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C
작성일
2021. 7. 23. 23:43
작성자
굔정뱅이
준비가 되셨으면 음... 오늘은 뭐하지
 
캐입으로 뽀글뽀글 해줘 수족관이니까
 
버트 크린스:(뽀글뽀글? 입으로? 안하면... 출발 안하겠죠? 그래도 수족관이니까.) 보글보글. (된소리 빼기)
 
된소리 왜 빼냐고 그게 포인트라고
 
다시 해줘...
 
버트 크린스:보글보글.....(그치만 말이에요..... 네... 이모가 하라면 해야죠 네.) 뽀글...뽀글...
 
헤헷... 헤헷...... 헤헷...ㅠ
 
시작합니당 ㅠㅠㅠㅠ

 

2021.06.09 [뮤트] 돌아오는 여름과 아지랑이인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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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가 되셨으면 음... 오늘은 뭐하지
 
캐입으로 뽀글뽀글 해줘 수족관이니까
 
버트 크린스:(뽀글뽀글? 입으로? 안하면... 출발 안하겠죠? 그래도 수족관이니까.) 보글보글. (된소리 빼기)
 
된소리 왜 빼냐고 그게 포인트라고
 
다시 해줘...
 
버트 크린스:보글보글.....(그치만 말이에요..... 네... 이모가 하라면 해야죠 네.) 뽀글...뽀글...
 
헤헷... 헤헷...... 헤헷...ㅠ
 
시작합니당 ㅠㅠㅠㅠ
 
△▲△▲△▲△▲△▲
 
방 가득히 매미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시끄러운 그 울음소리에 당신은 곧 눈을 뜹니다.
 
익숙한 이불의 감촉과 냉방이 돌아가는 소리.
 
아무래도 나도 모르게 낮잠이 든 것 같아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면
 
아주 긴 꿈을 꾸다 일어난 사람처럼
 
머리가 멍하고 온몸이 무겁습니다.
 
더위라도 먹은 걸까요?
 
요즘 높은 기온이 지속하고 있었던 것을
 
희미하게 기억해냅니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면 맑은 호수 같은 하늘과
 
눈을 멀게 할 것 같은 햇빛,
 
그림으로 그린듯한 여름의 풍경이 보입니다.
 
버트 크린스:(냉방을 키고 잤으니 덥지는 않았다. 앉은채로 이불을 몇번 만지작 거리다가... 제대로 몸을 일으킨다. 완전히 여름이네... 이렇게까지 더우면 지치기 마련이지. 어떻게든 이겨낼 겸 가벼운 스트레칭을 한 번 하고...)
 
계절을 자각하니 갑자기 모든 것이
 
무서우리만치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숨을 죄여오는 더운 공기,
 
땀에 젖어 피부에 달라붙은 옷,
 
저 멀리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까지.
 
티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조금,
 
울고 싶어집니다.
 
당신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만나야 하는 사람,
 
그를 떠올립니다.
 
<이성> 판정.
 
버트 크린스:(미간 꾹꾹... 괜히 창밖이나 올려보고)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heat shimmer:머릿속이 혼란스럽습니다.
슬픔, 그리움, 미안함, 분노.
영문 모를 감정이 서로 뒤엉켜 속을 헤집는 것 같습니다.
어째서 이런 마음이 드는 걸까요.
그를 만나야한다는 충동이 강하게 듭니다.
 
<이성> 판정.
 
버트 크린스: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지끈거리는 것 같다.... 왜? 감정의 원인을 찾을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이 충동에 그저 순응하여...)
 
이성 1 감소합니다.
 
그때,
 
다소 요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립니다.
 
고개를 들자 눈이 마주칩니다.
 
그입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너무 강했던 걸까요.
 
한 치의 흔들림없이 당신만을 바라보던 그의 눈동자에 물기가 서립니다.
 
단델 뮤니아:...안녕, 버트. 잘, 잤어요?
 
묵묵히 당신을 바라만 보던 그가 천천히 입을 엽니다.
 
무언가를 참고 있는 것처럼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의 부름을 듣자 마치 쇠사슬에 얽혀있는 것처럼
 
무겁기만 했던 몸이 거짓말처럼 가벼워집니다.
 
가위에서 풀린 것처럼,
 
혹은 마법처럼.
 
버트 크린스:(한결 나아지는 몸 상태에 의문이 들었으나, 그저 너를 보았기 때문이려니 생각을 접어내렸다. 충동이 충족된 것이 꽤 금방이라, 옅은 웃음을 짓고는) 음... 그런 것 같아요. 날이 좀 더운 걸 빼면요. 보고싶던 찰나였는데 딱 찾아왔네요?
 
단델 뮤니아:아, 아아... 더위, 먹을 걸지도... 오늘 기온이 34도래요... (헤헤. 건조할 틈 없이 젖어오는 눈가였지만 나는 평소에도 그랬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손가락으로 살짝 훔쳤다. 그저 네 입에서 보고싶다는 말을 들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저, 저도 보, 보고 싶었어요. 진짜, 진짜, 진짜로... 진짜...
 
버트 크린스:어쩐지... 냉방을 해도 덥더라니. (괜히... 옷자락을 잡고 펄럭였다. 어쩐지 젖어있는 눈가에 의아함을 느꼈지만, 그 말대로 평소에도 그렇기에, 괜한 걱정일 것이라며 지워냈다.)
얼추 마음이 맞았던 것 같아요. 아까까지 몸이 안좋았는데... 훨씬 좋아졌거든요. (당연하게도 기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여름임에도 조금 더 가까이 서고 싶어 움직일 정도로)
 
단델 뮤니아:으, 으응. 아마 켜지 않, 았으면 자지... 못했을지도. (조금 뜸 들였던가. 하지만 그냥 생각해봐도 이런 날씨와 온도에 평범히 자다가 일어날리가 없잖아. 그리 생각하며 크게 덧붙이지 않았고 뻘쭘한듯, 그게 아니면 부끄러운듯 손가락만 베베 꼬다가) 그, 그래도 걱... 걱정되는데... 정말 괜찮은거 맞, 맞을까요...? 그게... 날씨, 날씨가 이러니까... 몸이 금방 허, 허해진다거나...
 
버트 크린스:그러게요, 그래도 땀이 조금... (아, 눅눅한채로 있기는 좀 그러려나. 뒤늦게 그런 생각이나 들어 셔츠를 조금 더 펄럭였다. 부끄러운 일이 있기 전에 빨리 마르길. 베베 꼬는 손가락을 바라보며 다가와서는) 지금은 괜찮은걸요? 자고 일어난 직후라 그랬나봐요. 응. 이제 몸도 가볍고, 머리도 덜 아픈 것 같고...(그렇지? 의식적으로 본인 몸 상태를 확인해보고)
 
그는 당신의 손을 잡고 천천히 살핍니다.
 
이때, <아이디어>판정.
 
버트 크린스: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잡은 손이... 축축하지는 않겠지?! 애써 정신을 돌리듯 생각해보며...)
 
heat shimmer:발이 땅을 딛고 일어서는 그 감각이 이상하리만치 생소합니다.
마치 아주 오랜만에 걷는 것처럼.
 
정말 더위라도 먹은걸까요?
 
중심이 잘 잡히지 않아 당신은 몇 걸음 걷지도 못하고 휘청거립니다.
 
당신의 손을 잡아주고 있던 그가 타이밍 좋게 잡아주어
 
다행히 넘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괜찮냐고 묻는 다정한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옵니다.
 
괜찮다고 말하려 고개를 들은 그때. <관찰> 판정.
 
버트 크린스: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네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괜찮... 다고 말하려 했는데 그 전에 시선에 무언가 닿아)
 
heat shimmer:기분 탓일까요?
고개를 들어 확인한 그의 모습이 일순간 일렁이는 수면처럼 흐려졌다가 또렷해지기를 반복합니다.
 
단델 뮤니아:아… 모, 몸이 많이 안, 안 좋은, 가 보, 보네요... 오, 오늘은… 같이 수, 족관에… 가, 가자고 하려, 그랬, 랬는데 안 되겠다... 오늘, 은 그냥… 푹 쉬고, 내, 내일 가요.
자, 잠깐만요… 잠깐 집에서 기다려, 주, 줄래요... 나, 나가서 먹을, 거랑 약… 이라도 구해올, 올게요.
 
버트 크린스:(방금... 뭘 본거지? 눈을 문지르다가 다시 제대로 다리에 힘을 주었다. 의식과 몸의 상태가 어딘가 어긋나 있다는 기분이 들어) 아, 아니에요 역시 더위를 먹었나봐요. 수족관! 저도 가고 싶은데... 뮤니아가 옆에 있을테니 괜찮지 않을까요?
이 날씨에 괜찮겠어요? 같이가도 좋은데... (약이니 음식이니 필요하다 여기지는 않았지만... 그것마저 괜찮다 하기엔 네 걱정인 것임을 알았기에.)
 
단델 뮤니아:아... 아뇨. 그냥 저 혼자 가, 갔다올게요. 나갔다가 쓰, 쓸어지면 저 정말로 심,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 나올지도 몰, 라요. (심한 걱정 때문에 나오는 헛소리일거 같아도 자신이라면 정말 그럴거 같아 괜히 조금 상상했다가 침이나 꼴깍 삼켰다. 어두컴컴한 골목길 하나에 온갖 상상을 다하는 사람처럼...)
그, 그러니까 제가 다, 다녀올게요. 응? 나, 괜찮아요... 저는 정말로... 괜찮, 아요. 그러니까 나... 갔다, 와도 될까요? (미안해서 쓰고 싶지 않았던 방법이지만 이렇게 말하면 들어줄 것 같아서. 그런 치사한 마음에 코앞에 있는 널 흘긋 올려다 봤다. 장화신은 고영.)
 
버트 크린스:(그 반응을 보면... 네가 알기로 내 몸이 멀쩡하지 않다는 건 알겠다. 물결처럼 아른거리던 잠깐의 시선이 신경쓰였으나, 그것도 그저 몸의 이상이라 생각하면 지워낼 수 있는 것이라 고개를 끄덕이고...) 아, 알겠어요. 얌전히 앉아 있을게요. 날이 더우니 굳이 멀리 다녀오지는 말고요.
(저런 표정으로 보는데... 같이 다녀오겠다고 고집을 부리기에도 양심이 있지. 조금 걸으면 나아지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래도, 저렇게 걱정하는데. 네 시선이 닿고, 신경쓸 수 있는 곳에 있는게 낫지 싶어서.) 다녀와요, 집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게요. ...수족관은 그래도 한 번 더 생각해줄래요?
 
단델 뮤니아:으, 으응. 응. 그, 그럴게. 수, 수족관도... (뻘뻘거리면서도 예상대로 납득해주는 대답을 들으니 눈에 띄게 안심되는 숨을 후 뱉었다. 정말 걱정해서 그런건지, 뭔지. 단순한 이유인건지. 어쨌든 중요한건 그게 아니었으니 미묘하지만 웃은 채 빨빨거리면서 탁, 문을 닫았고.)
 
장면전환
 
그가 떠나자 집 안의 공기는 순식간에 가라앉습니다.
 
들려오는 소리는 오직 시끄러운 매미 소리와
 
텁텁한 더위에 가빠진 당신 자신의 숨소리뿐입니다.
 
마치 무인도에 홀로 남겨진 것처럼 주변은 조용합니다.
 
당신은 무서우리만치 고요한 정적에 어딘가 위화감을 느낍니다.
 
<아이디어>판정.
 
버트 크린스:(이렇게까지 조용했나... 그나마 매미소리가 생명의 소리를 들려주니 좀 낫더라. 숨소리에 너무 집중하면 때때로 이질적으로 들리니 말이다. 가만히 침대에 걸터앉아 생각에 잠겨서는...)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heat shimmer:당신은 위화감의 정체를 알아챕니다.
창밖 너머로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더운 날이라 해도 사람이 사는 곳에는 인기척이나 생활하는 소리가 들리기 마련인데,
주변에는 마치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조용합니다.
 
기묘한 현상에 <이성> 판정 .
 
버트 크린스: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 매미소리는? 이렇게까지 조용했나 싶어... 잠시 창 밖을 내다보며)
 
그렇네요. 이성 1 감소합니다.
 
문득 당신은 이곳이 정말 자신이 알고 있는 장소가 맞는건지...
 
하는 작은 의심이 생깁니다.
 
막상 창 밖을 내다봐도 큰 차이는 느껴지지 않는데요.
 
버트 크린스:...(보기에는 다르지 않은데... 그럼 뮤니아는 어디로 간거지? 이렇게까지 조용한데. 여전히 꿈이라도 꾸는게 아닌가 싶어 볼이나 한 번 꼬집어봅니다. 방 밖이나 둘러볼까...)
 
아야, 아픈데... 뭐, 그래요.
 
그가 밖으로 나간 사이
 
집을 잠깐 둘러보는 것 정도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버트 크린스:(아야...... 조금만 살살 꼬집을 걸. 그럼 침대에서 일어나 방을 한 번 둘러보다 나가봅니다)
 
방 밖으로 나오면 ...
 
당신이 기억하는 것과 똑같은 집 구조가 보입니다.
 
집은 1층이며,
 
총 5개의 방이 있습니다.
 
당신이 나온 방은 가장 안쪽에 있는 침실입니다.
 
버트 크린스:(익숙한데... 역시 그냥... 괜한 생각이 아닐까? 어쩐지 나른한 기분에 작은 하품이나 한 번 하고는... 거실부터 가봅니다. TV있으려나...)
 
heat shimmer:깔끔하게 정리된 거실입니다.
벽에는 당신과 그, 두 사람의 사진들이 걸려있고, 두 사람이 살았음을 증명하듯 가구들이 두 개 씩 준비되어 있습니다.
분명 어제까지 이곳에서 그와 자주 오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거실의 분위기는 어쩐지...
지나치게 정리된 느낌입니다.
거실의 소파 위에는 <수첩>이 놓여 있습니다.
 
버트 크린스:(이렇게까지 깔끔했나. 어제까지... 어제... 괜스레 기억을 더듬어보다 마주친 수첩에 눈이 가고...) 뮤니아건가... (집어들어 겉면을 살핍니다.)
 
heat shimmer:펼쳐보면 눈에 익은 글씨체가 보입니다.
그의… 동글동글하면서 삐뚤거리는 글씨입니다.
이 수첩은 그가 쓰는 물건인가 봅니다.
그리고 수첩의 사이에는 티켓 2장이 끼워져 있습니다.
 
버트 크린스:(수첩부터 조금 넘겨봅니다. ... ...이런거 훔쳐보면 안되나? 그, 그래도 궁금하니까 조금만. 보면 안되는 내용인 것 같으면 바로 닫을게요...!)
 
heat shimmer: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수첩에 적힌 날짜는 분명 오늘입니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먼저 수족관에 가자고 한 건 분명 그일텐데요.
 
heat shimmer:잘못 적은걸까?
 
버트 크린스:(반복되는 매미소리만 들으며, 수첩의 내용을 보았다. ...이상하네... 년도는 안적혀있나? 훨씬 옛날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던가... 오묘한 기분으로 수첩을 닫습니다. 티켓도... 그대로 끼워둡니다. 뮤니아거니까.. 건든 티 내지 말자. 어쩐지 차분한 거실의 분위기에 한 번 더 훑어보고... TV가 있나 봅니다)(집.착.)
 
heat shimmer:왜 그렇게 집착해... TV가 있긴 있습니다.
 
버트 크린스:(궁금하잖아요. 뉴스같은거... 뮤니아 올때까지 심심하기도 할 것 같고. 틀어봅니다.)
 
heat shimmer:TV는 평범하게 켜지는 듯 합니다.
돈이 많은 그라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벽걸이 TV입니다...
어우... 몇 인치야.
어느 곳을 틀어도 당신이 기억했던 채널이거나, 평범하게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날씨가 덥다는 내용이 많네요. 폭염주의라나.
 
버트 크린스:(좋다... 그럼 잠깐 소파에 앉아서 멍하니 TV보는 시간 5분을 가지고 일어납니다. 올 여름도 덥나보다... 뮤니아가 너무 멀리 가지 않았기를 바라며... 일어나서 이번엔 부엌으로 향합니다. 집에 먹을게 없어서 나간건가...)
 
heat shimmer:5분간... 시간을 보냈습니다. (ㅠㅠ)
당신의 기억 속 그대로의 부엌입니다.
기억과 다른 점이라면 어제까지 쌓여있던 설거지가 전부 사라진 것,
식기가 한 사람 것만 꺼내져 있다는 것,
그리고 냉장고 안이 거의 비어있다는 것뿐입니다.
식사를 하고 싶어도 냉장고가 비어있으니 뭘 만들어 먹지도 못할 것 같네요.
 
heat shimmer:식사는 그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겠습니다.
뭐… 설거지 정도야 그가 해버렸던거겠지만요.
 
버트 크린스:(설거지야 그렇다지만... 어쩐지 이질적인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꼭 혼자 지낸 것 같은 풍경같지 않아? ... ...어제까지의 기억이 있으니 그럴리는 없다고 여기지만. 냉장고를 닫고는 화장실로 가봅니다.)
 
heat shimmer:먼지 한 톨, 머리카락 하나 없이 깨끗하게 청소된 화장실입니다.
샤워기를 돌리면 딱 기분이 좋을 온도의 물이 쏟아져 내립니다.
이렇게 더운 여름에는 샤워를 자주 해줘야지요.
자, 잠깐! 샤워기 옆에는 <세면대> 가 보입니다!
 
버트 크린스:(깨끗하네. 화장실청소 언제했더라? 뮤니아가 금방 올 것 같으니 샤워는 패스하고... 세면대부터 봅니다. )
 
세면대에게 <관찰> 판정!
 
버트 크린스:(눈 깜빡... 세면대 앞 거울도, 세면대 안쪽도, 위쪽도 체크해본다.)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heat shimmer:세면대 유리에 비친 당신의 얼굴이 보입니다.
안색이 파리한 게 확실히 컨디션이 좋지 못한 것 같습니다.
 
버트 크린스:(... ...오늘이 날이 아닌건가.. 아니면 요 며칠 아팠다던가. 뮤니아가 걱정하는 걸 보면 그것도 말은 되는데...생각하며, 세면대에서 칫솔을 찾아봅니다. 원래라면 두개가 나란히...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heat shimmer:이상하게 조금 난잡한 기분도 드는데, 그래서 그랬던건지 칫솔통 자체가 보이지 않습니다.
 
버트 크린스:(없네... 청소하면서 싹 버렸나? 고개를 기울이다... 서재로 향해봅니다. 조금 의아한 기분이야 들지만, 몸 상태가 별로여서 그런 것이려니...)
 
heat shimmer:종이책의 냄새가 가득한 서재입니다.
창문은 닫은 데다 커튼까지 쳐져 있는 바람에 시야가 조금 좋지 못합니다.
그와 당신이 하나둘씩 모아둔 책으로 <책장>안이 가득합니다.
책장 옆에는 책상과 <서랍>이 보이네요.
 
버트 크린스:(창문열면... 덥겠지. 신경쓰이는 곳을 살펴보기 전에 우선 커튼만 걷어봅니다. 습하면 책 보관에 좋지 못하니까. )
 
heat shimmer:커튼을 겉으면 방에서 보던 풍경과 크게 다를 것은 없습니다.
건물들이 흔들리는걸 보면 밖의 열기가 굉장한거겠지요.
 
버트 크린스:(더워보인다... 뮤니아 언제와요?... 녹아내리지는 않겠죠?... 잠시 걱정스레 창 밖을 내다보다가... 책장부터 살펴봅니다. 기다리는 동안 책을 한 권 읽는 것도 괜찮겠지...)
 
본다면, 장에 <자료조사> 판정.
 
버트 크린스:(손으로 죽 훑으며 살펴봐)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heat shimmer:당신은 책장을 살피던 도중 기억에는 없던 낯선 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책의 제목은 <비 내리는 세계>.
책의 중간에는 책갈피가 끼워져 있습니다.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그 외에도 비유적인 표현이 가득합니다.
 
heat shimmer:이건 그의 책일까요?
 
버트 크린스:모든 아픔이 씻겨내려간 세상에... (여름이니 비가 오는 것이야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어쩐지 의미를 알기 어려운 내용에 고개를 기울인다. 흥미가 떨어졌는지, 아니면 이런 이질적인 것들이 계속 발견되는 것이 불안을 만들었기 때문인지... 책은 그대로 넣어두고 책상으로 향하여 서랍을 열어보았다.)
 
heat shimmer:낮은 높이의 자그마한 서랍입니다.
총 3칸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칸, 두 번째 칸에는 잡동사니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두 사람끼리 맞춘 물건들이나 작은 접이식 우산도 여기에 들어 있습니다.
대체 왜 현관이 아니라 여기에 있는지...
세 번째 칸을 열면, 그 안에는 잘 만들어진 테루테루보즈가 들어가 있습니다.
 
테루테루보즈 발견 후, <아이디어>판정.
 
버트 크린스:(가만히 바라보다... 테루테루보즈를 들어올리며... 뮤니아가 만든건가...)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heat shimmer:테루테루보즈는 창가에 걸어두면 맑은 날씨를 불러온다는 일본의 인형이란 것을 떠올립니다.
반대로 거꾸로 걸어두면 비를 불러온다는 설이 있었습니다.
 
버트 크린스:(비가오면 열기가 좀 식으려나... 그럼 홧김에 창문가에 거꾸로 걸어둬봅니다. ... ...그런데 설마 뮤니아가 오기전에 비가 온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heat shimmer:그게... 걱정인가요?(ㅠㅠ) 걸어도 되겠지만 괜히 느낌이 이상하니... 그냥 챙겨두는건 어떨까요?
 
버트 크린스:(그런가... 역시 좀... 그렇겠죠? 그럼... 어쩐지 뮤니아가 만들었다고 생각하니(편견. 본인 생각일 뿐임.) 귀여워서 주머니에 챙겨둡니다. 나중에 물어봐야지.)
 
heat shimmer:어쩐지 조금 쪼글쪼글 귀엽네요! 주머니에 잘 챙겨 넣어 둡니다.
잠깐 거꾸로 달아봤지만 아무 일 없는걸 보면 역시 기분탓일지도 모르겠네요.
 
버트 크린스:(아무래도... 보통 이런 건 걸어두고 하루 자거나 하니까... 그마저도 미신이고. 귀여우니 챙겼다. 그럼 다시 침실로 돌아갑니다. 거기가 냉방이 조금 더 잘 됐던 것 같아서...)
 
heat shimmer:깔끔하게 정돈된 침실입니다.
두 사람은 충분히 누울 수 있을 크기의 <침대>, 그 옆에 자리 잡은 2개의 <옷장>, 그리고 시원하게 열려있는 <창문>이 보입니다.
 
버트 크린스:(창문... 열려있었어?! 후덥지근한 열기가 더 들어오기 전에 창문부터 닫으러 다가갑니다.)
 
heat shimmer:아무래도... 그랬던 편이었죠... 창문 밖을 보면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과 강한 햇살이 보입니다.
그리고 주변에는 익숙한 동네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네요.
가지런하게 주차된 자동차. 일렬로 세워진 주택. 구석에 보이는 작은 놀이터.
에는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이 보입니다.
모든 것이 당신이 기억하는 대로의 모습입니다.
이상한 점이라곤 길가에 행인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버트 크린스:(...평화롭다... 더워서 아무도 안나온건가? 어쩐지 찝찝한 기분이 되어 창문을 닫고 고개를 돌렸다. 의문스런 일이 생기고 있다고 믿고 싶지 않았다. 땀이 좀 흘렀다면 옷을 갈아입는 것도 괜찮지 싶어... 옷장을 열어봅니다.)
 
heat shimmer:창문을 닫으니 들어오는 열기가 좀 덜하겠네요. 큰 차이는 느껴지지 않지만...
 
버트 크린스:oO(곧 뮤니아 올테니... 냉방을 좀 더 쎄게 트는 것도...)(옷장 열며 생각중...)
 
heat shimmer:목재로 만들어진 커다란 옷장입니다
기억납니다.
쪽이 당신의 옷장이었고, 오른쪽이 그의 옷장이었죠.
큰 의미는 없지만 그냥 자주 오고가는 사이니 그것 때문에 장만해둔 옷장입니다.
여친은... 돈만큼은 많으니까요...
 
버트 크린스:(그만큼 자주 오가니까... 맞아, 그랬지. 그럼 왼쪽 옷장부터 열어봅니다. 셔츠는 갈아입고 싶어~)
 
heat shimmer:왼쪽 옷장을 열자 빼곡하게 당신의 옷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옷장을 보는 당신, <관찰> 판정.
 
버트 크린스: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물끄럼....)
 
heat shimmer:어우... 잘 보이나 보네...
 
버트 크린스:(훗...땀이 좀... 많이 났나보죠 뭐.)
 
heat shimmer:당신은 자신의 가을, 겨울 옷 뿐만이 아니라 여름 옷 마저 접힌 채 쌓여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렇게 정리해두면 나중에 꺼내입기 불편할 텐데.
당신 자신이 이런 식으로 정리한 기억은 없습니다.
뮤니아가 그런 걸까?
 
버트 크린스:(...그래도 반팔 하나 꺼내봅니다. 무너지지 않게 살살.... 본 의도대로 서둘러 갈아 입어요)
 
여기서 웃기니까 잠깐 <행운> 판정~
 
버트 크린스:(웃기신가요? 웃... 웃기신가요? 가자 내 한줌의 행운아)
기준치: 40/20/8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heat shimmer:헤헷. 손을 불쑥 집어넣고 다시 쑤욱 꺼내니 놀랍게도! 깨끗하고 뽀송해 보이는 흰 셔츠를 꺼냈답니다!
서둘러 갈아입으니 역시 뽀송해요.
서랍 냄새는 조금 나는 것 같지만!
 
