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본 적 없는, 이름은커녕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낯선 사람은 뮤니아를 보며 담담히 말합니다.
아직 결혼식까지는 꽤 긴 시간이 남았어요.
신부 대기실은 아직 열리지 않았고, 가방을 들어줄 친구라던가 곁을 돌봐줄 가족,
결혼식의 순서를 안내해줄 웨딩 플래너마저 마음을 가다듬으라며 자리를 비워준 상태고요.
그러나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 것처럼 성큼성큼 들어와 가까이에 섭니다.
가까워진 탓에 한결 더 잘 보이는군요.
어디를 살펴보아도 낯선 사람.
하지만 어쩐지……
지능판정
단델 뮤니아:
지능
기준치:
30/15/6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낯설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유 모를 기시감이 고개를 듭니다.
상대는 당신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앞까지 다가옵니다.
그리고 다시 묻습니다.
낯선사람:그 결정에 후회가 없습니까?
비로소 당신은, 그 사람이 묻는 ‘결정’의 정체를 짐작합니다.
울며 고백한, 평행세계의 버트와
사랑을 맹세한, 당신의 버트. 당신은 누구를 선택했나요?
그때의 결정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후회도 없나요?
낯선 사람은 분명히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눈으로 뮤니아를 내려다 봅니다.
단델 뮤니아:뭐야, 너 누구야? 원래라면 당신같은 사람 관심도 없었는데... (아래에서 위로 꼬나봄)
낯선사람:...관심도 없는데, 지금은 다른 모양이군요. 당신의 대답은 무엇입니까?
단델 뮤니아:앞에 말은 왜... 무시하지...? 내가 만만하고 멍청해보이나...? (멍청한건 맞지만...) 그걸 대답해주면 뭐가 나오는데?
낯선사람:뭐...그와는 다른 타입의 사람이군요. 좋습니다. 당신이 어제 만났던 버트와 마찬가지로 미래에서 온 사람입니다. 그를 도와준 것 또한 저였습니다. ......조금 오차가 생겼지만.
서비스 차원입니다. 당신이 원한다는 전제하에요.
단델 뮤니아:? 그러, 니, 까... 그 일의 원, 흉... 이라는, 말, 이잖아...? (어쨌거나 결론은 이렇게 이해한듯) 조금...? 조, 조그음...? (허! 허참! 허참나!) 후회하면 뭐, 가 달라지는데... 난, 난 그, 래도, 지금 결, 혼 하려고 돌, 아온건데... (웃... 눈가 시큰해져서 울먹)
낯선사람:네, 조금. 그 작은 오점을 수리하러 왔습니다. 약간의 대가를 필요로 하지만, 지급할 의사가 있다면 기꺼이 도와드리죠.
노인은 미안한 기색도 없이 당신을 내려봅니다.
단델 뮤니아:(지금 나한테 대가에 대해 운운.. 한건가...? 결혼하는 신부답지않게 여전히 꼬나보고) 아, 니... 약간의 대, 가도 말 안, 해주고... 어떻게 수, 리 할건지도 말 안해주고... 의사를... 물어...? 장, 사를 안해본, 거 너무 티, 내는거 아냐? 요점만 딱, 딱 말해.
낯선사람:하는 수 없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연구를 이어가던 도중, 그와의 거래가 실패했던 이유를 찾아냈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성공사례를 수집할 겸 실패했던 소원을 다시 번복해주는 것. 말 그대로 수리修理 겸 수리受理 입니다. 여차하면 그의 소원을 제대로 이루어줄 수 있겠죠.
단델 뮤니아:(뭐 뭐야 무슨 말인데 요점만 들어도 뭐가 이렇게 어려워??) 아, 아니 잠, 잠깐만... 방금 제, 일 중요한걸 너무 자, 연스럽게 흘려 넘, 긴거 아냐? 소원을 제, 대로 할 수, 있어? 그걸... 그걸 진작에 말, 해. 그럼 할거야.
낯선사람:할 수 있습니다. (확신어린 고개를 끄덕이며) 대가를 지불하시겠습니까?
단델 뮤니아:못, 줄 것도 없지... 뭐든 얼마, 든지 줄테니, 까 오히려 제대, 로, 그쪽이 말, 하는 수리... 제대로 해, 줬음 좋겠네...
좋습니다. 대가는......
낯선사람:좋습니다. 대가는.....
눈을 가늘게 뜬 낯선 사람이 시선으로 뮤니아를 훑습니다.
낯선사람:당신의 몸입니다.
단델 뮤니아:그건 신체만?
낯선사람:네, 당신의 몸에 넣고 싶은게 있습니다.
단델 뮤니아:그럼 나는 결, 국 어떻게 되는건데?
낯선사람:씨앗하나만 키워주시면 되는 일입니다. 잘 마무리되면 예정대로 식도 올릴 수 있겠군요.
단델 뮤니아:뭐, 그럼, 좋아. (깔쌈)
만족스런 얼굴로 그는 다시 입을 열고 설명을 시작합니다.
낯선사람:나는 여러 별과 수많은 시대를 돌아다니던 중,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꽃을 발견했습니다. 상당히 흥미로운 구조를 가진 꽃인데, 피우기가 아주 까다로워 곤란했죠.
그가 품 안에서 사진을 한 장 건넵니다.
흰 꽃이 찍힌 사진으로, 버트가 선물했던 부케와 똑같이 생겼습니다.
낯선사람:이름은 천일화. 3,982년 전의 과거에서 찾은 흰 행성의 문명입니다. 그곳의 역사를 살펴보던 중, 생명체 대부분이 천일화라는 꽃을 숭배한다는 걸 알게 됐죠.
신도, 괴물도 아니라 한낱 꽃을! 우습지 않습니까?
말과 달리 딱히 비웃는 얼굴은 아닙니다.
격앙된 말투로, 낯선 사람은 계속해서 설명합니다.
낯선사람:꽃을 섬기는 이들은 꼬박 천일을 기도합니다. 천일화라는 이름은 그곳에서 유래했다는군요.
나는 이 꽃의 개화 과정이 궁금하지만 빌만한 소원이 없었습니다. 모름지기 기도란 간절히 바라는 자들의 것이니까요.
그래서 나는 가장 욕심이 많고, 바라는 것이 많은 ‘인류’를 골라 불특정다수의 근처에 씨앗을 심었습니다.
그리고…… 그중 1,000번의 밤 동안 한결같은 소원을 품은 것은, 오직 버트뿐이었죠.
버트의 꽃만 개화했기 때문에 소원을 이룰 수 있는 것도 버트뿐이었던 겁니다.
낯선 사람의 설명은 직관적입니다.
그러니까, 평행세계의 버트가……
얼마나 오래도록 뮤니아를 바라왔는지, 알 수 있는 문장입니다.
3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1,000번의 밤.
그 밤을 내내 뮤니아만 바라며 보냈다니, 어떤 마음인지 손에 잡힐 듯 그려지는 것 같아요.
낯선사람:하지만 간과한 것이 있었죠.
낯선 사람은 찬물을 붓곤, 다시금 본론으로 돌아갑니다.
낯선사람:흰 별이 아니라서, 토양의 질이 달랐던 겁니다. 제대로 소원을 이루기 전에 시들어버린 바람에 다소 과정에 착오가 생겨버린 거죠.
결국, 버트가 잘못된 세계에 도착한 것은 완벽한 천일화를 피워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거죠.
낯선사람:그리고 마침내, 흰 별과 가장 유사한 토양을 찾아냈습니다.
유사한 토양.
3년. 기나긴 시간이지만, 분명히 평생보다는 짧을 것입니다.
해볼 만한 일이에요. 평행세계의 버트건, 두고 온 버트건. 그렇지 않나요?
버트에게 그것을 줄 수만 있다면……
그러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낯선 사람은 손가락을 들어 뮤니아를 가리킵니다.
낯선사람:바로 당신의 몸입니다
네?
영문을 알 수 없는 소개에 그를 바라보면,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이 돌아옵니다.
낯선사람:그는 꽃을 피울 수 없어요. 그는 이미 바라는 것을 이루었으니까.
듣기판정
단델 뮤니아: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당신을 너무 그리워했나 봐요. 그래서 결혼 전날에……”
아스라이 흩어지던 버트의 목소리를 기억합니다.
울음기 가득하던 그 목소리가, 어떻게 바라는 것을 이루었단 말인가요?
버트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는걸요.
낯선사람:신, 뮤니아. 당신이라면 가능합니다.
대신, 뮤니아. 당신이라면 가능합니다.
우리는 기나긴 연구 끝에 이 꽃이 싹을 틔우기 제일 좋은 환경이 인류의 몸 그 자체라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1,000일씩이나 필요하지도 않아요. 하루는 천년, 천년은 하루. 고작 하룻밤이면 충분합니다
간절히 바라는 것을 품고, 씨앗을 몸에 심으면…… 꽃은 만개하고, 당신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겁니다.
낯선 사람은 뮤니아의 선택을 기다립니다.
몸에 꽃을 심는다니, 보통 일은 아닐 겁니다. 무언가 잘못될지도 몰라요.
단델 뮤니아:(무슨 상관이야 버트가 잘될 수 있다는데...) 뭐야... 아까 대답, 했잖아... 빨리 해...
낯선사람:그럼, 결정하시는걸로 알겠습니다.
그러고 그는 당신에게 익숙한 상자를 넘겨줍니다.
낯선사람:꽃을 담는 상자입니다. 시간을 넘어도 버틸 수 있는 특별한 상자죠.
하염없이 기쁨이 넘치는 날, 나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으며 상자를 만지고 있습니다.
혹은 빈 상자 뚜껑을 닫고 싶어졌나요?
이것은 이제야 비로소 ‘나’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훔쳐본 버트의 기억이 아니라, 오롯이 ‘나’의.
그리고 뮤니아 또한…… 그때의 버트처럼 고개를 끄덕입니다.
흘러내린 크림색 리본이 무릎 위로 떨어집니다.
상자 안은 여전히 비어있지만, 마음만은 한결같습니다.
그 사람이……
기뻐했으면.
그리고 행복해졌으면.
가장 간절한 소원을 담아 결정을 내리면, 낯선 사람은 당신에게 무언가 내밉니다.
아주 작은, 손가락 한 마디보다도 작아 신경 쓰지 않으면 채 눈에 띄지조차 않는 씨앗입니다.
유리구슬처럼 투명한 씨앗은 겉면이 반지르르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신부 대기실의 불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낯선사람:천일화의 씨앗입니다. 바라는 것을 떠올리며 삼키면 됩니다.
단델 뮤니아:보석같이, 생, 겼다... (예쁘네... 반짝반짝하고. 보석같은 걸 삼키는 경험을 언제 또 해보겠어? 어떻게되든 좋으니까 버트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울면서 한 맹세가 아니라 정말 행복한 맹세를 했으면 좋겠다. 받고서 낼름 삼켜)
당신은 무슨 마음가짐으로 그 반짝이는 것을 삼켰나요.
다행인지 씨앗을 삼켜도 딱히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낯선 사람은 뮤니아가 그것을 삼키는 과정을 똑똑히 본 후, 손목의 시계를 확인합니다.
낯선사람:세 시간 뒤에 오도록 하죠. 금방 끝날 겁니다.
그럼 버트를 불러드리죠.
꽃을 피우는 방법을 채 묻기도 전에,
문가에 가까이 선 그는 날벼락 같은 이야기를
낯선사람:혼자서는 무리거든요.
통보하곤 문 너머로 사라집니다.
피우는 법은 알려주지도 않고서요.
아니, 버트는 왜?
다른 세계의 버트를 위한 소원을 비는 일을, 버트의 눈앞에서 해야 한단 말인가요?
꽃을 피워내는 것을 보고 나면, 버트는 분명히 걱정할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낯선 사람은 전혀 개의치 않는 것처럼 가볍게 문을 닫고,
소리 없이 닫힌 문은 다시금 소리 없이 열립니다.
이번에 문가에 선 것은, 네, 버트입니다.
당신이 선택한, 당신의 버트.
결혼을 앞둔 탓일까요?
익숙한 얼굴에는 긴장이 서려 있습니다.
심리학 판정
단델 뮤니아:
심리학
기준치:
70/35/14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정말로?
그 표정을 그냥 긴장이라고 치부해도 되는 건가요?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버트의 얼굴이에요.
뮤니아가 낱낱이 알아보지 못할 리 없잖아요?
분명히 긴장한 버트의 뺨은 슬픔과 걱정이 서려 있습니다.
마치……
버트 크린스:다 들었어요.
버트는 담담하게 이야기하곤 눈을 내리깝니다.
버트 크린스:아까... 그 남자에게 모든 이야기를 들었어요. 문 밖에서 다 듣고 있었는데... (속인것만 같은 기분에 여전히 시선을 내리깐다. 망설이는듯 입술을 짧게 씹다가 힐끔 시선을 들며) 뮤니아의 선택을 기다렸어요. 협조할게요. 꽃을 피우는 방법은 제가 알고 있어요. (천천히 미소를 지어보았다. 평소처럼 웃을 수 있을 정도로 거짓말에 능했던가 생각하면, 그런것도 아니라서. 조금 어색한 표정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델 뮤니아:(이런, 이런 이야기는 없었잖아? 사람이 말이야? 계약을 하면 당연히 그 내용에 관해선 신상보호 해줘야하는거 아냐? 왜이렇게 뒤쳐졌어?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사람이? 짜고 치는 계약 사기아냐, 이 정도면??)
나, 나만, 나, 나만 또 모, 모르고 있, 있었던거지? 또 나만 바, 바보가 되버린거야... 허어엉... (하필 또 마냥 웃는게 아니라는걸 눈치챈 자신도 싫고 다 아는 것처럼 받아들였으면서 혼자만 뒤늦게 알아차린 것도 싫다. 화장이고 뭐고 신경쓰지 않은 채 펑펑 울어)
진짜, 진짜아... 아, 아니, 나는... 어? 나는... 아... 그, 근데 어, 어떡, 어떻게 해, 해야해요...? (킁!)
버트 크린스:뮤니아...(몇년이고 봤는데, 평생을 약속한 사이에 익숙해져야할 눈물이 왜 이리 적응되지 않는지. 안절부절, 미안한 마음에 다가가 조심히 품에 안고 등을 도닥인다.) 미안해요... 그래도, 전 늘 뮤니아편인걸요, 응? (번지는 눈물을 조심히 제 손으로 닦아내고는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는 불안감을 숨기듯 평소와 같은 다정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저는 괜찮아요. 뮤니아가 하고싶은 일을 해요.
단델 뮤니아:그치만, 그치만... 우... 나, 나는, 나만 자, 잘하면 되는, 그, 그런 일인줄 알고... (정말 혼자만 잘 해내면 다 좋아질거란 편한 생각따윌 했다. 지금의 자신은 이런 면에선 멍청하지 않다고 자부할 수 있었는데, 네 이야기가 나와서 그만. 버릇마냥 나오는게 아닌 눈물이 유독 무겁고 힘들어서 그저 안긴 채 펑펑 울어버렸다.) 나는, 나는 그냥, 버, 버트가 행, 복 했으면 좋겠어요... 나, 때문에 불행, 하지도 않았음 조, 좋겠고... 날, 나를 만난걸... 후, 후회하지 않아줬음 조, 좋겠어요...
버트 크린스:(해줄 수 있는 일은 다 해주고픈게 제 마음이었다. 네 소원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든, 설령 우리의 결혼식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하게 되더라도 네가 원한다면 그걸 돕는게 자신의 애정이고 사랑이었다. 어렴풋이 이상적인 애정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있음에도.) ...뮤니아, 결국은 저잖아요. 제가 잘 알아요. 어떤 저도 뮤니아를 만난 걸 후회하지 않아요. 제가 장담해요. 저도 뮤니아가 행복하면 좋겠어요, 당신이 바라는 걸 이뤄줄게요. 저는 늘 그러고 싶었으니까. (겨우 널 품에안고 해줄 수 있는 건 이런 진심을 전하는 것 뿐이라, 등을 쓸어주고,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저 역시 애써 불안을 달래었다)
단델 뮤니아:하지만 나는, 나는... (나는 너와 다르게 천하의 못된 사람이 될 수도 있었고 이기적인 사람돌 될 것이 분명했다. 네가 뭐라 생각을 하든 나는 양손에 잡은 걸 하나라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 결혼식과 행복하길 소원한 너를 둘 다 이룰 생각 밖에 없었으니까. 나는 원래 욕심이 많아.) ...나, 최, 선을 다할, 게요. 잘, 할 수 있어요. 방, 법만 알면 진짜 실수, 안하고... 그, 그리고 어? 겨, 결혼식만 자, 잘 넘기면 나, 나는, 버, 버트의 아아아아내, 란, 말이야! (꽤애액)
버트 크린스:(들려오는 소리에 당황한 듯 눈을 깜빡였다, 오늘은 완벽하고 행복해야 하는 우리의 결혼식이다, 그 말대로 우리는 누구보다 행복할 거라고, 그런 막연한 확신이 들었던 것 같아, 어쩐지 웃음이 새어나와 조금 더 자세를 낮추고 너와 눈을 맞추었다)...저도 최선을 다할게요. 뮤니아가 원하는 걸 이루고... 우리의 결혼식이 무사히 끝나도록이요. 있죠, 뮤니아. 저는 생각보다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 ...부적을 받으면 조금 더 안심할 수 있을것 같은데.
단델 뮤니아:(으... 괜히 눈물때문에 눈앞이 흐려보였고 이런 날, 더 예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건 당연한건데 눈물범벅인 얼굴이라니 창피한 것도 사실이었다. 뭐, 우는 자신도 예쁘지만!) 부적? 부적... 부적... 부... 적...
(아마도 그걸 부적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우리 밖에 없을거야. 괜히 의식해서 그런건지 미묘하게 목이 따뜻해져서 어물거리다가 눈에 띄게 후후하, 하며 숨을 뱉고 주먹을 꽈악 쥔다. 그래! 한두번도 아니고! 조금 눈치만 보다가 일부러인지 쪼옥 소리를 내면서 볼에 살짝 입맞춘다.) 이, 입은 나중을 위해서 비, 비축! 그래요, 비축!! (꺄아악 꺄아아아악!)
버트 크린스:(의식적으로 내는 듯한 쪼옥 소리에 볼이 금새 따끈해지는게 느껴졌다. 분명 부적일 뿐이었는데, 네게 닿은 뺨은 왜 이리도 붉을 것만 같은지, 조금 더 힘을 줘 꼬옥 짧은 포옹을 하고는 떨어져 고개를 끄덕였다.) 응... 식장에서. 이거면 충분해요.
고작 부적 때문일까요? 뮤니아는 점점 체온이 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뒷덜미부터 척추뼈를 따라 등과 허리, 그리고 사지 곳곳이 달아오릅니다.
발열과도 같은 그 감각은 불쾌하다 못해, 소름 끼치는 것입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씨앗이 움트기 위하여 자리를 잡았고, 발아하기 위하여 무언가 시작했다는 것을.
이성판정
단델 뮤니아:
SAN Roll
기준치:
68/34/13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치감소 없습니다.
뮤니아의 얼굴이 조금 붉어지거나, 호흡이 들뜨거나,
혹은 무언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눈치챈 버트가 가까이 다가옵니다.
그리고 뺨을 매만집니다.
