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C
작성일
2022. 1. 25. 00:30
작성자
굔정뱅이
준비됐나요?
 
gyun0:웅!
 
사실 티나한테 뭔가 시키고 싶지만
 
시날이 시날인 만큼 뭔가 몹쓸 짓 하는 것 같아서
 
걍 생략할게요
 
gyun0:웃긴다
 
그럼 시작합니다~
 
자립법개론
 
W.녹차라떼얼음조금

2021.11.07 [알티] 자립법개론

더보기
00. 도입
 
https://www.youtube.com/watch?v=xYGAUqSacxA
 
아르세니오를 잃은지도 벌써 5년째.
 
사실 그보다 더 되었을 수도, 덜 되었을 수도 있지만
 
당신과 그의 아이가 올해 7살인 것을 감안하면 아마 5년째가 맞을 겁니다.
 
그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에우제니오의 존재가 아니었으면
 
최소한의 시간과 날짜의 개념도 없는 상태로 살았을지도 모르겠네요.
 
당신은 그저 어떻게든 아르세니오가 없는 생을 움켜쥐고,
 
실낱 같은 호흡만을 이어가고만 있을 뿐입니다.
 
그저 살아 있기에,
 
그리고 아이의 존재 때문에 죽지 못해 살아갈 뿐인 삶.
 
오전 11시.
 
당신의 아들, 에우제니오는 이른 아침부터 후계자 수업을 위해 나가
 
이제 곧 잠시간의 휴식을 취하기 위해 귀가할 예정이죠.
 
티나,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요?
 
티나 그라벨:(조직에서 공식적으로 내려온 일이 없다면 아들의 귀가 전에... 휴식 준비를 해요. 잠깐의 휴식이겠지만 충분히 쉴 수 있는 준비들이요.)
 
티나는 아들이 잠깐의 휴식이나마 최대한으로 취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서 에우제니오가 돌아와서 조금이라도 더 휴식을 취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그 순간.
 
티나, 듣기 판정.
 
티나 그라벨: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평소와 같은 일과를 보내고 있던 당신의 귀에,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띡, 띡, 띡, 띠리릭.
 
당신은 도어락을 누르는 그것이 아들이 내는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립니다.
 
누구죠?
 
스텔라 부지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당신과 아들의 거처를,
 
이 시간에 저리 방문할 수 있으려면 최소 수호자급의 인물은 되어야 할 텐데요……
 
그것도 저렇게 자연스럽게 문을 딸 수 있는 사람이 있었나요?
 
https://youtu.be/TSzDucyu9kM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티나?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서는,
 
그보다도 익숙한 목소리와 인영이 티나의 눈 앞에 서 있습니다.
 
맞습니다.
 
당신의 고용주이자 남편, 아르세니오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분명, 죽었잖아요.
 
있을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한 티나, 이성 판정. (0/1)
 
티나 그라벨: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환각인가? 그럴리는 없을텐데. 이런 꼴이 되긴 했어도 그 정도는 아닐거라고 나름... 생각하고 있는데. 아닌가? 솔직히 확신이 없어서. 조금 빨리 걸어서 팔 잡아봐요. 말을 할 순 없으니까...)
 
당신이 그의 팔을 잡아보자 생전의 그와 같은 온기와 익숙한 감촉이 느껴집니다.
 
아무리 봐도 환각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당신의 반응에 아르세니오는 쓴웃음을 지으며 집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네요.
 
그러다가 그의 시선이 문득 당신의 길게 자란 머리카락에 꽂힙니다.
 
… 하긴.
 
당신은 아르세니오가 죽은 이후로 자신에게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티나 그라벨:(아, 어. 이미 몇 년이나 지났는데도 몸에 밴 버릇을 어쩔 순 없어서, 알아채버리고 괜히 제 머리카락만 쥔다. 이런 치부는 당신이 살아있는 평생 보인 적이 없는데. 아니, 중요한건 그게 아닌데... 왜? 어떻게 지금 이렇게 있어요? 차마 필담으로 적을 정신도 없어서 그냥 그런 의미를 담아서 봤던 것 같다. 사람은 죽으면 돌아오지 않잖아.)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눈빛만 봐도 내게 무슨 말을 하는지 대충 알 것 같네. 내가 어떻게 여기 있는지 궁금한 거지?(조심스레 손을 뻗어 당신의 뺨을 쓰다듬고는) 맞아, 난 이미 죽은 사람이야. 내가 살아 돌아온 건 그냥......(잠시 뜸을 들이다가) 그래, 티나도 할로윈의 전설을 알지?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온다는 하루 말이야.('하루'라는 단어에 유난히 힘을 준다.) 그것과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해줘. 사실 나도 어떻게 살아났는지는 잘 모르겠거든. 그냥 어느 순간 눈을 떠보니 현실이었어서.(어깨 으쓱...)
 
티나 그라벨:(역시 죽은 사람이구나. 이렇게 만지고 만져지는데, 죽은 사람이구나. 순간이나마 무슨 기대를 했던건가. 제 기억으로는 아마 당신의 죽음을 안 순간에도, 그 후로도 울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는 진실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 또 하나는 그냥 나오지 않아서. 당신 덕에 웃거나 하는 일은 있어도 죽는 직전까지 눈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볼에 닿는 손이 진짜 같아서, 정말 쉽게도 미지근한 눈물 몇 방울이 툭툭 털어졌다. 조용한 울음이 건조하게 터졌지만 솔직히 아무렴 어떤가 싶고... 기뻐요. 이유야 어쨌든 기적이라도 일어난거라면 다시 뵈서 기쁘고, 죄송해요. 당신을 지키는게 제 일인데 못했으니까요.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네 옷 꼬옥 쥐고 톡... 기대)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뺨을 쓰다듬던 손에 물기가 어리자 조금 놀란 듯도, 당황한 듯도 보이는 표정으로 당신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차마 울지 말라는 말은 할 수가 없어서, 그저 어색하게 웃기만 하면서. 제 옷자락을 꼭 쥐고 기대는 당신을 잠시 품에 꽉 안았다가 떨어지고는) 지금 내게 궁금한 것도 많을 거고, 하고 싶은 얘기도 많을 거라는 거 잘 알아. 그건 천천히 이야기하기로 하고, 일단은...... 그래. 머리부터 좀 다듬자. 응? 티나.
 
그리 말한 아르세니오는 주변을 다시 두리번거리다 겉옷을 벗어두고, 소매를 걷어붙입니다.
 
그의 시선을 따라 집을 둘러보면, 아까 아들인 에우제니오가 외출 후 바로 치워둔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눈 앞에 있는 [아르세니오] 외에도 위에 아무것도 놓이지 않은 깔끔한 [서랍장],
 
그리고 아르세니오가 말했듯 5년 전에 비해 머리가 많이 자란 티나 본인이라거나... 말이죠.
 