버트 크린스:(뽀송. 만족. 서랍냄새라도 뭐! 뽀송하니까!)(한결 가벼워진 기분으로 오른쪽 옷장도 열어봅니다. 그냥... 그냥... 다른 의도는 없고... 뮤니아 옷... 스타일 구경. 없을때 살짝.)
 
heat shimmer:살짝. 오른쪽 옷장을 열면 그의 옷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가을, 겨울옷들은 한쪽에 접혀있고, 자주 입는 여름옷은 옷걸이에 걸려있습니다.
왼쪽 옷장을 열자 빼곡하게 당신의 옷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아 실수~)
 
버트 크린스:(뮤니아쪽은 제대로 정리되어 있는데... ... ...역시 의아해져서 서둘러 옷장을 닫습니다. 뭐... 역시 대청소를 했겠거니, 그저 몸이 안좋아 겉돈다는 기분을 느끼는 것이라며 걱정을 접고 침대에서 쉴 심산으로 다가갑니다.)
 
heat shimmer:새하얀 시트가 깔린 2인용 침대입니다.
방금까지 당신이 잠들어있던 탓에 이불이 흐트러져있습니다.
잠들기에 딱 좋은 푹신함이네요.
역시 조금 쉴까요?
 
버트 크린스:(역시... 그러는게 좋겠다. 너무 덥지 않다면 그대로 누워봅니다. 조금만 쉬고있으면 뮤니아가 오지 않을까)
 
집 안을 얼추 다 둘러보고 침대에 누워있자니,
 
어느새 그가 돌아와 양손에 든 봉지를 작게 흔듭니다.
 
무엇을 그리 많이 사 왔는지 봉지 안은 터질 것처럼 빵빵합니다.
 
힘도 없으면서 뭘 저렇게…
 
이마며 얼굴이며 새빨갛게 물들어 있습니다.
 
버트 크린스:뮤니아아....(아아아아... 가득 들고온 것 보고 놀라서는 봉투 받아줍니다. 얼굴에 손 부채질해주며...) 뭘 이렇게 많이 사왔어요. 밖에 많이 더워요?
 
단델 뮤니아:헤헤... (헤헤... 벌겋게 익은 얼굴로 헤헤...) 그, 그게... 고르질 못, 못하겠어서 다, 담아버리다 보니까... 이미 이러, 이렇게... 이왕 나온, 김에 그냥... 좋을거 같, 아서... 밖이 덥긴... 하네요. 그, 그래도 괜찮, 아요. 방 시원하다... ...
 
버트 크린스:(아아아아... 손부채질...손부채질...) 얼굴이 빨개요. 역시 많이 더웠구나... 냉장고가 텅 비었더라구요, 이럴줄 알았으면 같이가는건데... (홀로 내보냈던게 미안한지 연신 부채질을 계속해주다...) 땀 좀 식혀요, 사온건 제가 정리해둘게요. (슬쩍, 봉지 내용물도 살펴보며)
 
단델 뮤니아:아, 아아, 그, 그거요... 사... 실은 저 원, 래는 사먹, 거나 배달, 하거나 그러니까요... (그런데 그게 애인이 생겨버리는 바람에 반쯤 강제로 고쳐졌던거지만... 헤헤. 시원하다. 쬐끔 살아나는 고영. 봉지 안에는... 정말 잡다한게 들어있었다... 어디가서 사기는 안당하고 살까... 싶을 정도...)
 
버트 크린스:아, 그래서...... 마음은 알지만, 가끔은 해먹는게 좋아요. 사먹는건 간이 쎄니까...(잔소리 타임 잠깐 가졌음. 그런데... 어제도 냉장고가 저랬던가... 가물가물한 기억을 떠올려보고 있으면, 금새 봉지 안으로 시선이 빼앗긴다.) 와.... 무거웠겠어요! (눈 크게 뜨고 이것저것 뒤적여봅니다.)
기준치: 40/20/8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아 ㅋㅋ
 
버트 크린스:(뒤적.... 뒤적..... )
 
heat shimmer:봉지 안에는... ... 일회용 플라스틱 수저... 그것도 요플레 하나 떠먹는 그... 작은 수저가 다라락 붙어있는 뭉치가 하나 손에 들립니다...
Why...................
 
버트 크린스:(? 숟가락 뭉치 들고 멍하니 있음. 작아... 역시 뮤니아 손에는 이런게 맞는걸까... 홀로 귀여워하는 시간을 가졌음)
 
heat shimmer:맞겠냐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쟤한테도 그건 안맞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버트 크린스:(안맞는구나... 시무룩...)
 
단델 뮤니아:(헤... 헤헤.) 피, 필요, 하, 할지도 몰, 몰라서. (어디에. 근데 왜 시무룩 하세요?)
(우웃... 봉지 뒤적뒤적거리고 아이스팩 꺼내요...) 이, 이것도 혹시나 해, 해서.. 더울까봐... 아니... 뜨거운, 게 낫나...?
 
버트 크린스:(... ....모르겠다. 귀여우니 그냥 어깨나 도닥여준다. 제가요? 어, 언제요? 시침 뚝.) 있으면 가끔 쓰니까요. 아이스크림이나... 요플레 먹을때...(응. 그럼.)
아, 괜찮아요. 열이 나는건 아닌 것 같아서...(제 이마를 한 번 짚어보더니... 문득... 정작 밖을 다녀온건 뮤니아니까. 장난처럼 아이스팩을 살짝... 네 볼에 아주 짧게 대었다 떼어보더라)
 
단델 뮤니아:으, 응! 저, 저도 그, 그럴려고... 사, 사온... 거... (어째 갈수록 흐려지는게 그냥 목적없이 산거 같고... 뭔가 떠벌거리다가 화들짝 놀라서 폴짝 뛰어) 챳....!! (다시 바닥에 폭...) ........가워..........
 
버트 크린스:(챳! 소리에 덩달아 놀라 눈을 크게 뜨는 듯 싶더니, 가워... 하며 가라앉는 모습에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잠시 그대로 옆에서 고개를 숙이고 웃더니) 미안해요. 더워보이길래... 아, 그래요. 슬슬 뭐 좀 먹을까요? 배고프지 않아요? (라며... 혹여 한 소리 들을까 대화 주제나 돌려본다.)
 
단델 뮤니아:(부, 부끄럽다. 나는 부끄러운데... 그렇다고 꼭 나쁜 기분이라고 하냐면 아니니까. 우씨... 괜히 볼에 바람 넣어보다가 금방 후 돌아와서) ...그, 래요. 아마, 먹을 때가 됐긴... ...한 거, 같고. 일단 자, 잡히는대로 사, 오긴 했는데. 뭐, 먹고 싶은, 거라던, 가... 있어요...?
 
버트 크린스:(아, 볼에 바람찬 얼굴을 마주하고 잠시 멈췄을 것이다. 토라졌나? 싶었는데 다행히 그건 아닌 것 같아서 흠흠... 하는 헛기침을 뱉으며 진정하였고) 글쎄요, 너무 무겁지 않은거면 다 좋아요. 날도 더우니까... 샌드위치 정도도 괜찮고... (그럼 그제야, 뮤니아가 사온 음식들을 뒤적여봅니다)
 
heat shimmer:맛있겠다... 봉지가 왜이렇게 빵빵하고 무겁나 했더니, 식재료들을 보이는대로 쓸어담은 것 같습니다.
이거할지, 저거할지 모르다가 그냥 둘다 넣어버린 꼴이 선명합니다...
야채도 있고, 식빵 한 봉지는 뭉게지지 않게 위쪽에 놓여 있습니다.
 
버트 크린스:(역시 같이 갔어야 했던게 아닐까? 어쨌든 재료들을 이것저것 꺼내보더니...) 뮤니아는요? 먹고 싶은거 없어요? 장보느라 고생했잖아요. 음식정도는 제가 할 수 있는데.
 
단델 뮤니아:아... 글, 글쎄요... 그냥 지금 딱, 히 생각나는게 없... 어서... 그냥... (그냥 뻘쭘하게 웃으면서 봉지만 뒤적거렸다가) 최근... 입, 맛이 없어서. 그냥... 버트가 먹, 고 싶은걸로... 먹어요. 응...?
 
버트 크린스:(그 모습에 도리어 걱정스런 시선이 닿았다. 더위를 먹은건 뮤니아도 마찬가지 아닐까... 평소보다 몸이 더 마르지는 않았는지, 얼굴은 괜찮은지 뒤늦게 살피는 듯 싶었고) ...그럴까요? 응, 그래요 그럼. 재료가 이렇게 많으니... 먹고 싶은게 있으면 그때 말해요. (느리게 웃어보이고는, 재료들을 정리해 들고 일어납니다.)
 
단델 뮤니아:(말랐다면 말랐나, 원래부터도 마른 편이긴 했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이유없이 해주는구나. 뭔가 꾹 참듯 얼굴에 힘을 줬다가 쪼르르 뒤따라) 내, 냉장고에 넣으러 갈, 갈거면 저도...
 
고작해야 몇 마디 하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창밖의 해가 저물어가기 시작합니다.
 
종일 맑았던 하늘은 눈이 아릴 정도로 붉은색으로 물들어갑니다.
 
하늘이 불타오르는 것처럼 보이네요.
 
창밖의 경치를 보고 있던 당신은 바로 옆에서 시선이 느껴집니다.
 
버트 크린스:아, 네 같이...(파랗던 하늘과 대비되게 붉게 물드는 것을 보자니 기분이 이상했다. 여전히 들려오는 매미소리의 출처도 명확하지 않아서인지, 이상한 점들이 자꾸만 밟혀서인지. 느껴지는 시선에서야 고개가 돌아갔다.)
 
고개를 돌리면 역시나 그입니다.
 
그 시선이 어찌나 집요한지,
 
그는 눈 한번 깜빡이지 않은 채 당신을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왜 그렇게 집요하게 자신을 보고 있는 걸까.
 
어째서 그런 초조한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걸까.
 
그 이유를 묻고자 입을 연 그때,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저도 모르게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눈을 돌리면,
 
새까만 까마귀 한 마리가
 
전봇대 줄 바로 위에 서서 이쪽을 보고 있습니다.
 
눈이 마주친 그 순간,
 
당신은 실이 끊긴 인형처럼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습니다.
 
의식을 잃기 직전 당신, <듣기> 판정.
 
버트 크린스: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아지랑이처럼 아득하고 흐릿하지만,
 
확실한 애정이 담긴 그의 목소리가 멀리에서 들려옵니다.
 
장면전환
 
당신은 어제처럼 같은 방, 같은 침대 위에서 눈을 뜹니다.
 
여전히 방 안에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매미 소리와
 
냉방이 돌아가는 소음에 하루가 반복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던 그때,
 
바로 옆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대체 언제 방에 들어온 건지.
 
혹시 자기가 자는 동안 옆에 있었던 걸까요?
 
어제 그와 이야기를 하던 도중 잠이 들어버렸으니까요.
 
상상하긴 힘들지만... 그가 당신을 방으로 옮겨준 것일지도 모릅니다.
 
버트 크린스:응, 좋은아침이에요 뮤니아. (눈을 뜨고, 직전의 기억의 끝을 더듬기전에... 익숙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았다. )
 
단델 뮤니아:...다행, 이네요. 응. 좋은 아침... (뭐가 그리도 서글폈나. 침대 맡에 쪼그려 앉아 보는 시선이 퍽이나 물기가 서려있어서 눈을 감지 못했다.) 역시... 더위, 먹... 은 것 같, 아요. 갑자기... ...기절, 해서.
 
버트 크린스:(쪼그려 앉아보는 시선이 어쩐지 먹먹했다. 손을 뻗어 조심스레 네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게 맞나봐요, ...뮤니아가 여기까지 옮긴거에요? 혼자서? (...역시 이게 신경쓰인다. 여전히 침대에 누워서는 걱정스레 물으며, 몸 상태를 확인해보았다. 갑자기 기절할 정도였나...) 놀랐겠네요, 미안해요...
 
단델 뮤니아:으응... 아냐. 맞아... 내가, 옮겼어요. 혼자... (밖은 저렇게 쨍쨍하고 매미소리도 들려오는데 어쩜 네 손은 이렇게나 폭신한지. 그저 날이 더워 그런거라고, 흐린 눈가를 아래로 내린 채 손바닥에 제 머리를 꾹꾹 눌러) ...그럼, ...일단 약... 먹을까...? 오늘은... 수족관,에 가자.
 
버트 크린스:... ...무거웠...죠. 적당히 일어났다면 좋았을텐데...(...더 열심히 머리를 쓰다듬는다. 손의 간지러운 감각이 무뎌지고, 검은 머리칼이 더 푹신해졌을 때, 손을 떼고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약.... 그럴까요? 감기는 아닌 것 같아서 뭘 먹어야 할지...(두통약을 사온걸까? 어쨌든 느리게 끄덕이고) 아, 오늘이야말로. 네, 어제는 어쩐지 시간이 빨리갔죠.
 
단델 뮤니아:...일단, 종합적인 두통약, 만 준비했, 어요. 더위는... 조심, 하면 되는 일이니까... (아, 가슴이 답답하다. 그래도 왜 그런건지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 않기로... 했어. 그게 좋으니까. 미리 챙겨둔 것인지 쟁반 위로 약 한통과 물 잔을 침대 위로 올려) ...여름, 의 해는, 기니까요.
 
버트 크린스:...네, 먹는게 낫겠어요. (쟁반을 건네받고, 보는 앞에서 약을 한 알 덜어 한 번에 삼켜냈다. 미지근한 물을 삼키자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그저 그런 감각들이 어쩐지 뭉툭하기만한 기분이었다.) 얇게 입고, 햇빛도 피하려면 모자도 쓰는게 좋겠어요. 실내에서는 괜찮을테니 걱정말고요. (여전히 주머니에 있나? 테루테루보즈를 한 번 만져보았다. 수긍하고 반문하지 않은 것이 너무 많았다. 그렇기에, 아마 여전히 이 열기와 함께 그저 받아내면....) ...그렇죠, 몇시쯤이나 됐어요? 가장 더운 시간은 피하는게 좋을텐데. 서두를까요?
 
단델 뮤니아:응. (내가 여기서 응, 이라는 말을 제외하고 무슨 대답을 더 할 수 있지. 어쩌면 상관없을수도 있고. 조금 피하듯 쟁반을 두손에 다시 들었지만 그래봤자 몇 초가 흐르는 순간에 돌릴 수 있는건 없어서 역시나 멋쩍게 웃었다. 차라리 매미소리가 엄청 커서, 귀가 아플 정도로 커서 못알아들었으면 좋겠다. 허울없는 아지랑이 같은 소원만 빌었고.) 지금... 아침, 이에요. 점심은... 아니고. 봐요, 해가 쨍쨍해요. 가려면, 지금 가야하지, 않을까요. 그 때가 되면 한창, 땅이 익, 어서 엄청 더울... 때니까.
 
버트 크린스:(짧은 대답이었다. 의문이 따라붙지도, 애써 긍정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답변. 잠시 웃어보이며 다시금 네 머리를 쓰다듬고, 침대에서 몸을 내려 일어섰다. 이 매미소리만큼은 어디서도 들려오는구나. 너와 함께한 모든 여름에 담겨있는 그 소리가 싫을리 없었다. 그래서 나는 묻지 않았노라.) 아, 그나마 다행이에요. 늦잠은 자지않았으니까요. 그럼 빨리 준비할까요? 힘내서 구경하려면... 아침도 챙기고요.
 
단델 뮤니아:좋아. (어차피 거짓말도 못할거라면 차라리 말이라도 짧게 하는 쪽이 나았다. 어정쩡하게 들킬 바에야 이게 낫지. 조금 저릿한 다리를 두고 천천히 일어나 쟁반을 두손에 챙겨두고 고개만 까딱거렸다.) 이거 가져... 다, 놓고 올, 게요. 일단 옷... 갈아입고 부엌에 오, 세요. 역시... 이럴 줄 알, 았다면 샌드위치는 만, 들어 놓을 걸... 그랬다, 그치... (이게 과연 네게 가는 질문이던가. 혹은 자신에게 되돌아갈 부메랑이던가. 분명한건 어차피 쓸데없는 사념이라는 점일터.)
 
버트 크린스:네, 알겠어요.(고개를 까딱이는 모습에 쉬이 대답한다. 생활감이란 것이 정리된 옷장에서 무언가 찾아 입을 생각에 몸이 무거워지는 기분이 스쳤으나, 그것을 숨기려는 듯 네 질문에 답한다. 정작 네가 대답을 바란 것은 아니더라도.) 뭘요, 일어날 때까지 옆에 있어준거잖아요? 같이 만들어요. 옷만 서둘러 갈아입고 갈게요. (급할 것 없었다. 그간의 시간으로 알지 않던가. 내가 캐묻거나 몰아치는 행동에 네가 겁먹을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이끄는 흐름을 따르기로 했다. 그러다 천천히... 천천히...)
 
단델 뮤니아:응, 천천히 와요. (급할 건 없을텐데. ...없나? 없길 바래. 이제 몇 번 안남았어. 그 중에 한 번이 천천히 흘러간다면 그것도 괜찮아. 혼자 겁을 먹은 사람처럼 어두운 낮빛으로 마른 침만 삼켰다가 그대로 들어났다는 사실을 금방 깨달아 쫒기듯 부엌으로 달아났다. 거짓말을 잘하고, 능숙한 사람이 되고 싶어. 차라리 머리라도 똑똑했으면 좋겠어. 그래봤자 나는 멍청하고 어리숙한데. 딱 부엌으로 향하는 뒷모습만 남기고 가더라.)
 
버트 크린스:(뒷모습을 잠시 바라봤다. 분명 어두운 낯이었지. 필시 그 이유에 내 몸 상태가 관련되어 있을텐데. 선뜻 물어보는게 쉽지 않았다. 어제 눈을 감기전에... 네가 뭐라고 했더라? 고작 몇 단어만 남은 말을 입술로 더듬었다.) 어쨌든... (당장은 옷장을 열어 옷을 꺼내 갈아입었다. 쌓여진 옷들을 무너질까 쓸데없는 걱정을 하느라 머뭇거렸지만. 평소와 비슷한 복장이면 될 것 같았다.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오늘의 제 낯빛도 어제만큼 어두운지 확인한 뒤, 부엌으로 향하였다.)
 
밖에 나가기 위해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부엌으로 나가보면,
 
그가 있습니다.
 
실력이 없으니 뭘... 시작하진 못했지만
 
재료 정도는 꺼내놓았습니다.
 
얼마나 안봤다고, 다시 마주치지 히죽 웃습니다.
 
버트 크린스:(히죽이는 모습에 마찬가지로 웃으며 다가섰다, 잠시 미뤄두기에 충분한 것이 네 웃음이었을 것이다. 자연스레 싱크대에서 손부터 씻으며...) 준비해둔거에요? (슬쩍 눈으로 재료도 훑고.)
 
단델 뮤니아:아, 손... (맹하게 있다가 저것도 몰랐다는 얼굴로 차마 생각으로도 거치지 못한 말이 툭 튀어 나왔다가 부끄럽다는듯 옆에서 슬쩍슬쩍 제 손도 씻엇다. 춋춋.) 아 저, 이, 이런 것도 잘 못해서... 그렇다고 폭, 폭발하는 수준은 또 아니, 지만... (아마도... 그래봤자 식빵이나 다른 재료들을 꺼내놓은 정도 밖에 없지만.)
 
버트 크린스:(다가서면 손을 씻을 수 있도록 자리를 조금 내어주었다. 자신보다 작은 손을 눈으로 훑었다. 손의 물기를 닦고는 자, 같이 봐요. 하며...) 아, 괜찮아요. 어제도 원래는 제가 해주려고 했는데... 속재료로 넣고 싶은게 있어요? 특별히 좋아하는거라던가.
 
단델 뮤니아:(알고 있긴 했지만 또 이렇게보니 새롭다고 해야할까, 다시 깨달았다고 해야할까, 손 크기 차이부터 나는 것을 아주 잠깐 보고 말았다. 그것도 즐겁지만 시간을 할애하기엔 너무... 그러니까.) 음... 저, 기본적으로 야채는 잘... 먹, 어요. 다른 재료에 비해서 무겁, 지 않으니까? 그냥 간만 되어있, 으면 적당히 먹, 어요. (정말... 입도 짧고 식욕도 없는 편)
 
버트 크린스:야채는 잘 먹고... 저도 자극적인 건 역시 피하고 싶으니까요. 그럼 간단하게 할까요? 못먹는 거는요? (조금 더 의욕적이면 좋을텐데, 아쉬운 마음이 스쳤다. 자신보다 작고 마른 체구이니 떠오르는 작은 욕심이었을지어니, 굳이 말하지는 않는다. 빵을 들어 살피고, 햄과 계란, 치즈, 토마토, 양상추... 등을 우선 분류해두고는) 마음같아서는 충분히 든든하게 챙겨주고 싶지만... (날이 너무 더워지기 전에 나가려면 시간이 부족할지도 모르겠다 싶어)
 
단델 뮤니아:아. 못... 먹는건 많, 았어요. 근데 지금은 괜찮, 아요. 나름 극복... 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먹을 수 있다는... 헤헤. (어렸을 때 생각난다. 못하는 것도 많은데 못 먹는 것도 많아서 가족들이 안먹으면 못 일어난다고 말하는 바람에 어찌저찌 먹은 다음엔 가리는게 없어졌으니까. 단건 좋아하지만 이것도 많이 먹지 못하고 보기 좋은 음식을 보는 걸로 만족하는 타입인지라 자신이 소극적인 사실도 깨닫지 못했다. 그냥 너와 이렇게 있는게 좋으니까. 그저 괜히 건들였다가 망치게 되는건 아닐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점도 있었지만 재료 분류를 한다는 것부터 놀라 멍청하게 헤, 소리나 뱉었고) 그... 신, 신경쓰지 말아요, 그게... 음... 전, 놀러... 갈 수 있으면 그, 그걸로 좋아요. 물속에서... 헤, 헤엄치는 물고기, 들을 보고 있으면... 시원, 해질지도 모르고...
 
버트 크린스:그런가요... (그저 그런 답을 내놓으며 재료를 어루만졌다. 손질해야하는 토마토와 양상추를 싱크대로 가져가며, 흘끔 네 낯을 살폈을 것이다. 때때로 밟히는 것들이 안타까웠다. 헤 하고 웃는 낯에 삼키고 말았지만...) 그래도요, 먹을 수 있는거랑 먹고 싶은거랑은 다르잖아요. 싫은 걸 억지로 먹어야 하는 나이는 지났으니 누려보는것도 좋아요. (라며... 네 그저 그런 기억들이 덜어지기를 바란다. 저도 예전에 파프리카 안먹는다고 한소리 들었거든요. 라는 말을 부러 덧붙이고는) 알겠어요. 그럼 다녀와서 맛있는거 먹어요. (라며 고개를 기울이며 웃고는) 그럼... 뮤니아, 도와줄 수 있죠? 계란 좀 삶아줄래요?
 
단델 뮤니아:(잘한다... 몇 번을 봐도, 그래. 몇 번을 봐도 이렇게 능숙한 솜씨를 볼 때 마다 놀라와서 그저 단순하게 좋아하던 때도 있었어. 마치 그 때 마냥 넋놓고 보자니 시선도 잊고 괜히 옆에서 알짱거렸다.) ...으, 음... 그, 그렇게 생각... 을 안해 봤, 어요. 많은 차이가 있을... 거란 것도 지금 들어서 그렇, 게 느, 느꼈고. (그래도 모르겠네.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어가면 그것들은 점점 줄어들거나 극복해야하는 것들이 아닌가? 아. 문득 스쳐지나가던, 아무렇지 않았을 그런 생각 하나 자체가 아주 잠깐 자신을 무겁게 만들었다. 음식 앞에서 이게 무슨 짓이냐고 싶을 정도로. 그래서 피하듯 대답 전에 뽀르르 냄비부터 찾아갔다가) 으, 응. 할 수 있어요. 저.. .계란 삶... 을 수 있어요. (삶을 순 있지... 그게 완벽하지 않을 뿐이야... 덜커덩거리면서 냄비에 물을 콸콸콸 담아)
 
버트 크린스:(알짱거리는 네게 자꾸만 시선이 닿았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채소를 씻고, 칼을 꺼냈다.) 그게 잘못됐다는 건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알죠? 저는 늘 뮤니아가 편했으면 해요. 그게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이상적인 어른이랑 거리가 있어도 괜찮으니까요. (겁먹거나 긴장하거나, 과거의 우울이 널 삼키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흐르는 시간에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괜찮다 생각해. 그 동안의 네 시간이 치열했음을 나는 안다. 양상추를 먼저 손질하였다. 적당량을 뜯고, 빵 사이에 들어갈 크기로 자르고 토마토도 한개 손질하였고) 어차피 으깰거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않아도 괜찮아요.
 
