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C
작성일
2020. 9. 10. 03:29
작성자
굔정뱅이
gyun0 (GM):오시면 버트 캐입으로... 뭐라하냐 이모 화이팅 해줘
 
버트 크린스:(웃기다 이모... 저 왔어요... 오늘도 잘 부탁해요...) 이모 화이팅!
 
gyun0 (GM):아이구 왔니 우리 사위? 가자!
 
버트 크린스:(가자!)
 
gyun0 (GM):아 잠만(ㅋ)
 
버트 크린스:넹(얌전ㅎ)
 
gyun0 (GM):진짜됐다 가자!!!!!!!!

 

2020.08.31 [뮤트] 여름, 꽃,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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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8.31 PM 9:04~
 
[뮤트] 여름, 꽃, 우울
 
 
당신은 눈을 뜹니다.
 
방과 후, 아무도 없는 교실입니다.
 
지금 시간은 7시 23분.
 
창에 쳐진 커튼에 노을의 붉음이 베여 있습니다.
 
바람에 흔들린 커튼이 스치는 소리만이 들려옵니다.
 
그에 따라 붉은빛이 일렁이며 어두침침한 교실 안으로 흘러듭니다.
 
깜빡 잠이 들었나 봐요.
 
슬슬 집에 돌아갈 시간인데,
 
그는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요.
 
그때, 당신의 전화기가 요란하게 울립니다.
 
그의 전화입니다.
 
받을까요?
 
버트 크린스:(언제 잠들었지... 겨우 정신차린 듯 얼굴 한 번 쓸어내리고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를 받아봅니다. 뮤니아?)
여보세요?
 
잠시 침묵이 이어집니다.
 
작은 바람소리만이 당신의 귀를 간지럽힙니다.
 
그리고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
 
"...있지, 있잖아. 나… 버, 트를 진짜 좋아, 해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우리…”
 
다시는 만, 만나지 말아요..."
 
툭, 전화가 끊어집니다.
 
커튼 너머로 사람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갑니다.
 
방향은 아래쪽.
 
누군가 추락합니다.
 
눈 깜짝할 사이였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였습니다.
 
그리고 들려오는 둔탁한 충격음.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만큼 아무렇지 않게,
 
무심하게 들려오는 소리였습니다.
 
평화롭게 흔들리는 커튼,
 
이마를 간지럽히는 산들바람,
 
아찔할 만큼 붉은 노을의 색채…
 
그가 사라진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흘러갑니다.
 
▲△▲△▲△▲△▲△
 
2019년 8월 31일,
 
그 달의 끝자락.
 
그렇게 너는 순식간에 나의 인생에서 사라졌습니다.
 
 
당신은 눈을 뜹니다.
 
공기가 불쾌하게 호흡을 방해하는 것만 같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에 눈이 따갑습니다.
 
오늘은 그의 기일,
 
그 아이가 사라진 지 딱 1년이 되는 날입니다.
 
BGM : kaleido
 
:당신의 방에는 침대, 책장, 책상이 있습니다.
 
버트 크린스:(조금 무거운 마음으로 눈을 뜬다. 꽤 많은 시간이 지났고, 바쁘게 살았다지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이 우울한 감정을 어쩔 수 없을 것 같았다. 침대에서 일어나 이불정리 겸사 겸사... 살펴봅니다.)
 
:당신이 깨어난 침대입니다.
이불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습니다.
침대 위에는 당신의 휴대전화가 충전되어 있습니다.
 
버트 크린스:(이불 탁탁 펼쳐 정리해놓음. 충전된 휴대전화를 무심결에 켜봅니다. 현대인의 필수품...)
 
:휴대전화의 오늘 일정에 '납골당 방문' 알림이 떠 있습니다.
 
버트 크린스:(......알림을 끄고, 핸드폰을 든 채 책상으로 향합니다. 잠시 올려놓고 살펴봅니다. 어쩐지 조금 멍한 기분이라...)
 
:책상 위에는 달력과 메모지 한 장빈 편지지가 놓여 있습니다.
 
버트 크린스:(달력을 확인합니다. 여기에도 같은 내용이 적혀있으면... 잔인하게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날짜에 '그 애의 기일'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같은 내용입니다.
 
버트 크린스:(어느정도 시간이 지난일이니 그저 착잡한 기분이면 될텐데, 왜 새삼스레 이렇게 서러워지는지... 당연하게도 널 만나러 갈테지만, 오늘이 오지 않았으면 했다. 그 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다시는 듣지 못할 목소리가 기억속에 선연하다. 달력을 내려놓고 메모지를 확인합니다.)
 
:납골당의 주소와 가는 방법이 적혀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한 번 환승해야 합니다.
 
버트 크린스:...(메모지를 접어 핸드폰이랑 함께 챙겨둡니다. 아무리 슬프고 싫어도, 오늘은 꼭 보러가야 하니. 빈 편지지를 들어봅니다. )
 
:제일 위에 뮤니아에게. 라고 글씨가 적혀 있습니다.
그에게 전할 편지일까요.
 
방을 확인하는 버트, 지능 판정 합니다.
 
버트 크린스:(편지지 잡고 잠시 멍하니 내려보다가... 생각에 잠깁니다...)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맞아, 당신은 그의 납골당을 방문할 계획을 세웠었죠.
분명 어젯밤에 가는 길을 알아보다 잠들었습니다.
왜일까요, 불과 하루 전의 일일 텐데.
아주 오래된 기억처럼 느껴집니다.
 
BGM : Almost New
 
...
 
당신은 등교 중이었습니다.
 
푸른 하늘과 아무렇지 않게 흐르는 구름.
 
눈이 따가울 정도로 내리쬐는 햇빛과 지면에서 올라오는 후끈한 열기.
 
어디선가 들리는 매미소리.
 
그 아찔한 푸름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봤던 것도 같습니다.
 
듣기 판정 합니다.
 
버트 크린스: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요란한 매미 소리 사이로 들려오는 누군가의 다급한 발소리를 듣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그가 얼굴이 빨간 채 헐레벌떡 당신에게 뛰어옵니다.
 
당신의 눈앞까지 달려온 는 헐떡이며 숨을 고릅니다.
 
땀방울이 의 턱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단델 뮤니아:버, 버트! 저 여, 여기.. 여기있, 있, 있어요… 우엑… 아, 아까 저기에서부터 부, 불렀는데 대, 대답을 안… 우에엑… (눈 앞이 빙글빙글 돌아서 헛구역질 하며 주저 앉아)
 
버트 크린스:...뮤니아? (부자연스럽다. 네가 내 앞에 있는 것도, 잔뜩 더위에 지친 얼굴로 내 이름을 부르는 것도... 그저 어느 기억속의 일부같았다. 이상하지. 오늘은 네가 너무 보고싶어 꿈이라도 꾸는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애써 아무렇지 않게 눌러담고 싶어지는 마음이라, 허리를 숙여 주저앉은 네게 손을 내밀었다.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 모르겠다. 어쩐지 웃을수가 없어서. 아무렇지 않게 말할수가 없어서.) ...미안해요.
 
단델 뮤니아:어... 네? 네네, 네. 아니, 못, 못들었을 수, 도 있죠. (다짜고짜 사과라니? 영문을 모르겠지만 불렀는데 알아채지 못했단 점에 대한 사과이겠거니 했다. 그것말고는 사과할 내용이라던가 일이라던가 전혀 없었으니까. 급한 숨부터 몰아 내쉬고 멋쩍게 히, 웃는다.) 그러니까 괜, 괜찮아요. 많이 덥, 죠. 요즘 더 그렇, 네요. 아침부터 매, 미소리가 다 들리구...
 
버트 크린스:(멋쩍게 웃는 모습을 보니 조금 마음이 가라앉는다. 아, 네 반응을 보아하니 이건 정말 현실이 아닌가보다. 그 날 이후 늘 느껴온 기분이라 몰랐는데, 이제 어렴풋이 알겠다.) 그러게요, 많이 덥죠? 좀 진정되면 다시 걸어요. 뛰느라 힘들었겠어요. 자, 손. (진짜같은 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꿈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슬퍼, 여전히 웃지 못하는 낯으로 손을 내민다.)
 
단델 뮤니아:아... 손. (그러고보니 다리가 뜨거운게 주저 앉아 있던 탓이었지. 아침이라 다행이야, 그렇지 않았다면 화상이라도 입었을테니까. 그렇지 않아도 검은 머리라 햇빛을 잘 받는데 한 번 목 뒤로 시원하게 넘기면 그제서야 네 손을 잡았다. 그런데 왜 저런 얼굴인지 자신으로서는 알 수 없어서 그냥 평소 눈치를 잘 보는 아이처럼 밑에서 네 낌새를 살폈다. 더운가? 역시.. 날씨 탓인가? 허공에 대고 손을 휘젓는 기분은 정말 기분 탓이었음 좋겠어. 다리를 탈고 안절부절했다가 그대로 깍지를 끼며 잡았다. 에잇...) 나, 나 이제 괜찮아...
 
버트 크린스:(날이 더워 다행이다. 그 감각마저 느껴지는 꿈이라 다행이다. 이제는 다소 흐려졌지만 오늘은 네가 꿈에 나온 덕에 이 온기도, 네 얼굴도 선명히 기억난다. 참으로 다행인 일이지. 그제서야 겨우, 옅게나마 웃었다. 네 잘못이라고는 없는 걸.) 다행이다, 자. 갈까요? 이러다 지각하겠어요. (지금이라도 잡은 그 손에 힘을 실어 일어나도록 도왔다.)
 
단델 뮤니아:헤... (역시 좋다. 집은 싫고 날씨는 더워도 이렇게 너랑 있으면 그런 것들은 한 줌의 것이라고 밖에 생각들지 않으니까.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 머리를 털고 다리를 털고 교복 치마도 털었다. 네 도움으로 일어나면 그 옆에 나란히 서서 걸었고 햇빛에 눈을 찡글이는게 다였을 정도로 눈이 따가웠다.)
 
:햇빛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그 아래를 걷고 있는 두 사람의 얼굴에 땀이 맺힙니다.
달콤한 향이 나는 것 같아요.
그래, 분명 너는 이렇게 나와 길을 걷고 있어야 하는데.
올해의 여름에도 내 곁에 있었어야 했는데.
 
너는 어째서,
 
… …
 
눈을 깜빡이는 순간, 풍경이 뒤바뀝니다.
 
당신이 있는 곳은 집 앞.
 
여전히 푸른 하늘에 아무렇지 않게 구름이 흐르고 있습니다.
 
여전히 요란한 매미소리와 간간히 지나가는 자동차의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줄지어 선 가로수의 잎들.
 
화롭게 흘러가는 여름의 풍경입니다.
 
환각이라도 본 것일까요?
 
:주위를 살피면 벤치와 버스노선표가 보입니다.
당신은 벤치에 앉아 있습니다.
 
버트 크린스:(오늘따라 멍하다. 힘들어서 그런가... 네가 많이 보고 싶어서 자꾸 깜빡 깜빡 정신이 나가는걸까? 곧 만나러 갈테니까. 그러고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어. 발끝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버스 노선표를 먼저 확인합니다.)
 
:이곳에 오는 버스들이 적혀 있는 노선표입니다.
당신이 타야 하는 버스도 있네요.
그걸 타면 그의 납골당으로 갈 수 있습니다.
아래 기둥 쪽에 주인 없는 자전거가 묶여 있습니다.
꽤 긴 시간 동안 묶여 있었는지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습니다.
군데군데 녹이 슨 부분도 보이네요.
 