티나 그라벨:(아, 머리? 머리... 차마 생각도 못했는데. 정말 본성이나 버릇이란게 무섭긴 무서운지 뭔가를 더 묻기도 전에 그 말 한 마디에 재 빨리 서랍장부터 뒤적... 거린다. 가위라던가 일단 펜이나 종이도 같이.)
 
서랍장을 뒤적이는 티나, 관찰력 판정.
 
티나 그라벨: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8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서랍장 안의 가위와 종이, 펜을 집어듦과 동시에, 낯익은 무언가를 하나 발견합니다.
 
이건... 당신이 수호자였을 때 쓰던 박스 병기네요.
 
그랬었죠.
 
현 보스의 배려와 아들의 양육 문제 때문에 지금은 수호자 자리를 잠시 내려놨지만요.
 
지금 스텔라의 폭풍의 수호자 자리는 전전대 수호자가 맡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왜인지 당신이 수호자 일을 했던 것이 까마득한 옛날 같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분명, 당신은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응? 이게 왜 여기 있어? 그러고 보니 티나, 요즘도 수호자로 일해?(박스 병기를 집어들며 반갑다는 듯이 웃는다.)
 
티나 그라벨:(흡... 이건 뭐라고 말... 해야 하나? 아니 거짓말은 안할건데... 펜이나 종이를 찾은 김에 꾹꾹 눌러쓴다.) '제 역량이 부족해 잠시... 쉬고 있는 중입니다. 그 분께는 대단히 죄송한 일이지만 제가 있기 전의 수호자분께서 잠시, 맡아주고 계십니다. 현장에 나가는 일도 극히 적어지는 바람에... 몸에서 떼어 놓았나 봅니다.'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알아들었다는 듯이 금방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구나. 현 보스는 아마도 형이나 누나가 맡아주고 있겠지? 그 두 사람 중 하나가 보스라면 스텔라를 믿고 맡길 수 있어.(당신의 길게 자란 머리카락을 빤히 보다가 조심스레 한 줌을 쥐더니 그 끝에 입맞춘다.) ......곧 잘라낼 거라고 생각하니 좀 아쉬워져서. 티나는 긴 머리도 정말 예쁜데 말이야.
 
티나 그라벨:(그치만... 어차피 말도 못하지만 못하는 김에 삼키키로. 그냥 송구하다는 듯이 고개만 꾸벅 숙였다. 이런 느낌도 오랜만이고 기억 속 행동 그대로라 되려 이 현상 자체가 믿기 힘든 것도 있고. 가위의 손잡이 부분으로 휙 돌려 건낸다.) '제 머리카락 한 올까지 당신의 것이니까요. 부디 뜻대로 하세요.'
 
추억이라고 부를 수 있나요?
 
아르세니오가 아직 살아있던 시절, 보스와 수호자로서 함께하던 그 나날들을.
 
그러한 기억들이 당신의 가슴께를 쿡쿡 찌르는 듯한 미묘한 기분이 듭니다.
 
그것이 어떠한 감정이던 간에요.
 
아르세니오는 당신에게서 가위를 받아 챙기고, 바닥에는 신문지를 깝니다.
 
그리고 당신을 의자에 앉힌 뒤 목에 수건을 둘러주네요.
 
움직이지 말라고 작게 속삭인 그는 곧 당신의 머리카락을 조금씩,
 
정성스럽게 잘라내기 시작합니다.
 
바닥을 보면, 미리 깔아놓았던 신문지 위에 당신의 녹색 머리카락이 소복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아르세니오는 머리카락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신문지를 더 넓게 펼칩니다.
 
…...길게 자란 당신의 머리를 거의 다 다듬고 마무리 작업에 들어갈 때 즈음,
 
아르세니오가 먼저 입을 엽니다.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티나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에우제니오는…… 우리 아들도 많이 컸겠지? 이젠 벌써 7살인가.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
 
그의 눈치를 생각하면 이미 대충 알 법도 합니다만, 아르세니오는 당신에게 조용히 물어옵니다.
 
마치 당신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다는 것처럼요.
 
티나 그라벨:(잘라주는 동안 빳빳하게 들고 있던 고개를 폭 숙이다가 다시 글자만 꾹꾹 쓴다. 가끔 말을 하지 못해서 다행이라는 때가 있는데 지금이 딱 그런 때고.)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스텔라를 위해 일하고 있다 생각했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그 아이는 당신을 많이 닮았습니다. 올해 7살이 되어서, 열심히...' (어중간하게 끊긴 종이만 어깨너머로 보여)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모르겠다'라...... 그럼 스텔라를 위해 일하는 것 말고, 그냥 일상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어? 먹고 자는 그런 기본적인 것 말이야.(아들이 저를 닮았다는 말에는 조금 슬픈 표정을 지었고) 그렇구나. 그 애가 나를 많이 닮았다니, 기뻐해야 할 일이겠지. 올해 7살이면 정말 몰라볼 정도로 많이 컸겠네. 마지막으로 보고 놀아준 게 2살 때였으니까. 속 썩이지는 않아? 엄마 말은 잘 듣고?
 
티나 그라벨:'착한 아이이고, 기특한 아이이고, 열심히 하는 아이입니다. 오히려 어린 나이에 못난 어머니를 신경써주고 있어요. 제 쪽에서 최대한 맞춰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서, 벌써 소통이 가능할 만큼 수화를 할 줄 압니다. 또 복화술도 할 줄 알아요.' (기특하죠? 솔직히 이대로 제 근황 따위 묻어가고 싶은데 그러면 당연히 눈치채겠지. 제 아이의 것은 망설임없이 술술 써내려갔던 주제에 본인의 이야기를 적으려니 도통 무엇을 적어야할지 모르겠다. 기억이 뻥 뚫린 감각이 이런 건가 싶지만 내가 당신의 말을 거역할 수 있을리도 없으니 뭐라도, 뭐라도 좋으니 일단 써내려 갔다.)
'기본적인 최소한의 생활은 일단... 하고 있습니다. 머리카락을 늘어트린 제 말이니 신빙성은 없겠지만... 괜찮다고 생각... 합니다. 아이가 있으니까요.'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하하. 이런 말 하면 팔불출처럼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우리 아들이네. 벌써부터 수화를 할 줄 알다니 기특한 걸. 복화술은...... 그러고 보니 그 애가 아직 아기일 적에 세라프를 닮은 인형으로 복화술을 해서 놀아주곤 했었는데, 혹시 그 영향이려나.(아이의 이야기에는 흐뭇한 듯 웃는 얼굴로 맞장구를 치다가도 당신이 당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자 숨을 멈추고 듣기 시작한다.) 신빙성이 없다니, 난 티나의 말을 믿어. 하지만...... 그래. 만약 우리 사이의 아이가 없었다면 티나가 그대로 무너져버리진 않았을까, 오히려 아이가 있어서 더욱 무리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해. 우리 아들도 그런 점에서 티나를 신경 써주지 않아? 날 닮았다면 분명 눈치가 빨라서 그런 점에서 신경 쓰고 있을 텐데.
 