단델 뮤니아:...응. (그래도, 네가 그렇게 말해줬음에도 불과하고 그래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말은 고작해야 이 정도. 내게서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은 거의 유일한 네가 다시금 해주는 말이 새삼스레 그리워서 가스불 위로 냄비만 올렸다. 그저 미리 계란을 꺼내놔서 다행이다, 따위의 소소한 생각만 하면서 더운 날, 불 앞에서 떠나지 못했다. 이것 또한 가스불을 키고 다른 곳에 가지 말아야한다는, 시덥잖고 기본적인 상식을 핑계로 하는 행동이었겠지만 나는 너를 보지 못한거야. 그렇게 원했는데도.) ...그래도 잘, 되는게 좋겠... 죠. 그러는게... 좋, 겠죠. 천, 천천히 하세요. 물도 끓고.. 계란이 익으려면... 아직, 아직이니까.
 
버트 크린스:(짧은 대답에 손이 멈추고, 네게 시선이 닿았다. 오늘의 너는... 아니, 그렇게 표현해도 괜찮은가? 눈을 뜨고 난 뒤의 너는 어딘가 이상했다. 내게 뭔가 숨기고 있다는 것 정도는 눈치챘으나, 그걸 묻는 행동이 하고싶지 않아, 침묵속에서 네 옆얼굴을 바라보고...) ...덥지 않아요? 앉아서 쉬고 있어도 괜찮은데...(라며 다시금 네 걱정을 읊었다.) 뭐... 뮤니아가 원한다면 저는 그것도 좋아요. (예쁘게 나오면 보기 좋게 썰어서 올리고, 아니라면... 원래 그러려 했던 것 처럼 으깨야지.)
 
단델 뮤니아:(거짓말을 못하는 나도 나지만 그걸 또 묻지 않으니 나는 그걸 알면서도 감사히 느껴야 했다. 나는 언제 이렇게까지 나쁜 사람이 되어버렸지. 그래도 너랑 있어서 나아지고 있는 중이었다고 스스로도 자부심이 생겼는데. 차라리 쪄죽는 밖의 여름 공기가 더 나을까, 싶었지만 그건 그거대로 아니었다. 그래, 아니었어. 차라리 가스불이 낫지 않을까? 숨기지 못한 땀이 아래로 흐를 쯤에야 너를 눈치채 뻘뻘거리며 손부터 저었다.) 괜, 괜찮아요. 저 정말... 괜찮아요. 굳이 말, 하자면 전... 지금 기분이 좋은, 쪽이에요. 정말... 정말로. 미안해요. 그냥 옛날 생각이 좀, 나서, 그런거 뿐이거든요. 계, 란은 제가 조금 있다가 건질게요. 껍질도 까고... 응. 기분... 좋은 날이... 되었, 으면 좋겠어요.
 
버트 크린스:(스스로는 배려가 지나치다는 생각까지 미치지 못했다. 그저 네가 하는 행동이면 괜찮을 것이니, 말하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니... 먼저 말해주겠거니. 그것이 신뢰를 담은 애정이라고 감히 과신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항상 널 이해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손을 젓는 모습에 꼬리에 꼬리를 물던 생각들이 접혀 나갔다. 뒤늦게 손질한 재료를 접시에 담아놓고, 널 기다리려는 듯 가스불 근처로 다가섰다. 네가 견디고 있는 열기가 닿았다.) 옛날 일이면... 저도 알고 있는 이야기에요? (굳이 꺼내지 않겠다면 수긍할 것이다. 그저 대화가 소중했다.) 왜 제게 미안해요,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잖아요. 같이해요. 오늘이 좋은 일로 기억되면 좋겠는 건 저도 마찬가지고... 응, 뮤니아가 있잖아요? (그러니 이미 성공하지 않았냐며)
 
단델 뮤니아:(나는, 나는 가끔 제 앞에 있는 사람이 자신을 배려해주고 있음으로 인해 따라오는 침묵이 무서웠다. 고요한게 무서워서 그랬던게 아니라 감히 저 같은 것을 위해 배려해 주고 잇다는 것 자체를 인지해버렸을 때의 공포가 쉽사리 떠나지 않았으니까. 분명 그랬을터인데, 이제는 그것을 이용하는 자신만 남아 이런 어색한 상황에서도 꾸역꾸역 뭔가를 하고 있는거겠지. 그저 훅 끼쳐오는 열이 얼굴에 닿아 땀이 눈가에 떨어져 시큰거렸다.) 그냥... 아니. 저만 알지도 몰, 라요. ...미안, 역시 미안해요. 앞으로 이런, 이렇게 안, 안할게요. 계란이 다 익으면... 찬물로 헹굴게, 게요. 그리고 껍질도, 벗길, 게요. ...저, 잘, 할게요. 잠깐... 그래요. 전부 옛날, 생각이 나서, 그래서 그래요.
 
버트 크린스:(느리게 잠시 고개를 숙인다. 냄비를 바라보면 더운 물이 끓는 탓에 얼굴이 화끈거리는 기분이 전해진다. 네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이와 비슷할까? 아, 나는 참 아는게 없구나. 불안해보이는 모습에 선뜻 대답이 빠르게 나오지 않았다. 이유도 모르고 받는 사과는 더욱이 옅은 불안감을 자극하였다.) 그런가요? (짧은 반문에서 멎고 말았다) ... ... 뮤니아가 제게 사과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물어주기를 기다리는건 아니죠? ... 그럼 전 기다릴게요. 뮤니아가 할때까지요. 계란도 헹구고, 껍질도 벗기고... (명확히 그 행위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었다. 잠시 표정을 풀고, 네 옷을 조금 뒤로 잡아당겼다.) 아, 덥다. 조금 떨어져 있을까요? 그럼요, 뮤니아가 늘 노력한다는 걸 제가 모르겠어요.
 
단델 뮤니아:응... (아, 할 수 있는 말이 정말 이것 밖에 없었나? 하지만 제 아무리 천천히 돌려보면서 자문자답을 해봐도 이것 밖에 없다는 결론 밖에 나오지 않아 그저 수긍했다. 이 시점에서는 이미 받아들인 이후였기 때문에 푹푹 찌는 열기에서 벗어나 몇 발자국 멀어지면 그것만으로도 시원했다. 그저 방금 전까지의 모든 것들을 사과하는 냥 멋쩍게 웃었고 조금 먼 쪽으로 허공에 시선을 돌렸나.) ...음... ...음. 있, 있잖아요. 저희 그러면... 마실 건, 역시... 사서 먹는게 좋, 좋잖아요. 그럼... 저는 크림, 소다가 마, 마시고 싶어요. ...여름이랑, 어울려서 좋, 좋아해요. (그래. 인정했다면 자신에게 남은 선택지는 애초에 하나 뿐이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즐거운 마음을 품기로 했다. 여름은 자신에게 있어서 아주, 아주... ... 아주... 특별한 계절이니까. 아마 곧 있으면 계란을 꺼내야겠지.)
 
버트 크린스:(그 대답만으로도 괜찮다는 듯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바라는게 많지 않다 여겼는데, 그게 아직은 우리에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실감한다. 애초에 나는 너와의 애정관계를 짧게 보지 않았는 걸. 그러니 그저. 당장 마주하는 느낌에 휩쓸리지 않고자 마음을 다잡는다. 여전히 네 사과를 제대로 받아들이지는 못했지만 말야.) 그럴까요? 좋아요. 저는... 아, 오랜만에 레몬에이드가 마시고 싶어요. 아쿠아리움이면 기념품도 있으려나요. (그러니까 나는 네게 맞추는게 좋았다. 네 기분을 이해하고,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그 순간이 좋았다. 금새 쫓을 수 있는 이유는 역시...) 키링같은것도 하나 맞출까봐요. 유치하다고들 하지만... 저는 아직 그런게 좋더라고요. (얼추 끓는 듯한 물에, 고개를 기울여 네 얼굴을 바라봤다. 네가 하겠다고 했으니 아무런 말없이 기다렸다.)
 
단델 뮤니아:아, 레몬에이드 맛, 맛있겠다. (그래도 마시는건 비교적 부담이 덜 되는 편이었고 계절도 계절이니 수분 공급은 중요하지 않겠나. 그래서 꽤 자주 마시는 쪽이긴 했다. 땀을 슥 닦으면서도 금방 변하는 분위기에 그저 다행이라고 여겨 단순하게 히죽 웃었다. 좋다. 맞아, 나는 이걸 느끼려고 그랬던거잖아.) 저, 저, 그, 그런거 엄, 엄청 좋, 좋아... 해요! 뭐, 뭔가 잘, 잘그락거리고, 그, 악세사리... 같, 같은거, 반짝거리고 반들거리고... (얼마나 좋았던건지 네가 기다려주는 눈치에도 순간 멈칫했다가 쿡쿡 찌르다못해 바람처럼 훅 끼치는 열기에 그제서야 알아채 후다닥 가스불부터 꼭꼭 잠구고 젖은 행주로 냄비를 들고 싱크대에 두었다. 그나마 있는게 눈치인데 이것도 없으면 어쩌자는건지, 싶을 정도로 창피해져서 찬물만 다시 콸콸콸 틀어) 큰, 큰.. 일 날 뻔 했, 했다...
 
버트 크린스:그럼~ 하나씩 사서 나눠마셔요. (라며 당연한 얘기를 읊조렸다. 단순하게 웃는 얼굴에 당연하게도 한 풀 꺾이고 만다. 아, 그래 이런 모습이 좋았던건데, 내가 널 어찌 몰아붙일 수 있겠어.) 안에 물같은게 흔들리는 장신구 있잖아요? 아기자기한 장식들이 들어있는... 전 그게 좋더라고요! 뮤니아도 그래요? (라며, 대화를 이어 떠들다보면, 아 그래. 나도 잠시 잊고 말았던 것 같다. 후다닥 싱크대로 향하는 모습에 마찬가지로 조금 당황한 낯으로 보고 말아. 큰일날 뻔 했다는 대답에 긴 숨을 내쉬고는, 결국 웃음을 터뜨린다.) 아, 미안해요. 저도 잠시 잊었어요. 잘 식혔다가... 까는 건 같이해도 괜찮죠? (라며 그제야 다시금 가까이 다가섰다.)
 
단델 뮤니아:아, 아뇨. 제가 순간, 기뻐서... (처음부터 크게 틀어놓은 물줄기가 여기저기 튀었지만 후덥지근한 날씨라 그랬는지 마냥 시원하고 좋았다. 치워... 야겠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데 간이라던가, 안하고 그냥 물에 펄펄 삶은건데 이렇게 해도 되는건지 의문부터 들더라. 적당히 차갑게 식은 냄비를 보니 괜찮겠다, 싶어 자리를 내어주고 찬물에 손도 담굴겸 계란 하나를 꺼내 툭툭 쳤다. 찬물에 넣어도 꺼내면 다시 따뜻하게 느껴지는게 정말 여름과 닮았다는 시덥지 않는 생각도 했다. 보통 이런걸 제 손으로 가면 겉흰자가 껍질에 달라 붙어서 엉망진창으로 까지던데. ...나 이래가지고 어떻게 살지... ...나... 살 수 있나?... 역시 못살거 같다...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울퉁불퉁한 계란이 손 안에...) ...죄송, 죄송합니다...
 
버트 크린스:(사방으로 튀는 물에 다시 눈이 커진다. 뭐.. 물이니까. 여차하면 그냥 둬도 마를지도...? 긍정적인 생각(?)으로 이겨내고는 마찬가지로 냄비 속 계란을 하나 꺼내들었다. 찬물이 매끄러운 표면을 타고 떨어지고, 안의 온기는 여전히 손에 남는다. 네 표현대로 그래, 여름을 닮았다. 그리고 결국 누구보다 내게 따뜻한 애정을 주는 널 닮기도 했다. 잠시 그것을 꼭 쥐어보다... 냄비 모서리에 부딪혀 깨고는 신중히 껍질을 벗겨냈다. 매끄럽게 까지는 듯 싶던 달걀이 순간 껍질에 얇게 한 꺼풀 붙어 떨어지고, 결국 힐끔 널 바라보며 멋쩍게 웃어보인다) 뭘요... 저라고 잘하는 것도 아닌걸요. 어차피 으깰거니까요! (그러기로 했다.)
 
단델 뮤니아:그치만... 그치만... 나, 이, 이것도 못, 못하는건가 싶, 싶어서... (그런거라고 몇 번이나 들었는데도 괜히 깨끗하게 하고 싶단 욕심이 조금 들지 뭐야. 게다가 들러붙은 흰자가 아깝기도 했고. 괜히 껍질에 붙은걸 깔짝거려 봤지만 어치파 소용없는거, 미련스럽게 보내주었다. 다시 해보려고 다음 계란을 툭 치고 깠지만 똑같고, 다음 계란도 똑같고, 또 다음 계란도... 찬물에 담궈두지 않으면 후끈거리는 두 손에 남는건... 계란의 잔해와 열기뿐이더라...) 어흐흑... ...어흐흐흑... 역시 죄송,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왜, 왜 안, 안되는거지... 왜 깔끔하게 안, 되는거지... (기분은 나쁘지 않지만 금새 울상이 되어선 슬쩍 네 쪽 훔쳐보고..)
 
버트 크린스:계란까는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아니, 진지하게요... (완전히 식은게 아니라면 늘 이 꼴이 나고 만다. 까둔 계란을 보울에 담고, 마찬가지로. 그러니까... 너와 비슷한 속도로 계란을 집어들고 부딪혀, 매끄러운 겉면을 벗겨내었다. 제 손을 거치는 것들은 점차 나아지는 듯 싶었던가. 힐끔 몰래 훔쳐보면 울퉁불퉁 제법 귀여운 계란이 시선에 담겼다. 솔직히 말하면 난 그 쪽이 더 좋아, 깔끔하게 벗기려는 노력은 접어 날리고 너와 비슷한 모양의 계란들을 보울에 담았더라.) 죄송하긴요, 아, 그럼 이거 으깨줄 수 있어요? 계란에게 당한만큼 돌려줄 시간이에요. (라며... 푸드매셔(-으깰 때 쓰는 그거)를 네게 내밀었다.)
 
단델 뮤니아:...똑같다. (의미없는 한마디만 저도모르는 사이에 작게 뱉었다. 괜찮다며 몇 번이나 말해주는 위로를 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보자면 둘 다 깔끔하지 못한 계란들이 남았다는게, 그저 그게 좋아서, 조금 멍하니 봤던 모양이엇다. 그리고 즐거웠고. 네가 건내는 그 기구도 네가 와서 하나씩 늘어나는 것들이었다는걸 알까 모르겠어. 나는 워낙에 겁이 많으니까 요리를 할 때 쓰는 칼도, 가위도 무서웠어. 그래서 저런 농담하나가 즐거웠고 기뻤고 좋았어. 손잡이를 잡고 보란듯이 팔을 들어올렸다.) 자, 잘 보세요... 저 사, 사실은 힘이... 쎄요...! (흡! ...이라곤 했지만 여전히 낑낑거렸나.)
 
버트 크린스:... ...(똑같다는 말에는 별 말 없이 어깨를 으쓱이고 말았다. 조금 웃는 낯이 그만큼 편안해 보였지만 말야. 사실은 힘이 쎄다며, 잘 보라며 선언하는 네 모습에)
어디... (하며 지켜보기를 잠시. 낑낑거리는 모양새에 대신 힘을 줘 누르는 대신 웃으면서 마요네즈를 조금 짜 넣어 주더라. 이런 시간들이 소중했다. 혼자라면 없었을 물건들이 늘어가는 풍경들이. 결국엔 엇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마는 우리가. ) 자, 다시 힘줘봐요! 덩어리만 무너뜨리면 쉬울거에요. 그 동안.... (옆에서는 빵과 햄을 뜯고, 재료들을 준비해두었다. 먹기 편하도록 싸기위한 유산지도 한쪽에 두었고)
 
단델 뮤니아:(어라. 분명 나는 하고 있는데 어째서 여전히 네가 그냥 다 하고 있는 기분이 들지. 그게 싫다는건 아니었고 미안하다기보단 뭔가 묘한 기분이었지만 그래, 나도 이런 시간의 순간순간이 좋았어. 채워지는 공간이 좋았고. 금새 또 내려가려던 기분을 일찍 훌훌 털어내고 그냥 단순하게, 그렇게 꺄르륵 웃었다. 웃는 바람에 힘이 더 빠져나간게 문제라면 문제였겠지? 그래도 제 딴에는 힘을 꾹꾹 주며 덩어리를 잘게 으스러트렸다. 그래봤자 계란인데 저보다 강하겠냐면서.) 그, 그런데 그 사이에 벌, 벌써 거기가지 준비... 를 하셨.. 나요? (한 번에 동시에 일을 하다니... 내 남자친구는 천재인가? 동물 잘키울거 같다...)
 
버트 크린스:(한 사람이 하는 동안 자잘한 걸 준비해뒀을 뿐이다! 시키기만 하는 건... 성격에 맞지 않기도 하고. 웃음소리에 이쪽도 작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힐끔, 계란들이 제대로 부서지고 있나 확인해보면, 당연하게도! 힐끔 상태를 보는 듯 싶더니, 마요네즈를 조금 더 짜 넣었다.) 아? 다하기는요. 준비만 좀 해뒀어요. (그러면서... 샌드위치에 바를 소스도 찾아 근처에 꺼내두며... 어쩐지 쉬지않고 움직이더라. 아침 겸 먹기 위해 담을 접시도, 예쁘게 담을 용기도... 탁... 탁... )
 
단델 뮤니아:(아니... 그러면서 어쩐지 쉬고있지 않잖아요...? 뭔가 알아버렸지만 질퍽거리면서 으깨지는 계란 소리를 보면서 역시 또 힘없이 웃어버렸다. 용기까지 준비하는데 언제 쉬냐구요. 아무리 그래도 이정도면 괜찮겠지, 싶은 시점에서 슬쩍 놓고 하나했지만 뿌듯한 얼굴로 네게 그릇을 슥 내민다. 나, 이거 잘했어요! 하는 글자가 이마에 떡하니 써잇고..) 이제 진, 진짜 넣고 합치기만 하면 되, 되겠다... 그냥... 샌드위치일 뿐, 뿐인데 벌써 포만감이 느껴... 진다고 해야, 하나. 이상, 하죠. 음.. 아니다. 방금건 별로 중, 요한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다른 걸 하자. 뭐라도 하면 내가 말실수는 안하겠지 싶어 설탕이나 후추통만 덜커덩거리면서 찾아)
 
버트 크린스:(그치만?... 다 만들고 먹으면서 쉬어도 충분하다는 입장. 질퍽 질퍽. 네가 계란을 이기는 소리가 퍽 듣기 좋았는지, 그러는 와중에도 시선은 네게 닿아 있었다. 입꼬리가 어째 내려올 틈이 없었던가. 결국 그릇을 내미는 모습에 손을 뻗어 머리를 가볍게 털듯 쓰다듬고... 쓰다듬고... 쓰다듬고... 그러니까 제법 뒤늦게 그릇을 받아들었다.) 차곡차곡 쌓기만 하면 되겠죠? 어떤 기분인 줄 알겠어요. 먹은 건 없는데... 별로 부족하다는 기분은 안들거든요.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괜찮았기에, 웃으며 고개를 기울인다. 그러니까... 조미료를 찾는 모습에 잠시 뮤니아. 하고 부르더니.) 이것도 같이해요. 그럼 금방 끝날거에요.
 
단델 뮤니아:헤헤... (그게 또 얼마다 좋던지. 여기 만져달라며 갑자기 앵앵 우는 고양이처럼 손에 머리를 꾹꾹 눌렀다가 텅 빈 손을 내려다봤다. 정말 새삼스럽게 뭔가 하고 있다는 실감이 들었어. 순간 거기에 빨려드는 바람에 또 뒤늦게 뻘뻘거리며 대답했지만 아마 오래 걸린건 아니었을거야. 설탕과 후추통을 하나씩 들었다가 옆에 내려놓고 쪼르르 따라 붙었다.) 그럼... 아, 알려주면 안, 안될까요... 그게, 음... 어쩐지 멋, 대로 하면 잘된 재료들만 마지막에 망, 칠 거 같은 느낌이 엄청 강... 하게 와서... 시, 시켜주면 잘, 잘할게요! (아무래도 하나하나 명령 받아야 잘하는 편...)
 
버트 크린스:(서서히 옆으로 다가오면 그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흔쾌히 끄덕인다. 사실 재료는 이미 준비되었고, 순서야 어떻든 맛에는 큰 차이 없을거라고 보지만! ) 그러면... 제가 보여줄테니까 천천히 따라해볼래요? 하다가 더 넣고싶거나 바꾸고 싶은 재료가 있으면 마음대로 해도 좋으니까요. (라며... 빵 한장을 네 앞에 하나, 그리고 제 앞에 하나 꺼내두었다. 빵 위에 잘 썰어둔 양상추가 접히지 않도록 피고, 그 위에 햄을 반으로 접어 3개 정도 올렸다. 그리고는 힐끔, 네가 하는 것을 바라보고...)
 
단델 뮤니아:으응... (그렇게 말해도 허겁지겁 보면서 하느라 따라하는 것 밖에 안나오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이 행동은 의미가 깊을 터였다. 정말 여러가지로 새삼스러울 이 행동은 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이 들만큼. 그저 순수하게 즐기고 싶은 순간마다 조금씩 올라오는 방해물이 걸리적거렸으나 피할 수 있을리가 없어 그렇다면 그저 꾹꾹 누르기로 했다. 빵 한 장에 양상추를 접히지 않도록 피고, 그 위에 햄을 반으로 접어 3개를 올린다. 정말 그래도 옮겨담았을 모양새에도 자신은 그저 좋았기 때문에 입을 삐쭉 내밀며 연신 번갈아가며 둘을 훑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생이 선생님을 보고 같이 따라하는, 그런 것처럼.)
 
버트 크린스:(일부러 느리게 손을 움직였다. 네가 따라하는데 무리가 없도록 말이다. 몰래 속으로 무언가 삼키는 줄 알았다면 그저 보고 흉내내는 데에만 정신없게 빠르게 움직였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이번만큼은 그렇게 눈치가 좋지 못했다. 잔뜩 집중한 듯 삐죽 튀어나온 입,
샌드위치와 자신을 번갈아보는 시선에 어쩐지 의기양양해져서. 혹은 이 들뜨는 기분이 어딘가로 사라지는 것이 싫어서. 곧이어 햄 위에 슬라이스 치즈를 한장 뜯어 올렸고, 그 위에 토마토를 두개 올렸다. 그리고 네가 잘 다져준 계란을, 숟가락으로 떠 올렸다. 위에 후추도 살살... 뿌리고 말이다. 그리고는 또 잠시 멈춰 네가 하는 모습을 힐끔 바라보더라.)
 
단델 뮤니아:(정말 이렇게까지 따라할 필요가 없는데도 혹여 자신이 멋대로 한 순서때문에 이 지료들이 망칠까봐, 그러면 이후에 있을 수족관에서도 기분이 나빠질까봐, 그런 일이 있기를 바라지 않아 그 하나만으로 따라하기를 자처했다. 그것도 그렇지만 솔직히 네 솜씨가 좋은건 사실이잖아. 치즈부터 시작해서 토마토, 계란 후추까지 새끼 오리마냥 그대로 배꼈다가 멈추는 사이에 숨을 몰아쉬고 바르르 떨며 땀이 나는 손을 탈탈 털었다. 쓸데없을 정도로 길게 이어지던 집중력이 갑자기 탁 풀리는 기분에 몰랐던 창피함까지 스멀스멀 올라와 덮을 빵 하나를 들고 안절부절 발만 동동 굴렀다.) ...어, 어라... 너무 똑, 똑같이, 했나요... 아니, 아니 그게... 멋, 멋대로 하면 이, 이상해질거 같... 아서... 그, 그치만! 제, 제가 아는 사, 사람들 중에선 버트가 제, 제일 잘, 잘하니까... 그게, 그러니까... 웃...
 
버트 크린스:(재료를 하나 올리고 돌아볼 때, 옆에서 제대로 들려오는 숨소리. 그리고 빵 한장을 들고 안절부절하는 모습까지...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불안을 지우고 이대로 웃고 있어도 되는 것일까? 그런 의문이 들었을 때는 이미 늦은 뒤라, 나는 웃는 낯으로 네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말이다.) 처음이니까 괜찮아요. 뮤니아가 절 따라한다고 큰일 날 것도 없죠. (그렇지 않은가, 비슷한 맥락이다. 네가 만족하고 편하다면 나는 어느쪽이든 좋아.) 그리고... 잘하는데요?! 이제는 정말 배고픈 것 같아요~ 자, 그럼 이 다음은...(덮을 빵을 하나 들고는 네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그 당연한 행동을 먼저 해보라는 듯 기다리는게 어쩌면 장난스러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단델 뮤니아:(이제껏 스쳐지나갔던 근심, 걱정따위가 무슨 소용이고 얼마나 의미없는지를 알려줄 정도로 네 미소가 분명하게 보여서 역시 자신은 그럴 수 밖에 없었다며 합리화를 하고 마는 것이다. 역시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잇지 않던가.) 그러, 그러게요. 몰랐는데... 이, 이렇게 하다보니까 정말 배고플거 같, 아요. 신기하다... 역시 먹는건 중요, 한거였네요. (고작해야 그런 사실이 비수처럼 와닿아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버트, 당신도 즐겁나요? 내가 틀리지 않았던거죠. 이럴 수 밖에 없었던거죠. 역시 나는 그것을 꾹꾹 눌렀기에 네 호의를 받아 먼저 빵을 덮고 살짝 눌렀다. 작은 목표 하나를 세운 사람처럼 울 것 같아 작게 박수를 쳤다.) 저... 그, 그래도 이 정, 정도면 아주 재주가 없, 는 것도 아닌거겠죠...? 따, 라해도 못하는 사람, 이 있, 있으니까... 다, 다음엔 호밀빵으로 어, 떠세요...? 다음에... 응?
 