:그러고 보니, 그 아이도 자전거를 가지고 있었죠.
사실 혼자가 아니라 누구를 태우거나 그러면 잘 타지도 못하면서 갑자기 꽂혔다나.
주인이 사라진 너의 자전거도 저렇게 아무렇게나 묶여 있을까,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해봅니다.
 
버트 크린스:(자전거를 조금 쓸쓸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저렇게 낡은 모습으로 이런 곳에 세워두고... 얼굴모를 주인이 조금 원망스러워지는 기분도 들었다. 다시 발 끝으로 시선을 돌리려던 찰나 문득 벤치에 시선이 닿는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앉아 쉴 수 있는 벤치입니다.
조금 낡아 있습니다.
그리고 괜한 일 탓인지 자전거에 눈이 갑니다.
그와 같이 그 자전거를 탄 적도 있었습니다.
작년 여름이었죠?
그때, 그는…
 
BGM : Cherry Blossom
 
그는 갑자기 자전거를 끌고 나타났습니다.
 
들뜬 듯 자전거를 끌고 당신에게 조잘거리며 자랑을 합니다.
 
단델 뮤니아:이거 어, 어때요? 사실 자, 자전거는 잘 안, 타는데. 근데 주말에 시내에 갔더니 너무너무 예, 예쁜 자전거가 있, 있어서 충동구, 구매 해버렸어요… 여기 바, 바구니도 달렸구, 영화에 나오는 자전거 같, 같죠? (쑥스러운데 자랑하고 싶긴 한건지 자기 닮은 쬐끔한 자전거 보인다.)
 
버트 크린스:(어째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를 반복한다. 제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이 오늘따라 더 잔인하지만, 그게 너라면 기꺼이 의식을 맡겨본다. 그러는 쪽이 더 편할 것 같아.) 자전거... 뮤니아 닮았어요. (어째 쬐꼬만 자전거를 바라보며 바구니 안도 살펴보고...) 잘 어울려요, 예쁘고요. 타봤어요? 저한테 제일 먼저 자랑한거에요? (좋다고 뽀르르 끌고나온 모양새가 귀여웠다. 그랬던 것 같다.)
 
단델 뮤니아:제, 제일 먼저 자, 랑... 하러 온... 거에... 요오오... (신나서 떠벌거리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지극히 창피한 일 아닌가? 아니 무슨 좋아한다고 자랑할 일 있어? 스스로에게 울음이 나서 글썽거렸다가 반대로 삼킨 채 다시 자전거 머리를 쭈욱 내민다.) 트, 특히 눈이 쨍, 할 정도의 채, 도 높은 보라색... 정, 정말로 날 위한 거, 라고 생각해서. 그, 그 자리에서 바로 현, 현금으로 샀어요... (수줍게 엄청난 말도 던지고)
 
버트 크린스:(그 때의 나는 그 사실이 기뻐서 한참을 웃었던 것 같다. 너와 꼭 닮은 자전거를 끌고와 자랑하던 모습이며 수줍은 표정이 한결같이 사랑스러워서. 꼭 그때처럼 웃는다. 그럴수록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는건 기분탓이겠지.) 영광이에요. 잘 타게되면 저도 태워줄 수 있어요? 뒷자리에 타는 건... 많이 미안할 것 같지만... 뮤니아랑 똑 닮은 자전거라 특히 더 그럴 것 같지만...(어쩐지 완성되지 않고 허공으로 흩어지는 말이다.)
 
단델 뮤니아:(웃었다! 네가 웃는 모습 하나에도 어찌나 기분이 좋고 날아갈 것 같던지. 삼켰던 눈물이 다시 날 것 같았다. 너는 정말정말 상냥하고 다 받아주어서, 그래서... ...아니. 여기까지만 하자. 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전거 안장에 먼저 앉아버리면 타이밍 좋게 바람이 조금 불었던 것 같았다.) 거, 걱정마세요. 저... 잘, 잘타요! 태워, 줄 수도 있어요. (거짓말이지만.) 넘어지고 그, 그런거 안하니, 까, 그러니까 타, 셔도 좋아요. (뒤로 보이는 목이나 귀가 빨갛게 되어있는게 보였을 터였다. 그건 아마 여름의 무더위 때문이라고 착각하길 바랬다. 스스로를 포함해서.)
 
버트 크린스:(문득 부는 바람에 네 검은 머리카락이 날리는게 눈에 담긴다. 온전히 내가 담는 시야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 뜨겁게 내려앉는 더위가 아니었다면 정말 울었을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빨갛게 물들어있는 뒷모습을 바라본다. 아니 떠올린다. 조금 충동적으로 네 뒤에 탑승했다. 아무렇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럼... 믿어볼까요. 저... 이거 자전거가 조금 작아서. 꽉 잡아도 돼요? (묘하게 붙어 앉자, 네 온기가 선연하고, 어쩐지 그 향기마저 가득한 기분이라.)
 
단델 뮤니아:아... (그러고보니 나한테 맞춰 산거나 다름없었지... 자기야 원체 작았고 전부터 크질 못했으니 네 생각을 하지 못했음에 나아졌던 부정적 감정이 열기와 함께 밑에서 올라왔다. 이미 말은 이어진지 오래고 허락도 받아내어 취소할 순 없었겠지만 조심해서, 조심해서 타자. 다행이다.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조금 낑낑거렸던 것도 같았지만 결국 새 자전거답게 매끄럽게 흘러갔고 더운 바람을 이마에 맞았다.) ...어디까지, 갈까요? 위, 위험하지만 않으면 계속... 갈 수 있을텐데.
 
버트 크린스:...괜찮은걸요. 꽉 잡으면 아무 문제 없을거에요. (처음엔 어색하게 안장을 꽉 붙잡았던게 기억난다. 그 다음엔 어정쩡하게 네 어깨위에 손을 올렸고, 그 다음에서야 겨우 네 허리를 조심히 안았던게 기억난다. 자전거를 밟느라 네 온기는 더 오르기만 하고, 나는 그게 또 걱정스러워 네게 손부채질을 한다. 기억인지 꿈일지 모를, 그럼에도 현실은 아닐 상황이 반복된다.) 음... 새 자전거로 달려보고 싶은 만큼이요. 걱정말고요! (무심결에 네 등에 이마를 기대었다. 네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린다. 이것도 기억속에 있던 일인지 나는 이제 제대로 알 수 없었다.)
 
:그는 당신을 뒤에 태우고 페달을 밟습니다.
갑자기 출발한 반동 때문일까요, 혹은 등뒤로 닿은 누군가의 탓일까요.
괜히 안장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마에 맺힌 땀을 식혀주는 기분 좋은 바람.
턱을 따라 흘러내리는 땀방울
페달이 돌아가고, 작은 자갈들이 바퀴에 짓눌리는 소리.
 
:그 사이로 그의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분명 너는 울음 너머로 환하게 웃고 있었겠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래.
그랬을 겁니다.
꽃향기와 같은 달콤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히는 것만 같습니다.
옆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이 아득하게만 느껴지고, 당신은...
 
...
 
덜컹거리는 충격에 당신은 퍼뜩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당신은 어느새 버스를 타고 있습니다.
 
시야에 가득하던, 빠르게 스쳐 지나가던 풍경들이 창밖으로 비칩니다.
 
당신에게 버스를 탄 기억은 없습니다.
 
기이한 현상… 에, 버트. 이성 판정 합니다.
 
버트 크린스: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
 
버트 크린스:(오늘은 정신을 놓은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더위도, 깜빡거리는 기억들도 설명되지 않는 걸. 미련하게도 나는 이런 상황에 놓여서도. 널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들을 잠시 멍하니 바라본다.)
 
:풍경이나, 버스 안을 살펴도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잠시 덜컹거리는 버스에 몸을 맡기고 있으니, 당신이 내려야 할 정거장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옵니다.
버스에서 내리면 벤치와 노선표가 있는 작은 정거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당신이 탈 버스가 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남은 것 같아요.
슬슬 정오가 다 되어가는 시간입니다.
태양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도로는 달아올라 아지랑이가 피어납니다.
 
:제멋대로 일렁거리는 공기의 흐름. 온 세상이 녹아내리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그런 왜곡된 풍경을 멍하니 바라봅니다.
그때도 그와 이런 풍경을 보았죠.
수업이 일찍 끝나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습니다.
해가 한창 열기를 과시하고 있을 때 즈음.
일렁이는 아지랑이에 눈앞이 온통 하얘질 만큼 아찔했습니다.
 
:현기증에 세상이 핑 도는 것만 같았어요.
그리고,
 
BGM : Groundwork
 
누군가 당신의 눈앞에서 손을 흔듭니다.
 
하얗게 변해가던 시야 한가득 그 손짓이 담깁니다.
 
그의 손입니다.
 
단델 뮤니아:…요, 요즘 자주 멍, 멍하게 있, 으시네요. 역시… 날씨가 덥긴, 덥죠. 눈, 눈 앞이 가끔 어질어질, 해요.
 
:한없이 맑게 웃으며, 그 아이는 말했습니다.
 
단델 뮤니아:아와, 아와아아아, 아아아, 아, 아이스크림.. …
 
:그 말에 손을 바라보니, 당신이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이 녹아 흐르고 있습니다.
 
버트 크린스:(자주? 그랬던가... 네 말에 정신이 든 듯 눈을 깜빡인다. 뭐라 하기도 전에, 무슨 상황인지 알아채기도 전에 아이스크림이라는 말에 놀라 서둘러 입에 물어보고는) 아.. 다 녹았어요...(아이스크림을 입에 문 채 조금 새는 발음으로)
 
단델 뮤니아:(귀엽네. 아니 나도 정말 무슨 생각을? 걱정을 해야지 감상을 하고 앉아 있어, 증말! 머리 부르륵 털고 가지고 있던 티슈 명 장을 네게 쥐어준다.) 조, 조심하도록 해요. 날도 덥고, 음식도 빨리 빨리, 녹고, 상, 하는 때니까...
 
버트 크린스:(티슈 몇장 받아서 손에 묻은 아이스크림 닦아냄... 어째 반복되다보니 이런 것도 익숙해진다. 네가 곁에있는게 당연해질까 두렵지만, 그건 조금 더 후의 일인듯, 아이스크림 수습부터 끝내고는) 고마워요... 멍때리고 있었나봐요. 오늘은 유독 더워서... 빨리 실내로 들어가는게 좋을지도요?
 
단델 뮤니아:으응, 그럴수도, 있, 으니까... 오늘 수업, 도 힘들었, 고... (이건 내 머리가 나빠서 그런 걸지도 모름?) 너무 더워서, 뭐라도 사, 서 가자고 했, 지만 역시 날씨가 더, 운건 방과후도 똑같, 같네요. 얼른 풀, 풀렸으면 좋겠다... (크흥...)
 
버트 크린스:(아, 그래서 아이스크림 먹으며 하교하던 길이었나? 어쨌든 손에 들려있으니 남은 아이스크림 먹어치우며...) 여름도 좋지만... 역시 오늘은 너무 더운 것 같아요. 뮤니아는 괜찮아요? (그러고보니... 검고 풍성한 머리, 엄청 더울 것 같아 늘 걱정이었지. 네 머리위에 손을 살짝 얹어보며)
 
단델 뮤니아:아, 으응. (사실 몇 번 현기증이 났지만 애써 말할 필요는 없지... 자기도 손에 들릭 포도맛 아이스크림 먹다가 작은 그늘에 올려다보고) 아, 그, 고... 고맙습... 니... ...다... (순간 덜컥거렸다가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 조금 머뭇거린다.) 굳, 굳이 안... 안그러셔도 괜... 찮아요... 으응.
 