티나 그라벨:(무리인가? 솔직히 말하면 그런 자각도 없었다. 스스로가 무리하고 있는지, 아닌지도 모른 채로 그냥 당신과 내 아들이고 당신이 소중하게 아꼈던 스텔라였기에 그걸 끝까지 지키고 싶었을 뿐이라. 그 누구도, 제 성을 가진 그 많고 많은 가족 구성원들 중 어느 한 명도 주인을 잃었을 때의 대처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짧아진 머리카락 아래로 오랜만에 찬 공기가 닿는 뒷목부터 살살 만졌다. 할 말이 없다. 그 말대로라서 내 쪽의 할 말이 없다.)
'말은 하지 않지만 그럴겁니다. 다만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요, 아직 아이니까요. 스스로는 아이가 아니라곤 하는데... 그럴 때는 역시 조금, 웃음이 납니다.' (슬그머니 뒤돌아 가만히 네 쪽을 올려다 봤던가. 정말 죽기 직전의 그 모습 그대로구나, 싶기도 하고.)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이제 거의 다 됐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흠...... 스스로 아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건 모든 아이들이 다 거쳐가는 과정인가 봐. 나도 딱 그 나이 때 그랬다고 들었거든. 얘기가 나온 김에 티나는 그때 어땠을지 궁금하네.(웃음이 나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인지 작게 쿡쿡 웃는 소리를 냈다. 저를 향해 뒤를 도는 당신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허, 소리와 함께 다시 당신이 앞을 보게끔 만들었고) 아직 너무 그렇게 움직이면 안돼. 이제 마무리만 하면 되지만 그래도. 내가 마지막에 실수라도 하면 안되잖아?
 
티나 그라벨:'저는 스스로를 그렇게 칭하지는 않았습니다. 애초에 그런 생각을 굳이 해본 적도 없는게 가깝겠네요.' (어라... 조금 멍청하게 반응했다가 다시 쇽 고개 돌린다. 어색하네...) '죄송합니다. 그, 뭐랄까... 순식간에 일어난 일들 뿐이라 저도 모르게.' (그리고 차마 보고싶, 까지 적었다가 샥샥 줄 긋는다.)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그래? 그렇구나. 하긴 티나라면 좀 그랬을 것 같긴 해.(죄송하다는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냐, 죄송할 것까지야...... 근데 방금 뭘 썼다 지우지 않았어?(호기심이 생긴 듯 당신의 어깨 너머로 고개를 쑥 내민다.)
 
티나 그라벨:... (...콱!! 어딜봐도 이쪽을 보는 기분에 자기도 모르게 힘 조절 실패해서 펜으로 종이에 구멍부터 내버렸다... 본인도 조금 얼토당토 없는지 무력하게 보다가 모퉁이에 사각사각 적어) ........... '별 거 아닙니다. 그냥 근황을 조금... 사실 에우제니오가 돌아올 시간이라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생긴 터라.' (말 돌렸다.)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콱, 하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종이에 구멍이 나자 웃음을 꾹 참으며) 그으래, 그렇단 말이지.(당신이 말을 돌리는 것을 눈치채고 뭐라 지적하려다가 아들 이야기에 웃음기가 사라지고 뭔가 생각하는 표정이 되었고) 에우제니오도 일단은 애니까 갑자기 죽은 아버지가 나타났다고 하면 혼란스러워 하겠지. 그 애가 집에 있을 동안은 잠시 어딘가에 숨어있어야 하려나.(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소리를 중얼거렸다.)
 
얼마나 이야기가 오갔을까요,
 
아르세니오는 이제 다 됐다며 당신의 얼굴과 수건에 묻은 머리카락을 털어냅니다.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당신의 목에 둘렀던 수건을 걷어내며) 여긴 내가 정리할 테니까 티나는 머리라도 감고 와. 에우제니오가 오면 어떻게 할지는...... 차차 생각해보자. 아직은 시간이 있으니까.
 
티나 그라벨:(음... 자기 아들이라서 그러는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생각해도 솔직히 그 아이라면 좀 놀랐다가 이야기 해주는대로 받아들일거란... 생각... 했다. 아주 가능성 없는 이야기도 아니잖아? 그렇잖아? 괜히 네 눈치부터 살피다가 꾸벅 숙이고 탁탁 머리 감으러 간다. 어떻게보면 일종의 도망일지도 모르고.)
 
티나는 욕실로 도망칩니다.
 
욕실로 가, 탈의하려 하자니 문득 거울에 당신 자신의 모습이 비쳐보이네요.
 
조금 초췌해졌으려나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 게, 당신.
 
아르세니오를 잃은 후 '자기자신'을 돌보는 것에 퍽 소홀해졌으니까요.
 
어쨌거나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그를 위해 어서 씻고 나가도록 합시다.
 
티나 그라벨:(그래도 지저분하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새삼 이렇게보니까 확실히 전이랑은 다를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일만 따지자면 정말 생리적인 최소한의 생활로 보냈기도 했고. ...역시 할 말이 없다. 그래도 메이드 경력이 있는데 짧아진 머리카락 얼른 씻어버리고 드라이어로 부아아앙 말린 다음 최대한 그 당시 그 모습으로 정돈하고... 나갑니다.)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다 씻었어?
 
거실 소파에 앉아있던 아르세니오가 몸을 일으켜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다가와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자연스럽게 당신을 꽉 끌어안네요......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머리를 안 말렸으면 직접 털어주려고 했는데, 조금 아쉽네.
 
티나 그라벨:(구렁이 담 넘어가듯.)(손에 아무것도 없어서 삐걱삐걱 고장난 로봇처럼 굴었다가 마주 살포시... 껴안아)
 
둘은 그렇게 오랜만에 금슬 좋은 부부간의 스킨십을 합니다.(날조)
 
그런데 그 순간.
 
띡, 띡, 띡, 띠리릭.
 
도어락이 열리고 누군가의 상기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옵니다.
 
오, 이런.
 
이 발소리는 틀림없이 두 사람의 아들, 에우제니오가 틀림없습니다.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은 몰랐는데......
 
외출 후 돌아왔더니 죽은 아버지가 살아 돌아온 이 상황을,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까요?
 
에우제니오 세르세 델라 로베레:다녀왔습니다, 엄ㅁ…...?
 
역시나 에우제니오는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당신과 아르세니오를 번갈아 봅니다.
 
