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자 보이던 맑게 갠 하늘.그곳은네가 사라진 여름이었습니다.아니, 당신만이 그를 오롯이 기억하는 세계.
ㅤW. Team. Ganadaㅤ
KPC베타
PC루시 칼드웰
2022. 7. 10 PM 7:05 ~
나만이 널 오롯이 생각해.수분을 잃은 널 보며,
문득 떠올리겠지.
≋≋≋ ★。/|\。★ ≋≋≋
새벽을 적시던 비는 어느새 폭우가 되어 내리는 중입니다.
개학을 하루 앞둔 지금,
당신은 집에 홀로 남아있습니다.
말발굽 소리처럼 휘몰아치는 비,
색을 잃은 잿빛 하늘,
습한 여름.
기승을 부리는 여름은 꺾일 기미 하나 보이지 않으매
비는 더위를 감추지 못합니다.
특별한 것 없는 일상입니다.
당신이 괜히 강수량에 대해 떠드는 뉴스에 집중하다 보면,
˚ ≈ ˚。 듣기 판정입니다. ˚ ≈ ˚。
루시 칼드웰: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55
판정결과:
실패
쏴아아-
매서운 빗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이 비는 언제 즈음 그칠까요?
paper airplane:8월 하순을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의 강수량이….
빗소리보다 조금 더 거칠고,
무게 있는 소리가 들립니다.
귀를 기울일 필요는 없습니다.
앵커가 무어라 하든,
그 소리는 점점 더 선명해지니까요.
paper airplane:새벽부터 시작된 비는 전국을 강타했습니다.
--
paper airplane:시간당 100mm로 인천 전역을 시작해 전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으며,
-똑
paper airplane:기습폭우로 인한 피해 역시 속출하는 중입니다.
똑똑.
확실하게,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택배를 시켰던가요?
누가 집에 방문하기로 했던가요?
기억을 더듬어도 방문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어떤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팟-
몇 가지 소리와 함께 가전제품들의 불이 꺼집니다.
정전입니다.
우중충한 하늘 덕에,
잿빛이 슬금 들어온 집안은 낮임에도 어둑하네요. 인터폰마저 지직, 뚝. 아랑곳하지 않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끊이지 않습니다. 어째 예
잿빛이 슬금 들어온 집안은 낮임에도 어둑하네요.
인터폰마저 지직, 뚝.
아랑곳하지 않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끊이지 않습니다.
어째 예감이 좋지 않네요.
문을 열어줄 건가요?
아님, 조용히 그 누군가를 무시할 건가요?
루시 칼드웰:…누구야?
(이 날씨에 바깥을 다니는 녀석도 이상하다만, 하도많은 집중에서 제 문을 두들거리는 놈은 도대체 누구인지. 수상할리하다만, 적어도 집에 무작정 쳐들어올 이상한놈이라면 이 날씨에 홀딱 비를 맞으면서 문을 두드리는 것은 커녕, 벌컥 하며 들어왔겠다. 급하게 비에 몸이라도 피하고 싶은 사람일까 싶어 뒷머리를 긁적이곤 일어선다)
알았어, 알았어, 문 열어줄테니까 문좀 그만 두들겨봐-!
(정전된덕에 분위기는 마냥 좋지 않아 살짝 긴장한 상태로 눈을 살짝 찡그리며 문을 발칵 열었다)
...누...구야?
여전히 불 하나 켜지지 않은 실내는 어둑하기만 합니다.
문이 열리고,
문 앞에 선 상대를 확인하면…
뚝, 뚝.
흥건히 젖은 바닥이 보입니다.
그리고,
물벼락을 맞은 듯 푹 젖은 옷을 입은 그도 함께.
빗물이 방울방울 매달린 머리카락,
하염없이 물이 떨어지는 옷,
또….
베타:...루시.
당신을 부르는,
파리한 입술의 그.
˚ ≈ ˚。 심리학 판정입니다. ˚ ≈ ˚。
루시 칼드웰:
심리학
기준치:
45/22/9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당신의 착각일까요?
조금 여유를 잃은 그 표정은 답답해 보입니다.
베타:괜찮은 거야?
…무엇이?
그리 묻는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고칩니다.
아까처럼 목소리를 떨지 않고,
그저 태연한 낯으로.
우산이 없어 급하게 왔다는 이유도 함께 덧붙입니다.
선은 젖은 그를 집안으로 들이는 게 좋겠죠.
네모난 상자 속 뉴스는 여전히 이번 기습폭우를 다루고 있으며,
화장실에서는 뽀송한 수건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아, 부엌 찬장에 고이 모셔둔 티백으로 차가운 그의 몸을 녹일 수 있겠네요.
그는 젖은 탓에 그저 우뚝 서 있습니다.
루시 칼드웰:….아?
(멀뚱, 그렇게 1초. 2초. 뚝, 뚝 소리를 내며 물방울도 초에 맞춰 바닥에 으스러졌나)
…너,너 무슨 꼴이야 지금 그게!!!
(황급히, 네 손목을 잡고 집안으로 끌어당겼다. 젖을대로 젖은 네 몸은, 잠시 잡은 손목만으로도 서늘함이 올라왔다. 이렇게 더운 여름인데도 손바닥에 올라오는 냉기에 화들짝 놀라 이리저리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별 도움되지도 않는 말을 수없이 내뱉었나)
뭐,뭘 그렇게 급한일이 있어서 네가 그꼴이 되서 와?! 우,우아악악 차가워, 시,시발 (중얼) 너 거기 딱 있어, 뭔 이상한 이유인지는 모르겠는데 너 따뜻해지고 나면 들을테니까 거기 소파 젖어도 상관없으니까 거기 앉아있어 알았냐!! 또 고집부린다고 어디 돌아다니지 말고 거기 딱 앉아있으라고 알겠어?!?!
(네 손목을 당겨 소파에 앉히고는, 손가락질을 하며 몇번이고 움직이 말라는 말을 당부한 후, 화장실로 뛰어가다 끼익 소리를 내고 다시 돌아와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를 휙 벗어 어깨에 감싸듯 입혀주고는 제 셔츠 소매를 내려 얼굴이라도 황급히 닦아주었다)
루시 칼드웰:어디 가지말고 기다려 알았어?
(네 볼을 챱 잡고는 눈을 뚜렷하게 바라본뒤 뭐가 그리 급한듯 우당탕 화장실로 뛰어갔다. 뛰어가는 도중 문턱에 발가락을 치고 말았는지 순간 앓는 소리를 내며, 눈물 한방울을 맺힌채 화장실로 들어갔다)
악 씨; 아 악 아파 이이익-....
paper airplane:▶ 습기 가득한 눅눅한 하루라 해도 수건은 뽀송한 게 제구실을 할 수 있겠습니다.
수건을 꺼내던 당신,
˚ ≈ ˚。 관찰력 판정입니다. ˚ ≈ ˚。
루시 칼드웰: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paper airplane:가지런히 놓인 칫솔이 눈에 밟힙니다.
…원래 저런 색이었던가요?
약간의 기우 말고는 당신이 아는 당신 집의 화장실 구조 그대로 입니다.
루시 칼드웰:(수건을 꺼내들면, 눈에 갑자기 들어오는 이질감에 빠르게 나갈려는 것도 잠시, 눈을 살짝 찌풀거리며 칫솔을 들어올렸다)
……………뭐야 이거. 누구꺼야. ….. ……….. …
…
…
…
누,누구 ㄲ….
루시 칼드웰:(동공지진)
paper airplane:그러게나 말입니다.
그치만 당신의 것이 맛긴 합니다.
당신이 바람을 피우지 않는 이상에야...
루시 칼드웰:차라리 베타가 나한테 애교섞인 말로
'루시가 세상에서 제일 멋지고 잘생겼어~ ❤ '
...라고 하겠다고 해라!! (누구한테 이야기하는지, 베타 흉내까지 내며 거울을 보고 버럭! 소리지른다)
하 씨 이상하다, 이거 내꺼 맞나...;;
(칫솔을 잡고 이리저리 보더니, 영 모르겠다 싶어 도로 컵안에 꽂아두었다. 이상하긴 한데, 일단은 젖은 여친이 먼저다. 수건을 들고 후다닥 나와 너에게 뛰어갔다)
paper airplane:그냥 볼 땐 몰랐는데 다시 한 번 보니까 이 자식 은근슬쯕 사심을 넣었군요?
하여튼!
▶ 세찬 비를 맞은 탓인지 그의 낯은 평소보다 더 창백합니다.
그 외 평소와 다른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평소와 다른 점이….
˚ ≈ ˚。 관찰 판정입니다. ˚ ≈ ˚。
루시 칼드웰: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paper airplane:찰나, 그의 목 위로 여린 푸른빛이 반짝거립니다.
분명 어떤 형태를 이루면서요.
아주 잠깐의 순간이 지나면 그는 쫄딱 젖은 고양이처럼 소파에 앉아 당신을 보고 있을 뿐입니다.
루시 칼드웰:에휴 진짜, 다른놈들도 아니고 네가 왜 이리 흠뻑 젖어서 왔냐?
(궁시렁 거리는듯 하지만, 누구보다 너를 걱정하는 그였기에, 뽀송한 수건을 가지고 축 젖은 머리카락을 감싸며 물기를 털어준다. 워낙 긴 머리카락에 수건 하나로는 턱이 없겠구나 싶었다만…)
대충 닦으면 바로 차 끓여줄테니까 그거 마시고 있어. 마시는 동안 내가 따뜻한 물 받아 둘 테니까 거기서 몸 녹이면서 씻고 그래. 뭔 일이 다있다고 전화하면 되는걸 이 날씨에 우산도 없이 와?! 너 바보야? 아니잖아. 감기 걸리면 어쩔려고-
(너에게 잔소리를 할때가 별 없는 만큼 네 행동에 이해가 가질않아 한참을 궁시렁 거리고 있자니, 목 위로 반짝거리는 무언가가 제 눈을 반사했나. 바쁘게 움직이던 손은 자신이 인지하지도 못한채 멈춰있었고, 찡그리던 얼굴은 놀란듯 동그랗게 너를 바라보며, 천천히 손은 네 목을 향했다)
…어? 너 봤어? 방금, 방금 여기서 뭐 반짝였는데? 엥?
베타:...그러게.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어쩌다보니 비 맞을 생각을 못했던 것 같네. 돌아가야 하니까. (정말 이 길고 긴 머리카락을 마르게 하려면 그냥 네 말대로 한 번 씻고 드라이기로 마르는게 더 현명한 방법이 아니었을까. 아니, 그게 맞는거겠지. 뭐라도 있었냐는 마냥 되려 태연하게 굴고서 저와는 다르게 뽀송한 수건을 들고 이리저리 축축한 곳을 꾹꾹 눌러댔다. 자신은 합리적인 사람이므로, 지금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판단을 이미 내렸기 때문이었다.)
전화... 기는, 어쩌다보니 사용하지 못했구나. 아니지. 잘 생각해보면 이렇게 쏟아지는 날에 휴대폰을 꺼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 했을지도 모르잖니. 뭘 본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괜찮으니까 그렇게 신경쓸 필요 없단다. 네가 지금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거지. 괜찮아. 문제 없을거야. 그나저나 이걸로는 다 못 닦겠어. 소파도 이미 푹 젖었고.
루시 칼드웰:아니, 못봤어? 뭐 번쩍 했는데 방금-...
(요리조리 살펴봐도, 형태를 이루다 사라진 빛에 네 목 부근만을 기웃거렸고. 또 한번 반짝여줄까 싶어 이리저리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다시 나타나지는 않아 그제서야 제가 잘못 봤는지 눈썹 한쪽을 치켜세웠다)
흐음…? 분명 반짝였는데… 잘못봤나….
..아.
(아차, 싶어 여전히 축축한 너를 보고 ‘으아, 미안 미안’ 이라고 중얼거리며 아직 젖지 않은 부분으로 너를 닦아주었나)
알아. 그래도 어떡해, 이걸로라도 일단 닦을수 있는건 닦아야지. ….야. (흐릿) 넌 소파를 걱정하냐? 소파고 나발이고 됐으니까.
루시 칼드웰:하아… 진짜… (못이기겠다는듯 그저 한숨을 푹 쉬더니, 다른 제 한 소매로 네 볼을 닦아주며) 뭐, 무슨 심각한 일이라도 있었어? 듣고싶기는 한데. 일단 그 꼴로 이야기하는건 좀 그러니까. 기다리고 있어. 차라도 마시면서 이야기 하자 응? 으이구 진짜. 안그럴 놈이 그러니까 더 걱정되잖아.
(그나마, 수건으로 닦아 조금은 뽀송해진 네 윗머리를 토닥여주고는 일어선다. 네 덕에 저도 젖어버린 소매가 기분이 영 좋지 않았는지 결국 돌돌 말아 올려접었지만.. 뭐 이건 이것대로 찝찝하네. 끙, 하고 소리를 낸다)
기다려 금방 올테니까. 여름이라 다행이지..
(끝말을 중얼거리며 부엌으로 향했다)
베타:(어디 더 보라는듯 제 손으로 직접 눅눅한 머리카락을 한데 모아 들쳐주기도 했지만 아무렴 어떠할까 싶었다. 아플 정도는 아니겠지만 자신은 젖었으며 체온은 지금도 식어가고 있으니 네가 그것을 그냥 두고 볼리가 없었다. 그게 중요했다. 그보다 중요한게 더 있을까.한 눈에 봐도 모른 척 하듯 작게 콧방귀만 끼며 어깨를 으쓱거리고 슬슬 달라붙어 찝찝한 장갑이나 벗어댔다.) 하지만... 그러네. 네 말도 맞는 말이야. 아무리 우산이 없어도 내가 비를 맞고 쫄딱 젖어 올 사람은 아니지. 그래도 정말 괜찮아.
paper airplane:▶찬장에는 티백이 여러 개 놓여 있었습니다.
어디서 받았던 건지, 직접 산 건지 기억은 흐릿하지만요.
찬장 문을 열어보면...
덜컹, 내부는 텅 비어있습니다.
분명 많이 남아있었는데, 그 사이 모두 먹었을까요?
지금 그에게 줄 수 있는 건 따듯한 물이 전부입니다.
˚ ≈ ˚。 잠깐! 행운 판정입니다. ˚ ≈ ˚。
루시 칼드웰:
운
기준치:
60/30/12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paper airplane:이상하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아무것도 없을 노릇이던가요?
그렇게 생각하며 찾아봤자 나오는건 없었지만요.
루시 칼드웰:….하? …하아? ….하아아아?!
(벌컥, 찬장을 열면 언제나 차곡하게 정리되어있어야할 차가… 하나도… 하나도 없어!!!!)
마, 말도안돼 그걸 다 마셨다고? 아, 아니 어제도 있지 않았어?!
(다른건 몰라도 너와 사는 이 집에서 차가 떨어진다니 말도되지않는 소리를 하고 앉아있다. 빈 찬장에 머리까지 쑥 넣으며 이리저리 살펴봤지만 이미 열었을때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다면 이런다고 해서 뿅 하고 티백이 생길리가 없다만… 여튼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는 찬장에 말도안된다는듯 어이없는 눈으로 연신 ‘하아?!’ 만 내뱉었다.
..이럴수가. 이런 상황에 고작 줄 수 있는게 따듯한 물이라니.
(남들이 보면 이것이 뭐라고 이리 절망스럽게 반응하냐 할 수 있다만, 얼마나 차를 좋아하는 여자친구인걸 아는 본인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저렇게 쫄딱 젖고 온 상태에서 따스한 차를 마시는것만큼 쩔어주는것은 없지 않을까 싶어 더욱 해주지 못해 시무룩해 있다. 젖은건 너이지만, 어째 순간 말도안된다며 빳빳하게 선 머리카락이 추욱 내려간듯 했다.
루시 칼드웰:사심을 더하자면, 따스한 차를 들이킬때 고양이마냥 골골되는 네 모습을 보지못할거라는 사실에 실망하기도 했고..)
‘달그락’
….
……너 설마 차 다 마셨어…?
(한껏 시무룩해진 얼굴로 찻잔에 겨우 따스하게 데운 물만 달그락 거리며 가져왔고)
어떻게 티백이 단 하나도 없냐… 봐서 오늘 날씨가 계속 이러면 내일 사러가야할것같아…
루시 칼드웰:……..