뺨을 매만지던 손가락은 점점 타고 내려가 목덜미를 쓸고……
단델 뮤니아:
rolling 1d6
(
2
)
=
2
rolling 3d4
(
4
+
3
+
3
)
=
10
버트 크린스:(목덜미를 천천히 쓸던 손을 조금 더 깊게 내려, 드레스 바로 위 어깨를 조심히 쓸었다. 가벼운 스킨십 이외에 이런 접촉은 처음이라, 인식한 뒤로는 하염없이 조심스러워지는지 손길이 간지럽게 느껴질 법도 하였다.)
단델 뮤니아:...? ...어? (이것도 내가 멍청해서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는건가? 싫고 좋고를 떠나서,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 과연 맞는 행동인가? 딱히 저항할 생각도 없었지만, 가만히 받아들이고 있자니 점점 핀트가 나간듯한 상황인데도 간지럽고, 부끄러워서 순간 딸꾹거렸다. 몸에 열이 올라서 오히려 손길이 시원할 정도였으니.)
그, 어, 그게, 그러니까... 부, 분명 내, 내가, 모, 모든지 하, 할 각오는 해, 했는데, 요? 그, 저, 뭔... 가요? 저기 뭐, 뭔가요...?!
버트 크린스:미안해요, 씨앗이 어디에 안착했는지 찾아야 하니까... 조금만 참을 수 있겠어요?(어쩐지 조급해지는 기분이라 말을 하면서도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반대쪽 어깨도 가볍게 쓸어보던 감촉은 척추선을 따라 등쪽으로 타고내려갔다. 무슨 생각이 들었더라, 차라리 머릿속을 비우는게, 그게 네게도 내게도 편할 것 같아서 애써 떠오르는 잡념들을 지워내려 눈을 감아보았다.) 씨앗이라, 눈에 띄지 않으니, 만져서 찾아야 해요.
버트의 설명을 들으면, 열에 들뜬 머리로 스쳐 지나가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혼자서는 무리거든요.”
그런 뜻이었구나, 하고.
뮤니아의 몸에 움튼 씨앗이라지만……
사람은 자신의 몸에 속속들이 손을 댈 수 없는 법이잖아요.
게다가 계속 체온이 오르는 탓에 어딘가 만질 때마다 예민하게 느껴져서, 스스로 손을 댈 엄두도 나지 않습니다.
결국, 뮤니아는 다른 사람을 위해 버트의 손을 빌려야 할 것입니다.
버트가 너무 가까워서, 혹은 시야가 흐릿해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 버트는 무슨 얼굴을 하고 있나요?
관찰판정
단델 뮤니아: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왜 이렇게 더운 걸까요?
왜 이렇게 뜨거운 걸까요?
버트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서늘한 감각이 더 선명하게 느껴져서 도저히 시야가 밝아지지 않습니다.
눈을 가늘게 뜨자면……눈을 감고 있는 버트의 얼굴이 눈에 들어옵니다. 침착해보이지만 어딘가 긴장한 듯한 표정이에요.
여전히 어딘가 불안한 걸까요, 아니면 정말 처음이라. 그래서 긴장한걸지도 모르는 일이죠.
단델 뮤니아:저, 저기, 보, 보통, 뭐, 뭐, 뭔갈 삼, 삼키면, 목, 아래로 내, 내려가서 위, 위장이라던가, 가, 가슴이나 배, 배 근처가 아, 아닐, 아닐까흡... (아, 혀깨물었다. 말도 심하게 더듬고 또... 결혼식 당일날에 안될 짓이라도 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침만 꼴깍 삼켰다. 못보겠어. 다른 의미로 새빨개진 얼굴에 닭똥같은, 그러니까 창피한 울음만 비집고 나왔다.) 우흐으...
:아... 그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네 말을 들으니 그게 또 맞는 말이라, 괜히 사심을 담았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당황한 눈을 굴렸다. 잠시 버벅이다, 몇번 숨을 고르고는 진정한 듯 조심히 널 소파에 앉혔다.) ...어딘가 불편하면, 말...해줘요?(소매자락으로 살살 눈물을 닦아냈다. 설레지 않았다하면 거짓말이고, 긴장하지 않았다 치면 그것또한 거짓이었다. 명백히 두근거리는 감정속에서도 이 행위가 단순히 우리만을 위한게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 애써 잡념을 비우기 위해 네게 더 집중해 몸을 숙였다. 너무 긴장한 것인지, 복합적인 감정 탓인지 손바닥에는 땀이 나는데 손끝은 또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천천히 작게만 느껴지는 목부근을 쓸어내며 감촉에 집중했다.)
버트 크린스:아... 그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네 말을 들으니 그게 또 맞는 말이라, 괜히 사심을 담았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당황한 눈을 굴렸다. 잠시 버벅이다, 몇번 숨을 고르고는 진정한 듯 조심히 널 소파에 앉혔다.) ...어딘가 불편하면, 말...해줘요?(소매자락으로 살살 눈물을 닦아냈다. 설레지 않았다하면 거짓말이고, 긴장하지 않았다 치면 그것또한 거짓이었다. 명백히 두근거리는 감정속에서도 이 행위가 단순히 우리만을 위한게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 애써 잡념을 비우기 위해 네게 더 집중해 몸을 숙였다. 너무 긴장한 것인지, 복합적인 감정 탓인지 손바닥에는 땀이 나는데 손끝은 또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천천히 작게만 느껴지는 목부근을 쓸어내며 감촉에 집중했다.)
단델 뮤니아:어, 얼마든지 하, 하세, 요, 네... (사실 끝이 매번 이상하게 마무리되더라도 이런 상황을 몇 번이나 마주하게 된다면 자신은 분명 시키지도 않을 기대를 품고, 설래고, 욕심을 부리겠지. 그 정도로 욕망에 충실한 타입이기도 했지만 거기에 네가 섞이니 불순한 생각 자체가 스스로를 부도덕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솔직히, 씨앗이고 뭐고 만져주는 행위에 혹시? 하는 생각을 안하는건 또 아니었으니까. 숨 한 번 내쉬기가 힘들었고 눈치가 보여 가슴이 답답했다. 원래 남이 만져주는 스킨십이 이렇게 적나라하고 못할 짓을 몰래 해야만 하는 그런거였나? 저도 모르게 살갗이 덜덜 떨려와서 힘빠진 소리만 튀어나오고 시선을 저 멀리 던졌다.) 히이이... 이익...
버트 크린스:(어느때보다 조심스레 뻗던 손길이었다. 이렇게 소중하게 무언가를 만져본적이 있던가 싶을정도로. 손끝의 감촉에만 집중하고 있던 터에, 네 몸이 떨리는 걸 눈치채지 못할리가 없었다. 무서워하는거면 어쩌지, 싫어하는 거면. 불안한 심리상태에 자꾸만 마음은 조급해져 시선은 목아래로 내려와 쇄골부근으로 손을 옮겼다. 성급해진 탓인지 아까보다 꾹 꾹 누르는 손길은 더 차가웠던 것 같다. 이 다음은 어디를? 자꾸만 심장은 규칙적으로 빠르게 뛰고, 머리속은 엉망이 되는 것 같아서, 입술을 짧게 깨물었다)
단델 뮤니아:(아, 이래서 그런 이상한 말을 한거구나. 아니! 혼자 못하는거면 진작에 말해줘야 할 거 아닌가? 이거 완전 계약 사기 아냐!? 이상한 곳에 화풀이를 할 정도로 어쩔 줄 몰라 했고 괜스레 초조해졌다. 이게 맞는 행동을 하는 중인건지, 목적과 의도를 잊고 그저 한순간을 즐기자는 욕심으로 번질지 확신이 없어서. 올라가는 체온 덕에 몸은 따뜻해지는데 네 손끝은 점점 차가워지는 것 같아서 불안한 것도 사실이었다. 싫은거면, 어쩌지. 이럴 때, 이럴 때 내가 힘을 내야하는거야. 앉아있는대도 힘이 풀리는 다리를 바로 세우고 네 볼을 장난스럽게 콕콕 찔렀다.)
저, 신, 경쓰지 마, 세요. 버트는 나, 랑 다르게 너무 상냥, 하니까 분명 다른... 걱정을 하, 고 있겠죠? 하지만 그냥... 하, 고 싶은대로 하세요. 진, 정하고 또, 음, 뭐든 하, 겠다고한건... 나고, 이 일은 받은 것도 나, 니까요. 그리고 소, 솔직히 싫... 지는 아, 않... 고... 네에... (웅얼거리곤 다시 딸꾹거려)
버트 크린스:(콕콕 제 볼을 찔러오는 작은 손에 정신이 들었다. 눈을 몇 번 깜빡이다, 그제서야 아, 하는 탄식을 내뱉었던 것 같다. 너는 이제 내 표정만 봐도,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구나. 나는 너에 관한 일이면 하나같이 조심스러워졌다. 어쩐지 미묘한 정적이 더 몸을 경직시켰던걸까, 네 목소리에 조금 힘이 풀리는 기분이 들어 잠시 네 어깨에 얼굴을 기대었다.) 응... 알겠어요. 티... 많이 났어요? (귓가에 들리는 딸꾹질 소리며, 짧은 떨림에 픽 웃음이 새어나와, 다시금 몸을 일으켜 짧게 네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있죠, 생각보다 많이 내려갔을지도 모르겠어요. (차마 바라보기엔 부끄러워서 잠시 눈을 옆으로 굴리다, 한쪽 무릎을 세워 바닥에 앉아 네 왼 다리로 손을 옮겼다. 발목을 꼼꼼히 손으로 쓸어보고 복사뼈를 손가락으로 지분거려보다, 종아리 안쪽을 천천히 훑어 올라갔다. 아까보다 침착해진 손길이며, 체온에도 네 몸과 닿는 부분은 하염없이 따뜻하고, 뜨겁게 느껴졌다.)
단델 뮤니아:으음, 조, 조금? 헤헤... (틀린 말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던건, 실제로 네가 티를 덜 냈을수도 있지만 단지 내가 네게 관심이 있었고 조금 더 눈치가 빨라서 알아버린 경우도 있으니까. 결코 감사하다고 말할 가정환경은 아니었지만 덕분에 상대를 쉽게 들여다 볼 수 있었고 감히 내가 널 위한 배려를 할 수 있던건 사실이었다. 어깨와 목에 닿는 머리카락이 간지러웠고 짧은 입맞춤이 기분 좋았다. 그러다가도 다시 긴장을 해버리는 스스로가 얼마나 간사한지, 아무도 모를거야. 다만 네가 침착하면 나도 진정할 수 있었고 버벅거리는 몸짓이 눈에 띄게 줄어서 가만히 타고 올라오는 손짓을 믿으며, 그렇게 내려다 보았다. 긴장이 안되는건 아니었고 두근거리는게 멈춘 것도 아니었지만 확실히 방금 같은 초조함이 사라져 좀 더 너를 세밀학 보는 게 조그마한 특권이었다. 더, 덥네. 안그래도 드레스인데... 손부채질을 조금 휙휙 소리나게 흔들었다.) 저, 음, 아, 아직도 모, 모르겠, 나요? 어깨도 아, 니고, 그 쇄골도 아, 니고, 지금 만지는 곳도 아니고... ...어, 디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버트 크린스:많이 더워요? 조금만 참아요, 힘내볼게요. (씨앗때문에 제멋대로 달아올라 힘들 법도 한데 어쩐지 달래지는 건 자신인 것 같아서 속으로 픽 웃었다. 너는 늘 부정했지만 내게 넌 너무 다정하고 소중한 사람이라. 그래서 어느순간 좋아했고, 사랑했다. 종아리 안쪽을 쓸던 손이 바깥쪽으로, 천천히 하얗고 한 손에 들어올 것 같은 다리를 어루만지다 무릎으로 손을 옮겼고, 그곳에 의식적으로 짧게 입맞췄다. 곳곳을 훑어도 나오지 않는 씨앗이 원망스러웠던가, 나올까봐 걱정스러웠던가. 행위의 목적이 모호해져 행여 네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다시금 정신을 가다듬어야 했고, 그렇기에 너는 내 애인이고, 곧 부부가 될 사랑이라는 걸, 이렇게나마 다시금 확인하고 싶었다.) ...뮤니아, 치마 조금 걷어올려도 괜찮아요? (그대로 고개를 들어 너를 올려보며 물었다. 조금은 상기된 얼굴, 어떤 표정을 지었더라? 느껴지는 모든 감정이 오늘따라 어렵게만 다가왔다.)
단델 뮤니아:...치마? ...치마아...? (왜, 거기서, 치마가, 나와요? 아니 물론 그게 필요한 과정이라면 나는 수긍할테지만 대체 왜 그게 치마까지 올라오지? 치마를 올리면 그, 허벅지가 보일텐데요? 목까지 올라오는 말들을 간신히 삼키고 최대한 이성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했지만 워낙 티가 나는 얼굴 탓에 표정이 이리저리 뒤틀렸다. 등에선 식은땀이 나는 것 같기도 했고, 딸꾹질을 목 안으로 삼켰다. 차마 똑바로 볼 용기가 없었는지 손톱을 깔짝거리고 입술을 삐죽 내민채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아, 이게 무슨 새신부 모습이란거야.)
버트 크린스:...혹시 모르고... 아직까지 안나왔으니까요...(시선을 돌리는 모습에 우물쭈물 이야기했다. 딱히 욕심에 불탄다거나 그런건 아니었다, 아니. 아니라고 생각했다.) ...많이 올리지는 않을게요, 과정이라도 뮤니아가 내키지 않는 건 하기 싫으니까...(부끄럽고 민망했다. 어쩌다 이런 상황에 부딪혔는지, 기왕이면 온전히 서로만을 바라보는 조용한 침대가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분에 넘치는 소리임은 알면서도.) (미안한 기분도, 부끄러운 기분도 들어 검은 레이스를 들어올리며 눈을 살짝 감았다. 이제와서 보고 말고가 무슨 소용이겠냐만, 눈을 감고 천천히 허벅지 윗부분 곳곳을 손으로 꾹꾹 누르며 씨앗을 찾아나갔다)
단델 뮤니아:딱히 내키지 않, 는는다기, 보, 단... 아무, 래도, 조금 부, 끄러워서. (원래부터 거짓말에 소질도 없었는데 자신이 무슨 말을 툭툭 내뱉었는지 조차 눈치채지 못한 바람에 여전히 시선이 삐뚤게 걸렸다. 설마하니 식을 올리기도 전에 이런 식으로 제 몸을 들어낼 줄 은 꿈에도 몰랐을테니까. 왠지 자신만 이상한 생각을 하고 천하의 발랑까진 여자가 된 것 같아 콩알만한 양심이 찔려왔고 입 안쪽 살을 꽈악 물었다.)
히, 히이익. 흐... (자신이 반응하면 상대도 민망할거 같아 할 수 있는 만큼 참아봤지만 맨살에 닿는 타인의 손길이 익숙할리가 없어서, 조용한 대기실에서 힘빠지는 소리를 내뱉고나면 민망하고 무안해서 결국 두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아아아아아... 아아아...
버트 크린스:힘들면... 다른 생각을 해도 좋고 눈을 감아도 좋아요. (허벅지를 누르던 손이 잠시 멈췄다. 들려오는 힘빠진 소리에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자극적인 소리, 명백하게 그렇게 생각했던 자신이 지독히도 미웠다. 차라리 어서 씨앗을 찾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일일거라, 되뇌이고 합리화하며 조금더 검은 치맛자락 안쪽으로 손을 밀어넣었다. 손끝으로 허벅지 안쪽을 살살 누르기 시작하고. 제법 안쪽까지 들어간 탓에 레이스가 팔을 간질거리는 기분이 선명해 순간 몸을 떨었다.)
단델 뮤니아:(힘들다기보단, 그런거 있잖아요? 그런거, 라고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지. 그걸 어떻게 말하겠어. 너를 탓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지만 이 정도까지 상황이 몰리면 스스로에게 합리화하듯 이런저런 생각이 오가는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차라리 드레스라도 끌어올릴걸 그랬나, 무안하게 깔짝거리는 두 손이 민망했고 발끝에 힘이 들어갔다. 맞닿은 손이 그대로 느껴져 간질거리고 울렁거리는데 상대가 제 드레스를 들추고 그 안으로 들어오는 그 폼새가, 위에서 내려다 봤을 때 상당히 새삼스러워 속에서 뭔가 보글보글 올라오는 것 같기도 했다. 나도 이제 모르겠다.)
창, 피하다기보단 그, 렇잖, 아요...? 제 살을 남, 에게 맡, 기는 그런, 기분... 이요. 애초에 날 도, 와주는, 격이니까... 저, 잘.. 할 수 있, 어요. (뭘 할 수 있는질 모르겠다만.)
버트 크린스:...부담갖지 말아요, 어디까지나 제 의지로 돕는거니까...(무엇을 잘 할 수 있다는 걸까. 생각을 곱씹으며 씨앗을 찾는 손길에 집중했다. 이쪽도 아닌건가, 작은 숨을 내뱉고는 이제는 익숙하게 반대쪽 발목부터 천천히 어루만졌다. 제 것에 비하면 작고, 두 손에 다 들어오는 모양새에 어쩐지 속이 간질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복사뼈부터 부츠가 올라올법한 곳까지, 천천히 손으로 쓸었고, 네 피부를 만지면 만질수록 익숙해지기는 커녕 긴장되는 마음에, 무심결에 고개를 들어 널 바라봤다)
...절 믿나요, 제게... 맡겨줄 수 있나요? (무엇을? 그런건 둘째치고, 무엇이 긴장되고 불안해서, 나는 네 발을 이리도 꼭 잡고 있는걸까.)
단델 뮤니아:그, 치만. 아니, 네... (사실 부담도 부담이었지만 그것보다 제일 큰일이었던건 제 사사로운 감정으로 선처하고 도움을 주는 네 마음씨를 감히 더럽힐까봐, 그리고 들킬까봐 전전긍긍한다는 것에 가까웠다. 이런 불순한 마음으로 널 대할 순 없는 일이니까. 아니면 자신이 너무 바보라서 이 일을 너무 쉽게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일인걸까, 여러 만감이 교차했다. 그렇기에 반대쪽부터 타고 올라오는 손길에도 꿈쩍하지 않으려 노력했는듯 했다. 네가 부담일까봐, 또 그 상냥함으로 둘둘쌓인 걱정을 보일까봐. 너무 빠르게 뛰는 심장이 입만 열면 밖으로 튀어나올거 같아 손으로 입가를 가린채 꾸욱 눌렀다. 이제와서 참, 새삼스럽기도 했고.)
맡긴다니... 난, 나는요. 나는, 버트에, 게 전, 전부를 줄 수 있, 는 사람, 이에요. (극단적으로 말해서 몸도, 마음도? 이 상황이 부끄럽고 바라보는 시선도 부끄러웠지만 할 말은 꼬박꼬박하는게 조금 웃기기도 했다. 음, 작게 입소리를 내곤 네 이마에 손을 올리고 조금 문질거리며 주물거렸다.)