본래대로라면 티나, 당신만이 기다리고 있을 집에 낯선 사람이 있으니 놀라는 건 당연합니다.
 
게다가 사진 속에서나 보던 죽은 아버지와 똑 닮은 사람이 눈 앞에 서있으니 어린아이로서는 혼란스러울 수 밖에요.
 
티나 그라벨:(아니 저기. 너도 오랜만에 꽤 당황? 스러워서요? 이. 일단 어떻게 좀 떨어져서... 아니 근데 진짜 어떻게 설명해야 해? 나도 이게 어떻게 된지 모르는데 진짜 할로윈 풍습이라도 설명해? 차라리 그게 낫나? 아주 어리면 눈높이로 설명할텐데 그것도 아니고 나 이거 어떡하냐고요... 여기까지 생각하는데 4초 정도 걸렸습니다. 하여튼 그래요.) ..................
'에우제니오가 보고 싶어서 하루동안 내려 오셨, 답니다.' (하.....................뭘 내려와..........산타가 주는 기간제 선물이냐고.............)
 
에우제니오는 티나의 설명에 순간 눈을 가늘게 뜨고 아르세니오를 빤히 바라봅니다.
 
설마 죽은 아버지가 이렇게 살아 돌아올 리 없다고 생각해서일까요.
 
티나 그라벨:(아무래도 그런 편이죠.... 이걸 어떻게 ... 하...)
 
그러거나 말거나...... 아르세니오는 에우제니오가 들고 있는 검은색 재규어 인형을 보더니 곧 흐뭇하게 웃음 짓습니다.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그 인형, 여전히 가지고 다니는구나. 네가 아직 아기였을 적에는 그걸로 복화술을 써서 자주 놀아주곤 했는데.
 
티나 그라벨:(왜........? 아니 잠깐만 내가.. 이 상황을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거야? 내가 그 정도로 무너졌어? 부정은 못하겠네....)
 
에우제니오는 여전히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아버지를 바라보다가 인형 이야기에 그제서야 좀 믿는 눈치입니다.
 
사실 아버지도 아버지지만 어머니가 걱정이 되는지 당신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곁눈질 하네요.
 
일단은 그래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티나가 아버지에 대한 거짓말을 할 리 없죠.
 
의심을 완전히 거둔 에우제니오는 두 사람의 곁으로 천천히 다가옵니다.
 
에우제니오 세르세 델라 로베레:아…...빠? 진짜 아빠예요?
엄마, 이분이 진짜 우리 아빠 맞아요?
 
티나 그라벨:(으음... 역시 아이는 아이로구나. 한 번 살짝 안아주고 서로 휙휙 가리키면서 손 휘적거려) '저의 하나뿐인 남편이시고, 주인이시고, 사랑이시고, 또...에우제니오의 아버지랍니다. 아빠에요.'
 
에우제니오 세르세 델라 로베레:(손을 휘적거리는 당신에게 똑같이 수화로 대답한다.) '어떻게 오신 건지는 여전히 잘 이해가 안 되고 모르겠지만, 엄마가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믿어요. 진짜 우리 아빠라고요.'
 
당신에게만 붙어있던 에우제니오는 곧 아르세니오에게 다가가 그를 껴안습니다.
 
에우제니오 세르세 델라 로베레:엄마랑 수호자 삼촌들한테 들었던 대로네요. 사진으로도 봤지만, 아빠는 저처럼 푸른 눈에 눈부신 금발이라고 했거든요. 키도 무지 크고 누구보다 강한 보스셨다고 다들 그랬어요. 그래서 나도 빨리 아빠만큼 커져서 엄마를 지켜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아르세니오도 곧 몸을 숙여 눈높이를 맞춘 후 그를 꽉 끌어안습니다.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어린 너와 네 엄마를 놔두고 먼저 가버려서 정말 미안하구나. 네가 좀 더 자라서 어른이 될 때까지 든든하게 지켜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얼마나 마음이 무거웠는지 모른다. 내 아이만은 그런 아픔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도......
 
에우제니오는 괜찮다고 대답하는 대신 그 작은 손을 들어 아버지의 등에 얹고 조심스레 토닥입니다.
 
한참을 그러고 있던 중, 무언가 생각난 듯 에우제니오가 먼저 입을 엽니다.
 
에우제니오 세르세 델라 로베레:그럼 아빠는 오늘 하루 있다 다시 돌아가는 거예요?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말문이 막힌 듯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렇단다.
 
에우제니오는 그 말에 조금 서운한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지워내고는 다시 웃으면서 말합니다.
 
에우제니오 세르세 델라 로베레:그럼 오늘 하루는 저랑 엄마랑 같이 추억을 많이 만들어요! 괜찮죠, 엄마?
 
티나 그라벨:(알고 있었지만 역시 나보다 강한 사람이구나. 오래 전에 그만둔 것 같지만 누그러진 얼굴로 손등으로 얼굴 슥슥 닦아주고) '응. 그렇게 할까요? 아쉽지만, 아쉽... 겠지만 그것보다는 같이 추억만들기, 할까요. 하고 싶은건 없고?'
 
에우제니오 세르세 델라 로베레:으응...... 엄마랑 아빠랑 같이라면 뭐든지 좋아요!(신나서 외치다가 뭔가 생각난 듯 잠시 멈칫하며) 아, 근데 저 후계자 수업 빼먹어도 되는 거예요? 아무 말 없이 빼먹으면 고모가 이상하게 생각할 텐데.
 
티나 그라벨:(아. ...아. 잠깐... 이거 내가 결정할 우선권이 있는 상황이긴한가? 일단 아버지가 있지만 계속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래도 생각보다 결론은 쉽게 나와서 네 볼 콕 찌른다.) '엄마가 말해둘게요. 고모나 삼촌들이 뭐라고 하시거든, 엄마가 그래도 된다고 하면 된답니다. 뭐가 됐든 오늘 하루는 우리 아들에게 있어서 아주 특별한 날이 될테고, 다시 오지 못할 오늘이 될테니까요. 그러면 되겠지요?'
 
기뻐하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는 에우제니오의 옆에서 아르세니오가 다시 입을 엽니다.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그러고 보니 냉장고가 좀 비어있던데, 에우제니오까지 셋이서 같이 장이라도 보러 다녀올까? 본부 내에서 장을 보면 다들 혼란스러워 할 테니까 두 사람만 괜찮으면 본부 밖의 백화점이라도 가보자.
 
티나 그라벨:(와... 오... 생각 이상으로 파격적인 제안에 미묘했다가 푼다. 들키지 않게 나가기만 하면 장땡이지 않나 싶어서... 사각사각사각.) '그렇다면 가능한 멀리 떨어진 곳이 좋겠네요. 일단 이 방에서 나가면 스텔라 부지는 전부 안되니까요. 시간이 늦어지기 전에 나가는게 좋겠습니다.' (하루는 짧으니까요. 짧게 덧붙여 쓰고 두 사람 손 잡는다.)
 