..이상하다…. 떨어져도 내가 모를리가 없는데… 아닌데…. 왜지….
(울상인 얼굴로 네 두 손에 찻잔을 쥐어주었고…)
베타:... ...아니, 별로? (다짜고짜 그런 소리를 하면 이쪽도 뭐라고 해야할지 진짜 전혀 모르겠다만? 이것도 저것도 괜찮다고 했지만 젖은 스타킹을 신고 있는건 아무리 그래도 찝찝해서 어쩔 수 없기 때문에 엉거주춤 일어나 발목까지 내리고 슬 벗고 있을 뿐이었다. 아니, 정말 그 뿐이었다고. 잔뜩 시무룩해진 얼굴을 보니 모를 것도 알게 된 기분이라 그저 김빠지듯 픽 웃음만 흘려댔다. 고작해야 저거가지고 저렇게 죽상인건가? 귀엽기는. 걸레처럼 쭉 쥐어짜면 물이라도 뚝뚝 떨어질 스타킹을 한 켠에 놓고 수건으로 젖은 다리나 닦아댔다.)
...뭐...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니. 그렇게 신경쓰지도 않아. 차야 돌아가면 언제든지 마실 수 있는거고. (아니. 진짜 그게 그렇게 신경쓰이냐고. 괜히 한 번 네 머리를 휘집듯 쓰다듬었다가 두 손으로 곱게 잔만 쥐었다. 역시 귀엽기는.) 신경쓰지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잖니. 그리고 괜찮다는 말도. 나야... 차를 좋아해서 그런 것 뿐이잖아. 그냥, 한 번 쯤 깜박할수도 있는 노릇이지 않겠어. 적당히 마시고 빨리 씻으러 갈게.
루시 칼드웰:그렇다면 다행이긴 한ㄷ-
(본인이 괜찮다면 괜찮은게 맞는것을, 뭐가 그리 불만족인지 여전히 한숨을 푸욱 쉬었다가, 스타킹을 벗는 네 모습에 순간 시선을 다른곳으로 두었다. 고개라도 돌리고 싶었다만 네가 머리를 쓰다듬어 준 덕에 그 손을 마다하고 싶진 않아 그 자세로 어정쩡하게 벽면만 바라보고 있었고. 아까 들고있던 찻잔보다 훨씬 덜그럭거리며 뒷목을 꾹꾹 눌렀고 볼을 긁적거렸나, 괜시리 뭐가 혼자 부끄럽고 난리인지 살짝 붉어진 얼굴을 꾹 감고 개가 물을 털듯 한껏 좌우로 흔들거리고 네 옆에 폴싹 앉았다. 조금은 쭈삣거리며 비록 축축해진 너였지만 마다하지 않고 제 온기를 나눠주듯 네 옆에 점점 다가가 앉았나)
흐, 흠. 큼. …큽.
(호로록, 소리를 내며 저는 그저 차가운 냉수를 들이켰고)
흐으…
(푹, 숨을 내뱉고는 제 앞머리를 정리하고는)
루시 칼드웰:그런가…. 오늘 뭔가 묘하게 이상한것 같단 말이지… 날씨도 엉망이고, 칫솔도 이상하고, 차는 하나도 없고, 네가 다 번쩍 젖어서 온다던지-...
(자연스레, 창문을 바라보다 뉴스로 시선이 흘러갔다)
베타:... (쟤 지금 무조건 쓸데없고 쓸모없는 생각하고 있을거야. 분명 그러고 있을거야.) ... .........변태. (장난처럼 보일지는 모르겠다만... 제 딴에는 일단 장난이랍시고 한마디 툭 뱉더니 욕실로 쏘옥 들어가 버렸다...)
paper airplane:기습폭우에 의한 피해가…
▶ 주간 날씨를 알려주는 화면은 온통 먹구름으로 가득합니다.
비, 비, 그리고 비.
여름철 장마는 흔한 일이라고 하지만, 전국을, 그리고 한 주가 비로 가득한 건 이번 여름 중 처음입니다.
유명 스포츠 선수 A씨의 은퇴 사실에 관한 루머들이…
˚ ≈ ˚。 지능 판정입니다. ˚ ≈ ˚。
루시 칼드웰: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paper airplane:처음 듣는 내용인 것 같은데, 다음으로 다루는 뉴스 내용은 낯설기만 하네요.
그리고 한동안은 그런 뉴스로만 진행됩니다.
루시 칼드웰:뭣, ㅁ 뭐-
벼,변태 아니거든?! 나 아무생각 안했는데 왜 왜 혼자 이상한 생각 했냐?!
(너에게 쭈삣쭈삣 다가가자면 ‘변태 라는 말에 버럭 혼자 빨개져서는 욕실로 들어가는 네 뒤를 따라가지도 못한채 쫑알거렸나, 문이 탁 닫히면 한참 닫힌 문을 보다가 풀썩 네가 앉아있던 자리에 무너지듯 눕고는 푸욱 한숨을 내뱉었다. 축축하지만, 그 덕에 네 향기가 베인걸까 그걸 인지하고 나니 또 다시 침묵이 오고가고 물결로 일렁이는 입술과 동시에 얼굴은 다시 빨개졌나. 이러면 진짜 변태같잖아 나 자신…! 으아아아악)
(두손으로 머리를 벅벅 긁다 뉴스에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한참 들었다. …비, 비.. 또 비. 그놈의 비. 안그래도 여름은 약한 자신에게 비가 많이 내려 이번 여름은 시원하다고 느끼고 있다만야, 아무리 자신이라 해도 이런 여름은 지긋지긋한지 푸욱 하고 한숨을 내뱉었다)
….. 여름이고 말이야, 바다 놀러가고 싶었단 말이지 바다. 사진도 찍고, 맛집도 들리고 모처럼 방학인데 시간날때 데이트도 하고 놀러가고….. …
…….
루시 칼드웰:…에이씨이이익 짜증나 비 언제 그치는건데 씨이이바아아-
(소파에서 누운채 뭐가 그리 분한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발을 동동 굴렸다)
쏴아아,
비는 약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말발굽 소리처럼 휘몰아치는 비,
색을 잃은 잿빛 하늘,
습한 여름.
간단하게 씻고 나와 적당히 말린 그는
생각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이질적인 하루입니다.
폭우와 정전,
빗방울과 그,
아쉽지만 아주 조용하고 평화로운 여름.
내일은 개학이니 일찍 준비를 하는게 좋겠죠.
베타:루시.
당신의 이름이 허공을 둥둥 부유합니다.
나지막한 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사뭇 진지한 표정의 그가 보입니다.
그의 목에 새겨졌던 빛이,
헛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이.
당신만을 오롯이 담은 그 눈에 푸른 빛이 스칩니다.
동시에,
그의 피부 위로 기하학적인 형태의 무늬가 그려집니다.
마치 별자리처럼……
지금 당신은 무얼 보고 있는 거죠?
베타:이번에는 잘 될 거야.
…기억할 수 있지?
˚ ≈ ˚。 듣기 판정입니다. ˚ ≈ ˚。
루시 칼드웰: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은 지금 이 상황,
이 공간이 너무나도 고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비가 그쳤던가요?
창밖을 바라보면 비는 그치지 않았습니다.
아니,
비는 허공에 방울방울 ‘멈추어’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둥근 물방울의 형태를 가지고서.
당신은 이해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상황.
˚ ≈ ˚。 이성 판정입니다. ˚ ≈ ˚。
루시 칼드웰: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감소합니다.
무어라 말하든,
그는 당신의 손을 강하게 마주 잡고 눈을 감습니다.
베타:이번에는 사무전에서 만나자. 기다리고 있을게.
피부 위로 새겨진 무늬는 그를 집어삼킬 듯 반짝이고,
어디선가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에 숨을 쉬기도 어렵습니다.
별자리가 촘촘히 수 놓인 그에게서,
우리에게서 빛이 쏟아집니다.
중력이 배로 느껴지는 기분에 속이 울렁거려요.
허공에 방울방울 매달린 비는 여전히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가 입 모양으로 어떤 말을 전합니다.
하나,
둘,
셋.
...
깜빡.
여름을
paper airplane:이번 주 내내 맑은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열대야 역시 지속적으로…
창밖은 맑으매
푸른 하늘은 눈이 부십니다.
무더운 여름은 건조한 탓에 비는 내리지 않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정적을 깨뜨립니다.
루시,
당신의 손을 잡고 있던 상대는 어디로 갔나요?
집 안에 남은 건 맑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햇살,
그리고 당신뿐입니다.
˚ ≈ ˚。 이성 판정입니다. ˚ ≈ ˚。
루시 칼드웰: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감소합니다.
마치 영화 속 장면이 빠르게 전환되듯,
페이드아웃 없이 한순간에 뒤바뀐 세상.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자유로운 행동이 가능합니다.
루시 칼드웰:(아마, 입안이 가볍지 않은것을 보면, 깜빡이고 온 세상이 바뀌기 전까지 너와 맞잡은 손에 저는 혼란스러움과 슬슬 몰려오는 불안함을 한참 읊고 있을리라 생각한다. 이 끝내지 못한 말을 전할려 들때에는, 제 눈 앞에 너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있고, 비 하나 없는 말끔한 하늘을 잡고있는 제 손만이 살짝 흔들거리고 있었다)
…..베타?
(살짝, 일어서면 거짓말같이 뽀송한 제 소매가 스르륵 소리를 내며 제 팔뚝을 흘러내린다. 허공에 멈추었던 손이 믿기질 않는다는듯 소매를 만지작거렸고, 젖은것 하나없이 천이 부스럭, 으스러진다)
….베타. 어딨어?
(물씬, 내리쬐는 따스한 햇살과는 다르에 제 피부와 얼굴은 불안감으로 휩쓸러진다. 누군가를 잃는다는것, 눈앞에서, 잡고있던 이가 아무런 온기도 남기지 않는 채 사라진다는것. 두번다신 겪어보고 싶지 않은, 그러나 아마 제가 죽을때까지 이질감으로 남아있을 아픈 기억이리라. 빠르게, 몸을 이리저리 돌리며 방안을 바라보면. 여름의 건조하고도 푸른 향기. 너는 여기 없다는것을 다시끔 알려주는듯한 젖음 하나없는 따스함.
그는 그렇게, 혼자남은 방 한가운데에서 다시 네 이름을 읊조렸다)
루시 칼드웰:…..사라?
(정적이 흐르고, 지저귀는 새의 소리만이 그 정적을 가득 채웠다. 숨소리조차 가득할정도로 무엇하나 없어지면 그것을 어떤 형태로든 매꾸는 세상인데, 너는 왜이리도 매번 이렇게 쉽사리. 수수께끼마냥 없어지고 마는것인지. 주먹을 꽉 지면, 살갗이 강하게 짖눌려 빠득이는 소리가 난다. 부들 거리는 손은, 곧바로 주먹쥔채 제 옆 얼굴을 쳤다)
‘퍽-’
…
(머리카락이 살랑이고, 이윽고 붉게 얼굴이 올라왔나. 확실히, 사라진 너는 저에게 트라우마라 할 정도로 가늠할수 없는 불안감을 안겨주었고. 아마 누군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면 네가 그러는것이 이상하지 않다며 다독여줬으리라. 네가, 네가 다독여주면 좋겠다고 빌었을것이다. 그리 빌었으리라)
(여전히 빌었다만. 불안감에 사로잡혀있는것은 그날을 마지막으로 접어두었다. 정확히 말해서는, 불안하되 그 불안감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그런 멍청한 짓은 다시는 할 생각이 없어. 큰 경험을 통해 배웠고, 너와 한판 크게 싸우고 나서야 그렇게 겪었는데도 느지막하게 깨달아버린, 평생 잊지 않으리라 다짐한 마음이었다)
루시 칼드웰:‘사무전에서 만나자. 기다리고 있을게’
…사무전.
(멍청한 여자가 아니다, 그리고 그런 여자가 택한 남자다. 자신감이 낮아 네가 눈앞에 사라진다 한들 이번에는 잡지 못할까 두려워 하는것으로 멈춰있다면, 애초에 그런 대단한 여자가 택할 남자가 되지도 않았어. 그는, 문을 박차고, 닫는것도 잊은채 사무전을 향해 두 주먹을 꽉 쥐고 한없이 달려갔다)
창밖은 그늘마저 푸르러
바다를 베어 옮겨둔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매미 소리,
물감을 풀어둔 푸른 하늘,
건조한 여름.
당신.이 꿈이라도 꾼 걸까요?
쏟아지는 햇살에 이처럼 눈이 따가운데도?
폭우도 그도,
그리고 반짝이던 무늬마저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인 게 틀림없잖아요?
말리어
개학,
멀게만 느껴지던 단어가 오늘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펄럭이는 교복들이 흰나비처럼 이곳저곳 쏘아 다니네요.
일어났던 일들이 생생한 꿈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 일을 빼면 이 여름은
평범한 하루와 다를 것 하나 없어,
당신은 배로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정말 꿈이었을까요?
그는 보이지 않습니다.
어째서….
paper airplane:안녕, 루시!
뛰어가던 당신의 목덜미를 자연스레 잡아채는 건,
다름 아닌 당신의 친구입니다.
그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마 리즈샤:어제도, 오늘도 날씨 진짜 좋네요! 보통 이맘때 즈음이면 비도 오고 그랬던 것 같은데.
루시 칼드웰:(그 많은 계단을, 너 하나로 불안한듯 쉬지않고 뛰면서 올라가면, 여름이라는 날씨아래 땀이 잔뜩 흐르는 자신이 있다. 다행이도, 그 사이에 살랑이며 불어오는 바람에 금방 식어갔지만. 한참 그리 뛰어 정상에 도달해도 너는 없지 않아 불안해하며, 연신 입으로 네 이름을 중얼거렸다. 남들이 보기엔 한껏 불안한 얼굴이었으리라)
없어, 뭐야 없어.
왜 없지? 기다리라고 했는데.
어딨지? 어디-으,우와악-
(갑작스레 제 목덜미를 잡아채자 뭐,뭐야?! 라며 버럭이고 등을 돌리면,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리,리즈?!
루시 칼드웰:(새삼, 학교에서 너를 보는것이 놀라운것이 아닐텐데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자신이 아는 사람만 눈에 들어와도 반갑고 다행이라 여겼는지, 네 양쪽 어깨를 잡고 한없이 흔들었다)
지금 날씨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야 리즈-!!!!
(흔들흔들, 거대한 너를 잘도 흔들었다. 불안하지 않다고 한 주제에. 퍽이고 불안하지 않겠다)
너, 너너너 너 베타 못봤어? 분명 여기서 만나기로 했거든?!?!!?!
아니마 리즈샤:으잉? 갑자기 무슨 일이길래 개학 첫날부터 그렇게 정신이 없어아아아아아아악 (뭐임? 대체 뭐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임?? 자긴 그냥 내 친구 불러세웠을 뿐인데 이럴 일임!?) 잠... 아니 잠, 아니, 진짜로 잠깐... 잠깐 진정하라구!! (결국 못 참고 꽁!!! 한 번 때렸다. 일단 내가 정신차려야 뭘 말하든가, 아닌가를 할 거 아냐... 조금 빙빙 도는 머리 붙잡고 끄응거려)
진짜, 아니... 무슨 일이에요? 처음부터 차근차근 설명해 주세요! 아니지... 애초에 베타가 누구야? 리즈는 처음 듣는 이름이라구요! 혹시 다른 쪽 학생인거에요? 아니면 새로 사귄 친구? 루시야 워낙 친구도 많고 빨리 친해지니까 이상할건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모르는 이름을 리즈한테 물어보면 곤란하다구요.
루시 칼드웰:악
(너에게 맞아본건 이게 처음인가. 아니, 딱히, 원래 크게 맞고다니는 얘는 아닌데. 너한테 유독 맞고 다녔다만. 쟤, 방금 나 때렸어?)
…너 나 때렸-
아니 이게 중요한게 아니라…
…뭐….?
(너에게 맞으면, 별 아프지도 않았다만, 그래. 너에게 하도 맞을때마다 아프기가 말로 표현할수가 없어서 연신 맞은곳을 만지작거리는것이 제 버릇이였다. 이런 버릇이 남아있을 정도로 너는 당연히 이 세상에 있을 사람인데)
루시 칼드웰:뭐,뭔 생뚱맞은 말을 하는거야 너-...하하..