버트 크린스:(이렇게 더웠던가... 새삼스레 기억을 더듬다가 덜걱이는 모습에 조금 웃으며 이번엔 검은 머리를 폭... 가볍게 눌러본다. 어쩐지 뜨거울 것 같았다. 너무 더운 날씨 때문인지 충동적으로 살살 눌러보나...) 오히려 일찍 끝나서 가장 더운 시간에 나와버렸나봐요. 그래도 모처럼 뮤니아랑 밝은 날에 하교하니까... 좋아요. (굳이 떠올리지 않기로 한다. 그냥 이대로 흘려보기로 한다.)
 
단델 뮤니아:에. (슬슬 현기증이 나려고 하던 참에 머리가 무거워져서, 그래서 그런 핑계로 마냥 바닥만 보고 있었다. 당연히 머리카락은 뜨겁다못해 답답할 정도로 후끈했고 덩달아 눈밑도 시큰거렸다. 못됐어... 진짜, 진짜로 못됐어. 나만, 역시 나만 그런거라고 뭔가가 속으로 단정지었다.) ...응. 나도. (얼른 눈을 질끈 감고 그대로 흘려보냈다. 눈물이 날 때 티를 내지 않으려면 차라리 그대로 흘려보낸 뒤에 그냥 말리는 것이 낫다. 어렸을 때 발견한 일종의 버릇이자 깨달음이었기에 몇 번이나 눈꺼풀을 깜박거리고 그 주변을 말렸다. 삐뚤하게 머리를 들고 눈이 마주치면 그제서야 웃는게 가능했고.)
...더 덥기, 전에... 집으로 가요.
 
버트 크린스:...다행이에요. (중얼거리듯 대답한다. 문득 그런 네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 날의 오후가 떠오른다. 조심스레 손을 거둔 것도 그 때문이었을까. 손에 잡힌 열기는 가득하지만 곧 흩어진다. 그 날에, 예전의 어느 순간에 솔직하게 말이나 해볼 걸. 작은 후회를 잠시 품었던 것 같다. 삐뚤하게 마주치는 네 시선이 조금 젖어있다는 걸 눈치챈다. 이상하게도 그 눈물에 의문을 품고싶지 않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는게 좋겠어요. 힘들어도 조금 빨리 걸을까요?
 
단델 뮤니아:응. (잘 숨겼구나. 적어도 자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그러길 바랬을지도 몰라서 그러기로 했다. 거짓말을 못할 지언정 알아보는건 빨랐으므로, 가끔 이것은 자신을 표현하는데에 있어 방해를 주곤 했다. 이제와서는 이미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일이지만. 손이라도 더 잡아볼까 했지만 그것도 곧 그만두었고 몇 발자국 먼저 앞서서 걸었다. 이미 아이스크림에 끈적해질대로 끈적해진 손이 기분 나빴고.)
 
버트 크린스:(빨라지는 발걸음이 눈에 들어온다. 네 걸음을 뒤쫓는거야 보폭차이를 생각하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나는 어쩐지 그렇게 앞서나가는 네 어깨가 무거워보인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멍하니 서서 바라본다.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내게 계속 보여지는 상황들이 잔인하다. 처절하도록 잔인하지만, 네가 그런 선택을 한 이유를 알 수 있지 않을까. 그제서야 발걸음을 옮겼다. 조금 급하게 네 손을 잡았다. 햇살에 덥고 끈적이는 손이 맞닿으면 다시는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버트, 지능 판정 합니다.
 
버트 크린스: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어라.
그가 저런 말을 한 적이 있던가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 후 시선이 한 번도 마주치지 않은 채 길이 갈리는 갈림길.
그와 헤어져야 할 시간입니다.
내일 또 봐요,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선 순간.
 
:당신은 또다시 현기증을 느낍니다.
그 해의 여름에는 빈혈이 유독 자주 왔었죠.
타는 것 같은 목과 머리로 피가 쏠리는 느낌.
어지럽게 일그러지는 시야.
눈앞이 하얗게 물드는 것 같았습니다.
어...?
 
:갑자기 한 쪽으로 쏠리는 무게 탓에 그가 당신을 발견하고 돌아봅니다.
눈을 동그랗게 뜬 그의 모습과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당신은…
 
"... 생"
 
"학생!"
 
퍼뜩, 정신을 차려보니 눈앞에 버스가 멈춰서 있습니다.
 
납골당으로 향하는 버스입니다.
 
버스기사가 혀를 차며 말을 이어갑니다.
 
"안 탈 거야? 날도 더운데 왜 거기서 자고 있어? 더위 먹으려고 그러지."
 
그래, 더위라도 먹은 게 틀림없습니다.
 
이미 죽은 너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는 것도,
 
그 기억이 그렇게나 생생한 것도.
 
더워서 헛것을 보는 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잖아요.
 
전부 다 여름이 너무 더운 탓입니다.
 
전부 다 여름이 너무 더운 탓입니다.
 
당신이 버스에 올라타면 버스는 출발합니다.
 
덜컹거리는 차체와 그에 맞추어 흔들리는 손잡이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
 
반짝이는 먼지 입자.
 
그 모든 것이 마치 꿈속처럼, 몽롱하기만 합니다.
 
종점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오고, 버스가 천천히 정차합니다.
 
버스에서 내리면 납골당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정오에 가까운 시간.
 
여전히 날씨는 찜통 같습니다.
 
당신의 눈에 납골당 앞에 위치한 꽃집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깥에 놓인 꽃들도 뜨거운 열기에 축 처져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에게 전할 꽃을 사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꽃집 안으로 들어서면 주인이 반갑게 맞아 줍니다.
 
여러 종류의 꽃들이 놓여 있습니다.
 
버트 크린스:(조금 멍한 낯으로 꽃집에 들어섰다. 오늘은 정말 이상한 날이다. 그리고 오지 않았으면 했던 날이다. 놓여있는 꽃들을 살펴본다. 네가 뭘 좋아해줄까.)
 
:그 아이는 무슨 꽃을 좋아했더라.
자기 입으로 뭔가 좋다고 한 적은 없는데.
고민하던 찰나에 한쪽에 놓인 보라색 제비꽃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요, 분명 이 꽃을 좋아했을 텐데.
언젠가 그가 했던 말은…
 
 
단델 뮤니아:"...제비꽃, 싫네."
 
:툭 던지듯이 그 아이가 말했습니다.
이상하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일 좋아하는 꽃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냥 색이 좋아서, 단지 그런 단순한 이유로.
점심시간의 옥상이었습니다.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는 평화로운 풍경.
아래에서는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기분 좋게 부는 바람에 삐쭉거리고 꽉 묶은 그 아이의 머리카락이 살랑거리고…
꽃향기가 나는 것만 같습니다.
 
단델 뮤니아:(끄응...) 역시, 덥죠. 괜히... 올라왔을지두... (원래도 소식이지만 그닥.. 먹지 않으며)
 
버트 크린스:...제비꽃이 왜요? (살랑이는 머리카락에 다시금 널 마주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오히려 지금이 현실이라면 좋을텐데. 그간의 시간이 꿈은 아니었을까. 그럴 수는 없는걸까. 이제는 제법 익숙하게 그런 네 모습을 보며 웃었다.) 그래도 여기선 둘이 먹을 수 있어 좋은걸요. 입맛이 없어요? 더워서 그런가... (좀처럼 먹지 않는 모습에 걱정스레 묻는다.)
 
단델 뮤니아:아, 으응... 그냥. 별... 이유는 없구요. (그냥 그려려니 넘겼다. 이 정도 거짓말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둘러대면 그만이었으니까. 점심도 도시락이 아니라 빵 하나에 우유지만 돈이나 카드를 주는 부모와 가정한텐 뭐, 섭섭할 것도 없었다. 그나마 네가 걱정해주면 얼른 손을 저어내고 끝이지.)
으음... 아무, 래도 최근 조금... 그냥 평, 소처럼 더위에 약, 한 탓이겠죠. 이상... 하게 불같은건 서, 툴고 그래서요.
 
버트 크린스:그런가요? 보라색이 어울려서, 볼 때마다 뮤니아 생각이 났는데... 싫어하는거면 조심해야겠어요. (네가 좋다고 말하는 것이 드문만큼, 적어도 싫어하는 건 피하고 싶다. 그런 마음에서 뱉은 말이었다. 몇 입 물지 않은 빵을 잠시 바라본다. 제가 먹고있던 도시락도 잠시 내려본다.) ...어서 가을이 와야할텐데요. 많이 안좋으면 말해줘요. 이거라도 조금 먹을래요? 오후 수업때 배고프면 안되잖아요. (네게 과일 한조각을 내밀며)
 
단델 뮤니아:그... 으음, 음... (말하기 미묘한지 그냥 고개만 끄덕거리는게 다였다. 이것도 저것도 전하기엔 묘한 것들이라 싫다, 좋다도 명확하게 나눌 수 없었으니까. 물론... 지금은 싫은거 맞지만. 조금 기운없이 손부터 내리 흔들었다.) 아, 아뇨. 버트의 점심, 이고... 그래서 먹... 기, 는... ...좀... (그렇게 말한 주제에 내밀어준건 벌써 한 입 받아먹고 말았다. 헉, 하고 눈치챘을 땐 이미 늦은 뒤였고 그건 또 상당히 민망했다.) ....죄... 송... 합, 합니다. ...감사합, 니다...
 
버트 크린스:(저런 반응이면... 아무래도 언젠가 줄 선물로는 무리겠다 싶었다. 아, 그제서야 떠오르는 사실이 하나. 어차피 네게 직접 전해줄 수는 없을텐데. 나는 이 꿈에 꽤 익숙해 졌다는 걸 깨달아 버리고 만다. 그 탓에 잠시 멍하니 멈췄던가. 과일을 받아먹는 네 얼굴을 보고서야.) ...아, 저도 요즘은 더워서 그런지 조금씩 남게되더라구요. 괜찮아요, 조금 더 먹을래요? 전... 그 쪽이 더 좋은데. (그래도 네가 무언가 오물거리는 모습이라고는 보기 힘든 것인지라. 과일을 하나 더 내밀어봤다.)
 
단델 뮤니아:(어, 어어? 누가봐도 갈치를 못잡는 눈이 훤하게 보일 정도로 당황해서는 그대로 뻐끔거리고 대답이 이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해주는건 좋으나 이걸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스스로가 있어서 누가 뭐라고 한 마냥 부끄러웠다. 너는, 너는 그냥 걱정해서 그럴건데. 그런데도 자신은 네가 준 걸 받아먹는 수 밖에 없어서 또 한 입 먹어버리고 말았다. 과일은... 싫어하지 않지만. 오히려 가끔 밥을 먹기 귀찮을 때가 있어서 그런 의미에서 과일은 고맙지. 고맙지만 그 뒤로 말없이 오물거리며 먹는게 끝이었다. 함께 있는건 좋고, 그럴 때 마다 좋아져서 역시나 곤란한건 갈피 못잡는 마음 뿐. 누군가 알라줄리가 없었다.) ...우리... 내, 려 가요. (도망치는건 부끄럽지만 확실히 도움이 되는 선택지였다.)
 
버트 크린스:(솔직히 말하면 먹어줄 거라는 것 쯤 알고 있었다. 너는 늘 내게 호의적이었으니까. 내 부탁은 쉬이 받아들어주었으니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두려웠던 모양이다. 네가 좋다는 말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 기대한 말을 들을 수 없을까 두려웠던 모양이다. 네가 떠날 줄 알았다면 그러지 않았을거라 생각하는가? 모를 일이다. 어쩐지 네 말에 말문이 턱 막혀,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게 자신이니 말이다. 이상하지. 여전히 그런일을 겪고 난 뒤에도 네가 너무 소중하고 조심스러워. 이미 부서진 모습을 봐버린 나는 더욱 겁이 나. 그저 뒷모습이라도 붙잡고 싶어, 네가 잡아주길 기대하며 손을 내밀었다.) ...네, 내려가요.
 