에우제니오 세르세 델라 로베레:우와, 엄마 아빠랑 같이 백화점 가요? 너무 좋아!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물론이지.(에우제니오 머리 쓰담…) 그럼 티나, 준비하고 나올래? 난 에우제니오랑 같이 준비하고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티나 그라벨:(그래도 괜찮나요? 하고 묻는 눈이지만 여기서 내가 제일... 준비가 안됐나? 그런 것 같다... 조금 곡씹다가 고개만 끄덕거리고 총총 들어가서 많이 입던 옷이나 꺼내입었다. 다행이네... 머리 자르고 씻어서. 긴 치마 톡톡 털어내고 다시 총총총~. 이러니까 좀... 나잇값 못하는거 같기두...)
 
당신이 준비를 하고 나와 보니......
 
에우제니오는 나들이복으로 갈아입었고, 아르세니오는......
 
나름대로 지나가던 조직원A스러운 복장으로 갈아입었군요.
 
티나 그라벨:(아놔)
 
후드도 덮어쓰고 선글라스에 마스크까지 썼습니다.
 
그래봤자 본부를 빠져나가면 다시 벗겠지만......
 
어쩔 수 없죠.
 
죽은 보스가 살아 돌아왔다는 걸 알면 스텔라 전체에 혼란이 일 테니까요.
 
티나 그라벨:(아무래도 그럴 수 밖에요... 게다가 하루 밖에 못있는다는데 뭐... 근데 물구나무를 서서 봐도 튀시는 외모라... 후드 꼭꼭 씌워주고 선글라스도, 마스크도 다시 꼭꼭 여매주고 슬쩍 나와요)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그럼 이제 가볼까?
 
https://youtu.be/t0GCZVIwmqM
 
본부 바깥의 가장 가까운 백화점은 당신의 집에서 차를 타고 30분 거리입니다.
 
하지만 들키지 않으려면 좀 더 떨어진 곳이 좋겠지요?
 
주어진 시간이 하루 뿐인 만큼, 본부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백화점에 가기로 합니다.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오랜만에 내가 운전할게. 그 편이 조직원들 이목을 그나마 좀 덜 끌 것 같기도 하고. 봐도 그냥 심부름하는 조직원이라고 생각하겠지.
 
티나 그라벨:(어라? 그건 그렇긴한데... 맞는 말이긴한데 괜히 신분같은 걸로 걸릴 가능성이 아주 없진 않은데 그렇다고 전 보스 안주인이 직접 운전해서 모르는 사람을 태우는건 좀... 2초 정도 생각하고 끄덕끄덕)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차키 주면 내가 운전할게. 그러고 보니 내 차는 아직 남아있나?(갸웃)
 
티나 그라벨:(이건 저도 모르겠는데 남아있나요?)
 
남아 있습니다.
 
티나는 아마 아르세니오의 차키를 잘 보관하고 있을 겁니다.(날조)
 
티나 그라벨:(아~ 그럼요, 그럼요. 뭔지 알죠, 응응~)
'꽤 많이 지났지만 차나 차키, 모두 그대로 있습니다. 폐차 시키지 않았, 네요. 애초에 제 차가 없기도 해서 차키도 챙겨왔어요.' (익숙하게 생긴 차 키 쇼옥 쥐어줘요)
 
차키를 받아든 아르세니오는
 
먼저 당신과 에우제니오가 앉을 조수석과 뒷좌석의 문을 열어줍니다.
 
에우제니오는 본부 밖으로의 외출이 마냥 신나는지,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차에 쇽 올라타네요.
 
티나 그라벨:(저렇게 좋아하네... 기쁜데 역시 조금 미안하다. 자기도 제자리에 타고서 역시 고개부터 꾸벅 숙이고 별 말이 없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별 생각이 조금 많아져서.)
 
아르세니오는 모두가 안전벨트를 맨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차를 출발시킵니다.
 
꼼꼼한 변장의 효과인지 다행스럽게도 아무도 그의 정체를 의심하지 않습니다.
 
차가 이제 본부를 완전히 벗어났으니 한시름 놓았네요.
 
차창 밖으로 익숙한 풍경들이 스쳐지나갑니다.
 
신호가 멈춘 사이, 아르세니오는 창 밖을 바라보다 문득 당신과 눈이 마주칩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 뿐이라고 했었죠.
 
…...당신에게 빛을 안겨주고, 다시금 빼앗아가려는 현실이 야속한가요?
 
그런 당신을 바라보며 안심하라는 듯, 부드러이 손을 쥐어 매만지던 아르세니오의 상이 이지러집니다.
 
울고 있나요?
 
아뇨, 그보다는 조금 더 암전에 가까운-.. …
 
 
눈을 뜨면, 당신은 온전한 백색의 공간에 앉아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상, 하, 좌, 우,
 
모든 것이 백색으로 가득 차 자신이 앉아있는 곳이 바닥인지조차 의심이 갈 정도로 기이한 공간입니다.
 
티나, 이성 판정. (1/1d2)
 
티나 그라벨: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1d2 굴려주세요.
 
티나 그라벨:1
(에궁...)
 
이성 1 감소.
 
이어서 강제 지능 판정.
 
티나 그라벨:
지능
기준치: 90/45/18
굴림: 8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 그러고 보니... 당신은 잠들었었죠.
 
그럼 여기는 꿈인가요?
 
그럼 이건 자각몽일까요?
 
티나 그라벨:(잠들었다고? 언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꿈인거야? 모르겠네... 아니면 드디어 참았던게 터져서 미쳤다거나. 제법 일리있네. 눈만 껌벅)
 
미쳤든, 안 미쳤든 가만히 앉아 있어봐야 변하는 것은 없습니다.
 
이곳은 마치 죽음처럼 고요해요.
 
티나, 당신은 앞, 뒤, 오른쪽, 왼쪽.
 
어느 쪽이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티나 그라벨:(흠... 그럼 앞으로. 앞으로 걸어요)
 
티나는 앞으로 쭈우우우욱 걸어갑니다.
 
얼마나 나아갔을까요.
 
당신의 앞에는 어느 순간 하얀 테이블이 놓여 있습니다.
 
백색 일색의 공간에서 이것이 테이블이라는 것은 어떻게 알아챈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은 그곳에 놓여 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습니다.
 
종이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티나 그라벨:(진짜 내가 미쳐서 이런 꿈을 꾸나?)
 
핸드아웃 확인.
 
티나.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나요?
 