(맞은곳을 긁적이다가 천천히 팔을 내려놓았다. 어색하게 웃어보았지만 아마 눈은 웃고 있지 않았으리라. 그야, 그런 반응에 자신의 외면하려 드는 불안감은 저를 삼키지 말라는듯 목구멍에서부터 다시 타고 들어와 제 머리속을 채울려 했으니. 그저, 그렇지 않다는듯 억지로 웃어보았다)
베타… 베타 몰라? 너, 장난치는거야? 아니면 뭐, 끄,끝내주는 방학이라도 보내서 잠시 제정신이 아니거나 그런거? 아,알잖아-... 이걸 내가, 내가 꼭 설명해 줘야해? 베타. 흰 머리에, 되게 길고, 붉은, 그니까 내 장인 말이야, 파,파트너!
서,설명 안해도 알아야 하잖아, 어? 잠 덜 깬거야? 어어? 리즈, 야 리즈..!
(두 손으로 다시 네 팔뚝을 잡고 두어번 흔들다, 결국 힘없이 웃으며 두 손을 스르륵 내렸나)
아니마 리즈샤:잠, 잠깐... 그러니까 진정하고 하나씩... (이쯤되면 확실히 네가 마냥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안되는 말 뿐이지만 적어도 네가 진정해야 한다고 생각한 착한 아이이지 친구였던지라 천천히 네 손을 잡고 내려 주었다.)
일단... 말은 다 듣긴 들었는데요... 하나씩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거든...? 아니, 애초에 왜 이런... 어쨌든. 일단 때린건 죄송해요! 너무 횡설수설 하니까, 루시가! 지금도 그건 마찬가지이긴한데... 리즈가 아는 흰머리는 루시랑 또 유즈쨩을 포함해서 몇 몇 있지만... 방금 말한 특징의 사람은 진짜로 리즈가 아는 사람 중에서는 없는 걸? 게다가 루시는 데스사이즈니까 전부터 계속 사신님의 무기였잖아요? 잠이 덜깬건 루시 같은데... 정신 차려! 개학부터 그러면 안된다구~ (역시 자다 깬건가? 꿈인가? 자신은 그렇게 밖에 말할 수 없고 여길 수 밖에 없어서, 다시 네 뒷덜미를 잡아채 덜렁 들더니 기어이 밖으로 나와 마냥 질질 끌어댔다.)
사무전에 오르자마자 미안하지만~ 루시는 지금부터 리즈랑 임무로 나가 봐야해! 저희들이 바쁜거 한두번도 아니잖아요? 게다가 선생님도 요즘 바쁘신데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서 방학 내내 고생이셨다구요. 노베르트 선생님이야 원래부터 일을 많이 받아오셔서 업무 초과고, 피치 선생님... 은, 귀찮다고 도와주지 않을게 분명하니까. 그런데 정작 최강의 무기가 헤이해져서는!
루시 칼드웰:잠, 엑? 에엑?! 하아아?!?! 잠깐?!?!
(데롱데롱 들려져서는, 너를, 너를 풀려고- 풀려고 하면…. 하면…?! 뭐야, 이, 이여자들 왜 다 이렇게 힘이 강해?! 내가 약한거야?! 그런거야!? 네, 네 말대로 나… 나 데스사이즈인데도?!?! 아무리 파다닥 거려도 어째서인지 너에게 질질 끌려가는 자신이 있었다)
아,아니 잠시만 이거 놔 익- 아익, 씩 아이 씨,씨발 뭔 손힘이 이렇게 강해 야익-
(바들바들)
나 이럴 시간 없다니까 아니 씨 임무 중요한건 아는데 임무보다 더 중요하다니까 아니 아익 그니까 베타, 아니 베타를 왜 몰라?! 그,그래 니 쌤이랑, 그니까 블레 쌤이랑 매일 같이 베타랑 둘이 죽어라 퀭할때까지 일하고 다녔잖아!?!?! 아니 나 데스사이즈 맞긴 한데 파트너가 있다니까 글쎄 아이 씨 이것좀 이것좀 놓고 놓고- 아아아악-!!!!!!!
(바둥바둥. 미치겠다. 이럴 시간이 아닌데. 한시라도 빨리 베타를 찾아야 하는데, 찾기는 커녕 이게 왠 다 장난인건지 싶을 정도로 머리속에 돌아가는것이 하나 없다.. …합리적으로. 합리적으로 생각해보자. 그래, 만약에 이 상황에 내가 너였다면…
루시 칼드웰:바둥거리는것을 멈추고, 질질 끌려다니는 몸으로 팔짱을 끼고 눈을 부루퉁 뜨다 감으며 생각했다.
생각했다..
생각했다…
생각했….다….
생각….)
….
루시 칼드웰:에라이 씨발 모르겠다고!!!!!!!!!!! 이거 놔 이자식아 아니 이것좀 놔 리즈 아니 지금 임무가 중요한게 아니라니깐 글쎄 나 베타 찾아야한다니까아아악?! 베타가 여기서 만나자고 했다고, 별자리같은 어? 그 뭐냐 번쩍! 그래 번쩍거리더니 하는 말이 기억해달라고 했다고-!! 비도 왕창 왔었고, 홀딱 젖어있었다니까?! 그래서 내 말은 사무전에서 나 기다린다고 했다고오오오오 야이익 이거 놔아악 (바둥바둥)
2022. 7. 10 PM 11:15 CUT!
2022. 7. 11 PM 4:00 ~
아니마 리즈샤:힘이 아니라 테크닉이에요! (이걸 대답해주는 경우는 또 뭔가 싶지만 어쩌겠어... 이런 사람인데... 뭐 잘했다고 괜히 제 팔 들어올려서 힘 빡! 줘본다. 그래봤자 울긋불긋한 근육 같은건 없었지만... 뒷덜미 잡은 채로 잠깐 세우더니 여전히 더위먹은 사람 보는 얼굴로 보고)
뭐랄까... 친한 친구에게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런데... 실례인 것도 알고... 근데 역시 루시는 더위를 엄청나게 먹은거 같아... 그 동안 멀쩡했는데 하루 아침에 이렇게 되어선... 비라곤 해도요... 어제도 그렇고 한동안 너무 맑아서 그, 뭐라고 해야할까, 역시 쨍쨍한 햇빛 덕분에 현기증? 신기루? 그런건가요...? 애초에 베타라는게 사람 이름이긴 한가요? 엄청 특이하긴 하다. 뭔지는 몰라도 일단 진정부터 하는건 어때요...? 루시는 가끔 그렇게 머리에 열 올리면 앞뒤 생각없이 뛰쳐나가는게 안좋은 버릇이라니깐.
루시 칼드웰:(남들이 보기에는 영 꼴사나운 모습으로 너에게 잡혀있겠다만, 저는 뭐가 그리 심각한지 잔뜩 겁먹기 시작한 표정으로 너를 바라보았나, 중얼거리는걸 먼저로, 몇번이고 입안에서 웅얼거려서야 비로서 입밖으로 목소리가 나왔다)
아니,아니야.. 아니야.
리즈, 그게 아니야.
(제대로 일어서서는, 저를 잡는 네 손을 잡아 슬며시 놓으며 불안한듯 그 손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개학이라 그런지 돌아다니는 이파리 하나없이 깨끗한 사무전 바닥에 시선을 내리앉으며 바라보고 있으면, 엄습해오는 불안감에 흔들거리는 동공으로 너를 바라보았다)
…리즈, 나, 나 장난 아니야. 더위도 아니고. 네가, 네가 왜 기억을 못하는지 모르겠는데… 나한테 소중한 사람인것은 당연하고 너에게도, 하물며 쌤한테도 소중한 사람이야.
….나.
루시 칼드웰:나 얘 꼭 찾아야해.
…베타가, 여기서 기다린다고 했단 말이야.
(불안한 그는, 여전히 제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비참해질려는 순간을 가만두지 않았다. 힘없는 자신을 받아들이는 건 괜찮지만 그것에 발목에 잡혀 아팠던 순간을 절대, 무슨일이 있어서도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간절히 제 앞에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보았다. 네 손을 꼭 잡고는 너를 올곧게 바라보았고)
…리,리즈 나좀 도와주면 안돼?
아니마 리즈샤:어어... (어떡해, 진짜로 더위를 먹었나봐... 우습게 보이겠지만 이쪽은 정말! 정말, 진심으로 제 친구를 걱정하고 있었다... 네가 무슨 마음이던간에 제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 밖에 없었으니까. 문제는 그렇게 보일 수 밖에 없을지언정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마냥 더위먹은 헛소리로 넘길 수 없는 것 또한 제 심성이었다. 저리 말하는 이유가 있기야 있겠지, 싶어서.) 일단... 일단 그래요. 그게 맞다곤 해도... 끄응... 역시 모르겠네. 선생님도 아는지 모르는지, 그것도 모르겠어. 잠깐! 띵킹 타임! (생각하자, 생각을 조금 해보자. 리즈는, 나는 똑똑한 아이니까. 생각을 해보자. 땡볕 아래에도 불과하고 가만히 입매를 가리고 천천히 되돌렸다. 역시나 그 이름과 존재는 모르는 것이고 그건 확실하다. 근데 너는 마치 있는 것 마냥 읊어댄다. 둘 중 하나겠지? 네가 미쳤거나 내와 주변이 미쳤거나. 전자면 한 사람만 미친 것이므로 보편적으로는 그게 맞는데... 조용히 네쪽을 내려다보고 괜히 손을 꾹 잡고 씩 웃었다. 히히.)
응! 띵킹 종료! 상황은 모르겠지만 알겠어요. 루시가 그런거라면 그런거겠지? 믿지 않으면 끝이 없으니까요. 그러면 일단 임무 건은 리즈가 가져갈게! 일이 뭐가 됐든 이쪽도 해야할 일임은 변함 없잖아요? 우리가 미루면 그건 그거대로 큰일이에요. 루시는 그... 베타? 쪽도 큰일인거 같지만, 그거 때문에 다른 큰일을 만들기는 싫겠죠? 그러니까 리즈가 대신 갈게. 일 끝나면 뭐가 뭔지도 조금 알아볼거고... 루시도 조금 더 진정하는게 좋겠어. 정말이지! 무턱대고 도와달라고 하면 어쩌자는거람! 일단 너무 와버리긴 했는데 아까처럼 또 뛰어서 돌아가지 말고 천천히 생각하면서 돌아가요. 더위 조심해! 리즈 갔다 올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구!
루시 칼드웰:….지,진짜?! 진짜?!
진짜 그래주는거야?!
(불안했던 얼굴 속, 한줄기 빛과 같은 당신의 말에 무엇이 그리 고마운지 단 순간에 꽉 쥐어보던 네 손을 잡고 위아래로 흔들며 악수했다)
진짜, 진짜 진짜 그래주는거지?!! 진짜 고마워!!!! 진짜!! 나 더위먹은거 아니고 미친것도 아니거든?! 오히려 내 눈에는 네가 미친것같은데 아니 여튼 그게 아니라 진짜 고맙다!!!!
(붕붕붕붕붕)
나,나중에 일 다 처리되면 점심 사줄테니까!! 아니 다음 잡임무는 내가 다 맡아서 할테니까 알았어!?! 하 씨 고마워, 그리고 어 만약 가는도중에 베타 보면 꼭 말-... 아, 모르나. 왜 모르지, 씨 그니까… 눈은 붉은색에 엄청긴 하얀 백발에 일자로 단정하게 잘라있는 앞머리에 키는 이정도까지 오는 여자애, 그니까 베타. 베타!!! 베타 알잖아, 만나면 나한테 꼭 연락을 하던가 해줘 알았지?
루시 칼드웰:진짜, 진짜 살았다 고마워 고마워!!! (몇차례 더 붕붕붕 손을 흔들어주고 느닷없이 다른쪽을 향해 달려갔나, 그러다가 끼이익 소리를 내고는 당신에게 돌아와서는)
헉, 허억- … 헉…
너… 베타 기억안난다고 ….. 내 번호는 ….기억하고 ....있는거 맞지….?!
아니마 리즈샤:아니 지금 리즈를 뭘로 보고...? (진지한 의미는 아니지만 그거.. 뭐냐... 기분이 요상한건 사실인지라...) 당연히 기억하고 있죠... 저장도 되어있고 없더라도 가까운 지인 번호정도는 외워두는게 여러모로 좋으니까 루시도 너무 기계에 의존하지 말아요... 알겠지.....?? (어깨 턱.....)
루시 칼드웰:.....?;;
(아니, 미안하지만 내 시선에서는 베타를 기억하는 너야말로 잔뜩, 그것도 아주 잔뜩 더위에 먹은 쪽이고? 차라리 날 기억못하는게 나을려만 하필 또 베타를 기억 못하는 덕에 골치아프다만)
어, 어어어-.....
...
....아니 이걸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베타를 기억못해? 너야말로 더위먹은거 아냐? 나참, 더위먹은 애한테 임무 다 맡겨버리는건 아닌가 조금 그렇네. 에이씨. (머리를 박박 긁는다)
여,여튼 그럼 넌 가봐. 난.. 뭘....해야할진 잘 모르겠는데. 사무전은 넓으니까, 함 찾아봐야지. 알겠어? 흰머리에, 키는 여기까지 올라오고, 예쁘게 반짝이는 붉은 눈에 살짝 올라온 눈꼬리랑, 피부는 되게 새하얗고 부드럽고 또 - (주절주절...)
아니마 리즈샤:따지자면 리즈는 루시의 닦지 않은 엉덩이를 닦아주는 셈인거 모르겠어? (어디서 또 이런 표현 배워왔담? 내 친구 원래 이런 애였나? 진짜 너무 낯설어서 자연스럽게 스루~)
그래도 수업 빠지지는 말고! 제대로 듣지 않으면 선생님들한테 다 이를거에요?! 진짜 갈게! (듣기 싫어서 가는거 맞음)
˚ ≈ ˚。 잠깐! 지능 판정하세요! ˚ ≈ ˚。
루시 칼드웰: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문득 걸음을 멈춘 친구는,
당신처럼 똑같이 팔을 붕붕 휘둘고 제 갈길을 뛰어 갑니다.
덩그러니 남겨진 당신의 뺨 위로
푸른 나뭇잎 하나가 떨어집니다.
중력을 따라 떨어진 잎은 한가득 여름을 담아 푸르기만 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당신의 친구가 그를 모를리 없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정말 모르는 눈치였죠.
의문도 잠시,
온 길 그대로 돌아가면 요 앞 횡단보도입니다.
신호를 기다리며 건너기 전,
당신에게 전화 한 통이 도착하네요.
휴대폰이 가볍게 진동합니다.
리즈샤인가? 싶지만서도
보면 저화면을장되지 않은,
처음 보는 번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루시 칼드웰:…….
…뭐야, 누구야?
(처음 보는 번호에 누구인가 싶었고. 평소같으면 무시하거나 했겠다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설마 네가 다른사람을 통해 연락하는건 아닌지 싶어 별 망설임 없이 전화를 받았다)
…누구야? 아,아니. 여보세요?
휴대폰 너머로 옅은 숨소리가 들립니다.
한참을 얘기하지 않은 채,
그저 숨소리만이.
잘못 건 전화일까요?
paper airplane:…루시?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도 전화를 건 이는 그입니다.
불안하고, 여유가 사라진 그 목소리는 볼품없게 느껴져요.
동시에 그가 낯설기도 합니다.
루시 칼드웰:…..
….베..타?
(처음에는, 온통 옅은 숨소리에 뭔 변태라도 전화를 했나 싶어 끊을까도 싶었다만, 제 이름을 부르는 네 목소리에 황급하게 두 손으로 폰을 잡고 고개를 살짝 떨구며 시선은 스피커쪽을 향해 다급하게 대답했다)
베타야? 뭐야? 너 목소리가 왜 그래, 무슨일이야? 지금 어딨어?!
paper airplane:...
모르겠어.
루시,
혹시 내 이름 기억나?
˚ ≈ ˚。 정신력 판정입니다. ˚ ≈ ˚。
루시 칼드웰: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30
판정결과:
보통 성공
paper airplane:.당연하게도 그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르게 여유가 없는 듯 합니다.