버트 크린스:(평소 감정에 약한 것인지 숨기지 않는 것인지, 혹은 모르는 것인지 네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면 쉽게 당황하는 저였다. 그런 모습이 과거의 어리던 네 모습과 겹쳐보이는 날도 있었다. 이마에 닿는 감각에 천천히 미소지었다. 내게는 그 다정함도 숨기지 않는게 너라서. 네 행동하나, 소리 하나에 오르락 거리는 감정들이 이제는 익숙해지려 하는 것 같았다.) ...고마워요, 제게도 뮤니아는 그런 사람이에요. 무엇이든 해줄 수 있어요. (이마를 쓸어주는 손에 의식적으로 닿은 부분을 문질렀다. 네가 먼저 내민 손길의 애정을 온전히 받아가겠다는 듯이.) (그러니까... 뭐든 해주고 싶어요. 해야할 일은 하는게 우선이었다. 올려보던 시선을 다시 조금 낮추고, 네 종아리를 만졌다. 위쪽부터 천천히 쓸다가, 안쪽을 어루만지며 참지못하고 말랑거리는 살을 조금 주물렀다.)
단델 뮤니아:(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너를 만난 작은 우연에 감사했고, 널 졸졸 따라다녔던 제 버릇에 감사했고, 울고불며 보석을 쥐어주었던 안일함까지 그 날의 모든 일에 감사했고 즐거웠다. 언제부터 이렇게 좋아져버린걸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기 때문인지 긴장했던 몸이 조금은 풀리는 것도 같았다. 그래봤자 그게 얼마 가지도 못했지만.)
...그, 그래도 무, 리한 짓, 은 하지, 말고. (아마 결혼식 전날에 있었던 기억탓인가, 괜히 쓸데없는 말까지 덧붙였다. 네 눈을 조금만 더 보고 싶었지만 딱히 막진 않았고 방해되지 않도록 신경을 썼지만 그것도 마음대로 되는건 아니었는지 기운 빠지는 소리가 흘러내렸다.)
흐, 흐히익... ...아, 죄, 죄송... 그, 아, 죄송, 해요. 조, 조금 놀, 놀라서, 그런, 건데, 싫, 싫은거 아니, 아니니까요... 마, 마저 하, 하세요... (아! 대처할 말이 그렇게도 없었나? 정말 되도안되는 말에 새빨간 얼굴로 눈물만 또륵 흘려내려)
버트 크린스:응... 걱정끼치고 싶지 않으니까...( 나한테 네가 좋아진 만큼 너도 내가 좋아졌다면, 만약 그런 분에 넘치는 일이 있다면 네가 염려하는게 어떤 일인지, 어떤 감정인지 스스로가 모를 리 없었다. 자신보다 소중한 사람이 생긴다는 건, 무겁고, 두렵지만 행복한 일이라는 걸)
...뮤니아? (다시 한 번 자극적이라 느껴지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널 바라봤다. 당황한 눈을 크게뜨고, 바라보면 들어오는건 붉어져 눈물만 흘리는 네 모습이라, 뒤이어 들리는 말들이 물속에서 들리는 듯 흐리게만 들려왔다. 내가 먼저 잘못한 일이라지만, 허락없이 만졌다지만. 그런 모습을 보고도 다른 이를 위해 씨앗을 찾으라니, 괜스레 반항심이 일어 몸을 일으켰다. 마음같아서는 입술이라도 물었다 떨어지고 싶은데, 결혼식장에서 부적을 주겠다던 그 말이 귓가에 울렸고, 그럼에도 딴에는 억울함을 표하고 싶었는지 살짝 콧등을 물었다 떨어졌다) 뚝... 눈물 그치면, 마저 할게요. (천천히 손을 뻗어 눈가를 쓰다듬어)
단델 뮤니아:으, 으응. 응... (차라리 다 말해버리면 속이라도 시원할 일은 그럴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런저런, 갖가지 이유로 온전하게 너를 느끼지 못한 채로 긴장만 하고 있어서 그랬는지 작은 행동에도 제발저리듯 몸을 떨었다. 그 잠깐의 시간동안 무슨 일이 지나갔는지도 모르겠지만 무심결에 제 코를 감싸쥐었고 그럴수록 일종의 죄책감이 미치도록 몰려왔다. 결국 이런 짓을 하는 이유도 어떤 세상의 다른 너를 위해서 하는 행동이라고 말할 순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그런 주제에 사사로운 개인 감정이 섞여 있다고 말한다면 너에게 무슨 면목이 있을까.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 만큼 착하지도, 상냥하지도 않았고 하물며 너와 관련된 외엔 일체 관심이 없다는걸 알고 있을까. 억지로 눈물을 삼키고 빨리 진정하고 싶은지 과장스럽게 숨도 몰아쉬었다. 그래봤자 눈가를 쓸어주는 손끝이 괜히 서글퍼져 턱에 힘을 꽈악 주고 조금 투덜거렸다. 아마도 너는 못알아 들을 말이기도 했겠지만.) 나, 이제 괜, 찮아요. 진짜, 로... 이번엔 딴, 딴길로 흐, 르면 안돼, 응... 응...
버트 크린스:(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기를 소망했고, 그럼에도 이 시간이 싫지 않았다. 끈적하게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 따라붙었지만 그럼에도 내 앞에 있는게 너였기에 그 불안감과 질투심조차 온전히 미워할 수 없었다. 알고 있음에도 하겠다 나선거는 자신이었으며, 널 탓한다거나, 그를 미워한다거나 이리 유치하게 나오면 안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사람의 감정이란게 이렇게 간사하고, 이기적이면서도 조절할 수 없다는 사실에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무언가 투덜거리는 입 모양새에도, 곧 진정하는 모습에 다시금 자세를 낮춰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가만 네 무릎위에 턱을 가볍게 기대고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응... 노력할게요. (이 시간이 지나면, 잠시 후 결혼을 하고 둘이 보내는 시간이 돌아온다면, 조금 유치해지더라도 그건 내 의지가 아니겠지. 다시 시선을 낮춰 네 무릎을 손으로 쓸었고, 잠시 망설이다 재차 묻지 않고 검은 치마를 살짝 들추고 안쪽으로 손을 뻗었다. 허벅지 위쪽을 천천히 누르며, 바깥쪽으로 손을 옮겼고, 거기서도 찾지 못한 그 작고 원망스런 씨앗을 찾아 안쪽으로 손을 옮겨 쓸었다.)
단델 뮤니아:흐... (그래도 나름 나이를 먹어가면서 손을 잡는다거나 껴안고, 혹은 밀착하더라도 거부 반응은 커녕 오히려 반갑다는 생각이 는것이 사실이었다. 실재로 자신은 좋아하는 사람들에 한해서라도 스킨십을 마음에 들어했고 좋아한다는둥, 사랑한다는둥, 그런 고백도 서스럼없이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상대가 너라는 점 하나로 이렇게 손바닥 뒤짚듯 부끄럽고 떨떠름하고 안절부절하는 제 꼴이 황당했고 주책맞아 보였다. 씨앗찾기라는게 이렇게 힘든거라고 말 안해주고 갔잖아, 당신. 예비 신부라는 처지만 없었다면 당장이라도 손톱을 물어뜯었을텐데 그것도 하지 못했으니 점점 안쪽으로 옮겨가는 손에 스스로 애가 탈 정도였다. 여기서 반응하면 도와주겠다고 선뜻 나서준 네가 어찌되겠어. 그럼에도 목이 까끌거리고 화끈거려서 눈을 질끈 감은 채 불안하게 입을 오물거리고 발을 동동 굴렸다.) 저, 저기... 자, 자꾸 마, 말걸어서 미, 미안해, 요. 그, 근데, 거기도 없, 없나요...?
버트 크린스:(아무말없이 같은 부근을 몇번이고 어루만졌다. 왜 하필 이런 부분에 씨앗이 자리잡은 것인지, 운이라고는 없던 제가 네게 옮기기라도 한 것인지,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이 이상 나아가면서 스스로가 참을 수 있을지, 온전히 네 소원을 위해 행위를 할 수 있을지 온갖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일단 내뱉어야 한다, 너를 더 기다리게 할 수는 없으니까.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으니까. ) ...찾았어요.
버트가 한숨처럼 속삭입니다.
그곳을 만지는 손길이 조금 거칠어졌다면, 그것은 뮤니아의 착각이 아니라 버트의 질투 탓일 테죠.
씨앗을 확인하고 버트는 곧...
그 자리에 입술을 댑니다.
단순히 입을 맞추는 게 아니라, 입을 벌려서 혀를 내밉니다.
부드러운 살점이 벌어지며 매끈한 점막이 닿을 듯 말 듯 스치고,
뜨거운 무언가가 피부 위를 길게 핥습니다.
노골적인 행위입니다.
단델 뮤니아:? 저, 저기, 저저, 저기, 저기, 저기... 히야악! (이, 이게 이런, 이런 식으로 말 안해줬잖아, 이 사기꾼아! 이거 원래 이런거야? 원래 이렇게 하는거야? 방법이야 그렇다치고 씨앗이 허벅지에 있는건 또 무슨 경우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눈에 결국 콜록거리고 허겁지겁 내려다지만 막진 못한채 두 손만 꽈악 쥔다.)
저, 저기! 하, 하시는 도중? 에 말, 말걸어서 죄, 죄송하, 다는건 저도 아, 아는데...! 이, 이거 원래 바, 방법이 이런, 이런, 이런건가요? 정, 말로 이래...?
버트 크린스:물 줘야 하니까요. 제대로 적셔야 뿌리를 내린댔어요. (평소같았으면 망설이고 또 망설였을 행위이다. 최소한 네게 질문이라도 했을 터인데, 이 시간이 길어지면 힘들어지는 건 우리일터니까. 그 많던 생각을 놓아준 계기는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네 목소리에 정신이 든 것인지 잠시 고개를 들어 널 바라봤고, 검은 치맛자락을 두 손에 꼬옥 쥐었다.) ...이렇게는 싫은가요? 다른 방법도...(체액이라고 했으니 눈물이라도 잔뜩 흘릴 각오로 서두를 꺼내었다. 그럼에도 말을 온전히 내뱉지 못한 건 이 상황이 민망하고, 부끄럽고. 그럼에도 솔직히 싫지만은 않아서 그래서였을터이다.)
단델 뮤니아:네, 아니, 네? ...네?? 아니, 물, 아니, 네...? (이론적으론 맞다만 무슨 이런 말도 안되는 방법이 다 있어? 반대로 아직 정신도 못차린 상태로 같은 말만 의미없이 반복하다 겨우 숨을 고루 내쉬고 가슴을 여러번 쓸어내려 진정하는가, 싶을 찰나에 제 치마자락을 쥐고 올려다보는 시선을 보자마다 다시 뭔가 보글보글 끓어서 이마를 따악 치고 지긋이 눌렀다.)
그, 아니, 알, 알겠어요... 다, 다른 방법도 있, 있긴, 있나보네요. 근데... 결국 버트가 해, 줘야하는 부, 분 같은데... 그, 럴거라면 그냥... 버트가 하, 고싶은 방, 법으로 해도 괜, 찮아요. 방, 방금건 조, 조금 당황해서, 네.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지만 그래도 너니까, 너라서 믿는다는 마음 하나로 마무리지었다. 하물며 저가 믿고 있는 넌 이게 제일 쉬운 방법이라 했겠거니, 하며 단순한 생각뿐이지만.)
물을 줘야 한다곤 들었지만…… 이런 식이었다고?
눈앞이 아찔해지고, 심장이 쿵쿵거립니다.
뮤니아를 붙잡은 채로 버트는 다시 한번 그곳에 입술을 떨어뜨립니다.
버트 크린스:...네, 맡겨준다고 했으니까요. 최대한 뮤니아가 힘들지 않도록... 이제 저를 잘 알죠?(그렇다, 그러니까 이건 네가 날 신뢰해줬으니 그저 거기에 보답해 노력하는 과정인 것이다. 일부러 장난스레 물었다, 네 대답을 듣지도 않고 고개를 숙였고, 다시금 입술이 말랑한 살에 닿았다. 어색하게 입술을 벌려 살갗 너머로 느껴지는 씨앗을 핥아냈다. 타액으로 번들거릴 네 살갗을 도저히 볼 자신이 없어서 눈을 살포시 감았다. 저도 모르게 움켜쥔 드레스자락에 자꾸만 손이 들어갔고, 서둘러 뿌리가 내리기를, 온전히 네 소원이 이뤄지기를. 애써 생각을 지워나갔다. 입술을 가볍게 오무렸다 벌리며, 천천히, 그리고 꾸준하게 한 부분을 적셔나갔다.)
단델 뮤니아:그, 렇죠, 네... 저만큼 버트를 잘, 아는 사람, 도 없, 을거고, 네... (아주 짧은 순간 무언가에 홀린듯 휘말린 것도 같았지만 결국 그것도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 그래봤자 네가 하면 얼마나 더했고, 거짓말을 할리도 없었으니까. 분명 제 입으로 네게 답을 했고 의심할 필요도 없었지만, 그래도 그것과 별개로 민망하고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분위기까진 저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니 적어도 목표하는 바를 빨리 이루기로 했다. 어찌됐든 제 멋대로 내린 결정에 네가 따라와준 모양새는 틀림없으니 제 사심을 넣으면 그건 또 네게 미안한 일이었다. 말 할 수 있을리가 없지, 이건 다른 버트를 위한 일이라고 어떻게 솔직히 털어놓겠어. 적어도 손의 어디었다면, 다리의 어디였다면, 이런 민망한 상황이 조금 덜했을까. 그렇다고 다리를 오므리는 짓을 할 수도 없었으니 곧대로 말랑거리고 매끈거리는 감촉을 애써 무시해버리고 싶었다. 괜히 다리가 저릿한 기분에 발뒷꿈치를 바닥에 쿡쿡찌르기도 했고 여러차례 입술을 깨물기도 했다. 갈 곳 잃은 손은 제 옷을 잡았다가 머리카락으로 옮겨 쥐어뜯듯 잡아 헝클었다. 뭐라도 해야 괜한 소리도 안내고 집중이 분산될테니까.)
버트 크린스:(혀끝이 씨앗이 자리한 살갗위를 굴렀고, 타액을 적셔나갔다. 부드러운 감촉이며, 평소 네게서 나던 향기가 입 안으로 베어 들어오는 기분이 들었다. 너와 함께하는 모든 시간은 행복했고, 시간이 가지 않기만을 바랐는데, 이번만은 예외였다. 명백한 목적을 가졌음에도 그 목적이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닐 때, 행위는 감정을 다스려야했다. 차마 네 다리를 잡고 있을 수 없어 잡은게 드레스였지만, 최대한 적시는데에만 집중해 서둘러 끝내려 해도, 부스럭거리며 드레스가 흘러내리는 감촉이 선명했다. 네 발끝의 움직임이며 다른 행동들을 무시할 수 없었다. 너와 함께한 시간이 몇년이며, 널 바라본 시간이 얼마였던가. 어느순간부터 내게는 네가 우선이었기에 길게 늘어지는 타액도 모른채 네게 시선이 올라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뮤니아, 손... 잡을래요? (네가 어떤 감각이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명확하게는 알 수 없었지만, 머리를 헝클이는 모습에, 뭐라도 네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정말 작은 것이라도. 그래서 내민게 네 드레스를 구기느라 잔뜩 힘이 들어갔던 손이었고, 시선이었다.)
단델 뮤니아:(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나는 너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는다는걸 금방 알 수 있을걸 그저 무심하게 지나쳐 갔다. 그 일을 기억하는건 오직 자신뿐이었고, 너는 모른다는 그 단순하고 당연한 사실을 깨닫지 못한 그 착각이 모르는 사이에 착실히 쌓여가고 있었다. 자신은 오직 널 위해 이런 행동을 감수하며 노력하는 중이지만 네 입장에보면 누군지도 모르고 왜 그래야는지도 모를 누군가를 위해서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인데, 어쩜이리 잔인하고 이기적일 수 있을까. 그런 주제에, 다른 생각은 집어넣자고 말한 주제에, 제 다리부터 네 입까지 이어지는 투명한 실을 보니 금방이라도 펑하고 터질거 같았다. 나는 이렇게, 이렇게나 지저분한데, 하닿게 빼입은 너에게 제 지저분함이 들킬까봐 속이 탔다. 이것도 네 배려겠지, 나를, 언제나 나를 보고, 내가 없어진 세상헤서도 너무 긴 시간을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이니까.)
...응, 잡, 아주세, 요. (그러니 넘어갈 수 없었다. 네가 무슨 생각이든 적어도 뭔가를 말하면 거절하게 두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질척거리는 다리를 조금 나몰라라 내버려두고서 네 손위에 제 손을 겹쳐 올렸다. 깍지도 끼고 싶은데... 아, 정말 나는 끝까지 지저분하고 이기적이구나. 아마 그런 나를 착각해주는건 필시 너뿐이라고 나는 장담할 수 있었다.)
버트 크린스:(어쩐지 맞닿는 손끝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분명 긴장감에 시리도록 차가웠던 제 체온인데, 이런 행위들로 금새 좋다며, 부끄럽다며 발갛게 올라오는 몸이 미웠다. 그러니 조금 망설이던 손끝에 힘이 들어가 네 손 사이를 비집고 자리를 차지한 건, 분명 제가 의식한 일이 아닐터였다. 손을 잡고 희미하게 올라간 입꼬리에, 널 향하는 눈은 그저 좋다고 접어 웃고 있었다. 네 속도 제 속도 모른다는 듯)
조금만 더 참아줄래요? 어서 끝내고, 우리의 결혼식을 해요. (잡은 손을 조금 어루어만지다 다시금 네 치마밑으로 시선을 내렸다. 혀로 집요하게 적시고, 입술로 간지럽힌 탓인지 유달리 그 부위가 한 눈에 들어오는 기분이 들었다. 어쩐지 속이 꿈틀거리는 것 같아 다시금 눈을 감고, 보지 않아도 찾을 수 있는 씨앗 위로 혀를 굴렸다.)
몇 번이고 입술이 닿았다 떨어지는 동안, 뮤니아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나요?
신부 대기실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다른 사람을 위해 버트의 입술을 받아들이는 일은, 대체 어떤 기분이 들던가요?
타인을 위한 소원이라지만,
다른 사람을 위하여 피우는 꽃이라지만
결국 뿌리를 내린 땅은 앞에있는 버트의 뮤니아입니다.
건강판정
단델 뮤니아:
건강
기준치:
35/17/7
굴림:
52
판정결과:
실패
씨앗이 있던 자리가 어디인지 분명히 알게 되었지만, 제대로 뿌리를 내렸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끓는 열감을 제외하면 평소와 하나 다를 것 없는 뮤니아의 몸입니다.
제대로 되어가고 있는 걸까요?
막연히 불안해지네요.
피부가 축축하게 젖어 듭니다.
어쩌면 흥건하게 무언가 고였을지도 모릅니다.
눅눅해질 정도로 물고, 빨고, 핥으면 어느 순간 뮤니아는 선연한 감각을 느낍니다.
그 자리로부터 무언가 뿌리를 내리는, 피부 아래, 핏줄과 근육과 살점 사이를 비집고 파고드는 감각을.
아프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질적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공포에 시달릴 수도 있겠죠.