버트 크린스:뮤니아가 알아주니 좋네요~ 그럼 이건 지금 먹고... 하나씩 더 만들어서 수족관에 들고 갈까요? (천천히 스며들어도 충분했다. 내가 당연히 여기는 것이 네게도 중요해지고, 일상이 그만큼 충분히 겹쳐질 때까지. 우리가 마주보고 웃는데에 걸렸던 시간정도로 천천히 흘러가도 그것이 늦거나 빠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함께 달성하는 것은 이토록 느려도 괜찮았다, 네가 지금 완성한 샌드위치처럼. 허공을 머뭇거리던 손이 다시금 네 머리를 쓰다듬었다. 간혹 그런 행동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표현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 호밀빵도 좋아요. 저 그런 빵 종류는 전부 즐겨 먹거든요. (그저세야 손을 거두고, 빵을 덮어 눌렀다. 꺼내둔 유산지에 완성된 샌드위치를 싸고, 칼로 반으로 잘라 접시 위에 올려, 하나를 끝냈다.)
 
단델 뮤니아:아, 그럴, 그럴까요... (정말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이런 와중에도 배가 고픈 솔직한 현상에 감사를 해야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나쁜건 아니었지만 그럴수록 뭔가 훅 다가와 스스로를 밀어내는 것 같기도 했으니까. 그래도 그게 중요하던가? 이런 순간이 좋았고, 눈치채지도 못했을 순간에 물들어 버리는게 좋았고, 변하는 자신이 좋았어. 그저 익숙하게 머리를 숙이며 만지기 쉽게 내어주었고 그 순간에, 머리카락이 앞을 가리는 순간에, 슬피 웃었다. 내가 작아서 다행이다.) 전... 그런거 잘 모, 르는 편이에요. 알고 먹, 거나 꼭꼭 씹어 먹, 지 않으면 무슨 차이, 인지도, 잘... 그냥... 생각이 났, 어요. 신기하죠. (이렇게 본격적으로 하니까 제법 파는 꼴 같기도 했다. 어차피 같은 맛일텐데 뭐가 그리 탐이 났던지 네 것을 빤히 보다가 접시를 콕 찔렀다.) 이, 이거 나, 주면 안... 안될, 아, 안될... 될, 될... 안될, 까... .....요... (어색했지만 이건 분명 확실한 자기 의사였겠지.)
 
버트 크린스:(일상의 분위기가 익숙하게 달라붙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끼려 노력했다. 이질감이란 것은 생각보다 구별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집요하게 의문을 제시한다. 그럴때면 다행히 네 목소리가 들려왔다.) 구별하려 노력하다보면 그것도 나름 괜찮아요. 음식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만들어졌구나 느껴지거든요. (접시를 건드는 손길에 고개를 기울인다. 당연하게도 그리 어려운 부탁도, 애초에 나는 네가 만든 것을 탐내기도 했기에) 좋아요. 그럼 대신 뮤니아가 만든 건 제가 먹어도 괜찮죠? (라며 접시는 식탁 위 네 자리에 올려두었다. 하는 김에 도시락도 끝내놓을 심산인지 비슷하게 샌드위치를 하나 더 만들기 시작했고)
 
단델 뮤니아:(그러니까, 이건 분명 악순환일거야. 서로를 너무 잘 알고 그걸 이용해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런 악질적인 순환. 물 속에서 팔다리를 흔들어도 나아가지 않는 그런 것처럼, 사실 따지고보면 내가 나쁜가? 나야 원래부터 나쁜 사람이긴 했지. 그러니까 네 상냥함을 가지고 나는 말하지 않는거야, 말이나 돌려서 겨우 무언가를 요구한 것처럼.) 음... 그, 그럼 물물 교환, 이네. 좋, 아요. (나는 하나만 해도 힘들고 벅찬 것을, 이제와서 다시보니 너는 내가 모르고 지나간 순간에도 하나하나 준비했구나, 그랬구나, 같은 생각 따위를 하면서 한발자국 먼 발치에서 그저 지켜보며 살폈다. 돕겠다고 말하려던 입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아 얌전히 식탁 옆으로 앉아 소리도 없이 의자에 앉아 접시나, 그 위에 있는 샌드위치를 봤다. 고작해야 할 수 있는게 그것 밖에 없는 사람처럼, 그렇게.) ...너무, 늦지... 않게 가요. 수족관은 분명... 시원할테, 니까.
 
버트 크린스:(기준이란 주관적인지라, 네가 내게는 늘 좋은 사람이었기에. 깊게 생각하지 않을 마음을 삼켜냈고, 언제나처럼 기다렸던 네 바람에 집중했다.) 네, 날씨가 날씨인지라 집에서 보내는 것도 좋지만... 이런 데이트는 오랜만이라 기대가 커요. (그게 맞아? 기억에 확신이 들지 않으니 눈 앞의 재료들을 쌓는데에 집중했다. 비슷하게 차곡차곡 쌓여왔을 너와의 시간인데, 어딘가 텅 비어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분명 날이 너무 덥기 때문일 것이라며, 남은 재료로 샌드위치를 꾹꾹 눌러 담고서야 네 앞에 앉을 수 있었다. 때때로 많은 것을 신경쓴다는 핑계가 만드는 것은 공백인가, 채움인가.) 자, 먼저 먹어볼래요? (조금 자신이 없다는 듯, 염려가 서린 웃음을 지어냈다.)
 
단델 뮤니아:그, 그러, 그러네요. (나는 멍청하니까 이제는 저 말 한마디가 일부러인지, 그저 순수한 의문인지 알 수 없어 결국 말을 더듬었다. 아무것도 안했는데 찔린 사람처럼. 폐에 물이라도 차버린 것처럼 밖으로 뱉어버릴 짠 바닷물 같은 걸 겨우 참듯 두 손으로 막았고 이쪽을 보고 있지 않았던 네 등을 그저 식은 땀을 흘리며 훔쳐 보앗다. 나쁜 아이일거라면 차라리 거짓말도 잘했으면 좋겠어. 어차피 처음부터 나쁜 아이였고 커서도 나쁜 사람이 되었을거라면 남을 속이는데에 능숙했으면 좋겠어. 허술한 마음 따위가 닿을리 없는데도, 그런데도 네가 근처에 앉기 전까지 손을 내려 네가 만든 샌드위치를 들고 입에 가져가 작게 한입 물었다. 뾰족한 송곳니가 먼저 닿는 것이 느껴졌고 맛있다고 할 예정이었던 입은 떨어지지 않은 채 그저 익숙한 맛에 참지 못한 눈물 방울이 유산지 위로 툭툭 떨어졌다. 다행이지? 샌드위치는 젖지 않았으니까.)
 
버트 크린스:... (침묵이 내려앉았다. 익숙한 눈물이라면 익숙한 말이 나와야 했을 것이다. 의도하지 않았으나 자신의 태도가 불안을 자극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기에. 그저 익숙한 미소로 눈물을 닦을 손수건을 건넸고, 답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듯 아무말없이 샌드위치를 입에 물었다. 당연하게도 익숙한 식감과 익숙한 향이 들어찬다. 그 당연함을 씹고 또 씹으며 반대의 고민을 삼킨다. 목넘김과는 다른 여름을 닮은 울렁임이 느껴졌다.)
...너무 급하게 먹지는 말고요. 물이라도 가져다 줄까요? (정적끝에 내뱉는 말치고 너무나 어리석어, 결국 스스로의 모순을 속으로 비웃고 말았던가)
 
단델 뮤니아:(노력하고 있는거야. 저 사람도 노력하고 있는거야. 평소처럼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거야. 그런데 그걸 방해하는건 다름아닌 본인이었고 그걸 문득문득 느낄 때 마다 자신은 항상 모든 일을 망친다는 자괴감이 몰려와 숨이 막혔다.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고작해야 그런 이유로 돌아오는 자신이 한심하지 않은가. 입에 남은 재료들을 차마 씹어 넘기지도 못한 채 우물거리듯 흉내만 내며 네가 준 손수건에 얼굴을 묻었다. 여전히 대답은 못했으며 눈물 또한 마르지 않았다. 할 수 있는거라곤 네 상냥함에 기대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지. 네, 한마디가 나오지 않아 이러고 있다니. 어디까지 모른 척하고 어디까지 속일 셈이지.)
난... 난 그냥, 나는, 그, 그냥, 같이... 여름, 보내, 고 싶었, 는, 는데. (안되는데. 그만 말해야하는데. 어차피 이 이상 나가지도 않을 혼잣말이나 웅얼거렸다. 싫다, 나도, 여름도.)
 
버트 크린스:(네 노력을 알았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라면 제 마음 때문이었다. 그러한 동기로 마냥 선을 그을 수 없을 만큼 네게 감정이 향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비릿한 울렁임에 형체란 없었다. 어디까지가 진실일지 모를 의심마저 드는 이곳처럼. 네 의도와 감정을 닮아 명확한 존재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형체란 없었다. 말 없이 컵에 물을 따라 건네주었다. 덤덤히 웃는다. 익숙한 음식물과 기분은 이미 삼켜낸 뒤였다.)
...저도 그랬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모순을 담은 계절이다. 뜨거운 열기와 햇빛에도 눅눅함이 묻어나 우울함을 끌어내고야 마는. 그런 생각에 느리게 입을 열었다.) 좋아하는 계절이에요. 좋아하는 사람이랑 함께하고 싶은. ...제가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 (먼저 의사를 묻는다. 간접적으로나마 결국 입에 올려내었다.)
 
단델 뮤니아:(수도꼭지도 원하면 끄고 잠굴 수 있는데 사람의 눈물은 어쩜 이리 제 마음대로 될 때가 적을까. 특히 자신은 그런 점에 약해 툭 치기만해도 울었고 그런 주제에 멈출줄도 몰랐다. 이것은,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대단히 귀찮은 일이었다. 이 미치도록 우울하지만 그에 상관하지 않는 듯 쨍쨍한 여름의 하늘이 보기 힘듬과 동시에 또 보고 싶어서,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 이런 실수를 반복했던거겠지. 상냥한 너는 왜 그랬냐, 뭐 때문에 그러냐, 따위의 진부한 물음 따위 던지지 않고 항상 이렇게 빙긍빙글 물결치듯 돌고 돌아 내게 질문을 던지는거야. 혼자서는 선택도 뭣도 못하는 내게 맞춰주는 최대의 배려이자 호의. 그것을 온 몸으로 느끼는 것 또한 저였음으로 이미 빨게진 눈을 보이며 대답해야 했다. 대답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걸 이제는 아니까.) ...그냥... 같, 이, 못한거 했, 으면 좋, 겠어. 이대로, 나, 나가서, 수족관에, 가서... (가서. 그래, 그거면 됐다. 그거면 충분하잖아. 그게 목적이었잖아. 네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문제가 아니라 이건 그냥... 아, 스스로 던지는 질문과 생각에도 자신을 좀먹히는구나. 다시 너를 본다면 그저 그 때 못했던 것을 하고 싶었을 뿐이야.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버트 크린스:(짧은 대화만으로 생각과 의도를 전부 알 수는 없었다. 언제나처럼 네게 신경을 쏟는다 해도 말이다. 결국 자신의 자만이어도 괜찮았다. 네 눈물은 분명 이유없이 흐르는 것이 아니었고, 그저 감정이 더 예민하고 여린 것임을 알았다. 네가 바라는 것은 들어주고 싶다. 본인이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옆에서 그리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근본적인 애정이라는 것은 의문속에서도 변하지 않는다. 끈적이고 우울하며, 건조한 열기를 담은 맑음이 여름을 가리킨다는 사실이 변하지 않듯이. 그렇기에 날이 더웠다.)
...그래요, 저도 그런 시간이면 충분해요. (바람이라는 것은 크게 갈리지 않는다. 내가 함께 하지 못했던 것이라면, 함께 책임져야 할 일이었다. 은은하게 깔려있던 의심과 불안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손을 내밀었다.) 다 먹었음 갈까요? 더 더워지기 전에요.
 
단델 뮤니아:(그렇게 울었는데 아직도 마르지 않을 눈물이 있음에 감탄했고, 놀랐다. 마른 하늘에 내리는 장마처럼 우수수 쏟아져 이제는 더 내일 것도 없다고 생각한 때에 다시 우중충해져서 한방울씩 내리기 시작한 짜증나는 여름비처럼. 울거나 도망치는건 창피하고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만 상황이 나아지는게 아니라는 점도 알았다. 고작해야 한입을 겨우 먹고 남겨둔, 식을만큼 식은 접시 위에 저것을 보았으나 다 먹었냐는 말에 나는, 자신은, 가자는 말에 그저 손을 겹칠 뿐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어, 그럴 수 밖에. 또 무언가에 눈을 돌리며 어쩔 수 없었노라 핑계를 올렸다. 이것도 도피의 일종인가? 아무렴 어때. 입에 든 것들을 삼키고 주변을 툭툭 털고 눈물은 꾹꾹 닦아냈다. 그래, 괜찮을거야. 즐거운 시간을 가질테니까. 숨을 쉬고 수면 아래를 보듯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저, 먹는게... 느리니, 까요. 죄송, 해요. 더, 더워지기 전, 에... 갈까요. 물속에서... 헤엄, 치는 물고기. 들을 보... 고 있, 으면 시원해, 질지도 모르, 잖, 아요.
 
버트 크린스:(겹쳐진 손에 우선적인 안도를 가졌다. 마찬가지로 몇 입 베어물지 않은 샌드위치는 이제와서는 뒷전일 수 밖에 없었다. 표현할 수 없는 익숙함을 입에 머금는 것이 쉽지 않음을 깨달았기에. 그져 일어날 수 있도록 옅은 힘을 실으며 웃었다. 그저 이러면 될 터인데 서투르고 미숙한 계절을 닮은 우리는 때때로 실수를 범하고는 했다. 들여다보는 시선과 맞닿았다.) 괜찮아요, 재촉하는게 아니었어요. 샌드위치보다 필요한게 있는 것 같았어요. (그럼에도 흘러가는 것이 다만 시간이었기에.)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분명히요.
 
단델 뮤니아:...그래. (아직 출발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힘을 쓸 필요는 없지. ...이미 울 때 쓰긴 했지만, 하여튼 네 말대로 중요한건 그게 아니잖아? 너랑 나는 정말, 미숙하고 서툴러서 서로와 닮았고 여름과 닮았구나. 네 손을 꾹 잡고 닿은 손바닥이 느껴질만큼 누르면 그제서야 조금 안심이 되는 듯 싶었다.) ...난, 챙길거 없, 어요. 그냥... 가도 될, 거 같아. 준비 되면, 진짜 나, 가요. 응. 손, 손수건은 내가 가, 가질게요...?
 
버트 크린스:저도 괜찮아요, 이대로 가요. 네, 손수건이야 뭐. (걱정과 준비는 잠시 내려두기로 하였다. 그것들은 결국 한 끝의 차이가 아니던가. 잡은 손을 놓지않고 그대로 당겨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와 함께 집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관찰> 판정.
 
버트 크린스: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heat shimmer:창밖에 무언가 주홍색의 하늘거리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옵니다.
저건... 금붕어?
 
이어서, <이성>판정.
 
버트 크린스:?...
SAN Roll
기준치: 58/29/11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heat shimmer:욱신.
기묘한 광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갑작스레 머리가 욱신거립니다.
더위가 아직 안 가신 건가...
마치 귓가에서 속삭이는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리고 거리로 나서면,
 
어제처럼 매미 소리 외의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마치 세상에 그와 당신,
 
둘만이 남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신호가 바뀌는 신호등.
 
변에 정차된 자동차.
 
심지어는 누군가가 버리고 간 축구공까지.
 
곳곳에서 흔적이 보이지만
 
주변에는 오직 사람만이 보이지 않습니다.
 
돌아보면 그는 그런 것들이 아주 사소한 일인 것 마냥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당신을 보며 웃고 있습니다.
 
단델 뮤니아:...세상에, 우, 우리 둘만 남은 것, 같죠, 버트... 있잖아, 버트, 는 여름... 좋아, 하나요? ...저는... 나는, 여름이... 좋지만, 무, 서워요. 오늘처럼... 강, 한 햇빛 아래, 에 있으면, 그 아래에... 있는 것, 이 흐, 려지고... 사라져버릴 것만 같잖아서... 꼭 환, 환상처럼... 그런 걸, 아지랑이, 라고... 한대요.
 
버트 크린스:그렇네요. 아무도 없어요. (의문을 들기보다 수긍하는 태도로 답하였다. 질문에는 엇비슷하게 시선을 맞추고 조금 웃어보이더니) 음... 저도 좋아해요. 그런 기분이야 들지만... 괜찮을거에요, 흐려 사라지는게 쉬운 일이던가요. (아지랑이, 단어를 한 번 곱씹었다. 느끼기엔 이 모든 세상이 마치...)
 
때마침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바람이 틈새를 지나쳐나가는 소리.
 
나뭇잎이 서로 뒤엉키는 소리.
 
내내 귀를 시끄럽게 한 매미 소리마저 멀게 들려집니다.
 
나무 그늘에 멈춰선 자신과 다르게,
 
그는 그늘 밖 태양의 아래에 서 있습니다.
 
눈부신 그 빛만큼이나 환하게 웃는 그 모습이
 
무심코 손을 뻗은 그때, <관찰> 판정.
 
버트 크린스: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단델 뮤니아:그 찬란한 모습에 당신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쉽니다.
 
heat shimmer:그 찬란한 모습에 당신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쉽니다.
빛에 녹아들어 가는 저 아름다움이 어떻게 환상일 수 있을까요.
 
손을 뻗어 그를 잡으면
 
흩어져 사라질 것 같았던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평소와 다름없는,
 
온전한 그의 손이 잡힙니다.
 
손끝에서 전해져오는 그 따뜻함에 무심코 안심해버립니다.
 
그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다
 
다시 웃으며 손을 마주 잡습니다.
 
사람의 체온만큼이나 뜨거운 공기 속에서,
 
그의 열은 기껍게 느껴집니다.
 
장면전환
 
이윽고 두 사람은 수족관에 도착합니다.
 
수족관은 거대한 원의 형태를 한 건축물입니다.
 
역시 주변에는 아무도 없지만 매표소,
 
상점 같은 것은 그대로 존재합니다.
 
텅 빈 매표소에 당신과 그의 티켓을 올려두고
 
1층 홀로 들어가면
 
옆에 준비된 작은 안내책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버트 크린스:(책자를 훑어보는 듯 싶더니... 들어온 실내가 좋은지 주변도 한 번 살펴보고) 1층부터 천천히 올라가며 보는게 좋다나봐요. 체험관이라는데... 갈까요? 메론소다도 팔면 좋겠네요.
 
단델 뮤니아:아, 으응. 1층부터 가요. (뭐... 그래도 괜찮지 않나, 싶었다. 어쨌든 천천히 처음부터 보다보면 모두 다 볼 수 있을테니까. 옆에서 같이 훔쳐보다가) 음... 그, 그럼 바로 1층...?
 
버트 크린스:네, 바로 1층...! ...그리고... 메론이 아니라 크림소다... (그죠? 메론먹고싶었나보다... 머쓱하게 손으로 뒷목이나 긁적이더니, 네 손을 이끌어, 체험관으로 향하고)
 
바닥에 붙은 화살표를 따라 걸어가 보니
 
어둑어둑한 조명 아래에 놓인수족관들이 보입니다.
 
입구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불가사리, 잉어, 펭귄, 해파리 등등
 
수중 생물들이 들어간 수족관이
 
각자의 생태계에 맞게 잘 꾸며져 있습니다.
 
한 바퀴 빙 돌면 계단을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구조입니다.
 
버트 크린스:(꾸며놓은 길대로 천천히 걸어나갔다. 불가사리부터 유리 안을 조금 바짝 들여다보기도 하고) 수족관은 바닷속에 들어온 기분이라 좋아요. 뮤니아는 가장 보고 싶었던게 뭐에요?
 
heat shimmer:불가사리 관은 직접 불가사리를 만지면서 체험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색상의 불가사리들이 물 안 이리저리 붙어 있습니다.
 
단델 뮤니아:...음, 으음... ... ...해파리? (의외~ 일지도 모르는데 제법 어울릴지도? 아마 머리카락이 길면 저렇게 해파리처럼 둥실둥실 퍼지지 않았을까? 심한 곱슬이니까. 벽에 붙은 불가사리들이 있는 벽을 손가락으로 콕콕 두드려보다가) ...예쁘다...
 
버트 크린스:(만져볼 수 있구나... 불가사리를...! 자연스레 시선이 닿아, 물 안으로 손가락을 넣어 쿡쿡 찔러보더니) 아, 예쁘겠다. 그 중 가장 신기하게 생기지 않았어요? 반투명하고, 다른 물고기들이랑은 조금 다른게.... (그러게, 닮았을지도 모르겠다. 자연스레 네 머리에 시선이 닿아 조금 웃더니) 저는 펭귄이요. 귀엽더라고요.
 
단델 뮤니아:자, 자세한건 모르지만... 네. 투, 투명하고 예쁘고... 다른... 물, 고기랑 달라서. (정말 단순한 이유였지, 큰 계기도 없이 그저 보고 즐기는 사람처럼. 이러면 안되는거지만 손가락 끝으로 연신 벽을 콕콕 두드리면서 반사되는 파란 물안을 봤던가. 보글보글거리는 소리가 좋다.) ...그것도, 귀엽다. 우, 우리 다 보고 갈, 갈거죠? ... .......갈거죠?
 
버트 크린스:(으아아아... 막상 만져보니, 신기하긴 해도 더 체험하고 싶지는 않았는지, 콕콕 찌르던 손을 물에서 빼내고) 좋아하는 이유야 거창할 필요 없으니까요. 아, 저도 그냥 귀여워서... 좋아해요 펭귄. (물그물이 조명빛에 아른 거리는 것이 좋았다. 우리 위로 지나가는 파도가 보이는 착각또한 들었다.) 모처럼이니까요. 저는 그러고 싶은데... (네 의사를 묻는 듯,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고개를 기울인다)
 
단델 뮤니아:(엄마야... 대체 언제 손을... 넣으신건가요? 네 손수건이었지만 이제는 본인이 가지고 있으니 허겁지겁 네 손 닦아냈다가) 그, 그래요! 우리 꼭... 다, 다보고 가요. 하나도 놓치지 말고... 잔뜩, 잔뜩... 보고, 가요. 내일 더 안, 봐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요. (헤헤. 어차피 이런 대답 밖에 없을텐데도 꼬박꼬박 말하곤 같은 방향으로 고개 기울여본다.) 불, 불가사리, 어땠, 어요?
 
버트 크린스:(손을 닦아주는 모양새에 그대로 얌전히 군다. 급히 닦는 손길에 오히려 느긋하게 미소짓더니) 좋아요, 하나도 놓치지 말고... 전부 보고가요. 그러려고 일찍 준비해서 나왔잖아요? (제 쪽으로 따라오는 고개에 기분좋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음. 겉은 딱딱한데 은근히 말랑거려요. 약간... 본 적 없는 외계인의 피부같은 느낌. (이런 비유) 만져볼래요?
 
단델 뮤니아:응. (여기에 이 이상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즐길 수 있으면 즐기는게 좋겠지. 살살 닦아내곤 실없이 따라 웃었다. 아, 좋다. 네 웃음 소리가 그저 좋구나. 그랬는데... 순간 덜커덩거렸고) 그, 그게 저, 저는 좀 무, 무섭, 무섭다, 다고 해야하나... 저, 물, 물면 어떡... 해요...? (...?)(본적없는 외계인의 피부가 더 겁을 줬을 뿐...)
 
버트 크린스:(그러게 말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기분좋은 미소를 머금은 채로 고개를 기울이더니, 네 반응에 능청스레 어깨를 조금 으쓱이고) 불가사리가요? 가운데만 누르지 않으면 괜찮을거에요. 신기한 감촉이기는 한데... (역시 생각 없어요? 강요는 아니지만 재차 물어보더라.)
 
단델 뮤니아:.... .......무, 무서, 무서... 섭게, 생... 겼어요... (어라? 분명 방금까진 그냥 예쁘게 보였는데 저... 모든 것들이 자기 손을 물어버릴 이빨들로 보이기 시작해서 물빛마냥 파랗게 변했다. 으아아... 으아아아, 질린 얼굴로 혼자 움찔움찔 떨다가 네 옷소매만 꽉 잡고 붙어) 그, 그냥, 그... 그냥가요... 저, 저는 보, 보기만 삐꾹... 하, 하는, 삐꾹... 하는걸로...
 
버트 크린스:... ...그러면... 저기있는 잉어보러가요. (삐꾹, 하며 옷소매를 쥐는 모습에 여전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곧 괜찮다는 듯 네 머리나 파바밧 빠르게 쓰다듬고, 소매를 잡은 손을 끌어 잡아 이끌었다.) 체험관이다보니 만질 수 있는 것들이 좀 준비되어 있나봐요.
 
단델 뮤니아:(흐아악... 금방 북슬북슬해졌다가 제 손으로 꾹꾹 누르고 미아라도 됐던 아이처럼 네 옆에 꾹 붙어) 이, 이, 이렇게 다, 다시보니까 자, 잡아먹을거 같, 같이 생, 생긴거 같, 기기도... ...착, 착각이겠... ...지......
 
heat shimmer:잉어 수족관은 커다란 유리관 안에 주황 빛깔의 잉어들이 헤엄치고 있습니다.
옆을 보면 잉어 먹이통이 놓여 있습니다.
 