나도 잘 모르겠어. 어떻게 된 일인지...
혹시 그거 말고는 기억 나는게 더 없어?
루시 칼드웰:무, 무슨 말이야 뭘 모르겠다는거야, 설명을 좀 해보라고-...
(네 이름이라니, 기억못할리가 없잖아. 무엇이 그리 다급했는지, 네 전화를 받는 도중 이리저리 방향을 틀면서 왔다갔다 거렸다…. 결국에는 제자리걸음이었다만)
..무슨 말을-..
..기억?
(상황을 설명해주기는 커녕 의도를 알수없는 질문에 발만 동동 굴렸다만, 네가 물어보는데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잇거니 싶어 결국 불안한 마음을 꾹 누르고 이를 꽉 물더니, 최근의 기억을 되짚어본다)
어제.. 비가 엄청 쏟아졌을때, 우산도 없이 네가 집에 돌아왔고- 홀딱 젖은 너를 얼추 닦아주다가 넌 씻으러 갔고, 그리고, 그. 네가… 네가 갑자기, 이번에는 잘 될거라고, 기억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더니, 네 목에 이상한 빛이 반짝였어- 별자리처럼. 그러다가, 그러다가, 말도 안되는거 알지만 빗방울이 멈춰있었고-...
루시 칼드웰:(횡설수설하게 정리되지 않은 말을 연신 뱉으며, 더 빼먹은것은 없는지, 한참을 곱씹고 곱씹었다)
…그리고 사무전에서 만나자고, 기다린다고 했어.
네가… 네가….
..그리고 그 다음은, 그니까-.. 네가 없어지고, 갑자기 비는 멈춰있고, 리즈는 널 기억 못하고 있고- 하늘은 맑고- 그, 그리고-...
paper airplane:설마 아직도 기억이 돌아오지 않은 거야?
일단 알겠어. 난 먼저 사무전에 도착했거든. 알아볼 게 있어서 도서실에 들리려고.
순간 보행자용 신호등 불이 초록색으로 바뀝니다.
횡단보도,
그 하얀 선을 따라 걸을 때 즈음 그가 중얼거립니다.
매미가 우는 소리에 묻혀버릴 정도로,
아주 작은 목소리로.
paper airplane:…나, 얼굴이 사라지는 중이야.
…이게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인가요?
그러나 그는 장난을 치는 기색이 아닙니다.
휴대폰 너머의 표정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있습니다.
그리곤 전화를 뚝,
바로 끊어버리네요.
분명 말도 안 되는 소리일 텐데.
일상과 비일상 사이에 정신이 멍해집니다.
그러나 의문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끼익-!
큰 소리에 심장이 덜컹,
내려앉습니다.
당신의 눈앞,
가까운 거리를 두고 아슬하게 멈춘 차 옆으로
한 학생이 넘어져 있습니다.
부딪히진 않았지만,
모두가 웅성거리며 횡단보도 쪽을 쳐다보네요.
˚ ≈ ˚。 관찰 판정입니다. ˚ ≈ ˚。
루시 칼드웰: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운전자와 학생은 무어라 얘기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그 차로 시선을 옮기면…
바퀴가 없습니다.
잘못 본 걸까요?
눈을 두어 번 깜빡이자 그제야 바퀴가 보입니다.
소란도 잠시,
지각을 피하고자 모두 다시 학교로 걸음을 옮깁니다.
물론 당신도 그래야겠죠.
오늘 하루의 시작이 묘하고,
또 불안 불안하게만 느껴지네요.
다시 한층 한층 계단을 오르다 보면 당신의 반이 보입니다.
오늘따라 파아란 창밖이 무섭게도 아름답습니다.
정신을 고쳐잡고 그를 찾으면,
당신의 교실 속 익숙한 얼굴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그만이 없는 게 아닙니다.
그의 책상과 의자까지도.
그림을 잘라 떼어놓은 듯...
보이지 않습니다.
…어째서일까요?
지나가는 친구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눈치이며,
교탁에 붙은 자리표에는 학생들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루시 칼드웰:‘얼굴이 사라지는 중이야’
‘자동차에 바퀴가, 없었어’
‘빗방울이 공중에 멈춰있었고’
‘본적없는 빛이 너를 감싸다 함께 사라지고’
‘리즈는 널 기억하지 못해’
‘나도, 나도 기억 못하는게.. 있는거야?’
루시 칼드웰:….이게…
이게…뭐야?!
(쾅, 소리를 내며 벽을 내리쳤다)
장난도, 장난도… 정도껏 해야지-....뭐하는거야 다들 씨발-...
(안돼, 불안해. 이러다간 삼켜질것같아서, 답답한 제 목을 매만졌고,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이럴수록 침착해져야 했는데, 멍청하게 그날의 일은 잊지 않겠다고 몇번이고 곱씹은 주제에 만약 이런일이 일어났을때 그때에는 저번처럼 되지않도록 어떻게 해야할지, 그때 당시를 후회할뿐 이런일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본적 한번도 없다고- 젠장… 젠장…!)
(차라리 제 머리속과 같이 날씨도 엉망이었으면 좋았을련만, 혼자 호들갑이라는듯 자신을 맴도는 모든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지독하게 맑은 하늘, 그리고 저를 이상한듯 바라보는 주위사람들. 마치, 내가 틀렸다고 말하는 공간 속. 여름의 공기는 끈적하고 산소가 부족할만큼 뜨거웠다. 이래선 안돼. 멈춰있으면 안돼, 괜찮아, 괜찮아- 전화 했잖아. 어디에 있는거야. 찾을 수 있어. … 아예, 아예 사라졌을때도 찾았잖아, 괜찮아.. 괜찮아… …. )
루시 칼드웰:(틈새에 여름공기 하나 없을 정도로 꽉 쥐어본 주먹 그대로, 저벅이며 친구들에게 다가갔다)
….야, 누구야? 베타 책상이랑 의자 빼돌린 놈이?
paper airplane:▶ 방학 때 있던 일이나, 이른 개학에 대한 불만, 혹은 곧바로 정상 수업인 것들에 대해 불만을 토하고 있습니다.
▶ 언제 도착했는지 당신이 아는 얼굴도 꽤 보입니다.
물론, 당신이 낸 소리에 놀라 시선이 쏠린 친구들도 있습니다.
반 친구들은 당신의 행동에 놀라 순간 입만 뻥긋거리다가도 금새 갸웃거립니다.
도대체 얘가 무슨 소리를 하나, 싶은 얼굴로.
그러고 있다보면 딱딱, 하며 바닥을 치는 소리가 가까워집니다.
paper airplane:방금 큰소리는 뭐였어? 루시군, 안녕. 일찍 왔네.
당신의 또 다른 친구입니다.
루시 칼드웰:(다들 술렁거리거나, 갸웃거리는것 뿐 누구하나 제대로 된 대답하지 않아 답답해 하던 와중, 익숙한 목소리에 황급히 몸을 돌렸고, 제 시선보다 한참 위에있는 네가 눈에 들어와서야 또 다시 간절하듯 너에게 달려갔다)
야 씨, 유즈-!! 너 어디있었냐?! 아니 그건 됐어. 너 베-
..
(...만약, 너도 모른다고 하면, 그러면 어떡하지? ….. 어떡하긴 뭘 어떡해 이 멍청아. 퍽 소리를 내며 꽉 쥔 주먹으로 제 얼굴을 쳤다. 이렇게 가다간, 너를 찾기도 전에 제 얼굴이 엉망진창이 될지도 모르겠다. 붉게 올라온 얼굴을 뒤로하고 다시 손을 내리며 너에게 물었다)
너, 베타 어디갔는지 알아? 어떤놈이 베타 의자며 책상도 가져간것같은데.
…. …… 넌 기억 안난다고 하지 말아라 진짜..
유토 유즈루:어, 어라... 방금 또 엄청난 소리 난거 같은데... (금새 당황해선 뻘뻘거렸다가 손목에 지팡이를 걸어놓고서 허둥지둥거려) 그, 일단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정하는게 좋을거 같기도... 괜찮아?
그리고 으응... 그 베타? 라는건 혹시 루시군 친구인거야? 우리 반에는 그런 이름을 가진 친구가 없다는건 루시군도 잘 알지 않아...? 자리표에도 안 적혀 있을테니까... 호, 혹시 내가 기억 못하는 사람이야...? 전에 만났던가...? 뭐, 뭔가 미안...
루시 칼드웰:………….
….
…
…
….
아아아아아아악-!!!!!!!!!!!!!!!!!!!!
루시 칼드웰:씨발 짜증나!!!!!
역시, 역시 기억 못하고 있잖아, 뭐야? 뭐야!?!? 니들 다 뭐야?!? 뭐 방학에 다들 나 빼고 뭐 했어?!?!? 씨발 베타가 멀쩡하게 나한테 전화까지 했는데 뭐 신종 따돌림 그런거냐 이자식들아?!?!
(이제는 정말 모르겠다, 갑자기 밀려오는 짜증남에 소리를 빽 질렀고 두 손으로 벅벅이는 소리가 가득할정도로 제 두머리를 잡고 긁었다)
베!! 타!! 베!!! 타!!! 아니 나를 잊는것도 좀 어이없긴 하겠다만, 베타라고?! 다른 애들도 아니고 베타라고?!?! 베!! 타!! 라고!!!! 리즈가 그러는것도 머리아파죽겠는데 너까지 그래?! 단체로 더위먹었어?! 더위 수준 아닌거 아냐 이거?!? 내 파트너!! 내 장인!!! 내… 내…내 여자친구!!!!!!!!! 베타!!!! 모르냐고오오 이자식아-!!!!
(한참을 버럭거리다가 방전되듯 휘청거린다. 두 손으로 제 얼굴을 가리고 머리를 쓸어올리며 마른세수를 연신 하다 고개를 푹 숙이고 죽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뭐냐고… 이게 뭐냐고…… 이게 뭐냐고오오오-......
유토 유즈루:엄. 엄마야... 뭐, 뭔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정, 진정하자! 루시군, 진정하자아...! (스테이! 스테이!! 소리에 깜짝 놀라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서 연신 허우적댔다. 자기가 잘못한 책임이 있는 것 마냥... 자연스럽게 네 등을 받쳐주면 보이지도 않는 눈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저기.. 진짜, 아니, 뭔가... 미안... 무슨 일인지는 모, 모르겠는데 그, 그거야? 루시군... 더위... 를, 먹은거야? 열사병? (정말 은근히 할 말 다하는) 그런거라면 좀 쉬는게 좋아... 정말, 정말 그, 미안? 하지만... 베타라는 이름의 친구는 우리 반이 아니야... 다른 사람이나 선생님이라면 몰라도 블레모어 선생님도 피치 선생님도, 노베르트 선생님도 전부 우리 반 수업을 봐주시는데 멀쩡히 있는 반 학생을 모른 척 하거나 없애버릴리는 없잖아...? 그건 맞는 말이지? 그렇지...? 그러니까 진정하자아, 진정하자아... (배 쓰다듬... 쓰다듬... 아이고 내새끼...
루시 칼드웰:그…………..
……….놈….
…..의……………..
………
더위!!!!!!!!!!!!!!!!!!!!!!! 아니라고 씨바아아아아알-!!!!!!!!!
(아아아아악, 아아아악, 아아악 짜증나 으아아아아악-!!!! 네 품에서 한참이고 파닥거렸다. 품에서 나오지… 왜 네 품에서 파닥거리고 있담. 그저 네 품에서 고개를 팍팍팍 머리로 긁으며 칭얼거림을 이어갔다)
루시 칼드웰:어떻게 단어선택만 다르지 니나 리즈나 하는말이 또옥같냐 진짜-..으아악..으아아악!!! 베타라는 이름의 친구가 아니라 베!!!타!! 네 친구라고오오…. 네…네친구우우… 네 친구라고오오옥-..... …. .. …… 아니 그니까 이상하다는거야, 분명 아까까지 나랑 전화통화도 하고, 어? 어제도 있었고? 물론 갑자기 사라졌지만, 뭔 얼굴이 없어진다니 뭐니 이상한 말 했지만-...!!! 여튼…!!
(하아… 안되겠어. 미안, 베타. 전혀 어떻게 판단해야할지 모르겠어. 이런 상황에서 너는, 너는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해결해 나갔을까. 일단 나보다 무조건 침착하고 어떤 방안을 생각해서 그대로 행동하면서 실천하겠지.. 젠장… 젠장.. 난 그런거 역시 못하나봐…어떡하지.. 쓰다듬…쓰다듬….쓰담… …… …?
…..쓰다듬..?)
….. …너 뭐-..
…
.
루시 칼드웰:…..
..
으아아아악 미친 뭐하는거야!!!!!!!!!!!!
(잘도, 앞이 안보이는 친구에게, 아주 잘도 주먹부터 나갔다. 핑계를 하자면, 정말 정말로, 몸이 반응해서, 정신이 없어서 몰랐을뿐 멀대마냥 큰 제 친구 품에 안겨있는것도 모자라서, 배까지 쓰다듬을 당하는 턱에, 안그래도 열이 올라 더워죽겠던 몸이 한꺼번에 싸늘해지듯 차가워져서는, 볼까지 소름이 다 올라 왔다)
..아.
우,우와악 미안, 아니 미안, 아니 씨발 니가 갑자기 이상하게 만져대니까 나도 놀라서 그만;;; 아,아니 미, 미안;; 진짜 미안;;;
유토 유즈루:아흐흑... (뭐... 모르는건... 아니었는데...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주먹이 날아오는 것 정도야 본인이 모르는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피하면? 네가 무안해 질수도 있고? 그대로 넘어갈수도 있어서? 그 주먹 그대로 맞았다... 그리고 아파. 힝... 잘 쓰담아 주고 있었는데 뿌리쳐졌어... 히잉... 맞은 곳 부여잡고 무력하게 탈팍........... 주저 앉으며)
아니... 아니야... 그럴수도 있지... 괜찮아... 그렇게 의심되면... 자리표 볼래...? 이름이랑 번호 적혀 있잖아... (가련~)
루시 칼드웰:..아,아니 내가 친거지만 보통 그럴수도 있다고 하면 안되는거 아니냐고…..;;;
(....같이 5분만 있어도 이렇게 어이없는 놈이 이 세상에 너 말고 어디있겠냐며, 이렇게 보면 내가 꿈꾸는건 확실히 아닌것같고, 뭔 거지같은 환각에 빠져 허덕되는것도 아닌 것 같은데… 탈팍 나무통마냥 쓰러진 너를 일으켜 주고는 옷을 털어주었다)
미,미안한데 나 진짜 급하긴 해가지고 나중에? 나중에 이야기 할테니까? 나 그럼 확인하러 간다?
(라는 말을 뒤로하고, 코피가 나진 않는지 네 얼굴을 확인하다가 등을 팡팡 때려주고는 호다닥 자리표를 향해 달려갔다)
paper airplane:▶ 교탁 위에 붙여진 자리표에는 학생들의 자리 위로 이름과 학번이 적혀있습니다.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활자를 짚어 살피면….
없습니다.
애초에 없던 학생처럼 그의 자리도,
이름도,
학번도,
paper airplane: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 ≈ ˚。 이성 판정입니다. ˚ ≈ ˚。
루시 칼드웰:
SAN Roll
기준치:
47/23/9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
매미는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울어댑니다.
하나, 둘, 셋.
당신에게 그리 속삭이던 그는 어디로 간 건가요?
모두가 한 사람을 잊고 여름을 보내는 중입니다.
창밖의 푸른 하늘은 작위적으로 맑고,
나무 아래 그림자는 잠시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매미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면,
당신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루시 칼드웰:….
없어.
….없어..
(거짓말같아. 방금까지, 통화하고, 어제까지 내 옆에 있던 네가. 이제는 그저 제 기억속에 존재하는 흔적이 되었을뿐 이 세상에는 어느것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간다. 아니, 이미 사라졌던걸까. 없었던걸까. 너를 닮고싶어 이성적으로 생각한다 한들, 이성적인 판단은 결국 이 세상에 너는 ‘존재’ 하고 있지 않다는것을.