이성판정
단델 뮤니아:
SAN Roll
기준치:
68/34/13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치 감소 없습니다
단델 뮤니아:아, 저기... 죄, 죄송한, 데요. 음... 진, 짜 계속 말, 시켜서 죄송한... 데요, 네. 제대로 이게 되, 어가고 있, 는건가요? 아니 그, 의심하는게 아, 니라. 그냥... 딱히 진, 행되고 있다는 기분이 안, 들어서? (다른 의미로 좀 위험한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신부 대기실에서, 곧 식을 올린 신부가, 드레스를 들어올리고, 축축하게 젖어들어가는 꼴은 남들이 보기에 좋다고 할 순 없었으니까. 조금 애가 타는 것도 사실이라 바르르 떨리는 다리를 저도모르게 웅크리고 두 손으로 얼굴을 이리저리 꾹꾹 누르며 매만졌다.) 그, 그리고 좀, 좀, 조, 금, 네...
버트 크린스:...많이 이상해요?(고개를 들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네 얼굴을 마주했다. 들은대로라면 슬슬 뿌리가 내리는 모양인데. 모이는 다리며, 어딘가 힘겨워보이는 네 반응을 분명 예상치 못했던 것은 아닌데. 그럼에도 조금 당황한 기색을 비췄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고, 조심히 네 얼굴쪽으로 손을 뻗었다.) 괜찮아요, 뮤니아. 제가 함께 있는걸요. (얇고, 부드러워 평소보다 붉어진 그 뺨위를 천천히, 네 걱정을 덜어주려는 듯 어루만졌다. 씨앗때문이라면, 조금 다른 쪽으로 감각을 유도하는 것도 좋겠지. 빠르게 스쳐가는 생각들을 숨겨내며 눈을 맞췄다. 결국 지금 제일 힘든건 내가 아닌 너일테니까.)
단델 뮤니아:으, 응. (그런 문제가 아닌데. 아니, 맞나? 생각해보면 무슨 염치로 좋고 싫고를 표현하는지 자신이 가소롭지 않은가. 너는 조건을 따지지 않고 내가 하겠다는 일에 따라준 사람인데. 자신은 그래도 뻔뻔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너와 엮이면 왜이리 흐리멍텅하고 옛날로 돌아간 모습이 되는건지 알 수 없었다. 치마 자락을 꽈악 쥐고 불안하게 다리를 이리저리 비트는 꼴이 가시방석에 앉은 마냥 보였고 차마 다시 보여주기도 창피했다.)
저, 딱히, 그, 싫, 다기보단, 그, 아... (말을 못하겠네. 이 이상 야릇한 분위기와 축축한 다리때문에 느끼고 있다는 말을 어떻게 말을 해. 괜히 스스로 찔리는 양심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몇 초 바라보지도 못한 채 그대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버트 크린스:(어딘가 미묘한 반응에 그제야 눈치를 챈 것인지 순간 얼굴이 화악 붉어졌다. 널 앞에두고 그런 감정을 느낀 적이 없냐 물으면 기필코 그런 건 아니었지만, 늘 외면해오던게 그 감각이고 감정이었다. 내게 너무나 소중한게 너였고, 핑계를 대자면 너무 서투른게 나였다. 입술을 달싹거리다 네 의자 옆을 손으로 짚고, 천천히 얼굴 가까이로 고개를 숙였다. 피하지 않는다면, 조금만 고개를 숙인다면 당장이라도 입술이 맞닿을 거리가 되어서야 멈춘 얼굴은 긴장한, 붉은 낯이었고, 다시 몇 번을 달싹이던 입술이 떨어졌다)
...뮤니아, 원하거나 싫은게 있으면... 말해줘야 해요? (떨리는 목소리로 그리 내뱉고는 다시금 허벅지 안쪽으로 손을 뻗었다. 여지껏 매달리던 곳과는 다른, 분명 씨앗이 없는 그 곳을 천천히 쓸고, 어루만졌다.)
단델 뮤니아:죄, 죄죄, 죄송, 죄송합,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스스로가 창피할만한 상황인걸 잘 알고 있는 탓에 답지않게 속사포로 쏟아내고 잔기침을 콜록하며 삼켰다. 미쳤지, 아주 미쳤어! 니가 지금 미치지 않고서야 이러면 안되지! 바로 코 앞으로 다가온 얼굴이 숨이 멎었고 머리 끝까지 오른 열에 눈이 흐릿할 정도였다. 나는 어쩌면, 이런 상황이 되더라도 너는 무의식적으로 얼버부리며 넘어갈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야 나는 그럴 법하잖아. 실재로 그런 일을 겪기도 했고.
단델 뮤니아:네... 아니, 네? (그런데 뭐라고? 제가 생각해도 멍청한 대답을 흘리면 지금 이 다음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뒤늦게 알아차린 후였다. 눈치로 생활한지가 몇 년, 정말 이렇게 흘러가도 되는건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등이 앞으로 굽어졌다. 중요한건, 나는 끝까지 싫다고 하지 않았던 것.)
버트 크린스:(뭐가 그렇게 미안하다는 건지. 명백히 긴장한 듯, 콜록이는 네 모습을 눈에 담았다. 귀엽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한편, 네 소원을 위한 행위인데 내가 이래도 되는 걸지에 대한 걱정이 구석에서 끈질기게 스스로를 괴롭혔다. 무언가를 핑계로, 합리화를 하기에 머리고 감정이고 이미 참을대로 참은지라. 네가 싫다고 말하지 않았다는 그 사실 하나를 빌미로 네 아랫입술을 제 입술 사이에 살며시 맞대어 눌렀다. 긴장한 탓에 조금 마른 입술이 말캉하게 맞닿았고, 천천히 문질러졌다. 천천히 살을 쓸고 어루만지던 손길은 조금 더 노골적으로 말랑한 살을 손에 담았고, 천천히 착실하게 욕망을 위해 안쪽으로, 향하였다.)
단델 뮤니아:(차라리 너와 아주 연관이 없는 일이었다면 아주 남일마냥 제 기분을 우선시하고 그 일에 감정과 해야할 일을 저울질 하지 않고 단번에 자신을 골랐을텐데. 다른 너를 구하기 위해서 멋도 모른 채 바로 수락했으면서 이런 식으로 흘러가도 되는건지, 회의감이 끊어지지 않았다. 입술이 맞닿은 순간에도 결국 바로 앞에 쥐어진 만족감을 밀어내지 못한 꼴이 제 본성은 어쩔 수 없는건가, 싶기도 했다. 저는 어디까지 반응해도 괜찮은건가요? 차마 뱉을 수 없는 질문을 삼키고 까만 드레스를 쥐었다가 놓는 일이 전부였다. 축축한 허벅지를 지나 닿은 손이 그저 서늘하게 느껴져 덜컹 소리를 내며 무릎을 오므렸다. 죄책감 따위 알게 뭐냐고, 입이 가벼운 사람처럼 이미 저멀리 내던지고 난 뒤지만.)
버트 크린스:(눈을 감은채 맞닿은 입술을 천천히 맞대고 문질렀다. 건조하고 부드러운 입맞춤을 끝낸 듯 짧게 네 아랫입술을 할짝였고 천천히 네 얼굴이 모두 제 눈에 담길정도로 떨어졌다. 네 이름을 부르고 싶다는 생각이 이토록 강하게 들었던 순간이 없었다, 입술을 달싹이며 작게 벌어진 입술 사이로 네 이름을 담았고, 얼굴을 마주했다.) ...뮤니아.(치마 안쪽을 헤짚던 손도 멈추어 천천히 허벅지를 쓸며 떨어졌다. 당장이라도 네가 원한다면 못할 것도 없지만, 상황이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우리의 목적이 너무 멀리 떠나서는, 그 소원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식이 끝나면, ...나만 바라봐...줄 수 있나요? (조금 띄엄띄엄, 제 욕망을 이야기했다. 네가 갈망하는게 결국 나를 위한 것이라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감정은 그렇지 못하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고, 뱉어낸 감정을 정리하며 다시 앉은 네 앞에 자세를 낮추었다.)
뿌리가 전부 내린 걸까요? 선명하던 감각이 사그라집니다.
조금 속이 메스껍지만 못 버틸 정도는 아닙니다.
뮤니아는 뿌리가 무사히 내렸음을 직감할 수 있습니다.
단델 뮤니아:(이상한 느낌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었고 속 안이 울렁거렸다가 가라앉는 느낌도 들었다. 몸 속에 뭔가 자란다는건 이런 기분이구나. 과일의 씨앗을 먹으면 몸 속에서 자랄거라는 상상을 안해본건 아닌지라 우스갯스러운 생각도 찰나에 지나가 버렸다. 떨어진 거리가 아쉽기도 했지만 닿았던 것이 떨어지니 허전하다는 기분도 들어서 괜히 입을 우물거렸다. 감히 내 못되먹은 심보와 욕망으로 너를 위한다는 소원을 더럽히는 자괴감도 슬며시 올라오는건 과연 어쩔 수 없는걸까.)
나는, 나, 는요. 나는... 이제 혼자, 못, 살아요. (버트가 있어야 해요, 버트만 볼 수 밖에 없어요. 아마 그러지 말라해도 네게 눈이 멀어 다른 것들은 죄다 버릴 정도로. 끝까지 다 뱉지못한 말들이었지만 나는 숨기지 못하니까, 대충이라도 네가 알아들어주길 원했다. 이런 식으로 말해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결국 마지막에 드는건 만족감과 우월감이었다. 너도, 나를 원해주고 있는거 같아서. 조금 흔들거리는 속을 꿋꿋하게 참고 마르지 않는 눈물방울을 흘리며 베시시 웃었다. 아, 이제 끝이 어떻게 되든, 어떻게 흘러가든 아무래도 좋아.)
조금, 이상, 하네요. 몸에 뭔, 가, 자라는 기분, 은 다 이런, 걸까요. 아니면 그 씨앗, 이라는게 특, 별한건지... 아하하.
버트 크린스:(시선은 오롯이 너를 향하는 터에, 행동하나에도 눈길이 갔다. 너도 나와 같이 속이 복잡한걸까, 오직 널 도와주기 위해 시작해던 일련의 행위들이 우리에게 큰 의미를 갖기 시작하는 것 같아 두려운 감각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이 기억이 우리의 첫번째로 기억되지 않았으면 했다. 그럼에도 서로가 서로를 원하고 있다는 감각은 추측만은 아닌 것 같아 고장난 것 마냥 네게 시선을 고정했다.)
...고마워요, 뮤니아. 저 역시 그런걸요. (미소가 지어졌다. 안도심에 지어지는 그런 비겁한 미소. 평소같았으면 하지 않았을 말들이었다, 듣지 않아도 어렴풋이 알고 있으니까, 설령 우리의 애정의 양이 같지 않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으니까. 상황이 만들어낸 불안감에 내뱉은 질문에 너는 답해주었고, 나는 너에게는 정말로 단순한 사람이라. 그 말과 네 미소를 보는 것 만으로도 이제 어찌되어도 좋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많이 사랑해요, 어쩌면 씨앗때문에 조금 더 솔직해 진 걸지도 몰라요.(천천히 미소를 지으며 널 올려봤다. 한쪽 무릎을 굽힌 채, 네 오른 모릎에 뺨을 가볍게 부비적거렸고, 곧 아직 가라앉지 않은 열기를 내보내듯 그 옆을 살짝 핥았다. 혀에 닿는 감촉은 여전히 부드럽고 조금 따스하게 느껴졌다.) ...조금만 나중으로 미룰래요. 아주 조금만...(그렇게 중얼거렸던가, 다시 씨앗이 자리한 부분으로 시야를 돌렸다.)
뿌리가 내렸으면 꽃이 필 차례입니다.
그나저나, 뿌리는 몸속에 내렸다 치고 줄기와 잎새, 꽃송이는 어떻게 해야 하죠?
몸 안에서 피었다간…… 그다지 상상하고 싶지 않군요.
결혼식을 앞두고 개복 수술이라던가,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방법을 알고 있을 버트에게 시선이 향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눈이 마주치는 순간……
매혹판정
단델 뮤니아:
매혹
기준치:
70/35/14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스칩니다.
바로…… 뮤니아,
본인에게서부터.
버트 크린스:...뮤니아, 눈 감아요.
버트는 뿌리를 내린 자리를 매만지다가, 꾹 쥡니다.
다소 아프게 느껴질 정도인데, 버트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금까지와 달리 금방이라도 피를 볼 것 같은 흉흉한 분위기입니다.
무언가 잔뜩 망설이던 버트는……
버트 크린스:...찢어야해요.
결국, 자신의 할 일을 입에 담습니다.
뿌리는 흙 아래에 내리지만 모름지기 자라나는 것들이란 흙을 밀치고, 헤치며 피어나는 법.
천일화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살점을 헤집고 싹을 틔우기 시작할 텐데, 이 과정이 무척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낯선 사람은 추측했습니다.
그도 그럴 게, 생살을 찢고 나오는데 어떻게 아프지 않겠어요?
또한, 오랜 시간이 걸릴 테죠.
그래서 내세운 차선책이……
미리 길을 내어놓는 것입니다.
버트 크린스:...뮤니아 눈 감았어요? (이것만큼은 좀처럼 내키지 않았다. 가능하면 하고 싶지 않았고, 내손으로는 더욱이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널 도와줄 수 있는게 나 뿐이라면, 더 밀어낼 수 없는 일인 것도 사실이었다.) ...괜찮겠어요?(몇 번이고 다뤄온게 칼이었는데, 이번만큼 긴장되고 불안했던 적은 없던 것 같았다. 널 바라보며 걱정스레 물었지만, 꼴에 그 걱정은 스스로에게 있음이 얼굴에 잔뜩 베어 올라왔다.)
단델 뮤니아:네, 뭐... (갑자기 눈을 왜 감으란건지 알 수 없지만 방법을 아는건 너뿐인데다 설마 큰일이라도 나겠거니, 싶었다. 솔직히 어느 정도 생각한 범위였지만 입으로 뱉는다는 둥의 나름의 로멘틱한 방법도 헤아려 봤지만 역시 피부를 뚫고 나오는게 어쩌면 정석적이기도 했으니까. 무엇보다 바라는 소망을 이룰수만 있다면 살을 찢어버리는 일 따위 무섭지도 않았다. 손목에서 팔뚝까지 쭉 그어버려도 괜찮았고 끝에 흉터가 남아도 괜찮았다. 흉터가 있던 없든 자신은 아름다울 것이었고, 너를 위한 일이라면 그건 영광의 상처였으니까. 오히려 저를 위한 걱정에 웃음만 나왔다. 딱 한마디면 되는 일인것을.)
저, 강해요.
버트 크린스:(순간 멍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지나치게 생각이 많은 건 좋지 않다는 걸 깨달은지 이미 오랜 시간이 흘렀다. 고치려 해도, 너와 같이 내게 소중한 일에 관여되면 걱정이 앞서고 생각이 많아지는게 현실이었다. 덤덤한 태도가, 그 짧은 한 마디가 위로가 되어 달래주는 기분이 들었다. )
...알고 있었는데, 잠시 잊었나봐요. (너에게 관여된 일이면 내가 너무 약해서 그래요. 생각을 삼켜내고 단도를 움켜쥐었다. 한결 마음이 편해진 건 사실이었고, 긴장도 풀어졌다. 아주 조금, 새싹이 자랄 만큼만 트면 되는 일이니. 잠시 조용히 입술을 깨물다, 망설이지 않고 짧게 칼을 움직였다.)
버트가 폭력적인 행위를 감행하면 뮤니아는 극심한 고통을 느낍……
아니, 느껴야 하는데, 그다지 아프지 않습니다.
어째서일까요? 달콤한 향기에 젖은 머릿속은 어지럽기만 합니다.
피가 흐르고, 상처가 벌어지는 장면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어쩌면 뮤니아의 몸이 아니라 그저 꽃이 피는 과정처럼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화려하기 짝이 없는 붉은색은 어쩌면 검은 웨딩드레스에 물들어, 반짝일지도 몰라요.
아름답게, 엉망진창이 되어버렸군요.
상처를 내고 조금 기다리면, 몸속에서 무언가 꿈틀거리기 시작합니다.
벌어진 상처 사이로 덩굴처럼 줄기와 이파리가 타고 나옵니다.
알고 있었지만,
처음 보는 광경은 괴랄하기만 합니다.
이성판정
단델 뮤니아:
SAN Roll
기준치:
68/34/13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이성이 1d3만큼 감소합니다.
단델 뮤니아:
rolling 1d3
(
2
)
=
2
:이성이...2 감소합니다...(우...)
새순 같은 연한 녹색은 피에 젖어있는데도 싱그럽습니다.
한층 향기가 짙어지고, 끝끝내 다 자라난 그것은 끄트머리에 동그란 꽃망울을 맺습니다.
피에 젖은 잎새와 줄기, 그와 달리 순결토록 새하얀 꽃송이가 눈에 띕니다.
뮤니아의 전부를 양분 삼아 자라난 꽃입니다.
몸속과 정신, 나아가선 기분과 감정마저 훑는 것 같은,
기묘한 감각이 가까이 밀려왔다 멀리 쓸려가기를 반복하며 뮤니아를 뒤흔듭니다.
종일 시달린 것처럼, 긴장으로 몸이 굳습니다.
낯선 사람의 말대로라면, 하룻밤도 필요 없다고 했죠.
세 시간이면 끝날 이야기라고 했어요.
자라나는 속도가 비현실적으로 빠르긴 하네요.
조금만 기다리면 꽃이 필 것 같아요.
버트 크린스:...(조금 멍하니 꽃망울을 바라보다, 정신을 차린 듯 상처를 지혈할 천을 챙겨 다가왔다. 입술을 깨무는게, 여전히 내키지 않았던 일인 듯 슬픔이 묻어나는 얼굴이었다.) 괜찮아요? (아프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네 반응을 살피는 듯 곳곳을 조심스런 눈으로 바라봤다.)
단델 뮤니아:으음, 뭐... 생각, 보다 별, 거 아니네요. 저는 뭐... (팔이라도 팔다리 어디든 확 찢어야 하는 줄 알았다고 말하려다 언제그랬냐는듯 쏘옥 집어 넣었다. 내가 생각하는 너라면 아주 조금 상처를 내는것도 탐탁치 않았을게 눈 앞에 훤하니까 말이야. 그것보다는 팔에서 싹이 피고 줄기가 자라고 꽃까지 피는 쪽이 더 신기했다. 조금 기이하게 느껴저서 흔들린건 사실이지만 그렇게까지 중요한건 아닌 일이다. 한 번 팔을 돌려도 보고 이리저리 굽혔다 펴보기도 했다.)
버트 크린스:(천으로 조심히 상처 주변으로 흐르는 피를 닦아냈다. 괜찮다니 다행이긴 하지만... 역시 사랑하는 사람의 몸에 직접 상처를 내고, 바라보는 건 더부룩한 일이었다. 특히 이런 일은 처음이라. 겨우 진정한 듯 다리를 움직이는 모습에 말리려는 듯 발목을 잡고 빤히 올려봤다) 혹시 모르니까... 신기해요? (검은 드레스 사이로 자리잡은 흰 꽃망울은 싱그럽기도, 아름답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그 달콤한 향기가 달갑게 느껴지지 않았던 건, 제 욕심 탓이었다.)
