로 좋아하고있잖아. 많이. \
...크흡... 아, 미안. 안웃으려고 했는데 이게... 뭔가 좀 웃긴거 있지? 언제 또 이런 걸 보겠냐. (솔직히 제 쪽도 부끄러운건 매한가지였지만 평소보단 버틸만했다. 아니, 솔직히 당당히 들을 정도로 괜찮았다. 기분도 좋았다. 그렇기에 네 말에 남사스럽게 무슨 말이냐고 핀잔따위를 늘어놓지 않았다. 애초에 본인이 먼저 한 질문이기도 하고. 그 대신 푸스스 웃었다. 다시 말하지만 기분이 좋았다.)
오냐. 나도 좋아한다, 내 남친아. 그럼 또 다음 질문. 우리가 삽질만 열라 하다가 처음 고백해서 1일된 곳은?
...그러니까 오랫동안 기억해둬 언제 이렇게 남친 우는꼴을 보겠어.(장난스럽게 이야기하며 큭큭 웃어버렸다. 그리곤 네 질문에 가만히 당신을 쳐다보고 있었지.) ..오랜만에 들어보네. 좋아한다고 하는 그 말. 서로 부끄러워서 이야기도 못했던 말인데.
..(그래도 이렇게 들으니까 나쁘지않더라. 아니 기분이 좋더라. 또 이런 말을 언제 해줄까?라는 생각도 스쳤다. 그리고 두번쨰로 들려오는 질문. 그리곤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뜨며 당신을 쳐다보고 있었지.)
..학교.(학교였지 언제부터인가 네가 신경쓰이더라. 괜히 시비틀고 해버렸지만서도 그게 잘못된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해서 네 시야에 보였음했으니까. )
(다니기싫었던 학교도 너때문에 꾸역꾸역 다니고있으니까. 참 대단하다 개과천선하는것도 진짜 어려운데 너는 사람으로 만들었네.)
뭐... 나도 분위기를 탄거지. 그냥 그런거라고 생각해. 그래도 앞으로는 더 잘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익숙해진다는건 생각보다 무서운데 마냥 나쁜건 아니니까. (그리고 네 답에 만족스레 호선을 그려 웃었다. 근심걱정따위는 없는 웃음 소리가 우주 속에서 흩어졌다. 지금 또 생각해보면 정말 웃긴 추억이었는지 비웃음도 섞였던 것도 같았고. 알아, 안다고. 나 때문에 자퇴하려던 학교도 꾸역꾸역 나오는거. 나때문에 수업도 듣는거. 나때문에... 그래, 나때문에. 자신이 온갖 잔소리를 하며 나오라곤 했지만 너무 잘 나오는 행실에 사실 어느 누가 등만 잘 밀어줬어도 나올,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더라. 너는 생각 이상으로 나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더라. 고작해야 나 때문에 나오는거더라. 그 점은 솔직히 안타까웠다. 너는 좀 더 바르고 홀로 살 수 있어야 하는데.) 너는... 앞으로도 행실을 중요하게 해야해. 난 생계부에 이상한 말 적혀있는 사람을 남친으로 두고 싶지 않거든? 이젠 기억하니까, 나 기억하고 있으니까, 열심히 해. (나름 미래까지 생각하고 있는데 말이야. 뒷말은 삼켰다. 부답을 넘겨주기도 싫었고 하여튼, 여러가지로.)
자, 마지막으로 묻는다. 집으로 돌아갈거지?
..원래 분위기 타서 이야기하는것이좋다고 생각해.. 언제 이런 만들을 듣겠어..그치? (그래서 나는 이순간을 오랫동안 기억하고싶어 내 욕심이지만가능할까. 이 현실적이지 않는 상황이. 이 밤하늘과 어울리는 네 모습을 기억할까. 기억 할 수 있을까. 호선을 그리며 웃는 네 모습이 얼마나 이쁜지 너는 모를거야. ) ..그렇지. 그런거지.(참 웃기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사람으로 만드는건 어려울텐데 그걸 넌 해내더라. 정말..미치겠다 이말이야. 잠시 반짝거리는 하늘을 바라고 있었다. 하늘이라고 칭해야할까?여튼 간에.)
..참네, 나름 열심히 살아가고 쌤 말도 잘듣고있고 어쩌저찌 잘 다니고있다고. 알어?(투덜거리는듯이 말하다가 한 걸음, 두 걸음 너에게 다가갔다. 가만히 네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지.) 물론 기억해, 기억해야지.(조금전만해도 섭섭하게만들뻔했는데. 천천히 허리를 숙여 조심히, 네 뺨을 잡곤 가볍게 입을 맞췄다가 떨어졌다. 그때는 마지막 인사였다면 지금은 돌아왔다는 인사겠지.)
..물론이야. 나 집가면서, 아이스크림도 먹고싶어졌어.
그래. 할 수 있다면 내가 아이스크림 사줄게. 먹고 싶은거 생각해놔. (가만히 네 손만 먼저 잡았다. 피부 위로 별자리 같은 것이 번쩍거리면서.)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질문인데 넌 왜 이 평화로운 세계를 포기했어? 그냥 물어보는거 아냐. 정말 그 이유가 궁금해서 하는거야. 아주, 아주 오래 걸릴거야. 아주 긴... 그런 여정이 될거야. 네가 선택한건 그런 길이야.
...그래. 나 빙수도좋아. 인절미들어간것도 좋아하거든.(생각해보니 넌 무슨 아이스크림을 좋아할까?매점에 간 모습이 가물한것같기도하고, 혼자서 그런 작은 생각을 빠질때즘 닿는 작은손에 눈이 동그래졌다. 시선이 내려가 당신의 손을 바라보다가 되려 제가 깍지 껴 잡아 힘을 실었지.)
...그건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였기에 포기했던거야. 내가 살아가던 세상은 없는데. 내가 왜 거기에 있겠어.(내 세상은 지금 내 옆에 있는데. 아, 이 별자리 본것같아. 너가 처음으로 우리집으로왔을때 번짝하고 했던.. 근데 이런말하면 안되겠지. 이런 모습도 이쁘다는거.)
...그래 내 선택이야. 내 세계를 받아내기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난 그걸 꼭 받아야겠어.
욕심쟁이네. 그래도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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