세상이 잃어버린 너라서, 그리고 이 순간에도 나 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네가 있을까 싶어 네 이름을 연신 중얼거렸다. 베타. 베타. 베타.. 사라. 사라 발렌티나. …사라. …..)
….사라.
루시 칼드웰:(어찌나 크게 울어대는지. 이제는 머리속에서만 기억해내는 그녀의 이름마저 삼켜버리겠다듯 매미는 찢어지듯 울었다.)
paper airplane:▶ 매미의 돌림노래는 끝날 기미조차 느껴지지 않습니다.
˚ ≈ ˚。 듣기 판정입니다. ˚ ≈ ˚。
루시 칼드웰: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paper airplane:▶ 마치 녹음본을 틀어둔 듯,
그 소리는 기이하게도 완벽히 반복됩니다.
잠시 멈추는 건 7초에 한 번,
소리가 커지는 것은 일정하게.
루시 칼드웰:….아아…
진짜 쓰러지겠다..
뭐야 이게…
(1…2….3…4… …7… …1…2….3… ….7…)
(다 거짓말인가. 뭐지, 꿈이라도 꾸고 있는건가. 그래, 한동안 악몽은 왜 안꾸나 했다. 괜찮아질리가 있겠나. 그저, 건강해지고 극복하고, 이겨낼 방법을 찾아내는것이지. 평생 저를 아프게 할 기억이자 너와의 만남일텐데.)
…그렇다고 해서…
루시 칼드웰:(복잡한 마음은, 한숨조차 뱉지 못했다. 그정도로 꽉 막힌 목구멍은 단순 네가 없어지길 바라는 이 세상의 여름공기가 제 속에 더 이상 들어오지 않기를 바래서. 후덥지근한 공기속 하늘을 바라보면 사실은 내가 공중에서 바다를 향해 떨어지고 있는건 아닌지 싶을 정도로, 참으로 시원한 하늘이었다)
…꿈이라고, 마음 놓으면…. 그러다가 실수라도 하면 어떡하냐고.
paper airplane:▶ 구름 몇 점이 떠다니는 하늘은 지독하게도 푸릅니다.
˚ ≈ ˚。 관찰 판정입니다. ˚ ≈ ˚。
루시 칼드웰: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paper airplane:바람 하나 불지 않는 날씨라고 해도… 구름은 제자리에 못이 박힌 듯 움직이지 않습니다.
애초에 움직이는 법을 모르는 것처럼 그 자리에 굳어 있습니다.
띠리링-
힘차게 울리는 수업 종.
재잘거리던 아이들도 자리를 찾아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루시,
당신은 당신의 기억을 믿을 수 있나요?
모두가 그것이 거짓이라고 속삭여도?
선생님께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어기적 들어와
한 템포 쉬고 난 후, 나른하게 수업을 시작합니다.
출석 역시 그의 이름은 건너뛰고 이어지네요.
누군가의 부재는 애초에 없던 것처럼 하루가 흘러갑니다.
paper airplane:그래서… 결국 이 모든 근본이자 뼈대가 되는되고 모두가 익히 아는…
…에서, 건전한 영혼은, 건전한 정신과, 그 다음에 들어갈 말은.
건전한 육체에 깃든다.
몇 아이들이 답합니다.
동시에 선생님께선 당신을 빤히 쳐다보네요.
피치:… …루시. 오늘 영 집중을 못 하는 것 같네... 하기사… 선생님도 개학 첫 날부터 정상 수업이라니… 그것도 내가 첫 수업이라니… 꽤 절망적이야… 그런 김에 아까 말한 빈칸의 답, 한번 불러볼까나…
모두의 시선이 당신에게 쏠립니다.
흔들림 없는 올곧은 시선을 보자,
절로 속이 메스꺼워집니다.
˚ ≈ ˚。 관찰 판정입니다. ˚ ≈ ˚。
루시 칼드웰: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 ≈ ˚。 그때, ˚ ≈ ˚。
그 때,
복도 쪽 창가를 익숙한 인영이 스쳐 지나갑니다.
햇살에 눈이 절로 찌푸려졌지만,
분명 그를 닮은 이입니다.
피치:루시.
선생님께선 벙긋하는 입으로
무어라 얘기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내용이 당신에게 중요한 것이었을까요?
그를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또 가득 채웁니다.
루시 칼드웰:…아..
(몇번이고 외우고 외우던 문장인데. 아니, 것보다 질문이 뭐였더라. …. 구름이 멈춰있었는데. 근데 그게 네가 없어진것 만큼 중요할까. 하지만, 자동차의 바퀴도 없었는데. 리즈도, 유즈도 기억 못하고. 책상도 의자도 없어지고. 그러고보니 어제 칫솔도 이상했지. … 하지만 제일 중요한건 너인데도. …. 선생님이 무어라 물어보셨더라. …..
…..
….베타?)
‘벌떡’
(갑작스레 일어선 덕에, 의자가 덜컹거렸으리라. 마찰되는 바닥은 기분좋지않게 끼익 소리를 냈고. 책상을 쾅 치고 일어서면, 네 긴 머리와도 비슷한 끝자락이 창가끝에 일렁이다 사라진다. 두근거리는 심장, 결코 설렘이 아니다. 허나, 역시 네가 사라질리가 없지 않은가. 그래, 확인해봐야한다. 너일수도 있잖아. 말도안되는 상황이 아닐수도 있잖아, 웃기게도 정말 더위를 먹어 제 두 친구들이 너를 잠시 잃고, 어떠한 모종의 이유로 책상과 의자가 사라지고, 네 이름조차 명단에 없어지는것이, 정말정말 우연일수 있는거잖아)
루시 칼드웰:피,피치쌤-!
미안 나 잠시, 나-
‘덜커덩’
(반의 시선은 온통 자신에게 쏠려있으려나. 상관 없었다. 한껏 놀란 얼굴로 땀마저 흐르며 제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책상까지 넘으며 반 입구까지 뛰어갔을리라. 아마, 중간에 넘어질뻔하기도 했지. 문턱을 탁 잡고서야 네 눈을 바라보고)
나, 잠시 가야하니까-
(흔들리는 동공으로 제 불안하고도 동시에 희망찬 얼굴을 네 눈에 안겨줬을까. 그렇게 그는 잡고있던 문턱을 손끝까지 훑으며 박차고 교실을 떠나, 길고 흰 머리카락의 끝자락을 따라 하염없이 뛰쳐갔다)
피치:...
후아아아아... 그래서 다음은 뭐냐면...
당황한 표정의 친구들과
이상하리만치 침착한 선생님의 얼굴.
마치 아무 일도 아닌 듯 다시 하품을 하며
수업을 마저 이어갑니다.
그런 그들을 지나쳐 복도로 향하면,
흔들리는 머리칼은 이미 계단을 오르고 있습니다.
위로,
그리고 다시 위로.
어느 교실에선 시를 읊는 소리가,
어느 교실에선 공식을 정의하는 소리가.
계단을 오르는 이는 당신과 그뿐입니다.
그는 뒤 한 번 돌지 않고 계속해서 계단을 오르네요.
숨이 부족해집니다.
한참을 걷던 다리가 저릿해질 때 즈음,
당신은 활짝 열린 옥상 문을 보게 됩니다.
…그가 이곳에 있을까요?
심장에
끼익-
문을 열고 옥상에 발을 딛자,
철조망 밖 너른 하늘을 보는 이가 그곳에 서 있습니다.
흩날리는 머리칼은 왼쪽에서,
다시 오른쪽에서.
바람의 방향은 초 단위로 달라지고,
하늘 위 구름은 못이 박힌 듯 움직이지 않습니다.
펄럭이는 교복,
흔들리는 백색 머리카락.
당신이 가까이 다가오자
그는 천천히 뒤를 돕니다.
아, 그 얼굴은 분명….
베타:...루시?
하얗디 하얀 흰 머리카락,
당신보다도 작은 아담한 키,
이제는 익숙한 그 교복.
하지만,
얼굴은 지우개로 문댄 듯 보이지 않습니다.
흐릿하고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그 얼굴만은 알아볼 수 없습니다.
˚ ≈ ˚。 이성 판정입니다. ˚ ≈ ˚。
루시 칼드웰:
SAN Roll
기준치:
46/23/9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감소합니다.
당신에게,
그리고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블러 처리가 된 듯한 그 얼굴에
몸이 반사적으로 얼어붙습니다.
베타:이상해. 아무도 날 기억하지 못해. 너는 날 알고 있지? 지금 내 얼굴, 보여?
울먹이는 표정.
아니,
저걸 표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흐릿한 얼굴은 여전히 뿌옇기만 합니다.
…눈은 어떤 색이었고,
어떤 모양이었고,
또 어디에 자리 잡고 있던지.
당신 마저 그 얼굴을 떠올리기 힘들어집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당신이 가진,
그에 관한 기억들 역시 하나둘씩
지워지는 중이란 것을요.
베타:…보이지 않는구나.
손을 뻗으려던 그는 그대로 굳어
당신을 마주 봅니다.
그 무엇도 보이지 않지만,
당신은 분명 그리 느꼈습니다.
혼란스러운 마음에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요동칩니다.
가는 침묵이 흐른 후
그는 당신을 와락 끌어안습니다.
쿵,
쿵,
엇박자로 뛰는 심장 박동 소리.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는
진정한 듯 천천히 당신에게서 떨어집니다.
베타:차원의 관문도 사용할 수 없어. 마치...
마치, 이 세계에 갇힌 것만 같아.
차원의 관문?
그리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습니다.
2022. 7. 11 PM 8:20 CUT!
2022. 7. 12 PM 4:50 ~
루시 칼드웰:(난 참으로 단순하구나. 네 얼굴이 없음에 생전 느껴본적없는 감각이 저를 둘렀다. 섬뜩함, 공포, 그리고 판단력 하나 제대로 서지 못하는 말도안되는 상황에 제 머리속도 너와 같이 하얀 백지마냥 비어져갔음에도, 네가 저를 안아줌에 아직은 너를 만질수 있다는 상황에 마음이 놓였다. 참으로, 단순했다.
단순한 만큼, 지나치게 걱정하는것도 자신이었기에. 네가 떨어져 나갈때 혹여나 사라질까 뻗은 손은 허공에 멈추고 만다. 너의 눈은 어떤 색이었는지, 눈꼬리는 어떻게 올라갔고 눈썹은 얼만큼 네 눈동자를 가렸는지.
뻗은 손은, 분명 너의 이름을 부르며 붙잡으려 뻗은 손일텐데. 한순간 무엇이 컥 막혔는지 네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
….사,라-
(주먹쥐었다. 왠지, 한순간 네 이름을 까먹을뻔한 제 자신에 너를 잡을 자격은 없는 것 같아서. 이런 망설임을 네가 좋아할리가 없는데. 눈앞에 마취하나 없이 배라도 갈려 제 안에 소중한, 없어서는 숨조차 못 쉬게 될 무언가를 세상이 모조리 뜯어가는 기분이었다. 아직 남아있는 너의 불규칙한 고동의 소리를 잃기 싫어 가슴팍에 셔츠가 구겨질 정도로 잡아보았지만, 잡힐리가 있겠나.
예전보다 성장했으리라 생각했던 나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구나. 이것이 참으로 원통했다. 조금은 더욱 당당하고, 건강하게 네 옆에 서있는 자신이라 생각하며 당당했을때도 있었는데. 그때만큼 아무것도 못하는 자신이었다. 네 앞에 서있는것이, 언제쯤 부끄러움 없이 당당하게 너처럼, 멋있게 서있을수 있을까. …..닮고싶던 너의 모습 마저 사라지면 나는 어떡하지)
루시 칼드웰:…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차원의 관문이라니-
저기, 좀 알아 듣는 말로 해주면 안될까?
있잖아, 아무도 너를 기억 못하는 것 같아. 기억은 커녕 네 책상도 이름도, 아무것도 남지 않는것같아. 마치- 네…
(조금이라도 툭 건들면, 왈칵 쏟아져나올것같은 여름하늘에 반짝이는 눈으로 너를 바라보았다)
..네 얼굴처럼, 없어져. 없어지는것같아. 있잖아, 이게 다 뭐야? 무슨 상황인데…?
베타:...아직도, 설마 아직도. 기억이 돌아오지 않은 거야? (어제부터 진작 이상함을 느끼고 파악했었는데 오산이다. 대단히 큰 오산이 벌어졌다.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중 같다. 설마하니 네가 아직도 기억이 돌아오지 않다니. 그러나 모르는게 있으면 아는 것도 늘어나는 법. 이 세계는, 이곳은 차원의 관문을 통과해 떨어진 곳이 아니다. 무언가가 어긋나 있는 세계로구나. 우습게도 네 발언으로 확실해졌다. 너의 안타까움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이쪽도 이쪽 나름대로 진지했다. 조금이라도, 조금이라도 뭔가가. 자신도 불안했다. 이것은 결단코 예상했던 일이 아니었으므로. 최악이 되기 전에 전달할 것을 전달하자. 그리 생각하며 네 손 위에 제 손을 살며시 얹었다. 자신은 여러모로 침착해져 가려고 노력하는 중이지만 네게는 그 얼굴이... 보이지 않겠구나. 참으로 애석하며, 원통할 일이 따로 없었다.)
잘 들으렴. 이해가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차근차근, 설명해줄게. 우린 원래있던 우리의 세계에서 어떤 신도들에게 쫒기는 중이었어. 이유는... 글쎄. 어쨌든 그 도망치던 중에 차원의 관문을 사용했지만, 그대로 우주 미아가 되었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계속 차원을 넘었던거야.
가끔... 그래. 다른 세계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가끔, 기억을 잃기도 했었구나. 그건 사실이지만... (이렇게까지 모를 줄이야. 그리고 그로 인해 뭔가가 대단히 틀어지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나 스스로는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는 법이다. 그러니까 네가 알지 않으면 저 또한 알 방도가 없다는 것이 분명한데. 그럼에도 아주 잠깐 잘 되었다고 생각한건, 네가 너무 불안하고 가날프게 떨고 있어서. 아주 잠깐동안.)
하지만 나도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어. 알았다면 이렇게 대책도 없이 당황하지도 않았을테니까...
…우리가?
그의 말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영화도 아니고,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제물과 차원의 관문,
우주 미아와 다른 세계.
동시에,
기이하게도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우주를 건너,
먼 은하를 건너,
다른 세계로 함께.
마치 당신이 겪은 일처럼.
핸드아웃, 기억의 파편을 공개합니다.
모든 것을 떠올린 당신,
˚ ≈ ˚。 이성 판정입니다. ˚ ≈ ˚。
루시 칼드웰: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
비가 멈추는 것은 주문진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비가 쏟아지던 그 여름도,
맑고 화창한 이 여름도.
모두 우리의 진짜 여름이 아닙니다.
우린 원래 세계를 찾아 한없이 우주를 넘나들었죠.
그 과정 중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여름인데도 선선했던 어느 세계,
잘못된 위치에 떨어져 바다에 빠졌던 우리,
겨울 별자리가 보이던 또 다른 세계.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집을 찾아서,
다음 세계로.
그렇다면 왜,
이번 평행세계에서 그는…
사라지는 중인 걸까요?
그의 존재 자체가 없었던 세계 또한 이번이 처음입니다.
무언가 잘못된 것처럼.
베타:이 세계는 확실하게 다른 곳들과 달라. 다들 날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 이유는 모르지만, 난 사라지는 중이고.
…루시, 너 역시 날 잊을지도 몰라.
흐르지 않는 몽글한 구름이 그림자를 만들어내면,
우리가 선 곳의 짙은 파랑이 가려집니다.
그는 천천히 철조망에 기대앉아
당신에게 작은 수첩과 연필을 건넵니다.
당신을 위해 옆자리를 가볍게 쓸어내리는 그 손은,
미약하게 떨리는 그 손은,
그의 얼굴처럼 흐려지고 형태를 잃고 있습니다.
이건 잊지 않기 위한 기록입니다.
베타:그렇지. 역시 적어두면 더 기억하기 쉬울 거야. 잊지도 않을 거고.
그저 희망 사항일지라도.
루시 칼드웰:…… 다시, 그런일을. 겪는다고..?
우리가….?