단델 뮤니아:음, 음, 네. 이런, 일을 언제 또, 겪, 어보고 해보, 겠어요. 자리 선, 정이 조금... 그렇긴, 하지만. (아무렴 어때. 생각보다도 더 속편한 모습으로 가만히 내려다보면 역시 신기한 감각이 먼저 들었다. 물론 아프지 않는건 또 아니었지만 처음 생각한 고통보다 현저히 떨어져서 그런지 아픈 것에 대한 감각은 그리 오래가지도 않았다. 다만 네가 너무 걱정을 하는 얼굴이 보이니 영 편해지지 못한건 어찌보면 당연했기도 했다. 단순히 네 기분이 풀렸으면 하는 마음에 장난스럽게 툭 하고 뱉었다.)
...향기도 나, 고. ...나 조금 걸, 어다니는 꽃... 같지 않, 아요?
버트 크린스:(들리는 목소리에 눈을 깜빡였다. 티내지 않으려 했는데, 내가 또 너무 투정부렸나보다 싶어 짧은 웃음이 새어나왔다. 여전히 자세를 낮추고는 꽃이 난 반대쪽 무릎에 얼굴을 기대었다.) 그렇네요, 평소엔 보석이었다면 오늘은 꽃이에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요. (여전히 무릎에 얼굴을 기대고는 배시시 웃음지었다. 아무렴 저를 달래주려는 모습까지 보이니 정말 괜찮은가보다 싶은 생각도 들었고, 이제 곧 꽃이 피면, 그러면 소원을 끝내고 우리의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까.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맺힌 꽃송이는 더 피어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단델 뮤니아:음, 음... ...음. (자신이 시간감각이 없는건가? 왜 여기서 더 자라지 않지? 이게 끝인가? 가만히 네 머리카락을 만지고 쓰담아 내리면 그저 직감적으로 어라, 하고 멈칫했다. 분명 하라는대로 다 했고 버트도 이 이상 별 말이 없는데, 음. 역시 이상한지 살짝 머리를 기울여)
음, 저기, 버트? 이, 거... 원래 여, 기서 다 핀, 건가요? 아, 까부터 꽃이 그대, 로인데요. ...아님 뭐, 사실 1분 밖, 에 안, 지났다던가?
버트는 당신의 말에 조금 망설이는 듯 입술을 달싹이더니...
작은 숨을 내뱉고 손을 뻗어 다시 뮤니아를 어루만지기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씨앗이 숨은 자리도, 뿌리를 내린 곳도, 꽃이 피어난 상처도 아닙니다.
버트 크린스:(손을 뻗어 잠시 방황하던 손은 목 뒤를 손으로 어루만졌다. 쓰다듬는다기엔 조금 힘이 들어간, 간질거리고 노골적으로 느껴지는 그런 손길) 힘 빼고, 긴장 풀어요 뮤니아.
단델 뮤니아:...네? 아니, 네? ...네? (뭐야, 뭔가 또 있는거야? 그래도 만지는 곳이 허벅지가 아닌데? 순간 어리둥정한 얼굴로 눈만 껌벅이다가 어정쩡하게 시선을 돌렸다.) 어... 뭔, 가가 또, 있나요? 전 딱, 히 괜찮, 지만요.
버트 크린스:몸에 힘이 좀 빠지면... 꽃이 필 거에요. (천천히 목을 어루만지던 손이 네 머리를 정리하듯 넘겼따. 실수인지 귀 뒤를 살짝 스쳐지나간 건 모르는 듯 서툰 손으로 한참을 어루만지며 고민하는 듯 하더니. 몸을 일으킨채 고개를 숙여 쇄골 부분에 입술을 가져다댔다. 마음같아서는 평소 만지면 풀어지는 부부분이 있냐고 묻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수가 없었다. 없어보이는 건 둘째치고 너무 노골적으로 다가가기엔 부끄럽고, 네가 부담을 가질까 걱정이 앞섰다.)
단델 뮤니아:히이...! (이게 곧 끝이라는 생각에 너무 긴장을 풀고 있었던 탓인지 닿은 입술에 놀라 삐딱하게 높은 소리만 튀어나왔다. 뭐, 무슨, 이런 꽃이 다 있어? 환경에 너무 예민한 꽃 아냐? 무엇보다 풀어지긴 커녕 힘만 더 들어갈거 같은데? 아는 것이 없단건, 상당히 불편한 법이다. 갑자기 갈 곳 잃은 손이 허공에 떴고 미묘하게 입가가 부르르 떨렸다.) 그, 잘, 모, 모르겠지만...? 저 괜, 찮으니까, 마음대로 하, 세요...?
버트 크린스:(이전의 명백한 의도를 띈 행위가 있고 난 뒤라 그런지 네 목소리가 괜스레 더 간지럽게 느껴졌다. 무언가 울컥 치고 올라오는 기분에 몸이 떨렸던가, 그대로 네 어깨를 살포시 잡고, 조금 더 집요하게 안쪽 쇄골에 입술을 문대었다. 입술을 오므리고, 벌리며 천천히 적셔보다 뭉근히 혀로 핥았고, 네 반응이 어떤지 살피는 듯, 힐끔 그대로 시선을 올려보았다.)
단델 뮤니아:으으... 응... (이제 와서 새삼이지만 원하는 대로 표정이 갈무리되지 않아 부끄러워하는 모양새가 숨겨지지 않고 그대로 내비쳤다. 다리였다고 나았던 건 아니었지만 지금 거리감도 상당히 가까워 도저히 피할 수 없어서 이건 이것대로 곤욕이었다. 괜히 새어 나오는 민망한 소리라도 감추려 입을 꽉 물어봤지만 소용없었고 열기 띈 한숨만 깊게 터져 나왔다. 물렁물렁한 감각이 너무 가까워 목덜미와 귀 뒤로 소름이 돋는 기분에 어깨가 삐딱하게 기울여졌다.)
버트 크린스:(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네 숨소리가 들려왔다. 소음이라고는 부스럭 옷이 맞닿는 소리, 할짝이는 제 입에서 나는 소리, 네게서 나는 소리 뿐인지라 신경쓰지 않을수가 없었다. 평소보다 뜨거운 듯 살에 닿아오는 공기에 덩달아 얼굴에 열이 오르는 기분이 선명했다. 처음 닿을 때는 그리 뜨겁지 않던 네 살도 맞닿을 때마다 점점 더 달아오르는 착각또한 들었으니, 어깨를 감싼 손이 뜨거워지는 것도 마냥 기분만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쇄골의 튀어나온 부분을 동그랗게 혀로 굴리며, 타액으로 적셔나가다 쪽, 소리가 나도록 입맞추고는 고개를 들었다. 명분이라면 충분했고, 부가적으로 달아오른 공기를 탓한다면. 너도 그리 이상하지는 생각하지 않을것이다.) ...괜찮아요, 힘 빼요. (불그스름하게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들고 귓가에 속삭였다. 긴장을 풀어주는게 우선이라는 걸 알지만... 자신은 서툴었고, 그걸 잘 알고 있었다. 여전히 한 손으로 어깨를 감싸고는 귀 끝부분을 살짝 핥았다. 의도치 않은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말한다 한들, 누가 믿어줄까.)
단델 뮤니아:(정말 심장이라도 내뱉을 정도로 심하게 뛰었고 그게 되려 숨이 막히는 기분까지 들게 했다. 참지 못하고 구겨지는 표정을 바로 밑에서 보인다는게 창피했고, 턱 아래로 맺히는 작은 땀 마저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붉어지는 목에 소리가 뚝뚝 끊기는 것 같았고 순간 귓가에 들리는 소리와 닿은 혀에 몸이 튕기듯 반대쪽으로 쏠렸다.)
아...! 뭐, 뭐, 뭐에, 아니, 미, 미안합, 니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황당할만한 반응에 귀를 움켜쥐고 입 안에 고인 침을 꼴깍 삼켰다.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방금? 단말마 같은 앳된 비명으로 시작했다가 사과로 급하게 끝낸 꼴이 참 우습게 보일법도 했다. 조금 전까지 울렸던 소리가 아직도 선명한지 작은 눈물이 눈가에서 아른거렸다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떨어져 내렸다. 싫은 마음에서 나온 눈물보단, 순전히 놀란 반응에서 나온 반사적인 반응이었다. 큰 소리에 겁먹고 귀를 막은 어린 꼬마가 된 착각마저 들었지만 그건 사라지지 않는 과거의 흔적이라고 말해주는 듯 했다.)
버트 크린스:(금새 멀어지는 네 모습에 행동이 멈췄다. 스스로의 충동적인 행동에 놀란것도 있었지만, 네 반응이 예상밖의 것이라, 멍하니 새빨개진 얼굴로 널 바라봤다. 눈물을 뚝뚝 흘리는 그 모습이 당황스러운건 평소와 마찬가지였지만 이상하게 그 감정의 본질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성적인 사고가 그치기도 전에 네 몸 뒤의 의자끝을 짚고, 가까이 고개를 기울였고, 흐르는 눈물을 핥아내고 말았다. 정말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는 행동. 널 달래야한다는 생각보다, 꽃을 피워야 한다는 생각보다 먼저 나선 욕구였다. 제 타액인지, 네 눈물일지 모를 눈가를 천천히 손으로 닦아내었다.)
...뮤니아, 계속 해도 괜찮겠어요?(평소와 다르지 않은 다정한 목소리, 그럼에도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는게 이유모를 욕구가 차있다 느껴졌다. 네가 멀어진 만큼, 다시 가까워진 얼굴이 너를 마주했다. 여유보다는, 긴장감이. 그럼에도 애정이 가득한 시선으로. 오늘이 결혼전의 지금이 우리의 첫 순간이 되어도 나쁘지 않겠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고 말았다. 넘치는 애정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양한 법이고, 어쩌면 보편적인 한 방법일 뿐이니까. )
단델 뮤니아:(어쩐지, 아니면 확실하게 점점 몰린다는 느낌을 받아야만 했다. 그렇다고 두려움이 묻어나오진 않았고 반대의 의미로 헐떡이는 가슴을 부여잡고 있으면 네 행동에 따라가기 벅찰 정도였다. 제 아무리 상대를 온전하게 이해할 순 없다지만 오늘따라, 그리고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알고 있던 네 모습과 조금 떨어진 반응에 눈 앞이 빙글빙글 돌았다. 타액과 제 눈물이 섞인 그 혀와 입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감각을 뒤틀리게 만들어 야릇한 숨만 가늘고 끊어질듯 뱉었다. 아, 틀렸네. 이건 내가 네게 완전히 갇힌거야.)
괘, 괜찮, 괜찮, 아, 아요, 네, 물론... (먼저 좋아하는 사람이 진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차분히 말을 잇는 너와 달리 나는 지금 분명하게 진 사람이 된거다. 그런 순간에도 저를 사랑해주는 그 눈에 완전히 넘어가 원한다면야 내어주지 못할 것도 없어, 다 줄게, 전부 가져가. 평소의 말버릇처럼 나온 그 생각이 못 박히듯 자리 잡았다. 이제 나도 정말 모르겠다. 난 원래 내가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니까 그냥 해버릴래.)
버트 크린스:...네, 많이... 사랑해요. (결코 이런 말을 하기에 좋은 타이밍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머리로는 알았지만 오늘처럼 내 자신이 제어되지 않는 날이 없었다. 괜찮다는 말에 짧게 이마로 입술을 가져갔고. 긴장을 풀라는 듯, 그런 의도로 가볍게 누르고 떨어졌다. 곧 조금 시선을 내려 네입술과 맞대었다. 그러니까, 이건 부적과는 의미가 다른 것일 터였다. 행운을 위해서가 아닌 사랑을 나누는 하나의 방법인거니까. 딱히 약속 위반은 아니라 합리화 하는 듯 말랑한 입술을 맞대어 눌렀다. 아까와 다른 점은 곧 천천히 입술이 벌어졌고, 오늘따라 느리고 뜨거운 숨소리가 들리는 그 사이로 혀를 밀어넣었다는 점일 것이다. 네 몸 뒤로 짚은 팔이 널 가로막았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한 듯, 눈을 감고 조금 더 몸을 밀착했다. 네가 이런 내 행동을 받아들일까, 좋아해줄까, 여전한 걱정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했지만 그런 걱정이 행동위로 나타나기에는 공기가 너무 야릇했다. 네게서 나는 향기가 달콤했다. 널 앞에두고, 이런 자극들을 마주한 건 처음이라, 머리가 새하얘지는 기분이 들어, 천천히 눈을 감고 감각을 받아들였다.)
단델 뮤니아:(나도 사랑한다고, 적어도 대답을 하고 싶었건만. 그 대신이라 하기에도 민망하지만 온전히 애정이 담긴 입을 받는 것으로 느리게 눈을 감았다. 무언가에 집중하는 사람이 그러는 마냥 숨이 멈췄고 절로 벌어지는 입을 막지 않은 채 들어오는 혀를 그대로 받아 넘겼다. 이래도 되는걸까, 하고 드문드문 드는 찌꺼기같은 생각조차 먹혀 사라졌고 그저 어정쩡하게 손만이 네 몸을 살며시 짚었다. 목이 뒤로 넘어가고 숨과 타액이 목 안으로 넘겨 들어가는 느낌이 매끈그렸다. 저절로 굽어지는 다리에 힘이 들어간 것도 잠시였고 곧 아래로 무너져 의자 아래로 무참히 떨어졌다. 아주 짧은 순간 휘청거려 비틀린건 착각이 아니겠지, 그만큼 분에 넘치는 애정이었노라고.)
버트 크린스:(이렇게 느리게 흐르는 시간은 처음 마주해보았다. 서로 눈을 감고있었지만 맞닿은 입술에 예민한 감각이 그려내는 이미지는 선명했다. 천천히 혀를 얽어내고, 타액이 섞이는 묘하고 끈적한 감각이 정신을 사로잡았다.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조금 더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모든 것이 맞닿을 것만 같은 상황은 네 향기는 더욱 짙게 만들었을까. 작게나마 눈을 떠 자신을 받아들이는 네 얼굴을 바라보고 싶었기에. 휘청이는 네 모습에 등 뒤를 가로막던 팔이 네 허리를 감싸안았고, 길게 이어지는 은실을 끊어내고 널 바라봤다. 감싸안은 팔은 단단했고, 좀처럼 널 놓아줄 생각이 없는거 마냥, 제 쪽으로 조금 더 당겨 안았다. 좀처럼 참아왔던 욕심뿐인 모습에 저 스스로가 낯설게 느껴졌다.)
단델 뮤니아:(지금의 나는 제 행복을 위해 거리낌없이 손을 뻗을 것이고, 그것을 얻은 행위에 의구심이 없었다. 그런데 가끔, 아주 가끔씩 이렇게 넘치는 뭔가를 서스럼없이 받고 있노라면 이런걸 받아도 되는 일인지, 어쩌면 운수좋은 날처럼 곧바로 끝날게 아닌지 고민을 하는건 필시 어린 시절의 잔향 때문이겠지. 염밀히 말하자면 네가 단단히 받쳐준 덕에 의심은 하지 않았지만 절로 눈썹이 찌푸려지는건 어쩔 수 없는 듯 했다. 끝까지 눈을 뜨지도 못하고 스스로도 조절하지 못하는 눈물을 흘려보내면 뒤늦게 현실감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등을 받쳐준 덕에 버틸 수 있었고 상상만으로도 네가 팔을 뻗는 범위 안에 자신이 갇혀 있다는 것도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아주 길게, 또는 느리게 떨어진 입을 두고 목 안으로 뜨거운 숨을 뱉으며 찬 공기를 들이 마셨다. 이대로 곱게 안겨있어도 정말로 괜찮은건가? 싶었지만 떨리는 시야와 이리저리 생각을 방해하는 머리 덕에 뭐 어떤가, 하는 마음도 들었다. 나는 여기서 감히 다른 너에게도 뱉었던 말을 해도 괜찮은걸까. 나를 전부다 가져보라고. 솔직히 자신은 이렇게 끌어안고 원해주는 네가, 너무나 감사했기에 말없이 숨을 몰아쉬며 소심하게 허리를 끌어안았다.)
버트 크린스:(내색한 적은 없었지만, 본인에게 끈질기게 달라붙어 오던 것이 타인의 바람이었다. 그걸 밀어내고 자신의 욕심을 표현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던가. 아마 지금 내 품에 있는 넌 태어나서 내가 가장 욕심낸 것이며, 가장 오래 품에 안고 놓아주지 않은 것일 터였다. 그러니, 기왕 욕심낸거, 날 받아주는 널 제 품에 가득 안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는 일 아닐까? 팔에 힘을 줘 제 품으로 더 끌어안자, 웨딩드레스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 허리를 안아주는 네 작은 팔이 따스하게만 느껴졌다. 겨우 반쯤 뜬 눈으로 시선을 맞추다, 얼굴 옆으로 흘러내리는 네 검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거둬내고, 목 뒤를 부드럽게 감싸안았다. 조금만 더, 네 향기를 입에 담고 싶었고 조금 더 나아가고 싶었다. 그러니까, 아주 조금만 더. 입술을 포개었고, 감싸안은 팔이며, 네 목을 감싸쥔 손이 자꾸만 뜨거워지는게 느껴졌다. 한 번 해본 입맞춤을 기억하듯 행위는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단델 뮤니아:(가만히 말없이 안겨있는 중에도 머리부터 발 끝까지 멀쩡한게 하나 없다는 자각 정도는 하고 있었다. 그 수준의 양심은 있었기 때문에. 보석이며 선물이며 그걸 원하는 상대에게 선물해 줬을 때의 그 욕구 충족과 스스로의 합리화와는 비교도 안될 기분이었다. 사랑하는 상대가 나를 원하고, 나는 그것을 허락해 기꺼이 내어주었을 때의 그 느낌이란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게 너라도, 너는 네가 아니니까 이 감정은 온전히 나만 느낄 수 있는 일이겠지. 어쩜 이렇게 물처럼 아름다운 동작이었는지. 눈부터 목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 손을 재깍 알아차리지 못하고 여전히 멍청한 얼굴로 입이 막혔다. 아직 숨을 다 쉬지도 못했는데도. 겨우겨우 틈이 나는 그 짧은 사이로 들이마쉬고 내쉬었다. 이대로 숨이 막혀 질식한데도 그건 그거대로 만족할만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멍청한 일일거야. 차마 네게 하지 못할 말이지만 나는 네가 나를 좀 더 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단 한 줌의 거리낌없이, 또는 거부감없이 사랑받는다는 기분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는 한 명의 상대니까. 그러니 나는 내 공간을 네게 서스럼없이 내어주었고 입을 벌려 혀를 밑으로 깔았다. 여전히 아래가 허전했고 찝찝했고 서늘하며, 찌릿거렸다. 열기가 좀처럼 식어가지 못한 채 이어져 갈 뿐.)
버트 크린스:(제법 긴 시간동안 별다른 말이 오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서로가 서로를 원한다는 사실만큼은 의심할 수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너는 나를 점점 더 받아들여줬고, 나는 네게 점점 많은 것을 내어주었다. 어린시절의 관계는 서서히 변화하고 완화되어 온전히 우리의 관계를 떨어질 수 없도록 옭아매었다. 입술을 모았다 벌리는 틈새로 네 작고 뜨거운 숨이 내뱉어지는게 느껴졌다. 네 숨이 막힐새라 당장이라도 떨어지는게 예전이었다만, 지금은 그러고 싶지도, 그럴수도 없었다. 그저 조금 호흡을 천천히하여 다정하고, 느리게 밑으로 깔린 네 혀를 감싸냈다. 따뜻한 손으로 네 목을 쓰다듬었고, 네가 멀어질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불안감이 남아있는지 허리를 끌어안아 몸을 밀착했다. 옷 위로 맞닿는 살결의 온도조차 느껴졌고, 그런 감각이 예민하게 다가와, 천천히 혀를 떼어내고, 네 입술을 짧게 핥아냈다.)