당신이 모든 내용을 읽은 후,
 
그것을 머릿속에 새겨넣고 나면, 백색의 공간이 뒤틀리는 것을 느낍니다.
 
♬-♪
 
어렴풋하면서도 익숙한 소리가 당신을 흔들어 놓으며,
 
어느 순간 수면 밖으로 끌어내어지듯 급작스럽게 정신이 듭니다.
 
이건... 당신의 휴대폰 벨소리입니다.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티나, 괜찮아?
 
에우제니오 세르세 델라 로베레:괜찮아요, 엄마?
 
당신의 옆과 뒤에서는 각각 아르세니오와 에우제니오가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휴대폰은 끊임없이 울리고 있네요.
 
발신인을 확인해 보면, 체셔입니다.
 
티나 그라벨:(엥...? 일단 아무것도 아니라고 손부터 들어올리고 핸드폰 봅니다. 연락이 안 올 사람은 아니지만... 문자인가요, 전화인가요...?)
 
문자입니다.
 
당신과 오랫동안 일한 그가 설마 전화를 걸 리가요.
 
티나 그라벨:(그렇겠죠... 일단 문자 확인해봅니다.)
 
문자를 확인해보면, 체셔는 티나가 걱정되어서 연락했다 합니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거나 힘이 들 때는 언제건 자신에게 연락해도 좋다는 내용과 함께요.
 
네 삶에 너무 큰 참견을 하는 것 같아서 많은 고민을 하였지만,
 
너에게는 항상 자신과 다른 수호자들이 있으니 믿어보라는 말 또한 적혀있습니다.
 
티나 그라벨:(나는 당신들 자체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데도. 그 사람의 수호자니까 그런건데도. 지금도 똑같이 그런 생각을 유지하고 있냐면... 글쎄. 모르겠다. 정말 나이 때문에 변하고 있는건지, 뭔지. 간단하고 나름 정성스레 대답하고 꾸욱 끈다.) '죄송해요, 잠깐. 별 일 아닙니다.'
 
답장을 보내자 차를 세운 채 대기하고 있던 아르세니오가 말합니다.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그래? 그럼 이제 다 왔는데 내릴까?
 
아르세니오와 에우제니오는 별 일 아니라는 당신의 말이 진짜인지 동시에 조금 의심하는 듯 했지만,
 
그것도 곧 사그라들었습니다.
 
누가 부자 아니랄까 봐......
 
티나 그라벨:(아놔... 하기사 똑닮긴 했죠... 붕어빵 같은 부자 속속 번갈아보다가 먼저 내리고 두사람이 탄 자리 문 뽈깍 열어줘요. 어쩔 수 없어. 몸이 반응하는걸...)
 
아르세니오는 그래도 웃는 표정으로 고맙다고 했지만,
 
에우제니오는 자신이 먼저 문을 열어주지 못한 게 불만인 듯 볼을 부풀립니다.
 
이제 다 같이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티나 그라벨:(아. 귀엽네. 동글동글한 볼 찔러주고 손잡고 안으로 들어가요~)
 
https://youtu.be/AWxLDwLcUlk
 
백화점입니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는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이게 나을지 저게 나을지 고르는 것이 고작인 장소.
 
아무래도 장바구니보다는 쇼핑카트가 좋겠죠?
 
티나 그라벨:(음... 그렇겠죠. 익숙하게 쇼핑 카트 먼저 돌돌 끌고와서 끄덕...) '가볼까요.'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응, 가보자.(아들 손 잡고 웃어 보이고는) 그러고 보니 우리 아들, 평소에 밥은 잘 먹니? 편식 같은 건 따로 안 하고?
 
에우제니오 세르세 델라 로베레:전 뭐든지 다 잘 먹어요! 밥도 맨날 많이 먹어서 체셔 삼촌이 음, 음...... 대식가! 대식가라고 맨날 그랬는 걸요.
그죠, 엄마?
 
티나 그라벨:(대식가.) '네, 그렇네요. 대식가에요. 가리지 않고 잘 먹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모르셨죠?' (나름... 나름 농담했다... 뭐가 어쨌든간에 오랜만에 이런 기분이 나쁘지가 않기도 하고) '저는 괜찮으니 두 사람이 먹고 싶은 걸로 장을 보도록 합시다.'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나는 괜찮아. 나는 괜찮으니까...... 그럼 에우제니오가 먹고 싶어하는 것 위주로 골라볼까? 어때, 우리 아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 좋으니까 다 골라보자. 아빠가 뭐든 다 사줄게. 대신 나중에 버리지 않을 정도로만 골라야 한다?(에우제니오 쓰담쓰담)
 
에우제니오 세르세 델라 로베레:우와, 그거 진짜죠?! 좋아요! 나중에 버리지 않을 정도 선에서 먹고 싶은 거 다 고를게요!
 
에우제니오는 신이 나서 앞장서 가면서도, 엄마 아빠와 떨어지지 않기 위해 수차례 확인하며 움직입니다.
 
누가 두 사람의 아들 아니랄까 봐, 참 똘똘하네요.
 
티나 그라벨:(에구... 누구 아들인지. 그래도 아이는 아이구나 하는 생각이 계속 나면서도 주변 조금 돌아보고 카트 돌돌 끌다가 언제 쓴건지 슬쩍 종이 보인다.) '그래도, 일단 골라보시는건 어떨까요.' (혹시... 아니, 어떻게든 도움이 될 수도 있잖아. 뒷말은 적지 않았지만.)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여기저기 쏘다니는 에우제니오를 따라 흐뭇하게 움직이던 시선이 당신이 보인 종이에 와 닿는다. 그래도 일단 골라보는 게 어떠냐는 말에도 고개를 저으며) 아냐, 난 괜찮아. 티나는 먹고 싶은 거 하나도 없어?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조금 여윈 것 같은데...... 질 좋은 고기라도 좀 골라 담는 게 어떨까.
 
티나 그라벨:(음. 이 사람 고집 꺽는건 못하는데. 그치만 아무리 생각해도 먹고 싶은게 있을리가 없어서 조용히 카트만 돌돌 끌었다.) '괜찮습니다. 전보다... 는 아닌걸 사실이지만 최소한의 생활은 하고 있으니까요. 저는 그냥,' (그냥... 적던 손이 멈췄다. 여기서 뭘 꺼내든 쉽지 않을 느낌인지라) '당신에게, 해주지 못한 날이 꽤 길어서. 메이드 실격이네요.'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흠......(아무리 봐도 안 괜찮아 보이는데. 고기 좀 먹어달라고 하면 당신이 먹을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가 마지막 말에 쓴웃음을 지으며) 너무 그렇게 자책하지 마. 그때 그 일은 티나의 탓이 아니잖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기도 했고. 그러니 그런 슬픈 말은 하지 마, 응?
 