:순간 타이밍 좋게 점심시간을 끝내는 종소리가 들려옵니다.
교실로 내려가야 할 시간이에요.
당신이 그에게 손을 내미는 순간.
그가 그 손을 잡으려고 내미는 순간.
당신의 다리 사이로 툭, 툭. 붉은 액체가 방울져 떨어지고, 바닥에 부딪혀 흩어집니다.
그가 당황한 듯 코를 붙잡고 있습니다.
 
단델 뮤니아:아… 코, 코피…
 
:그는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결국 웃어보였습니다.
이유는, 당신이 걱정할까봐.
꽃을 닮은 웃음이었습니다.
비록 채 고개를 들지 못한 봉우리 같은 꽃이었지만.
온 세상을 가득 메우는, 향기로운 웃음.
금방이라도 물거품이 될 것 같은 웃음.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아 눈을 깜빡이지도 못한 채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눈을 깜빡이는 그 순간,
 
 
당신은 퍼뜩 정신을 차립니다.
 
서 있는 곳은 꽃집 앞.
 
꽃을 산 기억은 없습니다.
 
또다시 일어난 기이한 현상.
 
이성 판정 합니다.
 
버트 크린스: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감소합니다.
 
당신의 손에는 어느새 꽃다발이 들려 있습니다.
 
너를 닮은 꽃. 네가 좋아하던 꽃.
 
너의 환한 웃음이 그립습니다.
 
납골당의 안치실에 들어서면,
 
줄줄이 늘어선 유골함이 보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이 좁은 공간에 꽉꽉 들어차 있습니다.
 
그중에, 그의 함이 눈에 들어옵니다.
 
너의 인생이 이렇게나 작은 곳에 담겨 있다고 생각하니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누군가 먼저 다녀간 것일까요.
 
유리 너머로 먼저 놓여있는 작은 꽃이 보입니다.
 
그의 어릴 적 사진도 놓여 있네요.
 
사진 속의 그는 우산을 들고 있습니다.
 
그는 비를 좋아했던가요?
 
아니면 싫어했던가.
 
사진에서 빗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습니다.
 
지면을 두드리는 소리가…
 
:눅눅한 공기와 발치에서 튀어 오르는 물방울들.
구름이 가득 낀 하늘에서 끊임없이 비가 쏟아져 내렸죠.
당신이 있던 곳은 학교 현관.
 
:우산을 깜빡 잊고 가져오지 않아 곤란하던 참이었습니다.
뛰어가야 할까, 고민하던 중. 누군가 당신의 옷자락을 당깁니다.
그입니다.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같이 쓰자는 듯 그가 들고 있는 우산을 내밉니다.
 
단델 뮤니아:우, 우산... 안, 안가져 오, 오셨으면 그, 그게... 같, 같이 쓰, 쓰고 가, 가... 가... 가... 가면 어떨, 어떨, 까... 하... 하구... (히꾹... 우산을 내밀지 않는 쪽의 팔로 가방 안에 뭔가 꾹꾹 집어 넣어)
 
버트 크린스:...(옷을 당기는 감각에 돌아보면 네가 시선 끝에 닿는다. 네가 있다. 언제나 그랬어야 했다.) ...그래도 괜찮을까요? 뮤니아도 젖을텐데...(얼떨결에 우산을 받아들었다. 가방안에 뭘 넣는거지? 어쩐지 멍한 시선이 닿는다. 아, 이거 내가 기억하는 일이 맞나? 이제는 정말 알 수 없다. 빗소리가 너무 거세서, 네 목소리조차 흩어지는 걸. 그걸 놓치지 않으려면 기억따위 더듬고 있을 수 없다.)
 
:가방을 본다면 관찰 판정 합니다.
 
버트 크린스: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1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헤헤. 뭘 그렇게 넣고 있는지 봄)
 
:엄..엄마야
이미 집어넣어 완전히 보지 못했지만 그것은 접이식 우산입니다.
들고 있는 것이 하나, 가방에 넣은 것이 하나.
그런데 꺼낸건 고작 하나입니다.
이 전에 이런 기억이 있었나요?
분명 저것을 본 기억은 없습니다만, 왜 이제와서?
 
단델 뮤니아:그, 그게, 네... 그게요, 제, 제가 한, 한개 밖에 안, (딸꾹) 가져와서 어쩔, (딸꾹) 없지만... 그게, 그러니까... (딸꾹. 아... 이놈의 딸꾹질! 거짓말 진짜 못해서는! 혹시라도 들켰을까봐 안절부절 못했고 딱 울기 직전까지 눈가가 그렁그렁했다. 어, 어떻게 해. 들키면 나 완전 이상하게 볼텐데. 우산을 내민 손이 바르르 떨렸다.)
 
버트 크린스:(난... 아무것도 못봤다. 그런걸로 정했다. 티내지 않으려 서둘러 우산을 받아든다. 아, 나만 널 좋아한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몇 번이고 뇌리에 박혔던 네 마지막 말의 뜻을 나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이제와서 서럽게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다행이다. 고마워요, 사실 비가 너무 많이와서 걱정하고 있었거든요. 제가 들게요. (건네 받으며 스쳤던가. 모르겠다. 네 옆에 서서 우산을 펼친다. 네 쪽으로 조금 기울였다.)
 
단델 뮤니아:(그 말에 일렁거리는 눈으로 어찌나 밝게 웄었는가, 아마 본인은 몰랐을 것이다. 짧은 순간에 반들거리며 눈동자가 빛났고 혹시라도 그 사이에 거절당할까 싶어 얼른 끄덕거리고 뒤늦게 머뭇거렸다. 이미 오는 비에, 저지른 일. 붙을 듯 말 듯 미묘한 거리에 나란히 서서 그제서야 겨우 한걸음 떼어냈다.)
가, 가요... 그, 가는, 가는 곳까지 우산, 그, 써도 괜찮, 괜찮으니까...
 
버트 크린스:(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비도 많이오고, 우리가 젖지 않으려면 느릿한 걸음에 맞출 필요가 있었다. 너와 함께 오래토록 걸을 수 있는 기회이자 핑계였다. 꿈이라면 오래토록 깨지 않기를 바람이었다. 티나지 않도록 우산을 조금 네 쪽으로 기울인다.) 그래도 우산은 뮤니아건데... 제가 데려다 줄게요. 내일 돌려주러 갈테니까요. 네? (그래도 주인은 너니까. 네 의사에 맞추겠다는 듯 허락을 구하는 물음이었다. 빗소리가 너무 크게 울려, 네가 너무 가까이 서 있어서. 그래서. 오랜만에 슬프지 않았다.)
 
단델 뮤니아:그, 그럼 학, 학교에서... 학교에서 돌, 돌려주세요... (당연히 다음 날 학교에 만나 돌려줄게 뻔하지만 불안하게 먼저 덧붙었다. 집은 안돼, 집은 안돼... 떨리는 목소리가 비에 파묻혀 없어지길 바랬다. 네가 눈치채지 않았으면 했어. 그 변명에 가로막혀 네가 갈수록 제게 우산을 기울여 준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멍청하게도, 바보같게도. 쓸데없는 말만 많아지게 될 뿐이었다.)
...미, 미안합니다... 저기, 우산, 아무래도 접이식이라 크, 크진 않아서. (그래, 자신은 미안해야 했다. 예비용 우산을 이틀 전에 넣어놓고 없어졌다고 착각해 급한대로 동생의 우산을 들고 왔으니까. 교실에 도착해 가방을 열었을 땐 자신의 바보같음에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집에 돌아가면 동생이 또 뭐라고 할텐데... 벌써부터 위축이 되는건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의 위치란 결국 거기였으니까. 소나기같은 비는 차가웠으나 눈밑은 시큰거리다 못해 화끈거렸다. 그래서 머리를 휙 하니 돌려버리면 상당히 오해받기 좋을 것이었다.)
 
버트 크린스:...알겠어요, 그럴게요. (빗소리가 지나치게 크게 울리는 탓이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겠다 답한다. 혹시라도 비가 그치지 않기를 바라며 걸음을 옮긴다. 네 바람대로 집에 초대하기 어려운 사정이라 여길 뿐, 신경이 온통 간질거리는 감각에 집중되어 눈치채지 못한다.)
미안할 일인가요. 덕분에 쫄딱 젖는 일은 피했는걸요. 저야 고맙죠. (듣지 못한 속사정까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나는 그랬다. 생각해보면 나는 좋아하는 너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것이 많았다. 적어도 그런 자신에 후회한 날은 많았던 것 같아, 한쪽 어깨가 젖고 있다는 건 생각도 못한 채 가라앉는다. 조금 더 가까이 붙으려던 찰나, 곧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당황스럽고 걱정되어.) 괘...괜찮아요? 많이 젖어서 그래요?
 
단델 뮤니아:시, 신경쓰지 마, 마세요. (아, 또 울겠다. 단지 이 미묘하게 엇갈리고 어색한 분위기에서 내가 울어버리면 또 이상해질게 뻔했으니 피한 것이 전부였다. 그게 전부였고 도망치는게 특기였던 일종의 버릇. 그리고나면 새삼 억울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물어봐주고 친절하게 해주고 걱정해주는 행동 하나에도 기분이 좋았다가 낮아졌다가 하는 제 기복은 언제쯤 끝날까, 하염없이 기다려야할까, 묻지도 않고 해야할 필요도 없는 잡생각만 늘어나 결국 한발자국 물러난건 제쪽이었다. 그걸 눈치채지 못한건 분명 우수수 쏟아지는 비때문이라며 핑계대고 싶었다. 비참하다. 차라리 동생들에게 매달린 날이 더 나았을 정도로 비참하고 복받쳐 한없이 떨어지는 기분을 맛봐야했다. 네 잘못이 아니라 그저 못난 내가 아무리 해봐도 좋은 쪽으로 가능성이 펼쳐지지 않았다. 나같은게, 이런 말이 꼬리표마냥 붙으면서.)
 
버트 크린스:...그러다 젖으면 감기걸려요, 이쪽으로 와요. (신경쓰지 말라는 말이 싫다. 괜찮다는 말이 싫다. 네가 날 위해 하는 말이라도, 그게 네 호의고 다정이더라도 나는 때때로 그런 말에 거부감이 들었다. 차라리 그렇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아프거나 힘들면 곧이 곧대로 말해달라고 네게 요청할 용기라도 있었으면 나았을텐데. 결국 홀로 조금 서글픈 표정을 지으며 멀어진 그 한 걸음을 쫓지도 못한 채 바라볼 뿐인게 자신이다. 그 날에는 어떤 답조차 못해줬다. 곁에 있지도 못했다. 나는 더이상 멍청하게 서 있을 수만은 없어, 늦게나마 한 걸음을 옮긴다. 이미 네 어깨는 조금 젖어들었을지라도. 비록 슬픈 꿈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더라도.) ...싫어요. (빗소리에 흩어졌을지도 모를 작은 소리가 뒤늦게 튀어나왔다.)
 