뮤니아는 건강판정
단델 뮤니아:
건강
기준치:
35/17/7
굴림:
2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비로소 고양된 감각이 제자리를 찾고, 천천히 맥박과 심호흡이 제 속도로 돌아옵니다.
평상시와 비슷한, 적어도 여운으로 가득한 상태가 되자 모든 것들이 느리게 느껴지더니, 곧
꽃잎이 화려하게 흐드러집니다.
흰 꽃잎은 투명해서 뒤에 숨은 것들을 드러냅니다.
빛을 받지 않아도 스스로 빛나는 그 꽃송이는 투명한 꽃잎이 겹겹이 겹치고 쌓여서 웨딩드레스의 화려한 레이스 자락처럼 보입니다.
꼬박 1,000일의 아침 이슬과 밤 서리를 맞으며 피어나는 꽃입니다.
덕택에 가장 깊은 곳에 숨은 꽃술마저 희게 새었습니다.
꽃이 핀 후, 어느새 줄기와 잎새마저 점점 색이 옅어지더니 곧 하얀색만 남고 맙니다.
온전히 흰 것. 피로 씻은 희고 고운 꽃은 기어코 뮤니아의 피부 위에서 만개했습니다.
자, 이제, 꽃을 꺾으면 모든 게 끝날 거예요.
꽃을 앞두고 버트가 무슨 표정이었는지, 당신이 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단델 뮤니아:(예쁘네. 무의식 중에 생각할 정도라면 예쁘긴 예쁘구나, 싶었다. 게다가 나는 예쁘고 아름다운걸 누구보다 잘 알아보니까!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긴 하지만... 여러모로 여운이 남긴 하지만 솔직히 어느 정도 만족하기도 했고, 조금 머뭇머뭇거리면서 슬쩍 올려다봐) 저... 이제 똑... 하면, 되, 나요? 되... 는거, 겠죠? 네...
버트 크린스:(아쉬운듯 제 입술을 살짝 핥아내고는 흐드러진 꽃을 바라본다. 그러니까... 듣기로는 이게 마지막이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감쌌던 팔이며 손을 놓아주었다.) 네... 맞아요, 제가 도와줄까요?
단델 뮤니아:어... (뭐 이런 일까지 대신 해달라고 할 필요가 굳이 있나? 싶은 마음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아는 사람이 하는게 낫겠거니, 했는지 손등으로 입 주변을 꾹꾹 누르고 끄덕거린다.) 음, 역시 그, 게 좋겠, 죠?... 혹시 실, 수라도 하면 좀, 그러니까...
버트 크린스:맏겨줘서 고마워요, 조심할게요. (막상 하얗게 피어난 꽃을 바라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애써 잊으려던 사실조차 떠올라 가만 입술을 살짝 깨물었고, 그래도, 마지막이니까. 조심히 손을 뻗어 꽃의 줄기를 감싸쥐고 꺾어내려 했다.)
건강판정!
단델 뮤니아:
건강
기준치:
35/17/7
굴림:
46
판정결과:
실패
(아아아아아)
피부를 찢고, 근육을 헤집고, 피를 거덜 내고, 뼈를 부수는 것처럼 강렬한 통증이 뮤니아를 덮칩니다.
눈앞이 새하얗게 물들고, 혀마저 뻣뻣하게 굳어 제대로 된 비명조차 지를 수 없을 만큼, 고통이 크나큽니다.
뮤니아, HP -1D3
단델 뮤니아:
rolling 1d3
(
2
)
=
2
꽃을 꺾거나 뽑으려고 하니 고통은 여과 없이 뮤니아를 괴롭힙니다.
억지로 분리했다간 쇼크 상태가 오거나, 혹은 상처가 벌어져 해당 부위를 다신 못 쓰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대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인 것 같습니다.
낯선 사람은 다소 고통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지만, 딱히 대비책은 일러주지 않았습니다.
그저 뮤니아가 모든 것을 감내하겠다고 말했을 뿐입니다.
지능판정
단델 뮤니아:
지능
기준치:
30/15/6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고통이 문제라면, 차라리 정신을 팔릴 정도로 강렬한 다른 감각이 필요한 걸지도 모릅니다.
가령, 새로운 고통이라던가…… 쾌감 같은 것.
단델 뮤니아:저, 저저저, 저기, 저기, 저기, (손 파닥파닥) 아, 아파요. 아니 이건, 아니, 제, 가 물론 참, 겠다고 했, 했는데요. 저, 이, 대로 가다간 죽을, 거 같아요. 거짓, 말이 아니라 진, 짜 고통, 으로 죽는게 이런, 느낌인, 가 싶을 정도인, 데요? (이... 이 망할 거래 사기꾼!)
버트 크린스:(화들짝 놀라 네게서 떨어지며) 많이... 많이 아파요? 어, 어떡하죠. 이대로 둘 수도 없을텐데. (잔뜩 걱정되는 표정으로 제 손톱을 입에 물었다. 너무 당황스러운터에 평소 하지 않던 짓까지 내질렀고)
단델 뮤니아:살가죽근육이 떨어지면 이런 느낌인가 할정도로. (너무 아파서 말 술술 뱉어) 아.. 어, 쩌지. 진짜 마지막, 인데. 으으... 꺽기만 하면 되, 는데. 아...! 차, 라리 정신을 좀, 다, 른 곳으로 옮, 기는건요? 어린 아이가 주, 사를 맞을 때, 도 의사, 가 요란, 스럽게 놀아, 주잖, 아요. (자기가 생각해도 참 기똥찼는지 활짝)
버트 크린스:(네 말을 들을수록 더 창백해지는 얼굴...) 주사... 처럼요? 그치만 그 정도의 고통이 아닐텐데...(네 이야기에 가만 중얼거리다 여전히 행동이 망설여지는 듯 흔들리는 시선을 마주했다.) 알겠어요. 제가... 뭘 어떻게 도와주면 될까요, 뮤니아. (그런 와중에도 활짝 웃는 얼굴이 사랑스러워 한 손으로 뺨을 쓸었다)
단델 뮤니아:네? (아니 그건 또 무슨 소리람? 허. 잠깐 어이없이 한숨 뱉었다가 어중간하게 시선굴려) 글, 쎄요. 일단 이 고, 통이랑 비슷, 하거나 더한, 걸로 제 관, 심? 을 끄는게 좋지... 않, 을까요? 뽑혀, 도 신경을 쓰지, 않아야... 하니까? (히히. 그게 또 좋은지 손바닥에 볼을 꾹꾹 누른다.)
버트 크린스:...(아무말 없이 손바닥에 닿아오는 감촉을 느끼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니까, 갑자기 얼굴이 화악 붉어진 건 네 이야기와 아까의 일들이 이어져서... 흐릿하게 피어나는 그런 생각들을 외면하지 못했고, 아직 가시지 않은 열기며 아쉬움에 더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말을 내뱉었다.) ...그럼 계속 해도 괜찮을까요? (뭘? 이라고 물어올 틈도 없이 익숙하게 허리로 팔을 감싸왔고, 드레스를 풀어낼 준비를 하듯, 윗 부분을 매만졌다) ...괜찮아요?(고개를 네 쪽으로 기대어, 귓가에 속삭였다. 분명 노골적인 행동이었다. 평소보다 훨씬 네 귓가에서 가까이에서. 훨씬 몸을 밀착한 채로 이야기했으니까)
단델 뮤니아:뭘요...? (정말 뭘? 차마 네 생각에 닿지 못한 사람처럼 멍청하게 되물었다가 어쩐지 이어지는 폼새에 눈치좋게 아차, 싶었다. 정말요? 이대로 계속 하는거에요? 그건데요? 그렇게 될텐데요?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정신없이 지나가고 남은 자리는 아무것도 없어서 결국 다시 목부터 새빨갛게 되버렸다. 거부할 의사는 요만큼도 없지만 어쩐지 창피하고 초조함에 입 안의 살을 꽈악 깨물었다.) ...괘, 괘, 괜, 괜찮, 괜찮... 아요! 네! (머리가 뒤집히고 정신이 없는 탓인지 괜히 속도 무거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 정도로 표시를 내는데 자신이 모를리 없지만, 정말? 이란 벽이 떡하니 막힌 기분이 들어서 저도 모르게 목소리다 떨렸다.) 그, 그런, 그런 뜻, 뜻이네요... 저, 저, 알았, 어요... 웃...
버트 크린스:...처음이에요. (이런 말을 하는게 도움이되나? 그런 생각이 들었던건 이미 네 귓가에 이야기 한 후의 이야기. 괜찮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무표정이었던가, 웃었던가. 아니면 조금 슬픈 표정을 지었던가. 감정이 혼돈되는 것만 같아 스스로는 눈치챌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네 말이 제 귓가에 닿자마자 네 등을 손으로 누르다 서툴게 드레스를 풀어냈고,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레 네 하얗고 작은 속살이 보이도록. 어디부터 뭘 어떻게 해야할지,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런 날을 기다리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분명 상황이 좋지 못하였지만, 이제와서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널 좋아하는 마음을, 사랑하는 마음을 더욱 표현하고 싶었다.)
단델 뮤니아:(네? 무슨 의도로 띄운 말이든 이미 들어버린 후엔 되물어볼 수 없을 정도로 목이 막혀서 헉 소리가 날 정도로 숨을 삼켰다. 분명 원했던 일이 아닌가? 욕구를 절제할 정도로 참을성 있는 타입도 아니었고, 분명 이런 순간이 적어도 언젠가 한 번 쯤은 올거란걸 예상은 했지만 막상 닥치니 고장난 기계마냥 몸이 뻣뻣해짐을 느꼈다. 어깨 위로 한기가 스쳐갔고 그 잠깐의 사이에 깜짝 놀라 제 어깨를 쓸었다. 자신의 몸에 자신감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불만도 없었다. 오히려 자부심에 넘쳤겠지만 그걸 네 앞에 거리낌없이 들어내자니 미묘한 감정선이 오르락 내리락거리는 기분이었다. 만약 할거라면, 할 수 밖에 없고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적어도 네가 아무런 죄책감없이 그저 하고 싶은대로 하길 바랬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건 너를 보며 헬쭉 웃어보일 뿐이었다.)
...저, 도요. ...처음, 이에요. 나, 싫, 은거 아니, 에요. 알, 겠죠...?
버트 크린스:(분명 괜찮을거라 생각했고, 무슨 문제가 있을리도 만무했다. 다만 막상 내려간 검은 드레스 위로 보이는 흰 살결을 보니 부끄러운 건 어쩔수가 없는 일이었을까. 목부터 벌개진 얼굴로 잠시 입을 앙 다물다 네 목소리에 가벼이 고개를 끄덕다. 그리고 곧 고개를 숙여, 가슴 윗부분에 조심히 입술을 맞대었고, 말캉한 입술이 눌리도록 지분거렸다. 가벼운 애정의 표현부터, 하나하나 해나갈 심산이었다. 처음 하는 행동은 하나같이 서툴고, 망설임 투성이라 형편없게 느껴질 터였고, 본인도 그걸 깨닫고 있었다. 이미 열이 올라, 따뜻한 손으로 네 어깨를 감쌌고, 제 타이를 조금 급한 손길로 풀어내고는, 조금 풀린눈으로 널 바라봤다.) ...셔츠... 뮤니아가 풀어줄래요?
단델 뮤니아:우으... (따지자면 딱히 이상할 것 하나 없는 행위었고 서로가 허락했으니 문제될 것도 없었다. 다만 그것을 떠나서 처음 해보는 일을, 눈 앞에 들이 닥치니 꼭대기가 보이지 않는 커다란 산처럼 느껴졌다. 가슴께 위로 닫는 입이 이런거구나. 상상만으론 채워지지 않을 부분이 갑자기 끼워 맞춰진 기분도 들었다. 말랑하고, 그러면서 따뜻한 와중에 밑으로 보이는 네 머리가 왜그렇게 귀여워 보이는지 참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네가 주는 온기가 참 좋았다. 덕분에 조금 안심이 되어버린 나는, 네 요구에 느리지만 대답은 정확하게 할 수 있었다. 여전히 턱 아래로 보고 있는 수준이었지만.)
그, 럼요. 저, 할, 수 있어요, 네. (잘못한 일을 저지른 아이가 된 기분도 들었다. 조금, 파렴치한 그런 기분. 덕분에 첫 단추부터 삐끗하며 헛손질을 하긴 했지만 처음을 풀고나니 그 다음은 놀랄 정도로 쉬웠다. 천천히 하나하나 풀어내려가면 저처럼 보이는 살갗에 여러모로 정신을 놓칠 것 같았다. 목에 힘을 주지 않으면 꺄아악, 하고 촌스러운 비명을 내지를 정도로.)
버트 크린스:(하나하나 단추가 네 손에 의해 풀어지고 건들여지듯 은근히 살에 닿아오는 손길조차 민감하게 느껴졌다. 사랑하는 사람과 몸을 섞어간다는게 이런 기분이구나, 이제 막 운을 떼었을 뿐인데도 그런 생각이 머리에 가득찼다. 천일화고 뭐고 이제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이런 널 앞에두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오롯이 머릿속이 네 사랑과 애정으로 가득차, 기분좋은 감각을 표현하듯 벌개진 네 목에 제 뺨을 가벼이 비볐다. 감싸쥔 어깨를 내려, 자연스레 널 소파에 눕혔고 그 위로 올라타듯, 네 작은 몸 옆으로 손을 짚고 버텨 섰다. 이후로 일어난 행동들은 하나같이 자연스러워서, 풀어진 셔츠자락이 네 맨살에 닿는지도 모르는채, 가슴언저리에 길게 입맞추고, 혀를 굴려보았다. 조금 더 네게 가까이 몸을 숙여, 몸을 밀착해보았을까, 가슴이 맞닿는 감각까지도 선명히 느껴져, 마치 이 상황이 뒤늦게 꿈이 아니라 말하는 것만 같아 침을 삼켜냈다)
뮤니아, ...뮤니아. (마치 네 존재를 확인하듯 나직히 이름을 되뇌었다. 분위기가 바뀐 이후로는 하나같이 현실적인게 없었다. 몽롱한 기분에 향긋한 네 향기는 계속해서 코끝을 간질인다. 네 대답이 필요했다. 네가 내게 있음을 확실히 증명해줄만한 그런.)
단델 뮤니아:(제 몸에서 피어나는 꽃이라 완전히 떨쳐낼 순 없었지만 확실히 점점 옅어진다는 감각은 있었다. 오히려 전부 잊어야 자신이 편할 것이고 이 일이 마무리된다는 것도 알지만 이래도 되는걸까. 그래봤자 곧 네게 시선이 뺐겨서 침을 꼴깍 삼킨 자신에게 물어보면 그건 그것대로 실소가 나오는 광경일거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천장과 네가 보여 어느 순간 긴장이 조금 사라지고 작은 웃음이 나왔다. 어렸을 떈 평생 꿈꿔보지도 못할 사랑하는 사람과 애정의 관계를 지금 내가 겪고 있는거야. 그건 어떤 생각과 상상보다도 더 특별했으며, 놀라웠고 온 몸이 간질거렸다. 눌려 맞대진 살결에 소름이 돋아 살짝 물어버린 입술 사이로 낯부끄러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꼼짝없이 갇힌 폼새가 나쁘지 많은 않게 느껴진건 역시 내가 그런 인간이라 그랬을까.)
네... 저, 여기 있, 흑... 있, 어요, 아... (천천히, 끝까지 확실하게 눈 앞이 흐려졌다. 분명 슬픔에 젖어 흐르는 눈물이 아닌걸 아는데도 타고난 태생은 어쩔 수 없는지 얼굴을 타고 아래로 흘러 내렸다. 네 얼굴에 손가락 끝으로 콕콕 찌르듯 건들며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기어이 말해버리고 말았다.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몰라하는 소리였다. 나, 여기 있어요. 네 품에 가득 있어요. 나를, 부디 나를.) 전부 다, 가져, 가. 전부, 전부 줄게, 내가... 줄, 게.
버트 크린스:(어느순간 네 분위기가 조금 풀어졌음을 눈치챘다. 처음의 긴장도 서서히 풀어지고 있다면, 이제 조금 더 나아가도 되는게 아닐까, 막상 네 위에 서니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럽고 마치 소중한 보석을 만지듯이 했다. 그 소중함은 보석에 비유할 바 못되었지만.)
...응, 고마워요.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뮤니아. (너와 나밖에 없는 공간이었다. 네게 모든 감각이 집중되어있는 만큼 네 대답은 온전히 제게 전해졌을 터였다. 그러니, 네 눈물에, 저 역시 눈시울이 조금 붉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감정이었다. 기쁨인지, 감동인지 어딘가 저릿하고, 찡한 감각이었다. 이정도로 벅찬 감정을 마주하는건 오랜만이라, 줄곧 너와 함께있을때의 일이라 생각하니 그 애정이 감당할 수 없을만큼 커진 것 같아, 맞닿은 몸에 집중했다. 닿아오는 짧은 손길에 불그스름한 얼굴채로 웃음지었고, 네게 짧은 입맞춤을 선물했다. 그리고 다시 무릎을 소파에 기댄체 살짝 몸을 일으켰고, 네 허벅지를 천천히 쓸어내듯 어루만졌다. 천천히 조금 더 안쪽으로, 느릿하고 기분좋을 정도의 압력을 계속했으며, 팔에 닿는 검은 치맛자락의 간지러운 감각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너에 대한 애정인지, 부끄러움인지 붉게 젖은 웃음을 지은채 시선을 네게 고정했다. 네가 내어주는 걸 받을 수 있는건 자신에게 있어 제일 큰 행복이었으며, 네게 그만큼 줄 수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러니 이 순간을 스스로가 잊는 일은 아마 평생토록 없을거라 생각하며, 다시 짧게 입술을 맞대었다 떨어졌다.)
단델 뮤니아:(여러가지 생각이 오가고 그 많은 생각이 합치며 걸러지고 마지막에 남는 결론만을 내리니 앞선 상황들보다 확실히 편해진 자신이 있었다. 어쩌면 이렇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애정이 오가는 관계가 당연함에도 자신은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비틀렸고 이상한 곳에 집착했다. 이런 소중한 감각도 모르고 허투로 보낸 자난 세월이 너무 아까워 죽을 것도 같았지만 이제부터 미래엔 너와 함께 이런 일만 있을거라 생각하니 그리 나쁘지도 않았다. 미래의 내 옆에 네가 있어, 그것만으로도 가슴벅찰 일이지 않은가. 바로 코가 닿을 거리에서 얇은 머리카락이 흔들리며 눈 앞에 아른거리는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어쩔지 모를 정도였다. 조금 긴 과정 덕에 불필요한 생각이 없어졌고 네 손길을 온전하게 느끼고 받을 수 있게 되었을 땐 저도 모르게 다리를 조금씩 세워서 접고 난 뒤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짧은 입맞춤에 아쉬워하는건 저였다. 방금과 다르게 답답한 숨이 아니라 순전히 열기를 띈 한숨만 끊어질듯 내뱉었다. 손은 제 몸을 가리는 멍청한 짓따위 하지 않았고 조금씩 네 얼굴을 만지며 장난치다가 끝에는 목을 잡고 살며지 끌어당겨 안았다. 이렇게 하기로 한 이상, 나도 더 이상 돌처럼 있을 마음은 전혀 없을테니까. 고양이마냥 머리카락에 볼을 부비고 기분좋은 웃음과 물기젖은 목소리로 나즈막히 네 이름을 불렀다.)