….아…
(어쩐지, 이상하더라. 내가 알고 있는 세상임에도, 무언가 빠져간듯한, 나사가 하나 풀려있고 시원하기 그지없는 여름에 이질감을 느꼈던 모든것이. 당연했구나. 조금이나마 안심했어. 잃어버리는 무언가덕에 당연함이 이질감으로 다가오는것은 아닌지 싶어서. 자신보다 자신을 둘러 감싸는 커다란 세상이 잘못되었다는것을 아는 순간은 비통하고 무거웠지만, 적어도 약간의 안도감은 맴돌았다)
….. 내가, 너를 어떻게 잊어.
….내가, 내가 너를….
루시 칼드웰:…
…그런 말, 할 자격 안되는구나. …네가 안말해줬으면 아마, 나 몰랐을거야.
(형태를 잃어가는 네 손을 고스란히 잡고 제 이마에 맞대었다. 조금이라도 너에게 기대볼려는 저는 성장하지 않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다시는. 다시는. 이런 일 없을 줄 알았는데-....
나, 어디까지 기억하고 있는걸까? 나, 정말 너 잃고싶지 않은데, 그런 일은 죽어도 없어야하는데, 그런데도… 그런데도…
내 뜻대로 되지않아 이렇게 잃어가고 있으면, 이럴때는 어떡해야하지…?
루시 칼드웰:(천천히 말을 뱉는 그의 얼굴은 점점 구겨져 갔으며, 놀라 한참 크게 떠있던 눈을 찡그릴때에는 결국 고여있단 커다란 눈방울이 크게 제 볼을 흘러내렸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공부라도 조금 더 했으면, 너처럼 판단력이 서있을까. 이런상황에서 멋지게 괜찮다며 너를 쓰담아주고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하는것은 자신인데, 내가 이렇게 무서워하면 어떡하지. 너는 다 알겠지. 실망하지는 않을까, 그래서 항상 네가 먼저 침착했던걸까. 나는 결국 너를 닮고싶을 뿐 제자리 걸음이었을까. 어린아이처럼 울면, 헐떡이며 짠맛이 입안에 돌았다. 와중에 너를 잃는것이 무서워 흐릿한 손을 꽉 잡았고, 입술에 맺힌 네 이름이 눈물과 함께 떨궈질때마다 부르는 것이 마지막이 될까 억지로 머리에 밀어넣듯 몇번이고 네 이름을 중얼거렸다)
.. 나, 얼만큼 널 잃은거야? 분명, 분명 아까까지 네 생김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내가 너를 잃을 리 없는데,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아. 물어보는것도 아픈데.
(이미 살짝 젖어들어 듬성듬성 구겨진 수첩위를 바라보다, 손등으로 눈물을 닦고 코를 훌쩍이며 꼴사납게 연필을 잡아들었다. 잊지 않으리라. 너를 잃어버리는 것 자체가 저에게 말이안되는 상황이었지만 이제와서 실망하는것으로 멈출 수 없으니)
베타…
사라… 발렌티나…
우리는… 차원의 문을 통해 계속 도망치고 있어, 우리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려고-..
루시 칼드웰:(젖어든 연필심덕일까, 아니면 꼴사납게 흐르는 눈물덕일까. 글씨는 흐릿하고 볼품없었지만 한손으로는 연신 울고있는 제 눈을 닦으며 글을 써내려나갔다)
….머리카락은…차가운 눈같은 백발…. 키는..-...아… 기억안나 씨이…흑..-
너… 키 몇이였지…?
좋아하는거는 차랑, … 아, 아 맞아 단거잖아 씨발 그걸 어떻게 잃어먹어 멍청아-....
….눈 색은… ….아…씨발 기억 안 나 어떡하지….
(맹맹해지는 코를 훌쩍였다)
루시 칼드웰:취미는… …… …아흑, 씨이… 미안해, 그것도 기억 안 나-
저기, 우리 어디서 만났더라- …미안, 나 진짜 안까먹을테니까, 알려주면 안될까.
나 그때, 분명, 분명 너 잃었던것같은데-... 근데 나 어떻게 너랑 이렇게 같이 있는거지,
우리 같이 살았었나…? …. ….. 미안, 미안, 한번만 도와줘-... 진짜 알려주면 안까먹을게, 어?
(아마, 지금의 내 모습. 엄청 어리석고, 어린아이같고, 꼴사납고, 하나도 멋지지 않겠지. … 왜 내가 네 앞에서 멋져보일려고 그렇게 노력했더라.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 사소한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서 보여주기 싫은 못난 제 우는 얼굴 하나 가리지 않고 너를 바라보았다.)
...마지막, 아니지? 나- 우리 다시 만날 수 있는거지? 몇번이고 그랬다며-.. 그치? 우리, 방법 있겠지? 내가, 내가 찾으면 되는거니까-..... ....마지막 아니겠지?
루시 칼드웰:.........다시 헤어지는거야 우리?
베타:너만큼 자격이 차고 넘치는 사람이 어디있겠니. 이건, 그러기 위해 적는거란다. (네 말대로 네가 나를 잊지 않도록. 너는 여전히 불안하고 금방 욱하고 쉽게 감정에 빠져들지만 그럼에도, 그럼에도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너는 이미 겪어본 적 있는 사람이기에 아주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에게 있어 경험은 아주 중요하고 경험은 아프던 그렇지 않던 결국 끝에선 자신의 힘이 될 것이니. 우리는 꽤 고달프게 사는구나. 계속, 계속 이 넓은 세상 자체가 시험에 드는 것처럼. 어째서인지 조금, 웃음이 나왔다. 물론 그걸 네가 볼 수 있늘지는 모르겠다마는.)
그러니까 괜찮아. 처음부터 아프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너는 괜찮을거야. 과정이 꽤 험난할 뿐, 너는 괜찮을거야. (극단적인 상황에 놓여 내가 죽고 없더라도 너는 일단 살겠지. 그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임에도 너는 하겠지. 그러니까 근거없는 자신감이 든다. 너는, 내가 평생을 받쳐 사랑하고 반한 남자는 그럴 수 있는 아이노라고. 너무 우는 그 얼굴을 보고 나서야 조용히 눈물만 훔쳐줄 뿐이었다.) 얼마나 잊고 잃을진... 나도 잘 모르겠지만.
(자신도 이번 일은 처음이기에 확답을 해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내 너를 어떻게 해야 안심시켜줄 수 있을까. 아니러니했다. 사라지고 있고, 잊혀지고 있는 쪽은 자신이면서 내가 너를 안심시킬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니. 어쩌면 이 자체가 우리답다면 그건 그거대로 좋았다. 이 감각을 잊고 싶지 않았기에. 제 연하의 남친은 제가 달래주어야 할 여린 아이인지라.)
맞아. 머리카락은 희고, 키는 너보다 작아. 네 어깨 정도일까? 정확하게는 145.5cm, 신발을 신으면 주로 150cm까지. 난 평평하게 난 굽 모양이 좋거든. 눈은 사과같은 빨간색. 너랑 반대지?
또, 지금와서 새삼스럽지만 취미라고 할 정도는 아닌거 같아서 조금 웃기네. 3시엔 티타임을 가져. 그게 취미라면 취미일까?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은 큰 임무 때문이었어. 그 집합 장소에서 처음 만났지. 어쩌면 그 전에 몇 번 스쳐지나가긴 했을거야. 아무래도 여기 학생이니까. 원래는 각자 따로 살았지만 사귀고 조금 지난 뒤에 자연스럽게 같이 살게 됐단다. 이것도 웃긴 일이지.
하지만 너는 괜찮아. (이게 내가 네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말이자 한마디였다. 차마 헤어지지 않는다란 말을 하지 못해서.)
루시 칼드웰:..사과같은 붉은색이야…?
..응, 그랬던것같다. …. 엄청 예뻤던것같다… 진짜 나랑 반대네…
(어줍잖게 웃어보았다,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도 곧잘 눈물이 흘러나왔지만 그 흉한 얼굴로 웃어보았다. 지겹게 봤을 눈인데도 기억 못함에 아파왔지만, 역시 내가 좋아하는것으로 가득한 너를 상상하고 곱씹어볼려 굴러가는 머리속은 와중에 그닥 나쁘지 않았다)
너 키 진짜 작다.. 맞다 그랬지.. 분명, 분명 키 작다고 놀렸겠지. 상처줬다면 미안해, 아마, 어떻게 해야하리 잘 몰라서…그냥 귀엽고 맘에 들고 그러니까. 서툴게 그랬던것같다.. 멍청하다 진짜, 하나도 안멋지잖아-...
(꾹꾹, 젖어든 연필로 네가 말해주는것들을 하나둘씩 적어나갔다. 나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너와의 이야기들. 내가 분명이고 기억하고 있을 소중한 추억들. …내가 사랑에 빠지고 또 사랑하기를 마음먹은 순간들)
응 괜찮아, 기억은 잘 안나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나, 그거 항상 말하고 다니던거거든. 어떻게 이런건 기억하고 있냐 진짜… 될대로 되라지 라고 그랬거든.
루시 칼드웰:…무, 물론-
(눈물을 쓱쓱 닦고, 꽤나 당황한 얼굴로 말을 더듬거렸다)
진짜 될대로 되라지 식으로 막 대한다는건 아니고, 너 나한테 엄청 중요하니까? 진짜, 진짜… …나 진짜 너 사랑하고 그러니까…
(바람이 시원한걸 보니, 얼굴이 붉어졌겠구나 싶었다)
…. ……더… 더 적을 건 없을까. ….괜찮겠지. …괜찮겠지…
(연필을 쥐어본 손이 파르릇 떨렸다. 웃어넘길 했지만 결국 감정에 지나치게 솔직한 자신이었다. 때로는 이런 자신의 부분이 도움이 될때도 있었다만,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전혀 도움하나 되지 못하는구나.)
루시 칼드웰:…. 저기, 미안해.
맨날, 이렇게… 겁만 잔뜩 먹은 모습 보여줘서.
…무기잖아. 무기는, 장인이 다치지 않도록 -.. 언제나 장인을 다치지 않도록 지켜줘야하는 존재인데. … 성장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나봐…
(푹 떨군 고개와 함께 제 접은 다리에 눈물이 떨어졌다. 천천히 사라지는것을 보니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를 이 하늘위로 흩어지는거겠지)
나 진짜, 멋진 남자친구 되고싶거든…? 든든하고, 반할것같고, 멋지고, 옆에 있으면 아무런 걱정없는-... 근데 잘 안되는것같다 그치. …. …. ….씨이…-...
(벅벅이며 눈물을 닦고는, 한껏 붉어진 눈가와 함께 무슨표정을 하는지 모를 너를 바라보았다)
루시 칼드웰:…..노력할테니까- 그러니까 너 말대로 나처럼 자격이 차고 넘치는 사람이 어딨냐는 말 믿고 움직일테니까.
(눈물에 적셔 반짝이는 눈은, 어느순간 날카롭고 정확하게, 기억을 되짚으며 네 눈이 있으리라 생각하는 하얗게 지워버린 네 흔적을 바라보았다. 눈은 잘 마주치고 있는지, 너는 확신없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지, 아니면 기대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지. 불안하지만 괜찮아, 네가 어떤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나는 해내면 되니까)
나, 널 꼭 기억하고 기억할게. 그러니까, 기다려줘. 나잖아. 나 잘해 이런거. 너에 대한것이라면 말도안되는것도 해내는 사람이니까.
다시 만나러, 내가 먼저 달려 갈게.
취미,
좋아하는 것,
당신과의 관계나 일화,
우리가 함께했던 추억들.
기억해달라는 말과 함께 어느 정도 정보를 적었을 때 즈음,
그의 목소리마저 뭉툭해져 알아들을 수 없게 됩니다.
그는 당신의 어깨 위로 툭,
힘없이 머리를 기대네요.
그 무게마저 낯섭니다.
흐릿해지는 기억을 애써 붙잡아도,
모든 게 낯설고 어색하기만 합니다.
베타:너는 예나 지금이나 눈물이 많고 말이지. (그만큼 감정이 풍부하다는 뜻이니까 좋다면 좋은걸지도. 비에 쫄딱 맞은 것처럼 장갑이 눅눅해졌고 차가웠다. 분명 사람에게서 나온 눈물은 따뜻할텐데 흘러나와 떨어지는 순간 어쩜 이리 차갑고 어름장처럼 빨리 식어갈까.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은 아마 웃었을 것이다. 스스로가 그렇게 느끼고 있는데 누가 무어라 할까. 그렇다면 할 말은 하나 뿐이다. 기억해줘.)
다시 만날 방법이 분명 있을 거란다. 나를 믿지? 그러니까, 날 잊지 마.
계속,
다시.
담담하면서도 불안하게 떨리는 그 목소리.
베타:루시, 마지막으로 내 이름을 불러주면 안 될까?
그는 자신의 이름을 한참 동안 불러달라고 속삭입니다.
베타:…기억해 줘.
그 이름 역시 떠올리기 힘들어질 때면,
□□는 천천히 눈을 감습니다.
흰 물감을 군데군데 풀어둔 하늘 아래,
한 사람의 그림자가 서서히 지워집니다.
기대어 느껴지던 무게가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
□□,
□□….
우린 차원을 넘기 전,
집으로 돌아가길 빌며 속삭이곤 했죠.
이렇게,
지금처럼.
하나,
둘,
셋.
...
깜박.
꽂는
여름은 맑으매
푸른 하늘은 눈이 부십니다.
무더운 여름은 습하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정적을 깨뜨립니다.
데자뷔처럼 옥상에는 당신만이
홀로 남아있습니다.
˚ ≈ ˚。 이성 판정입니다. ˚ ≈ ˚。
루시 칼드웰: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60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감소합니다.
손에는 힘껏 구겨진 수첩,
급하게 휘갈겨 쓴 티가 역력한 글이 남아있네요.
가장 크게 □□에 대한 정보라고 적혀있으며,
그 아래로는 누군가의 사소한 정보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
□□,
□□….
절대 잊어선 안 될 이름인데도 왜 이렇게 기억이 흐릿한지.
이젠 여름이 원망스럽게 느껴집니다.
□□를 되찾고,
이 세계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합니다.
오로지 당신의 힘으로만,
홀로.
한참을 되뇐다고 하여 방법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철조망에 오래 기댄 탓에
몸이 찌뿌둥하기도 하네요.
툭,
당신이 움직이자 가벼운 종이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작은 쪽지를 열면 다음과 같은 글이 보입니다.
840.01이12꽃 / 도서실
혹시 몰라 남겨두었어.
˚ ≈ ˚。 지능 판정입니다. ˚ ≈ ˚。
루시 칼드웰: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암호 같기도 하지만,
당신은 바로 알아챌 수 있습니다.
도서실 창구번호를 표기한 것 같네요.
띠리링-
…그사이에 수업 하나를 완전히 빠진 것 같습니다.
잠시 등골이 오싹해지네요.
아니,
생각해보면 이곳은 진짜 세계가 아니므로 상관없는 일이죠.
어쨌든 쉬는 시간입니다.
이름도,
성격도,
함께한 추억도,
그 모든 게 조각난 사람이
마지막으로 한 부탁만이 남은.
˚ ≈ ˚。 이어서 정신력 판정입니다. ˚ ≈ ˚。
루시 칼드웰: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절대 잊어선 안 됩니다.
□□를 오롯이 기억하는 건 당신뿐입니다.
도서실로 향해야 하지 않을까요?
루시 칼드웰:(너는 누구인지, 나는 네 이름을 많이도 불러왔는지, 우리는 어디에서 만났고, 어떠한 사이였기에 얼마나 컷고 좋아하는 음식부터 취미, 신발까지 적어있는지. 무엇이 그리 슬퍼 울어됐는지 제 눈가는 이렇게 욱신거리고 눈물을 먹은 노트는 주글주글한지)
…기억이… 나지 않아….
(차라리, 머리라도 아파와주면 좋을련만 올려다 본 하늘과 같이 한없이 맑고 깔끔한 머리속이었다. 마치, 기억하지 않는것이 당연하다는듯..)
…아니.
(작은 노트를 꽉 손에 쥐어보았다)
당연하기를 바라는 거잖아 너.
루시 칼드웰:………. 으…으아아아아!
야!!!
(냅다,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는 손가락으로 냅다 허공에 삿대질을 하며 무엇을 그리 외쳤는가)
무식하다고?! 어쩌라고!!!!!!! 무식한것도 결국 방법중 하나거든?!??!! 개자식아-!!!!!