티나 그라벨:(그렇다고 잘한 일도 아니긴 하죠, 사실이니 자책을 안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당연히 속으로만 삼킨 생각이지만 부디 이런 내 생각이 당신께 들키지 않길 빈다. 제 아들의 뒷모습만 조금 멀거니 봤다. 저는 아마 방법만 있다면 당신의 허락없이 당신을 살렸을지도 모르겠어요. 도로록, 도로록, 바퀴만 굴러가고)
 
아르세니오는 당신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당신을 따라 아무 말이 없습니다.
 
쇼핑카트를 그득히 채워가는 아들의 모습을 웃으며 지켜보기만 하고 있을 뿐이죠.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에우제니오, 엄마가 조금 여위신 것 같으니 이 백화점에서 가장 질 좋은 소고기를 좀 골라서 와주겠니? 아마 직원에게 물어보면 도와줄 거야. 우리 아들은 훌륭한 사나이니까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에우제니오 세르세 델라 로베레:엄마가요?(잠시 티나의 얼굴을 뚫어져라 살펴보고는) 응, 알았어요! 금방 다녀올게요!
 
여기서 잠깐!
 
티나, 지능 또는 관찰력 판정.
 
티나 그라벨:(에~)
지능
기준치: 90/45/18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의 시선에 문득 쇼핑카트 속의 내용물이 보입니다.
 
어느 것 하나 당신과 아들, 에우제니오를 위한 것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새삼 깨닫습니다.
 
그 속에 아르세니오를 위한 것은 없다는 것을요.
 
현실이 물 밀듯이 당신을 덮쳐옵니다.
 
아르세니오를 볼 수 있는 것은 오늘 하루 뿐이라는 것.
 
......어렴풋이, 오는 길에 보았던 꿈 속의 주문이 생각납니다.
 
당신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르세니오는 알까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다정하게 차곡차곡 준비되어 가는 이별을,
 
이번에는 바로 맞이할 각오가 되었나요?
 
아니라면…
 
상념에 빠진 당신을 아르세니오가 툭 건드립니다.
 
마침 에우제니오가 손질되어 포장된 고기들을 잔뜩 들고 돌아왔네요.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이제 그만 돌아가자, 티나. 이 정도면 한동안은 안심이겠네. 그렇지? 에우제니오가 야무지게 이것저것 골고루 담아와서 말이야.(에우제니오 머리 쑤대댐)
 
에우제니오 세르세 델라 로베레:엄마, 아까부터 왠지 멍해보여요. 괜찮아요?
 
티나 그라벨:(아.) ... '응. 엄마는 괜찮아요. 그만 돌아갈까.' (손을 휘적거리다가 다시 볼 콕콕. 걱정끼쳐서 미안하지만 그건 그렇고 비겁하네... 내가 어떻게든 안고를 걸 아니까 아들을 통해서 이렇게 넣네... 진짜 죽어서도 남편 못이길듯...)
 
아르세니오는 아무래도......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얼마 없는 편이죠.
 
쇼핑카트 속의 물건들이 계산과 동시에 봉투 속에 차곡차곡 담깁니다.
 
아르세니오는 무거운 티도 내지 않고 가뿐하게 그것들을 양 손에 든 채 차 뒷좌석에 옮겨 놓습니다.
 
이번에도 구렁이 담 넘어가듯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좌석 문을 열어주네요.
 
티나 그라벨:(하........... 나 왠지 할거 없네... 원래 내가 해야하는 일....... .......이었는데.... 침착하게 아이 먼저 태우고 자신도 탑니다...)
 
다시 본부로 돌아오는 길,
 
다홍빛의 노을이 차창을 타넘어 운전하는 아르세니오의 모습을 온통 적셔놓았습니다.
 
네, 맞습니다.
 
하루가 끝나갑니다.
 
에우제니오는 후계자 교육이 힘들었던 건지,
 
아니면 아버지를 만나 너무 즐거웠던 나머지 빨리 지쳐버렸는지……
 
지금은 뒷좌석에서 살짝 졸고 있네요.
 
...
 
https://youtu.be/6mFqv4NVgP0
 
우리는 스텔라 본부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뒷좌석에서 졸고 있던 에우제니오도 도착할 무렵 다시 깨어났네요.
 
짐을 직접 옮기는 작업이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아르세니오는 무의식적으로 박스 병기 세라프와 스텔라링을 찾았지만,
 
당연히 잡히는 것이 없어 어색하게 웃고 말았습니다.
 
그도 그럴 게 그는 이미 죽은 사람이고, 현 보스는 그의 누나인 걸요.
 
어색하게 웃던 아르세니오는 이것저것 여러가지 음식으로 가득 찬 장바구니를 손수 옮겨 내려두고,
 
이어서 에우제니오와 함께 냉장고를 꼼꼼히 채워넣기 시작합니다.
 
냉장실, 냉동실, 찬장.
 
아르세니오의 손이 닿지 않는 구석이 없습니다.
 
정리가 끝나자 허리를 편 아르세니오는 시계를 한 번 보더니, 주저하던 입을 뗍니다.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그럼…... 나는 이만 가볼게. 티나, 에우제니오. 좀 더 긴 시간이 주어졌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아, 아닌가. 그랬다면 삶에 미련이 남아버렸으려나, 하고 허무하게 웃으며 에우제니오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젠 네가 엄마를 잘 지켜드려야 한다. 아빠랑 사나이 대 사나이로 약속하는 거야. 알았지?
 
마치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기라도 했다는 양,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에우제니오도 어쩔 수 없다는 걸 아는지, 이별을 받아들이는 듯한 모습입니다.
 
에우제니오 세르세 델라 로베레:(시무룩한 빛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고개는 힘차게 끄덕이며) ......응, 알았어요. 엄마는 제가 지켜드릴 테니까 아빠는 돌아가서 편히 쉬세요. 약속.
 
티나. 이대로 아르세니오를 보낼까요?
 
아니면, 당신이 꿈에서 보았던 것에 대하여 이실직고를 해서라도 그를 붙잡아야 할까요.
 
그마저도 아니라면…
 
에우제니오는 아버지와 새끼손가락을 걸더니 따로 배웅하지 않겠다며 방으로 먼저 들어가 버립니다.
 
어쩌면 엄마, 아빠가 마지막을 함께 보낼 수 있도록 나름대로 배려해준 건지도 모르겠네요.
 