단델 뮤니아:(사람 마음이 어쩜 이렇게 간사한지. 한없이 봐줬으면 하는 때가 있다면 반대로 보지 말아줬으면 하는 때가, 순간이 있었다. 어느 누가 한없이 추해지는 자신을 좋아하며 연민을 품고 있는 상대에게 보여주고 싶을까. 그것도 겨우겨우 숨통이 트이는 사람을 만나 올바른 관계를 펴나가고자 하는 그 시작점에 선 사람을, 그럴 수가 있겠어. 안좋았던건 타이밍뿐. 딱 그 뿐이었음에도 울컥 올라오는 자기 부정과 삐뚤어진 감각이 너를 밀었다. 분명한건 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잘못하지도 않았다. 그저 혼자서 자문자답하며 내린 결론에 힘없이 기댄 초라한 모습이 눈에 보였다면 그게 전부였다. 네가 싫다고 했을 때, 역시나 서두르는건 자신 뿐이었고 보이기 싫었다. 겨우 용기내어 우산 하나에 올 수 있었는데, 그랬는데. 왜 이렇게 과잉반응을 하는건지 도통 모를 일이었다.)
신, 경쓰지 말, 말라니까...! (결국 다가와준 너를 내친건 자신이었고 무서워 팔이라도 휘두르게 되면 네가 들고 있던 우산이 떨어지고 마는 것이다. 좋았잖아, 왜 스스로를 망치는거야. 극심한 자기 혐오가 자신을 깍아먹다못해 네게 상처를 줬을게 분명한데도. 우산따위가 비참한 자신처럼 떨어져버리는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관계라는건 도대체 어떻게 풀어야 하고 맺어야하는지 모르겠어. 아무도 내게 가르쳐주지 않았어. 차라리 주는 것만 했다면 편했을텐데, 그것도 하지 못했어. 올바른 방법따위 알 수 있을리가 없다.)
 
버트 크린스:(세게 내치지 않았음에도 우산은 힘없이 바닥을 구른다. 온통 빗소리 뿐이다. 물방울이 튀고, 옷이 젖어들고, 평소 곱슬거리며 날리던 네 머리카락도 그대로 젖어 가라앉는 것이 시야에 담긴다. 네 행동에 당황하는 것 보다도, 네게 말을 거는 것 보다도 먼저 한 일이 있었다. 나뒹구는 우산을 들어올려 다시 네게 기울이면 다시금 빗물이 우산에 튕겨난다. 이미 안쪽도 젖어버렸기에 맺혀있는 물방울이 떨어지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여전히 빗물은 제 교복을 먹먹히 적셔나가고 있었지만. 그게 네게 필요한 거리라면.)
...싫어요. 밀어내지 말아요. (너는 그저 겁을 먹은 것이다. 어쩌면 나보다도 더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 이유를 알수는 없다. 알더라도 네게 도움이 될지 어떨지는 모른다. 하지만 꼭 우리 사이에 배려니, 공감이니 하는 것 따위가 있어야 했던걸까? 그저 곁에 있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잖아. 허락된 순간이 고작 지금이다. 어떻게 지냈는지도 모를 긴 순간들 중에서 겨우 지금이다. 현실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지금. 나는 그것까지도 놓을정도로 멍청하고 미련하지는 않았다. 그 어떤 순간에도 네가 홀로 견뎌내는 걸 원치 않았다. 빗방울 사이로 흩어지는 목소리가 가라앉는다.)...그냥 옆에 있기만 할게요.
 
단델 뮤니아:(갑자기라고 할 것도 없이 제가 한 짓을 보고 얼굴빛이 서서히 나빠져갔다. 순간 감정에 못이겨 저지른 짓을 뒤늦게 후회하며 어쩔 줄 몰라 그저 겁에 질려 바라보는게 전부라면 전부였다. 비오는 날은 싫어했다. 빗소리는 좋으나 습기에 못이겨 붕 떠버리는 악질적인 곱슬머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고 그냥 비라는 자체가 우중충한 자신같지 않은가. 그래서 싫었는데, 그런데도 너는 탓할게 아니라 다시 우산을 자신에게 기울여 주었을 때, 난생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무서워 빗물에 섞인 울음이 터져나왔다. 이것을 뭐라고 해야했을까?)
...왜? (그러나 무수한 것들 중에서 나온 답이라곤 단순한 물음이었다. 도대체 왜 그렇게 상냥해서, 그럴수록 자신이 한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지 못하고 잘못된 것이라 자각시켜주는지. 빗소리가 너무나 거슬렸다. 저 비가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어 몸이 시렸다. 아무것도 없이 그저 옆에 있어준다고 했을 때는 또 가까이 왔으면 좋겠다는 모순이 뒤덮이지 않는가. 아... 어떡해. 이런 순간에도 갑자기 더 좋아져버린거 같아, 어떡하면 좋아. 제가 한 짓은 까맣게 잊어버린듯한 손짓이 처음 우산을 건내줄 때처럼 네 옷자락을 아주 조금 잡았다. 여전히 그 끝은 떨려있었지만.)
...그럼, 그럼... (그 다음에 말이 좀처럼 이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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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1 AM 3:30 CUT
 
버트 크린스:(처음엔 네 우는 얼굴에 당황했다. 좀 시간이 지나서는 익숙해졌음에도 그 눈물을 보는게 버거웠다. 지금에서는 어떤가. 나는 네 눈물이 그리웠고, 간절했고, 보고싶었다. 잔뜩 젖어내리는 날씨에도 눈물인지 빗물인지 정도는 구분할 수 있다. 조심스레 다른 손을 뻗어본다. 허리를 조금 숙여 소매로 닦아주었다. 이미 젖어든 옷이라 닦이는 것이라고는 없이 미끄러지는게 전부였지만 그저 그러고 싶었다.)
...왜일까요. 당신이 내치는게 너무나 싫어요. 제게 기대었으면 좋겠고, 제가 당신에게 하나뿐인 존재였으면 좋겠어요. (비가 지나치게 쏟아지는 날씨 탓이다. 필시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세상을 삼키는 빗물이 너무 많아서, 꼭 지금이 마지막일 것 처럼 착각을 불러 일으켜서. 답을 알고 있는 물음을 중얼거리면, 곧 이어 그간 말하지 못해 눌렸을 마음들이 조금 새어나온다. 빗소리에 젖어들어 제대로 닿지 않을지도 모르면서 조금 웃어보인다. 네가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했다. 내 감정도, 당신의 것도. 옷자락을 잡은 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 떨림마저 현실처럼 선명한데, 외면하고 싶지 않아 기다린다.)
 
단델 뮤니아:(나는 뭘해도 우는 사람이었다. 기뻐도 울고 슬퍼서 울고 두려움을 느껴도 울었다. 그 중에서 기쁨에 나오는 눈물은 너무나 손에 꼽았고 그 짧은 순간마저도 내가 이렇게 행복하면 안되는데, 하는 그런 밑바닥의 자존감이 스스로를 괴롭혔으나 어쩔 도리는 없었다. 의미없이 미끄러지는 것들은 자신이 보기에 쓸모가 없는 자신같아 보기이도 했고 네게 미안함이 들었지만 그보다 앞선 감정은 역시나 무섭다는 기분이었다. 자신의 무례를 상냥함이라는 너로 받아주는 것이 무서운 것이다.)
... (그래서 눈밑이 시큰거렸고 네 말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피가 식은건지 아니면 그저 빗물에 피부가 차가워지는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손끝이 떨려와 숨을 삼켰다. 이 순간, 그렇게 말해주는 네가 너무 좋았고 더 좋아져버려서 퍽 난감한 것은 나였으니까. 뭐라고, 뭐라고 말하려고 했었지? 턱끝까지 차올랐으나 말하지 못했다. 나의 치졸함과 겁이 합쳐진 결과물이자 도피였음을.) ...아무, 아무것도 아니, 아니... 에요. 아무, 것도... ...그냥, ...이대로 가, 가줘...
 
버트 크린스:(때때로 마주하는 이런 상황은 숨막히게 우리를 조여온다. 몇 번은 말 그대로 그냥 그렇게 넘어갔던 순간들을 떠올린다. 적어도 그 시간이 진짜라면, 한참을 후회했을 그런 순간들. 널 알기에 몰아붙이고 싶지 않았고, 그렇기에 돌고 도는 길은 선택했을 나는, 그게 두려움이었는지 배려였는지 이제와서는 그 감정의 경계가 흐릿해진 것이라. 우리가 조용할수록 빗소리는 거세게 울린다. 멈추지 않을 것 처럼 지독하게 울리고, 젖어들어간다.)
...안가겠다고, 방금 말했잖아요. (네가 침묵하는 순간이 나는 가끔 두려웠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어 그저 조용히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순간에, 가라앉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젖은 소매가 내려앉는다, 네 뺨에 손을 대었다. 이러면 흘러내리지 않을터다.) ...기다릴 수 있어요. (얼마나?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 자조하는 듯한 생각들이 머리를 가득채운다. 지금이 꿈인지 현실인지 어떤지 알 수 없고, 이미 늦었으면서 뒤늦게 그림자를 붙잡는 꼴일지도 모른다고. 후회일지도 모르겠다. 그랬어야 했는데 하는)
 
단델 뮤니아:(비에 젖은 고양이였다면 안쓰럽고 동정심이라도 들었지, 자신은 그런 것도 아니고 고양이를 데려가고 남은 눅눅한 골판지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하면 누가 알아들을 수 있었을까. 딱 그런 몰골이 된듯 스스로를 깊이 빠트리고 찢어진 상자가 되돌릴 수 없을 정도의 자신을 만들었다. 그걸 만든건 네가 아니라 바로 나였고. 감히 네가 제 얼굴에 상냥한 손을 올려주었을 때 너무 따뜻해서 잠깐의 거부감이 든 것도 사실이었으나 사실 그건 명백한 공포였음을 알았다. 기간도 모를 기다림을 해보겠다고 해준 네게 순간 마음이 쏠린게 사실이었지만 왜이리 마음은 편치 않을까. 오히려 그 손을 피한건 제쪽이었고 뒤늦게 알아차리면 다 보일 정도로 얼굴이 새파랗게 되었다.)
미, 미안, 아니... 죄송, 죄송합니, 니다. 그게, 그러, 그려려던게 아니, 아닌, 닌데... (대체 무얼 위해 이 비 아래에서 단 둘이 서있나. 너와 조금이라도 환상을 꾸며 즐거운 마음을 지니길 바랬건만, 그건 역시 오만이었던가. 도대체가 이런 기분이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주는 사람, 그러나 정작 되돌려 받은건 단 하나도 없는 사람, 초라한 나. 찰박거리며 뒤로 물러난 발에 신발이 젖고 양말이 점점 눅눅해졌다. 머리카락이 부풀고 가라앉아 그 끝에 빗말울이 맺혔다가 쉽게 떨어지고 말았다. 자신은 무슨 표정을 지었는가? 그걸 아는건 세상에서 너뿐일테고 그 아래로 언제나처럼의 굵은 방울이 무게를 못이겨 낙하했다.)
 
:순간 꽃향기가 코 끝을 스칩니다.
차가운 빗 속에서도 느껴지는 어지러울 정도로 달콤한 향입니다.
그 향기가 주변 공기를 꽉 채우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그 향기는 곧 비와 함께 녹아듭니다.
 
건강 판정 합니다.
 
버트 크린스:
건강
기준치: 45/22/9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잠깐 가벼운 현기증이 눈앞을 스쳐지나 갑니다.
그는 놀란 듯 동그란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괜찮냐 묻는 떨리는 목소리가, 울음에 묻힌 소리가, 그리고 빗소리가 점점 멀어집니다.
 
 
당신은 퍼뜩, 눈을 뜹니다.
 
당신은 버스에 앉아 있습니다.
 
덜컹거리는 진동이 느껴집니다.
 
비도,
 
그의 모습도,
 
익숙한 하굣길도 보이지 않습니다.
 
창 밖의 하늘은 한쪽 끝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언제 이렇게나 시간이 지난 걸까요.
 
마침 당신의 집이 있는 정류장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옵니다.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더위가 한 꺼풀 식어 있습니다.
 