으아아악-!!!!
(소리를 지르고 나면 청한 하늘공기가 제 목까지 차갑게 식혔다. 울분을 다 토해내고 나면 뜨겁게 달아올랐던 속이 시원한 여름공기로 차올랐다. 그렇게 몇번이고 맛보듯 여름공기를 뱉고 삼키기를 반복하면)
….하아….하아…..후우…
(노트를 펼치고, 분명 자신이 적어내린, 자신의 글씨체로 가득 채운 너란 사람에 대한 글을 다시한번 읽어내렸다)
루시 칼드웰:..사과같은 붉은 눈… 키는 겨우 145cm.. 우왓- 작아… 머리는… 나처럼 백희고…3시엔 티타임…. …. 늙은이도 아니고…
(웃음이 다나네. 머리도, 속도 맑아진 덕 때문일까. 분명 눈이 뜨거워지는것을 보면 딱히 웃어넘길 일은 아니고, 무척이나 슬퍼할 일이였던것 같은데…. 잘은 모르겠지만. 제가 써내린 글에는 너무나도 많은, 간질거리고도 애절하고, 슬프기도 한 소중한 감정들이 잔뜩 남아있는 것 같아서. 노트 위를 손으로 쓸어내리다 닫고 주머니에 넣었다)
어서 가자, 도서관.
(그는, 주머니에 수첩에 잘 들어가는것을 확인하는지 제 허벅지를 두어번 쳐보고는, 일어서 몸을 털고는 옥상을 나와 도서관으로 뛰어갔다)
2022. 7. 12 . PM 7:40 CUT~
2022. 7. 13 PM 4:30 ~
답답한 마음에 괜히 발걸음이 빨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머릿속은 어지럽고,
울렁거리는 속은
이 계절을 완전히 받아내지 못합니다.
그 아이는 어떤 표정을 지으며 웃었던가요?
이 평화로운 세계를 떠날 정도로,
그 아이는 당신에게 의미가 있는 사람인가요?
구겨진 수첩에는 옅은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서실에 도착하면
종교, 예술, 언어가 적힌 책장들이 빼곡합니다.
사서 선생님께선 보이지 않네요.
루시 칼드웰:….. 허억, 허억-...
(역시, 여름은 저에게 잘 맞지 않아. 몸이 쉽사리 녹아내릴것같고. 그렇게 도서관에 도착하면 다시 작은 수첩을 펼쳐보자 이질적이게 금이가는것을 본다. 손으로 쓸어내리면 으스러질것같아 그저 두 손으로 펼친 두 수첩을 소중히 잡았고)
… 빨리… 빨리 해야해…
(더 없어지기 전에, 얄팍하게 남은 흔적들이 제 머리속에서도 없어지기 전에)
….차원의 문을 통해… … 도망…. ….집단.. ….아.
종교!
루시 칼드웰:(탁, 소리를 내며 수첩을 닫고, 곧잘 종교의 관한 책들이 가득한 책장을 확인했다)
paper airplane:▶ 200번대 책들로, 다양한 종교에 관한 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 ≈ ˚。 자료 조사 판정입니다. ˚ ≈ ˚。
루시 칼드웰:
자료조사
기준치:
55/27/11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루시 칼드웰:….샤그나 판을 직접 그들의 세계로 모시고자-....
…….. 불완전한 실패작-....
….멍청이들 아니야?!
(팔랑거리며 책을 읽고있으면, 저도 모르게 나오는 높은 목소리에 아차 싶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이도, 크게 누가 있는건 아닌것같아 괜히 크흠, 소리를 내며 목을 가다듬고 계속해서 읽어나갔다)
…. … 외부세계와 이어진 매개체가 곁에 있을 경우, 저주는 풀리고 세계는 그렇게 무너진다…
…. …. 중요한 정보인것같은데… 부분부분 기억이 정확하지 않아서- 그러니까 이거를.. 이렇게 연결하면… ….에이씨. 기다려봐. 아오-...
루시 칼드웰:‘찰칵’
(젠장, 주머니를 뒤적거리고 핸드폰으로 중요해보이는 페이지를 찍었다)
이,일단 잘 모르겠으니까 찍어두고, 그나저나 어디있지?! 840- 840-... 8..40…..-
(빠르게, 쪽지에 적혀져있던 창구번호를 중얼거리며 예술란으로 넘어갔다)
paper airplane:▶ 600번대 책들로, 다양한 예술에 관한 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 ≈ ˚。 자료 조사 판정입니다. ˚ ≈ ˚。
루시 칼드웰:
자료조사
기준치:
55/27/11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루시 칼드웰:….. ….
아.
별자리-!!
(또한번, 큰 소리를 내며 아주 코를 책에 박을 정도로 얼굴을 불쑥 내밀며 읽었다. 눈치 한번 봤으니 다음은 안보겠다는것도 아니고, 쩌렁 소리를 지른주제에 계속해서 책을 읽어나갔다)
(보일 턱이 있겠냐만, 손 한쪽으로는 책을 쥐고 눈으로는 제 목이라도 보려는 듯 이리저리 제 꼬리를 쫓는 강아지마냥 한참 빙글거렸다)
루시 칼드웰:……. …
‘찰칵… 찰칵’
….크흠.
(좀, 문득 바보같았는지. 크흠 소리를 내더니 폰으로 사진을 찍고 다음 언어에 관한 책들이 나열된 책장으로 넘어갔다)
paper airplane:▶ 700번대 책들로, 다양한 언어에 관한 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 ≈ ˚。 자료 조사 판정입니다. ˚ ≈ ˚。
루시 칼드웰:
자료조사
기준치:
55/27/11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paper airplane:□□에 관한 기억이 조금 더 흐려집니다.
수첩을 한 번 더 봐야겠어요.
루시 칼드웰:(언어좀 더 공부하고 살걸. 하지만, 데스사이즈라고? 데스사이즈라고..? 그니까, 사실상 사회적으로 하는 공부뿐이지 데스사이즈니까, 체육이 제일 중요한거라고?! 이,이런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매사에 공부좀 하고 살라는건가? 나 그래도 나름 평타보다 조금 더 높게 뛰는데? 젠장..젠장…젠장…!)
….아.
아,안돼-
(순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음에 네 기억이 흐려지는것을 느껴지자 황급히 수첩을 꺼내고, 달달 외우듯 금이간 페이지들을 읽기 시작한다)
…. 사과같은 눈에- 티타임은 3시, 단걸 좋아하고 머리는 나랑 똑같은 백발에-...
잊지않아, 잊지않아-.... 정신차려, 정신차려….
루시 칼드웰:정신.. 차려..!
(챡!! 소리를 내며 두 손바닥으로 제 얼굴을 때렸나, 얼얼했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제 머리를 더 깨울 수 있을 것 같았다)
(700번이니까 다음이 800이겠지, 발을 황급히 옮길려는 도중 여전히 뭔가 찝찝해 중간에 끼이이익 소리를 내며 급 브레이크를 밟고 다시 언어란으로 뛰어간다)
씨발 그래도 내가 스파르토이인데 언어에 약하다 한들 그렇게 약하겠어? 다시 보이면 뭐 보일지 누가 알아-!!!
paper airplane:너 좀 웃기다...
다시 보고 싶어?
루시 칼드웰:(안보여주니까 더 막 보고싶음)
어. 존나 보고싶어-!!
paper airplane:그럼 이쁜 척 해줘 재판정 하게 해줄게
루시 칼드웰:이,이쁜척-.....
(이이익... 소리를 내더니)
...나 난 멋진척이 더 잘어울리지 않아? 아니, 애초에 멋지긴 한데!!
paper airplane:어어 그럼 멋진 척 한 번 해봐라
루시 칼드웰:하!! 멋진거 내 전문이지!!
(옷깃을 정리하면서, 두소매를 걷어올리고, 넥타이까지 고쳐매며 거리를 만들 듯 한참 뒤로 가더니…)
…….!!!
‘우다다다다’
(우다다다다다닥 뛰어가다가 점프를 하고는 번쩍 빛이 나는가 하면)
‘...땡그랑-!!!!’
루시 칼드웰:…
“어때!!! 멋지지않냐??!?!”
(땡그랑 소리를 내며 무기화가 된 상태로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져서는 으하하 웃어댄다. 짜식, 데스사이즈가 된 후 자신의 무기 디자인이 살짝 바뀐것이 퍽이나 맘에 들었나보다)
paper airplane:...오........ 오우..........
오... 오우.........
창피하니까 재판정 기회 드립니다...
˚ ≈ ˚。 자료 조사 재판정하세요... ˚ ≈ ˚。
루시 칼드웰:"....? 왜..?!??"
"씨발-"
(무기화를 풀면 바닥에 누워있던 몸을 풀며 일어서서는)
왜 쪽팔린건데??!
자료조사
기준치:
55/27/11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
paper airplane:어어... 그래도 소용 없었다...
루시 칼드웰:.................
(얻은것도 하나 없고 지는 바닥에 누워서 뭘했는지.... 얼굴이 붉어지더니 방귀낀놈이 성낸다고 혼자 쒸익쒸익 거리며 큰 발자국 소리를 내며 갔다)
어차피 영어면 어딜가던 대충 괜찮고, 크게 중요한것도 아닌것같으니까!! 하!!!!
paper airplane:뭐... 그 대신이라고 해야할까...
쿵쾅쿵쾅 걸어간 곳이 800번대 문학 책장입니다.
루시 칼드웰:(울것같아… 아니 진짜 운다는건 아닌데… 조금, 감정이 그래…)
….804…. 804….
..80….
…쪼..
쪽팔려어어어억-...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음소거 비명을 지르고 나면.. 하아…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문학관련 책이 가득한 책장을 잡고 일어선다. 울상인 표정으로.)
쪽지에 적힌 창구 번호,
840.01이12꽃.
그것은 <꽃갈피>란 제목의 얇은 영문 시집이었습니다.
꽃으로 책갈피를 만드는 방법과 짧은 시들이 실려있습니다.
수분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는
꽃을 여러 번 말려야 한다고 하네요.
우리의 여름을 닮았습니다.
수없이 반복한 탓에,
심장에 꽂을 수 있을 정도로 얇게 마른
우리의 NN번째 여름.
책에는 쪽지 한 장이 끼워져 있습니다.
루시 칼드웰:….시집…
(... 그러고보니. 책을 읽는것을 좋아하지. 나는 그렇게 책을 읽는 쪽은 아니여서. 천천히 뻗은 손에 팔랑거리며 연 시집에는 쪽지 한장.
무슨말이 써있을까. 당장이라도 읽어보고 싶었던 마음에 뻗은 손은 손끝사이에 쪽지가 스치니 멈추고 말았다.
읽게된다면, 그 순간 이해하지 못하는 말들이 가득하다면, 아마 나는 너를 많이 잊어버렸다는것이겠지. 그것을 받아드릴 수 있을까, 얼만큼 잃었고 누구를 잊어가는지 알지 못하면서 의문만 커져가는 그 마음을 내가 감당할수 있을련지. 하지만, 여기서 더 잃고 잊을수는 없는 법이라서. 아직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하얗게 지워져가는 덩어리였지만, 아마 이런 망설임에 후회하던 나날이 많았던 기분이 들었다. 확신 하나 없는 그 감정을 믿고 더 이상은 시간낭비를 하며 소중할지도 모를 누군가를 놓치지 않기 위해 멈추던 손을 다시 뻗어 쪽지를 읽었다)
그 아래에는 누군가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
□□,
□□,
그래요,
베타.
외부세계와 가장 강하게 연결되어 있고,
이 거짓된 세계를 부술 수 있는 한 단어.
그러나 그것을 입에 담아도 될까요?
우린 다시 우주 미아가 되고 말 텐데,
기약 없이 차원의 관문을 다시 넘나들어야 할까요?
루시,
당신에게 그는 그럴 가치가,
의미가 있는 사람인가요?
...
그렇다면 그 이름을 불러요.
거짓된 여름을 부숴요.
남을 기억하고,
형상화할 수 있는 최고의 단어를.
그를 오롯이 기억하는 당신의 입으로.
루시 칼드웰:‘ 네가 나를 기억해 주길 바라’
…….. 잘 모르겠어.
(편지를 읽으면, 이미 온기가 가신지 오래된 종이일텐데도, 누군가의 진심과 애절함이 담겨 따스했다. 그저, 여름의 뜨거운 공기때문일지도 모르겠다만. 힘쥐어 잡으면, 쪽지는 제 손힘과 함께 올곧고 정결하게 써내려간 글씨들은 사이사이 구겨져 형체를 잃어간다.)
‘우린 너무 많은 여름을 건너왔어’
…많이? 얼만큼? 기억이 나질 않아, 젠장..
(알지 못하는 것 기억하지 못하는것의 차이점은 참으로 커서. 무식함에 존재를 알지 못하는것은 그만큼 감정이 남아있지 않기에 죄책감, 불안감 따위 느낄리가 없었다. 그러면 이 편지또한, 이 사람또한 이런 감정 하나 없는 존재여야 할텐데 읽어 내려갈수록 부풀어가는 감정은 제 자신을 탓할 정도까지 이르고 만다. 결국 머리속에서 맴도는것은 ‘또 다시’, ‘또 내가’, ‘너와 나는 또 이렇게’ …그래. 하나같이 후회가득한 감정들이었다)
루시 칼드웰:‘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어. 만약 네가 나를 잊고 이 세계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방법이 최선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 말이야’
…최선같은 소리 하고 있어, 그게 최선일리가 없잖아.
(이렇게, 질질 짜면서 가며 기억에 희미하게 남은 이에 대한 자잘한것들을 꾹꾹 눌러가면서까지 썻는데, 나에게 네가 중요하지 않을리가 없지 않은가. 애절한거야, 간절히 바라는거야. 그정도로 이사람은 나에게 있어서 중요한 사람이다. 아무것도, 목적하나 없이 어린아이처럼 반항하면- 그것 하나면 만족하겠다는듯 살아온 저에게 이렇게 애절한 감정을 만들게 한 사람이 너라면 나는 그것을 죽어서도 포기하지 못할거야)
‘이 내가 대책 하나 없을리, 없잖아?’
….하하. 맞아, 너라면.. 너라면 뭐든 해내겠지.
항상 해결법을 찾는 너였으니까. ..그렇게 멋진 너였으니까.
루시 칼드웰:(웃음이 다나오지, 제대로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를 내가 얼만큼 알고 있다고 당연한듯 나오는 문장들은 낯설지 않았다. 몸에 베여있는것처럼, 사람이 살아가면서 인지하지않고도 행동하고 반응하는 것들 처럼,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이를 나란 생명체는 그리 기억하고 있었나보다. 한없이 멋지고, 강하고, 아름다워서, 옆에만 있어도 과부하다 할 정도로 눈부시고 커다란 사람, 한때에는 이런사람에 내가 있는 것 조차 괜찮은건지 싶었지만 그럼에도 욕심을 내고 감히 그사람의 옆에 동일하게 서서 나아갈수 있는 자가 되겠다고 마음먹게 한 그사람, 그것이 너의 이름-)
…그리고 말이야. 그런 멋진 네가 이렇게까지 편지를 써서 남겨주는거는, 그만큼 나도 이제는 너에게 믿을만한 사람이라는거겠지? 나, 아주 제자리걸음은 아니었나 보네.
(소중한듯, 아니, 이 순간에도 잊어가고 있는 너의 존재를 물질적으로라도 제 몸에 다 하고 싶어 그 편지를 가득 안고 웅크렸다. 여름바람이 제 머리카락을 훑고 불어대는 덕에, 꼴사납게 흘러내릴번한 물방울 하나는 다행이도 턱을 흐르지 않고 그대로 거짓된 여름하늘로 흩어졌다)
이번에는 마지막이길 바라자. 좋은 의미로, 나 잘 할게. 그러니까 기다려줘-
베타.
방법
...
깜빡.
당신이 그의 이름을 부르자,
모든 기억이 선명해지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세계의 소리가 멈춥니다.
맴맴 울던 매미의 소리,
복도에서 재잘재잘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바람에 커튼이 흔들리는 소리까지.
시간이 멈춘 듯 이곳은 고요해집니다.
기이한 침묵.