버트 크린스:(천천히, 제 애정을 담아 어루어만지던 손길이 잠시 멈췄던건, 제게 적극적으로 닿아오는 네 손이 닿는 감각때문이었다. 그 손길이 너무 좋아, 맞닿는 볼의 온기를 느끼느라 잠시 행동이 멈췄고, 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뭐라 대답할지 단어를 고르고, 고르느라 사고가 멈췄던 것 같다. 위에서 내려보는 네 모습은 언제나 처럼 아름답고, 사랑스러웠지만, 지금은 뭔가 달랐다. 그러니까 검은 웨딩드레스가 흐드러지고, 그 속에 보이는 네 살결이 부드럽고, 따스해서. 평생 제 기억에서 지울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감각이 선명하게 자리했다. 겨우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네에, 뮤니아 짧은 대답을 내뱉었다. 여전히 웃음지으며 머리카락으로 네 볼을 간질였다. 그렇게 맞닿고 있노라면 다시금 떠오르는건 너와 조금 더 몸을 얽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었고, 그대로 멈춰있던 손을 부드럽게 움직여 네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 손가락으로 가벼이 잡았고, 살짝 문질렀다 안쪽 허벅지를 단단히 받치고 어루만졌다. 짧았던 입술의 감각이 다소 아쉬웠던건 마찬가지였는지, 천천히 다시 입술을 맞대었다. 가벼이 문지르고, 입술을 모았다 벌렸다 하는 가벼운 행동들이 마치 네게 장난을 치는 것 같았다. 분명 처음 해보는 행동들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 안정감있는 날이 있었을까, 감정에 의심이 들지 않았으며, 걱정도 되지 않았다. 분명 서로를 사랑하고 있을테고, 조금 있으면 하나의 서약으로 맺어질 테니까. 그러니, 지금와서 내가 네게 원하지 않을 것이 없었다. 주무르던 손을 조금 더 검은 레이스의 안쪽으로 넣어, 손가락으로 살짝 쓸어보았다. 지금이라면, 오늘이라면, 우리에게 아무런 문제도 없지 않을까.)
단델 뮤니아:(제 감정을 묵히지 않고 들어낸다는건 보기보다 좋은 기분좋은 일인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적나라하게 보여도 타박하는 이도 없고, 막아서는 이도 없고, 그저 흘러가는대로, 또는 흩어지면 흩어지는만큼 받아줄 상대가 있으니까 쓸데없는 걱정이 들어올 틈도 없었다. 좀 더 단순하게 생각하면 됐던 일이었고 그저 느낀대로 반응하면 댔던 일을 왜이렇게 빙빙 돌아왔나, 아까울 정도였다. 그러나 그 과정이 불필요했다고 한다면 결단코 아니었으니 모든게 고마울 지경이었다. 어느 순간 마음을 놓아버려 들키고 어쩌고 할 필요도 없이 좋다면 좋은대로, 조금씩 맞댄 입술 사이로 간지럽고 색스러운 신음이 나오고 곧 사라졌다. 오히려 예상 밖이었던건 안쪽으로 점점 타고 올라오는 손에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몸을 떨었다는 것이고 열기가 띄어 등골이 서늘해진다는 점이었다. 고작 쓸었을 뿐인데 과하게 반응했다고 할 정도로 몸이 저릿해서 입이 구불구불하고 이상하게 벌어진 것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영원히 함께 할 서약을 맺기 위해 머리부터 끝까지 단장하고 스스로가 입은 옷들이 진작에 사라져 끝내 검은 레이스에 닿았을 땐 어느 경계선과도 같았다. 이걸 넘으면 정말 돌이킬 수 없을거란 압박과 그럼에도 불과하고 절대 후회하지 않을 확신이 뒤섞여 네 어깨를 살짝 잡았다. 분위기와, 쾌감과, 너에게 취해 거리낌없이 일그러져 노골적이었다. 딱 여기만 넘는다면 그 다음부턴 문제도 아닐거라고 말하는 것처럼 다리를 오므리지도 않았고 접지도 않았다. 우리는 분명 이 이상 나아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거야.)
버트 크린스:(네 신음이 새어나오는 소리에 입술을 한번 꾸욱 눌렀다 떼어냈다. 그 소리가 너무 선정적이라 울컥 무언가 차고 넘칠 것 같은 기분같은게 들어, 고개를 살짝 들어낸 채, 흘러내리는 머리칼 사이로 널 바라봤다. 간질거리는 기분에, 기분좋고 야릇한 감각에 네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으면, 입이 조금 벌어져 제 어깨를 잡는 네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살짝 닿는 손길에도, 어쩐지 그 닿은 부위가 몸의 절반이라도 되는 것 마냥 크게 다가왔다. 그게 승인의 행동이라는 걸 깨닫는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야 지금의 상황에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머릿속이 온전히 하나의 생각으로 가득차, 고개를 살짝 숙여, 네 목에 입술을 문대었다. 막아서지 않는 다리에 살짝 쓸어냈던 검은 레이스 밑의 천을 내렸고 단번에 끝까지 벗겨내고는, 네 아래를 천천히,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손으로 어루만졌다. 네가 한곳에 집중하지 않도록, 너무 이질적이라 느끼지 않기를 바라는 듯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파고들어 살결에 맞닿은 입술을 조금 더 문질렀고, 타액을 섞어 혀로 굴려댔다. 머리카락이 네 턱을 간질이는줄도 모르는 채, 네가 나에게 온전히 내어주는 것을 받아냈다. 막아서는 것은 없었다. 네 허벅지에서 자라난 그 하얀꽃도, 결국 우리에게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 그런 확신이 들고나서, 조심스레 네 안쪽으로 손가락 하나를 밀어넣었다.)
단델 뮤니아:(스스로를 막을 필요도 없이 그저 내보내고 있으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겨 있다는 생각과 그 일은 참 단순하면서도 기분좋은 일이라고 새삼 깨달아 버린다. 분명 필요 이상의 욕구로 과정을 길게, 길게 늘리고 있음이 분명한데 조바심이 나지 않는건 필시 너의 보여주는 마음과 제 욕심같은 불순한 것이겠지. 너라면 흐트러진 모습따위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다는 무의식에 네가 주는 쾌감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러니 다 보여져 내리는 몸에 수치심이 없었고 허리부터 타고 올라오는 오싹함에 바르르 떨었다. 좋은 느낌이었고, 오히려 보채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확실히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각에 예민해져 머리가 네 쪽으로 기우는건 어쩔 수 없었는지 꾸욱 누르듯 얼굴을 부렸다. 가까운 곳이라 그랬는지 입이 닿아 질척이는 소리도 크게 들렸고 귀가 가려운 그 찌릿한 감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거부하는 행동이 아니라, 곧대로 받고 있다는걸 전부 들어내는 마냥 네 등뒤로 손을 올리고 옷을 꽉 쥔 채 크게 끌어안았다. 분명 멋대로 휘둘려져 본능 그대로 끌려가는 그 감각이 싫지 않았지만, 잘못하면 정신이 날아갈 것 같은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처음 목적을 완전히 넘긴 채 하기로 했다면 적어도 원하는만큼은 몽땅 하고 싶었다. 누가 듣는다면 확실히 민망해할 소리가 신부 대기실에서 울린다니, 얼마나 기고만장한 일인가. 만져지고 넣은 곳이 따뜻하면서 순간 서늘했고, 미끈거렸다. 사실 한참 전부터 이 지경이 된 상태였지만 그걸 말하기엔 아무래도 무리였으니까. 착각일게 뻔하지만 손과 가까운 꽃이 미묘하게 신경쓰였다. 분명 우리에게 무엇 하나 할 수 없겠지만 나의 양심같은 것이, 자신을 감시하는 그런 느낌이. 너는 모르고, 나만 아는 것이 이 순간에도 밀려왔다. 그래봤자 나는 널 받을 것이지만.)
버트 크린스:(줄기까지 하얗게 만개한 꽃이 자꾸만 시선에 밟혔다. 네 웨딩드레스의 색과는 대비되는 그 꽃은 어쩌면 자신이 벌인 가장 확신없는 행동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불안해야. 두려워야 마땅했을 터인데, 젖은 네 살결을 어루만지는 손은 그런 감각과는 멀게 느껴졌다. 너와 살을 맞대어 문지르고 서로의 맨살을 바라보는 행위에 이질감이라고는 없었으며, 이후의 일에 대한 묘한 확신까지 차올랐다. 그러니, 제 행동이 조금 더 과감해져 원하는 바를 온전히 표현할 수 있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었다. 숨결까지도 바로 귓가에서 들려온다. 바라보는 시선의 끝에는 네가 전부였으며, 그 감각으로부터 피어나는 애정은 자꾸만 상황을 잊게 만들었다. 그런 과정을 거치자, 망설이지 않고 네 안쪽으로 손가락을 하나 더 밀어넣었고, 새하얀 목언저리의 살을 작게 물었다. 입술의 안에 담고, 자극을 주어 혀를 굴려내다 입술로 살짝 눌러내어 떨어졌다. 검은 머리카락으로 아슬하게 가려질법한 위치에 발갛게 올라온 피부를 보고서야, 작고 달뜬 숨을 내뱉으며 너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런 숨 사이로 목소리가 터져나온 것은 분명 꽤나 오랜만의 일이었다)
...넣어도 괜찮아요? (그 내용은 전혀 결혼을 준비하는 공간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 네 귓가에 속삭였고, 여전히 붉게 달아올라 감정에 젖은 얼굴이 미소짓고 있었다)
단델 뮤니아:(제 신경은 온통 네게 다 뺐긴 줄 알았고, 그 점에 믿어의심치 않았건만 사람이란건 어쩔 수 없었던건지 잊을만하면 그 순간 순간마다 시선이 쏠리고 말았다. 제 욕심에서 시작한 일을 잊지말라고 하는 것처럼 어느 한 켠이 막히는 느낌을 그저 느낌이라고 치부할 수 없었던건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그런 주제에 흥건하게 젖어가는 속살이 너무 비교가 되어서 차라리 그쪽으로 도망이라도 가고 싶을 정도였다. 분명 너와 이런 행위를 하는 것도, 받아들이는 것도, 원해주는걸 느끼는 것도, 모든 일에 후회는 없었지만 자신이라는 사람이 이렇게나 간사하기 짝이 없었다. 진부하지만 살이 녹는다는게 이런건가 싶었고 그 때마다 숨쉬기가 버겨워졌다. 하마터면 보이는 네 목을 물뻔했고 겨우 한 번 뱉은 호흡에 제 입술을 억세게 물었다. 자신의 것이 아닌 뭔가가 자꾸만 살을 밀고 들어오는건 이런 기분인걸까, 아무도 대답해주지 못할 질문이 스쳐지나 갔다. 이제는 마르지도 못할 눈물방울 너머로 시선이 흔들려 하얀 머리카락 너머로 마주치는 그 시간이 들뜨고 일렁거렸다. 나, 나는. 뭔가가 터져 나오려다 나오지 않는 소리에 결국 입만 뻐끔거리는 꼴이 참 우수웠다. 간질거리고 뻣뻣한 기분에 급한건 자신인데도 몸이 따라주지 않았으면서 네 목소리는 지금 너무 위험하고 가슴에 바로 닿아 웃지 못했다.)
...응, 좋, 아.(단순히 그럴 여유가 없던 것인지 뒤늦게 고작 한마디였다. 이걸로 더 나아갈 수 있는 경계선의 한마디.)
버트 크린스:(떨리지 않다면 거짓말이었고, 여전히 네 소원을 도와주는데에 온전히 마음을 줄 수 있냐하면 그런것도 아니었다. 어쩔 수 없다며, 널 위한다는 핑계로 마주한 상황이 너무나 달콤하고 놓을 수 없을 것 같아, 결국 그 선을 넘나들고 있다는걸 모를 리가 없었다. 어쩌면 이 정도면 충분할지도 모르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아까까지 시간이 빨리 가기를 빌었고, 꽃이 사라진 후 너와 마주할 시간을 기다리던 그 기억마저도 사그라들어, 머릿속이 온통 비어지는 것 같았다. 결국은 네 앞에서 나의 행동은 감정에 맏겨졌으며, 그건 어쩌면 자신에게만 해당하는 일은 아니었을지도 모를터였다. 네 한마디에 천천히 고개를 숙여 입술을 맞췄다. 눈을 감고, 조급하지 않게 바지버클을 풀어냈다. 너는 내게서 도망가지 않을테니까, 순간을 바란건 비단 나뿐만은 아니었으니까. 사랑하는 사람과 애정을 표현하고, 마음이 통한다는 것은 분명 행복한 일이었다. 그게, 이렇게 쉬이 납득하지 못할 상황이더라도 제 사랑은 그러했다. 맞닿은 입술사이로 혀가 비집고 들어갔다. 단번에 눈을감고, 아까보다 조금 더 몰아붙이듯 얼굴을 가까이했다. 콧등이 맞닿았고, 네 눈물이 제 얼굴위로 흘러내려왔다. 타액을 섞어내던 그 행위는 꽃이 흐드러지지 않은 네 허벅지를 받치고서야 끝이났고, 조금 빳빳해진 제 것을 젖은 살결에 가져갔다. 급하지 않게, 네게 이 순간이 어떠한 고통도 되지 않기를 바라며, 천천히 안쪽으로 밀어넣었다)
단델 뮤니아:(사람은 이기적인 동물이라 말하곤 하지만 정말 어쩜 이렇게까지 간사할 수 있을까. 나는 분명 다른 너에게 상처주는 말을 하면서까지 그런 일들을 겪었고 이렇게 돌아와 결혼까지 예정대로 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 미련으로 너를 위한 소원 하나라도 들어주겠다고 했는데 결국 자신을 위한 선택과 욕구가 먼저인 더러운 속내를 들키고 싶지 않았다. 항상 배려해주고 조심해주는 네가 이렇게까지 열어주고 받아주고 원해주는 일이 지금은 처음이라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걸 숨기듯, 또는 감추듯 나는 네게 달라붙어 안겼고 제 힘이 닿는 최선으로 억세게 끌어 안았다. 분명 자신은 이 순간을 미래영겹 떳떳하지 못할 것이니 기억하고 기억해서 잊지 않도록 하자. 다만, 그게 지금은 아니야. 어릴 때부터 인생이 부조리했다. 타고난 성격, 줘야지만 채워지는 이상한 욕구, 그걸 아무런 거리낌없이 받는 가족들을 넘어 왔으니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치루는 것도 어쩌면 저같은 삶이라고 생각했다. 그 일에 너를 끼어들게 한건 분명 미안하지만, 눈물을 방패삼아 네게서 초점을 흐리고 그저 온전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미안해요, 하며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뱉은 말이 면죄부 같기도 했다. 그마저도 곧 맞물리는 입술 덕에 막혀버렸지만 알턱이 없으니 그저 머리를 살짝 돌려 꾹하며 틈없이 밀어 맞췄다. 고작 짧고 얇은 태래임에도 몸에 닿으니 차가웠다.)
윽, 흣...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건 아니었지만 곧 다른 무언가로 천천히 바뀌어 갔다. 색스러운 소리가 기어이 이 사이로 흘러나왔고 자신은 그걸 참지 못했다. 살을 가르고 들어오는 그 무게가, 솔직히 버겨웠다. 숨을 참지 않았는데도 점점 호흡이 힘들어졌고 밑이 아릿해져 허벅지의 안쪽이 당기는 느낌도 들었다. 아, 결국은 정말 이렇게 되는구나. 결국은 희게 빛나는 꽃도 제쳐두고 너를 이렇게 받는구나. 이 순간이 사랑스럽고 분에 넘쳤고 벅찼다. 내가 너를 안을 수 있고, 받을 수 있는 사람이야. 그렇게 매달리듯 껴안으며 네 이름을 몇 번이고 불렀던 것도 같았다.)
버트 크린스:(미안하다는 네 말이 질척한 움직임속에서도 잔상마냥 머리를 떠돌았다. 무엇이 미안하다는 것인지 온전히 깨달을 수가 없었기에 감각을 온전히 떨쳐낼 수 없었다. 스스로에게 너는 늘 과분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적어도 지금의 자신에게 서툰 표현과 감정들을 먼저 이끌어 줬으니까. 네게 미안하다는 말을 듣는 것 하나가 이토록 묵직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깨달은 건, 방금의 이야기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대답했다. 괜찮아요. 작게 깔리는 목소리는 조금 먹먹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자신에게 힘껏 매달려오는 그 작은 손과 팔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네가 내게 무언가를 이리 온전히 원하고 받아내기까지의 시간들을 나는 온전히 기억하니까. 귓가에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네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음성이 묘하게 젖어있어 귓속을 뜨겁게 달구는 것 같았다. 겨우 끝까지 밀어넣었을 뿐인데, 네 안에 들어차 끼는 듯한 감각에 숨을 겨우 토해냈다. 얼굴은 좀처럼 식지를 않고, 그 열기에 머리카락은 자꾸만 얼굴로 엉겨붙어왔다. 네게 닿아있는 모든 부분의 감각에 집중했다. 결국 이렇게 된다면, 무엇하나 잊고싶지 않았고, 오래오래 감각을 기억하고 싶었다. 툭 건드리면 떨어질 것만 같은 꽃송이를 우리의 사이에 두고, 널 안는 그 기분은 참으로 오묘한 것이었다. 오롯이 감각에 모든 걸 맏겼다는 생각이 들었을때, 천천히 네 살결 사이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단델 뮤니아:(이기적이고, 간사하고, 자기 중심적에서 끝나지 않은 자신을 마무리하지도 않았고 해결하지도 않은 채 그저 감추며 덮어 버렸다. 상냥한 너였기 때문에 흘리듯 말한 것에도 착실히 대답해 주었고 많고 많은 위로 중에 괜찮다는 말 한마디에 모든 걸 제 까만 머리카락 뒤로 감춰버렸다. 네가 괜찮다고 한다면 다른 너도 괜찮다고 말해줄거란 자기 합리화 같은 이기심에 어떤 이는 분명 진저리가 났을터인데. 이렇게 기쁜 순간에도 나는 너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무의식이 마냥 가볍지 않았다. 완전히 떨쳐냈다고 생각했지만 이따금씩 몸에 베여 나오는 옛습관은 자신을 갉아먹었으나 그만두지도 못했다. 그것 또한 자신으므로. 너는 짧은 제 팔로 차마 다 안을 수 없는 큰 사람이었고, 혹여 그런 너를 놓칠까봐 바르르 떨리는 손으로 달라 붙었다. 그럴 때마다 맞닿은 살이 끈적해서 쉽게 떨어질 것 같았지만 자신은 그 사실을 믿지 못했다. 결국 참지 못하고 물기 젖은 기침과 숨을 토했고 몸이 저렸다. 아직 아무것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배가 가득 차 꼼짝도 할 수 없다는걸 과연 누가 알아줄까. 그럼에도 너는 멈춰주지 않았고 하물며 자신은 그걸 막지도 않았다. 배 안쪽과 골반을 타고 저릿거리는 감각이 자신을 놓게 했고, 미치게 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너를 밀어내지 않고 받아들이며 나만이 아닌 너도 이 순간을 기쁘게 받아들이길 원했다. 천천히 호흡을 내쉬고, 허리에 힘을 주고, 떨어지지 않도록 목에 두 팔을 둘렀다. 벌려진 입술 너머로 소리가 끊어지질 못했다.)