느긋하게 흐르는 뭉게구름과 간간히 불어오는 산들바람.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
 
익숙한 풍경입니다.
 
꼭 오늘처럼 깨끗한 하늘이 인상적이었죠.
 
그 풍경 속에는 그 또한 있었습니다.
 
그리운 향이 나는 그 풍경 속에…
 
방과 후, 교실.
 
활짝 열린 창으로 간간히 불어오는 산들바람.
 
서서히 물들어가고 있는 붉은 하늘.
 
흔들리는 커튼과 함께 일렁이는 햇빛.
 
뒷문으로 막 교실에 들어선 당신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었습니다.
 
그가 죽기 일주일 전이었나요.
 
그는 그의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습니다.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옵니다.
 
부스스하고 곱슬거리는 머리카락도 그대로 입니다.
 
쭉 펴진 다리와 같이 일자로 뻗은 팔 아래로,
 
그리고 책상 위에 노트 한 권이 펼쳐져 있습니다.
 
버트 크린스:(하루종일 멍하다는 느낌뿐이다. 이게 무슨 일인지... 어쨌든 네 주변을 맴돌 팔자인가보다. 깨지않도록 조용히 다가가 펼쳐져있는 노트를 살짝 봅니다.)
 
:난잡한 글씨가 이리저리 적혀 있습니다.
'꽃', '병?', '병원에 가보기', '부모님께는… 동생들...' 같은 단어들을 간간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버트 크린스:(꽃? 병원? 어디 아픈가? 그런 기억은 없는데... 그것도 몰랐다거나... 노트에서 고개를 돌리면 네게 시선이 닿는다. 어쩐지 자는 모습을 깨우기 싫은지 그대로 쭈그려 앉아 책상에 얼굴을 올려놓고는 바라본다. )...왜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했어요? (자는 것 같아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평소 예민한 그가 반응하듯 으... 하지만 그 후로 깰 생각하지 않습니다.
 
버트 크린스:(깨워야하나.... 깨우고 싶지는 않은데...)(몸을 일으켜 머리카락을 살살 쓸어줍니다. 그 말대로 다시는 볼 수 없을까 했는데... 이렇게 계속 마주하게되는게 아이러니하다. 현실은 아니겠지만... 노트를 조금 더 넘겨볼까? 부스럭 부스럭...)
 
버트, 관찰 판정 합니다.
 
버트 크린스: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2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게 되네? 뒤적 뒤적...)
 
핸드아웃, '[신문기사]'를 확인해 주세요.
 
:이후는 잘려 있어 내용을 알 수 없습니다.
 
버트 크린스:(이런 병이 있었나? 처음듣는데... 노트 닫아놓고 교실 둘러본다. 아무도 없나... 없으면 뮤니아 머리나 조용히 더 쓰다듬음... 복실해서 좋다.)
 
:복실복실~ 쓰다듬고 있으면 그 소리에 깼는지 그가 눈을 뜨고 일어납니다.
 
버트 크린스:(복실복실~ 쓰다듬다가 굳음)
 
:눈을 비비는 그를 봅니다.
 
지능 판정 합니다.
 
버트 크린스: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많이 피곤했나... 눈 비비는 거 봄...)
 
:그러고 보니, 그가 최근에 자주 졸거나 잠드는 모습을 보입니다.
원래는 이렇게까지 자주 잠들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뭐, 원래도 얌전한 사람이긴 하지만요.
 
단델 뮤니아:으... (비몽사몽한 눈으로 머리 요리조리 흔들려) ... ...어. 수업은... (또 꾸벅..꾸벅)
 
버트 크린스:(흔들리네... 깜빡이면서 보다가... 정신차리라는 듯 이마 살짝 눌러봄)아까 끝났어요. 많이 피곤해요? 어디 아픈 건 아니죠? (새삼스레, 직전의 일이 떠오른다. 기억일지 아닐지 모를 장면을 그리면 빗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입을 꾹 다물었다. 조금 웃어보인다. 그러고 싶어서.)
 
단델 뮤니아:...어어, ...네. 끝났구나... (조금 침 흘리고 자버려서 슥슥 닦다가 한동안 눈만 껌벅거린 채 멍했다. 점점 깨고 있는지 잠결에 손바닥 위로 이마를 눌렀다가 퍼특 눈치채고 동그랗게 눈뜬다. 미, 미, 미쳤어... 갑자기 눈치보기 시작해서 뻘뻘거려) 아, 아니, 그, 조, 조금... 아무, 아무것도 아니... ...에요.
 
버트 크린스:세상 모르고 자던걸요? (꾸욱 맞닿아오는 이마가 어쩐지 제 손에 비하면 작고 귀여워서 조금 웃음이 새어나왔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에 왜 이리 거부감이 드는지. 티내지 않으려 그저 고개를 끄덕인다. 다시금 네 이마에 살짝 손을 짚어보고는, 제 이마에도 대본다.) 정말 어디 아픈 건... 아니죠? (열은 없나...)
 
단델 뮤니아:(조금 따뜻하고 눅눅하고 털눌린 고양이처럼 있다가 콜록거리면서 기침 삼킨다. 열은 없지만... 아마 네 손이 닿아서 뜨거울 것이다...) 저 진, 진짜로 괜, 괜찮, 아요, 진짜, 진짠데... 어... (허겁지겁 돌아갈 준비를 하다가 의자만 우당탕 뒤로 넘어져)
 
버트 크린스:(귀엽다. 고양이 같다고 생각했다. 복슬거리고... 날도 좋고... 어쩐지 어색하게 감도는 기류만 없었다면 정말 괜찮은 날이었을 것이다. 아니 떠올려보면 아침부터 하루의 시작은 우울하고 처참하기만 했던가... 신경쓰이는 터에 묻고 싶지만... 안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훔쳐봤냐는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아서... 눈만 깜빡이며 바라보다가...) ...많이 불편해요? (결국 꺼내놓고 싶지 않았던 물음을 툭...)
 
단델 뮤니아:...히꾹. (불편하다는 소리에 몸이 정직하게 반응해서 결국 타이밍 좋을 정도로 딸꾹질만 튀어 나와버린게 상당히 어이없는 상황이긴 했다. 그렇지만 어쩌나, 입도 몸도 거짓말을 못할 정도로 눈치채기 쉬운 사람인것을. 차마 대답하지 못했지만 널 보지도 못하고 안절부절하면서 있는 꼴이 대답을 대신 해주는 격이니 알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었나. 의자나 너를 힐끔 훔쳐보면서 갈팡질팡했고 그런 네게 등을 돌리고 의자부터 두 손으로 쥐어 들고 세웠다.) ...나, 나는, 그게... 그건 아니, 아니고... ...응. (그래. 이렇게 하자. 이게 좋겠다. 나는 겁쟁이니까 네 말을 이용해서 이렇게 하기로 마음 먹었다. 도망치는건 부끄러우나 도움이 되는 행위니까.)
 
버트 크린스:(타이밍좋게 나오는 딸꾹질 소리에 조금 쓴 웃음이 지어진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나보다. 자신이 현실에 쫓겨 너무 성급하게 다가선 탓이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며 서글픈 마음을 밀어넣는다. 눌러담을 수 밖에 없었다.당장에 우선 시 되어야하는 건 내 감정따위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럼 이제 제가 싫은가요 (왜 이런 걸 묻게 되는지. 한심한 질문이나 하고 있는 꼴이었다. 차마 네 얼굴을 볼 자신이라고는 없어, 괜히 세워진 의자만 바라본다. 기억에서나마 널 잡고 싶어서 다가섰다. 하지만 내가 무언가를 망쳤다면, 내 기억이 틀렸다면...)
 
단델 뮤니아:아, 아니야! 나, 나는, 나... (정말 이 정도로 거짓말을 못하면 사회에 나가서 뭘 할 수 있기는 할까 싶을 정도였다. 싫냐는 물음에 생각도 하지 않고 나온 물음은 곧 진심이 되었고 역시나 뒤늦게 제 입을 틀어 막았다. 아닌데, 그런거... 아닌데도. 그러고보면 평소의 네가 이런 말을 할 사람이던가? 네가 아니니까 자신이 판단할 순 없는 노릇이었지만 평소, 평소 같으면... 웃으면서 넘어가줬을지도 모르는데. 왜? 저기, 왜요? 그렇게 묻고 싶은걸 참았다.)
 
버트 크린스:(바로 들려오는 대답에 흐릿한 시선을 들었다. 그런다고 시선이 맞닿을 리 없겠지만, 이 꿉꿉한 감정이라고는 가시지 않아서. 잠시 침묵했다. 조금 진정할 필요가 있었나보다. 널 보고서야, 답지않게 그제서야 깨닫는다.) 다행이에요. 집에 갈 거죠? 같이 나가요. (이번에야 말로 웃으며 넘어가려 한다. 불편한건 네가 좀 참아달라는 듯. 나는 널 보내고 홀로 남았는데. 앞으로도 그럴텐데. 이기적인 마음이란 걸 알았지만 이 정도야 양보해줄 수 있는게 아니냐고.)
 
단델 뮤니아:(그런 일이 있음에도 피하지 않고 되려 다가와주는 모습에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고개를 숙였다가 눈물을 꾹 참았다. 울지마, 울지마, 제발 울지마. 흐르는 눈물은 참을 수 있었지만 일렁거리는 눈동자는 그대로였고 이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최대함인걸 알았다. 그래도 네가 주는 그 상냥함을 갈고하고 손을 뻗는 것 또한 자신이라 그 제안에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거절 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너인걸, 내가 너를 어찌 그럴 수 있겠어. 결국 바들바들 떨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가방을 챙기고 의자를 정리하고 허리를 드는 순간에 심한 구토가 느껴져 입을 틀어 막았다. 안돼, 안되는데...)
...화, 화장실! 저, 화장... 화장실에 갈, 갈테니까 먼저, 가, 가세요...!
 
:입을 가리고 힘겹게 말하고는, 급하게 문을 열고 뛰쳐나갑니다.
연신 들려오는 기침소리와 다급한 발소리.
그가 떠난 자리에는 달콤한 향이 남아 있습니다.
 
버트 크린스:...(이게... 걱정되는 마음에 뒤따라가봅니다. 역시 어디 안 좋은거잖아요... 안 괜찮은거잖아요.)
 
:교실 밖 복도에는 붉은 햇빛이 창틀 사이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관찰 판정 합니다.
 
버트 크린스: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2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뭐지? 오늘 정말 다 되네)
 
:그러게?
당신이 화장실 쪽으로 가까이 갈수록 짙은 꽃향기가 납니다.
 
버트 크린스:(제가 이렇게 간절합니다.)(꽃향기 쫓아가며...)
 
:머리가 아플 정도로 진한 향기에 눈앞이 아찔해집니다.
화장실에서는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듣는다면, 듣기 판정 합니다.
 
버트 크린스:(짙어지는 향기에도 정신을 붙들려 노력합니다. 들어봅니다...)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어어... ㅠ)
(한 번만 더 들어보고 싶다... 저 되게 구질구질한데...)(천장 봄...)
 
다시 듣기 판정~
 
버트 크린스: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못들을 운명인가봐요.................)
 
:화장실 안에서 흘러나오는 기침소리와, 작은 신음소리.
누구의 목소리인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 장면을 마지막으로, 당신의 눈앞은 하얗게 물들어갑니다.
균형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게 당신은…
 
BGM : Clean Soul
 
… 깜빡,
 
깜빡.
 
익숙한 천장이 보입니다.
 
버트, 당신의 방이에요.
 
언제 돌아온 것일까요?
 
당신은 침대에 쓰러져 자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방금 본 것은 꿈?
 