충분히 겁먹을 만한 상황인데도,
되레 익숙하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 ≈ ˚。 관찰 판정입니다. ˚ ≈ ˚。
루시 칼드웰: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깜빡이던 형광등이 꺼지고 맙니다.
낮인데도 이렇게 어두울 필요가 있을까요?
재판정 가능합니다.
루시 칼드웰: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니… 창밖을 봐요, 루시.
창밖으론 하늘,
땅이랄 것도 없이 검은 우주가 펼쳐져 있습니다.
어지러울 정도로 새까만 밤과 반짝이는 은하수,
촘촘히 박힌 별들.
건물도 도로도 그 무엇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짙고,
또 짙은 밤하늘이 전부입니다.
˚ ≈ ˚。 이성 판정입니다. ˚ ≈ ˚。
루시 칼드웰:
SAN Roll
기준치:
44/22/8
굴림:
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
당신은 깨닫게 됩니다.
이 거짓된 세계가 부서지고 있다는 것을요.
모두가 사라지고,
오로지 당신만이 이곳에 남아있습니다.
아니,
혼자가 아니라…
paper airplane:루시!
운동장이었던 그 너른 공간 한가운데,
우주 위로 그가 동동 떠 있습니다.
반짝이는 별들 사이의,
중력을 무시한 채 흩날리는 그의 머리카락.
마치 그림의 한 폭 같습니다.
물론 감상이 이어지기도 전,
그는 당신을 향해 무어라 소리치네요.
˚ ≈ ˚。 듣기 판정입니다. ˚ ≈ ˚。
루시 칼드웰: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베타?
베타?!
제,젠장 뭐라고?! 미안해 자, 잘 안들려-!!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52
판정결과:
실패
쿠궁,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별가루들이 흩날립니다.
어라?
그러나 당황하던 것도 찰나.
정신을 차리면 100번,
600번,
800번.
책장들이 모두 별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있어요.
심지어…
도서실 전체가,
학교 전체가.
당연하죠,
이 세계를 부수는 단어는 당신이 읊었잖아요?
주변을 둘러보면
마땅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대로 잔해 속에 깔리는 건 아닌지….
다행히도 창문이 보이네요.
아니, 이게 다행인가요?
지금이 당신이 있는 층은
1, 2, 3…
떠올리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없어요.
베타:내가 받아줄게, 뛰어내려!
부서지는 학교,
창문 아래의 그가 소리칩니다.
말이 쉽지….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아요.
시간이 없습니다.
창틀을 딛고,
유일하게 부서지는 세계 속
당신을 바라보는 이에게 뛰어내려요, 당신.
응원하듯
거센 바람이 당신의 등 뒤에서부터 불어옵니다.
베타:빨리! 어물쩡거리지 말고! 제대로 받아줄게! 나 믿지!!!
루시 칼드웰:뭐, 뭐어?!??!!
아,아, 아-아무리 네가 힘이 코끼리 때려잡을정도로 강하다고 해도 이 높이에 그 키로 날 받아주면-
아니 믿고의 문제가 아니잖아-!!!!!!
(제,젠장 젠장, 어떡하지? …. 젠장… 젠장 역시 다른 방법이 없잖아. 주위를 두어번 둘러보더니, 어쩔수 없다는듯 비장한 얼굴로 이를 악 물고는 주먹을 쥐었다)
젠장..젠장…
….
루시 칼드웰:알았어-!!!!!!
지금 당장 뛰어 내릴테니까, 젠장, 다치지만 말아 알았어?!?!
…에이 씨, 이런건 내가 받아줘야하는 포지션인데 꼴 사납네 진짜-!!!
(숨을 크게 들이키고는, 그대로 힘차게 너를 향해 뛰어내렸다)
창턱을 밟고 아래로,
다시 아래로.
별가루가 흩어지매
까만 우주는 눈이 부시게 아름답습니다.
이어질 추락에 눈을 질끈 감아도,
당신은 아주 천천히.
중력을 무시하고 아주 천천히.
바람 따라 나는 민들레 씨처럼
느릿하게 떨어집니다.
와락,
그런 당신을 그는 쉽게 그러안아 잡습니다.
여전히 흐릿하지만,
그 얼굴의 이목구비는 점점 선명해지고 있어요.
베타:(그럼 무너지는 곳에서 그대로 있을거야!? 지금 그런거 따질 때냐고!! 오기도 상황을 봐가면서 따져야지! 네가 소리치자 이쪽도 확김에 소리쳤다. 사실 너무 급해서 그런 것도 있고. 서로 크게 외친 소리에 비해 너는 아주 가볍게 내려왔다. 아주 조용하면서도 천천히. 정말 우주 한 가운데의 중력처럼. 그렇게 너를 두 팔 안에 가두고 영화의 어느 유치찬란한 장면처럼 쉽게도 들어올렸다. 아마 중력따위가 없었어도 쉽게 들었을걸? 저보다 큰 너를 조금 말없이 바라보다가도 이내 멋들어지게 씩 웃었다. 아주 네가 보란듯이.)
나풀거리는 머리카락 탓에
꼭 물에 빠진 것만 같습니다.
이윽고 외부 세계로 나가기 위해,
외부 세계와 가장 강하게 연결된 그가 묻습니다.
베타:내 이름, 기억나? 공주님?
루시 칼드웰:아니 따진게 아니라 그냥 내 감상평 같은거라니까 좀 꼴사납ㅈ-
(생각보다, 살포시 내려온덕에 젠장, 왠지 더 쪽팔린다. 이익 거리면서 주절거리다가도 네 얼굴을 바라보면, 흩날리는 머리카락과 함께 지긋이 저를 보며 씩 웃는 네 모습에 이런 상황에도 잘도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나,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네 품에 벗어날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는지. 아마 작게 그리 중얼거렸을지도 모르겠다. 좋아한다고.)
….
..
뭐, 뭣
무무, 뭐- 뭐 뭐 뭐-
루시 칼드웰:..고,고, 고고- 고, 공 공주니이이임?! 공주니임?!?!?!?!
(여기서 더 빨개질줄은 몰랐는데, 우주는 원래 되게 차갑다고 하지 않았나? 나만 더운거야? 그런거야? 저를 안아주며 한껏 여유롭게 안고있는것도 반칙이고, 거기다가 멋지게 씨익 웃는것도 반칙인데, 뭐, 뭐 공주님-?!)
미,미쳤나 이게 너야말로 뭐 그 좀 잊어먹은거 아냐?!?! 내가 니 눈에는 공주로 보이냐?! 눈도 잠시 잃어먹더니 시,시력도 잃어먹었어?!!?!
(한참 빨개진 얼굴로 파닥거리고 있지만, 여전히 저를 공주라고 부르는것에는 왠지 모르게 간질거림과 동시에 어린애같은 자존심에 얽힌 화가 나기도 했지만, 이제서야 제대로 보이는 네 얼굴에 아마 한참이고 한손으로 네 얼굴과 눈가를 쓰담고 있으리라)
기억을 못할리가 없잖아, 괜히 물어보는거지 너.
…베타.
루시 칼드웰:사라.
발렌티나.
(살짝 삐진듯한, 허나 너에게부터 눈을 때지 못하는 뾰루퉁한 얼굴로 너를 바라보며 대답을 이어갔다. 덤으로, 얼굴이 조금이나 가려질까 머리카락을 살짝 네 귀에 걸어주었을까.)
당신이 답을 하자,
그의 얼굴이 되돌아옵니다.
베타:... (훗. 제대로 확인만 하면 당장 너를 내려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너무 귀여워서. 이걸 알면 네가 다시 씩씩거리면서 화낼테니 당연하게도 꺼내지 않았다. 꺼내지 않았을 뿐이다. 당당한 그 얼굴에 맞는 웃음이 걸쳤고 늘어지는 우주를 결 삼아 은하수 위를 조금씩 걸었다. 아마도 중력 탓에 붕 뜬 머리카락 덕분인지는 몰라도 뭐랄까, 제 몸도 가벼웠다. 유감스럽게도 너의 그 좋아해, 라고 하는 부분도 들었다. 정말 유감스럽지만. 너는 항상 네가 나에게 멋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며 낑낑거리지만 네가 그러면 나도 그렇다는 걸 알기나 할까. 당연히 나도 네게 멋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가끔 제 의지와 상관없이 뭔가 통하던 적이 있는 것 같지만... 아무렴.)
확인 차 물어보는거야. 그렇지. 가벼운 퀴즈라고나 할까. (귀엽기는. 그런 토라진 얼굴을 봐도 귀엽다고 생각하는 걸 보면 이쪽도 이쪽 나름대로 글러먹은걸테다. 가끔 인정하고 싶지 않을 만큼, 콩깍지가 껴있을 정도로. 참 바보같은 커플이 아닐 수 없다. 덕분에 훤히 드러난 얼굴이 시원했다. 뭔가 트인 기분이 들었다.)
그럼 우리가 어떤 관계였는지도?
루시 칼드웰:…. …… 너 별 내가 싫어할 생각하고 있지 지금.
(뚱, 하니 너를 바라보았나)
…이,이제 내려줘 이상해-!!
(낑낑거리며, 네 품에서 내려왔으나, 중력하나없는곳에서 너와 떨어지면 또 영영 우주속의 미아가 되버릴까 그런 네 작은 손을 놓지 않고 잡았다. 아니, 장갑위로 잡는것도 싫었는지 네 손목을 잡으며 다른 한손으로 장갑을 벗어 제 주머니에 넣고는 그런 맨 손가락 사이에 제 손가락을 엮었다)
….. 답이 너무 쉬우면 퀴즈가 아니잖아.
(흐릿하게 바라보았으나, 이렇게 여유부려도 될련지, 너를 따라하듯 은하수 위를 걸으며 데이트라도 하는듯 엮은 손을 살짝 흔들며 어디로 향할지 모를, 하지만 지나치게 넓디 넓은 공간에 작은 우리가 걸어간다 한들 얼마나 걸어갈까 싶어 한참을 걸으며 이어갔다)
루시 칼드웰:심플하게 말하면… 사귀는 사이지~ 비록 만남은 꽤 서로 지들 자존심에 꽉꽉 차서 꼴사납게 굴다가 거하게 헤어지기도 하고, 울면서 다시 만나기도 한 사이지만. 죽어라 사랑하고 있는 내 여자친구고 나는 그런 네 남자친구지. 그거 외에도, 나의 파트너이자 장인이기도 하고. …내가 무척이나, 무척이나 사랑하는 사람. 귀여운 여자친구랑, 엄청 멋진 남자친구. 비주얼적으로도 꽤나 보기 좋은 커플? 우리 사무전에서 꽤 유명한거 알지! 코코아가 그러더라고~ … (엮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 무척.. 무척 좋아하는 사람… 끝까지 함께하고싶은 사람… 무진장 예쁘고 가끔 나보다 더 멋진것같아서 샘나기도 하고 참으로 복잡하게 만드는 사람.. 네가 하도 말해주지 않아서 이렇게 내가 좋다고 표현하다가 가끔은 그만하라고 너에게 맞기도 하는 그런 관계. 맞지?
(큭큭거리며, 엮은손을 살짝 들어올려 네 손등에 제 얼굴을 맞대며 웃었나)
베타:아쉽네. 이대로 곱게 옮겨줘도 괜찮았을텐데... 뭐, 역시 나란히 가는게 가장 좋겠지. 어쨌든. 질문이랑 답이 있으면 얼마든지 문제가 될 수 있고 퀴즈가 될 수 있는 법이야. (그리고 너무 오버해, 너는. 은근슬쩍 대답하지 않은 걸 넘기고 괜스레 픽 웃었다. 장난 같겠지만 정말 아쉽긴 했다. 이대로 멋들어지게 저 너머까지 갈 수 있었을텐데. 그리 생각하니 웃음이 툭 튀어나와 저도 모르게 크게 소리를 내며 실없이 웃어댔다. 진짜로 그랬다면 너는 폼이 안난다고 뭐라고 했겠지? 우주때문인지, 중력때문인지, 발걸음도 가볍고 몸도 가볍고 또 잡은 손마저 가벼웠다. 가만 보면 얘는 깍지를 자주 끼더라. 이제와서 새삼스레 다시 느끼는 것이었다.)
아하하! 진짜 웃기구나, 너. 꼭 앞에 귀여운 여자친구랑 엄청 멋진 남자친구라고 붙여야해? 네가 만족한다면 나도 그걸로 좋지만. 사실, 그 다음엔 우리가 처음 만난 장소를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도 없겠어. 거진 다 말한거나 다름없는데 뭐하러 두번이나 물어겠니. 그렇지? (분명 멋있긴한데, 그건 확실한데 제 눈에는 왜이렇게 귀여워보일까. 정말 모를 일이다. 그래, 그래. 제 쪽도 보란듯이 손을 흔들어 보고는 둥실거리며 한 발씩 걸었다. 어느 쪽으로 가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어중간하게 끝나는건 아쉬운 일이니 다른 질문으로 바꿀까.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을거지? (여전히 웃음만 가득했다.)
루시 칼드웰:당연하지 그런걸 질문이라고-
(...이상하다, 분명 웃고있었는데, 또 질문이 그런식으로 바뀌니 새삼 눈물이 다 나올것같아서, 말을 하다 말고 큽 소리를 내며 끊고는 괜히 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저 질문인것을 알고, 네가 나를 얼마나 믿고있는지도 잘 알고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길 원하지만, 그럼에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무슨일이 있어도 나는 너를 포기하지 않을거야. 알고있는데도, 언젠가 또 이런일을 겪게 된다면, 그 감정에 아마 나는 울컥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씨이…. 그걸… 질문이라고…
(어제부터 아주 꼴사나운 모습만 가득하구나. 멋짐에 잘 우는건 포함 되지 않는 것 같은데. 네 얼굴을 피하고 허공을 바라보며 눈가를 벅벅 닦다가 고개를 홱 돌리고는 노려보듯 너를 날카롭게 바라보았다. 닦았지만, 눈끝이 차가워지는것을 보니 아직 제대로 닦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당연하지…!!! 내가… 어떻게 널 포기하겠냐?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라 진짜- 젠장…
포기 안해… 죽어도 안해… 네가 얼마나 나한테 소중한 사람인데, 어떻게 그걸 포기하냐… 난 아마 죽어서도 귀신되어서 너 쫄쫄 따라다닐걸… ….. 포기 안해. 죽어도 안해. ..아니, 못해… 뭔 저런 질문이 다 있어 진짜….
루시 칼드웰:(말을 하면 할수록, 이상하게 차오르는 눈에 손등으로 닦으면 너에게 우는것이 다 들통날까 차마 닦지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여 머리카락으로 제 얼굴을 가리고 깍지낀 네 손만을 한참 잡으며 꼼지락거렸다)
이번 물음은 웃음기가 가득합니다.
당신이 답을 하자,
모든 별가루가 허공에 둥둥 뜬 채로 멈춥니다.
베타:마지막으로 물어볼게.
집으로 돌아갈 거지?
루시 칼드웰:….너, 정말, 당연하고 답은 하나밖에 없는 질문만 하네.
(울다가 웃으면, 흉하기 그지없는데. 픽 하고 웃어보았나. …그래. 너라면 이미 내가 질질 짜는것도 다 알고 있을텐데. 손등으로 다시 눈을 닦고 물기 촉촉한 얼굴로 너를 바라보고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찡그리며 계속이고 작은 숨이 섞인 웃음을 내뱉었다)
응. 당연하지. 뭐-...
(주위를 한참 둘러보며 네 손을 꽉 잡더니)
여기도 운치 있긴 한데, 역시 데이트장소는 데이트장소지, 거기서 살 필요는 없잖아? 그리고, 어딜가도 다른놈들이 너를 기억못하는 세상은 싫어. 그래도 돌아가면 우리 우주에서도 데이트도 다 해봤다고 할 수 있겠다 그치?
…이번엔, 정말 돌아갈 수 있으면 좋을텐데…
루시 칼드웰:있잖아, 돌아가면 푹 쉬자. 데이트도 하고, 나 바다 가고싶었거든 정말로. 맛있는것도 먹고. 사진도 많이 찍고, 그러자. 나, 돌아가고 싶어.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만났던 그 세상이 우리한테 제일 어울리는것같아. 너한테도, 나한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