버트 크린스:(꾹 달라붙으면 그대로, 네 쪽으로 조금 고개를 기울여 걸었다. 여름임에도 덥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건 수족관이라 그런 것인지, 그저 좋다는 기분 덕인지.) 그럼요, 착각일거에요. 아, 잉어한테 먹이를 줄 수 있나봐요. (라며 유리안의 주황빛들을 바라보았다. 아까 하늘위에 있던 건 뭐였을까, 역시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은걸까? 하는 생각들에 잠시 멍하니 유리너머를 바라보았다.)
 
heat shimmer:아, 그, 그건 좋아... (어릴 때 보통 종류도 모르던 물고기에게 먹이라도 하나 더 던져주고 싶었던 추억 하나 쯤 있지 않았던가. 모두가 그런건 아니지만 적어도 자신은 먼 발치에서 그것을 부러워하며 봤기에 손바닥 뒤집듯 휙휙 바뀌는 기분을 흘려보내면서도 막상 먹이통을 앞에 두고서 우물쭈물거렸다.)...지, 진짜로 가, 가지고 가도 되, 되는 거, 걸까요... 그, 음, 체,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니까 되, 되겠지...? 안, 안그러기로 했는데 자, 자꾸 그러네...
 
단델 뮤니아:아, 그, 그건 좋아... (어릴 때 보통 종류도 모르던 물고기에게 먹이라도 하나 더 던져주고 싶었던 추억 하나 쯤 있지 않았던가. 모두가 그런건 아니지만 적어도 자신은 먼 발치에서 그것을 부러워하며 봤기에 손바닥 뒤집듯 휙휙 바뀌는 기분을 흘려보내면서도 막상 먹이통을 앞에 두고서 우물쭈물거렸다.)
...지, 진짜로 가, 가지고 가도 되, 되는 거, 걸까요... 그, 음, 체,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니까 되, 되겠지...? 안, 안그러기로 했는데 자, 자꾸 그러네...
 
버트 크린스:(가만히 유리 너머를 응시하다 우물쭈물 들려오는 목소리에 네게 시선이 닿았다. 어째 주변이 조용해서인지 금새 주의가 왔다갔다 하는 기분을 느낀다. 먹이통을 들어주지는 않았으나, 네 뒤에서 느긋하게 기다리며)
그럼요, 체험관이니까요. 마침 붕어들도 배고픈지 기운이 없는 것 같고... 한 번 해볼래요? 전 이번엔 구경하고 싶어요.
 
단델 뮤니아:(아, 어라. 뭐라도 대신 해줄거란 생각이 있었던 탓인지 공백이 조금 느껴질 정도로 멍하게 있더니 뒤늦게 눈만 껌벅거렸다. 어라. 익숙한데 왜이렇게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지. 순간 작은 이질감이 어쩔 수 없이 크게 다가와서 머뭇거렸다가 괜히 뒤를 휙 돌아보고 앞만 보기만 반복했다가 소심하게 사료 몇 알을 들어 꾹 쥐었다. 이 마저도 바로 주지 못해 왔다갔다거리다가 힘없이 수조 안으로 휙휙 던졌다. 줘, 줬다!) 버, ...트! (줬어요! 내가... 줬어요! 하는 얼굴로 파핫...)
 
버트 크린스:(아무것도 하지 않고, 뒤에서 기다릴 뿐이었다. 제게 닿았다 돌아갔다, 다시 닿아오는 시선들에는 어깨를 으쓱이고, 응원의 미소를 보냈을 뿐 행동없이 시간을 들였다. 이런 순간에서만 충족되는 기분과 애정이 있다는 걸 알았다. 작게 물이 일고, 붕어들이 모여드는 모습에 자신의 이름이 들려왔다. 아까보다 느리고 꾹꾹 눌러담은 손길로 네 머리를 쓰다듬듯 어루만졌다.) 아, 저기 먹으러 몰려들었네요! 기분이 어때요? 조금 더 줘도 붕어들이 좋아할 것 같은데.
 
단델 뮤니아:조, 조금 뭐라고 해야할까... 어, 어렸을 때 하지 말, 말라는걸 조금 커서 마, 음, 마음껏 해보는, 그런,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뭔지 알죠? 불안한 것과 달리 기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얼굴로 발을 동동 굴리면서 익숙하게 손바닥을 꾹꾹 눌러댔다. 자기가 준 먹이에 졸졸 따라오는 모습에 희열따위가 느껴져 또 소심하게 툭툭 던지듯 털어놓고 히죽, 웃었다.) 좋다... 음, 좋고, 신, 신기하고 또... 이럴 줄 알, 알았으면 조금 더 일찍... 올걸 그랬네~...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냥, 그런거 같, 아요.
 
버트 크린스:(들려오는 것이 그저 솔직한 심정이라 받아들인다.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나, 쓰다듬는 손에 닿는 압력이나, 기대보다도 만족스러운 반응이라. 어떠한 걱정도 접어두어 조금 웃었을 것이다, 그리고는) 저는 그거면 충분해요, 음... 하지만요. 우리 충분히 서둘러 오지 않았어요? 지금도 별로 늦지 않았어요. (아, 저쪽은 아직 배고픈가봐요, 라며 붕어들이 모여있는 다른 쪽도 가르켜보았다. 비단 이번 뿐은 아니길. 작은 바람을 품었다. )
 
단델 뮤니아:(웃는 얼굴, 보기 좋다. 자신과는 다르게 웃으면 평소보다 더 부드럽고 순하게 보여서 보기만 해도 편해지는 그 웃음이 좋아서, 아주 잠시 그것을 바라만 봤던 모양이었다. 뒤늦게 만족한듯 눈을 접어 웃었고) 맞아요. 우리... 아침 일찍, 왔어요. 그래서, 해도 쨍쨍, 했고, 또, 우리둘만, 있는거 같, 았어요. 그쵸. (자연스러운 대화로 넘어가길 바라면서 또 솔솔 먹이만 뿌려댔다. 그랬더니 또 몰려오는 물고기들 좋을만큼 구경했고 그걸 지켜보는 파란 조명 아래에 있는 순간 둥둥 떠있는 착각을 즐기기도 했다.) ...시원하세요?
 
버트 크린스:(닿는 시선에 여전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기울인다. 우스운 일이다, 정작 이 쪽에서는 자신의 표정에 대한 자각조차 없이 네 모습만을 바라봤으니 말이다. 필시 네 조급함을 나는 어렴풋이 알았기에, 앞으로의 시간에 여유가 있기를 바랐기에.) 부쩍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기는 했죠? 이 여름에 우리만 남은 것 처럼... (먹이를 뿌리는 모양을 보며 입에 담는다, 적어도 나는 그것이 불안으로 자리했으나, 네가 낭만으로 여긴다면 그러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그럼요, 훨씬. (당연한 질문에 당연한 끄덕임을 내비친다. 네가 먹이를 뿌리는 걸 바라보며, 쓰다듬던 손을 거두고는) 오늘같은 여름은 또 없을거에요.
 
단델 뮤니아:그, 렇죠. 아마... 다들, 더워서... 그래서, 없는, 걸지도 몰라요. (예쁘다. 가장 잘 알고 있을 인물은 아슬아슬함을 동경과 낭만으로 착각삼아 그저 주변과 분위기에 취해 있었다. 뻐끔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퐁당거리며 빠지는 먹이 부스러기라던가, 그리고 네가 있는데 뭐가 더 있을까. 빈 손으로 수조벽을 꾹 누르면 시원한 감각만이 손바닥의 열기를 식혔다. 나는, 언제부터 여름을 무서워 했었는지.) ...버, 버트도 할, 할건가요!? 그게 아, 아니라면 다, 다른 것도 보, 보고 싶, 으니까... 오늘, 같은... 여름은 또 없, 을테니까.
 
버트 크린스:...더위먹기 딱 좋은 날씨기는 해요. (여전한 시선이 네게 닿았다. 별 말 없기에 그저 시선을 돌려 수조를 바라보면, 네가 뿌린 먹이에 맞춰 첨벙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모처럼이고, 다시 없을 날이라는건 여전하네요? 시간도 시간이고, 방해꾼이 없는 것도 그렇고... (묻는 말에는 손을 내저으며) 괜찮아요, 저는 구경하는 걸로 만족할래요. 그럼 다음으로 가볼래요? 사실 펭귄이 조금 기대되기는 해요. (농담스레 허리를 조금 숙여 중얼거리더라.)
 
단델 뮤니아:하지만 방해, 는 없는게, 좋, 죠. (이 또한 대수롭지 않게 흘렸다. 지금의 자신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건 너와 수족관에 왔고 즐기고 있다는 점이며 먹이를 주는걸로 제 기분이 한층 풀렸기 때문에 더 말하지 않고 네 손만 잡았다. 수조 벽에서 손을 떼어낼 때 그 주변으로 잠깐동안 뿌옇게 변했다가 사라진걸 보면서.) 그, 그럼 펭귄... 펭귄... (저런 행동이 어쩔 땐... ...아니, 자주 부끄럽게 느껴진단 말이야?)
 
heat shimmer:유리창 안에 여러 마리의 펭귄들이 뒤뚱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서서 졸고 있는 펭귄이 있는가 하면 물속에서 헤엄을 치고 있는 펭귄도 보입니다.
귀엽네요.
 
버트 크린스:(마찬가지로 그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좋을 이야기는 그저 그리 넘기는게 좋다. 만약 네 말대로 우리가 급하다면, 아까와 같은 상황은 피하고 싶었다. 네게 좋은 것만 있기를 바라는 오만함을 품었을까. 잡은 손을 기분좋게 흔들며 허리를 폈다. ) 아, 저기봐요. 졸고 있어요. 오늘따라 조용하니 심심한가봐요. (정말 보고 싶기는 했던 모양인지, 수조속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더라.)
 
단델 뮤니아:귀엽다. (헤헤. 귀엽다. 펭귄이랑 고양이는 그냥 서있을 뿐인데도 왜이렇게 귀여울까. 널 따라 팔을 살살 흔들며 작게 웃음소리도 냈고) 음... 그, 그래도 전 이게 좋... 아요. 자꾸 사람들이 귀, 귀찮게 굴면 힘, 들어할지도 모르니까. 그냥... 차라리 지금처럼 마음대로 걷, 다가 졸릴 때 조는, 그런게... 좋은 거 같, 아요. 진짜 귀엽다... (아, 그래. 너와 같았다. 정말 보고 싶었지. 그래서 지금 이렇게 넋을 놓고 보는거야. 네 얼굴도 보고 싶었지만 이렇게 손을 잡고 보이는 것을 보며 즐기는 점 또한 중요하지 않던가.)
 
버트 크린스:귀여워요... (그저 같은 말을 되뇌인다. 그러게, 아무것도 하지 않을 뿐인데 왜 이리 멍하니 보게 되는 것인지... 뒤 늦게 정신을 차리고 마주잡은 손을 수조에 가져가보았다. 물이 닿아 차가운 온도가 그대로 전해졌다.) 저도 그렇고~... 펭귄도 분명 오늘같은 날이 더 좋을거에요. 시끄러우면 스트레스도 받을테고... (물 속을 헤엄치는 그 생물에 시선이 닿았다. 네가 품은 바람까지는 알 수 없었으나 지금의 시간이 소중하다는 사실은 의심할 바가 없었다.) 이쪽도 체험할 수 있는게 있을까요? (라며, 뒤늦게 주변을 살펴보았고)
 
단델 뮤니아:(진짜, 진짜 귀엽다. 조금 붕 뜬 생각을 하긴 했지만 저 날지 못하는 날개로 퍼덕퍼덕거리는게... ...귀엽지 않나! 대신 수영을 할 수 있는 날개로 물 속을 유유히 마음껏 헤엄치는 모습을 보니 제것을 대신해 뻥 뚫리는 기분도 들어 제법 괜찮았다. 아무렴, 어떤가. 자신도 뒤늦게 주변을 휙휙 보다가) ...음... 아, 무것도 없... 는데. 체험, 관이라곤 해도 펭귄은... 도움없이, 만... 지면 안되니까 그런, 걸지도요. 솔, 솔직히 가, 가까이서 보면 무, 무서울거 같... 기도 하고... 죄, 죄송해요...
 
버트 크린스:(퍼덕퍼덕. 네가 팔을 휘젓는다면 비슷할텐데... 하는 짧은 생각을 삼켜내었다. 듣는다면 한소리 하겠지? 주변을 둘러보다 여기에 체험요소는 없는듯한 모양새에 수긍한듯) 아, 하기는... 잉어에 비하면 펭귄은 위험하겠네요. (언제나와 같은 사과에,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듯 느리게 머리를 쓰다듬더니, 다시금 마주잡은 손이나 살살 흔들어) 귀엽기는 하지만... 확실히 그렇죠? 저도 이빨이나 저 눈도 조금 무서워요. (소곤소곤)
 
단델 뮤니아:(날지는 못해도 수영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날개니까 불평하지 않아도 괜찮은걸까? 뭐, 자신은 펭귄이 아니니 영영 모를테지만. 괜히 무의식적으로 흉내내듯 팔을 퍼덕퍼덕 휘저어 보다가 금방 가라앉았다가 본능인지, 손바닥 쪽으로 머릴 기울였다.) 후후... 그, 그렇죠? 저... 몰, 몰랐는데 어렸을 때... 어쩌다가 안 사실이... 있어요. 염소의 눈, 동자는 가로로 찢, 찢어져 있다고... 그거랑 비슷, 한 느낌이에요. 아, 그래도 아기 펭, 귄은 귀엽... 지만, 요. 헤헤... 그래도 아직... 볼건 많, 으니까 괜, 괜찮아요. 저는... 요.
 
버트 크린스:(방금... 퍼덕퍼덕 하지 않았나? 기울이는 대로 느리게 머리를 쓰다듬다, 깜빡이는 눈이 네게 닿았다. 아... 하는 소리를 짧게 내며 참으려 해도... 결국 소리내어 웃고 말았던가. 애써, 다른 주제로 말을 돌리려 했지만은.) 펭귄도요? 그렇구나... 아무래도 실제로 보는 것 보다는... 뮤니아가 말하는 아기펭귄의 의미지가 더 널리 퍼져있으니까요. (그래도 귀여운건 귀엽다며,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고) ...역시 기념품점이 있다면 좋겠어요, 인형같은거... (라는 말을 하며, 다시 손을 잡고 이끌었다.) 자, 이제 해파리보러 갈까요?
 
단델 뮤니아:...응? 으응. (펭귄 이야기에 쉽게 고개만 끄덕거렸지만 그게 웃긴 주제던가? 너는 그냥 잘 웃어주는 사람이니까 그렇겠거니, 하면서도 제가 한 짓을 모른 채 고개만 옆으로 기울일 뿐이었다.) 아. 저 인, 인형도 좋, 좋아해요. 그, 별, 별건 아니지, 만... 끌어... 안고 자는, 버릇이 있, 있으니까... 뭐라도 있는게... 잠을 잘, 자요. (아. 너무 쓸데없는 이야기까지 했던가? 어렸을 때 부터 그랬지. 가족들은 냉랭하고 동생들도... 사이좋은 자매는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침대 가득 채운 인형이나 서랍을 차지하는 보석들이 좋았어. 이제는 상관없을지도 모를 일을 떠올리면서 종종 걸음으로 걸었다.)
 
heat shimmer:걸음을 옮기면, 물기둥 안에 다양한 종류의 해파리들이 헤엄치고 있습니다.
푸른색, 노란색, 보라색 등등 여러 색깔의 빛을 내며 떠다니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버트 크린스:(애써 웃음을 눌러 삼켰다. 자각없이 네가 하는 행동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알까. 가능하면 나만 알고 싶은 욕심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느리게 발걸음을 옮기며) 아, 그러고보니. 귀엽네요~ 저는 얌전히 자는 편인데... (아마도 약간의 새우잠 정도. 기회가되면 선물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삼키더니) 아, 예쁘다... 뮤니아 저기봐요, 확실히 화려한걸요.
 
단델 뮤니아:잠, 잠버릇은 없지만 그냥 잘, 잘자고 아니고의 문, 문제 정도... 중간에 깬다거나, 그, 그런거... (어라? 꽤 창피한데? 아무도 묻지 않은걸 자진해서 말하는 사람처럼 뱉었다가 무마해 보려는듯 다시 파닥거렸다가 잠잠해졌다.) 후후... 이, 이번에도 보기만 해, 야겠네요. 해파리는.. 만, 지지도 못하고 체험, 할 수 없는 친구들, 이니까요. 그쵸...? 그래도... ...네, 예뻐요. 화려하고... 반짝반짝, 하고. 저런, 것들이... 가지고, 싶었어요. 해파리, 가 이나라... 보고 있으면 드는... 그런, 생각이.
 
버트 크린스:아, 뭔지 알 것 같아요. 최근에는 무슨 인형을 안고자요? (그러고보니... 요 근래에 네가 자는 모습을 본 적 있던가 싶어, 슬쩍 묻고 만다. 다시금 파닥이는 모양새에 답이야 아무래도 좋다는 듯 웃음이나 꾹 삼키고 말았지만) 네, 그럴 것 같아요. 해파리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구나, 수긍하는 듯한 답변이 느리게 따라붙어) 저는... 보고 만족하자는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지금보다도 욕심이 없고는 했죠. (잠시 틈을 두더니) 뮤니아는 지금도 가지고 싶어요?
 
단델 뮤니아:아... 그, 러게요. 뭐였더라... (누가 들어도 얼버부리는 투로 흐렸지만 본인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이 말 또한 마냥 틀린 말은 아니었다.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야할까, 이미 흐릿해질만큼 흐려졌고 정신 차렸을 땐 신경쓰지 않게 된 이후여서.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기에 또 다시 수족관 유리벽을 콩콩 두드렸다.) ...글, 쎄요. ...버트. 저는, 저는 스스로가 알지, 못했지만 저는 아마 어렸, 어렸을 때 포기하는 법을 가장, 가장 많이, 누구보다 빨리 익혔, 던거 같아요. 스스로가 터특, 했죠. 지금이랑 다르게 그 땐, 그 땐... 가지고 싶, 은게 아니라 주고 싶었던, 거니까. 그래서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손에 잡힐, 것 같지도 않아요. 그래서 타협을... 했어요. 제가... 아주 잘, 하는 방법, 이에요. (겁쟁이가 할 수 있는 최대 최선의 자기합리화의 다른 말이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며 변명까지 덧붙였을 일이었다. 저 물 속을 저항없이 제 집마냥 날아다니는 해파리들이 조명처럼 눈이 부셔 마른 눈꺼풀만 껌벅거렸다. 그러면 눈을 감기 전과 색이 달라서 다시 그것을 쫒았고.)
 
버트 크린스:뭐... 너무 익숙해지면 가끔 까먹기도 하죠. (의문을 말하지 않았다. 누가봐도 넘기는 듯한 모양새임에도 콕 찝어 묻고 따질만큼 용기있는 사람은 되지 못했다. 그러니 이쯤에서 나는 알고 있었다. 더는 배려라고 말할 수 없는 외면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유리벽을 두드리는 모양새를 가만히 바라봤다. 말릴 이유도, 그러고픈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렇군요.(짧은 수긍. 너나 나나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은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드는 생각이 있어.) 뮤니아, 저는, 받아들이는 걸 잘 했어요. 말하는대로, 시키는 대로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의문이 들었어요. 마냥 체념하고 후회하는 순간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한 날이 있었어요. 그 이후로 조금은 노력하려 신경쓰고 있어요. 그러니까... 너무 빨리 포기하지는 말자는 뜻이에요. 가지고 싶은건 손에 쥐고, 주고 싶은건 줘요. 그게 나만을 위한 일은 아니겠구나, 요즘은 그런걸 느껴요. (입에 담을 수 없는 시간선이었지만 말이다. 잠시 네게 닿았던 시선을 다시금 자유로이 헤엄치는 해파리에게 던진다. 그럼에도 그들이 수조에 갇혀있다는 모순을 나는 마주한다. 우리가 지금 있는 곳은 수조일까, 아닐까 )
 
단델 뮤니아:...그래요. (말이 길어지면 길어지는만큼 자신에게 돌아올 무게감들을 견디지 못할 것을 알았다. 그래서 감히 네 말을 빌려 짧은 수긍을 제것 마냥 따라했고 그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분명 두꺼운 유리로 이루어져 소리따위 들리지 않았을텐데도 해파리가 나아갈 때 마다 물결이 갈라지는 착각이 느껴져 나는 너를 보지 못했다. 정적이 가득한 방 안에 오래 있으면 시계 초침이 흘러가는 똑딱 소리가 들리는 것과 같았다. 그래, 다를 바 없지. 이런 자신이 스스로도 답답하지만 일생을 그렇게 살아왔으니 쉽게 바꿔지지도 않았다. 그럴 의지가 없었냐면 그것도 아니었고 나름 노력했는데, 노력하고 있었는데, 이제 막... 거기까지 생각이 스쳤고 덜컥거리는 걸음에 수조벽을 짚었다. 이제 막 주고 받는 기쁨을 알았는데. 나는 여기서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지? 솔직히, 대답을 하지 못하겠어. ...못하겠어. 그러니까 고개를 돌리기로 했어. 모른 척 해줄거라면, 모른 척 할거라면, 끝까지 모른 척 해줘. 수족관 너머 살고 있는 물고기들도 바다를 떠나 여기에서 살고 있잖아. 인간들의 흥미거리가 되면서.) ...우리, 올라갈, 까요. 1층... 이제, 다 둘러본거, 같은데.
 
버트 크린스:(정적이 무거웠다. 필시 싫다며 피하려 한 것은 자신이었는데, 무엇이 눈에 밟혀 그런 말을 하고만 것인지. 후회를 곱씹을수록 무거운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시선에 닿는 해파리 한마리가 유리벽에 부딪히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그 생물의 기분을 상상할 수 없었다. 네가 숨기고자 한다면 나는 언제까지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숨기려는 노력에도 쓴 웃음이 지어지는 것을 숨길수는 없어, 잠시 제 머리를 어루만지며 고개를 숙였다. 서로가 소중해진다는 것은 필시 실수를 밟기 마련이다.잠시 멋대로 기대를 품은 나 역시도 그런 과정이었을까? 그런 기분에도 나는 너를 알기에 조금 더 기다리겠노라 생각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겁쟁이의 마음을 나는 알지 않던가.) ... ... 응, 좋아요. 2층은 해저터널이래요. (애꿎은 팜플렛을 쥐어 고개를 묻기를 한 번, 그럼에도 네 손을 잡기를 한 번. 어느정도 갈무리된 낯으로 네 손을 잡아 끌었다.)
 
손을 잡으며 2층으로 올라가기 전, <관찰> 판정.
 
버트 크린스: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잘못봤나? 그 순간, <듣기> 판정.
 
버트 크린스:(눈 깜빡... 뭔가 지나갔나? )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heat shimmer:고막을 찢을 것 같은 날카로운 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집니다.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것은 수많은 사람의 수군거리는 소리.
유난히 시끄러운 매미 소리.
그리고... 곧 끊어질 것 같은 작은 소리로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
 
고개를 돌리면
 
정스러운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는
 
그의 모습이 보입니다.
 
분명,
 
보였을 터입니다.
 
어째서일까요?
 
선명하게 보이던 그의 얼굴이
 
그렇게 눈앞에서 사라집니다.
 
눈앞에서 사라진 그의 모습에 당신은... <이성> 판정.
 
버트 크린스:...(깜빡...)
SAN Roll
기준치: 58/29/11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감소합니다.
 
뮤니아?
 
이름을 불러보아도 수족관 안은 조용합니다.
 
어두운 아쿠아리움 속,
 
직 노란색 빛을 띠는 물고기 한 마리가
 
당신의 곁에서 헤엄치고 있습니다.
 
물고기는 당신을 한 바퀴 빙글 돌더니
 
2층을 향해 헤엄칩니다.
 
따라오라 하는 것처럼요.
 
버트 크린스:... 뮤니아... (갑자기 사라진 현상을 납득하지 못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 이질적으로 헤엄치는 물고기에 무의식적으로 발이 떨어진다.)
 
안내책자에 쓰여있듯 2층 전체가 해저터널로 되어 있습니다.
 
커다란 바다거북.
 
가오리에 상어.
 
그리고 귀여운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당신의 머리 위를 지나갑니다.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어 마치...
 
물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당신을 이곳으로 이끈 노란 물고기는
 
그새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터널을 지나가며 안을 살펴보고 있으면,
 
당신의 가까운 곳에서 헤엄치고 있는
 
푸른 빛의 자그마한 물고기 하나가 눈에 띕니다.
 
당신은 이유 없이 그 물고기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버트 크린스:... ... (뮤니아... 여기도 없나? 그런 대화 이후 사라진 모습에 불안감이 자리했다. 흐리게 번지는 듯한 모습이 어쩐지 눈에 선명하여... 잠시 숨을 고르며, 눈을 사로잡는 물고기에 시선을 두었다.) ...어디갔을까요... 그 소리는 뭐였고...
 
푸른 물고기를 마주 본 직후 당신은 강한 두통을 느낍니다.
 
강렬한 고통 속에서 당신은 기억 하나를 떠올립니다.
 
아니, 기억이라 하기엔 너무나 뿌옇습니다.
 
점멸하는 하얀 전구의 빛,
 
흔들리는 링거,
 
귓가에 들리는 의료장치들의 기계음,
 
흰옷을 입은 사람의 다급한 목소리....
 