티나 그라벨:(나보다 더 성숙한 아이로구나. 저가 살아온 환경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성숙해질 수 밖에 없는 입장이겠지. 그걸 감안해서라도 미안했다. 나이를 먹었다곤 하지만 아직은 어리고 미숙한 엄마라 너를 배웅해줄 수 밖에 없었고. 차 안에서 미리 적어둔건지, 뭔지 앞치마에서 접혀진 쪽지 슬 건내) '가시나요?'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쪽지를 건네받고는 슬쩍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응, 가려고. 예나 지금이나 둘만 남겨두게 되어서 미안해.(에우제니오도, 가능하면 어른이 될 때까지 지켜주고 싶었는데. 그런 생각을 했지만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삶에 미련이 있는 티를 내면 당신이 더욱 슬퍼할 것이 뻔했기에.)
 
티나 그라벨:(꽤 건방진 생각이지만 저도 당신을 잘 아는 사람 중 한 명이니까요. 당신도 살고 싶겠죠, 미련이 많겠죠, 아쉽겠죠. 아이를 좋아하는데 고작해야 갓난아기의 모습이 마지막 기억이었다가 겨우 자란 모습도 몇 시간 채 보지 않고 가야한다는 사실이 싫으시겠죠. 다시 종이 위로 새 종이 겹쳐 올리고) '저는 당신의 것이고 하나뿐인 사용인이자 메이드이자 배우자입니다. 저는 당신이 원하는 사실이 있다면 모든지 들어줄 작정입니다.'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내가 원하는 건 말이지, 티나.(잠시 길게 숨을 고르고는) 내 것이자 하나뿐인 사용인이자 메이드이자 배우자인 티나와, 그리고 우리의 하나 뿐인 아들 에우제니오가 행복해지는 거야. 난 티나가 티나의 인생을 제대로 살았으면 좋겠어. 비록 이제 내가 그 곁에 있을 수 없더라도 말이야.
 
티나 그라벨:(그건 당신이 있어야 가능해요, 아시잖아요. 알잖아요. 혼자서는 그렇게 못해요, 모르니까요. 그렇게 말할 줄 았았지만 정말 저렇게 말해주는 것이 야속하다. 건방지고 못되먹은 생각이지만 정말 야속하고 하늘같은 당신이라 쪽지는 다시 겹쳐지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이번만 그 말을 듣지 않을게요. 죄송합니다. 아주 오래된 것 같은 끈을 달그락거리며 하나씩 풀었고 스스로 마스크를 벗었다.)
그 말, 따르지 못하겠습니다. (제대로 된 말이 나왔다.)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당신이 마스크를 벗고도 제대로 된 말을 한 것에 적지 않게 놀란 듯 했지만, 이내 서글프게 웃는 얼굴로) ......따르지 않고 싶다고 해도,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걸 티나가 가장 잘 알잖아. 난 이제 곧 사라질 거야. 내가 이곳을 굳이 떠나지 않아도, 내 육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늘 안에 무너져 내리겠지. 설마 나를 따라서 죽겠다거나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지? 만약에 정말 그렇게 하면 죽어서도, 아니. 다시 태어나서도 용서하지 않을 거니까.
 
티나 그라벨:(이제껏 부정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하물며 어렸을 때도 입에 사탕을 물려지며 자라왔는데 그 사실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비밀이었어.) 저는 아마 그렇게 못하겠죠. 아니, 사실은 당신과 저 사이에 핏줄이 없었다면 그렇게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허락하지 않으실테니... 당신의 눈 앞에서는 못했을테고요. 손, 잡아주시겠습니까?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손은 왜......(설마, 하는 오싹한 가능성이 제 뇌리를 훑고 지나갔다. 당신은 꼭 저를 따라서 죽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그게 아니라면 제 말을 따르지 못하겠다는 말이 이렇게 쉽게 나올 리가 없지. 그 가능성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래서는 안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티나. 혹시 내게 뭔가 숨기는 게 있어?
 
티나 그라벨:있는 것 같나요? (20년 넘게 말하지 않고 살아온 사람치고 제법 당돌했다. 사실 그렇지. 목소리를 못냈을 뿐, 그 외에는 문제될 점은 없었으니까. 아마 자신은 처음으로 네 말에 거역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저의 각오는 오로지 당신을 향합니다. 그 각오가 불꽃을 만들어 내고요. 제가 해드릴 말은... 유감스럽지만 여기까지네요.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무슨 생각인지 끝까지 말해주지 않을 거야? 그럼 하나만 더 물을게. 네가 하려는 행동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어?(당신의 각오가 오로지 저를 향하고, 그 각오가 불꽃을 만들어 낸다는 말은 즉 당신은 저 없이 온전히 살아갈 수 없다는 선언이 아닌가. 그러한 선언에 더 이상 무어라고 말을 할 수 있을까. 당신이 제게 숨기고 있는 무언가가, 앞으로 하려는 일이, 미래의 당신에게 후회를 안겨주지 않기를 바랄 뿐.)
 
티나 그라벨:네. (너무 단순한 대답이라 반대로 쉽게 보여질수도 있지만 이 말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는걸 어쩌겠나. 한마디를 말하면 그 속에 이어진 뜻도 척척 알아낼 당신이니 굳이 입을 더 벌리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럼에도 밀어내지 않는 상냥함과 강인함에 순수한 경의를 보낸다. 반대로 당신은 내가 없어도 잘 살아갔겠지, 그런 확신은 있었다. 어디보자. 피는 그냥 어떤 피로도 괜찮겠지? 어금니로 제 손가락을 와작 깨물고 살을 뚫었다.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런게 새삼 아플리는 없겠지. 너의 그 질문을 감히 허락이라 단정하며 손을 잡고 소매를 하나하나 접어 올렸다. 이게 정말 되면... 그건 그거대로 놀랍겠네.) ...저는, 당신을 만나고 단 한 번도 후회해 본 적 없습니다. 알. 당신을 사랑하니까요.
 
ED 3.
 
https://youtu.be/gzvBsMKM23U
 
아르세니오 리산드로 델라 로베레:......그래, 그렇구나. 나도 티나를 만나고 단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어. 널 사랑하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네가 앞으로 할 행동이 무엇인지 몰라도 말릴 수가 없겠네.
 
당신은 아르세니오의 손을 잡고 소매를 하나하나 접어 올립니다.
 
붉은 선이 팔뚝을 따라 그어내려지고,
 
그 손바닥에 한 획씩 당신의 이름이 그어내려집니다.
 
아르세니오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진 것 같습니다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
 
모든 문자가 새겨지면, 그것은 마치 영혼에 새겨진 각인처럼 피부 속으로 스며듭니다.
 
당신은 느낄 수 있습니다.
 
당신의 얄팍한 피부 아래의 고동이,
 
이제는 오롯이 당신의 것 만이 아니라는 것을요.
 
우리는, 어디까지 살아나갈 수 있을까요?
 
어디까지, 살아나가 볼까요.
 
ED 3. F
 
아르세니오, 티나 생환?
 
보상 : 아르세니오와 티나는 407시간 후에 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