당신의 망상에 불과한 건가요?
 
1년 전,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끝없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당신의 방은 아침에 나올 때와 같습니다.
 
침대와 책장, 책상이 있습니다.
 
버트 크린스:(방... 언제 돌아왔지? 기억이라고는 없는데... 차라리 여기가 꿈이면 좋겠다. 시답잖은 생각하다가... 침대에서 일어나 습관적으로 이불을 정리합니다... 하는김에 또 살펴보며...)
(침대 뒤적...)
 
:침대는 당신이 보던 그대로 입니다.
깨끗이 정리된 이불보는 깔끔하고 당신의 취향 그대로 있네요.
 
버트 크린스:(푹신해서 쓸데없이 잘 잤지... 책장도 다시 살펴봅니다.)
 
자료조사 판정 합니다.
 
버트 크린스: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뒤적 뒤적...)
 
:[ 거대한 빛의 구체가 틈새를 향해 모여들었다. … 시공간의 가장 먼 곳보다 더 멀리 있는 혼돈의 핵 속에서 영원히 부글거리는 원초적 점액…]
이런 책이 있었던가요?
그 뒤로 비슷한 내용입니다.
거실에는 Tv가 켜져 있고,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버트 크린스:(이게 뭐지? 이런 책 본 적 없는데... 책상 보려다가... TV소리에 이끌려 나가봅니다. 뉴스?)
 
기자:... 병이 발견된 지 대략 1년째,
인체에 큰 해악을 끼치지는 않지만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꽃을 토하는 증상을 보입니다.
꽃의 종류는 천차만별입니다.
이런 독특한 증상에서 이름을 따와 해당 병을 '하나하키 병'이라고 명명했습니다.
병의 원인은 짝사랑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기자:짝사랑의 감정이 해소되자 병이 나았다는 사례에 대한 보고가 여러 차례 있었으며…
 
:기자의 목소리와 함께 Tv 화면에 병원의 모습이 비칩니다.
그러고 보니, 방금 꿈에서 본 그 날 이후로 그는 일주일간 학교를 오지 않았습니다.
연락 하나 없이, 선생님의 입으로 근처 대형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만을 전해 들었죠.
일 아닐 거라고, 다음에 만난다면 괜찮냐고 해줘야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만난 너는, *하얀 국화 사이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
 
:그때, 그를 찾아가 봤더라면 무언가 달라졌을까요?
그 병원에 가봤더라면…
...
다음 순간, 당신이 눈을 깜빡인 그 순간. 주변 풍경이 뒤바뀝니다.
 
BGM : Drone in D
 
당신이 서 있는 곳은 병원 앞.
 
그가 입원했던 그 병원입니다.
 
이것도 단순한 환상인 걸까요?
 
생생하게 느껴지는 오감이 당신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이성 판정 합니다.
 
버트 크린스: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
 
버트 크린스:(혼란... 스럽다 만 듯)
 
하늘은 붉습니다.
 
지독하게 외로운 노을의 색.
 
몇 번이고 너를 떠올리게 만드는 색.
 
휴대전화 날짜를 확인해 보면 그가 죽기 하루 전날임을 알 수 있습니다.
 
병원은 평범하게 들어갈 수 있습니다.
 
버트 크린스:(당황스러운 건 잠시였고, 어쩐지 그래야만 할 것 같은 감각, 널 보고 싶은 기분... 쨌든 평범하게 들어가봅니다...)
 
:병원으로 들어서면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환자, 안내데스크와 양쪽으로 이어진 복도가 보입니다.
왼쪽 복도에는 양쪽으로 병실이 늘어서 있고, 오른쪽 복도로는 진료실 문 여러 개가 보입니다.
 
버트 크린스:(안내데스크로 가 단델 뮤니아란 환자가 있는 병실을 물어봅니다... 같은 반 친구인데 병문안 왔다고... )
 
묻는다면... 대인 판정과 함께 적절한 비유가 필요합니다.
 
버트 크린스:저... 혹시 단델 뮤니아란 환자가 어디 입원해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실수로 핸드폰을 두고 와서 몇호실인지 까먹어서...(사근사근... 그럴듯한 말을 지어봅니다. 거짓말이라면 원래 잘 안하지만... 그만큼 간절해서...)(설득롤 가능할까요?)
 
그렇다면 설득 판정!
 
버트 크린스:
설득
기준치: 60/30/12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이럴 수 있는거냐? 저 그렇게 신뢰없게 말했어요?)
 
:그러... 그런듯?
 
버트 크린스:(이럴수가... 한 번만 봐주실 생각은...)(강행 할 수 있을까요... 설마...)
 
:가능합니다!
 
버트 크린스:
설득
기준치: 60/30/12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초반에만 좋았나봐요 아슬아슬하게 말했나봐요)
 
:간호... 사가 아슬아슬하게 믿습니다!
 
간호사:해당 환자분께서는 현재 1인 병실에 있으시지만 면회는 최대한으로 해주셔야 할 거 같네요. 가족분들도 그렇지만 환자 본인이 그렇게 희망하셔서... 왼쪽 복도로 가셔서 104호실 입니다. 들어가시기 전에 작성 한 번 해주셔야 하고... 이름과 주소, 연락 번호를 앞에 종이에 적어주세요.
 
버트 크린스:아, 감사합니다. (어쩌지? 모르겠다. 그냥 솔직하게 적습니다. 버트 크린스... oo길 어쩌구 저쩌구.... 0xx-1354-1234...)
 
간호사:(받고서 손짓으로 안내합니다.) 네, 들어가시면 됩니다.
 
버트 크린스:(아자. 막상 허락받고 나니 심란해진 마음이지만... 왼쪽 복도에서 104호실... 향해봅니다.)
 
:104호실로 가면, 그의 이름이 적힌 1인실이 나옵니다.
주변은 조용한걸보니 이 주변으로는 환자 한 명 들이지 않는 듯 합니다.
 
버트 크린스:...(노크해봅니다.)
 
:그의 병실은 1인실로, 지금은 비어 있습니다.
노크를 해도 조용하네요.
 
버트 크린스:(아? 들어가봅니다.)
 
:들어가면 상당히 고급진 병실입니다.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침대 위에 그의 것으로 보이는 물건들과 구겨진 종이뭉치가 늘어져 있습니다.
침대 옆 선반 위에는 진료차트가 놓여 있습니다.
 
버트 크린스:(이런... 건 처음본다. 조금 신기한 듯 눈 깜빡이다가... 종이뭉치 쪽에 시선이 닿습니다. 들어 살펴봅니다.)
 
:펼쳐보면 구겨진 편지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위쪽에 적힌 버트에게. 한 마디를 제외하고는 백지입니다.
 
버트 크린스:(아... 저번에는 편지를 받았던가? 아니 저번? 어쩐지 기이한 감각에 잠시 고개를 기울이다가... 진료 차트를 살펴봅니다.)
 
:그의 진료 내용이 작성되어 있습니다.
 
핸드아웃, '진료차트'를 확인해 주세요.
 
그의 병에 대해 알게 된 당신, 이성 판정 합니다.
 
버트 크린스: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
 
이 사실을 그도 알고 있다면, 그렇다면… 그 아이가 죽은 이유는…눈앞이 캄캄해지며 세상이 어둡게 물들어갑니다.
 
BGM : Avec Soin
 
병실의 풍경을 어둠이 집어삼킵니다.
 
당신은 어둠밖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 서 있습니다.
 
바로 눈앞에 있을 당신의 손도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것도 꿈인가요?
 
주변을 둘러보면, 저 멀리에 작은 불빛이 보입니다.
 
빛을 향해 걸어가도 발을 딛는 느낌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 당신은 빛에 가까워져 갑니다.
 
느낄 수 있습니다.
 
어두운 공간 속을 헤치고 나아가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나?"
 
공간 전체를 울리는 것 같은 위압적인 소리가 들려옵니다.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의 목소리입니다.
 
하지만, 어딘가 낯익은…
 
그때, 당신의 머리에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제야 기억이 나나요?
 
당신은 누군가에게 빌었습니다.
 
그가 죽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 달라고.
 
그렇게 허무하게 너를 빼앗아 가지 말라고.
 
그리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와 당신에게 물었죠.
 
당신의 답은 물론…
 
꿈이 아니에요, 버트.
 
당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입니다.
 
그를 다시 만날 기회. 너와 여름을 함께할 기회.
 
그리고,
 
너를 살릴 기회.
 
어째서 잊고 있었던 걸까요?
 
잊을 수 있는 일이 아닌데도.
 
뒤죽박죽이었던 기억들이 맞물려갑니다.
 
어느새 당신은 빛에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네모난 문이라도 되는 듯,
 
어둠 속에 하얀빛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눈을 뜨세요, 당신.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에요.
 
...
 
당신은 눈을 뜹니다.
 
방과 후, 아무도 없는 교실입니다.
 
지금 시간은 6시 53분.
 
창에 쳐진 커튼에 노을의 붉음이 베여 있습니다.
 
바람에 흔들린 커튼이 스치는 소리만이 들려옵니다.
 
에 따라 붉은빛이 일렁이며 어두침침한 교실 안으로 흘러듭니다.
 
그 날.
 
바로 그 날입니다.
 
늦여름의 노을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던 날.
 
네가 사라져 버린 날.
 
너와 함께했던 마지막 여름날.
 
교실 안에는 당신만이 있습니다.
 
그는 옥상에 있습니다.
 
바로 옥상으로 향할 수도, 교실을 둘러볼 수도 있습니다.
 
버트 크린스:(알 수 없는 감각이 몰려왔다. 하염없이 슬프고 먹먹한데, 해야할 일은 선명하다. 왜 그걸 이제서야. 그 사실이 이제서야 떠올랐는지. 너와 함께 맞았어야 할 여름의 노을이 내려앉아, 그 빛에 눈을 뜨면 몇번이고 끔찍하게 그려왔던 교실이다. 한 번도 떼지 못했던 발걸음이 떨어진다. 그랬어야 했다는 듯 옥상으로 향하면 곧 걸음은 빨라져 어느새 뛰고 있음을 깨닫는다. 네가 도망친다해서 나까지 도망쳐서는 안됐다. 돌아가는 길을 선택해서는 안됐다. 나는 그때 네게 말했어야 했다.)
 
:달리고 있던 당신에게 문득 발밑으로 뭔가가 날아와 떨어집니다.
마치 보란듯이, 당신에게 보여주듯 이질적이게 다가옵니다.
이내 사박 소리를 내며 완전히 땅에 떨어집니다.
 
버트 크린스:아...(시야에 들어오는 것을 주워 살펴봅니다.)
 
핸드아웃 '편지'를 확인해 주세요.
 
버트 크린스:(네 편지를 읽어내리는 내내 지나치게 넘쳐나는 기분이 덮쳐왔다. 그 감정이 과분할정도로 고맙고 미안하다. 진작에 눈치채지 못한게 미안했고 먼저 너와 함께 내년에도 여름을 보내고 싶었노라 전하지 못한 것이 사무치게 괴로웠다. 결국 지금에서도, 네 편지로 먼저 마음을 알았다는게 처절하게 슬퍼서 겨우 편지를 붙잡고 견뎌낸다. 서로에게 과분한 마음이란게 존재하는걸까. 왜 우리는 그런 걸 걱정하고 염려했을까. 네가 없으면 행복할 수 없다는 걸 나는 빨리 전했어야 했다. 아직 늦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빨리. 우리의 여름이 끝나기 전에 네게 전해야 할 말이 많다. 다시 놓칠세라, 더 이상 후회할 수는 없어서, 편지를 꽉 쥐고는 옥상으로 발걸음을 서둘렀다. 땀이 맺히고, 호흡이 거칠어져도, 너만큼 힘들었을 리 없다는 걸 이제는 알았다.)
 