그 모든 것이 그저 아지랑이처럼 흐릿하고,
 
멀게 느껴집니다.
 
당신은 수족관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합니다.
 
새하얀 환자복을 입고,
 
머리와 몸 곳곳에 붕대를 두른...
 
시체처럼 창백한 안색의 당신 자신을요.
 
이제야 떠올랐습니다.
 
자신은 분명 죽었습니다. <이성> 판정.
 
버트 크린스:... ...
SAN Roll
기준치: 57/28/11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감소합니다.
 
오늘처럼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의 어느 날.
 
그와 함께 수족관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두 사람을 향해 달려오는 트럭을 기억해냅니다.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차에 치인 당신과 그는...
 
수족관 유리 너머 .
 
처참한 몰골을 한 자신의 바로 옆에,
 
어느새 그가 슬픈 얼굴을 한 채로 서 있습니다.
 
뒤돌아보면 당신의 곁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이 어두운 해저터널 속에 있는 것은 오직 버트,
 
당신뿐입니다.
 
유리창 너머의 그는
 
금방이라도 다시 사라질 것처럼 일렁입니다.
 
단델 뮤니아:미, 안해요. 미안... 미안합니다... 내, 내 욕심, 때문에, 버트, 버트한게 또... 또, 아픈 일을, 겪게 해버, 해버려서... 이번에는, 이번, 만큼은 버트랑 같이 행,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 싶어서... 그랬을 뿐인데... 다시, 다시 한 번만 더 곂에 있고 싶, 싶었을 뿐, 인데... 미안합니다... 미안, 미안합니다... 내가, 욕심, 쟁이라서... 미안, 가지고 싶, 싶어해서...
 
유리 너머로 보이는 그의 눈동자는
 
어둡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그의 눈동자에 스며든 것은 슬픔.
 
애절함.
 
그리고 무엇보다 무겁게 자리 잡은 ...
 
무어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의 모습이 다시 한 번 일렁입니다.
 
이윽고 물에 녹아 없어지듯 사라져버립니다.
 
그의 그림자가 사라짐과 동시에
 
주변을 헤엄치던 모든 물고기도 자취를 감춰 버립니다.
 
어두운 해저터널 속,
 
오직 푸른 빛의 물고기만이 터널 끝을 향해 헤엄칩니다.
 
버트 크린스:... ... (크게 숨을 들이마쉬고, 내뱉었다. 이 호흡에도 의미란 없는 걸까? 네 반응으로 어렴풋이 알지 않았던가, 우리의 시간에 끝이 머지 않았다는 것 정도는. 어두운 해저터널은 어둠 속에 물소리를 내었다. 하나남은 물고기는 날 어디로 안내하려는 것인지. 체념하는 것에 어느순간 질렸다. 기대하고 실망하기에,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 지금의 모순이었다. 느리게 발걸음을 옮겼다. 한 번 만... 한 번 정도는 더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어.)
 
터널을 지나쳐 계단을 올라가면 수족관의 3층,
 
초대형 수족관에 도착합니다.
 
층 전체는 조명이 꺼져있지만
 
한 면에는 놓인 커다란 수족관에서 은은한 푸른 빛이
 
그 주변을 비추고 있습니다.
 
거대한 수족관의 아래에는 여러 산호와 해초들이 놓여 있고,
 
그 위를 수 백 마리의 물고기들이 떠다니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답고 신비롭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 거대한 수족관 바로 앞에
 
작은 인영이 어렴풋이 보입니다.
 
단델 뮤니아:버트... 계속, 계속... 버트, 에게 숨겨왔던, 것이... 있어, 요.
 
그렇게 입을 연 그의 등 뒤의 수족관에서
 
커다란 고래상어 한 마리가 지나갑니다.
 
그 덕에 바로 아래에 있던 그의 위에는
 
그림자가 드리워 표정을 볼 수 없습니다.
 
단델 뮤니아:어디서... 어디서부터, 말, 말해야할까... 저, 말, 말재주가 없잖, 아요. ...알죠? 아... 너무, 너무 많은, 일이 있었는데... 그래요. 버트의 기억대로 우리는... (사고에, 잠깐. 어디까지 말을 꺼냈지? 어디까지 말했고 어느 부분에서 삼켜졌지? 까맣게 지워진 눈 아래로는 무언가 굵게 떨어졌지만.) ...사고에, 휘말, 려서. 아니, 아니 정확히는, 내가, 나에게 오는 그게, 하하... 아,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 하고 있었, 었었죠? 미안, 미안합니다.
 
버트 크린스:... 알죠. 제가... 어떻게 모르겠어요. (암묵적인 침묵이 의미하는 바는 뭐였을까. 그간 외면했다고 여겼음에도, 꽤나 덤덤히 받아들이는 자신에 의문이 스친다. 내 감정을 앞세우기에 당신은 너무나 불안정해 보였다. 그 모든 사실을 알고도 다시 한 번 내 곁에 있었을 네 마음이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결국 그러한 결말을 알았을 네 심정을 생각하면 자꾸만 내 감정이 지워진다. 그건 내가 죽었기 때문일까? 모르겠어.) ...아니에요, 네, 아니... 에요. 뮤니아 거짓말 못하잖아요. 심상찮은 일인건 저도 눈치채고 있었어요. ... ...그러니까 천천히 말해요. ...기왕이면 얼굴... 봐도 괜찮아요? (그럼에도 품은 욕심이 하나. 느리게 네게 다가섰다. 정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거잖아.)
 
단델 뮤니아:네, 맞아요. 저, 거짓말을 정말, 정말로... 못해서. 정말... (보이려는 틈 사이를 용서하지 않는 것처럼 다시 고래 상어가 또 한 마리 지나가 제 얼굴을 가렸다. 그렇게 말하는 너는 너무 침착하고, 침착하고, 또 지워져 가.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하기로 했어. 큰 충격을 받는 것 보다야 어렴풋이 알았지만 외면한 사실을 다시 한 번 일러주는게 낫지 않겠냐고. 그런 무책임하고 머리나쁜 생각을 했다.) ...고래가, 크죠. 아마 나, 때문이었던거 같, 아요. 그 땐 몰랐, 몰랐지만. 둘 다 어쨌든 휘말, 렸으니까. 음. 응. 그래서... 그래서, 저도 뒤늦게 안, 거지만. 저한테 달, 려온, 차가, 음... 네. 그랬는데, 아마 날 감싸, 주다가 그런, 것 같아요. 바로 병원으로 갔지만... 그, 아... 버트는... 죽, 었고, 나는... (네 덕에 살아남았죠. 감히 네 죽음을 내 입으로 담는 것 조차 자격이 없는 듯 한데 그런 네 덕에 자신이 살아남았다는 말을 어떻게 하겠어. 아지랑이처럼 퍼져가는게 뭔지 모를 정도로.) 이제, 반년... 정도 된, 거 같아요. ...저, 제법 잘... 버티지 않, 았나요? 나... 같은거 치고는... 말이에요. (아. 이런 말 안쓰기로 했는데. 자신을 한없이 깍아내리는 이 말을 안쓰기로 했는데. 네가 없으니 곧바로 이런 꼴이네, 싶었을 뿐. 실제로 그렇잖아요? 나치고는 죽지 않고 잘 버틴 시간이었어요. 죽지 못해 산 일에 가까웠지만요. 죽는게 무섭더라고요. 나는 겁쟁이니까요.)
 
버트 크린스:(네 얼굴에 내리깔리는 그림자에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은지, 가만히 시선을 두었다. 두 발자국 다가섰고, 그 이후로 거리를 두어 자리를 지켰다. 머릿속으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되새기질해도, 너에 대한 연민이 내 감정을 지워낸다. 아, 그래. 그런 표현은 옳지 못하겠다. 꾹꾹 미뤄 담기는 감정들이 여름의 열기와는 다른 울렁임을 빚었다.) ...괜찮아요, 큰 고래니까 다른 곳으로 헤엄쳐 나갈거에요. ...그때는 얼굴을 보여줘요.
(뒤이어 들려오는 사고의 이야기에는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네가 내게 듣고싶은 말이 사과인지, 후회인지 구분이 서지 않아, 멍청하게 자리를 지키며 그 이야기또한 삼켜낸다.) ...뭘 안고자는지 기억도 못하고, 음식도 제대로 못챙겨 먹는거 아는데. ... ... ...그래도, 이렇게 인사할 기회를 얻게된 것도, 잘 버텨준 것도, 당신의 노력임을 알아요. ... ...(잠시 입을 벙긋거리다, 다물었다. 감히 짐작할 수 없는 시간이란 그런 것이다. 눌러담은 것이 울컥 치솟으려는 기분에 숨을 한 번 삼켜내었다.) ...제가... 어떻게 살아났나요? (이번에는 의문을 숨기지 않았다. 나까지 네 앞에서 흔들릴 수는 없어, 질문을 고르고, 고르고, 또 고른다. 머리 위로 스쳐가는 그림자에 무게라도 담긴 듯, 숨이 턱턱 막혔다.)
 
단델 뮤니아:...응. (여름은 너무 덥기에 신기루나 아지랑이 따위가 생긴다지. 스스로도 흐려지는 감각에 삼켜졌던건지, 뭔지. 발끝이나 몸 어딘가가 흐려지는 기분만을 느껴야 했다. 이 기분은 대단히, 그것도 엄청 비참했다. 이런 비참함을 느끼면서도 아무 말 하지 못했던건 스스로에게 그런 자격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럴 가치도 없는 사람이라고 정해버렸기에. 이것을 타고 올라가보면 너나 나의 잘못은 아니었을 터였다. 잘못이라면 달려오는 차의 잘못이었을테니 서로를 따져봤자 반복될 뿐이겠지.) 저, 그 때부터 뭘, 안고자지, 않았어요. 음, 음식도 챙, 겨 먹지 안, 않았고요. 나는, 저는 바보니까, 머리가 나쁘니까... 따라서, 죽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럴, 그럴 수 없던건 결코... 다른 탓이 아니, 아니에요. 그저 내가 아픈게 싫고, 또 무서워서... 그래, 그래서 못했어요. (너는 이 마저도 좋게 포장해주는구나. 나는 그저 포기하고 도망친걸 이제껏 버틴 노력이라고. 숨을 크게 들이 마쉬고 다시 뱉었다. 그 짧은 과정이 어찌나 길고 무겁게 느껴지던지. 아직도 그림자가 얼굴을 덮어 지나갈 생각 따위를 하지 않았다.) 왜, 왜 그런, 그 때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 겠는데. 그냥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을 했어요.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다. 일주일, 아니지... 3일이라도 좋으니까, 다시 보고 싶, 어서. 아주,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 이라도 좋으, 니까. 그래도 좋으니까. 버트가, 보고 싶었어요. 그런, 그런 식으로, 힘들게 다시 만난, 버트를, 이런 식으로, 다시 헤어지고 싶, 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 때 아... 지금부터 이상한, 이야기를... 할게요.
그래서... 신, 같은 뭔가가 나한테, 와서...? 네. 그래서. 계약서도 없는 계약을... 했는데... (그래도 나름 침착하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스스로가 느낄 정도로 어처구니 없어지는 말들에 울음만 삼켰다. 너는 살아난게 아니라, 그냥. 그냥...) ...버트가, 존재할 수,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들어 주겠다고 했, 했어요. 그 대신 이건, 계약이니까, 뭔가를... 주고, 받아야 이뤄지는거니까. 그, 그 대가로 제 시간 중, 일부를, 가져가겠, 그러겠네요. (그리고 나는 그걸 수락했어요. 어차피 네가 없는 세상이라면 나는 그런 것들에게 미련을 가지고 있지 않을 듯 해요. 어쩌면 그 당시 저는 온전한 정신이 아니었기에 해버린걸 수도 있고요. 목이 막혀와, 다시 수조의 이 물들을 다 마셔버리고 폐가 가득 차 터질 듯 했다. 이곳에 여름을 알리는 쨍쨍한 햇빛은 없었고, 너는 살아나지 못했다. 그저 그래. 커다란 수조 안에서만큼은 살아 숨쉴 수 있도록 풀어준거지. 수조 밖으로 꺼내면 아무것도 없을 지느러미같은 잔해만 남는 것 정도의.)
 
버트 크린스:(짧은 대답에 숨을 내쉬었다. 그것까지는 허락받을 수 있구나. 아직 우리가 마주보는 것 까지는 가능하구나. 이미 잃은 것이라면 그걸 되짚기보다 당장에 누릴 수 있는 것을 찾고 싶었다. 네가 내게 준 기회이며, 다시 오지않을 여름날이라는 건 변하지 않을 점이었다.) ...천천히 하면 돼요. 갖고 싶은 인형을 사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배가 고프면 무언가 떠올려, 괜찮겠다 싶은 걸 만들고. ... ... 계기가 무엇이었든, 일상이 뮤니아를 이겨내게 해줄거에요. 짧은 시간이어도 같이 해봤잖아요. (내 욕심이라면, 언제나처럼 그 끝에는 네가 있어. 하나하나 이겨낸 네가 홀로 설 수 있기를 바라게 되는 것이 내 욕심이라. 우리가 잘못한 것이 없다는 걸 알았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에 휘둘리기를 몇 번, 눈 하나를 베이고 깨달은 것이 있다면, 체념과 노력은 다른 것이다. 외면과 포기는 다른 것이다. 이미 지난 것을 포기하고 새로이 노력하는 법을, 나는 네게 알려 주고 싶었던 것 같아.)
... 이해해요. 그거 알아요? 방금 뮤니아가 사라진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저도 그 생각을 했어요. 한 번만 더 대화하고 싶다고. (그게 이뤄지기야 했지만. 여전히 울렁임은 가라앉지 않아, 잠시 눈을 감았다. 네게 품은 마음이라는 것이, 역시 마냥 지워지지는 않았던가. 혹여 네 얼굴이 보일까 눈을 떴을 때, 널 닮은 눈물이 흘러내림을 깨달았다.) 그 시간이라는 건, 얼마나 많아요? 이후의 우리를 약속하기에 너무 짧게 남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수조속은 뜨거운 햇빛이 내리쬔다. 물고기는 말라죽는게 당연할터인데, 물이 들어차지 않은 이 세계는 여전히 우리를 담고 있다. 이것이 위태로움인지, 안정감인지. 나는 아직 알 수 없어 네 얼굴의 그림자가 거둬지기만을 기다렸다.)
 
단델 뮤니아:그게... 안, 될거 같, 아요. (반년이 되도록 그러지 못해 여기 내가 있는데. 아니, 어쩌면 그럴 수 있겠지만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거겠지. 만약 시간의 문제라면 자신은 아주 아주 길고 긴, 시간을 세상에 요구하고 싶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건 상상보다, 상상하기 싫었을만큼 크게 다가왔으며 그것을 정해진 기간 내에 라던가 빠른 시일 내에 라던가 따위로 정해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이 따로 있을리 없지 않나. 그런데 네가 직접 그 입으로 나의 앞길을 걱정해 그런 잔인한 말을 하다니, 이건 제법 힘들었다. 그 대답은 여전히 하지 못했고 이번에도 피하듯 말을 돌렸다. 지금 이렇게 마주보고 있을 때 피하면 얼마나 외면해줄지는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직면하는 것 보다는 훨씬 나았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생각하기에는.)
아마 제가 사라, 사라진건. 그건 분명... 진짜 세계는 여름, 이, 아니라, 여름이 지나서... (하. 끊임없이 말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중간중간 터져 나오는 숨이 물 속에 있는 것처럼 답답하게 터져나와 이미 형체를 잃은 채 공기 방울만 만들어냈다. 말을 할수록 진짜 세계 따위를 다시 떠올려 버리니까.) ...그거 아, 세요 벌써... 밖이 추워요. 많이, 춥고. 겨울이 한창이라. 제 기억을, 본따서 만들, 어진 곳의 여름이니까, 아마 저는... 맞지, 않는거겠죠. 온전, 하지 않다던가... 그런 거... (아, 아아. 눈물은 지독할 만큼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딱 그 순간에 터져나오는 울음소리를 참지 못하고 까만 그림자로도 보이지 않을 얼굴을 작은 손으로 막아버렸다. 입에서는 아아, 거리며 앓는 소리가 한 번 튀어나오니 멈추지 못했다. 어떡해, 어떡해요. 나 너무 힘들어요. 코가 막히고 눈물이 흘러내려 얼굴이 따가워요. 어느 순간 말랐던 눈물이 오랜만에 느껴질만큼 무거웠지만 익숙했다. 이제는 설명 따위가 아니라 하소연에 가까웠을지도 모르겠다.)
까마, 까마귀의 울음, 소리가... 그 하루의... 끝이에요. 3일, 3일이, 3일간, 작별, 작별인시가, 헉, 허, 버트를, 버트는, 다시, 돌아, 돌아갈거에요... 흐, 아, 아... 아, 결국, 결국은, 그저, 그저 죽음을, 다시... 반복할 뿐인... (하지만 아주 만약 네가 그것을 원치 않는다면, 그러니까 나를 거부하면, 그럼 지금이라도 이 세계는 끝이 날거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건 스스로의 탓도 있겠지만 네가 그렇게 말했기에 하지 않았다. 나는 역시 아무도 모르는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야할 운명이라고.)
 
그가 말을 마치자
 
수족관 안의 모든 물고기가 일제히 유리를 통과해...
 
빠져나오기 시작합니다.
 
물고기들은 자신만의 세상을 찾아 떠나는 것처럼
 
하나둘씩,
 
그와 당신의 주변을 지나쳐 헤엄쳐 나갑니다.
 
그 비현실적인 광경 속에서 모든 진상을 깨달은 당신. <이성> 판정.
 
버트 크린스:
SAN Roll
기준치: 56/28/11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3 감소합니다.
 
버트 크린스:...(어렵다는 말에 아무런 말도 덧붙일 수 없어 시선을 내린다. 결국 끝까지 있어주지 못할거였으면 이러지 말았어야지라며, 너는 날 원망하고 있을까.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네가 내 곁에 있어준 이유를 내가 모른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무도 탓할수 없어도 이미 벌어진 일이기에 마주해야한다는 판단이 섰다. 그렇기에 내놓은 말이었다. 우리의 여름은 필시 평생토록 소중한 것이겠지만 여름뿐인 계절은 너무나 뜨거워 하나 둘씩 전부를 녹여낼 것이 분명했다. 나는 네 어떤 것도 형체를 잃지 않기를 바랐다. 서로의 감정이 품는 이기심이라는 것은 이토록 엇갈려, 매미소리보다 못한것으로 흩어진다.)
... ...만들어진 계절치고 무척이나 더웠어요. 이번 겨울은 어떤가요? (숨을 몰아쉬는 모습에 고작 묻는 것은 뜬금없는 질문. 우리의 충돌을 겉도는 말을 내뱉고 만다. 외면이라는 것이 어느새 익숙해져 습관처럼 내비치고 말았던가. 네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평소와 다른 종류의 네 눈물을 보는 것이. 결국 너처럼 그 감정에 익숙해지지 못한 나는 마음이 약해지고 만다. 천천히 시선을 들어, 그림자에 가려진 낯을 바라보았다. 달래줄 수 없는 현실이 발목을 붙잡아, 멍청하게 서 있기를 한참이었다. 다문 입을 움찔거리며 내리누르며, 하나 둘 사실들을 마주한다)
...돌아가면... 저는 이번에 있었던 일은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요? (그것만은 아니길 바라며 던진 물음이었다. 우리가 그토록 많은 이별을 해왔다고 믿고 싶지 않았기에 던진 물음이었다. 목언저리가 답답하여 숨을 삼킨다. 네가 느끼는 감각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며, 느리게 숨을 들이마쉬어 흐릿하게 찡해지는 감각들을 억누른다.)...뮤니아, 뮤니아... (꾹 꾹 내리담아, 터져나오듯 이름을 목에 담는다. 괴로운듯 삼켜내어, 눈을 꾹 감으며, 어설프게 입꼬리를 올린다.) 저는 늘 당신에게 도움이 되고싶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제가... 그것과는 멀어진 존재인 것 같아요.
 
단델 뮤니아:...많이, (추웠어요. 작게 덧붙여진 말 뒤로는 눈물이 모든 걸 삼켰다. 저 추운 겨울에서 이렇게 울었다면 그대로 얼어 얼음 진주 마냥 떨어져 깨졌을텐데 이 곳에선 그 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그저 눅눅하고 물은 물로서 흐르며 떨어질 뿐, 폐에 짜디짠 소금물이 가득차서 숨이 막혔다. 그래... 나는 그냥, 너무 슬펐던 것이다. 힘들 정도로 슬퍼서 숨이 막히는거라고. 그림자를 만들어 내는 저 큰 고래는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원래 고래라는 생물이 유연하게 물을 스쳐지나가는 물고기가 아니었던가? 모르겠다. 나는 멍청하니까 모르겠어. 그냥 발 한 번 내딛으면 다 해결될 일을 누가 막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나선 것 마냥 미묘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숨을 쉬기도 힘든 와중에 네 말에는 꼬박꼬박 대답하고 싶어 컥컥거리면서도 짠 눈물이 닿아 퍼석하게 말라가는 입술만 열었다.)
잘, 모르겠어, 나는, 나는 그냥... (내가 아는 사실이라고 해봐야 무엇이 있겠는가. 네가 그리워서 반쯤 미친 정신에 누군지도 모를 어떤 신적인 존재에게 빌어 3일을 같이 있을 수 있을 수 있는 가짜 세계만 받아왔을 뿐인데. 그러니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지금의 너는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없는 존재가 맞았다. 그렇지 않던가? 도움이라기보단 이미 죽은지 한참 지난 연인을 기적같은 형태로 신기루 마냥 존재시키고 있을 뿐이니까. 오히려 그와는 반대된다고 할 수 있었다. 고작해야 그 정도. 나는 네가 그리워, 참지 못하고 흘려내리지 못한 미련덩어리 여자가 불러일으킨 과거의 여름 잔상 정도. 목을 타고 내려가 바닥에 떨어지지 못한 눈물 덩어리들은 옷 속으로 들어가 천천히 젖어갔다. 가랑비가 옷에 스며드는 일처럼.)
그냥... 그냥 나랑, 같이... 마지막, 마지막까지... 같이, 있, 있어주, 줬으면, 좋겠어... 나는... (나는 그냥. 계속 그 말만 반복했다. 원래부터 유려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지만 점점 퇴행되어 가는 자신을 멈춰줄 사람도 없었다. 너는 상냥하기에 웃어주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애정의 형태가 근본부터 썩어들어가 자라온 여자였으니 그게 불가능 했다는 소리였어. 한마디를 뱉어도 수백번의 숨을 삼켰다가 내쉬어야 했다. 보는 사람이 괴롭고 답답할 정도였지만 너는, 너는 그것도 기다려주겠지. 어차피 미련 하나 때문에 시작한 일이었고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건 불가능하니까 남은 시간만이라도 끝나기 직전까지 그걸 이용하고 싶었다. 네가 이 곳에서 외면을 배웠다는 자신은 이미 저 바깥에서 토태와 수긍을 배웠다. 예나 지금이나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 장녀면서 제일 덜떨어진 자식, 비들어진 여자. 이젠 눅눅하다못해 점점 시리게 느껴졌다. 차가운 여름인 탓이야.)
 
버트 크린스:(가늠하지 못할 추위에 말을 얹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막히게 적은 이 세계에서, 내뱉을 수 있는 말까지 지워나가면 남는 건 뭐가 있을까. 느즈막히 이것이 죽은이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임을 깨달았으나, 나는 적어도 네게서 그런 존재이고 싶지 않았다. 주변을 맴돌아 그림자를 만드는 고래는 우리의 답답함을 더 깊게 가라앉힌다. 작은 발버둥이라도치듯이 네 곁으로 한걸음 내딛는다.) ...그런 계절이니까요.(그게 당연한 일이니 그렇다며. 작은 목소리를 내뱉는다. 그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며, 그 중 이질적인건 나밖에 없지 않냐며. 발걸음과 달리 시선은 옆으로 굴러간다. 느리고 묵직한 숨을 들이마쉬어도 그보다 가벼운 것이 고작 터져나온다.)
...알아요, 이해할 수 있어요.(나라도 그 3일을 반겼을 것이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못할 위로를 내뱉는다. 그러나 이 시간이 네게 도움이 될지 나는 확신이 없었다, 이미 널 잔뜩 헤집어 놓았을 내 존재가 네게 더 필요한지 단언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더 다가가지도 못한 채 애매함을 삼켜내고, 무력감에 터져나오는 숨을 짧게 내뱉는다. 내 몫까지 울어주는 듯한 네 앞에서 눈물을 흘릴 수는 없어, 눈이 시린 감각을 참아내어 버티었다.)
하지만요, 하지만... 뮤니아. 저는 더 이상 모르는 척 할 수가 없어요. (모든 걸 알게되어, 제 고개 너머에 거대한 슬픔이 쌓여있음을 아는데. 그걸 어찌 외면할 수 있겠어.) 제 행동 하나하나가 신경쓰일테고. 매번 망설일거에요. 이별을 염두해둔 시간은 분명 우리에게 잔인할텐데. (뜨거운 여름날의 햇빛보다도, 눅눅하게 내려앉아 끈적이는 습기보다도 그 사실하나가 우리에게 독이 될 것이 분명한데.) ... ...그게 뮤니아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있어요? (그럼 네 곁에 남겠다고. 적어도 그 사실 하나만 확인된다면, 그 끔찍한 사실을 끌어안고 네 옆에서 작별과 미련이나마 기꺼이 나눠보일 수 있다며. 참고 참았기에 올라간 입꼬리에도 얼굴은 형편없이 구겨진다. 남은 시간이라고 해도 네게 버티는 걸 알려주기엔 한없이 부족함을 알았다. 무력감과 그럼에도 널 향한 애정은 들어맞지 못해 위태롭게 흔들렸다.)
 