버트 크린스:(달큰하지만 무거운 이 공기는 그저 자신의 감각에서 느껴지는 압박감 탓일거라 생각했었다. 조용하고 끈적하게, 떨쳐내지 못한 우리의 생각들이 얽혀붙어있다는 것을, 널 온전히 받아들이고 내어주는 순간에도 잔향마냥 남아있던 다른 감정이 묻어났음을 깨닫는 건 아마 조금 더 미래의 이야기일 터이다. 자신을 붙잡는 손길이 떨려오는게 느껴졌다. 그저 감각에 매달린다기엔 어딘가 필사적이고, 애틋한 기분이 들어 팔로 네 허리를 감싸안았다. 네가 이리 잡지 않아도 나는 널 놓아줄 생각이 없다고, 그리 말하는 듯 힘이 들어간 팔에는 열기가 서려있었다. 너보다 몇배는 컸을 제 품안에 너를 안자, 온기에 젖은 살결들이 맞물리는 느낌이 선명히 느껴졌다. 조여오는 것은 답답했고, 숨을 틀어막듯 띄엄띄엄 호흡해야했다. 허나 그런 감각이 다른 감각으로 바뀌는 건 순간이었고, 네 안쪽을 조금 더 탐하도록 만들었다. 제 품안에 있는게 너라, 무슨 소리를 내어도 네게는 선명히 들릴거라는 것 조차 잊었는지, 조금씩 가뿐 숨을 내뱉기 시작했다. 빨라지는 호흡마냥, 제 목을 감싸오는 네 팔의 움직임에 맞춰 허리를 움직였고, 부스럭거리는 드레스자락의 소리와 네 젖은 목소리를 받아내었다. 이 공간이 점점 더 끈적해져, 우리를 늪에 빠진 것 마냥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단 생각까지도 들었다.)
단델 뮤니아:(너에게 비밀따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것도 이렇게 개인적이고 끈적거리는 것 따위 만들고 싶지도 않았거늘, 야속해도 털어놓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이렇게 표시내선 안된다고 생각했을 땐 이미 들어낼만큼 들어낸 상태였고 네가 그걸 모를리는 또 없었다. 아마 정확한 요점을 잡지 못했을 뿐, 너는 나를 통해 알지 못할 차이를 느꼈으리라며 와닿았다. 너는 네게 왜이리 과분한 사람이며, 나를 놓아주지 않는지. 당연히 놓아주지 않았으면 했지만 잡아주고 받쳐주는 팔이 과분했다. 이 세상 어느 보석보다도 진귀하고 빛나는 자신이 받기에도 너는 너무 컸다. 목과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 일그러져도 잡은 걸 놓치지 않았고 그럴 때 마다 떨어졌다가 다시 붙는 그 느낌이 한참이나 노골적이었다. 귓가에 닿는 숨이 간질거리고 말로도 못할 서늘함과 저릿함이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순간 참지 못할 기분에 눈가가 절로 찌뿌려졌고 으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이를 악 물었다. 얼굴 옆에서 들리는 소리일 뿐인데 왜이렇게 반응하는지, 그 소리가 네 목소리여서 그랬는지, 아니면 단순히 저가 약한 곳이었는지, 뭔가 뒤틀리고 있다는건 분명하게 느꼈다. 속을 가르고 찌르며 다시 나가는 반복 중에 깊에 찔러올 때면 참았던 입술 틈 사이로 아픈 신음을 뱉기도 했다. 민망할 정도로 질척거리는 이 와중에도 나는 너를 받아들이기엔 힘들었을까. 헐떡이고 찔려오는 감각에 못이겨 다리에 힘이 조금씩 빠지면 애써 버티기 위해 다리를 접어 세웠다. 적어도 네가 주는 온전한 애정과 사랑을 조금이라도 흘리기 싫었기 때문에, 까탈스럽고 높아지는 목소리 너머로 그저 살갗이 진득하게 맞닿았다.)
버트 크린스:(우리는 어쩌면 생각보다 함께보낸 시간이 길어,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령, 우리를 끈질기게 괴롭히는게 저 잔인하도록 새하얀 꽃이라는 것 정도는 명백한 것이었고, 네가 내게 느끼고 있을지 모를 죄책감 역시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을 터였다. 서로에 관할때면 너와 나의 사고의 흐름은 지독히도 비슷해져, 네가 묻어내고 있을 그 애틋함과 슬픔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 같았다. 작게 내뱉어지는 옅은 신음 소리와, 숨결사이를 비집고 네게 사랑한다 말한건, 네가 그런 마음을 조금이라도 미뤄뒀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땀인지, 타고 흐른 눈물인지 모를 액체들이 섞여 맞닿은 살결 사이를 적셔나갔다. 끈적이고, 미끈거리는 감각에도 그 부분이 따뜻하고, 뜨거워서 싫지 않았다. 제 품안에 단단히 자리한 네가 자신의 행동에 하는 반응들이 들어왔다. 오롯이 너와 우리의 감각에 집중하고 있던 터이다, 그것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정신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그러니, 네가 좋아하는 부위가 여기인가, 스쳐가는 생각을 굳이 실현으로 옮긴건 네 안을 바삐 움직이는 제 것이 점점 빳빳이 부푸는 기분이 들어서. 잘근 목부터 귀끝까지 빨개진 채, 제 입술을 깨물다, 그 대상을 네게로 옮기기라도 한다는 듯이 네 귀끝을 입에 담아냈다. 작은소리까지도 네게 여과없이 들릴 걸 생각하니 읍, 윽 하는 작은 소리를 제외하고는 참아낼 수 있었다. 찔꺽이는 소리도, 네 목소리도 이런 기분과 감각을 선명하게 만들었다. 버티고 서는 모습에 네 허벅지를 조금 더 단단히 받쳤고, 작고 붉은 귀 끝을 조금 더, 입에 담고 혀로 굴려냈다.)
단델 뮤니아:(분명 너는 무엇이든 눈치를 챘을 것이고 나 또한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결코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이건 그렇게 한다고해서 해결될 문제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다만 그런 중에서도 너는 네게 아무 말 하지 않았으니 그저 적은 땀과 수많은 눈물이 한데 섞여 떨어졌다. 정말 너를 온전히 받아내기란 힘든 일이었는지 소리에 묻힐 정도로 시간이 지나갈 때 마다 가득 찬 속내가 아려왔다. 아주 짧은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 머릴 돌렸지만 보이는거라곤 네 흰 머리카락 뿐이었고 흔들리는 허공이라는 허무함이었다.) 귀, 귀... 가, 흐,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목소리가 마음대로 되지 않아 제 것 같지도 않았고 순간 핑, 하고 도는 시야에 머리가 반대로 작게 떨어졌다. 물먹은 솜처럼 잡힌 허리를 버팀목 삼아 겨우 버티고 있는 몸에 찔러지는 꼴이란 힘없는 무언가 같았다. 귀 안에서 바스락거리고 축축한 소리가 뒷목부터 등까지 소름이 돋아 허리에 힘을 주고 꾸욱 세웠다. 여전히 너를 막아내고 거절할 의사는 절대 없었지만 여러모로 거칠어지는 제 숨소리에 네 어깨를 저릿하게 떠는 손으로 몇 번 툭툭 쳐댔다. 이대로라면 저 혼자 위험해질 것 같아서. 그래봤자 눈물에 먹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조차 전달하지 못했지만, 정말 날카롭고 높은 비명을 지르기 직전이었으니까.)
버트 크린스:(그러니까, 이제와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건, 집요하게 너를 괴롭히고 있었을 그런 감정들을 이제야 눈치채고 달래주려 했다는 점은 신경쓰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었다. 그만큼 스스로에게도 여유가 없었으며, 우리의 꽃에 얽힌 시간들이 혼란스러웠다는 걸 알지만, 묘하게 아릿해지는 감각에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니, 높고 누군가 들을까 염려되는 네 소리에도, 자신이 멈추지 못했던건 네가 감각에 조금 더 내질러 자신에게 들려줬으면 하는, 그런 삐뚤어진 마음도 자리했던 것 같다. 귀끝을 입에 물자 단번에 네 몸에 힘이 빠지는게 느껴졌다. 추측이 맞았다면 맞았던 것이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점은 너와 나의 살결은 곳곳이 맞닿아 있었다는 점, 그저 너의 감각하나와 연결되는 일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휘청이는 네 몸을 제 팔로 받쳐내고, 오로지 애타는 감각에 몸을 맏겨 움직이던 허릿짓이며, 네 목소리며, 어깨를 두들기는 손짓이며. 무엇 하나 제게 자극적이지 않은 게 없었다. 결코 그럴 생각이라고는 없었는데, 울컥 네 안에 쏟아낸 건 자신의 예상밖의 일이라. 잔뜩 굳은 몸을 멈추고, 피하듯이 고개를 숙였다)
단델 뮤니아:(누군가를 멋대로 정하고 판단내리는건 무례한 짓이라는건 멍청한 나도 알고있을만큼 당연한 사실인건데. 그렇지만 설마 눈치채기도 전에 쏙아낼줄은 꿈에도 몰라서, 심지어 너니까. 그런 방심이 깊었던만큼 그 짧고 빠른 순간에 머리 끝까지 찌릿했고 헉, 소리를 내뱉을 정도로 삼켰던 숨을 죄다 토해버렸다. 굵은 눈물 방울이 눈동자 가득 아른거렸다가 그 무거움을 이기지 못하고 떨어질 때 쯤이면 접은 무릎을 바르르 떨었다가 스르륵 미끄러져 내렸다. 저 안쪽에서 밀고 들어오는 끈적함을 제 몸으로 직접 받아들고 있자니 아랫쪽 배가 괜히 꿀렁거리는 기분도 들었다. 거의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가늘어진 숨소리 너머로 이상하게, 여러가지가 몸 안 가득히 채워지는 착각을 받았고 나는 이것이 단순한 착각에서 끝나지 않기를 빌었다. 앞으로 고꾸라지듯 숙인 머리를 보자니 그대로 둘 순 없어서, 금방이라도 떨어질듯한 팔을 들어 어깨를 감쌌고 그대로 두드렸다. 그래. 네가 그렇게 했다면, 그걸로 된거야. 나는 분명히 뭐든 받아들였을테니까. 열기가 눈에 보이는 착각이 선명했다.)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내비치고, 상황을 정리하다보면...
다 자란 꽃송이는 너무나도 쉽게 부러집니다.
똑, 가벼운 소리와 함께 꺾인 줄기가 뮤니아의 다리 위로 떨어집니다.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 버트를 위해, 오직 그의 행복을 바라고 소원하며 피운 꽃이에요.
뮤니아가 꽃송이를 만지며, 마지막으로 소원을 빌면 모든 것이 끝나게 되겠죠.
버트 크린스:(겨우 다시 여민 옷 소매로 얼굴을 북북 문지르다 얌전히 흰 꽃과 마주한 널 바라봤다. 내색하지 않으려해도 걱정이 남아있는걸 네게 숨기는건 어려운 일 같았다)
단델 뮤니아:(끄응... 어쩐지 엉망이된 몰골로 뒤늦게 엉망이된 제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만지고 뒤로 넘기더니 괜히 아이러니 했다. 이렇게 쉽게 떨어질 꽃인데 왜 진작에 그러지 못했는지. 그렇다고 싫었다는건 또, 아니지만. 괜히 짐짓 너를 눈치껏 살펴보고 나즈막히 불러본다.) ...저, 저기...
버트 크린스:(네가 부르는 소리에 천천히 미소를 지어보였다. 신경쓰고 있던 부분에 대한 오히려 반사적인 행동이었던 듯 입을 벌렸다) 네, 뮤니아. 이제... 끝났네요.
단델 뮤니아:아, 아니... 네. 그러, 네요. 어울, 려 주셔, 서 감, 사해요. (어울려 주다니. 말을 해도 꼭 이렇게 밖에 하지 못하는걸까. 차라리 도와줘서 고맙다고하지. 조금 힘들게 몸을 일으키고 한참을 제 다리 위에 떨어진 그 꽃을 바라보기만 했다. 저기, 버트. 말씀대로 이제 끝이에요. 나, 이대로 이걸 잡고 소원을 빌어도 괜찮을까요? 이런 개인적인 감정이 담긴 행위까지 하며 얻어낸 꽃을 잡고 소원을 비는게? 마지막이 되어서 괜히 심성이 비틀렸다.) ...안, 물어요? 나, 한테 뭐든... 그냥, 다...
버트 크린스:...괜찮아요, 뮤니아. 결국 제 곁에... 있어줄거잖아요? (자연스레 네 시선을 쫓아 희게 피어난 꽃을 바라봤다. 너와 내가 피어낸 꽃이다. 그 빛이 자꾸만 시선을 끄는 것 같았다. 솔직히 걱정되지 않는다면 거짓이었고, 두렵지 않다면 허세였을 것이다. 다만, 처음부터, 아주 시작부터 결심했던 일이니, 괜찮을거란 막연한 생각이 한구석에 피어났다.) ...우리에겐 아무 일 없을거에요, 하고싶은대로 해줄래요?
단델 뮤니아:...네, 그럼, 요. (물론이지. 나는 애초에 너를 보기 위해서 그 일도 다 마다하고 결국 돌아온거니까. 몇 번을 생각해도 나는 참 제 일 밖에 모르는구나. 그 신념 자체엔 되려 자신감 마저 느끼지만 너와 엮이면 뭐든게 이상해져. 여전히 크게 눈망울진 눈물이 떨어졌고 치마와 다리 위로 떨어졌다. 어차피 시작한 일은 끝내야 한다. 두 손으로 조심히 받쳐 흰 꽃을 받아서 들었고 자신은 뻔뻔하게 웃음 지었다. 눈물과 당당한 미소 짓기는 나의 매력이자 큰 장점이었으므로.) 나는, 난, 나는요... 소원은, 요. 다른, 세계의 버, 트가... 행복, 하길 바라요. 바, 라지 못한, 걸, 이뤘, 으면 좋겠, 어요. 나는 그걸, 위, 해 여기까지, 온거, 에요. 너무, 몹쓸, 말을 하, 고 왔으니까. 행복, 하기를 바래.
뮤니아는 단 하나의 소원을 입에 담았습니다.
간절한 소원과 함께 꽃잎을 건드리자 그것은 빛처럼 산산이 부서집니다.
흩날리고, 흩날리고, 흩날리며……
예식장의 그 어떤 조명보다 환하게 빛납니다.
모든 빛무리가 당신을, 당신의 버트를 축복하듯 따뜻하게 흩어집니다.
누군가를 위한 소원이란 이토록 아름다운 걸까요.
그렇다면 왜, 이토록 아름다운 장면을 두고…… 눈물이 나는 걸까요?
똑, 똑.
꽃의 목이 꺾일 때처럼 소리 없이 떨어진 눈물들은
뮤니아의 웨딩드레스를 적시는 대신, 흰 레이스 위를 구르고 달려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깨지지 않고, 투명하게 빛나는 그것들은……
익숙한 것입니다. 천일화의 씨앗이네요.
바닥에 동그라니 떨어진 씨앗은 천천히 움직여, 누군가의 발치에 닿습니다.
어느새 문가에 선 낯선 사람이 허리를 굽혀 그것을 줍습니다.
“흔치 않은 경우군요.”
그는 두 개의 씨앗을 내려다보고, 당신에게 시선을 돌립니다.
“욕심이 많으신가 봅니다.”
씨앗 하나를 상자에 담은 낯선 사람은 천천히 다가와, 하나의 씨앗을 당신의 손에 쥐여줍니다.
“결혼 축하드립니다.”
건조하기 짝이 없는 축하 인사와 함께.
손바닥 위에 놓인 씨앗은 처음처럼, 어떤 더러움도 모르는 양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세상의 그 어떤 진주, 다이아몬드보다도 선명하고 선연하게.
버트와 뮤니아의 시선이 교차하고,
“신부님! 준비되셨나요? 곧 하객 도착할 시간이니 준비하세요.”
두 사람의 침묵을 깨뜨린 웨딩 플래너가 수선을 떨며 들어옵니다.
함께 있는 두 사람을 보곤, 사이가 참 좋다며 흐뭇해하는군요.
눈을 깜빡이면,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와 있습니다.
손에 쥔 부케의 꽃잎도, 공들인 화장이나 머리 모양도, 신부 대기실의 모든 광경마저!
낯선 사람이 오기 전의 그대로입니다.
눈물을 흘린 흔적도 남지 않았네요.
웨딩 플래너는 검은드레스의 치맛자락을 펼쳐주며 묻습니다.
모든 것이 마치, 꿈이었던 것처럼.
“표정이 왜 이렇게 안 좋으세요? 많이 긴장되시나요?”
오직, 손안의 작은 씨앗이 모든 현실을 증명할 뿐입니다
익숙한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서성이더니,
낯익은 하객들이 하나둘 축하의 말을 던지고,
기쁨의 인사를 건네러 옵니다. 결혼식은 점점 가까워져 옵니다.
버트의 손을 잡고 흰 카펫을 밟습니다.
꽃을 엮어 세운 아치문을 지나고, 축복하는 시선 사이를 거닐면
길 끝에는 두 사람을 위해 결혼의 증인이 되어줄, 주례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장 순결한 맹세를 바칠 시간입니다.
그가 묻습니다.
“신랑은 평생토록 신부를 사랑하며 아낄 것을 맹세합니까?”
버트는 기꺼이 대답합니다.
버트 크린스:네, 맹세합니다.
그가 다시금 묻습니다.
“신부도 평생토록 신랑을 사랑하며 아낄 것을 맹세합니까?”
당신의 대답은 비워두도록 하겠습니다.
직접 당신의 입으로 맹세해주세요.
그것이야말로 뮤니아와 버트가 바란, 가장 간절한 소원으로 이루어질 테니.
오늘은 5월, 사랑스럽도록 화창한 날.
뮤니아의 결혼식은 세상에서 가장 환하고 아름다운, 빛으로 가득한 순간 속에서 펼쳐졌습니다.
더할 나위 없는 해피 엔딩이었어요.
뮤니아도, 버트도 이제 오래오래, 행복하겠죠.
아, 물론 또 하나의 버트도 말이에요.
멀리서 그의 행복을 빌어줍시다.
그것은 어떤 형태로든, 분명히 이루어질 테니까.
당신이 피워낸 행복의 다발이 그에게 닿기를 바랍니다.
누군가 외칩니다.
“자, 부케를 던져주세요!”
END D. May Merry Marriage
버트, 뮤니아 생존
:보상 : 세 사람의 해피 엔딩, 천일화의 씨앗
천일화는 한 번 들어준 사람의 소원은 또 들어주지 않지만, 상관없잖아요. 뮤니아, 당신은 버트의 가장 간절한 소원이며, 버트 또한 당신의 가장 간절한 소원일 테니까. 기도하고 바라지 않아도 당신의 행복은 이미 아치 너머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