§
 
당신은 옥상을 향해 달립니다.
 
복도를 지나치고, 계단을 올라갑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폐가 터질 것만 같습니다.
 
조금은 녹슨 철문 틈으로 붉은빛이 길게 뻗어 나와 있습니다.
 
문을 열자, 눈부신 햇빛이 쏟아집니다.
 
눈을 뜰 수가 없습니다.
 
기분 좋은 바람이 이마를 간지럽힙니다.
 
반사적으로 감았던 눈을 다시 뜨면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아찔할 만큼 붉은 노을, 느긋하게 흘러가는 구름.
 
그 아래 서있는 그.
 
그는 양손에 실내화를 하나씩 든 채 눈을 크게 뜨고 당신을 바라봅니다.
 
단델 뮤니아:...버트?
(이미지)
 
버트 크린스:...뮤니아. 잠깐만요. 잠깐...(막상 네 얼굴을 보니 아득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실내화가 양손에 들려있고, 햇살은 네 뒤로 내리쬔다. 위태로운 건 너 뿐만이 아니었다. 이번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면 나도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생각을 거치지 않고 튀어나오는 목소리를 억누를 수 없었다. 차라리 진작에 내가 그럴 수 있었다면. 우리는 조금 더 일찍 행복할 수 있었을까요? 의미없는 후회가 스쳐지나가는 건 순간이었다.) ...좋아해요. 우리 계속 함께 있어요. (그 어느날 네가 내게 말했다.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나는 그 답을 지금에서야 전할 수 있었다. 그러고 싶지 않다고.)
 
단델 뮤니아:무슨... (무슨 소리에요? 차마 다 나오지 못한 말이 얼빠지게 흩어 사라졌다. 다짜고짜 그렇게 전하는 네가 알 수 없어서 오히려 당황한건 내쪽이었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갑자기 그렇게 전하는 이유는 뭐야? 대체 뭐에요. 일단 내가 여기에 있으면 위험하니까? 불안정한 정신과 밑바닥같은 자존감이 엇나간 착각을 만들어 쌓고 쌓여 반대로 네 말을 믿지 않는 꼴이 되었다. 믿을 수 없는 말과 현실에 하는 자기방어, 구차한 변명, 겁쟁이의 흔한 도망침. 하지만 혹여, 아주 만약이라도 네가 나를 좋아한다곤 해도 달라지는건 없지 않은가. 네게 있어서 나는 독이 되는 사람이니까. 딱 그 생각이 스쳐지나가자 머리가 어지러워 휘청거리며 난간을 잡았다. 아, 우습구나. 죽고자 여기에 왔으나 본능적으로 잡아보는 꼴이란. 이렇게 불쌍하고 구차할수가. 노을빛에 네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나... 나, 나는... 나, 나는 죽어야 해, 요. 그래야, 그래야 도움, 이 되니, 되니까... 그럴, 수 밖, 에 없어서... 나는, 버트, 버트에게 도움이, 되고, 되고 싶, 어서... 내가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선, 물이니까. (그렇게 말하는 동안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스스로 해가 될거라는 말을 하며 아슬아슬하게 있는 꼴이 정말 제 명줄을 보는 듯 했다. 네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물을 줌으로서 기뻐해야 마땅한 일에 어찌하여 이리 슬프던가. 욕심이다, 가지지 못할 욕심 탓이야. 가지지 말았어야 했어. 난간을 붙잡은 손에 들린 실내화가 소리도 없이 먼저 떨어졌다. 주인을 미리 배웅하는 것처럼.)
 
버트 크린스:...저한테 행복하라고 했잖아요. 그럴 수 없어서 당신에게 돌아왔어요. (어쩐지 다리가 휘청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꽃향기 때문이 아니라, 모든 사실을 알고 네게 내 마음을 전하는 것이 버거워서. 홀로 감당했을 네게 또 내가 말도안되는 짐을 짊어주게 될까 두려웠고, 겁이 났다. 다만 나는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다. 벼랑 끝에 몰린 건 내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나는 간절해져 어떤 방법으로든 너를 붙잡아야 했다.)
절 위하고 싶으면... 같이 있어줘요. 신경쓰지 말라고도 말하지 말고, 솔직히 털어놔줘요. 뮤니아 멋대로 죽지 말아요. 그게 왜... 저를 위한 선택이 되나요.저는 때로 당신의 성격이 답답해요, 정말 바라는 건 선물로 주지 않는 당신이 때때로 얄궃게 느껴져요. 그래도 그게 뮤니아의 마음이라 좋았어요. 그러니까 그냥. 그냥... 저랑 함께 있어줘요. 이대로 당신을 보내기에 제 여름이 너무나 길어요. (꾹 눌러담았던 말들은 독이 무너지듯 터져나온다. 이제 정말 네가 없으면 제대로 서 있을 수 없다. 입술을 꾹 다물고 붉어지는 눈시울을 참아낸다.)...한 번만 절 믿어줘요. 그게 제게는 진짜 선물이에요. (한 걸음 다가선다. 붉은 노을이 뜨겁게 내리쬐어도, 그저 그걸 눌러담는 것 만으로는 해결되는게 없어. 우리의 관계는 나아지지 않고 저 바닥으로 떨어질 뿐이라. 더는 그런게 싫어.)
 
단델 뮤니아:죄... 죄송... 합, 니다. (네 마음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제 행동에 대해 답답하게 느꼈을 점에 대한 사과 한마디였다. 네 중심이 미끄러지면 순간 저 때문인줄 알고 심장이 덜컥했다가도 그 긴 말 끝에 나온 대답이라고는 고작 사과라니, 어이가 없을 정도로 참 맥 빠진 사죄였다. 덜컹거리며 나머지 실내화가 떨어지고 두 손으로 난관을 잡으면 머리가 절로 숙여졌다. 자신이 아무리 바보라지만 상대의 저 말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게 되려 힘들고 속을 어지럽혔다. 네가 믿으라고 한다면 나는 묻지도 않고 믿을 것이나 망설이게 되는건 단지 자신에 대한 나약함과 불신때문이겠지. 더 갈 곳도 없는 곳에서 자기도 모르게 뒤로 주춤거렸다. 무서워, 너무 무서워. 상대가 호의를 가지고 다가와주는게 무서워. 그토록 바랬건만... 무섭다니.)
하지, 하지만... 나, 어떻게 해야, 해야할지 모르겠, 어요. 이런, 이런 적이 없, 없어서... 아무도 알, 알려주지 않, 아서... 나, 나 어떡, 어떡하면 좋, 아요? 나... 죽, 죽기 싫어... (긴 여름의 끝을 고하는건 자신임에도 순간 감추지 못한 속내음이 튀어나왔다. 아, 죽기 싫어라. 너는 너를 믿으라고 했지만 단지 그렇게만 하면 되는건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이런 스스로가 제일 답답한건 그 누구보다 자신이 아니겠는가. 더운 여름 공기에 숨이 막혔다. 차라리 땀이었으면 좋았을 눈물이 가로질러 흐를 때 나는 네게 말했던거다. 나 좀, 나 좀 제발,)
살려줘... ...
 
버트 크린스:제가 갈게요. (실내화가 떨어진다. 옥상위의 우리는 여전히 위태롭다. 다만 예전같지 않은 건 이젠 그저 두려움만 남았다는 것이다. 서로의 마음을 안다. 극복하는 건 이제 우리의 몫이라는 것도. 그게 어떤 현실일지라도 나는 너와 함께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살고 싶다는 네게 다가갔다. 네가 원하는 걸 말하는 건 드물다. 특히나 그게 당신의 바람인 걸. 나는 결코 외면할 수 없다.)
(몇 걸음만 걸어도 가까워지는 거리였다. 위태로운 너이기에 조심스레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꼭 혼자서 해결해야할 필요는 없는건데. 내가 널 도와줄수도, 네가 내게 도움이 될 수도 있는건데. 답이란 건 정해져 있지 않고, 어렵지도 않다.) 하고싶은대로 해요, 제 손 잡아줄래요? (살고싶다. 너와 함께. 눈시울이 붉어져 꾹 참아내도 결국 한 방울 흐르는게 감정이지만. 필시 네 눈물에 익숙해진 덕이겠지만. 웃어보였던 것 같다. 이제 정말 괜찮을 것이다. 네가 나를 위한 선물을 하고 싶다면 나를 믿어주기를 바란다. 네가 내게 선물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살아요, 좋아해요.(여전히 햇빛은 뜨겁다. 노을이 붉다. 얼굴이 화끈거리지만, 게의치 않았다.)
 
단델 뮤니아:(아, 눈부시다. 감히 저 햇빛 따위로 비교되지 않을 만큼 네가 눈이 부시니 절로 눈꺼풀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아주 느린 한 번의 동작으로 제 앞까지 다가와준 네게 뭐라고 해야했고 무슨 기분을 느껴야 했을까. 순간 조금 멍했던 것도 같았다. 그렇게 말해준 사람이 지금껏 한 명도 없어서, 제 기분 따위 죽이고 산 나날이, 한 번에 사라질 순 없었으나 너는 하고 싶은대로 하라며 선택지를 주었다. 그래, 자신이 뭔가를 할 수 있는 선택지를 넓어준거야. 조용히 내밀어준 그 손을 바로 잡지 않은건 거부의 의사가 아니라 잠깐 하고 싶은게 생겨서. 그 한마디를 하기 위해 입을 열고 닫으며 여름 공기를 몇 번이나 삼켜 뱉었고 시선이 네 턱으로 향했다.)
...한 번, 한 번만... 더, 말... 해 줄 수 있, 어요? 마, 마지막... 한 번만... 더. (낯간지럽다. 목숨이 위태로운 것도 모른 채 더듬는 말을 이었다. 사실 자신은 아주아주, 욕심이 많은 사람이거늘.)
 
버트 크린스:(더운 공기가 네 입안으로 들어갔다 나오기를 그저 기다린다. 그러겠노라 말했던 걸 기억한다. 지금은 그때처럼 비가 쏟아지지도, 우리가 젖어 있지도 않지만. 앞으로도 널 기다릴 준비쯤은 진즉 되어있다. 여전히 우리는 위태롭다. 하지만 괜찮을 것이다. 지금의 널 보면 그런 확신이 들어, 조금 더 환히 웃음짓는다. 나는 그런 당신을)
좋아해요, 뮤니아. 많이 좋아해요. (네가 욕심낸다면 몇번이고 들어줄 수 있을 쉬운 부탁이다. 진작에 전하지 못한 후회를 지워내듯 계속해서 반복할 대답이다. 그러니, 이제 막 고개를 든 당신의 욕심도 내게는 선물일 터였다.)
 
BGM : 青と夏
 
당신은 당신의 진심을 전합니다.
 
한 글자 한 글자,
 
그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 또박또박.
 
전달합니다.
 
몇 번이고 당신의 진심을 되묻는 그의 목소리.
 
외로웠던 사랑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
 
그가 웃습니다.
 
꽃처럼 환하게,
 
눈앞이 아찔할 만큼 환하게,
 
젖은 땅의 물기마냥 환하게,
 
바람을 타고 흘러오던 꽃향기가
 
물거품처럼 흩어집니다.
 
손끝에 닿는 생생한 감각,
 
꿈이 아닙니다.
 
늦여름,
 
노을이 지는 풍경.
 
그 풍경을 보아도 더 이상 외롭지 않습니다.
 
끝나가는 여름이 우울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여름이니까요.
 
End 1. 여름, 우울의 끝.
 
Kpc, 탐사자 생존.
 
생환 보상 이성 회복 1d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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