단델 뮤니아:(어쩌면 이 고래가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둥둥 떠있던 이유는 사실 자신 탓이 아닐까 하며 막연히 생각했다. 이곳은 어차피 가짜 세계이고 하물며 제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곳이니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이 고래도 멈춰버린게 아닐까, 하는 그런 멍청한 생각. 멍청한 사람이기에 할 수 있는 멍청하고 근거없는 추측. 그렇기에 저 또한 도망가듯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이건, 그래. 어릴 때 남아있던 버릇이었다. 사랑이나 애정 따위를 구걸했으면서 막상 다가와주면 겁이나 도망가버리는 못된 버릇, 혹은 자기 보호 본능이라던가. 그냥 그런 거 생각하지 말고 저와 함께 남은 시간을 즐기며 수족관을 즐겼으면, 따위를 생각했지. 이런 분위기에 그건 역효과일까? 알게뭐야. 어차피 다 끝난 일이잖아. 너는 현실에 없고 네 몸은 이미 겨울처럼 차가운데 그게 대체 알게 뭐냔 말이다. 스스로도 착각하는 모양인데 선택지 따위가 있을리 없다. 이건 그냥 미련이 낳은... 그래, 꿈. 그 비슷한거라고 보면 괜찮지 않나? 가끔 TV 매체에서 죽은 후 영혼이 꿈에 나오곤 하잖아. 그리고 자신은 거기에 매달리는 사람인거고. ...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 나랑 끝까지! 마지막까지 채워달라고! (빈 수레가 더 요란하다더니 이젠 자신이 더 억울해질 지경이었다. 도움이 어쩌고 그 따위 알게 뭐야. 어차피 이거 뿐이라니까? 그냥 미련 뿐인 세계라고 계속 말했는데도 뭘, 무엇을 자꾸만 그렇게. 슬슬 같은 말을 해도 의도가 엇나가고 있지만 한없이 깊게 잠겨 보글보글 가라앉는 사람에게 그건 중요한게 아니었다.) 그냥... 그거면, 된다고... (이제 한 번 울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이제 까마귀가 한 번 울었다고. 하루가 지났어. 3일 중 하루를 쓴거라고. 어울려줘, 그냥 나한테 맞춰줘. 어차피 결과는 변하지 않잖아. 자신이 원하는건 그런 구구절절 정론따위가 아니라 그냥... 그래 그냥, 알겠다고, 그러자고, 제 손을 잡으며 고개를 끄덕거려주는 행동 뿐이었다. 신경이고 망설임이고 알게 뭐냐고, 진짜아... 이미 그런걸 생각할 시기는 한참이나 지났어. 악에 받친 투정 뿐, 그러니 이제는 정말 참을 수 없어 제 진짜 어린 시절에도 하지 않던 소리를 크게 질러 두 손에 얼굴만 묻었다. 그러지 않고는 참을 수 없었으니까. 손이 흥건해져선.)
 
버트 크린스:(다가간 만큼 뒤로 물러서는 모습에 한 번 더 견뎌야 했다. 그리워했다면서 그 애매한 거리를 유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게 네 마음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 간절함을 붙잡는다. 이제와서 네가 내게 우는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는 믿고 싶지 않았다. 이제와서. 이런 상황에서. 그 답답함에 다시금 성큼 한걸음을 내딛는다. 어차피 네 뒤는 수조로 막혀있지 않던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네 이기심이라면 나는 좋았는데, 그게 그냥 좋았는데. 속으로만 변명과 하소연을 삼켜낸다. 기왕 품은 바람이라면 내게 좀 더 제대로 설명해주기를 원했을 것이다. 네 반응에서 기민하게 치솟는 이 이질감이 무엇인지 나는 그제야 눈치챈다. 그러나, 말하지 말아야 했을터였다. 눈물은 꾹 참아냈듯 그 말도 참아야 했을터인데.) ... 뮤니아, 절... 분명 죽은사람으로 보고 있군요. (틀림없는 사실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그런 견해가 낯설게 느껴졌다. 지금 뱉은 말 조차도 고작 본인의 이른 판단임을 알고 있음에도, 그 호소에 작은 균형마저 흔들림을 느낀다. 그저 네 답답함일 뿐일지도 모르지만)
(짧은 침묵을 유지했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이 네 반응을 보고서야 실감이 났다면 믿기겠는가. 그저 느리게 숨을 고르고, 애매한 시선이 흔들리다, 무슨 결심이었는지 몇 걸음 더 네게 다가섰다. 이미 잔뜩 얼룩져, 입술은 마르고, 입꼬리마저 평평해졌지만, 나는 역시 그 끔찍한 감각을 붙잡아야 했지만.) 뮤니아가 원하면 그렇게 할게요. ... ...그렇게 할게요. (고개를 들 자신은 없어, 얼굴을 묻은 네 얼굴보다도 낮게 시선을 내린다. 네가 정말 원하던 답이 이거냐고 묻는듯, 불안한 시선은 한없이 흔들린다.)
 
단델 뮤니아:(맞다. 어차피 제 등 뒤엔 수조가 있는 유리벽 뿐이었고 자신은 그 곳에서도 도망가고사 한 걸음 물러났을 뿐이었다. 이젠 정말 더 갈 곳도 없는 곳에서 억지스러운 말만 뱉은 주제에 자신이 더 불쌍한 사람마냥 저울질한 추접함 밖에 남지 않았다. 자신은 고작 이 정도다. 자신의 밑바닥을 보이는 기분이다. 네가 아무리 잘했다고 어화둥둥 띄어줘봤자 그런 사람이 없으면 다시 도태되어가는, 그런 뿌리가 썩은 사람이라고 증명하는 꼴이나 다름 없었다. 뒤늦게 헉, 하고 숨을 삼킨 이후엔 이미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 뱉은 이후라는 걸 뼈져리게 느껴야만 했다. 갑자기 수조 유리벽에 구멍이 나버려서 뻥 하고 터진다면 그 누구도 주워담지 못하겠지. 유리컵 가득 아슬아슬하게 물을 담은 주제에 입에 넣고 삼키려는 순간 떨어트린 사람처럼 억울하게 바닥만 쳐다보는 것이다. 그것도 주우려는 행동조차 하지 않고서.)
... (제 치부를 다 들킨 것 같았다. 아니, 그냥 다 들킨거지. 처음부터 나는 너를 죽은 사람처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만 하지 않은가? 지금의 너는 제 상상 속에 기반하여 만든 공간에서 밖에 존재하지 못하고 밖은 여름이 아니라 겨울이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겠어? 여름이 아니라 겨울이라고. 여름이 아니야, 거울이란 말이야. 장마비가 아닌 함박눈이 내리는 그런 날씨라고. 그렇게 변명하듯 줄줄 생각만 늘어놓으면 놓을수록 너와 나 사이의 차이점을 깨닫는 확신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버트, 들어보세요. 밖은 겨울이에요. 여름과 반대되는 계절을 살고 있는 나에요. 이건 그냥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기적같은거고요. 그제서야 까맣게 가리던 그림자가 흘러 지나갔다. 망할, 망할. 멍청한 고래같으니. 입을 열어보려고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구차하고 구질구질하고 답답하고 멍청한 행동임을 알았다. 자신이 원한다면 그렇게 하겠다는 그 말이 무언가의 마지막처럼 느껴지기도 했으나 그래도, 그래도 나는 너를 잡았다. 이미 젖을대로 젖은 두 손으로 네 옷만 꾹, 잡았다. 그것은 너무, 그저 한없이 비참한 사람의 손이어서 볼품없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담으려는게 아니라 그 자리에 주저앉아 다리며 손바닥을 물웅덩이에 올려놓고 있을 뿐이란거다.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니까. ...어차피 죽은 사람이니까. 살려놓을 방법조차 모르는 나에게 이거 말고 뭘 더 해보란거야? 이제는 이기심도 다른 방향으로 삐뚤어졌다. 아, 나는 이미 예전부터 고장난거였네. 그렇기에 잔인한 말을 했다.) ... ...응... 끝까지, 어울, 려줘. 내가, 원하니까... 그러, 니까... 내 부탁, 들어줄, 거니까... 버트는 그럴... 거니까.
 
당신은 그와 이 세계의 마지막 날까지 함께 하는 것을…
 
…선택합니다.
 
결국은 다시 헤어지게 된다 하더라도.
 
분명 그 전보다 훨씬 더 행복하고
 
...네 바람에 의해 강제된 선택이라도.
 
소중한 나의 연인, 뮤니아.
 
텅 빈 수족관 앞,
 
그는 더 울지도 못할 얼굴을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당신의 손을 잡습니다.
 
저런 일이 있어도, 그래도...
 
손끝에서 전해져오는 삶의 온도가...
 
눈물이 날 정도로 편안해서...
 
바로 뒤에서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이윽고 당신의 의식이 흐려집니다.
 
괜찮아요.
 
다시 눈을 뜨면
 
장면전환
 
...깜빡.
 
당신은 눈을 뜹니다.
 
같은 방,
 
같은 침대,
 
똑같이 시끄러운 매미 소리 속에서.
 
고개를 돌리면
 
역시나 그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햇빛에 녹아 사라질 것 같은 얼굴로 당신을 맞이하며 손을 뻗습니다.
 
단델 뮤니아:...조, 좋은… 좋은, 아침, 이에요... ... 버트.
 
이제 마지막이에요.
 
후회 없는 하루를 보내도록 해요.
 
당신은 그의 손을 잡고 침대에서 일어섭니다.
 
버트 크린스:(얼떨결에 내미는 손을 마주잡았다. 익숙한 매미소리, 익숙한 감각, 익숙한 장소. 그럼에도 마냥 편치 못한 건, 그 모든것이 이질적임을 깨달아서일까. 흔한 아침인사 한 번 꺼내지 못하고 네 낯을 바라봤다.)
 
단델 뮤니아:...좋은, 아침... 이에요. (마치 네 대답을 대신하는 것처럼 두번 인사를 했던건 그저 회피성이 담긴 말 중 하나였으리라. 마치 약간의 다툼 후 아무렇지 않게 말문이 트이면 자연스레 풀리는 상황처럼.) 오, 오늘도 나가서 노, 놀아요. 밑에, 자, 자전거가 있어요.
 
버트 크린스:(잠시 입을 벌리고 다시 다물었다. 내 기분이 어떻든, 우리의 상황이 어떻든. 끊겼다 이어지는 세상이 얼마나 이질적이고 덥든간에. 내게도 마지막임을 상기하면, 느리게 말문이 트인다.) 응, 좋은 아침이에요. ... 덥지않겠어요? 저는 좋아요. (평소같은 목소리를 꺼내었다. 평소같은 태도를 가다듬었다.)
 
단델 뮤니아:(순간 덜커덕 겁이 났던 모양이었다. 이런 결과를 불러온건 자신의 이기심과 속내였으면서 예상대로 따라온 흐름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이번엔 순수한 공포에서 나온 눈물이었으나 무슨 상관이 있겠어. 말은 저렇게나 다정한데. 괜히 옷자락만 쥐었다가 땀이 나는 손을 슥슥 닦아냈다. 그래. 어차피 마지막이다. 어차피... 그렇게 자신을 다독이면 한결 나아졌다.) 저, 저 괜찮아요. 정말, 정말... 괜찮아요. 무, 물론 집에 있어도 조, 좋지만 그래도... 자전거는... 타고, 싶으니까. 같이, 탈 수 있으니까.
 
버트 크린스:(예전과 같은 상냥함을 내비치기엔, 어제의 대화가 어색했다. 네 눈물을 닦으려 손을 뻗기엔 내 손이 차가울 것 같아 멎고 만다. 그럼에도 네가 너라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어, 조심스레 쭈뼛거리는 네 손을 마주잡았다.) ... 오랜만이네요, 그럴까요 그럼? 저도 그러고 싶어요.
 
단델 뮤니아:(나는, 자신은 네가 잡아주는 손에 안심했다. 어찌나 마음이 놓였던건지 순간적으로 뱉은 숨이 가늘고 확실하게 바르르 떨렸으니까. 그래도 좋았다. 그래도 좋았어. 나도 네가 살아있기를 바랬지만 이미 시간은 많이 지나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차라리 죽은지 얼마 되지 않았고 지금보다 제정신이 아닐 때 이럴 수 있었다면 이 곳을 진짜라고 착각하면서 보냈을텐데. 아무렴, 이제와서 무슨 상관일까. 그래도 좋다며 풀어진 얼굴로 잡은 손만 주물거렸다.) ...응. 그러자. ...나, 자전거, 잘타요. 또... 태, 워줄까...? 아니다... 그 땐 내, 내가 했으니까 이번엔 반, 반대로 해볼까? 어느 쪽이던... 상관, 없지만. (그래, 상관없다. 그런 자질구레한 것들 따위 이제와서. 상관없다.)
 
버트 크린스:(손을 주물거리는 감각이 선명하여, 옅은 웃음을 지었다. 네가 바라는 바는 명확하고, 그건 늘 그래왔듯 내가 들어줄 수 있는 종류의 것이다. 그럼, 내가 강하게 꺼릴 필요는 없지 않은가. 알게되어 더는 모르는 척 할 수 없는 사실쯤이야 죽은 내가 온전히 안고가면 그만 아닌가. 가다듬고, 가다듬어, 마지막으로 갖는 이별이나마 무던하게 보내보자며 네 손을 꽉 붙잡았다. 나 역시 후회하지 않을 마지막을 갖고 싶어.) 이번엔 제가 태워줄게요. (냉큼 내뱉는다. 그래야 네가 조금이라도 내 존재를 조금 더 오래 눈에 담을 수 있지 않을까.) 가고 싶은 곳 있어요? 바다가 보이면 좋겠네요.
 
단델 뮤니아:(기적을 바라지 않았던건 또 아니었다. 가까운 사람이 죽어 보내지 못할 때, 혹은 받아들이고 나서도 바라듯. 다른 사람도 쉽게 생각할 주제를 자신도 똑같이, 그리고 간절히 바랬다. 네가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그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아 겨우겨우 수긍할 때 쯤 다른 의미의 기적이 일어났으니 지금의 자신은 눈 앞에 있는 널 죽은 사람으로 볼 수 밖에 없었던 것이고. 이유가 뭐가됐든 네가 전처럼 저를 상냥하게 봐주고 대해주는거 같아 그저 그게 기뻤다. 또 빨리 나오는 대답에 놀라 웃겼고.) 그래, 요. 바다로, 갈까. (이 곳은 그저 만들어진 곳이며 그게 자신의 기억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쉽게 그 바다에 가볼 수 있을 것이었다. 애초에 목적지를 거기로 정하기도 했지만. 두 손을 잡은 채 한발자국씩 뒤로 걸었다.) 가면서, 잔뜩, 이야기... 하자? 주변도, 둘러보고. 그러자?
 
버트 크린스:(뭐라 정의할 수 없는 상황임을 알았다. 기억마저 놓치고 있던 나와 달리, 남겨진 너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을 붙잡은채로. 살아난 나를 봤겠구나. 상황을 납득하는 것 보다 네 마음을 이해하는게 내게는 더 쉬운일이 될 것 같아, 마주잡은 손을 따라, 네가 뒤로 걷는 걸음에 따라, 나는 앞으로 내딛었다. 수많은 모순 속에서 한가지 마음이 굳었다. 기왕이면 네게 마지막이 행복하게 기억되면 좋겠어. 그래서 언젠가 날 떠올리면, 울어도 좋으니 웃을 수 있으면 좋겠어.) 네, 바다로. 발도 담구고, 모래사장에 글도 써서 남길까요? 하고 싶은 이야기도 전부 나누고. 음... 그러니까~ 또 이 여름에 같은 기억을 남겨봐요. (들뜬 척 내비치는 목소리는 필사적이다.)
 
단델 뮤니아:(일부러 이리 걸었다. 이제 막 침대에서 일어난 네게 걸음마를 알려주는 사람처럼 그렇게 한걸음씩 물러났다. 이유는 크게 없었지만 제법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상관없겠지. 애써 묘한 분위기라던가 뒤에 있을 자신이라던가, 방학숙제라도 미루는 학생처럼 한껏 치워두었고 계속 한걸음, 한걸음씩 뒤로 물러났다. 근데 이게, 생각보다 재미있더라.) 좋, 아요. 기쁘다... 여름 추억이 또, 하나 생, 겨서... 기뻐. (네가 슬슬 받아주는 것 같은 모양새에 기분이 시시사철 바뀜을 느꼈다. 좋아, 그저 좋아서. 이런 작고 소소한 일에도 웃을 수 있었는데. 여름의 장마처럼 기분이 크게 흔들렸다. 좋았다가도 갑자기 멈추거나 또 그저 순수히 기쁜게 쏟아져 내리거나, 눅눅하고 재멋대로인 장마비처럼. 그러니 단비마냥 스며들 수 없었다. 이미 그럴 시기가 지났기 때문에.)
 
버트 크린스:(그 느린 걸음을 붙잡듯이 맞춰나간다. 그래도 괜찮았다. 실제로 오늘의 한걸음은 무척이나 어렵기만 한데, 이리 이끌어주는 네가 고맙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마지막 날이라는 이유로 서둘러 일을 그르치고 싶지 않았기에. 뒤로 내딛는 네 걸음이 무너지지는 않을까, 방해받지는 않을까. 나는 그런걸 신경쓴다.) 잊지 못할 기억을 만들어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먹먹한 웃음이 젖어들었다. 네게는 오늘이 그저 꿈처럼 기억될까. 아님 나와 보낸 마지막 날로 기억될까. 그걸 물을 자신까지는 없었기에, 그 슬픔의 근원을 눈치챈다. 부러 마주잡은 손을 가벼이 흔들었다.)
 
단델 뮤니아:응. (굳이 하나하나 대답하는 이유는 그저 그러고 싶었을 뿐이었다. 지금이라면 무슨 말이든 행동에 이유를 붙일 수 있을거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 남이 들이면 어거지로 붙이는 핑계 밖에 더 되었겠냐만은, 너는 그렇지 않을거잖아. 그래서 걸음마를 알려주는 듯 했고 동시에 춤을 추는 듯도 했다.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지금보다도 한참 어린 시절엔 자식이 아버지의 발에 올라가 손을 잡고 춤을 추는 행동을 부러워 했었다. 정말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랬다고. 스스로도 알지 못할 만큼 붕 떠 있는 생각을 했다. 훗날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하고 있지 않는 사람처럼 아지랑이마냥 같이 흔드며 웃었다. 즐거워 걷다보면 금방 현관이 가까워졌지만 싫지는 않았다. 나중에 목을 놓아 꺽꺽 울게 되어도 지금이 즐거우니까.)
 
버트 크린스:(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따랐다. 그저 손을 마주잡고 걷는 행위 자체가, 다른 시선에 어떻게 보이든 말든 그게 내게 중요하지는 않아, 그저 신경을 네게 쏟았다. 네가 먹고 싶다던 크림소다도 아직이네, 하는 가벼운생각을 하며 네 웃는 낯을 내 시야에 담았다. 그저. 그 웃음이 위태로워 보이는 건 그저 내 기우이기를 바라며, 현관문을 열어 네가 걸어나갈 길을 만들었다. 익숙한 묵인, 익숙한 외면. 그것들은 사라지지 않고, 오롯이 우리 사이로 가라앉는다. 나는 오늘 여름의 무게감을 태어나 처음 경험하였다.)
 
단델 뮤니아:(어느 순간 네가 먼저 열어주는 문을 봤을 땐 제법 놀라워 했다. 한 눈을 판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서서 배려해주는 작은 행동이 또 하나 떠올라 순간 멈칠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따지자면 나쁜건 아니었으므로 금방 지워버리고 그저 추억을 회상하는 마냥 조금 소리내어 웃었다. 피하는 것을 창피하지만 때때로 도움이 된다, 자신으로 말할 것 같으면 딱 그걸 뜻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순간 고래의 그림자처럼 얼굴이 보이지 않았던건 분명 쨍쨍 빛나는 여름 햇볕 때문일터였다.)
 
그와 당신은 집 밖으로 나갑니다.
 
밖은 여전히 조용하고,
 
여전히 여름의 풍경 속에 있습니다.
 
그야 당연한걸요.
 
이 세계는 당신과 그,
 
두 사람만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니까요.
 
당신과 그,
 
밖에는 자전거 한 대가 있습니다.
 
어쩌면 익숙한 디자인입니다.
 
그는 먼저 자전거 운전대를 잡고 끼긱 소리를 냅니다.
 
그것을 당신에게로 돌려주었고,
 
넘겨주었습니다.
 
단델 뮤니아:여기, 자전거. 작지 않으니까, 탈 수, 있을거에요. 안에 들려, 놓을 걸 그랬다. 햇볕 아래에 자, 전거 두면 뜨거운데... (헤헤...)
 
버트 크린스:(여름 햇빛을 그대로 맞는 모습은 시각적으로도 푸르르다. 그 자극에 당연한 사실 하나를 지워두고, 자전거를 넘겨받아, 손잡이를 만져 보았다.) 조금 뜨겁기는 한데... 다행히 많이 뜨겁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럼... (먼저 탑승해서는 네 쪽을 돌아본다) 자, 타볼래요?
 
단델 뮤니아:으응. (하긴, 누가 먼저 타든 모두 타야 자전거로서의 의미가 있을테니까. 뜨겁게 달궈진 안장에 맨살이 닿지 않을 정도로 치마를 정돈하고 살포시 돌려 앉았다. 이제와서 주저할 낌새도 없지만 괜히 꿉꿉한 기분도 들어서 차마 껴안지는 못한 채 옷만 꾹 잡았다.) 이, 이 정도면 괜찮, 괜찮죠...?
 
버트 크린스:(그저 옷을 조금 당겨낼 뿐인 감각에, 눈을 깜빡이다 고개를 돌려보더니, 네 손 하나를 제 허리로 이끌었다.) 안돼요! 그러다 놓치면 크게 다치는걸요. 두 팔로 제대로 꽉 잡아요. ...그래줄 수 있죠?(느리게 짓는 웃음은 묘한 두려움을 감춘 채 네게 대답을 갈구한다.)
 
단델 뮤니아:죄, 죄송합니다? (그럴, 그럴게요? 왠지 모르게 사과부터 튀어나와서 후두둑 뱉었다가 그러겠다며 얼떨결에 고개도 끄덕거렸다. 정말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느낌인데, 슬펐다가 기뻤다가 즐거웠다가... 이제는 정말 이래도되나? 하는 생각까지 들어서 묘했다. 그리고 여전히 그런 네 얼굴을 보며 약간의 회피를 들이부어 허리를 끌어안고 등에 얼굴을 올렸다. 어쩐지 코끝이 찡해더라.)
 
버트 크린스:(사과하지 않아도 되는데... 속으로만 되뇌이는 말은 묘한 답답함을 담는다. 아무래도 좋았다. 그래, 아무래도 괜찮았다. 등에 닿는 감각이 따스했다며, 계절과 어울리지 않는 비유를 기억에 새긴다. 나 역시도 산뜻한 바람이 그리운 듯, 곧 페달에 발을 올리고는) 그럼 갈게요? 꽉 잡고 있어요. (다시 한 번 되뇌인다. 오늘을 끝으로 우리는 서로를 놓아야 할터이니. 그만큼 열기를 무릅쓰고 붙잡아야 했다.)
 
두 사람은 기억을 더듬어가며 익숙한 거리를 나아갑니다.
 
자전거 바퀴에 따라 익숙한 풍경들이 하나둘 그려져 나갑니다.
 
두 사람이 자주 갔던 카페,
 
같이 야식을 사 먹었던 길거리 음식점,
 
가끔 같이 들렸던 게임센터,
 
커플 액세서리를 맞췄던 백화점...
 
완벽한 마지막을 위해 모든 것이 준비된 세계입니다.
 
단델 뮤니아:이렇게, 있으니까 그냥... 등교하는, 거 같다. (더운 여름 공기를 맞으며 멍하니 그런 말을 뱉었다. 너는 내 얼굴이 보이지 않을테지만 자신도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는 투로 그저 지나가는 풍경에만 눈을 돌렸고 우리가 같이 같을 법한 건물들이 보였다. 어찌보면 당연한가? 제 기억으로 만들어진 그런 세상이니까. 그러고보니 넌 어디까지 기억하고 있는거지? 잘... 모르겠다. 막연히 든 생각이 너와 나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 같아 옷만 꾹 잡았다. 그런 일이 없더라면 그냥 평범하게 돌아다니는 학생 둘일 뿐이니까.)
 
버트 크린스:그렇네요, 학교 옥상에서 도시락도 먹고... 하교길에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기억나요? (더운 공기를 가르고 지나가는 얇은 바퀴에 머리가 휘날린다. 손잡이를 꼭 잡은 채로, 우리가 기억하는 추억들을 훑고, 입에 담는다. 익숙한 건물들에 남은 기억들도 하나하나 떠오른다. 그러나 나는 곧 되짚을 수 없음을 알아, 그 조각들은 길게 이어지지 못한 채 페달질로 끝맺음 된다.) 뮤니아덕에 학교도 무척 즐거웠는데... 알고 있나요? (미련은 덕지덕지 따라붙는다.)
 
단델 뮤니아:...아, 으응. (방금 뭔가 말했던가?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뒤늦게 어영부영 대답하고 나면 어쩔 수 없이 그 때 일들이 떠올라 또 다시 이상한 기분이 되었다. 뭘까, 아까부터. 같은 추억을 말하고 있지만 너와 나 사이에 시간적 흐름이 있음을 느꼈고 내리쬐는 햇빛마냥 피부에 파고 들었다. 거기서 끝나는 말은 마치 우리 같기도 해서, 쉽게 추억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 없었다. 아. 알겠다. 너도 나처럼 끝을 상정하고 있는거야. 그래서 묘했고 그래서 갑자기 잘 맞아들어갔다. 그리고 문득문득 섞인 과거형에 다시 눈밑이 시큰해졌다. 다행이다,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까. 그래도 눈물이 옷에 젖어들지 않게 조심해야지. 그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소나기가 우수수 쏟아질 것 같았으니까.)
...으, 응. ...저도, 버트 덕, 덕분에... 즐거웠... 어요. 오, 오히려 제가 도움을 많이, 많이 받아서... 그래서... 응... (정말로 도움만 받았다. 너는 친절했고 친구도 있었다. 자신은 좁디 좁았던 인간관계에 거의 유일하다 싶었던 네게 많이 기댈 수 밖에 없었어. 즐거웠는데, 즐거웠어. 과거의 일을 말하고 있었다.)
 
버트 크린스:(우리에게 있었던 일이기에, 함께 마주하고 기억하는 일이기에 지난 일이 소중하지 않던가. 당연한 말을 삼켜내었다. 오늘처럼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에 살이 그을리던 날에도, 장마철에 내리는 빗줄기를 우산도 없이 맞던 날에도, 네가 있어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여름이 되었왔다. 다정하지 못한 계절에 우리가 남게된 건 필시 그런 이유였을 것이라.)
아니에요, 정말로... 뮤니아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 보다... 제게 훨씬 큰 존재였음을 알아줬으면 해요. (좋은 일만, 좋은 말만. 그런 하루가 되어야 했음을 알지만, 이별의 기회란 그리 쉽게 얻을 수 있는게 아니지 않던가. 오늘이 아니면 네게 하지 못할 말을 소중하고도 조심스레 꺼내놓는다.) 저 어렸을 땐 의심도 많고, 제대로 하는 일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누군가 나를 그토록 아껴준다는게, 나도 그런 존재가 되어줄 수 있다는게. 큰 도움이 되었어요. (그건 비단 과거에 그치는 일 만은 아니라. 바람이 얼굴을 스쳐간다. 아, 그래. 나도 내 표정이 보이지 않음에 감사해.)
 
단델 뮤니아:...응. (또 그저 그렇게 밍밍한 대답을 내놓고 입을 다물어 버렸다. 자신조차 높혀주지 못한 스스로를 네가 그런 식으로 말해줄 때 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기 때문에. 그 여름날만 해도 어렵게 인정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래도 모르겠어서, 한없이 떨어지는 자존감이 다시 불쑥불쑥 튀어나와 구차한 말도 덧붙이지 못했다. 나는 네 상냥함을 이용한 영악한 사람일 뿐이다, 단지 그거 뿐이지. 불안함에, 안절부절함에 제 손을 까드득거리며 긁어내렸고 더운 열기에 이기지 못해 눈물 방물만 맺혔다.) 할 수, 할 수 있는게, 그런... 그런 것들 뿐이라서... (자신의 애정표현은 근본부터 틀려먹었기 때문에 그런 너를 아끼지 않을 수 없었다. 너는 나에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존재였고 나를 바꿔주었고 또... 순간 눈이 크게 뜨였다. 천천히 뺨을 타고 흘러 턱 밑으로 떨어지는 눈물은 어딘가로도 향하지 못했다. 정말 마지막이야. 정말로, 이게 마지막이야. 그런 당연한 사실이 와닿아 다시 무너질 것 같았다. 그걸 알고 있으니까 네게 모진 말을 했던거였는데. 이제는 그런 마음에 생각도 말도 따라가지 못하고 끝내 자책으로 이어졌다. 즐겁다가, 기쁘다가, 의구심이 들었다가, 이제는 또 한없이 밑으로 꺼져가는 기분에 머리가 어질어질 했다. 그래서 안될 말을 털어놓았다. 잔인하게도.)
...나는, 이제, 이제... 어떡, 하지... 나, 어떡하지... 이제 나한테, 아껴주는, 사람, 이, 없어... 밖은, 추운데... (이대로 바다에 빠져버리고 싶었다.)
 
버트 크린스:...응, 그랬어요. 전 특별한 사람이 아닌걸요. 그냥 평범하고... 평범해서...(잠시 틈을 두어) ......타인에게 그렇게 드러낸 마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드물어요, 뮤니아. 그러니까... (아마, 내가 당장 내뱉는 말들은 우리를 그저 여름 햇살 아래에서 젖어들어가게 할 뿐이라는 걸 안다. 그래도 언젠가. 정말 언젠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잖아. 나는 늘 널 걱정해.)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뮤니아는. (방식이야 어떻든 네 애정자체는 크나큰 것임을 알지 않던가. 아스팔트를 타고 올라오는 열기와 패달을 밟는 다리는 멈추지 않아, 뺨에는 송글송글 맺힌 땀이 흐른다. 붉게 상기된 얼굴은 어느새 스스로가 정말 작별을 그리고 있음을 깨닫고 말았는지. 마지막의 마지막에 흐르는 눈물을, 더운 바람이 말려주었다.)
제가 계속 뮤니아를 아낄게요. (비록 지금의 시간선이 다르듯, 미래에도 다를 것임을 안다. 네가 확인할 방법은 없어 그저 나의 헛된 다짐에 그친다는 것도 나는 안다.) 제가 계속 아끼고 있을테니까... 믿고 버텨주면 좋겠어요. (아, 정말 마지막이구나. 이런 말 까지 해야할 정도로 우리의 이별은 가까워지는구나. 자전거 손잡이를 고쳐잡았다. 흐르던 눈물은 바람에 잘 말라붙어간다. 소나기라도 내리면 좋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열기가 많은 것을 녹여내고 있었다.) 제가 뮤니아의 여름으로 남아있을게요. (겨울이 너무 춥지 않도록. 그저 그런 바람을 나는 처절하게 말하고, 다시 말한다.)
 
단델 뮤니아:(아니야, 그게 아니야. 자신은 네가 말해준 만큼 그리 대단한 사람이 아니야. 두세 계절 전만해도 그런 말을 들으면 그렇지? 나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인가봐, 따위를 받아들였을텐데 여름이 끝난 이후 나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인가? 하며 의구심을 키웠나. 한 번 들기 시작한 의문은 반대로 확신이 되었으며 스스로를 낮췄다. 아, 역시 나 따위가 그런 생각을 하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거라고. 제 주제를 알고 설설 기며 있는 듯 없는 듯 사랑을 퍼다주면 될 일을 어느 순간 상대에게 바라고 주고 받기를 원하니까 신이 너를 주었다가 다시 뺏은거야. 나는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뭐든 할 수 있었다면 나는 그 자리 그대로 남아 구차하게 빙글빙글 돌고 있지 않았겠지. 땀이 잘 나지 않던 자신이기에 땀과 눈물이 섞일 일도 크게 없었고 땀이라며 속이지도 못했다. 대체 누구를 위한 거짓말이지. 자신이면서, 먼저 너를 죽은 사람 취급하며 어차피 살릴 수 없다면 마지막으로 몇 번만 더 보고자 하는 축축한 이기심에 고집을 부렸으면서. 상처줬으면서. 그런 주제에 막상 네가 이별을 준비하고 또 받아들이려고 하는 이 순간이 미웠다. 너 마저 그러면 이대로 까마귀가 울어, 내가 돌아가, 너는 이 세상에서도 존재하지 않게 되어, 네가 없는 여름을 몇 번이나 보게 되겠지.
자신은 결국 아무 말도,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네 등 위로 얼굴을 묻어 소리없이 티도 나지 않게 서럽도록 울었다. 어릴 적, 우는게 짜증난다며 온갖 질책을 받았을 때 이미 배워버린 버릇이었다.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나는 그럴 수 밖에 없을 거 같아. 이렇게 딱 붙어 있는데 머리카락은 바람에 날려 멋대로 흩날렸다. 계속 자신을 아끼며 남아있어 주겠다는 그 말이, 잔인하면서도 여름마냥 따뜻해서 결국 고개만 작게 끄덕였다. 이제와서, 이제와서. 이제와서 이렇게 받아들이게 되다니. 하아. 무심결에 든 고개가 눈이 부시도록 내리쬐는 해를 향했고 눈 앞이 흐려졌다. 너는 역시 대단하구나. 너는 특별하지 않다고 했지만 사람 한 명의 삶과 기분과 이해부터 납득까지 시켜버리는 너는 제게 대단한 존재였고 특별한 무언가였다. 왜 나를 강하게 만들어서는.)
버트, 나는...
 
어느 순간 풍경이 바뀌고,
 
건물도 사라지고,
 
또 자전거를 타고 있던 그의 모습이 일순간 심하게 흔들리더니
 
신기루처럼 사라집니다.
 
<지능> 판정합니다.
 
버트 크린스: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heat shimmer:그가 말한 거래의 대가는 자신의 시간 중 일부를 바치는 것이라 했었죠.
당신은 문득 오늘이 지나 당신이 안식으로 돌아가더라도, 그는 홀로 이 계절에 남겨진 채로 살아가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세계에 홀로 남겨진 당신처럼.
 
이어 <관찰> 판정 합니다.
 
버트 크린스: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heat shimmer:햇빛이 눈이 부셔 순간 두 눈이 번쩍거리며 흐려집니다.
그리고 절로 건조해지는 눈에 눈물이 맺혀 흐릿해지더니, 바다로 향하는 휑한 길거리에 서점을 발견합니다.
저런 곳에 원래 서점이 있었나?
자신의 기억에는 없는 장소입니다.
새로이 만들어진 것일까요?
 
하지만 서점은 새로 만들어진 건물치고 낡아 보이네요.
 
요즘엔 보기 힘든 작은 슈퍼 사이즈의 목제 건물입니다.
 
자전거를 세우고 서점 앞을 기웃거리고 있으면
 
문 앞 거치대에 올려진 한 권의 책이 눈에 띕니다.
 
허름한 서점과는 어울리지 않게 깨끗한 양장 표지의 처음 보는 제목의 소설책입니다.
 
<자료조사> 판정합니다.
 
버트 크린스: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 ...자전거를 세우고 느리게 눈에 들어오는 책을 넘겨봅니다. ... ...뮤니아...)
 
heat shimmer:당신은 이 소설이 이별과 사랑에 관한 내용이란 것을 알게 됩니다.
시간 배경이 여름인 것이 어쩐지 당신과 그의 상황과 비슷하게 느껴지네요.
아래와 같은 구절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책을 덮어 진열대에 다시 돌려 놓고 나니
 
어느덧 하늘은 붉게 물들어져 있습니다.
 
붉은 노을 하늘 아래,
 
돌아온 그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옆에 놓인 전봇대 위에 자리한
 
까마귀의 모습도 시야에 들어옵니다.
 
다시 돌아와 준 눈부신 계절의 종막입니다.
 
언젠가부터 사라져버린 매미 소리가
 
귀에 녹아든 것처럼 울립니다.
 
해가 서쪽으로 저물어가는 것과 동시에
 
당신과 그의 그림자는 길게 늘어져 흔들립니다.
 
일렁이는 것은 더는 그가 아닙니다.
 
여름의 껍질을 뒤집어쓴 세계가,
 
붉은 노을빛을 등에 진 그가 미소를 띤 채로 속삭입니다.
 
단델 뮤니아:버트, 버트와, 다시... 만날 수, 있, 어서, 행복, 했어요. (헤어질 거란건 알고 있었고 처음부터 그걸 상기한 채 너를 대한 나로서는 참 이기적이지만 생각보다 시원한 작별인사였던 말을 튀어나오듯 뱉어냈다. 보내주기 싫지만 보내줘야 했기에 좀 더 더럽고 답답한 마지막을 보낼 줄 알았건만 아쉽게도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과연 이것에 아쉽다는 말을 함부로 붙여도 될지는 몰랐으나 내가 너를 처음부터 죽은 사람 취급했듯 너도 한결같이 내가 홀로 서기를 바랬을터이니 어떻게보면 결국 네 바람되로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기분을 느껴도 될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내 마음이었어. 한없이 깍고, 깍고, 깍아내린지 오래인 자신을 붙들며 멋대로 마음 편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하는 환영이 들려서. 감히 너따위가 그러면 안되노라고, 그리 말하는 것 같아서. 너는 그래도 된다고 해줄게 뻔했지만 그걸 한 번에 받아들였다면 나는 좀 더 현실을 받아들이고 건강하지 않았을까. 유감스럽게도 그게 되지 않았다는 뜻이었어. 정말 유감스럽게도. 그래서 마지막 이별의 말을 말해보려고해.)
정말, 정말로… 고마, 웠어요. 정말로… 정말, 미안하고, 고맙고, 행복했, 어요. 억지 , 부려서 죄송했고, 같이 있어, 줘서 고마웠고, 3일 동안 있, 어줘서 행복했어요.
 
버트 크린스:(결국 네게 듣는 말은 우리의 처절함을 숨긴 감사 인사였다. 널 위한다는 명목하의 내 이기심이 결국은... 그래 결국은. 허나 나는 그것을 마냥 기뻐할 수도 슬퍼할 수도 없어 언제나와 같은 웃음을 간신히 띄워낸다. 내게 행복했다는 네 인사가, 내게 고맙다고 전하는 네 인사가, 언제까지고 평안하기를 바라지만. 다가오는 끝에서 아쉬움과 슬픔을 감추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당연한 사실을 간과했던 내가 그저 감내해야 하는 것도, 당연한 흐름이라.)
...저도요. 영원같은 시간이었어요. 뮤니아와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터놓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우리가 함께하는 시간들은 반드시 행복하고, 좋아야만 한다. 그 이전의 시간들이 힘들었기에 우리는 좋은 시간만을 나눠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는 강박이 결국 우리의 발목을 잡았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함께 많은 것을 슬퍼하고, 화를 내고, 아파했다면. 외면이란 시간은 결국 공백과 같았음을 유감스럽게도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저야말로 고마워요. 많이 좋아해요. 그만큼 뮤니아와 함께해서 행복했어요.
(등 뒤로 저무는 노을에 네 얼굴이 흐릿하여 다가선다. 더 이상 그림자같은 것에 가려져 무언가 놓치고 싶지 않아 네 손을 잡았다. 저물어가는 여름은 아직도 너무나 더워, 나는 그저 우리의 끝이 여름과 겨울의 중간은 되어, 다리처럼 이어주기를 바라기에. 네가 내게 그랬듯 소중한 것이라는 것 처럼 되는 양 테루테루 보오즈를 뒤집어 우리의 두 손 사이에 겹쳐 붙잡았다.) 날이 덥네요. (우리를 닮았던 그 소설의 구절을 떠올리며 눈을 맞췄다.)
 
단델 뮤니아:응... (이건 어떤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나. 아마도 정해진 것은 없으면서도 동시에 모든 것에 대답하던 말 한마디였던 모양이었다. 안되는데, 안되는데, 이렇게 홀가분해지면 안되는건데. 그저 제 감정이 앞서 네게 잔인한 선택과 납득과 외면을 하길 강요했으면서 자신이 이러면 안되는건데. 왜 하필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이나 생각나는건지 정말 모를 일이었다. 그건 너무 무섭고 이기적이고 비참한 말이라고 생각했기에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 조금 전까지만해도 그랬다.
감히 짐작하고 생각하건데, 차라리 이 3일간 분함과 억울함과 힘듬을 진실과 함께 털어놓았다면 많이 달라졌을까. 해결 방법따위도 없이 나는 이미 너를 죽은 사람으로 치부하며 그저 제 마음 좀 덜어보려고 한 무뢰배에 불과하지 않았을까. 왜 항상 늦을까. 왜 나는 이렇게까지 멍청해서 끝에 가서야 깨닫는걸까. 심지어 네 도움을 받고 나서야 겨우겨우 깨닫는 이 불성실한 루틴이 한탄스러웠다. 이제 슬슬 혼자서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걸까. 자신이 없었다.
주변은 수족관처럼 파랗지 않았고 그림자로 가려줄 고래도 없었다. 서늘한 공기도 없었으며 둥근 유리벽 따위도 없었다. 그저 꿉꿉하고 습한 바람을 느끼면서 노랗고 빨간 노을 아래에 놓여있을 뿐, 그렇지만 우리 주변은 뻥 뚫려있었다.) 또... 보고 싶, 으면 어떡, 하지? 응?
(시원했지만 그래도 미련은 또 다른 일이기에, 네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미련을 뱉었다. 또 보고 싶으면 어떡하지? 네가 내 여름이잖아. 여름마다 네가 생각날거야. 잊을 수 없는 네 손의 감촉은 정말이지 오랜만이라 참지 못했고 참을 생각도 없는 눈물 방울이 굵게 만들어져 손등 위로 떨어져 내렸다. 짭쪼름하겠지만 눈물은 바닷물이 될 수 없다. 될 수 없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염치도 없이 그 손을 꾹 잡았다. 이렇게 잡으면 네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자신은 모르던 천조각이 잡혔다는 걸 알아 차린 때는 꽤 시간이 흐른 후였던 것 같다. 테루테루보즈다. 이걸 달면 비가 멈춘다던데... 그건 그거대로 여름을 닮은 듯 닮지 않았구나.)
 
버트 크린스:(비슷한 미련을 삼킨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미숙했음을 후회하지 않는다. 저지른 실수를 되돌리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늘 그렇듯 그저 받아들이는 것과는 차이가 있어. 우리의 관계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 부족하고 미숙하고, 실수를 일삼았기에 나는 우리의 시간이 좋았어. 상처가 아물어 새 살이 돋으며 이겨내는 법을 배우고, 넘쳐나는 애정에 때때로 실수를 하며 함께 지내는 법을 배우는 우리의 시간이 좋았어.)
...제가 보러 올까요? 꿈에서라도요. (명확한 답이 없을 미련에는 농담과도 같은 말이 따라붙고 말아. 뜨거운 햇빛과는 다르게 타오르는 노을은 노랗고 붉어 우리의 감정을 대신한다. 바다내음이 멀지 않은 곳에서 습기를 머금고 불어온다. 그 모든 것이 우리에게 평생 남길 흔적임을 처음엔 몰랐는데. 마지막처럼 기억을 더듬었다. 손등에 떨어지는 눈물은 손의 온도와 대비되어 차가운 것 같기도, 반대로 여름을 닮아 뜨거운 것 같기도 했다. 꾹 잡는 손길을 받아내어 다른 손으로 감싸쥐어. 머리가 밑으로 가도록 붙잡힌 그것에 마지막 바람을 담았다.) 비라도 한 번 쏟아지면 좋겠어요. 여름이니까요.
(늦어도 괜찮다 여겼지만. 우리의 미숙함이 여무는 시간이 없다는 사실과 그 미련을 나는 이제 얼추 삼켜내었지만. 마지막이기에 체념하지 못하는 것이 사랑의 역설이었을 것이다.)
그대여. 나는 그대에게 가장 찬란한 시간을 선물하리라. 그러니 그대여. 돌아오는 계절처럼 돌고 돌아 다시 나의 곁으로 와주시오. 하늘의 비로 세상을 다시 만들어낼 테니. 그때가 되면 다시 나와 계절을 함께 해주오.(우리의 여름은 습한 더위와 함께 끝나고 마는걸까? 그 어떠한 간절함에 나는 손에 힘을 더 실었다.)
 
단델 뮤니아:그렇게 해줄 수, 있, 어요? 그럼... 매일, 꿈에 보러 왔, 으면 좋겠다. (헤헤. 왜이렇게 바보같은 웃음이 나왔을까. 적어도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었다고 확신 할 수 있었지만 허무맹량한 소리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을터였다. 그저 희망사항만을 바라며 네 농을 따라 어물쩡 넘기는 가벼운 행위일 뿐. 등 뒤로 온갖 붉고 노란 햇빛을 받으며 등지고 있자니 눈 앞이 바로 보이지 않고 조금씩 그늘져 까맣게 보이는 착각도 들었다. 그런데도 잡은 손은 어쩜 이리 소름끼칠 만큼 진짜같을까. 그와 어울리듯 마르지 않는 제 눈물은 이제 뜨거운지, 차가운지, 그것도 아니면 바람에 말려져 미적지근해 지는지 알 수 없었으나 아지랑이처럼 순간 흔들렸다가 돌아왔다. 너도 그렇지만 나 또한 흐리구나. 같이 흐려져 가는데 어째서 같은 선에는 있을 수 없을까. 야속하지만 미운 감정은 점차 사그라듬을 스스로도 알았다. 오히려 그러지 말았으면 했을만큼.
나는 아직도 겁이 나. 차라리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성격이라면 좀 더 나았겠지. 실수를 해도 그럴 수 있다며 넘기고 고쳐가면 되는거라고 좀 더 스스로를 아끼는 사람이 될 수 있었을테니까. 너는 그럴 수 있다고 몇 번이나 말해줄테지만 자신은 그럴 용기가 없었다. 땅이 없어지고 발이 그 아래로, 아래로 하염없이 빠지는 기분을 맛보게 된다면 그걸 고치기란 쉽지 않기에 이렇게 살아오지 않았던가. 하얀 네 머리카락은 때 하나 묻지 않았지만 주황색으로 자연스레 물들어 흔들리는 모습에 슬그머니 기대었다. 어쩜 이리 애틋하기 짝이 없을까.) 그렇네... 비가, 와서... 모든 걸, 녹였으면... 좋겠네.
(이 곳도 현실도 모두. 사실은 모든 것이 꿈인 것처럼. 전부 녹아버렸으면 좋겠다. 하지만 보통 테루테루보즈는 비를 그치게 하는건데도? 작게 읊조린 입이 호선을 그었다. 서글프지만 적어도 거짓은 아니었다. 알 수 없는 네 말에 엉뚱한 답만 내놓았다. 그야, 자신은 멍청하고 아는 것이 없으니까. 애초부터 방도따위는 없이 너와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었을 뿐이니까. 미련따위가 여름처럼 손바닥에 달라붙었다. 마지막 인사가 끝나면 까마귀가 울거야.)
 
버트 크린스:...노력할게요. 뭘 못하겠어요.(마찬가지로 웃음을 삼켜내었다. 당연하게도 오롯이 삼키지 못했기에 약간의 슬픔이 서린 목소리가 떨린다. 나는 여전히 미련이 남아. 그래도 최선이라는 것이 뭔지를 알아. 그래서) 뮤니아가 웃어주니 좋아요. (그런 짧은 감상이나 읊조리고 말아. 흐려지는 우리 사이에서 오가는 감정 역시도 우리가 남긴 흔적일까. 마지막일지도 모를 순간에 맞잡은 손을 놓는게 쉽지 않았지만, 이게 우리 손에 계속 있으면 안될지도 모르니까. 손을 끌어올려 네 손등에 가볍게 입술을 문지르고, 우리의 감정이 베어있을 인형을 자전거 손잡이에 거꾸로 매달았다. 그래,비가 왔으면 좋겠어.)
(마주보는 검은 머리에 붉은 빛이 서린다.네 인영은 점점 흐려만지고 뒤로 비치는 노을은 타오르듯 선명해진다. 그러나 나는 조금 웃고말아 다시금 손을 마주잡는다. 어떤 마지막이든 하고싶은 말은 많았지만.) 내 모든 신뢰와 애정을 받아간 사람이었어요. 당신은 내게 그랬어요. ... 또 봐요. 고마워요.
 
마지막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울리기 전,
 
당신은 테루테루보즈를 거꾸로 매답니다.
 
그는 당신의 곁에서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것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화창했던 여름 하늘은 온데간데없이
 
두꺼운 먹구름이 온 하늘을 차지합니다.
 
물줄기가 거세짐에 따라 비에 닿은 모든 것들이
 
물에 번진 수채화처럼 흐려져 녹아내립니다.
 
세상이,
 
녹아내린 세계 대신 눈에 들어오는 건
 
끝 없는 어둠.
 
그 속에서 별처럼 빛나는 것을 들여다보면
 
언젠가 보았던 물고기들이 보입니다.
 
수족관에서 벗어난 수중생물은,
 
자신들만의 세계에 도착한 것입니다.
 
자유롭게 헤엄치며 그들은 살아갑니다.
 
신의 선물처럼 비현실적이지만
 
아름다운 풍경 속,
 
그와 당신은 눈을 감습니다.
 
....
 
얼마나 지났을까.
 
귓가에서 울리는 규칙적인 기계음에
 
당신은 눈을 뜹니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새하얀 천장과 이불.
 
주변을 가득 채운 의료장치들.
 
당신은 더위를 먹은 것처럼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웁니다.
 
서늘한 기운에 창밖을 보면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희뿌연 하늘과 새하얀 눈송이.
 
찬란했던 그 계절은 지나가,
 
겨울이 되었습니다.
 
다급한 발소리와 우당탕거리는 소란과 함께
 
병실의 문을 열고 의사와 간호사가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들 사이로 익숙한 얼굴이 보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계속.
 
끝없이 돌아가는 계절을
 
너와 함께하고 싶었어요.
 
한껏 갈라진 목소리로
 
손을 잡으며 그 사람의 이름을 불러봅니다.